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윈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8 링컨 라임 시리즈 8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읽다보면,'그리니치 빌리지'가 나온다. 

이 '그리니치 빌리지'의 좁은 골목길들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가난한 화가지망생들을 등장시킨다.
길의 너비가 좁고 파리의 뒷골목과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어,
아메리카의 보헤미안으로 불리우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마지막잎새가 씌여질 당시와는 다르게 지금은 고급주택가가 자리잡고 있단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한 여인이 살해당하고 그녀가 구입한 미술품이 도난당한다.
그리고 '링컨 라임'의 사촌'아서 라임'이 살인 누명을 쓰게 되는 것으로 얘기는 시작된다. 
'링컨 라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촌 '아서 라임'의 이런 상황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난 이 책을 <잠자는 인형>의 여새를 몰아 읽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지만,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곳곳에 등장한다.  

우선,내용이 그렇다.
넷상에 집을 짓고 사는 우리들이라면 누구든 등골이 서늘해지는 오싹함을 느낄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개연성있다.  
그러다보니,책에 집중을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인터넷에 하나 이상의 집을 짓고 사는 우리가,우리의 신상 정보를 어느 정도 오픈해도 되는걸까?
간혹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노출하게 되는 우리의 일상을 이대로 방치해 두어도 좋은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이곳 알라딘서재에서 형성된 표면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도 사람을 유추하고 형상화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잘 이용하면 고객관리가 되지만,잘못하면 사생활 침해와 범죄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컬 하지만,
이곳 알라딘의 '마이알라딘'이라고 했던 취향을 파악하는 기능이 실수 연발인게 다행스러웠다.
보관함에 들어 있다는 할인도서 안내의 경우,이미 장바구니로 옮겨가 구입을 한 경우도 있다,에효~ㅠ.ㅠ 
난,이런 실수가 애교스럽다.)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정보를,
병원이나 상담센터랑 연계되는 게 아니라,장의사랑 연결한다는 것이었다.

몰입을 방해했던 또 하나의 요인은 편집과 번역의 문제였는데,
'뭐가 잘못됐는데?''어느 부분이 틀렸는데...?"하고 종주먹을 들이대면 뭐라고 할말은 없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어법이 틀린 곳 몇 군데 짚어낼 수는 있지만,다른 번역서들도 이 정도의 실수는 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읽고 있다보면 정서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것이랑 많이 틀려서 엇도는 톱니바퀴 같아 껄끄러운 부분은 짚고 넘어 가야 겠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얘기의 발단은 '링컨 라임'의 사촌 '아서 라임'이 살인누명을 쓰는 것이다. 

링컨 라임 뿐만 아니라,그의 아버지,삼촌,사촌,심지어 사촌 아서 라임의 처 주디조차도 성,패밀리 네임은 '라임'이 라는 것을 상기해 주시기 바란다. 
책에서 라임이라고 하는데,이게 어느 라임을 얘기하는 건지 전후문맥을 한참 따져들어가야 하는데,이러다 보면 맥이 끊긴다.
원작에서  라임이라고 성을 사용했는지,he나 she등의 인칭대명사를 사용한건지 모르겠으나,
이쯤되면 풀 네임으로 번역하던지 링컨 라임의 경우도 통일하여 링컨이라고 이름을 불러줘야 하지 않았을까? 

84쪽의,'형제들과의 터울 때문에 외톨이였던 아서와 라임은 늘 붙어다녔다.'라는 문장의 경우,
위에도 해당되는 얘기지만,
문장만 놓고 봤을때,형제들과의 터울 때문에 외톨이였던 사람이 아서와 라임 둘 다 인것 같다.
바로 뒤에,'로버트와 마리는 아서보다 상당히 나이가 많았고,링컨은 외아들이었다.'라는 문장이 연결되는 걸로 미루어,
'형제들과의 터울 때문에 외톨이였던 아서 링컨 늘 붙어다녔다'가 적절하지 않을까?

이렇게 중간 중간 맥이 끊기는데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만의 섬세함과 리듬감을 십분 살리는 멋지구리한 말들을 쏟아내 독자를 황홀하게 한다.
''왈츠'추듯이 도주한 인물이었다.'(19쪽) 
'좀스럽게 구는 것은 그 자체가 알코올처럼 중독성이 있다.'(23쪽) 
급기야 '라임은 장거리달리기의 서정성과 우아함이 좋았다(83쪽)'라는 설명으로 독자들의 마음 속에 작가뿐만 아니라 라임도 매력남으로 등극시킬 수 있게 한다.

199쪽에서 아멜리아 색스가 펠에게 하는 말을 통하여,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은 너라고 이야기해.그리고 너한테도 같은 걸 바란다고 해.우리한테는 중요한 뭔가가 있다,서로 마음이 통한다,그런 관계는 흔치 않다.이렇게 말해." 
... 
"아니,그건 안 돼요." 
"아니,내 얘기는 그렇게 말하라는 거야.네가 그러면 나도 다른 사람을 만날 거라고.그 애도 양쪽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잖아."  
... 
"그래,허풍이 통하지 않으면 난감하겠지..."

 328쪽에선 링컨라임이 신참 형사에게 하는 충고의 형태로,

"명심해.사람들은 자네를 여러가지 방식으로 괴롭힐 수 있어.그 사람들이 자네가 모르는 걸 알고 있다고 해서 그쪽이 옳고 자네가 그른 건 아니야.중요한 건 이거야,일을 좀 더 잘하기 위해서 그걸 꼭 아알아야 하는가?그렇다면 배워야지.그렇지 않다면 그건 다눈히 사람을 산만하게 할 뿐이야.집어치워." 

이들의 쿨함을 형상화 시킨다. 

148쪽에선,

범행현장을 수색할 때는 감정이입이 필요하며,그래야 범인가 피해자가 경험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랬다.그것이 현장을 좀 더 잘 이해하고 놓칠지도 모를 증거물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 
색스는 범죄의 끔찍함에 무감각해지지 않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현장에 갔을 때 그리고 그 이후에도 항상 그 끔찍함을 느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심장이 단단해지면 우리가 뒤쫒는 사람들 속의 어두운 세계로 이끌려가게 된다고 색스는 말했다.반면 라임은 최대한 냉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비극적인 현실을 한쪽으로 차갑게 밀어놓아야만 최대한 좋은경찰이 될 수 있으며,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를 비극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색스와 라임의 견해차를 그대로 보여주어,
독자로 하여금 색스의 입장에서 또는 라임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감정이입의 장치도 적절히 마련해 놓는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기서 자신의 생각과 조율을 하게 되고,편한한 안정에 도달할 수도 있다. 

182쪽의,
'뉴욕에서는 사실상 익명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쉽다...이곳에서는 남의 눈에 띄기 위해서 싸워야 한다.'
같은 문장은 우리의 일상과 시선으로 읽었을 때와는 달리,
범죄자의 입장에선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한...생각의 여지가 있다.

185쪽의,
' 모든 소장품이 왕관에 박힌 보석이 될 수는 없는 법.특별 수집품이 빛을 발하려면 평범한 물건도 있어야 한다.'
는 182쪽의 연장선 상에서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고,

388쪽의,
"...애들이 태어날 때 사용안내서가 딸려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인간이 로봇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충고를 꼭 해주고 싶었다.

527쪽의,

"난 너하고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았어.처음에는 친구라고 생각했어.하지만 넌 다른 사람들과 달랐어.내안의 뭔가에 불을 붙여 주었지.넌 물론 아름다워.하지만 넌 음,넌 휘트먼과 같아.판에 박히지 않고,시적이고,너 나름의 방식대로 시인이야."

같은 부분은 잘 외워뒀다,작업 멘트로 사용해야겠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해야할까,범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보헤미안 같은 영혼의 소유자다. 
장소나 배경설정과도 맞물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이것이 '제프리 디버'형님만의 매력이다.
마이클 코넬리의<허수아비>에서도 보면 '안젤라 쿡'인가 하는 여자도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을 노출했다가 죽었다는 걸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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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3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3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3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4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03 18:05   좋아요 0 | URL
양철 나무꾼님... 그대를 지름신으로 이끄는 요주의 인물로 명명하노라~ ^^

sslmo 2010-08-04 01:07   좋아요 0 | URL
마고님과 비슷한 코드의 책,아직 몇권 더 남았는데...
리뷰를 올릴까요,말까요?^^

저절로 2010-08-05 11:34   좋아요 0 | URL
올려요 올려!!!

sslmo 2010-08-05 16:41   좋아요 0 | URL
그래 볼까요?(불끈~!)

쟈니 2010-08-05 13:23   좋아요 0 | URL
어. 링컨라임 시리즈 중 코핀 댄서를 회사 동료가 읽고있던데, 함 읽어봐야겠네요!

sslmo 2010-08-05 16:42   좋아요 0 | URL
코핀댄서도 죽음이죠~^^
 

공들였던 <마리 리뷰대회>이벤트에서 물먹었다. 

내가 마음산책을 알게 된 건,<나의 책사용법>관련 이벤트가 시작이었다. 
나의 책사용법을 올리러 블로그에 갔다가 <마리 리뷰>이벤트를 발견하고,
1등 상금 50만원에 혹해(3등만 돼도 5만원~)
한동안 마리 여사를 열심히 읽고 리뷰도 작성하고 했다. 

읽은 책들,

 

 

 

 

이벤트 종료 후 특별한 심사위원을 초빙한다고 하길래,속으로 '고종석'을 점찍었었다. 
고종석의 <여자들>에서 마리 예찬을 읽었던터라,고종석이 심사위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결과적으로 '고종석'심사위원이었고,나는 물먹었다.






'글은 남고 말은 날아간다'는 속담이 가리키듯,통역사의 노동은 대개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그것은 허공으로 사라진다.반면에 번역가의 노동은 기록으로 남는다.기록으로 남지 않는 자신의 노동을 보상하기 위해 요네하라 마리는 문필가가 됐는지도 모른다. 
                                 -'고종석'의 <여자들>중에서-



<올가의 반어법>은 옛날에 읽었고,<발명마니아>를 가지고 있었지만...
<마리 리뷰>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우선 순위가 한참 뒤로 밀려있었을 것이다.  
뽑힌 리뷰들을 다시 읽어보지 못했지만,
처음엔 잘 쓴 리뷰를 뽑는 거란 선입견 때문에,
번역가를 꿈꾸며 인생의 2막을 준비한다고 커밍 아웃을 한 상태였고, 
번역가의 여러 자질 중에 글쓰기 실력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는지라,
그동안 이곳에서 여러분이 글을 잘 쓴다고 한참 부추겨준 터라,더~ 
살짝 창피했고 그로인해 의기소침해 질뻔하였다. 

그러다가,심사위원 고종석의 말대로 '관점'에 따라 잘 쓴 리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심사위원이 공식적인 마리 예찬론자 고종석이니까 고개 끄덕여 수긍할 수도 있고,
나 자신을 추스리고 일어날 수도 있겠다.
('관점에 따라 잘 쓴 리뷰'라고 해서 살짝 오해의 소지가 있을수도 있겠으나,내가 자기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 그냥 놔두기로 하자~)

이제 훌훌 떨고 <마음산책>에서 또 어떤 이벤트를 준비하는지 보러 가야 겠다.
사심 없이 마리여사에게 홀릭하며 남은 여름을 건너 가야 겠다. 

아직 안 읽은 마리여사의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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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8-03 13:14   좋아요 0 | URL
우리 물로 건배하죠. ㅎㅎ
저도 마리 원조 폐인입니다. 저 책 다 읽었거든요. ㅎㅎㅎ 지난 해 말부터 마리 여사한테 푹 빠져 살았는데, 그이는 죽었으니, 아직 번역이 남은 책이 몇 권이나 되려나... ㅠㅜ

sslmo 2010-08-03 16:23   좋아요 0 | URL
건배사는 뭘로 할까요?
"통.통.통."괜찮으세요?^^

글샘 2010-08-04 00:39   좋아요 0 | URL
그게 뭔데요?
통통통...
적어도, 마리,고종석,프라하!!!
이정돈 돼야지 않나요?

sslmo 2010-08-04 01:11   좋아요 0 | URL
의사소통,만사형통,운수대통 이라던가요~

전 이게 젤 좋은데요~^^
글샘님 시 특강 forever~!!!

어느멋진날 2010-08-03 14:13   좋아요 0 | URL
저도 정말 열심히 썼는데 결과적으로 물먹었네요. ㅋ
아쉽긴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저도 마리여사의 남은 책을 마저 읽어야겠습니다.
우리 파이팅해요~

sslmo 2010-08-03 16:2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첨 뵙겠습니다.

물 먹은 덕에 이런 '어느멋진'분을 알게 되다니,이것도 괜찮은걸요~^^

마녀고양이 2010-08-03 14:4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 언니,, 리뷰 뽑히셨네... ^^ 거서 빌붙어야겠어염! ㅋㅋ

sslmo 2010-08-03 16:26   좋아요 0 | URL
우리 손잡고 거기 빌붙으러 가여~^^

글샘 2010-08-04 00:4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랑 이웃에 사시니깐, 한턱 내쇼~ ㅋㅋ
010-9668-9750

라로 2010-08-04 00:47   좋아요 0 | URL
그러지말고 서울 후애님만나는 이벤트에 오세요!!!!거기서 한턱???ㅎㅎㅎㅎ

sslmo 2010-08-04 09:3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축하드려요~
그리고 토닥토닥 감사드려요.

글샘님,
제가 아무곳에나 신상 공개하면 등골이 오싹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조 위 리뷰에서 그리 열변을 토했건만...
등골 오싹 쯤이야 암것도 아니라고요?
적어도,,,문자로 장난질 치는 유치한 스토커 한명은 확보하셨습니다요~^^

nabee님,
저도 서울 후애님 만남이라는 곳 가보고 싶은데,
그날 근무도 해야하고...오후엔 중요한 면접이 있네요~ㅠ.ㅠ

루체오페르 2010-08-03 16:19   좋아요 0 | URL
안타까움과 위로를 표합니다.ㅠㅠ
잘 쓰셨어요! 제가 인정해 드리겠습니다.^^ㅋ

sslmo 2010-08-03 16: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루체오페르님의 인정 잘 기억해 두고 꾸준히 노력정진하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08-03 16:50   좋아요 0 | URL
ㅎㅎ전 애초에 포기했던거라...양철나무꾼님 실망이 크시겠어요. 저도 나무꾼님 리뷰 참 좋았는데 말이죠. 관점의 차이려니 하고 넘어가신다니 다행이에요.^^
다음 기회를 한번 노려보죠.ㅎㅎ

sslmo 2010-08-03 16:54   좋아요 0 | URL
네,다음 기회엔 꼭 같이 도전해 봐요~^^
위로 감사합니다.

순오기 2010-08-03 17:00   좋아요 0 | URL
원체 잘 쓰는 분들이 많아서 참가에 의의를 뒀지만, 양철나무님은 저도 섭섭하네요.ㅜㅜ
내가 당선작으로 뽑힐거라 장담한 프레이야님 됐으니까, 반심사위원은 되는 건가요?ㅋㅋ
덕분에 마리 여사 책, 하나라도 더 봤으니 고걸로 만족하입시다!^^

sslmo 2010-08-04 01:19   좋아요 0 | URL
이제는 그런 리뷰 쓰면,반심사위원님께 먼저 보여드려야 겠다~
순오기님의 <프라하의 소녀시대>리뷰도 참,참,참 좋았거든요.

마리여사를 만나게 된거랑,
그 덕에 새로운 알라디너를 여러명 알게 된거랑,
그 덕에 그들과 알콩달콩 마리홀릭하며 살아갈 수 있게 된거랑,
생각해보면 다 마리여사 덕분인걸요~^^

라로 2010-08-04 00:47   좋아요 0 | URL
전 꿈도 안꿨는데(저도 마리여사의 빠라고 할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많이 실망하셨겠어요~. 토닥토닥.
관점차이가 맞다고 생각해요~. 다음에도 기회가 많을거에요~. 기운내시고 다른 페이퍼도 올려주세요~.^^

sslmo 2010-08-04 01:28   좋아요 0 | URL
이제는 관점 차이가 아닌,보편타당한 거라고 인정해요~
저 감정정리 다 됐어요,헤에~^-------^

제 글을 돌아볼 생각은 조금도 못하고요,
창피하다는 제 감정을 다스리기 바빴어요.

다들 따뜻하게 위로해 주셔서 감사해요.

yamoo 2010-08-04 15:57   좋아요 0 | URL
뭐, 출판사별로 리뷰대회같은 걸 많이 하니, 또 응모하시면 될 거 같은데요^^ 홧팅 하시길~ 응모를 하면 할수록 수상할 가능성은 높아지지 않을까요?ㅎㅎ

sslmo 2010-08-05 10:14   좋아요 0 | URL
yamoo님,반갑습니다.
출판사별 리뷰대회는 앞으로도 많이 있겠죠~^^

제가 창피하다고 생각했던건...
모든 부모는 팔불출 차원이었던 것 같은데,
제가 쓴 리뷰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 '잘썼어,이만하면 충분해.'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의욕을 북돋워주는 차원에서는 득이 될지 모르나,
제가 앞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의 차원에서는 분명 독이 될거란 거죠.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제 글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보게 됐습니다.
그게 제겐 가장 큰 수확입니다~^^

2010-08-05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6 14: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난 주변에서 실제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향하여 감정 표현이 서툴다.
내가 표현해 내는 감정표현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상처받거나 마음 아파할까봐 각별히 주의하기 때문에 나의 대인관계는 무미건조하다.
반면 넷상에서 만나게 되는 작가나 음악가 등을 향하여는 호,불호에 좀 유난스러운 편이다.
누굴 좋아하게 되면 그,또는 그녀의 전작을 두루 섭렵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너무 감정적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어서,
실제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머리를 옵션으로 들고다니냐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넷상에서 필이 꽂혀 전작을 두루 섭렵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몇명있는데,
그 중 가장 대중적인 사람이 '박선주'다.

그녀를 알게 된건,1989년 <귀로>를 통해서 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목소리가 그렇게 매력적이라거나 노랫말이 좋다거나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을 못했었었다.
내가 그녀에게 필이 꽂힌건,4집<A4rism>을 통해서 였다. 
그 무렵의 난,영혼이라는 것이 축축해져서 곰팡내가 나는 것 같앴었다. 
햇볕에 내어말리던,락스로 헹구어내던 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그때 그 앨범의 곡들이 내게 락스 같앴다. 

락스로 헹구어 낼 때 우려해야 할 희석에 관해서도,
그 앨범의 곡들은 꼭 그만큼의 농도로 그 자리를 대신해 주었다.
<마음을 베이다><홀로왈츠><PM9:03녹음실>같은 곡들이,
아침 저녁 때론 잠못 드는 늦은밤까지 함께 했었다. 









얼추 헹구어냈다 싶었을 때,5집<Dreamer>를 만났다.
하지만,5집은 무슨 약엔가 연루되어 빛을 보지 못했다.
<사랑아,가자><잘가요 로맨스><햇살이 눈부셔 눈물이 난다><그래서 니말은>같은 곡들은, 
빛을 보지 못해 사그러 드는 꽃이 되었다.
 

그리고,그렇게 그렇게 잊혀졌다 싶었는데...이번에 <HOW SONG>이라는 책을 냈다. 

 

 

 

 

 

 

 

솔직히 노래를 지극히 무미건조하게,모든 노래를 동요처럼 부르는 나에게, 
앞으로도 거기서 크게 벚어날 엄두를 못내는 내게... 
이 책은 효용성과는 관계없이,전작을 꿈꾸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가수 지망생이나, 실용음악과 같은 음악 전공자들만을 위한 전문 보컬 교습서가 아니란다. 보컬 트레이닝을 받기는 부담스럽지만 노래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 회식 자리에서 멋지게 노래 부르고 싶은 직장인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멋지게 노래 한 곡을 부르고 싶은 이들 등등 하루도 ‘음악, 노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우리들’을 위한 책이란다.

하지만, 예상 외로 괜찮았다.
연말 노래방 출입이 잦아질 때면 더 더욱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프롤로그의,
당신에게도 노래가 힘겨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마르지 않는 에너지이자 힘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은 전 세계 60억 인구 중 단 하나 밖에 없는 목소리의 소유자라는 것을.
 
이 부분에서 무한 위안은 시작되었다. 

19쪽의, 
노래를 잘하는데 있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다.나의 노래를 듣고 그 누군가 단 한사람이라도 감동한다면 당신은 이미 노래를 잘하는 것이다.
이부분에서는 무한감동을 받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노래를 못하는 사람들의 위안과 감동만을 위하여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part2로 가게되면,고음,호흡,호흡과 발성,공명과 성대,노래입문,리듬,음정,발음,라듬 심화과정,감정,무대매너,마이크 사용법,애드리브,오디션,선곡 등을 두루 꼼꼼히 집어준다. 

복식호흡법은 일상에서 두루두루 필요한 거지만,
제대로 이해하기 쉽지 않았는데...그림이 같이 그려져 있어서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


<노래방에서 빅스타 되는 법>

1.본인의 목소리와 흡사한 가수의 곡을 선곡하라.
2.고음불가.삑사리 대신 분위기로 승부하라. 
3.<애인있어요>를 멋지게 부르고 싶은 여자들을 위한 어드바이스  
여성들의 경우 특히 '이은미'의 <애인있어요>를 못지게 부르고 싶어하지만 연습없이는 쉽게 소화할 수 없는 곡이다.'박정현''거미''BMK'등의 노래 역시 그렇다.
4.자신의 틀을 깨라.노래방에선 실력보다는 재미다. 
5.SG워너비,빅마마 등 환상의 화음을 자랑하는 팀의 노래는 피하라. 
6.길이가 너무 긴 노래는 피하라. 

 의 조언은 너무 재밌다. 

근데 난 왜 노래방만 가면 이은미,박정현,거미,BMK의 노래들만 생각이 나는 걸까?
난 음치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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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02 18:10   좋아요 0 | URL
나는 노래방만 가면,, 자우림! 그리고 체리 필터의 낭만고양이! 아하하~
거기다 Fly me to the Moon은 거짓말 안 하고 눈물 흘리며 부른다니까요.
노래도 못 하는 주제에!!! ㅋㄷㅋㄷ

지금 박선주 노래 들으러 갑니다.

마녀고양이 2010-08-02 18:18   좋아요 0 | URL
아,,, 바닥에 착 깔리는 낮은 목소리.
나무꾼님 미안하지만,, 이 곡들은 가을 겨울에 들어야겠어요.
여름에 들으려면 밤 늦게.. 왜냐면 말이지,, 곡이 더워~ ㅠㅠ

이 곡들은 딱 시원한 맥주 한잔이랑이다... 남과여 이곡은 내가 좋아하던 곡인데.... 대체 매일 제목, 가수, 작곡 작사가 따로 노니. ㅠㅠ
자자,, 맥주 생각나게한 나무꾼님... 책임지사와염~

sslmo 2010-08-02 20:16   좋아요 0 | URL
박선주가 부르는 Fly me to the moon들어보셨어요?다른 곡은 덥다하시길래~ㅠ.ㅠ

sslmo 2010-08-02 20:26   좋아요 0 | URL
나는 박선주를 사시사철 애정해요~
그녀의 또박또박 발음하는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뭐랄까 삶을 따박따박 챙겨서,꼭꼭 씹어먹으며 살아줘야 할 것 같아요~
행여 딴 맘 먹지 않게 해줘요.

맥주 생각나면 먹어주면 되는 거죠~
그대는 그곳에서 나는 이곳에서...
자,잔을 들어 건배~!!!

마녀고양이 2010-08-02 21:18   좋아요 0 | URL
흐응흐응.... 난 나무꾼님에게 얻어먹을거야요.
얼굴 또랑또랑 보면서..... 흐흐흐...

sslmo 2010-08-03 00:52   좋아요 0 | URL
흐응흐응...no,no,no,no예요?
그럽시다.
우리 어떻게 이 여름 한가운데만 무사통과하고,
얼굴 또랑또랑 보면서,
배실배실 웃음도 웃어가며,
맥주도 한잔,자우림도 안주삼아 들어봅시다요~

꿈꾸는섬 2010-08-02 23:30   좋아요 0 | URL
ㅎㅎ노래방에서 빅스타되는 방법..재밌어요.^^
전 노래를 잘 못 불러요. 대신 탬버린 치고 박수치며 분위기는 잘 맞춰요.^^

sslmo 2010-08-03 00:54   좋아요 0 | URL
후훗~저랑 찌찌뽕이세요.
저랑 노래방 같이 가면 탬버린 갖고 쟁탈전이 치열할 듯~^^

순오기 2010-08-03 00:43   좋아요 0 | URL
오호~ 노래 분위기 좋은데요.
알라딘에서 작가와의 만남도 있는 거 같던데...

나한테 맞는 노래는 주로 분위기 다운시키는 노래라는 거~ ㅜㅜ
그래도 김수희나 윤시내, 안치환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ㅋㅋ

sslmo 2010-08-03 00:59   좋아요 0 | URL
저도요,저도요~
저 그래도 제게 억지로 마이크 쥐어주면,
들어주는 사람 없어서 심하게 외로워도,
마이크 뺏기는 일 없이 꿋꿋하게 쭈욱 메들리로 불러줘요,ㅋ~.

근데,김수희나 윤시내,안치환 정도라면 어느 정도 가창력이 되어줘야 부를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ㅠ.ㅠ

안치환이 정호승 시로 부른 곡 중에 <풍경 달다> 라는 곡이 있는데...
참 좋아요~

저절로 2010-08-03 09:46   좋아요 0 | URL
체리필터 '낭만고양이' 맨발로 탁자위에 올라타며 불러요. 물론, 머리엔 휴지 두르고요.
마고님..어때요, 저랑 뚜엣?!

sslmo 2010-08-03 12:53   좋아요 0 | URL
저,휴지라 하심은 넥타이 대용인가요?
진짜 재밌겠다~
저 관객으로 불러주심 안돼요?

마녀고양이 2010-08-03 14:37   좋아요 0 | URL
콜!!! 아하하,, 저는 펄쩍펄쩍 뛰는것이 장기인데다,,
탬버린 실력은 자신있습니다........... ㅋㅋㅋ

sslmo 2010-08-03 16:43   좋아요 0 | URL
그럼 꿈섬님이랑 마고님이랑 나랑 탬버린 쟁탈전 벌여야 하는 거예요?^^

제가 좀 '조용하고 얌전'하여 전쟁은 사양하는 관계로다,
전 '관객1'할래요~^^

글샘 2010-08-03 13:04   좋아요 0 | URL
내 두눈 밤이면 별이 되지... 아, 제가 한때 무진장 부르던 62666번 노래였죠. ㅍㅎㅎ

머리에 휴지는 돌쇠의 분장입니다. 마님...

sslmo 2010-08-03 16:47   좋아요 0 | URL
제가 '18번은 아는데,62666번은 뭐지?'하고 한참 머리 굴리는 데,
쩔렁쩔렁 깡통소리만 나더라구요~
낭만 고양이 번혼가요?^^

글샘 2010-08-04 18:03   좋아요 0 | URL
네. 낭만고양이 금영미디어 번호입니다.

sslmo 2010-08-05 10:15   좋아요 0 | URL
62666 접수했습니다~
다음 접수할 번호는요?^^

글샘 2010-08-05 12:03   좋아요 0 | URL
저랑 한번 가 보시면 압니다. ㅎㅎㅎ
 
엥?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

대숲의 주인이 되다



일금 7천원에 산 대나무 한 그루가 3.5년 만에 숲으로 자란 세월의 기적
35년 전 이를 알았더라면 내 인생의 ‘2부 순서’는 얼마나 황홀했을 것인가


▣ 이윤기/ 소설가·번역가

20대, 30대, 40대, 50대를 살고 있는 연하의 친구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마음에 사무치는 바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쓴다. 사무치는 바가 있다면 내 연하의 친구들이 맞을 40년, 30년, 20년, 10년 뒤의 겨울은 덜 추울 것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대숲이 내게 가르쳐주었다.

마음에 사무치는 바가 있기를

나의 공부방 앞에는 다섯 평 정도의 길쭉한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는 잣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3년 반 전 나는 그 공간을 대숲으로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잣나무 정리하고 대나무를 심자면 아무래도 큰돈이 들 것 같아서 대숲 조성하는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아주 깨끗이 포기한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2002년 여름, 나무 시장을 기웃거리던 내 눈에 화분 하나가 걸려들었다. 대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 화분이었다. 대나무의 키는 70cm를 넘지 않았다. 관리하고 운반하기 좋도록 윗부분을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중동을 잘린 대나무는 건강한 것 같지 않았다. 얼마냐고 물었다. 1만원은 받아야 하지만 마지막 하나 남은 화분이니까 7천원에 주겠다고 했다. 그 화분을 사서 들고 나왔다. 화분에서 대나무를 뽑아 그 길쭉한 공간의 잣나무 밑에다 묻었다. 그러고는 거의 잊었다.




△ 돈이 많이 들 것 같아서 포기한 대나무숲을 세월이 일궈주었다. 창조적으로 진화한다면 40년, 30년 이후의 겨울은 덜 추울 것이다.



다음해인 2003년 기적이 일어났다. 시들시들하던 대나무 주위에서 네 개의 죽순이 솟아오른 것이다. 그해 네 개의 죽순 중 세 개는 7, 8m 높이로 솟아올랐다. 그 다음해인 2004년에는 무려 여덟 개의 죽순이 솟아올랐다. 그중 여섯 개가 대나무로 자라났다. 솟아오른다고 해서 죽순이 모두 대나무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약 3분의 2만 대나무로 자란다는 것을 나는 그해에 알았다. 2005년에도 여러 개의 죽순이 솟아올랐지만 수를 헤아려보지는 않았다. 지금 나의 공부방 앞에는 20여 그루의 대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꽤 볼 만하다. 그중의 몇 그루는 공부방의 판유리 창을 엇비슥하게 가리고 있다가 달 밝은 밤에는 바람에 일렁거리며 그림자로써 창에다 볼 만한 그림을 그려내기도 한다. 나는 대숲의 주인이 된 것이다. 20여 그루밖에 되지 않지만 대나무는 비좁은 땅에 모여 있으면 꽤 숲 같다.
대숲의 주인이 된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대숲을 원했다. 그런데 큰돈이 들 것 같아서 포기했다가 겨우 일금 7천원만 대나무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런데 3.5년이라는 세월이 기적을 일으켜 공부방 앞을 대숲으로 만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세월이 일으킨 기적에 대해 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기적 앞에 설 때마다 내가 그냥 흘려보낸 세월을 아주 많이 가슴 아파한다. 내가 만일에 35년 전에 대나무 한 그루를 빈 터에다 꽂았다면 지금 몇 그루로 늘어 도대체 어떤 대숲을 이루고 있을 것인가, 싶어서다. 평생을 복무하던 직업에서 놓여나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삶을 나는 ‘2부 순서’라고 부르는데, 만일 35년 전에 이 기적의 비밀을 알았더라면 나의 인생 ‘2부 순서’는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 싶어서다.
월급으로 살아가는 내 또래 친구들은 걱정이 태산 같다. 회사에서 등 떠밀리는 순간에 펼쳐질 자기 삶의 ‘2부 순서’에 대해 조금도 자신이 없단다. 나는 내 또래 친구들에게는 할 말이 없다. 낭비한 세월이 벌써 너무 길기 때문이다. 대신,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내 연하의 친구들 몇을 소개한다.
치과의사인 내 친구는 오래전부터 사진을 찍었다. 전국 방방곡곡, 온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라는 이름의 대숲을 그는 일찌감치 조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50대 중반에 이미 치과의사 노릇이 지겨워졌다는 그는 지금 탁월한 사진가가 되어 있다. 그가 언제까지, 몇 살이 될 때까지 치과병원을 운영할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 친구는 사진 찍는 일만으로도 아주 괜찮은 삶의 ‘2부 순서’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그 자신의 집념과 흘러가는 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그는 사진가로 진화시킨 것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내 연하의 친구들

신문사의 편집기자인 내 연하의 또 한 친구는 2년 전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고는 거기에다 부지런히 글을 썼다. 편집기자는 원래 지면에다 글을 쓰지 않는다. 지면(紙面)을 구성할 뿐이다. 하지만 그는 신문의 지면이 아닌, 자신의 사이버 공간에다 삶과 사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펼쳐왔다. 지금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그의 글을 읽은 사람은 130만에 가깝다. 그는 그 글을 묶어 올해에만 두 권의 책을 출간했는데 호평 속에 승승장구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나는 그의 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요가 그를 편집기자 자리에 앉혀놓지 않을 것이라는 유쾌한 상상을 한다. 회사가 그를 해고하기 전에 그 자신이 회사를 해고할 것 같다는 통쾌한 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끊임없이 내공을 쌓음으로써 편집기자인 자신을 탁월한 산문가로 진화시킨 것이다. 자신의 대숲을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만화가로 한동안 활동하던 내 연하의 또 한 친구는 원래 미술대학을 나온 화가였다. 화가에서 자기의 적성이 더 맞아 보이는 만화가로의 창조적 변신을 성취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만화도 거의 그리지 않는다. 만화 그리던 손으로 한동안 목공 작업을 하던 그가 지금은 철공 작업에 빠져 있다. 고물상을 뒤져, 폐기된 철물을 실어다 떼어내기도 하고 이어붙이기도 하면서 자기 나름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폐기된 철물 앞에서, 이것은 무엇을 연상시키는가, 이렇게 묻는 것 같다. 그는 또 하나의 철물과 다른 하나의 철물들 앞에서, 이 둘을 조합하면 무엇이 연상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그는 금년에만 수백 점의 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작품들을 볼 때마다 나는 ‘방과(放課) 후에 호명(呼名)당한 아이들’을 연상한다. 금생(今生)에 효용을 끝낸 고철을 그는 작품으로 환생시키는 것이다. 그는 자기의 작품을, 어린이의 마음을 지닌 어른들에게 보이고 싶어한다. 그는 이렇게 조성한 자기만의 대숲을 심성이 맑은 어린아이들에게 보이고 싶어한다. 그는 자기만의 작은 미술관을 꿈꾸는 것 같다. 이렇게 창조적으로 진화하는데 그의 삶 ‘2부 순서’가 어찌 황홀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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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2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02 10:06   좋아요 0 | URL
나두 대나무 심고 싶다........ 아... 35년이라, 가능도 할듯 한데.

sslmo 2010-08-02 16:15   좋아요 0 | URL
내가 마고님,그런 말 할 줄 알았어요,ㅋ~.
왜냐하면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전요,2평 정원은 고사하고,손바닥만한 맨땅도 구하지 못해 접었어요~ㅠ.ㅠ

마녀고양이 2010-08-02 21:18   좋아요 0 | URL
화분에는 안 크겠져? 히.

비로그인 2010-08-03 00:13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양철나무꾼님 :D

오늘 아침에 본, 하루 종일 계속 생각이 나던 대숲이 떠올라
노트북 접기 전, 마지막으로 들려 갑니다.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

거기다가 대숲에서는 제법 바람 소리까지 일었다." ...

그리고 책 한 권 손에 펼쳐들고 옛 기억도 좀 떠올려 보기도 합니다. 올리신 <인생의 2부>와는 거리가 있는 발췌이긴 한데 왜인지 저는 대숲만 생각하면 이 구절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억지로나마 하나 연관을 찾자면 비록 바람이 많이 불고 어두운 구석 같은 삶이라 여겨지더라도 생각들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나 할까요. ^^

가끔 들렸으나 처음 "흔적" 남기고 가는 길. 간단히 인사드리려 했는데 첫 글자를 적고 하루가 바뀌었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요. 새로운 하루도 좀 시원하게 보내셨음 좋겠습니다.




sslmo 2010-08-03 01:05   좋아요 0 | URL
하기야 대숲에서 바람 소리가 일고 있는 것이 굳이 날씨 때문이랄 수는 없었다.
청명하고 볕발이 고른 날에도 대숲에서는 늘 그렇게 소소(蕭蕭)한 바람이 술렁이었다.

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이윤기와 이현세를 같이 올렸더니,이윤기가 좀 소외당하는 감이 있었는데...
정작,머릿 속에선 하루종일 저 구절이 떠올라서 어쩌지 못하고 있었어요.

오래 기억에 남을 첫 흔적의 선물일 겁니다~^^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이처럼 자신의 분야에서 추월할 수 없는 천재를 만난다는 것은 끔찍하고 잔인한 일이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그러나 그 친구는 한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 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 입은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내면 세계를 파고 들어가는 설득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은,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 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람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 동안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부딪치며 살아왔지만,성공한 천재다 싶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성공한 사람들을 되짚어보면,대다수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는 작가의 길 뿐만 아니라,우리가 사는 인생 자체가 어쩌면 장거리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우리아이가 자기보다 앞서는 사람이 있으면 보내줬으면 싶다.
전력질주후 제 페이스를 잃고...퍼질러 앉기보다는 한걸음 한걸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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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재와 범인 - 아마데우스
    from 마녀고양이의 느릿느릿한 서재 2010-08-02 13:19 
    아무래도 양철나무꾼 님을 마누라 삼아 데리구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는다. 시간이 더 흐르면 내 속내를 환히 들여다보는게 아닐까. 약간 무서워지기도 하지만,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기쁘기도 하다. 알라디너 중에는 그런 분들이 종종 있다.  <아마데우스>를 언제 보았는지 누구와 보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관에서 보았다는 것과  큰 충격을 받아 비틀거리며 영화관을 나섰다는 것만 기억난다. 아무
 
 
2010-08-02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08-02 10:04   좋아요 1 | URL
아아...... 나무꾼님. 이건 더 뼈아픈 글인데요. ㅎㅎ
완전히 제 얘기잖아요. 제가 천재라는 것은 아니자만서도,,,
천재에게 질려서 중도 포기한 이야기. 아니면 괜한 비교와 질시를 한 이야기.

제가 정말 뼈아픈 것은,, 제가 천재가 아니란 점 보다는
제가 한결같지 못 해서 인내심 발휘를 못 하고 갈짓자로 휘젓고 다니는 부분입니다. ^^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결심하지만...... 글쎄 세월이 흘러야 알겠지요.

sslmo 2010-08-02 16:29   좋아요 0 | URL
하,하,하...내가 하려는 얘기와 약간 어긋난 것 같지만,뭐.
뼈 아픈거 해결하는 거 제 전문이예요,ㅋ~.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정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면,
그런 외적인 조건 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뭐,그런 얘기였어요~

전,하고 싶은 얘기를 조곤조곤하지 못하고...
자체 생략,중간 생략 해버리는 나쁜 습관이 있어요,아웅~ㅠ.ㅠ

마녀고양이 2010-08-02 17:59   좋아요 1 | URL
과연 말이죠....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걸까요?
섣불리 결론짓기 어려워요. 나무꾼님 성격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확 빠져들었다가 확 튀어나오거든요.

아마,, 세월이 더 흘러야 알거라는건 그 의미랍니다~ ^^

sslmo 2010-08-02 20:25   좋아요 1 | URL
아직 청춘이시군요?
질풍노도의 시기를 건너고 계시는 걸 보니~~~^^

마녀고양이 2010-08-02 21:1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쩌면 평생 이럴지도. 그것도 복이다 생각도 가끔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