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의 신군주론 - 한국 민주주의의 허구를 꿰뚫는 통찰
전원책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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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은 참으로 오랜만인 것 같다. 저자의 모든 이야기에 공감하지는 않지만 평상시에 답답하게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직설적으로 꼬집어내는 저자의 주장에 막혔던 둑이 터지며 무언가 확 풀어지는 기분이다. 그만큼 오늘날 통치자라고 하는 이들의 행태가 우리 모두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한때 내 정치적 성향은 소위 진보 좌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보수적 성향으로 전향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느낀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열렬한 민주주의 옹호자이면서 국민을 대변하고 민중을 위하는 것처럼 보였던 인물들도 자신들의 이익 앞에 어이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정치인에 대한 깊은 기대감이 사라졌다. 그뿐 아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구분 없이, 사람에 대한 판단 없이 자신이 지지했던 정당에서 나온 인물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뽑고 보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자는 우리나라 지도층, 특히 정치판의 부패가 그치지 않는 원인으로 제시한 세 가지 이유에는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념과 상관없이 뭉친 패거리는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 이너서클의 부패.

 

저자의 말처럼 어느 순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여당과 야당의 색깔이 비슷해졌다. 그러면서 둘의 차이를 구별하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아직도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는 당이나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권력의 범주 안에 들어서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자기 식구 챙기기, 권력 나눠먹기, 밀실 담합. 또한 절대 권력 밑에 있는 소위 측근들의 부패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들 정치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들에게 분노하고 이들의 행태를 비난하면서도 정작 많은 이들이 통치자에 대해 냉소적이다 못해 너무나 무관심하다는 사실이다. 저자가 인용한 플라톤의 한 마디가 통렬하게 나의 가슴을 헤집는다.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자의 통치를 받는 것이다.’(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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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그레이슨, 윌 그레이슨
존 그린.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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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고등학교 시절이라고 말할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은 즐겁고 순수했던 시절이긴 하지만 사랑이니 우정이니 하는 것들을 느끼기에는 아직 너무 어린 나이였다. 반면에 고등학교 시절도 무언가를 다 아는 나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조금씩 사람을 알아가고 그 속에서 사랑과 우정을 키워가는 나이이기에 그 즐거움과 기쁨은 그 어떤 때보다 더 크지 않은가 싶다.

 

두 명의 윌 그레이슨. 2미터가 넘는 거구의 동성애자 타이니 쿠퍼의 끝없는 사랑 타령에 힘들어하는 한 명의 윌 그레이슨. 온라인으로 만난 아이작에게만 자신의 마음을 여는 또 한 명의 윌 그레이슨. 이 둘은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지만 어느 날 운명처럼 서로 마주친다. 둘의 만남, 또한 타이니 쿠퍼와의 인연으로 이 둘은 조금씩 변해간다.

 

윌 그레이슨이 다른 윌 그레이슨에게 던진 한 마디.

 

사랑과 진실은 한통속이라며. 그 말은 그 둘이 함께일 때만 존재할 수 있다는 거잖아?”(p.219)

 

너무나 멋진 말이다. 진실이 없는 사랑은 사랑일 수 있을까? 사랑은 그 무엇보다 진실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사랑도 얼마나 많은지. 남녀 간의 사랑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타인을 향한 사랑에 진실이 없다면, 결국 값싼 동정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연말연시에 반짝 이루어지는 생색내기 사랑에는 진실도, 진심도 없다.

 

두 명의 그레이슨은 조금씩 사랑에 대해 알아간다. 또한 자신들 친구들과의 우정을 깨달아 간다. 이들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변해가고, 조금씩 성숙해간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나 예뻐 보인다.

 

십대 때 만난 동성 친구와의 우정만큼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윌 그레이슨과 타이니 쿠퍼의 관계를 봐도 그렇다. 한때 서로를 향한 진심을 묻어두지만 결국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진심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속에만 담아둔 진심은 의미가 없다. 서로를 향해 그 마음을 내비치는 과정이 중요하다.

 

사랑과 우정. 가슴 설레게 하는 이 단어들이 십대 소년들의 모습을 통해 깔끔하고 사랑스럽게 그려진 이야기에 나도 그때로 돌아간 듯 행복과 설렘과 즐거움이 넘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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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 中庸 - 공존과 소통 그리고 인성을 세우는 진리
자사 원작, 심범섭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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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대한민국은 소통의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수없이 들리지만 실제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는 것 같다. 소통이 이루어지기는커녕 끝없는 이념 다툼, 이익 다툼, 권력 다툼 등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세대에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공존과 소통 그리고 인성을 세우는 진리일 것이다. 바로 중용이 그에 대한 이야기이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로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제지이기도 하다. 그가 쓴 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역을 이해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중용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주역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이루어진다. 요즘 들어 주변에서 주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들어가는 글을 읽으며 이런 추세는 자연의 법칙인 천도로 인간이 살아가는 법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중용은 무엇이고, 중용을 공부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이란 한쪽으로 편벽되거나 치우치지 않고 넘치거나 모자람도 없는 상태이며, ()이란 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중용이란 천도의 섭리를 따르는 인간에게는 중이 있는데, 이 중이 제자리를 잡도록 일상생활에서 항상 성실하게 중화를 유지하고자 실천하는 것이다. , 중용은 이론이 아니다. 중용은 실천의 학문이다.

 

중용에 나오는 이야기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실천의 이야기를 하는 지는 받아들이는 자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인의예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일상생활을 꾸려 나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세상은 정말 살아갈만한 곳이 될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래 성품인 성()을 회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인(), (), (), ()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 모든 것을 그르친다. 욕심이 이기심을 만들고, 범죄를 일으키게 한다. 나 역시 그렇다. 욕심 없이 산다고 말하지만 진짜 그런가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자녀 교육 하나만 보아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른 아이보다 뒤떨어질까봐, 아니 다른 아이보다 더 잘하기를 바라는 욕심에 아이의 인성이 교육은 뒷전이 되어버리기가 일쑤다. 아이의 능력을 키우는 일도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능력은 결국 그 치우침으로 인해 올바로 설 수 없다. 치우침 없는 중용에 따라 인성과 능력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야 세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언뜻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았던 중용의 참된 의미가 삶을 돌아보고 삶 가운데서 그 뜻을 펼쳐야 한다고, 실제로 행동해야 한다고, 그것이 세상의 중심, 삶의 중심, 자신의 분야에서 중심이 되는 길이라고 말한다. 중용의 길을 걷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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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도미난스 - 지배하는 인간
장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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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그런 사람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피지배 계층이기보다는 지배 계층에 속하기를 원한다. 그러기에 그렇게 기를 쓰고 직장에서 승진하려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가가 되고 싶어 하고, 억척같이 돈을 벌려고 한다. 누군가를 지배하고자 하는 본성이 어느 날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낸다면?

 

작가의 상상력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의 정신을 조종해 자신의 말에 순종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들에게는 다른 사람들을 조종할 능력도 있지만 그 부작용으로 충동사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이 가진 능력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첫 장면부터 상당히 인상적이다. 사형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 인간이라면 선뜻 따를 수 없는 명령을 내린다. 그 명령에 주저하면서도 따르는 사형수의 모습. 권력을 가지고 남을 지배한다는 의미가 이런 것일까?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의 기본적인 도의마저 저버리게 하는 것?

 

다른 사람을 조종할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흰원숭이라 부르며 그들을 통제하고자 하는 백원단, 그 백원단을 이끄는 류잉춘은 자신에게 충동사가 다가올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에서 온 안시현에게 테스트를 진행하여 금강승을 진행하고자 한다. 백원단 지도부를 쫓는 슈란과 명진은 류잉춘과 안시현을 쫓아 숨겨진 류잉춘의 안가를 급습하지만 죽어 있는 류잉춘만 발견한다. 한면 일본에 사는 스스미는 할머니와 어머니를 죽인 머리띠를 한 남자가 누구인지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데...

 

다른 사람의 뇌를 조종하는 능력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앗아간다. 바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 교제이다. 올바른 소통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스스미가 아닐까 싶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죽음, 그와 함께 생활했던 준코의 죽음. 결국 스스미에게 자신이 지닌 능력은 축복이 아니었을 것이다.

 

초능력을 가진 신인류 호모도미난스들에게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권력을 향한 욕심이다. 슈란과 명진의 관계, 백원단에 대항하는 4인 체체. 이들이 보이는 모습은 결국 신인류 가운데서도 주도권 다툼을 거쳐 상하관계가 생기는 인간의 본능적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인간의 본성 때문에 시현은 마지막 순간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타인의 생각을 조종한다는 개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소설의 소재로 사용했지만 장강명 작가의 작품은 또 다른 즐거움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를 환상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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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꿈결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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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책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의 제목은 <젊은 베르터의 고뇌>이다. 책의 제목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베르테르보다는 베르터라는 발음이 더 원어에 가깝고, ‘Leiden’이라는 독일어의 의미는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모두 포함하는 의미이기에 단순한 슬픔보다는 고뇌에 가깝기 때문이다.

 

올 해 들어 이 책을 두 번째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고전을 고전이라고 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었다. 고전은 책을 읽을 때마다(그 시간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선 읽기에서 느낀 감흥이 여전히 남아있는 순간임에도) 또 다른 여운과 생각을 던져준다는 것이다.

 

베르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랑의 아픔에 빠져 결국 자살에 이른 너무나 낭만적인(어찌 보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베르터를 모방해 자살한 사람들이 많아 그 후 유명인의 자살이 다른 이들의 모방적 자살을 부추기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 느끼는 첫 번째 감정은 자살에 이를 정도의 너무나도 열정적인 사랑이다. 특히 그 사랑의 대상이 금단의 열매처럼 약혼자가 있는 이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다가온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인간의 존재적 가치에 대한 생각에 깊이 빠져들게 만들었다.

 

도대체 너는 이 집에서 어떤 존재인가! [중략] 너의 상실로 인해 운명에 파인 상처를 그들이 과연 얼마 동안이나 느낄까? 과연 얼마 동안이나? 아아, 인간이란 이처럼 허망한 존재라네.(p.163)

 

살다보니 내가 잊어버린 사람들도 많고 나를 잊어버린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한때 내 목숨보다 더 귀하게 여기던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로를 잊은 채 그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꿈결 클래식으로 나온 작품들을 모두 읽었다. 본문 이외의 일러스트, 주석, 해제로 구성된 꿈결 클래식은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일러스트가 있어서 상상력이 반감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일러스트를 보며 더 깊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고, 작품과 작품 속 인물들에 빠져들 수 있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깊은 고뇌에 빠진 베르터에 동화된 내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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