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슬픈 일인데, 우리가 상상력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나은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 믿음 같은 것이 적어요. 그래서 만날 '우리 현실에서 이것만 해도 어딘데'라는 생각이 지배해요. 개혁이라는 것이 진보의 기초적인 부분과 겹치기도 하지만, 개혁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진보를 가로막기 위해 사회를 좀더 합리화하는 데 있죠.상상력이 없으니 그 부분을 놓치게 되는 거죠.개혁이 갖는 소박하고 진보적인 경향에 너무 감사하는 거예요. '이것만 해도 어딘데'하면서.그것은 어리석은 게 아니라 착한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 착함 때문에 지금 된통 작살이 나는 거죠.누가 어떤 놈이 밟았는지도 모르는 채 삶이 너무 고달파지는 거예요.그래서 "에이,이제 진보고 개혁이고 뭐고 싫고 무슨 사회,이념도 다 싫다.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이야. 이명박이 제일이야"하는 식으로 가는거죠. 이명박은 디지털 시대를 토목건설로 해결하려는 몽상가인데 어떻게 된 게 이 사람이 가장 현실주의자가 되어버렸죠. 이것은 대단한 역사적 반동인데, 정말 슬픈 일입니다.
개혁이 실패했다고들 하는데 사실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한 셈이죠.개혁의 목적은 진보를 가로막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번 선거에도 벌써 정대화 같은 분들이 모여서 "그래도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개혁 세력이 민주노동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제는 진보개혁세력이라는 말도 버려야죠.그 말 때문에 망했는데요.<한겨레>나 <경향신문>같은 데서 여전히 그 말 쓰는 걸 보면 정말 한심하죠. 

                                                           <하나의 대한민국, 두개의 현실>135쪽 '김규항'편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한 <진보집권플랜>을 읽는 내내,
오지랖 넓은 아즘인 내가 고민한 건 '진보가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하는 문제였다.
'다시 불꽃을 피우기 위한 신명 프로젝트'라는데, 것도 좀 시큰둥하였다.
날 이 책으로 인도한건 '오연호'였지만,
가끔 아침 시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듣던 '조국'의 이상향에 대한 단호함도 한몫하였다. 

오연호 결국"진보가 지금 나에게 밥을 먹여줄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줘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동안 진보ㆍ개혁 진영은 그런 질문을 하는 대중에게 "치사하게 지금 밥이야기나 하느냐"는 식으로 무시해버린 점도 없지 않죠.

조국 그렇죠.이명박 정권이 추구하는 정신을 풀어보자면 이런 겁니다."인권이 밥 먹여주냐, 민주화가 밥 먹여주냐, 진보가 밥 먹여주냐." 그에 대해서 진보ㆍ개혁 진영은 주로 "밥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라고 답해왔습니다.
맞습니다. 밥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그런데 부족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한 게 아니에요. "진보는 밥 먹여줍니다" 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어떠한 방식으로 밥을 만들고,어떠한 방식으로 밥을 나눌 것인지를 얘기해야 한다는 겁니다.(37쪽) 

조국 제 개인 경험을 들어 말씀드린다면, 제 친구, 지인들은 크게 네 가지 그룹으로 나뉩니다. 생각이 진보적이고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 생각은 진보적인데 인간적으로 싫은 사람, 생각은 보수적인데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 생각이 보수적이고 인안적으로도 싫은 사람입니다.이념, 가치의 문제와 인간의 문제는 항상 일치하지 않거든요. 과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도덕적 우월감을 내비치거나, 상대방과 소통하기보다 가르치고 지시하려 한다면 좋아하는 사람이 없겠죠.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그 사람의 고민과 처지를 인정하면서 조금씩 소통하게 되면 서로 인간적 신뢰가 쌓이게 됩니다.(42쪽)

그가 제안하는 '진보 집권 전략'은 어찌보면 멋진 프로포즈이다.
섬세하고 낭만적이며 학구적이거나 원대하고 담대하며 선동적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도 '진보가 개혁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나의 대답은 '글쎄올시다.'이다.
그가 말하는 신명이나 연대나 통합이라는 것이 그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고, 그는 어떤 의미에서든 이 나라 하나의 기득권이기 때문이다.  















  
  
<더 콘서트>, 영화를 보았다.
겨울에 듣는 차이코프스키라니,너무 좋았다.
내가 영화에 나오는 그처럼만 부자라면,
매일 영화관으로 출근해 <더 콘서트>를 한번씩 보고 퇴근했으면 딱 좋겠구만~ㅠ.ㅠ
 
예술이 수단이 아니라 도구였던 러시아 브레즈네프 시대에서 시작한다. 
러시아 공산주의 이념이 유대인 음악가들을 박해하고 그들을 사경에 내몰았고, 
그 과정에서 마에스트로 '안드레이'는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를 숨겨줬단 이유로 청소부로 전락하지만, 30년만에 다시 연주할 기회를 잡게 된다.  

30년동안 각자 다른 일을 했던 이들이라 처음엔 불협화음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은 제 실력을 되찾게 되고 화음을 맞추고 조화를 이뤄가게 된다.
이것이 마에스트로 '안드레이'가 말하는 진정한 '공산주의'이다. 
누군가 알콜리즘을 치료해 가는 과정,
누군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누군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
누군가 꿈을 꾸고 실현하는 과정.
 
"이반, 오케스트라는 세상과 같아.
각자 다른 악기를 들고 나와 연주회에서 만나곤 하지.
그리곤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마법의 소리를 내려는 희망으로 연주하는거지.
이게 바로 공산주의야..."

영화를 보고 든 생각.
진보가 개혁의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예술은 이념을 초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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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12-02 05:49   좋아요 0 | URL
'대안' 자격을 말한다는 것 자체레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살다보면 이 대안을 마련해놓고 산다는 것이 중요할 때도 많은데 위의 경우와는 다른 차원에서의 이야기인 것도 같고...음, 그렇습니다.
'진보가 나에게 밥을 먹여줄 수 있느냐'라는 말에서는 역시 '밥 먹여줄 수 있는' 문제가 인간에겐 제일 관건인가 보네요. 어떤 기준으로든 사람들을 몇 가지 타입으로 나누는 것, 예전에는 멋있어 보였는데 이제는 그게 보기 싫어지니 그건 저의 변덕때문일까요?
<더 콘서트>가 많이 마음에 드셨군요.
오케스트라는 세상과 같아...그래요. orchestrate 이라는 단어의 뜻이 그러하듯이요.

sslmo 2010-12-04 10:41   좋아요 0 | URL
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뭐,그런 얘기 많이들 하잖아요.^^
다만 너무 착한 논리로 '진보'를 얘기하는 게 싫었어요.
꽁꽁 언 세상을 녹일수 있다는 생각이,,, 동화책에서 걸어나왔지 싶은 게요.

저,<더 콘서트> 한번 더 보러갈려구요.
님의 오케스트라도 마음에 담아 두겠습니다~^^


느린산책 2010-12-02 09:51   좋아요 0 | URL
아 음악회 가구싶다.

sslmo 2010-12-04 10:42   좋아요 0 | URL
ㅎ,ㅎ...전 <더 콘서트>나 한번 더 보러가려구요~^^

꿈꾸는섬 2010-12-02 10:46   좋아요 0 | URL
"에이,이제 진보고 개혁이고 뭐고 싫고 무슨 사회,이념도 다 싫다.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이야. 이명박이 제일이야."

저희 집에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ㅜㅜ

<더 콘서트> 저도 보고 싶네요. 겨울에 듣는 차이코프스키..좋을 것 같아요.^^

다이조부 2010-12-02 18:43   좋아요 0 | URL

우리집에도 이명박을 사랑한다는 분이 있습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논리로 설득하는게 능력 밖의 문제이기도 하고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심정적으로 동의를 구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할

것 이라는걸 예감하기 때문에 말이죠~

sslmo 2010-12-04 10:45   좋아요 0 | URL
이런 분들 엄청 많아요~
제 고객들(이 동네가 엄청 부자 동네예요~)은 거의 다 이럴걸요~

더 콘서트,진짜 좋았어요.님도 조조나 심야로 한번~?

cyrus 2010-12-02 13:04   좋아요 0 | URL
제가 진보와 보수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해서,, 이번 글은 딱히 남길 코멘트가
없네요..^^:;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인상 깊었습니다. 영화 속 오케스트라처럼
사회에 대한 입장에 차이가 나더라도 서로 관용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우리 사회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나무꾼님이 하는 방식처럼
추천만 하고 갑니다.^^

sslmo 2010-12-04 10:47   좋아요 0 | URL
제대 후 얼마가 지났는데,아직도 군대에다 매어 놓으셨어요~^^

제가 하는 방식이요?ㅋ,ㅋ,ㅋ...

차좋아 2010-12-02 18:26   좋아요 0 | URL
진보집권플랜,이라니.... 대단히 솔직한 말이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집권이 목적이다. 음 ㅎㅎ

조국 모르는 사람이지만 좋은 느낌이 들어요. 읽어봐야할 책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오연호님과의 인터뷰이니 신뢰도 가고요.

조국님이 말한 네가지 유형의 사람들 중에 저는 두가지 유형의 사람이 좋아요.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 좋거든요.

김규항이 지적한 사람 딱 저인거 같아요 ㅎㅎㅎ 상상력부재의 현실안주형 인간이요

sslmo 2010-12-04 10:53   좋아요 0 | URL
전, 생각만 과격하여 조국 별로였어요.--;
책 내용도 그간 텔레비젼이나 라디오에 나와서 하던 얘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말이죠.
아참참...사진이 끝내줬어요.
이 사람 사진말 끝내줘요~^^
(편집,책 만든 품도 그렇구요.)

다이조부 2010-12-02 18:48   좋아요 0 | URL

정말 진보진영에 조국 같은 사람이 있다는게 신기하기는 합니다.

외적인 조건은 홍정욱을 연상시키잖아요? 둘다 잘 생겼고, 한 명은 국내파고 나머지는

해외파지만, 화사한 학벌을 가지고 있고..... 기타 등등


사회부 기자랑 이 책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사람은 조국이 재미없게 너무
맞는 말만 한다고 투덜대더군요. 재미도 효용도 없다고 말이죠

sslmo 2010-12-04 10:58   좋아요 0 | URL
전 대통령 인물 뜯어먹고 살 마음 따윈 없어서 말이죠~^^
저, 조국 실제로 한번 봤는데 뒤에 반사판을 대고 있는 것 같긴 하더이다.

사회부 기자에게...제가 레알 공감 한다고 전해주세요,ㅋ~.

oren 2010-12-02 23:09   좋아요 0 | URL
"에이,이제 진보고 개혁이고 뭐고 싫고 무슨 사회,이념도 다 싫다.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이야. 이명박이 제일이야"하는 식으로 가는거죠. ----> 이 구절이 참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드는군요. 맨 끝에 덧붙여진 [이명박이 제일이야]는 두 단어 자체도 거부감이 들 뿐만 아니라, [A도 B도 다 싫다. 그래서 C가 제일이야. 여기에 느닷없이 '어떤 인물'이 제일이야 하는 식의 황당한 덧붙임과 억지스런 논리전개도 마음에 들지 않네요.

저는 무슨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의 차이 때문에 순식간에 (특히 우리나라에서) 너무 쉽게 극심한 편가르기로 연결되는 모습들을 영~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극복하고 벗어나야 할 '편가르기' 심리 또한 수백만년에 걸쳐 인간의 내면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본성 가운데 하나라는군요. 우리 인간은 과연 언제쯤 인종,이념,종교 등에서 비롯되는 '너무 쉬운 편가르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그게 참 궁금합니다.

* * *

인간은 서로 수많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지니고 있기에, 분자생물학적 설명 수준에서부터 정치적 태도에 이르는 온갖 설명 수준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을 분류할 수 있다. 인종과 종족집단이 정치적, 문화적 수준에서 실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분자, 유전자, 세포, 기관의 수준에서도 실재하는 것이 분명하다. 코드는 바로 당신의 머릿속에 있으며 당신에 의해 매일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특별한 기회와 약점들을 지닌 그러한 힘을 형성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그 힘을 휘두르는 것은 당신이다. 다시 말해 '우리-그들'의 코드가 당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 코드를 지배한다. 인간 부류를 믿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힘은 당신의 본성이다. 당신 스스로 버튼을 누르고 레버를 당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게 될 것이다. 인간 부류가 존재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 때문이다.
- 데이비드 베레비,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中에서

sslmo 2010-12-04 11:03   좋아요 0 | URL
김규항의 저런 식의 비판은 저 부분만 떼어놓고 봤을 땐 좀 과격한 듯도 싶지만,
전 그간의 김규항을 아는지라...수긍할 수 있어요.
오히려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몸도 따라줘야지 하는 생각도 갖고 있는 걸요~

근데,님이 덧붙이신 '데이비드 베레비'를 보니...좀 부끄럽기도 한걸요~ㅠ.ㅠ


oren 2010-12-02 22:28   좋아요 0 | URL
이념의 '사슬'도 떠올려 보고, <더 콘서트>라는 영화 속 대사에 나오는 '완벽한 조화'와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포함된 밑줄긋기도 덧붙여 봅니다.

* * * * *

사슬

알렉산더 포프는 "자연의 사슬에서 어떤 고리가 깨지든,/ 그것이 열 번째든 만 번째든 사슬은 똑같이 붕괴한다."라고 썼다.

"단지"

역사가들은 공산주의자들의 집단 처형, 강요된 행군, 강제 노동, 인위적 기아가 1억 명의 사상자를 냈는지 아니면 "단지" 2,500만 명의 사상자를 냈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또한 그 잔학 행위들이 도덕적으로 나치의 홀로코스트보다 더 나빴는지 아니면 "단지" 그 정도였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인간 개조

나치즘과 마르크스주의는 모두 인류를 개조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마르크스는 "대규모의 인간 개조가 필요하다."라고 썼다. 히틀러는 "인류를 새롭게 창조할 의지"야말로 국가 사회주의의 핵심이라고 썼다.

종(種)이 틀렸다

개미에 대한 세계적 전문가 윌슨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론은 훌륭한데 종(種)이 틀렸다."

인간의 완벽함

인간이 핵심까지 썩어 있고 어떤 노력을 해도 더러워지기만 한다면 누가 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겠는가? 루소의 저작들이 낭만주의 문학 운동과 프랑스 혁명을 동시에 자극했던 것이나 1960년대에 낭만주의 운동과 급진 정치 운동이 나란히 부활했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철학자 존 패스모어는, 새롭게 개선된 인간 본성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열망이 서구 사상에 반복해서 나타났음을 밝히면서, 그것을 D. H. 로렌스의 말로 요약했다. "인간의 완벽함! 아, 얼마나 음울한 주제인가!"


- 스티븐 핑커,『빈 서판』,『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中에서

sslmo 2010-12-04 11:06   좋아요 0 | URL
영화에선 공산주의를 드림이라고 표현해요.
사람들은 그런 공산주의에 부응하기 위해서 각자 나름대로 꿈들을 꾸구요.^^

긴,생각을 요하는 댓글 감사드립니다.꾸벅(__)

oren 2010-12-06 13:26   좋아요 0 | URL
《더 콘서트》는 집에서 가까운 극장에서는 도무지 상영을 안하더군요. 자칫하다가는 간판을 내릴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먼 데 까지 가서 보고 왔습니다.

넷이서 함께 가서 봤는데(아내, 아들친구의 누나와 엄마), 영화 끝무렵에 자꾸만 벅차오르는 감동을 누르지 못해 애를 먹다가(아내가 눈치챌까봐), 생각보다 갑자기 영화가 끝나는 바람에 훌쩍거리던 콧물과 눈물을 감추지 못해 조금 민망하더군요.(저 말고는 전부 실황연주를 보고 난 것처럼 뜨거운 박수를 치더군요)

아무튼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격한 감동을 느끼며 들을 수 있었던 잊을 수 없는 영화여서 나중에 DVD를 사서라도 꼭 다시 봐야겠다 싶더군요.

sslmo 2010-12-07 23:43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진짜 감동적이었죠~
저도 눈물에 콧물 범벅이어서,감정 수습이 안돼 기립박수를 못 친게 못내 아쉬웠는 데 말이죠~^^

아들 시험 기간이어서 퇴근 후 영화관을 어슬렁거릴 시간은 없고,
저도 DVD기다려요.

참,참,참,이런 밤에 듣는 차이코프스키 죽음이죠?^^

같은하늘 2010-12-09 02:56   좋아요 0 | URL
어제 영화를 예매했는데 왜 저 영화가 눈에 안들어 왔을까요? ㅜㅜ
오랜만에 서재놀이 하다보니 밀린 글 들은 너무 많고, 어느새 시간은 3시로 다가서고...
오늘은 여기까지하고 마무리 해야겠네요.^^
좋은밤 되세요~~~

sslmo 2010-12-09 14:26   좋아요 0 | URL
저 영화는 나중에 애기들이 더 큰 후 DVD로 봐줘도 좋을 것 같아요.
언젠가 한번쯤 꼭 보게 되실거예요.
좀 나중이어도 상관없죠~^^

감은빛 2010-12-09 03:38   좋아요 0 | URL
글쎄요. 사람마다 같은 단어를 두고 다른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조국 선수의 진보라는 개념이 제가 생각하는 진보와는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물론 오연호 선수의 진보도 제가 생각하는 진보와는 조금 다릅니다.

진보가 굳이 집권을 해야 할까요? 영원히 기득권이 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진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굳이 집권하지 않더라도, 견제와 협력을 통해 바른 정치를 열어가는 것이 진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sslmo 2010-12-09 14:30   좋아요 0 | URL
실은...제 본심은 좀 과격해서,
지금의 난장을 뒤집어 엎고 새 판을 펼쳐야 한다는 주읩니다.
생각만 지독하게 개혁적이죠~ㅠ.ㅠ

herenow 2011-01-19 13:22   좋아요 0 | URL
♪ Thank you for the music ♬


sslmo 2011-01-21 01:43   좋아요 0 | URL
You are welcome.it's my pleasure.^^
 
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는 시에서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난, 남자는 그가 만들어 내는 그늘의 크기로 평가해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부륜가 보다. 
그늘이라는 건 삶의 반영이고 때문에 내게 어쩜 연륜이랑 동의어 쯤으로 여겨지나 보다.
그 그늘은 뭔가 말하지 못한 사연일 수도 있고,어눌한 엇박자의 '말하지 못한 내사랑은'같은 노래일 수도 있다.
암튼 내겐 생각은 넓고 깊게 하되, 말을 많이 아끼는 사람 쯤으로 여겨진다.

때로...거침없이 너무,막,말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두려워진다.
반면 글은 몇번의 수정을 통하여 극도로 응축시킬 수 있는 고로,단단한 글을 쓰는 사람이 두렵다. 
내 마음을 훔쳐보기라도 한듯...그걸 이 책에선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손가락질을 할 필요는 없소.우린 모두 누가 누군 줄 알고 있으니까.또한 어떤 말에도 선동적인 악센트를 붙일 필요가 없소.말이란 하기에 따라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한 겁니다..."(48쪽)

이런 의미에서 봤을 때 마이클 코넬리가 만들어낸 해리보슈는 '그늘'을 가진 멋진 사람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마이클 코넬리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보슈 시리즈는 <시인의 계곡>이 처음이었다.
해리보슈가 묘하게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건 인정하지만,
우리나라에서였더라면 그는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의 그림자 속으로 사그러들었을 것이다.
일례로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도망자,플랜B>를 보더라도 사람을 죽였다는 것만 얘기되지 사람을 어떻게 죽였는지 그딴 얘기는 쏙 들어가고 회자되지 않는다.
여기서 꼬리를 물고 드는 생각이 '해리보슈'시리즈가 꾸준히 나올 정도로 재밌나 하는 거다.
'놀라울 정도의 리얼리티,교활할 정도의 완벽한 구성'이라는 찬사에는 고개를 주억이게 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잔인한 살인사건,상세한 묘사에는 관심을 표하지 않는다.
<시인의 계곡>이 먼저이고,나머지 것들은 시험하듯 하나씩 순차적으로 나오는 이유에 대한 답이 될 듯 하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당신이 지옥을 들여다 보면 지옥도 당신을 들여다 본다.'(52~53쪽)

이 책의 전반에 걸친 주제이다.
살짝,아주 살짝이지만,<검은선>이 연상된다.
혹 둘 중 하나,서로에게서 모티베이션하지 않았나 싶다. 

오후의 햇볕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머물렀다.(56쪽)

작가의 복선을 만들어내는 재주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위 문장은 그녀의 머리카락이 블론드라는 걸 시적으로 얘기하고 있고,이건 바꾸어 얘기하면 챈들러도 블론드 라는 얘기가 된다. 
 
암튼,아무리 글을 멋지게 써서 해리보슈를 멋지게 만들어냈다 하더라도 번역되는 과정에서 무미건조해져 버리면 도리가 없는데,밑의 비교문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해리보슈의 캐릭터를 그대로 묘사하는데 손색이 없다.

'as quietly as he could'를 '조용히'따위가 아닌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라고 번역하는 순간 '비명을 질러댔다'와 대구를 이루는 훌륭한,보슈의 캐릭터를 잘 살린 문장이 된다.

Bosch pulled his gun as he hurried down the drive-way.The stairs up the side of the garage were old and warped.He took them three at a time,as quietly as he could.But still it felt as if he were shouting his arrival to the world.
보슈는 총을 뽑아 들고 진입로로 달려갔다.차고 옆에 설치된 목조계단은 낡고 뒤틀려 있었다.한 걸음에 세 계단씩 올라가며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것은 그것은 보슈가 온 것을 온 세상에 알리고 싶은 듯 비명을 질러댔다.(11쪽)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도 있고,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해리보슈로 하여금,너나 할것 없이 다 의심하게 만드는 개연성 따위는...
그를 '사명을 아는 형사에겐 예술'따위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고,
여자들을 '상처입은 물고기'로 표현하는 건 가슴 한켠이 짠해지지만,
그가 체온을 가진 사람으로 느껴져 좋았던 부분이다.

그들은 파트너였고,실제로 보슈는 일 년 가량 그를 강력반 형사로 훈련시켰다.그렇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항상 의문이었다.에드거는 노상 부동산을 보러 다녔고,점심을 먹는 데도 두 시간씩 걸렸다.강력반은 직업이 아니라 사명이란 사실을 그는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어떤 인간에겐 살인이 예술이듯이,살인사건 수사도 그것을 사명으로 아는 형사에겐 예술이다.그리고 사람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그것이 사람을 선택한다.(62쪽) 

패턴이 없었다.인형사는 그 점에선 차별을 두지 않았다.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패턴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어 낯선 남자를 쉽사리 따라갈 수밖에 없는 벼랑 끝에 있는 여자들만 찾았다는 사실이었다.정신분석의는 그 여자들이 모두 상처 입은 물고기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상어의 주의를 끌었던 것이라고 말했다(63쪽) 

해리의 여자로 나오는 실비아를,단지 해리의 여자로만 고착시키는 것 같아 아쉬웠던 부분이다.
해리는 그녀를 편안하게 느끼면서도 그의 마음 안에 들여 놓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음은 언제나 텅 비고,비어서 나는 마른 휘파람소리가 나는...악순환을 되풀이 한다.

"두고 보잔 소리 너무 자주 하네요,해리.언젠가도 이런 얘기한 것 같은데..."
"알아."
"당신은 혼자 있고 싶은가 봐요.언덕 위의 그 작은 집에 틀어박혀 나를 포함한 모든 세상과 단절하고 말예요."
"당신은 빼야지.잘 알면서 그래."
"가끔은 잘 모르겠어요.내가 제대로 알고 있다는 느낌이 안 들어.당신은 나를 가까이 할 필요가 있을 때 오히려 밀어낸다고요."(112쪽)
보슈는 그녀가 편안하게 느껴졌다.그게 가장 좋았다.편안한 느낌.이전에 누구한테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지만 그녀에게서 떠나 있을 땐 종종 잊어버리곤 했다.하지만 그녀 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금방 그런 감정에 사로잡혔다. (128쪽)
보슈가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것은 그게 처음이었다.하긴 기억이 닿는 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해보긴 그게 처음인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한번도 안 했을지 모른다.그런데 기분이 참 좋았다.새빨간 꽃이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느낌,손으로 만져질 듯한 따스한 느낌이었다.그러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은 그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단순히 그 말 한마디를 함으로써 커다란 책임감을 떠안은 기분이었다.약간 두렵기는 하지만 흥분되기도 했다.그는 거울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

아주 훌륭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딴지를 건다면 말이다.그랜트 하이 뒤에 '스쿨'정도가 생략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름한 청바지에 그랜트하이 티셔츠 차림으로 식당 테이블에 앉아 학생들이 제출한 독후감을 읽고 있었다.그녀는 밸리의 그랜트 고교에서 가르치는 11학년 영어시간을 로스엔젤레스의 문학이라고 불렀다.

어찌되었건,마이클 코넬리든,해리보슈든,역자 이창식님이든,그의 전작을 두루 섭렵하였든...최소한 어느 하나에 홀릭하지 않고서는 쉬이 읽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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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0-11-30 14:08   좋아요 0 | URL
글의 제목만 보고선 얼핏 쇼펜하우어의 말이 떠올라 얼른 읽어봐야지 했는데, 글의 초반부는 대략 공감을 느끼며 술술 읽다가 결국 뒤로 갈수록 내용이 어려워서 만만치 않은 '물결의 세기'만 느껴보고 가는군요. ㅎㅎ
* * * * *
좌절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만의 역사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길로 들어선다.
강을 거슬러 헤엄치는 사람만이 물결의 세기를 알 수 있다.
- 쇼펜하우어

sslmo 2010-12-02 01:42   좋아요 0 | URL
제가 장르소설을 좀 애정해요.
실상'물결의 세기'만 느끼실 정도로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아요.

암튼 '해리보슈'를 가지고 시리즈를 만들어 울궈먹을려면,저 정도는 돼야겠죠~^^
근데,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에는,'글쎄요~'예요.

님이 남겨주신 쇼펜하우어가 더 멋진걸요.

저절로 2010-11-30 15:35   좋아요 0 | URL
저는 이상하게도 먼 거리 나라들의 소설에는 오감이 작동하지가 않아요.
억지로 왼손을 쓰는 느낌이랄까.
'살인'도 기계적이라 회반죽이나 쇳물냄새가 나서
여러날 묵혀서 읽어요.

사진 속 그림자..당신인가요?

sslmo 2010-12-02 01:45   좋아요 0 | URL
예전엔 유럽 장르소설이 좀 그랬는데,'아날두르 인드리다손'정도면 타협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헤닝만켈은 죽음이구요.

저는 오히려 일본 장르소설이 좀 그래요.
우리의 정서로 생각하면,뭔가 어긋나고 비껴가는 느낌~

'당신'이라는 낱말 묘하게 설레이는 걸요~^^

순오기 2010-11-30 19:47   좋아요 0 | URL
해리 보슈도 마이클 코렐리도 모르니 공감을 표할 수가 없네요.ㅜㅜ
나무꾼님은 관심 영역이라 번역에는 예리한 촉수가 작동하나 봅니다.^^

sslmo 2010-12-02 01:50   좋아요 0 | URL
해리 보슈나 마이클 코넬리,심지어 이창식 님 만으로도 일년365일 페이퍼를 써댈 자신이 있어요,ㅋ~.
재밌게 읽어줄 사람이 없어서...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렇게 호언장담하고 생각해보니,순오기님의 영역에서의 두루두루 찬란함에는 명함을 못 내밀겠는걸요~ㅍ.ㅍ

2010-11-30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2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4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0-11-30 21:29   좋아요 0 | URL
스릴러 소설도 읽어보면 괜찮을거 같은데,, 사람들이 잘 안 읽는
고전을 읽고 있으니 요즘에 나오는 스릴러나 추리소설도 읽어보고 싶네요.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를 눈여겨 보고 있었거든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사진 속 그림자가 궁금하네요.
나무꾼님이신가요? ^^

sslmo 2010-12-02 01:58   좋아요 0 | URL
장르소설의 고전들을 읽으심...절충안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고전도 좀 읽어줘야 할텐데 말이죠.

마이클 코넬리,그냥 인기작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나름 입지와 깊이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존 카첸바크'와 '데니스 루헤인'을 더 애정하지만서도요~^^

글샘 2010-11-30 23:35   좋아요 0 | URL
일본에서 제일 재수 없는 탐정, 김전일과 코난...(얘들이 나타나면 살인 사건이 일어나니까요. ㅋ)
김전일이 좋은 이유가... 그 이야기의 그림자 때문이죠. 그늘...
살인자가 살인할 수 밖에 없었던 삶의 그림자... 그 어둔 곳을 바라보면 왠지 눈물이 나려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김전일처럼,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하고 손가락질 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아는데... 그러니깐 김전일은 '소년' 탐정일 뿐이겠지요.
어른인 셜록 홈즈라면, 알면서도 슬쩍 넘어간 다음 나중에 후일담으로 들려줄 법한 이야기들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

양철님의 홀릭을 읽는 것도 재밌군요. ㅎㅎ

sslmo 2010-12-02 02:05   좋아요 0 | URL
마이클 코넬리는 그 그늘을 '어릴적의 트라우마'로 돌리려고 하는 경향이 짙죠.
그가 '김전일'을 만난다면 소설 속 주인공의 어린 시절로 어떤 트라우마를 엮어낼까 궁금해 집니다.

제 생각에는 어릴적에는 트라우마 따위는 갖지 않도록,삶의 그늘 따위는 갖지 않도록 잘 자라주고...탐정놀이는 좀 커서 해도 되지 않을까요?^^

제가 좀 두루두루 홀릭하는 경향이 있죠~^^

감은빛 2010-12-01 02:33   좋아요 0 | URL
그늘이 있는 사람,
책에 대한 얘긴 모르겠지만,
남자는 그늘의 크기로 평가해야 한다는 나무꾼님의 말씀을 한참 곱씹어봅니다.
대개 그늘이 있는 사람을 별로 안좋아하던데요.
저는 스스로 그늘이 좀 크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만,
나무꾼님의 기준에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sslmo 2010-12-02 02:13   좋아요 0 | URL
저 위 사진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늘이나 그림자는 늘상 실제보다는 크고 과장돼죠.
하지만 그늘이나 그림자가 실제보다 커야,
쏙 들어가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감은빛님은 제게 산그림자 같으신 분입니다여,헤헤~

꿈꾸는섬 2010-12-01 07:40   좋아요 0 | URL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당신이 지옥을 들여다 보면 지옥도 당신을 들여다 본다

요즘 제 상태가 그래서 그런가 이 글이 꼭 와서 박히네요.

sslmo 2010-12-02 02:16   좋아요 0 | URL
이 소설,아무래도 어릴 때의 트라우마가 범행의 계기가 되는 그런 류여서...
꿈섬님 읽으시면 마음 아파 하실거예요.

Grace 2010-12-01 09:46   좋아요 0 | URL
Bosch pulled his gun as he hurried down the drive-way.The stairs up the side of the garage were old and warped.He took them three at a time,as quietly as he could.But still it felt as if he were shouting his arrival to the world.
이 문장을 읽고 아래 번역을 보니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한참 거리가 멀어서 피실피실 웃음이 납니다.ㅋㅋ

'때로...거침없이 너무,막,말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두려워진다.'-이런 두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며,

'암튼 내겐 생각은 넓고 깊게 하되, 말을 많이 아끼는 사람 쯤으로 여겨진다.'-이런 그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sslmo 2010-12-02 02:19   좋아요 0 | URL
그쵸~
저런 문장이 저런 멋진 번역으로 나와줄 수 있다니 말이죠~

근데,말을 많이 아끼면 '쫌'답답하기도 하잖아요.^^
 
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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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험하다.

겉표지의 과장이야 오래된 관례이니 '그냥 넘어가야지'하며 눈 한번 질끈 감으려 해도,
띠지의 '어둠을 걷어내는 사랑','끝없는 순간에 찾아온 구원'에 관한 이야기라는 데 고개를 끄덕여 줄 수가 없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보느냐에 따라서 선악에 대한 판단력을 잃게 되어 기괴하고 섬뜩한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처음 이 책의 제목만 보고,사랑이나 의사소통에 관한 소설쯤으로 생각했었다.
열두살 소년과 열두살의 뱀파이어 소녀가 펼치는,이루어질 수 없는,그래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짐작했었다. 
뭐,'황순원'의 '소나기'나 '알퐁스 도데'의 '별'을 연상했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기괴하고 끔찍하여 욕지기가 나는 게 전에 읽었던 <검은 선>에 비견할 만 하다.
<검은 선>때에는 읽으며 문장을 이미지화 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였는데,이 책은 먼저 영화로 알려졌단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괴하고 끔찍함이 많이 희석되고 생략되어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재포장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것 또한 재포장 되었지 싶다.
따라서,이 책은 내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인간의 치열한 삶'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책은,
인간이 얼만큼 잔인해 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 잔인함이 인간의 또 다른 일면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이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조용한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이것도 한걸음 떨어져 이 책을 보는 나의 시각일 뿐이고, 
작가는 선악에 대해 편가르지도 판단하려 들지도 않는다.

선한 사람,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어 악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가지고 있는 악이란 감정이 어떤 기회를 통해 표출되게 되면
그때부터는 점점 견고하게 단련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오스카르는 아이들에게 놀림과 폭행을 당할때마다 감정적으로 살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나무에게 해코지를 한다.
엘리라는 벰파이어가 살인을 하는 것도 살기위해서 라고 담담한 어조로 얘기한다.

그래도,한가지 감사한 것은,'과거'와 '교회'가 없다는 걸 이야기의 초입에 밝힘으로써,
우리의 현실에는 '과거'와 '교회(로 뭉퉁그려질 수 있는 종교시설)'가 있다는 두드러진 대비가 되어,과거를 돌이키고 반성하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 책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형태의 이야기 들이 나오지만,사랑이라는 이름을 차용한 해악 들이다.

그래서인지,이 책에 나오는 살인의 경우 뱀파이어 엘리가 저지르는 것 보다 아동성애자로 나오는 호칸이 저지르는 것들이 더 끔찍하다.
호칸은,
'진정한 사랑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발 밑에 내려놓는 것이지만, 그런 면에서 오늘날의 인간들은 불능이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에서의 그는
'당신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당신을 사랑합니다.'
는 광고 문구에서나 가능한 거고,
엘리를 향하여는,
"내가 널 살 수 있게 도와주는 만큼만 날 사랑할 뿐이야."
라고 한다.
돈을 지불하고 산 아이의 앞이빨이 빠진 것을 보고 이빨을 해 넣으라고 큰돈을 줄 정도로 죄의식을 느끼지만,
이빨을 뾰족하게 키운 뱀파이어 엘리에게 피를 제공하기 위해 또 다른 어린 아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들이 끔찍하다는 걸 알지만,더 큰사랑을 위해서라고 정당화한다.
아동성애자 호칸에게 열두살의 나이로 200년을 산 엘리는 호칸의 성적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존재다.

성인인 호칸은 엘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여 사랑한 만큼,엘리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반면,오스카르는 엘리를 열두살의 소녀로 생각하고 대하게 되고,엘리는 오랫만에 열두살의 나이로 행세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행복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오스카르가 엘리를 향해 마음을 열고 다른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엘리가 열두살의 소녀여서는 아니었다.

모오스부호로 대화를 하는 부분이나,
높이 타는 그네 묘기를 펼쳐보이고,
엘리가 먹지 못하는 특별한 사탕을 훔치지 않고 사주고 하는 부분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오스카르가 누구에게든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이고,
엘리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지,
다시말해,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이 마음을 열고 눈높이를 맞추었기 때문이지,
여기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개입되기에는 성급한 것 같다.

그걸 알 수 있는 것이 엘리가 오스카르에게 다가갈 때,
"렛미인"하고 양해를 구하는 장면이다.
오스카르가 들어오라고 해야 들어갈 수 있는거다.

결국 오스카르는 아이들에게 점점 더 심한 폭행을 당하고,죽을 고비에서 엘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오스카르가 엘리가 들어있는 듯한 무거운 가방을 들고 기차를 타는 장면이다.
이걸 놓고,둘이 서로 같이 있게 될테니 '해피앤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엘리가 오스카르를 죽음의 순간 구해낸 것은 맞지만,
엘리가 오스카르의 그 후의 삶들도 책임질 수 있을까?
또 엘리는 혼자서는 힘이 약해 살아있는 자의 피를 구하기 힘이 든데,
성인인 호칸도 어려워하던 산 자의 피를 오스카르가 대신 구해줄 수 있을까?
차차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로 하는 것들이 더 많이 생기게 될텐데,그 때도 이들은 '순수한 사랑(?)'이란 것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슬프지만,난 비르기니아의 얘기에서 해답을 엿보게 된다.

'사람을 가슴에 품으면 상처를 입게 되는 법.
비르기니아가 관계를 길게 이어가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었다.사람을 가슴에 품지마.그들이 들어오면 상처받을 일도 많아져.너 자신 외에 너를 위로해 줄 사람은 없어.너 자신만의 문제라면 고통스러워도 그럭저럭 살 수 있을거야.희망을 품지않는 한 괜찮을거야.'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은데,'렛미인'까지 가세한다.
새로 만들어진 영화는 슬퍼서 아름답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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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25 08:49   좋아요 0 | URL
제가 본 영화에서는 아동성애자 이야기는 빠져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헐리우드 리메이크판 말고, 스웨덴(?)영화로 봤습니다), 책에서는 그런 내용이 있군요. 전 영화를 먼저 보면 책 읽을때 몹시 방해가 되서 영화 먼저 본 건 책으로 읽지 않게 되던데, 이 책은 읽어봐야 겠어요, 양철나무꾼님.

sslmo 2010-11-30 01:04   좋아요 0 | URL
저도 책으로 보고 스웨덴 영화로도 봤었습니다.
영화에선 결말도 '해피엔딩'인 것 같죠~^^

책으로 읽으면 적당히 욕지기가 나지만,
그래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전 '비르기니아'의 사랑이 좋았어요.

stella.K 2010-11-25 13:06   좋아요 0 | URL
말에 의하면, 허리우드판은 스웨덴판 보다 더 피튀긴다는데요?
그런데 좋았다는 말도 덧붙이더군요.
저도 읽으려고 책을 사긴했는데 잘 읽을 수 있으려나 보르겠어요.
영화 보고 약간 속이 매슥거리리고 했는데...ㅜ

sslmo 2010-11-30 01:06   좋아요 0 | URL
이미지를 시각화하고 책을 보게 되면,좀 힘들어요.
전 영화에는 약한 데,상상력이 부족한지 책은 좀 읽어줘요.

어찌되었건,충분히 일독의 값어치는 있습니다여~^^

lo초우ve 2010-11-25 21:10   좋아요 0 | URL
난 좌우지간.. 공포보다 액션이 더 좋구요
전설의고향보다 순정이 더 좋아요 쿡쿡.. ^^
잘 지내시죠?
올만에 다녀갑니다 ^^
늘 건강 잘 챙기시구요 ^^
예쁜미소~~ ^^
즐거운시간 되세요 ^^

sslmo 2010-11-30 01:09   좋아요 0 | URL
와~반가워요~
님이야말로 잘 지내시는거죠?^^

저도 공포보다는 액션이 좋아요.
전설의 고향은 거의 보지 못했구요.
순정(로맨스물 말씀이시죠?^^)은 소싯적에 좀 봤어요.

2010-11-25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30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6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30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0-11-26 10:21   좋아요 0 | URL
영화를 참 인상적으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원작 소설은 영화랑은 좀 다른 모양이군요.
영화가 오히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된 거라니,
얼마나 위험한 소설일지 조금은 짐작이 갈 듯 하네요.

sslmo 2010-11-30 01:17   좋아요 0 | URL
이 소설 충분히 괜찮지만,꼭 보시라고 권하진 않을래요.
차라리,김탁환을~~~ㅋ~.

반딧불이 2010-11-26 10:36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를 먼저 봤는데 책도 있군요. 저는 이영화를 뱀파이어 얘기줄 알고 브람 스토커가 어떻게 변주되나 기대를 갖고 봤었어요. 주인공이 싸늘하면서도 잔인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더군요. 만화 '기생수'가 얼핏 생각나면서 결국 작가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융의 아니마 아니무스처럼 인간에게 선악이 공존한다는 얘기가 아니었을까 싶더라구요.

sslmo 2010-11-30 01:19   좋아요 0 | URL
저 고등학교때 독어 선생님이 그렇게 브람스토커 얘길 많이 해주셨어요.
참 재밌었는데...뭘 봐도,뭘 읽어도 그때만 못한 것 같아요~^^

근데,이 작가 재밌는 것이 '융'도 강요하진 않아요.
만화 기생수는 못 봤어요,불끈~!!!

비로그인 2010-11-27 23:00   좋아요 0 | URL
음.. 그 스웨덴 영화와는 좀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원작이군요.

인간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본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악이 표출하고 동시에 단련된다는. 얘기하신 이 부분은 좀 섬뜩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우리 삶에서 영원히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을 것 같고요.

sslmo 2010-11-30 01:22   좋아요 0 | URL
어찌보면 순자 예찬론자 같기도 해요.
이 작가,우리나라 영화 '장화 홍련'인가도 감동적이었다고 열변을 토하더라구요.

악만 표출되고 단련되는 것이 아니고,
악을 잠재울 수 있는 선도 표출되고 단련되는 것이라고 믿고 싶어요~^^

cyrus 2010-11-29 18:54   좋아요 0 | URL
저는 이상하게도 스릴러나 판타지 분야 소설은 영화를 먼저 봐야 이해를
하는거 같습니다. 해리포터 같은 경우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책보다는
뒤에 나온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해리포터를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영화가 원작을 충실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면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을 글 잘 읽었습니다.^^

sslmo 2010-11-30 01:26   좋아요 0 | URL
글은 상상력 충만하여 쓰시면서...상상력이 부족하시군요,ㅋ~.

전 님과 반대로,
책은 상상하며 두루 섭렵하는데...
영화가 주는 각인에 약한고로,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밤잠을 설칩니다여~ㅠ.ㅠ

Grace 2010-12-01 10:02   좋아요 0 | URL
참 글을 잘 적습니다. 짧은 글인데도 잠시 흠뻑 빠져서 읽었고, 뭔가 상상이 되어지다니 놀라운데요! 저도 이런 후기가 적고 싶어지는군요. 얕은 머리와 가슴으로는 언제일까마는...^^

sslmo 2010-12-02 02:21   좋아요 0 | URL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넘 기분 좋아요,헤헤~^^
책이 워낙 좋았고 인상 깊어서 이런 글이 나와주지 않았나 싶어요.
 

콩 심은데서 콩이 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콩을 심었다고 해서 콩이 다 나는 건 아니다.
여러가지 조건(물,공기,햇빛,온도,영양분 등)이 있어야 콩이 날 수 있다.  

잔뜩 벼르던 김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를 읽었다.
이분을 키운 8할이 사람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구나 싶게,이분의 또 다른 직업은 '남의 얘기 들어주기'란다.
왜 그랬는데,그래서,어떡하지,그렇구나,그러니까,흐흠,아이고,어쩌지......
이런 추임새를 해 가며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게 격려하고 공감하고 맞장구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혀를 차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황홀경에 이른단다.
 
나도 어찌보면'남의 얘기 들어주기'가  직업인지라 생각해본 건데,
내 경우는 이런 추임새라기 보다는 질문의 형태를 띤다.
겉으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는 사람의 이면을 파악하기 바쁘다.
 "왜 그랬는데,어떡하지,어쩌지"따위의 소리는 맘 약하게 보일까봐 한번도 해보지 못했다. 

여기저기 실렸던 글을 모아놓아서인지 어디선가 접했던 글들이 많다. 
살짝 동질감도 느끼고,마냥 부럽기도 했지만...나랑 견해나 입장이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모여있는 글들을 통해 문체의 개성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내겐 큰 수확이다.  

내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건<자장면과 삼판주>였다.
감사하게도 내겐 '자장면과 삼판주'같은 스승과 지인들이 좀 있다.
이젠 내가 또 다른 이들의 '자장면과 삼판주'가 되어야 할 차례이다.

언제부턴가 쓸만한 새싹이 없다고 툴툴거렸었다.
근데 되짚어 생각하니,내 주변의 새싹들을 쓸만하게 키우지 못한 건 내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
이분이 인용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를 보면 이렇다.
"인류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사람일수록 구체적인 인간을 사랑하지 못한다.개개인의 인간을 독립된 인간으로서 사랑하기 어렵다."
이분은 이 뒤에 다른 얘기를 하고 있지만,난 내 자신에 비추게 된다.
난 그 새싹들이 언젠가 나를 치고 올라와 내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때문에 새싹들은 뭉뚱그려 새싹들이었지,콩인지 팥인지 구별하려 들지 않았었다.
이건,어쩜
'나를 뺀 다른 사람과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충격이었다
하는 부분과도 일맥상통한다.
자신을 위해 기도하면 개인의 이해가 상충하기 때문에 조물주도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준의 응답을 해줄 수 없지만,자신을 빼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면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대답이다.그들은 그러한 지혜를 어디서 얻었을까.(59쪽) 
나를 빼고 나면,'콩 심은데서 콩이 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조건을 기꺼이 제공할 수 있겠다.

속이 시원하다 못해 통쾌했던 부분도 있었다.
괜찮은 남자는 다 유부남이라고 은근슬쩍 남의 남자를 넘보는 경우도 있다.괜찮아 보이는 유부남도 실은 너희가 옛날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변변치 않은 남자였다,다 마누라들이 잘 챙겨서 멋있어 진것이라고 하면 그런가 하는 표정을 짓는다.(150쪽) 

자기 나이에 0.7을 곱해야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나이가 된다고 하면서,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떠는 부분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힘이 되었던 그래서 누군가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건 <자기를 위한 잔칫상을 차려라>라는 글이었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마이클 코넬리의 신간이 나왔다.
<콘크리트 블론드>란다.
마이클 코넬리는 그저 재밌을 따름이지만,
이 책의 역자 '이창식'님도 내겐 어떤 의미로든...콩심은데서 콩이 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근데,출간된 책이,것도 신간이 배송되는 데 일주일씩이나 걸리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콘크리트 블론드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표지는 오른쪽이 쫌 더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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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24 11:53   좋아요 0 | URL
그러나 결코 눈을 사르르 감고 관능에 몸을 맡기거나 영혼이 떨리는 듯한 충일감에 젖어드는 사랑의 순간이 오더라도 한 쪽 눈은 분명히 뜨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 뭔가 뒤통수를 호되게 맞은 기분이에요. 네네, 양철나무꾼님. 한 쪽 눈은 분명히 뜨고 있을게요. 그럴게요.

저도 이 책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sslmo 2010-11-24 23:53   좋아요 0 | URL
ㅎ,ㅎ,ㅎ...이 분 후배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언론인이래요.

현재는 인터넷 공간 '김선주학교'에서 게으른 교장노릇을 하면서 매일매일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를 고민 중.다시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 온 것 같지만 역사는 뒤뚱뒤뚱 거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확신 때문에 아직도 살고 있음

책 날개의 프로필도 멋지구리하구요~^^

프레이야 2010-11-24 10:42   좋아요 0 | URL
타인의 이야기 들어주기, 추임새 넣어가며.
이거 쉽지 않지요. 저도 정말이지 이거 실천하고 싶어요.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못하고 잘라서 나의 말을 하고 싶고
반박하고 싶고 비판하고 싶고, 이런 나쁜 습관 고치고 싶어요.
고개 끄덕이며 들어주기, 나도 남에게 그걸 바라면서 나는 그걸 못하다니 말에요.
감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양철님, 범상치 않은 걸요.^^(농담반 진담반)
아무래도 이 책 사야겠어요. 이곳저곳에서 좋은 평가가 많으네요.^^

sslmo 2010-11-24 23:55   좋아요 0 | URL
실상에서의 저는 그래서 좀 답답하다는 소리를 들어요.
기껏 고개 끄덕여가며 들어놓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이죠~ㅠ.ㅠ

2010-11-24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4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0-11-24 12:37   좋아요 0 | URL
백마 탄 왕자는 10대에도 20대에도 환상이고 서른에는 망상이다. 흑흑.. 그럼 마흔에는 퐝상 노망? ㅎㅎ 어릴땐 안믿던 백마탄 왕자님, 저는 오히려 나이들수록 가까이 느껴지는데... ♪어허 이거참, 예랄랄라아~~~

sslmo 2010-11-25 00:05   좋아요 0 | URL
저는 이렇게 해석했었어요.
10대,20대--->환상
30대-------->망상
40대-------->빵상
50대-------->청상
BG는 '이것참 야단났네,예럴랄라~~~'이건가요?^^
댓글이 참 재밌어요~

다이조부 2010-11-24 12:44   좋아요 0 | URL

이 책 저도 읽고 싶은 목록중에 있는데 반갑네요 ㅋ

sslmo 2010-11-25 00:06   좋아요 0 | URL
올리시는 리뷰들 보고 관심 있으실 것 같았어요~
관심 가져도 좋을 듯 해요~^^

Arch 2010-11-24 13:05   좋아요 0 | URL
나만의 잔치상을 차리라니, 전 밥은 이렇고 반찬은 이렇게 하라는 주문인줄 알았어요. (아치 멍충이) 좋은 글이에요. 나무꾼님 고마워요. 언젠가 이 책을 읽을 날이 오겠죠!

sslmo 2010-11-25 00:13   좋아요 0 | URL
나'만'의 잔치상이 아니라,나를 '위한' 잔치상입죠~
언젠가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전에 인터넷'김선주 학교'를 검색하시면 해갈은 하실 수 있을 듯~^^

글샘 2010-11-24 20:52   좋아요 0 | URL
콩 심으면 콩 납니다. ㅎㅎㅎ
콩은 보통 논두렁 같이 별로 쓰임새 없는 땅에다 곡괭이 자루 거꾸로 들고 쿡쿡 쑤신 다음에 두어 개씩 넣어 두고 쿡쿡 밟아 두면 여지없이 잘 자라는 식물이거든요.
하기야... 그냥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콩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온도와 습도와 조건을 맞춰 싹이 트고 열리고 하는 것이겠지요.
멋진 유부남... 맞는 말이네요. ㅎㅎ 다 아내들이 인간 만들어 놓은 사람.

인류에 대한 사랑... 이렇게 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욕 많이 듣죠. 실존의 인간에 대해서는 약한 경우가 많거든요. 제 주변에서도 큰 사람들이 욕을 많이 듣습니다. 작은 부분에 취약하니까요.
저는 작은 인간이면서 작은 부분도 잘 못챙기는 뭐, 그런 사람입니다.
멋진 이야기가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

sslmo 2010-11-25 00:20   좋아요 0 | URL
전에 포박자 때도 그랬는데,개떡 같이 말해도 콩떡 같이 들어주시는군요.
콩심으면 콩이 나는 것과 콩심으면 콩이 나게 하는 힘,
하지만,인연론과 연기설까지 들어가면 좀 심오해지잖아요.^^

cyrus 2010-11-25 18:36   좋아요 0 | URL
제 동생이 추천하길래 한 번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좋은 글도 있었지만,,
몇 몇 글은 공감이 가지지 않는 것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저도 남성이지만
여성과 관련된 글들을 무척 공감이 가고 여러가지 생각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sslmo 2010-11-30 00:58   좋아요 0 | URL
네,저도 그랬어요.
공감이 가는 글과 공감할 수 없는 글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더군요.
암튼,<자기를 위한 잔칫상을 차려라>는 많이 좋았어요~^^
 

어린시절 할머니 품에서 자란 내가 제일 무서워했던 건 호랑이였다. 
좀 울려고만 하면 '호랑이가 물어간다.'라고 하셔서, 
호랑이의 실체를 모르고 호랑이를 무서워 하고 살았었다. 
호랑이가 제일 무서워 하는 건 할머니 품에서 옛날 이야기를 좀 들어줘서 '곶감'인 건 알겠는데...
그럼 내가 무서워 하는 건 뭘까? 
솔직히 고백하자면,난 사람이 제일 무섭다.  

할머니에게 들은 옛날 얘기에서 뿐 아니라,
내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읽은 옛날 얘기에서도...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지만, 
내가 살아보니,'둘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게' 일생에서 제일 힘든 일 같다. 

<밀림무정>을 보면 남자 나이 스물셋에 잠깐 만나 사랑을 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고,여자가 아이를 낳은 걸 남자가 아는지 모르는지는 언급되지 않는다.) 
나머지 칠십 평생을 그리워만 하며 산다.

그리고,<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을 봐도 그렇다.
사랑했지만,이루어 지지 않은 이들이 삶을 여러번 되풀이하여 산다.
신분이나 성별이 바뀌어 살기도 하고,어긋나 만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기도 하고,또 이승을 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하는 일은 따로 있다지만,내가 보기엔 용서를 구하는 일 정도이다.
영겁을 사는 일만으로도 지루한데,어긋난 사랑을 또 만나고 용서를 구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내가 보기엔 못할 짓이지 싶었다. 

그래서,오늘 깨달게 된건...
이 세상에 살 땐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고 살겠지만,
남김없이 다 줘버려서 더 이상 줄 것이 없을 정도로 주고 살겠지만,
그걸로 그만이다.
다음 세상에서도 남편을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근데,내가 이승에서 남편에게 미련이나 후회나 회한이 남으면 또 다시 어떻게든 만나지고 지지고 볶고 하나 보다.
이승에서 미련이나 후회나 회한이 남지 않도록,원없이 사랑하여야 겠다.


 

 

 

 

 

 

<밀림무정>으로 돌아가서,
나라면 한 순간을 같이 했다고 해서 그 추억만으로 70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일은 한순간 설레이고 그리하여 그 후로 많은 시간 고독한 그런 일이라지만 말이다. 

-혼자 우는 건 가능하지만 200명이 넘는 이들이 함께 울면 불법이오.(2권227쪽)

흰호랑이가 잡혀 창경원에 갇히자,총독부의 히데오가 한 말이다.
책 속의 얘기인데,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같다.익숙하다,ㅋ~

-한칸에 하나씩.흰머리는 화물칸에 주홍은 1등칸에!호랑이든 사람이든,격리되면 처음에는 심심하고 나중에는 외롭죠.(2권 118쪽) 

-네가 이렇게 사악한 줄 몰랐다.
-악한가 선한가로 판단할 문제는 아닙죠.아름다운가 추한가로 따지신다면 또 모를까. 
-네가 하는 이 짓이 아름답다는 거냐? 
-사람이 아름답고 추하진 않습죠.다만 그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게 따로 있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요.개마고원의 들꽃처럼,이곳 경성에서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건 돈입죠. (2권 245쪽)

눈은 바위와 나무와 흙과 바람을 만나,순간순간 다른 소리를 만들어냈다.이야기꾼이라면 도깨비짓으로 돌릴 만한,풀쩍 뚜이어 눈구름에 정수리를 부딪는 소리였고 푹 꺼져 아직도 끓고 있는 용암에 닿을 소리였다.삶과 죽음을 너마드는 소리.꽁꽁 얼어붙은 중심에서 활활 타오르는 소리.상상하는 모든 것의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웅장하고 엄중하고 날카로운 소리.듣는 이를 발가벗기는 소리.고백하게 만드는 소리였다.개마고원에 처음 오른 이들은 이 소리만 듣고도 두려움에 눈물을 쏟았다.개마고원의 포수는 어려서부터 소리를 소리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소리를 만드는 사물이나 상황을 상상하지 않고 소리를 소리로만 품었다.상상을 멈추면 소리에서 비롯되는 공포도 사라졌다.(2권 36쪽) 

나는 이런 사랑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물러터졌지만,
그래도 홀로 고고해서 외롭다고 위안을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으로 넘어가서,
이 책이 힘들었다는 누군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 아주 좋다.
하지만,책이 줄거리를 따라간다기보단 감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감정도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사람이었다가 저승차사였다가 넘나들어서...감정 조절에 실패하면 소설의 가장 큰 힘인 개연성을 놓치게 된다.

죽은 자는 철저히 개별적이라는 오랜 믿음 때문이었다.죽어서도 관계에 휘둘려야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죽음일 수 없었다.죽음은 모든 관계의 끝이어야 했다.(27쪽)

 

-하찮아도 스스로에게 맡겨둘 수밖에 없는 것이 사물이다.천한 신분이라도 스스로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백성이다.뚜렷이 드러나지 않아도 스스로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事이다.거칠지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법이다.인정과는 멀지만 지킬 수 밖에 없는 것이 의이다.인정에 가깝지만 사회적으로 넓혀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仁이다.옹색한 절제는 있어도 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예이다.세상 사람들을 따르지만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 덕이다.유일하지만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도이다.신비롭지만 실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天이다.

 

-듣는 게 힘들어.들어오는 문은 있으나 나가는 문은 없는 방에 갇힌 것 같다.차라리 귀를 내놓았어야 했어.소리가 막히면 말도 저절로 잊히는 것이 순리.그럼 좀더 편안했을지도......(76쪽)
그래도 채관은 유독 울금을 편애했다.울금,하고 발음할때마다 줄렁이며 차오르는 밀물 같은 통증이 그를 더 그렇게 했다.색을 다루면서 소리까지 거들다니.아닌 게 아니라 소리 때문에 색을,색 때문에 향을 향 때문에 맛을,그렇게 이것 때문에 저것이나 저것 때문에 그것을 취하고 버리는 것이 사람이었다.사람의 오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 것인지,그 오감 때문에 사람은 또 얼마나 더 복잡하고 미묘해지는지,채관은 때마다 절감했다.그래서 그중 하나를 잃은 수강이 가여웠다.(97쪽)
피식,연홍이 또 웃었다.천지간에 고운 것이 사람이고,사람 중에 고운 것이 말이고,말 중에 고운 것은 글이며,글 중에 고운 것은 시라고 들었다.한데 방이할매의 시는 그 대척점에 있었다.천지간에 모진 것이 사람이고,사람 중에 모진 것이 말이고,말 중에 모진 것은 글이며,글 중에 모진 것이 시였다.(110쪽)
바늘땀이 술렁술렁 움직여갔다.망자를 생각하면 끝도 없이 꼼꼼해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빡빡해선 한 되는 게 수의의 이치였다.훨훨 떠나야 할 넋이 산 자의 마음에 걸려서야 쓰겠느냐,해서였다.한 땀 한 땀,성긴 바느질을 따라가며 남은 자가 흐느꼈다.그리 살게 해서 미안했다고.그렇게만 살아야 하는 세상이어서 미안했다고.그래도 그리 살아줘서 고마웠다고.그렇게라도 함께 살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132쪽)

-하나 화율에겐 산 기억이 다가 아니었다.죽어서의 기억이 보태져 있었다.하면 무엇인가.산 것인가?죽었는데,죽은 자의 일인데 그걸 어찌 살았다 할 수 있겠는가.하면 죽은 것인가?엄연히 살아서 날뛰는 기억을 어찌 죽었다 할 수 잇겠는가.죽고 살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기억은 죽고 사는 것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었다.그러니 정녕 산 것은 무엇이고 죽은 것은 무어란 말인가.

-쯧쯧.아무리 제 목숨처럼 연애해도 상대방이 알지 못하면 헛되고헛된 법이오.
-그런 것 같소.한데,그쪽은 어찌 죽으신 게요?
-맘을 오래 앓다보니 저절로 죽어지이다.
-어인 연유로?
-그러게 말이외다.버리면 될 것을.(174쪽)

-결국 다......다 탔어.마저 읽지 못했는데.
-정념인 게야.
-정념.어떤 정념인 걸까.
모든 법의 본성과 모습을 올바르게 기억하고 잊지 않는다는 불교의 정념正念?아니면 감정을 따라 일어나선 당최 억눌러지지 않는다는 마음의 정념情念?
-케케묵을 수밖에 없지.한데 케케묵는 건 사람에게만 일어날 수 있거든.바람은,산은,물은 그리고 색은 케케묵을 수 없어.오직 사람만 낡고 뒤떨어지고 어리석을 수 있느니.
-하면 정념은 정념情念일 거야.
-뼛속까지 시가 배어든 자를 일컬어 시골이라 한다 했든가.
시골詩骨.글 안에 있을 때 수강도 되고 싶어한 적이 있었다.하나 얼마만큼 시만을 위해 살아야만 시가 골수까지 적실 수 있단 것인지 글이 쉽지 않았던 수강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

읽기 힘들었다.
하지만 안 읽었다면 더 후회가 됐을 거다. 

글에 무게가 실렸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가볍게 살랑살랑 일렁이는게 아니라,가슴 속 깊숙히 천둥 같은 울림이었으면 했다.소위 '진혼곡'이란 것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문장을 자유자재로 벼리는 재주를 가진 이 작가의 앞날을 기대한다. 

'옛날옛적에'로 이야기를 시작한 나는,이 같은 구절을 인용하며 끝을 맺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람이 무섭다는 건지,호랑이가 무섭다는 건지 모르겠다,췟!

하나사람에게 가는 마음을 무슨 수로 잡아둘 수 있겠는가.마음은 야생이었다.마음을 길들이겠다는 건 오만이었다.길들여진 마음에는 생동이 없었다.연홍도 마음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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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11-22 19:07   좋아요 0 | URL
전 사람도 호랑이도 다 무서워요. ㅎㅎ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왠지 끌려요.

sslmo 2010-11-23 07:56   좋아요 0 | URL
전 고슴도치도 무서워요.ㅎ.ㅎ.ㅎ
<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호오가 엇갈려요.
깊이있는 내용을 깊숙히 파고들지는 못했어요.^^

카스피 2010-11-22 20:09   좋아요 0 | URL
음 누군가 그러더군요.어두운 밤길에 유령은 안 무섭지만 사람은 무섭다고요(사람이 사람을 해친다는 말이죠)

sslmo 2010-11-23 08:00   좋아요 0 | URL
그 분 아주 건강한 분인가 보군요.
전 고3때,놀이터의 나무가 유령이나 귀신처럼 보였었는데 말이죠.

유령이나 귀신,사람의 정신을 황폐하게 만들죠.
바꿔 말하면 유령이나 귀신이 아니라,거기에 홀린 사람 자신이지만요~^^

순오기 2010-11-22 20:25   좋아요 0 | URL
흠~ 글쟁이들의 문장력은 감탄스럽지만, 때론 말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마음을 길들이는 건 오만이었다~~~~~ 에 동감!!

sslmo 2010-11-23 08:09   좋아요 0 | URL
말을 글처럼 하면 환자 취급 받을것 같아요.^^
전 언제나 힘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그러니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 따위도 오만이 되는 거겠죠~ㅠ.ㅠ

hnine 2010-11-23 00:05   좋아요 0 | URL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요...

sslmo 2010-11-23 08:12   좋아요 0 | URL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나요.
차라리 제가 하룻강아지여서 범이고 사람이고 무서운 줄 몰랐으면 좋겠어요.^^

2010-11-23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風流男兒 2010-11-23 11:07   좋아요 0 | URL
저승사자 화율의 마지막 선택. 와아, 그림 맘에 드는데요!! ㅎㅎ

sslmo 2010-11-23 20:16   좋아요 0 | URL
옷감을 염색하는 채공의 얘기도 나오고요.
색을 만들어 내는 자세,글을 쓰는 자세,그림을 그리는 자세,삶을 사는 자세...한번쯤 생각해보게 돼요~^^

stella.K 2010-11-23 12:18   좋아요 0 | URL
저승치사의 작가가 좀 그렇긴 해요.
달을 먹단가? 저도 그 책 읽으면서 서사는 좋은 것 같은데
읽기가 버겁더라구요.
그래도 꾸준히 쓰다보면 인정 받겠죠?
김탁환은 다작에 비해 문학성을 아직 인정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저 책은 왠지 나랑은 인연이 없는 것 같아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네요.ㅠ

sslmo 2010-11-23 20:22   좋아요 0 | URL
그래도 김진규님,문장을 벼리는 재주는 탁월한 것 같아요.
내공도 보통이 아니고...
인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사건에 개연성을 엮어내는 품이 평면적이어서 그렇지만여~

김탁환은 저는 왕사랑하는 작가예요.
김탁환을 처음 시작하신다면,열하광인 시리즈를 권해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별로 보고싶지 않으실지라도,언젠간 어떻게든 만나게 되실거라고 생각해요~^^

stella.K 2010-11-24 11:44   좋아요 0 | URL
오, 고마워요. 참고하겠슴다.^^

sslmo 2010-11-25 00:20   좋아요 0 | URL
뭘여,헤헤~~~^^

2010-11-23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절로 2010-11-24 13:34   좋아요 0 | URL
빙고!

sslmo 2010-11-25 00:22   좋아요 0 | URL
유레카~!!!

2010-11-24 00:10   좋아요 0 | URL
그동안 작가 김탁환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어요. 소문만 들었죠. 저는 {김탁환의 독서열전: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민음사)을 읽고서야 그의 첫 책을 접했었답니다. 그러나 소량의 글로 100권 책에 대한 소회를 담은 이 책으로 그의 문체(의 매력/힘)를 느낄 수 있었고, 소설을 잘 쓰는 작가이겠구나 하는 짐작을 해보았습니다. {독서열전}은 제가 읽은 책들과 많은 책들이 겹쳐선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slmo 2010-11-24 09:55   좋아요 0 | URL
소설 한편에 따라붙는 참고자료가 아주 방대해요.
이분을 보면서 글은 읽는것도 쓰는 것도 엉덩이의 무게와 비례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해요.
시간이 되시면,소설들도 읽어보세요.^^

꿈꾸는섬 2010-11-24 01:04   좋아요 0 | URL
저도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사람은 칼을 들지 않아도 큰 상처를 내지요.ㅜㅜ
나무꾼님의 책 읽기, 생각하기 모두 참 좋아요.^^

천지간에 고운 것이 사람이고,사람 중에 고운 것이 말이고,말 중에 고운 것은 글이며,글 중에 고운 것은 시라고 들었다.한데 방이할매의 시는 그 대척점에 있었다.천지간에 모진 것이 사람이고,사람 중에 모진 것이 말이고,말 중에 모진 것은 글이며,글 중에 모진 것이 시였다

전 방이할매 같은 사람인가봐요.

sslmo 2010-11-24 09:58   좋아요 0 | URL
곱기만 하다거나 모질기만 하다면...견줄 대상이 없으니 매력도 못 느끼게 되지 않을까요?
전 님이 적당히 곱기도 하고 적당히 모질기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꿈꾸는섬 2010-11-24 10:55   좋아요 0 | URL
ㅎㅎ적당히 곱고 적당히 모질기란 어떤걸까요? ㅎㅎ
어려운 과제에요.ㅠㅠ

sslmo 2010-11-25 00:23   좋아요 0 | URL
언젠간 숙제 검사 할거예요~^^

감은빛 2010-11-25 01:1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신문에서 <밀림무정> 소개글을 읽고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네요! 역시 꼭 읽어야 할 책이군요.
문제는 소설에 손을 댈 여유가 전혀 없다는 현실.

올 여름에 <천년습작>도 손 댔다가 아직 다 못읽었어요.
에휴 읽을 책은 자꾸만 쌓여만 가네요.

sslmo 2010-11-30 00:56   좋아요 0 | URL
답글이 많이 늦었네요.
<천년습작>을 여기서 만나니 반가운 걸요.
점쳐 보건데,김탁환은 언제고 어디서고 만나게 되지 않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