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시인선 101
문태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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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학계라고 해야할까, 시(詩) 판이 하도 시끄러워서,

읽고싶지 않다가도,

이럴때 일수록 시집 한권 읽으며 마음을 달래야겠다 싶어서 펼쳐든 시집이다.

 

제목이 고와서 집어들었고,

'문학동네 시인선 101'이라는데 나름 의미를 부여했다.

 

문태준의 시는 다른 건 기억나는게 없고 '가자미' 정도이다.

오히려 '이영광'의 어느 시집의 해설을 멋드러지게 썼던걸 기억한다.

'죽음을 흠향하는 시인'이라나.

 

그래서,

문태준을 잘 몰라서 이렇게 용감무쌍할 수 있는 거겠지만,

'가자미'때와는 좀 바뀐 것 같다.

시도 표제시인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말고는,

확 잡아 끄는 매력이 없었다.

어찌됐건 그동안 내가 알던 '가자미'란 시 쓰고, 이영광 시집의 해설을 쓰던 그 문태준은 아닌것 같다.

세월이 흘렀으니 바뀔 수도 있는 거겠지.

오히려 그대로이면 고인 물이 되어 썩는 거겠지, 뭐 이런 생각으로 치환해본다.

 

호수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시를 읽는데,

시가 이쁘고 잘 읽히기도 하는데 무슨 뜻인진 잘 모르겠다.

언젠가 읽었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은 다함이 없다'로 시작하는 

'마이클 코넬리'의 '로스트 라이트' 첫구절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시는,

'외할머니의 시외는 소리'였다.

 

외할머니의 시외는 소리

 

 내 어릴 적 어느 날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노랗게 익은 뭉뚝한 노각을 따서 밭에서 막 돌아오셨을 때였습니다

 누나가 빨랫줄에 널어놓은 헐렁하고 지루하고 긴 여름을 걷어 안고 있을 때였습니다

 외할머니는 가슴속에서 맑고 푸르게 차오른 천수(泉水)를 떠내셨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등지고 곡식을 까부르듯이 키로 곡식을 까부르듯이 시를 외셨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외할머니의 밭에 자라 오르던 보리순 같은 노래였습니다

 나는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가 울렁출렁하며 마당을 지나 삽작을 나서 뒷산으로 앞개울로 골목으로 하늘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석류꽃이 피어 있었고 뻐꾸기가 울고 있었고 저녁때의 햇빛이 부근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시를 절반쯤 외시곤 당신의 등 뒤에 낯선 누군가가 얄궂게 우뚝 서 있기라도 했을 때처럼 소스라치시며

 남세스러워라,남세스러워라

 당신이 왼 시의 노래를 너른 치마에 주섬주섬 주워 담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를 몰래 들은 어머니와 누나와 석류꽃과 뻐꾸기와 햇빛과 내가 외할머니의 치마에 그만 함께 폭 싸였습니다

 

해설을 보니 내겐 '7번국도-등명이라는 곳'으로 기억되는 '이홍섭'님이다.

시보다 해설이 더 쉽게 읽히는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인의 말'이 제일 앞에, 제일 멋지게 등장한다.

 

새봄이 앞에 있으니 좋다.

한파를 겪은 생명들에게 그러하듯이.

 

시가 누군가에게 가서 질문하고 또 구하는 일이 있다면

새벽의 신성과 벽 같은 고독과 높은 기다림과 꽃의 입맞춤과

자애의 넓음과 내일의 약속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게 올 봄도 함께 나누웠으면 한다.

 

다시 첫마음으로 돌아가서

세계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는다.

아니, 세계는 노동한다.

 

여름 장맛비 같은 봄비가 내린다.

언땅을 녹이고 새싹을 올리는 봄비이다.

오래간만에 메마른 마음도 말랑말랑하게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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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2-28 21:3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 비도오니까 시집 ... 그러고 싶은데 요즘은 시도 ... 에잇!! ㅎㅎㅎ 3월 멋지게 맞으세요! ^^

sslmo 2018-03-09 17:09   좋아요 1 | URL
덧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3월을 좀 바쁘게 맞고 있습니다.
이 봄 아프신데는 없으신지요?
몸도 마음도 강건하시길~^^

[그장소] 2018-03-09 22:04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도 건강한 3월의 날들 보내고 계신거죠?^^
비 온 후 ~ 개인 닐들처럼요! 오늘도 굿굿한 날되세요!^^

책읽는나무 2018-02-28 22:50   좋아요 2 | URL
시집 그닥 즐겨 읽지 않았지만,언제고...시가 좀 땡기는 날이 문득 생겼었죠.
헌데 하~~~~~남자들이 쓴 시집은 읽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하다가..... 또 진짜 시인들은 가슴 아픈 피해를 보겠구나!!!싶은게...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랄까요?

이제 이곳은 제법 비가 그쳐가는 듯 합니다...내일은 해가 짠!! 하겠죠?^^

sslmo 2018-03-09 17:15   좋아요 1 | URL
이 시집을 읽고 리뷰를 썼을 때의 그 ‘필‘로다가 댓글에 덧글을 달아야 하는데,
너무 오래간만이라 느낌이 살아나지 않아요~--;

전 시집을 종종 읽는데,
이 시집은 뭐랄까, 좀 밍밍하고 심심했어요.
하지만, 뭐 도드라지고 버라이어티 해야만 하는건 아니죠.
이런 시집을 읽고 싶은 날도 있는것이구요.

전 시인들의 그것에 대해 뭐라고 코멘트를 하기가 힘든데,
박진성 님 같은 경우를 보게 되면,
더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꽃샘추위라고 좀 쌀쌀한데,
이 꽃샘추위도 꽃이 피면 사라지겠죠?^^
님도, 댁에도, 감기 조심하시구요~^^

서니데이 2018-03-01 17:50   좋아요 2 | URL
어제는 비가,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추운 날이예요.
그래도 3월입니다.
즐거운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셨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님, 좋은하루되세요.^^

sslmo 2018-03-09 17:1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반가워요.
늘 이렇게 따뜻하고 애정어린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
이렇게 꽃이 피느라 추운 날들도...지나가겠죠?
님네 다육이들은 잘 지내나요?^^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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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글 재밌게 잘쓴다.

이 책이 잡문으로 분류되는 거 같은데,

이런 종류의 잡문집이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보통 잡문집이라고 하면 개인의 느낌이나 감정선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거기다가 과학과 논리를 장착했다.

그러니 글이 힘이 세진다.

 

어디에서 읽은 구절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 어디에선가 읽은 구절일수도 있는데,

시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삶에 대한 사랑을 받아내는 그릇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런 구절이었다.

 

과학도 마찬가지 아닐까.

과학이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삶에 적용시킬 수 있고,

삶 속에서 화학변화를 일으킬때, 그 의미를 갖는다.

 

이분의 책도 그러한 것 같다.

책이란게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듯,

이 책도 과학 뿐만이 아니라,

정치, 소설 음악 등 우리들의 삶 전반에 거쳐서 중의적으로 아우른다.

 

그러면서 털보관장님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 제목을 달고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의 이런 제목이 가장 쉽게 이해되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세차운동과 우주의 좌표가 빠진 별자리 이야기는 그냥 신화다. 신화만 이야기하면서 과학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일화만 얘기하고서 부력을 설명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과학의 대중화란 어렵다는 이유로 본질적인 빼고 주변 일화를 설명하는 게 아니다. 본질에 접근하는 수준에서 문화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대중화다.

  별자리는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천문학과에서는 별자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별자리는 어린이를 과학으로 인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별자리 교육이 느닷없느냐 의미가 있느냐는 얼마나 과학적인 내용을 담느냐에 달려 있다. 그저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고 해서 과학 대중화 운동은 아닌 것이다.(240쪽)

 

이 책이 멋진건 이런 구절때문이다.

재미있을뿐 더러, 과학 외적의 것들과 연결하여 힘이 세진다.

 

특히 옥타비아 바틀러를 얘기하면서 타임슬립을 얘기하다가 백남기 농민을 얘기하는 부분에선,

글이 점점 단단해져서 백남기 농민을 지지하는 무기가 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백남기 농민은 내가 다섯 살이던 1968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박정희 독재에 맞서 유신 철폐 시위를 주도하다가 무기정학 처분을 받고 수도원에서 수사 생활을 했다. 내가 고등학교2학년이던 1980년에 대학에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았지만 전두환 휘하의 계엄군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내가 쉰세 살이던 2015년 11월 4일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317일간의 의식불명 상태를 겪은 후 2016년 9월 25일 오후 소천하였다.(159쪽)

 

그렇다고 글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똑 떨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격돌을 애기하면서,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았던 이세돌에게 위안을 받은 것이다. 이세돌의 품성에서 우리 인류는 인공지능에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것이다.(47쪽)

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적인 감성을 폭폭 뿜어낼 때도 있다.

 

암튼 이런 책이 좋다.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뿐더러 생각할 거리도 제공한다.

재미있는 건 덤이다.

내가 그동안 읽던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서 단연코 으뜸이다.

 

 

이건 책이랑 관련없는 얘긴데,

좋아하는 알라딘 이웃, 의 글이 뜸하길래 안부인사차 몇 자 끄적이다가

죠지의 보트에 미쳐있다고 했더니,

아, 글쎄~--;

죠지의 boat를 모르는지,


죠지의 ‘보트‘는 뭡니까ㅎㅎ
각자 바쁘게 재밌게 살고 있네요ㅎ

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죠지의 boat를 모르다니,

모를 수 있는건데,

그동안 모든 공감의 추억들은 까먹은 듯이,

호자 서럽고도 아쉽다.

 

계절을 좀 거스르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참 좋은 곡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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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3-15 13:23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또 투잡 하느라 정신없지만 ^^ 읽고 싶은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 왠지 저도 같이 조금은 더 단단해질 것도 같고, 위로받을 것도 같은 책이에요. 제목이 참 호감간다니까요~! 올려주신 음악을 들으면서 댓글 중~

2018-03-15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5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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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읽었다.

이 책은,

3개의 직선으로 9개의 점을 다 지나가게 그리는 것처럼 사유를 확장시킬 수 있게 해준다는 부분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줄거리라고 해야 할까, 사건의 전개가 점점 커지다가 어느 시점에서 급하게 마무리 되고 작아지는게 느껴지는데,

그게 4권이다.

고백하자면 이탈리아의 역사는 차치하고서라도 공산주의, 사회주의 따위의 이념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불리워지는 이런 개념들과 이탈리아의 그것들은 차이가 나는 것인지,

나는 이러한 용어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게다가 페미니즘 관련 부분에서도 급 소심해지고 말았다.

 

책에 관해서만 얘기하자면,

난 이 책의 어느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너무 가난해서 불편했는데,

그 가난이 지엽적인 것이어서 더 불편했다.

성적으로 너무 자유분망한 것도 부담스러웠고,

지독한 가난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는 어려운 수학공식마냥 외우기는 했어도 증명을 해보이지 못 하는 것처럼,

읽기는 하였으나 이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책을 읽든 쉽게 몰입을 하고,

쉽게 눈물을 흘리고 하여 수도꼭지라는 별명을 달고사는 나인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딱 한번 울었는데,

그게 4권이었나, 프랑코 부분에서 였다.

어느 누구 한사람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줄거리를 두드러지게 하기 위하여 슬픔이나 어두움 따위를 과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다 읽은 후 더 확고하게,

소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담담히 적어내려간 것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소설이라면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최명희의 '혼불'처럼 이야기를 장황하게 벌여놓기만 하고 마무리를 급조하였으나,

그게 '끝'은 아니다.

이 얘기도, 그 후의 삶은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또 다른 얘기들이 나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번역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외국소설들을 읽고 감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인데,

이 책은 몰라서 빠져들 수 없었고,

아직 진행 중이어서 열린 결말이기 때문에 감동을 즐길 사이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이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고지식한 삶을 살아왔고,

때문에 그런 사고방식이 은연중에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다 읽어냈다.

심적으로 많이 불편해서 재미있었다고 하긴 힘들지만 의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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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3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3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3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3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2-23 16:40   좋아요 1 | URL
문학 작품 이해에는 그 나라 또는 민족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농담이나 유머를 공감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 읽기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요즘 이웃분들께서 나폴리 4부작을 많이 읽고 계시는데 많이 부럽습니다.^^:

sslmo 2018-02-24 10:00   좋아요 1 | URL
그동안 이태리 하면 잘생긴(?) 조각같은 외모의 사람들, 피자와 스파게티, 지중해 연안,
내가 좋아했던 장르소설 ‘몰타의 매‘정도만 생각날 뿐이었습니다.
아, 또 이태리에는 없다는 이태리 타올도요, ㅋ~.
요번 소설을 읽으면서,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한 이탈리아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좀 많이 부족하다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작품 속에서 성적으로도, 폭력에 대해서 자유분망한 것들이,
너무 불편해서,
공부를 하다가 또 접하게 되고,
그리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오류가 생기는 건 아닐까,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4권을 합치면 엄청난 두께의 책을 읽은게 많이 대견한 책읽기였습니다~^^

책읽는나무 2018-02-23 19:06   좋아요 2 | URL
오호~다 읽으셨네요?^^
전 아직 2권에서 헤매고 있습니다.다른 책들과 겹쳐 읽느라요!!
저는 이탈리아 역사를 잘 몰라서인지? 그런부분에서 명쾌한 설명이 없으니 헷갈려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나?문득 그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리고...시대상으로 우리나라나 이탈리아나 그 시절 남자가 여자에게 가해지는 가정폭력을 못본척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비슷했구나!!싶은 마음이...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무겁게 하는지? 책을 좀 더디게 읽게 되더군요.
1권은 재미나서 몰입했는데 2권부터는 읽을수록 재미보다도 좀 충격이 가해지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읽고 나면 굉장히 인상적인 독서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무꾼님의 리뷰를 읽어 보니 시이소오님의 끝나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쓴 글이 생각 나네요.
결말이 그렇겠군요....어쨌든 빨리 다 읽고 싶어지네요^^

sslmo 2018-02-24 10:12   좋아요 0 | URL
중간에서 잠시 주춤하시는 분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전 님이 말씀하시는게 어떤 것들인지 알 수 있겠고,
백프로, 이백프로 공감할 수 있겠는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격하게 동조할 수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을 지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님이나 저나 여자여서 성적인 부분 내지는 가정내 폭력 따위 앞에서 저항심이랄까, 반발이 생기는 걸 어쩔 수 없더라구요.
님 말씀처럼 점점 더 충격적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 충격이 소설이기보단 실제에 가까워서, 우리의 예측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 열광내지는 흥분할 수 있었던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독서였으나,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않은 독서체험이었습니다~--;
 

설 명절 전에 책을 덩치로 사들였다.

시작은 '나폴리 4부작'이었다.

4부작의 첫 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를 들이면서,

명절에 이어 읽을 책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4권을 차례로 주문했다.

관심을 가졌던 여러권을 끼워서 주문하는 식으로 말이다.

 

 

 

 

악당 7년
김의성.지승호 지음 /

안나푸르나 / 2018년 2월

 

책탑 중 처음 관심을 갖고 들춰본 것은,

지승호와 김의성의 인터뷰집인 '악당7년'이었다.

프롤로그를 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두서없던 이야기들을 묘하게 말이 되게 연결한 그 솜씨에 또 놀랐다.말이란 것은 것은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고, 오해의 소지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능한 한 손대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인터뷰를 옮기려 한 지승호의 의도를 짐작하기에, 부끄럽고 두렵지만 가감 없이 그대로 책으로내는 것에 동의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한 손대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라는 구절이 와닿았다.

이게 '지승호의 의도'이기도 할테지만,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이기도 할것이다.

 

인터뷰 집을 읽는 이유는 이렇지만 소설은 어떠할까?

내 고민을 엿보기라도 한듯,

'한길사' 홈페이지에 가보니 '엘레나 페란테'와의 서면 인터뷰가 있다.

일부분을 발췌해 왔다.

친구와 연인, 가족 사이에 욕설이 오가고, 폭력, 섹스, 불륜 장면도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대목은 ‘막장 드라마’ 같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시시콜콜 쓴 것은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저는 독자들이 소설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제가 알고 있는 기술을 총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 속에 들어오면 독자들은 잘 만든 대중소설에서 나올 법하다고 기대했던 예상이 모두 빗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요. 저는 ‘진짜’에 관심이 있지 진짜와 유사한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독자들을 잠들게 하지 않고 소설가로서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을 존경합니다. 소설이 정말로 생명력을 잃는 것은 독자가 생명력을 잃을 때입니다.

 

나는 소설에 관해선,

'저는 ‘진짜’에 관심이 있지 진짜와 유사한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라는 부분에 동의하기 힘든데,

소설은 이 부분을 '그럴듯한' 한 단어로 축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생하고, 진짜 같고, 그럴듯하면 충분한 것이지,

그게 꼭 '진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만약 '진짜'라면 우린 그걸 소설이라고 부를 필요 없이,

자서전 내지는 전기라고 부르면 될테니까 말이다.

 

이 부분이 이 책이 불편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이 책이 열광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떡떡 숨이 막히고 욕지기가 나서 읽기가 버거웠는데,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 책을 놓기가 힘들었는데,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라면,

누군가는 이런 삶을 진짜로 살았다면,

얼마나 지난했을까?

어쩜 이것이 엘레나 페란테가 전면에 자신을 내세울 수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암튼 나는 명절 연휴를 할애해가며 '나폴리4부작'을 읽었다.

1권 '나의 누부신 친구'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불편했고,

3권까지 읽기를 마친 지금 숨고르기가 필요할 것 같다.

 

번역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아님 편집의 실수라고 해야 할까,

깔끔하지는 않다.

큰 틀에서의 번역은 완벽하지만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의 사사로운 실수들 말이다.

 

 

 

 

 

 

 

내 어머니의 아버지는 건축 공사를 하다가 건물 아래로 떨어져 죽었고

알프레도 펠루소 아저씨의 아버지는...(1권, 33쪽)

아무래도 아랫줄과의 운율을 맞추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어머니의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이다.

 

우리 가족은 3층, 그녀(멜리나)는 4층에 살았다.(1권, 41쪽 8째줄)

처음에는 멜리나네 집의 위층인 건물 4층 꼭대기 층에 살던 도나토 사라토레 아저씨(1권, 41쪽 24째줄)

 

멜리나가 4층에 살았으니,

멜리나네 집 위층이면 5층이 되어야하고,

4층건물의 꼭대기가 옥상을 이르는 것이라면 옥탑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번역이라면 혼란스럽다.

 

1958년 12월 31일, 그 다음장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하면서 섣달 그믐날 밤이란 표현을 하는데,(113쪽,115쪽)

이 또한 적당한 표현은 아니다.

12월 31일은 양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을 얘기하지만,

섣달 그믐날이란 표현은 음력이니까 말이다.

 

 

 

 

 

 

 

 

아직 4권을 남겨두고 있지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란 제목만 보고 4권의 내용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짐작대로 펼쳐진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것도 같다.

 

여러 사람들이 열광을 한 코드가 뭔지 알겠지만,

내가 몰입할 수 없었던 바로 그 코드이기도 하다.

이태리 역사를 알면 좀 달라질 수도 있으려나?

개인적으로 엘리나 페란테 보다는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을 추천하고 싶다.

훨씬 우아하고 깊이도 있으며,

무엇보다 재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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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ology 2018-02-20 18:20   좋아요 1 | URL
나폴리 4부작은 2권을 도서관에서 일단 빌려왔는데 명절때 못 들고가서 읽지를 못했네요. 혹시나 스포일러가 있을까 무서워하며 페이퍼를 보았습니다. 켄폴릿의 20세기 3부작..이란 것도 알고갑니다.

sslmo 2018-02-21 10:0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댓글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전 리뷰고 페이퍼고 그때 그때 기분을 따라서 휘리릭 써내려 가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피한다고는 하나,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ㅠ.ㅠ
그런데 ‘나폴리 4부작‘ 같은 경우는 워낙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하게 흘러가버려서,
살짝 스포일러가 나와도 책을 읽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님도 어여 페란테 열풍에 빠져 보시길~^^

프레이야 2018-02-21 09:45   좋아요 1 | URL
참고 있는데 점점 지름신이 더욱 가까이 옵니다. 나폴리 4부작.ㅎㅎ
진짜 새해가 밝았네요. 으샤!!

sslmo 2018-02-21 10:04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처럼 문화 예술계 분들과 교류가 활발하고 직접 글을 쓰시는 분은,
더 재밌게 읽으실 수 있으실 듯.
재미만 따라 가기엔 전 이러저러한 이유로 어려운 책이랍니다~--;

제가 개띠인데, ㅋ~.
황금 개띠해래요.
더 으싸 으샤하게 되는 거 있죠~^^

알케 2018-02-21 16:25   좋아요 1 | URL
지승호씨 여전히 글 쓰는군요. 요란했던 우울의 포즈만 기억나서...아이고 ㅜ
4부작 재미있겠네요. 저는 요즘 과학책에 꽂혀서 아주 그냥...ㅎ

2018-02-21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2-23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나폴리 시리즈에 열광이 안되어서 1권만 읽고 중단한 상태예요...

sslmo 2018-02-23 14:28   좋아요 0 | URL
열광이 안 된다는 부분, 충분히 공감합니다.
4권까지 다 읽은 지금, 읽어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나는 달에 갈 거다 푸르른 숲
엘리 테리 지음, 이은숙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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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간만에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책을 읽었다.

마치 내가 고양이가 된듯 낮게 엎드려 누워 기분 좋은 듯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책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초등학교는 남녀공학을 나왔지만,

그때는 남녀 사이의 말랑말랑한 감정을 잘 몰랐었고,

(나는 아무래도 또래보다 늦었던것 같다.)

중ㆍ고등학교는 여학교를 나온대다가,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부류여서,

주변에 동요하지 않고 공부만 하면서 보냈던 학창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ㆍ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어서 였겠지만,

그렇게 재미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이 로맨스소설에 열을 올리던 그 시절에도 나는 무협지라고 불리는 장르소설을 읽었던 터라,

참으로 오래간만에 청소년 대상의 책을 읽었고,

그들의 사랑얘기가 너무나도 예쁘고 대견해서,

읽는 내내 분홍분홍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투렛증후군이란걸 접하게 됐는데,

이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광수가 연기하던 그 '뚜렛증후군'이었다.

틱장애와 비슷한 것이라고 해서, 그런 것인가보다 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틱장애와는 약간 다르다.

유전적인 요인, 뇌 이상, 출산시 뇌의 감염 등이 주요원인이란다.

어쩌면 우리가 '틱'이라고 알고 있는 가벼운 것들은 일종의 버릇이고,

이런 유전적인 것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투렛증후군에 걸리면 '시도 때도 없이 괴상한 몸짓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단다.

게다가 매번 남자친구를 갈아치우는 엄마 때문에 학교에 적응할 새도 없이 전학을 다니게 되고,

그런 캘리에게 친구가 없다.

그런 그녀에게 학생회장까지 하는 멋진 진송(중국계)이 다가와서 친구가 된다.

 

이 책이 아름다운 건,

젊은날(=청소년)의 사랑을 담고 있어서도,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를 해서도 아니다.

이 책이 아름다운 건,

자신의 장애를 직시하고,

병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든지 아이이든지, 청소년인든지 간에,

이름 붙일 수 없어서 그렇지,

누구나 자신만의 장애를 끌어안고,

거기에 침잠해버리곤 한다.

 

때론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

장애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

 

이런 구절은 통통 튀는 것이 예뻤다.

 

한무리의 아이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어디론가

급히 가느라

책가방이

엉덩이 위에서 통통 튄다.(84쪽)

 

어릴적 친구였던 베아트리스는 캘리를 따돌린다.

하지만 캘리는 그런 베아트리스를 이해하고 용서한다.

 

'베아트리스'라는 시를 보면 캘리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베아트리스

 

떠나버리고

남겨지고

버림받고

포기해 버리고.

 

분명히 엄마는 내게 적절치 않은 충고를 했고,

엄마의 데이트 결정은

내 삶을 망쳐 놓았지만,

그래도 엄마는 나와 지지고 볶고 있다.

 

적어도 나는 엄마가 있다.

(266쪽)

 

 

 

암튼 캘리는 달에 가는 열세번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캘리가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나는 칼리오폐 준.

달까지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

그곳엔 나를 비웃거나,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팔불출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겠지

 

물론 그렇겠지만,

그녀와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고,

적어도 대화를 나눌 사람도 그곳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달에 날아갈 때 쯤이면,

아마 달나라 여행이 패키지 상품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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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2-09 06:47   좋아요 0 | URL
모두 달에 보내 버리고 저는 지구에서 달을 볼래요 . ㅎㅎㅎ 혼자 남아도 좋을 거 같아~ ㅋㅎㅎㅎ
달에 가면 , 달에 가버리면 내 등뒤는 누가 따라오나요 ... 그럼 , 슬플거 같아 . 하핫~
참 ! 배웅을 할게요~!! 그래도 되겠죠~^^?

sslmo 2018-02-09 09:18   좋아요 1 | URL
역쉬 [그장소]님은 재기발랄한 댓글이 일품이죠.
여기서 달나라는 제가 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 책의 주인공 칼리오페 준=캘리가 자신에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에게서 탈출구로 생각한 곳이예요.
그래도 혼자가면 심심할테니까 말동무 몇 사람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달을 바라보며 저 달에 내가 배웅한 누군가가 있다 생각하는 것도 운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8-02-09 12:08   좋아요 1 | URL
ㅎㅎ저는 열네번째 응원자가 되서 달을 , 양철나무꾼 님이랑 나란히 볼게요!^^ 흐흣~

북극곰 2018-02-09 10:31   좋아요 2 | URL
나무꾼 님의 리뷰를 읽으니 되려 제 맘이 말랑말랑, 따땃~해집니다. 고마워요~ ^^

갤리가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 그런지 막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고, 적어도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게 되어 다행이에요.

달나라 패키지 매력적이네요, 하지만 저는 우주선 타는 거 무서워서 지구에서.. ㅎㅎ

sslmo 2018-02-10 09:53   좋아요 0 | URL
책이 완전 좋아서, 제 리뷰가 말랑말랑 따땃~해진것 같습니다.

님도 저랑 [그장소]님 곁에 따악 붙어서,
지구에서 바라보며 응원하자구요~^^

서니데이 2018-02-15 15:4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slmo 2018-02-20 17: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즐거운 설 명절 보내셨어요?
명절 지나고 날이 춥지 않아서 살만해요.
이렇게 이렇게 봄이 오려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