가을은 독서의 계절일까, 여행의 계절일까?

여름 내내 읽던 최명희 님의 '혼불'을 9권까지 읽었고 이제 마지막 10권만을 남겨놓고 있다.

바짝 당겨 읽고 끝낸 후에 어디 단풍 놀이라도 가볼까 했었는데,

마지막 권을 앞에 두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다.

10권짜리 소설에 9권까지 읽었는데 끝이 안보이는데,

이런 상태로라면 미완결의 소설이거나 완결이 되더라도 갑작스럽게 마무리되어 어설프게 끝나버릴텐데,

그렇다면 미완결이라고 귀띔이라도 해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미완결이라는 걸 알고도 장장 10권을 내달려왔을까, 그건 장담하지 못하겠다.

 

두산 백과 사전에는,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쓰러지는 빛》이 당선된 직후부터 쓰기 시작해 이듬해 동아일보 창간 60주년기념 2000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 《혼불》 제1부가 당선되었고,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월간 《신동아》에 제2∼5부를 연재한 뒤 1996년 17년 만에 전10권(5부)으로 완간된 최명희의 작품이다.

이라고 되어있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제공하는 한국민족문학대백과에는,

이후 작가는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투병하던 중에도 제5부 이후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끝내 집필하지 못하고 타계하여, 1996년에 간행된 판이 최종본이 되었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에는,

1988년 9월부터 1995년 10월 사이에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었고 1996년 한길사에서 10권의 결정본이 발간된 최명희의 미완성 대하소설.

이라고 되어 있다.

 

호남지방의 세시풍속, 관혼상제, 노래, 음식 등을 생생한 우리 언어로 복원해내 ‘우리 풍속의 보고(寶庫), 모국어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9권에선 얘기의 대부분을 사천왕상에 할애한다.

그냥 사천왕상 얘기를 할때는 어려운 얘기가 지루하게 펼쳐진다 정도였는데,

선운사의 사천왕상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는데,

알고나니(시댁이 선운사 근처라서),

더 아름답고 대단한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면만 놓고 봤을때는 아쉽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소설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을 통해서 얻게 되는 카타르시스가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지식이나 교양의 축적이나,

어떤 이데올로기 담론이 아니라,

그와 버무려진 이야기의 전개인데,

이야기의 전개는 완전 미미하고 더딘데다가 생략도 많았는데,

그 생략된 부분이 어디에선가 드러날테지 하고 기다렸는데,

급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랄까.

10권을 다 읽어도 '완결'을 봤다는 뿌듯함이 아니라,

해결되지 못했다는 허무함이 남을 것 같다.
오히려 내 맘대로 그 후의 이야기를 상상해보는게 재미있겠다.

 

오늘 아침 대형포털을 둘러보니 최영미가 핫이슈이다.

어떻게 그렇게 저렴하고 발랄한 발상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해명도 완전 궁색하다.

 

마침 '공지영'의 시인의 밥상'을 겹쳐읽었다.

 

 

 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언제부턴가 '공지영'은 잘 안 읽게 되었다.

미려한 문장이야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삶이라는 게 그렇게 아름답기만 하던가 말이다.

투박하더라도 삶으로 충만한 글들이 더 좋았다.

 

이 책은 '지리산 행복학교'의 곁가지쯤 되려나,

박남준 시인이 요리하고 공지영이 쓴 것이란다.

'지리산 행복학교' 이후로 끈질긴 방문객들에 의해 괴로움을 겪었던 지리산 시인들은 공지영과 소원해졌었단다.

그런 그들이 이렇게 다시 뭉친 것은 찻잔에 매화 한 잎을 띄우는 박남준 시인의 사는 법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눙을 치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박남준의 요리 솜씨는 먹어본 사람 모두가 엄지를 치켜세울만큼 좋다고 설레발을 치지만 그 때문만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장례비용 200만원( 요즘 물가를 고려하여 300만원으로 올렸단다)외엔 무소유한 삶을 사는 시인 아파서 큰 수술을 했기 때문이라는 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다보면 이런 얘기가 나온다.

사연도 다 다르고 시기도 다르다. 그리고 물론 그 과정도 다 다르지만 나의 지리산 친구들의 기본 생각은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하여 삶의 대부분 시간을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노동을 하며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겠다. 긍정형으로 바꾸어 이야기하자면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삶을 누리겠다'일 것이다. 이들은 도시에서 자라며 얻은 비본질적인 욕망을 버리고 이곳으로 왔다. 하지만 가끔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들은 투덜거리기도 하는데 그들의 말은 이렇다.

 "나는 다르게 욕망할 뿐이다."

 그렇다. 그들은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흘려보내기를, 저 산과 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기를 욕망한다. 그들은 누구보다 여행을 많이 떠나고 누구보다 계절을 깊이 즐긴다.(124~125쪽)

 

공지영은 한 대목에서,

고독은, 배가 오가지 못하는 이 망망대해의 고독은,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만 남은 고독은ㆍㆍㆍㆍㆍㆍ.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도시에서 혼자 왕따가 되고 혼자 실직하고 혼자 비정규직이 되는 고독과 어떻게 다를까. 절망에 우열을 매길 수 있을까.(268쪽)

라고 하는데, 이 구절이야말로 아무것도 내려 놓지 못하는 자의 가식으로만 읽혔다.

진정 그것이 절실하다는 것은 흠뻑 담굼질해야 느낄 수 있는 것들이지,

말로 이러쿵 저러쿵 미사여구를 쓴다고 하여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써오면서 아무것도 바뀌는게 없다면,

글은 더 이상 울림이 없을 뿐더러,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박남준 시인의 시집과 편지글이 이렇게 저렇게 갈무리되어 나왔다.

공지영 님의 '시인의 밥상'이 박남준 님에게 어떻게 소용이 되었는 지는 모르겠고,

이렇게 두 권이 나온걸 안 이상 지체할 순 없겠다.

 박남준 시선집
박남준 지음 / 펄북스 / 2017년 8월

 

하늘을 걸어가거나 바다를 날아오거나
박남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사람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자기가 내보이고 광고한다고 해서 가치가 드러나는게 아닐거다.

조용히 실천하는 삶을 살게 되면,

그걸 보고 저절로 느끼고 감동하는 사람도 있는게 아닐까?

 

어쨌거나 나는 오늘 시집 한권과 산문집 한권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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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7-09-11 16:21   좋아요 1 | URL
혼불. 저도 여름에 중고로 세트 들여놓고, 찬찬히 읽다가, 4편 쯤에서 잠시 멈춤 했는데 멈춤이 길어지네요.

sslmo 2017-09-11 18:23   좋아요 1 | URL
저는 정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대충 지루하게 읽고 있습니다.
‘찬찬히‘ 읽으신다는 문구가 돌출되어 들어옵니다.
나이 들어 찬찬히 다시 읽을 날이 와 줄런지~--;

cyrus 2017-09-11 19:17   좋아요 1 | URL
동아일보 소설 공모에 당선된 《혼불》 제1부가 레어템입니다. 구하기 힘든 책입니다.

sslmo 2017-09-12 18:1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아무리 레어템이어도 전 낡은 책은 책벌레 나올 것 같아 꺼려져요~--;

님의 책에 대한 무한애정에 또 한수 배웁니다, 꾸벅~(__)

munsun09 2017-09-25 12:16   좋아요 1 | URL
혼불에 대한 느낌이 저만 그런게 아니구나? 안도하고 갑니다^^
저는 3권쯤 읽다가 너무 힘이 빠져서 중도포기하고 책꽂이에 꽂혀있는게 불편해서 그냥 중고로 팔아버렸네요.
쫌 찜찜하고 뭔가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조금 놓여나도 되겠다 싶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sslmo 2017-09-25 17:13   좋아요 2 | URL
저도 좀 소심한 성격이어서, 그런 책이 있으면 연연해하게 되는데,
님 덕분에 제가 도리어 위안을 얻습니다.

님에게, 그리고 저에게, 이렇게 외쳐 봅니다.
세상은 넓고 책들은 많다~^^
 
까짓것 창비청소년시선 9
이정록 지음 / 창비교육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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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들과 교외로 드라이브를 갔다.

햇살은 좀 따가웠지만, 살랑 바람도 부는 것이 시작은 좋았다.

 

문제는 아들의 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음악을 듣는 데서 발생했다.

평상시 나도 음악을 좋아하고,

좋은 음악에 온몸을 샤워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땐...준비가 안 됐었다.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나는 멀티 테스킹이 안되는 인간이었는데,

그동안 멀티테스킹이 가능하다고 착각하면서 살아왔었던 것이다.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해내는게 아니라,

여러가지 일을 벌려 놓고 그중 한가지 일에 집중하면 다른 일은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거다.

 

난 운전에만 엄청 집중을 했는데,

아들은 폰만 잠깐 만지작거린거 같은데,

차의 스피커에서 갑자기 음악이 쏟아져 나오니 깜.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뭐냐며 끄던지 줄이던지 하라고 소리를 '빽~' 지르자, 아들도 당황했나 보다.

대화도 안되고, 음악도 듣지 말라고 하고, 그럼 자기더러 묵언수행을 하라는 거냐고 툴툴거리는 거다.

엄마의 음악적 취향이 올드해진거냐며 한숨을 쉬는데, 거듭 밝히지만 그런 건 아니다.

예전엔 여러가지 일을 하더라도 한가지에 집중을 하면 옆에서 굿을 해도 몰라서 괜찮았는데,

이젠 한가지 일을 하는데도 제대로 집중 하기까지 시동이 늦게 걸리니 어쩔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몸이 취득하고 기억하는 방식대로,

타성에 젖어 일을 루틴으로 처리한다고 생각을 하면 왠지 슬퍼진다.

 

 

시인의 책들을 '좀' 읽었다.

우연히 만난 '불주사'가 너무 좋아서,

그 다음부턴 일부러 찾아 읽었었다.

 

산문집도 좋았고 그렇게 만난 동화, 동시집 등 리뷰로 옮기진 않았지만 제법 찾아 읽었다.

그리고 요번 청소년 시집이다.

마냥 좋다고 설레발을 쳐야겠지만,

여전히 좋지만,

솔직히 애기하자면,

이제 난 좀 식상하다~--;

 

그렇다고 허투루 읽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책 날개 안쪽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인을 꿈꾸기 시작했다'라는 구절과 '열아홉 번의 낙선 끝에'라는 구절이 진지하다 못해 무겁게 다가왔다.

늘 유머 코드가 탑재된, 유머를 해학으로 승화시킨 시를 쓰던 시인이 아니던가.

 

내가 식상하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가 보여주는 언어유희가 늘 그런 식이라는 건데,

뭐, 어쩔것인가,

이제 이런 언어 유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받아들여야 하려나 보다.

 

아무래도 교육현장에 계시다 보니,

청소년의 입장을 잘 이해할테고,

그러다 보니 시 속에선 청소년인 발화자로 등장하지만, 그게 온전히 청소년의 목소리로 들리진 않는다.

 

장담컨대 이 시집에 등장하는 '노동 현장'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청소년들은 이 시집을 사거나 읽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이 시집은 기성 세대라 통칭되는 어른들이 주변 청소년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한걸음 다가가기 위한 매개체 정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는 이 또한 언어로 발화되고 시로 쓰여지는 순간 올드한 것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쏠림'이라는 시는 처음 읽으면서 거부감이 들었었다.

시가 그랬다는게 아니라,

시속에 등장하는 '사람이 키워서는 안 될 두마리 개' 얘기가 그랬는데,

전에 어디선가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게를 실어 신중하게 하는 김국진이 하는 걸 들었었고,

김태균도 비슷한 얘길 하는 걸 들었었다.

물론 그 후로 시는 다른 식으로 전개되니까 표절이나 차용은 아닐테지만,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개' 얘기가 시의 분위기를 충분히 장악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쏠림

 

실외 조회 시간에

사람이 키워서는 안 될

개 두 마리에 대해 들었다.

그건 편견과 선입견이라고 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돈으로

편견과 선입견을 분양받았을까

교과서나 문제집에 껴들어 왔겠지

가슴과 머리에 개털이 날린다면

그건 분명 어른들이 버린 개가 쳐들어온 거다

개는 비린내를 좋아한다

참치 갈치 삼치 준치처럼

맛난 물고기 이름은 대개 치 자로 끝난다

그러니까 눈치를 키워야 한다

척허면 척! 월척을 품어야 한다

편견과 선입견도 눈치코치가 만든 거다

오동잎 하나 지는 걸 보면

천하에 가을이 온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편견과 선입견도 중심만 잡으면

강으로 모여 바다에 다다르고

앞산 뒷산 그러모아 산맥이 된다

올곧은 편견이 우주의 발소리를 듣는다

치우침이 아니라 쏠림이다

사랑은 내 편견의 총합,

처음 네 웃음을 보고

우주에 봄이 왔음을 알았듯

 

*"오동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 사람들 모두 가을이 온 줄 안다(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 청나라 강희제(1654~1722)때 간행된 『御定佩文齋廣群芳譜』에서.

 

'높임말'이라는 시도 같은 맥락에서 별 감흥이 없었다.

'사물'을 높인다는게 물질 숭배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외국 사람이 우리말을 배울때 제일 어려운 것이 '높임말'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사물을 의도적으로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높이고 낮추고, 를 적절히 사용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배우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는 문제인데,

사물이고 사람이고 간에 높임말 자체가 아예 없는 외국어가 낫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듯이 말이다.

 

좋았던 시는 여럿 있지만 그 중 '고양이'가 제일 좋았다.

 

고양이

 

내가 자동차 밑을 좋아하는 까닭은

덩치 큰 것들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지

나를 만나려면 눈을 내리깔고

무릎걸음으로 기어 들어와야 하지

고독을 아는 자는 그늘을 사랑하지

내 몸은 저음을 내쉬는 목관악기

자기 몸을 연주할 줄 안다는 건

어슬렁거릴 특권이 생겼다는 것이지

내가 담장 위를 산보하는 까닭이지

우쭐거리고 싶으면 따라 해 봐

나는 한치 두려움도 흔들림도 없지

내 꿈은 새털구름을 연주하는 것

간혹 발을 들어 구름의 맛을 보지

그러니까 넌 내 친구가 확실해

난 네 가슴속 먹구름의 환한 등짝을 알지

쥐새끼들을 부르르 떨게 할

무시무시한 악보를 협연할 수도 있지

누가 가슴속에다 악기를 넣어 두겠어

스스로 문을 닫고 처박힌 게 아니라

태풍의 눈을 지휘하고 싶은 거지

지금은 속도를 높일 때가 아니라

구름을 깔고 앉아 고독을 정비할때

(언젠가 집앞에서 만난 길냥이 가족)

 

'속도를 높일 때가 아니라, 구름을 깔고 앉아 고독을 정비할때'라니 너무 멋지다.

태풍의 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독의 정점일테니까 말이다.

나도 태풍의 한 가운데서, 홀로 잠잠할 수 있었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쟁점의 한가운데 보다는 적당히 비켜서 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한걸음 떨어져서 지지해주고 지켜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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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5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7-09-05 18:5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음악적 취향의 문제는 아닌것 같습니다.
제가 쇼미더머니까지 챙겨볼 정도로 힙합을 좋아하는걸 보면요.
듣는건 전방위로 듣는데,
배경음악으로 깔리는거 그런게 거북합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음악만 들어도 음악이 겉돌기도 하구요.
가끔은 음악 사이의 정적이랄까, 그런걸 원하게 되더라구요~^^

북다이제스터 2017-09-05 19:44   좋아요 2 | URL
항상 주변 상황보단 내 마음의 상황이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어쩔 수 없죠. 우린 부처가 아니죠. ㅎ
충분히 이해될 뿐 아니라 깊이 공감됩니다. ^^

sslmo 2017-09-06 14:28   좋아요 2 | URL
요즘은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려고 애를 씁니다.
밥을 먹을 때는 밥을 먹는 일에만,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만,
음악을 들을 때도 오르지 음악을 듣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은거죠.
얘기를 할때도 너무 여러사람이랑 말고,
상대방과 오롯하게 하고 싶고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좋아요, 헤에~^_____^

[그장소] 2017-09-06 00:39   좋아요 1 | URL
편견 , 선입견 , ㅡ 일견도 있네요!^^
일견은 지나가는 개일까요 ? ㅎㅎㅎ

간혹 발을 들어 구름의 맛을 본다 ㅡ 제법 귀여워요.
허공에 헛발질하고 노는 녀석들 모습이 눈에 선해서~

덕분에 개와 고양이 잘 들여다 보고 가요!^^

sslmo 2017-09-06 14:34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백문이 불여일견도 있고, 오십견도 있고요~^^

근데, 두마리 다 고양이인데요~?@@

[그장소] 2017-09-07 13:21   좋아요 1 | URL
아하핫 ~ 고양이 녀석 이름만 편견이 , 선입견이 ~ 그랬던 거라고요?

( 아 ... 아래 사진 !!! 저는 쏠림 ㅡ글 속의 견 , 개 ! 와 아래 고양이 시 , 사진 속 고양이 ㅡ 말한건데~ )

sslmo 2017-09-07 22:23   좋아요 1 | URL
아하~, 그렇군요~^^
전 들여다본다셔서 사진을 말씀하시는줄로 알았어요.
역쉬~, 님은 기발해요, 그래서 댓글도 통통 튀는것이겠지만~^^
 
한식의 품격 - 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
이용재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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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박찬일'님은 이 책의 발문을 '당대 음식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일 것이라는 말로 시작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이 책을 훑어봤을땐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재밌고 문제 의식도 겉돌지 않는다고 여겨졌었는데,

주의깊게 읽다보니 논쟁의 여지가 있다.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지만, 난 논쟁이 싫은고로 리뷰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음을 밝힌다~--;

 

책 뒷표지에도 등장하는 박찬일 님의 발문 한구절에는,

'음식과 식당이 주례사 같은 칭송을 버리고 비평의 대상이라는 걸 입증했으며,

그의 비평은 지식과 관점의 논리적 융합이라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고 되어 있다.

이 구절을 보고 호감을 갖게 되었지만~,

 

그런데 한걸음 떨어져 이 책을 보게 되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박찬일 님이 '백년식당' 등 당신의 많은 책에서 언급했던 '우래옥'을 책의 곳곳에서 대놓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나가는 방법도 많이 다르다.

물론 세상에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대표적인 식당을 놓고 의견이 대립되다 보니(물론 이 책에선 박찬일 님의 의견이 언급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뢰감이 반감되었다.

 

난 저기서 말하는 비평이 '남의 잘못을 드러내어 이러쿵저러쿵 좋지 아니하게 말하여 퍼뜨림'이 아니라,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용재 님의 주장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부분적인 것을 전체적인 것인양 일반화하여 전면에 배치한다.

한식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는게 아니라 일단은 한번 비틀어 부정하다 보니,

냉소적이라는 인상은 주지만 전체적인 주제가 자꾸만 모호해 진다.

 

어떤 음식이나 조리법을 가지고 잔뜩 열변을 늘어놓는다.

손맛과 정성이 배제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맛의 짜임새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내겐 어떤 촉매가 없이(손맛과 정성이라는 감성적 매개체 없이)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으로 읽혔다.

 

그렇게 제시하는 조리법은 나을게 없다.

문제점만 잔뜩 나열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일때쯤,

에필로그라고 하여 '한식 발전을 위한 제안 20선'이 등장한다.

암튼 그러하다.

 

결정적으로 나를 혼란에 빠뜨란 이유를 이 사진으로 대신하겠다.

이 사진은 '대한민국 누들로드'라는 2011년에 나온 책 속의 황교익 님 관련 꼭지의 일부이다.

 

'한식의 품격', 이 책에서 '담백함과 슴슴함'을 '인지부조화의 맛'이라고 하며 힘주어 얘기하는데,

황교익 님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다.

책의 출간연도와 '대한민국 누들로드'라는 책에서 인용한 것을 보건대,

이용재 님이 황교익 님을 따옴표 없이 인용한 것 같다.

 

내용이 이상한 부분도 있었고 논리적으로 취약한 부분도 있었다.

 

123쪽의 경우만 하더라도,

지금도 충분히 하나의 맛을 이루는데,

균형과 색채를 위해 태국음식을 모방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또 143쪽 '쓴맛의 활용법'에서,

주로 약용이지만 감초도 있다. 서양에서는 단맛을 아예 곁들이지 않은 감초맛 젤리를 즐겨 먹는다. 말하자면 은단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같은 경우,

감초를 쓴맛으로 분류한 것이 좀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감초라고 하면 '약방의 감초'라고 하는 '단맛'을 지닌 그것을 떠올렸는데,

그리고 이 감초의 경우, 다량으로 장복하게 되면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젤리로 만들어 먹는다고 하니 이 감초와는 다른 종류인가보다.

 

또 351쪽의,

한편 샌프란시스코에는 치오피노(cioppino)라는 수프가 있다. 이름이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이탈리아 음식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조금씩 보태다(chip in)'라는 영어 표현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게 정설이다. 부이야베스의 고향 마르세유처럼, 각자 잡아 조금씩 보탠 해산물(특히 팔 수 없는 것)을 같이 끓여 선착장의 공동 끼니로 삼은 음식이라고 한다.(351쪽)

같은 경우,

샌프란시스코는 1900몇년, 이탈리아 이민자가 정착한 지역으로 알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행한 음식이겠지만,

이탈리아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주로 만들어 먹었을테니 이탈리아 음식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모든 살아있는게 그렇지만,

음식의 역사 또한 인간과 더불어 거슬러 올라가는 근원을 모르게 되면 근본 없이 뚝 떨어진 음식이 되어 버린다.

 

우리는 감정적인 가치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다며 과학과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요리 이론을 얘기하는데,

이용재 님이 쉽게 담그신다는 깍두기만 하더라도,

계절에 따라서 수분의 함량이 다르고,

따라서 레시피대로 뚝딱 담가낼 수는 있으되,

그 오묘한 맛까지 장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러가지 맛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매운 맛은 맛이 아니고 통각이고 고통이라며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한식을 얘기할때 매운 맛을 제외하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목표를 높이 잡는다고 품격이 하루 아침에 고상해지진 않는다.

그보단 현 위치를 파악하고 거기에서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적인 상관 관계를 파악하고 모색해 보는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더하어 우리는 단독적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과 우주의 기운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는 햇볕이나 바람, 비나 눈 따위가 우리가 사는 이 땅과 음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는 나름 거기에 적응을 한다.

사막에선 낙타와 선인장이 생존 방식이고 유목민에겐 목초지와 가축이 생존 전략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서양 요리 이론을 차용하는 것에 반기를 드는 것은,

그게 전통과 습관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런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알고 원하는 한식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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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8-24 15:51   좋아요 3 | URL
저도 미국에 감초사탕이 있다고 들었을 때, 한약재인데, 그렇게 먹어도 되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어요.
먹어본 적이 없어서 더 궁금하더라구요.^^
양철나무꾼님, 여기 비랑 바람이 계속 되고 있어요. 축축한 하루예요.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sslmo 2017-08-24 16:40   좋아요 3 | URL
제가 아는 감초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요.
그렇게 마구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는 거 하나,
거기다가 제가 먹어본 그 감초젤리는 설탕이 들어있는 거였는데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맛이었거든요.
같은 감초인지, 자연 의구심이 생기더라구요~^^

이곳은 하루종일 오락가락이예요.
거세다가 잦아들다가요.
비랑 바람이랑 모두 다요.
축축하지만 많이 젖지는 말자구요, 몸도 마음도~^^

박균호 2017-08-24 16:45   좋아요 2 | URL
책은 잘 모르겠고 문학과지성사 건물 지하에 있는 박찬일 세프 레스토랑 가봤거든요. 맛납디다. ㅎㅎㅎㅎ

sslmo 2017-08-24 16:57   좋아요 2 | URL
전 박찬일 님이 직접 만드신 음식은 못 먹어봤고, ㅋ~.
광화문 몽로 한번 갔다가 자리 없어서 그냥 나온 적 있어요.
암튼 제가 왕. 왕. 왕 애정하는 분이세요.
글도 재밌지만,
토욜아침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라디오 프로에서도 맛나기 이를 데 없죠.

박찬일 님은 셰프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신대요.
주방장이라고 불리우는 걸 좋아하신다죠~^^

어쨌거나 ‘한식의 품격‘ 추천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꾸벅~(__)

박균호 2017-08-24 17:21   좋아요 2 | URL
그 책 장바구니에 넣어놨는데요 ㅎㅎ 재미날 것 겉아요

sslmo 2017-08-24 17:42   좋아요 2 | URL
ㅎ,ㅎ,ㅎ...누가 말리겠어요.
암튼 님 책이나 어여 내주세요.
제가 박찬일 님 만큼 애정해 드릴 수 있습니다~^^

서니데이 2017-09-01 18:53   좋아요 1 | URL
얼마전까지 더웠는데, 갑자기 서늘한 여름을 지나 따뜻한 오후가 있는 9월이 되었어요.
기분 좋은 일들, 행운 가득하고 재미있고 좋은 한 달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금요일 보내세요.^^

2017-09-05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 휴가를 좀 길게 다녀왔다.

계속되는 직장 생활에 소진되는 느낌이었달까?

급기야 좋아하는 책도 재미없고 시큰둥해지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매해 일주일 정도의 휴가와 명절 휴가가 주어지기는 했지만 짧게만 느껴졌고,

그럴수록 더 절실히 긴 휴가를 원했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그럴 형편은 되질 않으니,

'그만 두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았다.

 

보름 정도의 휴가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도 있지만,

나로서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아무 것도 안 하면서,

그렇게 설렁거리고 보냈다.

 

일부러 컴퓨터를 켜지 않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는데,

그동안의 네트워킹으로 인하여 핸드폰으로 이런 저런 알람들이 도착했고,

그러면 습관처럼 트랙백해서 이런 저런 내용들을 살짝 읽곤 했다.

 

컴퓨터를 하지도,

텔레비전을 보지도,

음악을 듣지도,

책을 읽지도 않고,

아무 것도 하지않은 채로 며칠을 지내다 보니,

제일 먼저 책이 고팠다.

아, 나는 책에 중독되어 있었구나.

 

제법 신중하게 여러 권을 들였다.

 

 

 

 

 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박현주'님의 번역이라고 해서 들인 '하우스 프라우'는 그저 그랬다.

박현주 님의 번역을 코멘트할 깜냥이 아니어 주시기도 하지만,

읽었다기 보다는 훑어본 정도라,

박현주 님의 번역이어서 들였다고 하기에 무색하다.

책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주인공 이름이 '안나 카레리나'의 그것과 같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들먹이면 안된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이 책의 리뷰는 제법 되는데, '구매'단추가 없을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이제와서 후회해 뭐해~--;

 

다음,

자기계발서는 좀처럼 안 읽는데,

책표지를 보고 왠지 읽고싶었다.

 

 

 불광불급: 미치려면 미쳐라
 이윤환 지음 / 라온북 /

 2017년 2월

 

책은 이 사람의 그간 과정을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성공을 한걸 보면,

책에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아우라와 파장을 가졌을 것 같다.

여러가지 딴지를 걸 여지는 있지만 꾹 참고,

좋은 기운만 전해받는걸로 하자.

 

'혼불'은 4권까지 읽었고,

여행 중 전주에서 최명희 문학관에도 들렀고,

남원에 혼불 문학관이 있다는 것은 요번에 알게 된 수확이었다.

 

전주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5~6년만에 다시 갔는데,

그대로 인듯하면서도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내가 좋아했던 '인생부동산'도 없어지고,

(원주민을 그대로 놔둘리가 없지~--;)

'알쓸신잡' 경주 편에서 얘기하던 젠트리피케이션이 '전주'라고 비껴가질 않았더라.

 

 

 

 한식의 품격
 이용재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여러 종류의 책을 이렇게 저렇게 교차하여 읽었는데,

뜻하지 않은 수확은 '한식의 품격'이다.

'맛의 원리와 개념으로 쓰는 본격 한식 비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도 재밌고,

문제 의식도 겉돌지 않는다.

 

그동안 논리적인 글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완전 재밌다.

곁에 두고 야금야금 읽으려고 했는데,

밤을 지새우며 폭식으로 끝내게 생겼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

찬바람도 '살랑~' 불어주고,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기운은 좀 가라앉았으니,

이렇게 '지금, 여기'를 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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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6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7-08-17 12:0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더워서 숨이 턱까지 차올랐었는데,
이젠 아침 저녁으로 이불 없으면 썰렁해요.
오늘은 직장에서 오래간만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열었어요~^^

박균호 2017-08-16 18:32   좋아요 0 | URL
한식의 품격 저도 사야겠어요 ㅎ

sslmo 2017-08-17 12:10   좋아요 1 | URL
시작이 라면인데,
이제 냉면으로 넘어갔어요.

아직까지는 잼나게 읽습니다~--;

서니데이 2017-08-16 18:43   좋아요 0 | URL
제목이 어쩐지 전업주부 같은 느낌이었는데, 맞나요.?? 이 책은 스릴러물이예요?? 어쩐지 표지는 불륜 같은 느낌이.^^;

sslmo 2017-08-17 12:17   좋아요 1 | URL
스릴러물은 아니고,
뭐, 여자의 자아찾기...그런 내용인것 같은데,
제가 읽은 바에 의하면 그런 내용으로도 정당성을 찾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대충 읽어서 빼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광고하는 것만큼 야한(?) 것 같지도 않고 말예요, ㅋ~.

거칠게 요약하면 줄거리는 안나 카레리나랑 비슷해요.^^

북다이제스터 2017-08-16 20:47   좋아요 0 | URL
모처럼 보름 간 휴가에 책들과 힐링이 되셨길...^^

sslmo 2017-08-17 12: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꾸벅~(__)


겨울호랑이 2017-08-16 20:59   좋아요 0 | URL
^^: 즐거운 휴가 보내셨군요.. 어느새 시원해진 날이 되었습니다.

sslmo 2017-08-17 12:20   좋아요 1 | URL
네, 엊그제까지 숨이 턱턱 차올랐는데,
큰비가 내리더니 이젠 선선해진것 같습니다~^^

님도 연의 어린이랑 즐거운 휴가 보내셨겠죠?
본가에 다녀오실 예정이랑 페이퍼를 본듯 한데요~^^

2017-08-16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slmo 2017-08-17 12:22   좋아요 0 | URL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는 것도 며칠 지나니까 시큰둥해지더라구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빈둥거리며 보내야겠어요~^^

AgalmA 2017-08-25 04:27   좋아요 0 | URL
책 제목에 ˝미치려면˝, ˝미쳐라˝ 이런 문구 들어가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저 책은 아예 두 개가 다 들어가 있...ㅋㅋㅋ;;; 제가 가진 책 중에 ˝미쳐˝가 들어가 있는 건 이인성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이 유일합니다.
양철나무꾼 님도 ˝미쳐라˝ 문구 별로 안 좋아하실 거 같은데 신중 속에 사신 거 보면 지금 꼭 읽어야 할 필요를 느끼셨나 봅니다.

여유 발랄 한결 같으시네요. 언제 멀리 가셨었나 싶게 :)

sslmo 2017-08-25 13:01   좋아요 1 | URL
200만원인가를 빚 내어 개원을 했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집어든 책인데 역시나 였어요.
고객인 환자를 위하고 배려한다지만,
그 이전에 직원들이나 의료인력에게 걸리는 로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황,
본인은 자수성가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제게는 직원들을 착취하는 악덕병원장으로밖에 안비춰지더군요.
의료법 상 딴지를 걸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었구요.

제목을 제 식으로 함 바꿔봤어요.

미칠려면 혼자 곱게 미쳐라, ㅋㅋㅋㅋ~.
 

1,

'독서의 계절'하면 으레 '가을'이 따라 붙어야겠지만,

진정한 독서의 계절은 '여름'이 아닌가 싶다.

 

그냥 여름도 아니고 요즘처럼 한여름에는,

게다가 나처럼 움직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엉.뚱.족'에게는,

어디 바깥으로 휴가를 간다는 것 자체가 곤욕인지라,

열어 놓은 베란다 창문으로 한줄기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마루에 아무렇게나 배 깔고 누워 책을 읽는 것만한 일이 없다.

 

올여름에도 매번 시작만 하고 끝을 보지못했던 '혼불'이라는 대하소설을 시도하였다.

혼불 1권의 처음 시작은 하도 읽어서 외울 정도이고,

언젠가는 n*******님의 페이퍼 인용구를 보고 그 뒤를 외워 적어내려갈 정도였으니,

여러번 시도는 하였음이 분명하나 중간에 흐지부지가 되고 말았었다.

 

요번에도 1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몇번 집어던지거나 내팽개질뻔 하였다.

대하소설을 제법 읽었으니 내용이 길어서라거나 재미가 없어서는 아닌 것 같고,

나 또한 종갓집 맏며느리인지라 그 기세에 눌려서가 아닐까 싶다.

 

난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청암부인이나 효원처럼 살 수는 없을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책 속에 등장하는 다른 여인네들은 나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마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세월이나 처지를 한탄할 새도 없이 그냥 그렇게 말라죽었을 것 같다.

 

2,

그런데,

오늘 아침 뉴스에서 '박찬주 대장 부인의 공관병 갑질'이라는 기사를 보고는 깜.놀.하고 말았는데,

'혼불'에 나오는 웬만한 시집살이보다 더하더라.

옛날의 시집살이야 시대적 상활과 형편이 그러하니 그렇다치더라도,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행동을 하는걸까.

옛날 시집살이는 시키는 사람이 먼저 알아야 부릴 수 있다고,

모범을 보였었는데,

대장 부인의 그것은 '갑질'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민망한 병적인것 같다.

아들도 있다는데,

대장 부인의 사람을 부리는 방식을 봐서는.

며느리감이 왔다가도 다 도망 갈 것 같은데,

아들은 장가가기도 힘들테니 몽달귀신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음화화화~ㅅ!

 

3,

'혼불'을 사전에서 찾으면 이렇게 나와 있다.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크기는 종발만 하며 맑고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고 한다.

혼불이라고 했을땐 낯설었는데 도깨비불이라고 하니 익숙하다.

얼마전 봤던 텔레비전 드라마 '도깨비'의 푸르딩딩한 화면도 생각나는 것이, ㅋ~.

 

그날밤, 인월댁은 종가의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불덩어리를 보았다. 안채 쪽에서 솟아오른 그 불덩어리는 보름달만큼 크고 투명하였다. 그러나 달보다 더 투명하고 시리어 섬뜩하도록 푸른 빛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청암부인의 혼불이었다.(3권, 107쪽)

 

1권이 지나고 2,3권이 되어도 답답하거나 꿀꿀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이제와 읽으니 1,2권때는 안 보이던 새로운 덕목들이 보인다.

 

만17년동안 쓰인 대작인데 완성을 하지 못한 채로 생을 마감하셨다는데,

그 안에 녹아나는 삶은 아프고 눈물겹지만 아름답다.

결혼과 죽음을 하나의 의식으로 표현해내는 게 그러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들과 사투리를 적재적소에 두루 사용하고,

거기에 운율을 살려 판소리의 가락처럼 여겨지는 것이 그러하다.

 

3권 말미에는 이런 구절도 있다.

 

"내외간의 정이란 것이 열 살 줄에는 몰라서 살고, 스물 줄에는 좋아서 살고 서른 줄에는 정신없이 살고, 마흔 줄에는 못 버려 살고, 쉬흔 줄에는 서로 가여워 살고, 예순 줄에는 등 긁어 줄 사람이 필요해 산다."고 하더라.(3권, 295쪽)

 

이 구절을 한마디로 줄이자면,

'같이 늙어간다' 정도가 아닐까.

 

직접 경험하한게 아니고,

책을 읽고 간접경험을 통해서인데도 이렇게 사무치는걸 보면,

이 작품이 대단하긴 한 것 같다.

 

책을 읽는것만으로도 까닭 모를 분노를 느끼고,

화를 주체할 수 없어하는 걸 보면,

이 책은 여름에 읽기엔 다소 무리이려나?

어디 계절에 관한 문제일까, 마음을 다스리기 나름이겠지~--;

 

'혼불' 다음엔 무엇이 좋을까.

이제 3권을 읽었을 뿐인데, 다음편이 기대되는게 아니라,

다음엔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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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02 21:33   좋아요 0 | URL
《혼불》 완독하시면 다음 작품으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어떻습니까? ^^

sslmo 2017-08-04 09:42   좋아요 0 | URL
케케켁~^^
그렇지 않아도 책표지가 이뻐서리~, ㅋ~.
제겐 아직 7권의 ‘혼불‘이 놓여있습니다.

단발머리 2017-08-02 20:33   좋아요 0 | URL
대단하십니다~~~ 대학다닐 때 학교 도서관에서 한 권씩 대출해가며 읽었던 기억이 어제일처럼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시집살이-몽달귀신 이야기 많이 재미있었어요~~ 웃을 일 아닌데... ㅠㅠ

sslmo 2017-08-04 09:48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전 도서관과는 안 친한거 같아요.
가더라도 공부하는 곳으로만 생각했거나.

이젠 어디 가까운 도서관으로 천가방 들고 마실 다니고 싶어요~^^

전 말 그대로 신혼때,
시골만 내려가면 어머니가 찬밥에 물 말아 먹자시거나 누룽지만 먹자고 하셔서,
하루는 큰맘 먹고 다된 밥에 찬밥을 과감하게 섞어버렸어요.
˝어머니, 똑같이 나눠 먹어요~˝하고.
그때 황망해하시던 어머니 모습을 아직도 기억해요.

전 아마 책 속 시대에 들어가 살라고 하면 못 살고 콱 죽어버릴 것 같아요, ㅋ~.


2017-08-02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4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E-9 2017-08-03 02:29   좋아요 0 | URL
벌써 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저도 1권 읽다가 중간에 나가 떨어졌었죠. 그리고 지금까지 내내 그 상태입니다^^;

sslmo 2017-08-04 09:56   좋아요 0 | URL
헤르메스 님이야 말로 그것보다 더한 장편소설도 척척 읽어내시면서...믿기지가 않습니다~^^
님의 여러 리뷰들을 보면서, 독서목록을 정했던 저인데 말이죠~.
예를 들면 데이워치, 더스크워치, 나이트워치 시리즈나,
밀레니엄이나,
그밖에도 수많은 주옥같은 리뷰들이 있습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벅~(__)

책읽는나무 2017-08-03 06:53   좋아요 0 | URL
전 6권인가?7권인가?에서 읽다가 멈춰버려 늘 다시 1권부터 읽어야겠다!!라고 생각만 해요^^
대하소설 읽으면서 중도 포기하지 않으려면 다른 책들에게 한 눈 팔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구요ㅜㅜ
실은 태백산맥도 6권인가?거기서 멈췄더랬죠~삼국지는 3권??ㅋㅋ
그래도 그 중 다시 시도하고픈 책은 혼불이네요^^
암튼, 응원합니다.완독하시길!!^^

sslmo 2017-08-04 09:59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저도 태백산맥, 아리랑 따윈 읽었는지, 포기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네요~--;
삼국지는 중고딩때, 뭐가 그리 재밌다고 여름이면 빠져지냈던 기억이...

이젠 읽어봐야지 마음은 먹는데,
호흡이 점점 짧아지네요.

더운 여름 어떻게 잘 지내십니까?^^

잠자냥 2017-08-03 15:09   좋아요 0 | URL
다 읽으시면 완전 뿌듯할겁니다! ㅎㅎ

sslmo 2017-08-04 09:59   좋아요 0 | URL
완전 뿌듯함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쇼코 2017-08-12 12:45   좋아요 1 | URL
여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폭염이니까 에어콘님 영접하면 책 읽어야 하고, 가끔 선선해지면 시원하니 책 읽기 좋으니 여름이 짱이네요. ㅎㅎ

그나저나 혼불, 대단하셔요. 대학때는 패기 남치게 대하소설 곧잘 읽었는데 요즘에 사는 게 쪼들려서 이래저래 핑계만 쌓아뒀어요. 그래도 최근에는 토지를 다시 정주행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양철나무꾼님 글 보니 용기가 납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sslmo 2017-08-16 18:02   좋아요 0 | URL
쇼코 님,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여름 휴가를 다녀오느라 댓글에 덧글이 늦었습니다.
토지, 정주행이라 좋은 걸요.
우리 같이 치어 업~해 보는 겁니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