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없는 맛집 한국인의 소울 푸드 맛집 1
안병익 지음 / 이가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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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전에서 노포(老鋪)의 의미를 찾으면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店鋪)라고 나온다. 이를 식당에 빗대어 말하면 전통을 간직한 오래된 식당이라는 의미이다. 오랜 시간 한 자리에서 식당을 이어온 노포식당은 그만큼 맛있는 음식점이라는 말이면서 그 음식 맛에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아침과 저녁이 완전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화 없는 음식 맛은 음식 이상의 무언가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식신 주식회사를 창업하여 맛집정보 앱 ‘식신’과 모바일식권 ‘식신E식권’ 서비스를 운영하는 안병익님의 <간판 없는 맛집>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 맛집을 국밥, 면요리, 터줏대감, 찌개, 肉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평소 맛집에 광분하는 일인으로 목차 먼저 훑어보았다. 100개 넘는 식당들 중에서 직접 가서 맛본 곳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서 하나하나 세어보았는데 대략 절반 정도 되었다. 코로나로 최근에 가본 맛집은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그래도 예전에 가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그 맛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각 식당마다 특유의 맛과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쉽게 기억이 난 듯하다.

각 노포식당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다. 식당의 대표 음식을 보여주는 사진과 식당 외관을 찍은 사진, 10줄 정도의 짤막한 가게와 음식 설명, 저자의 간단한 코멘트, 식당 위치와 영업시간 및 가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너무 간단한 소개라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음식이라는 게 책으로 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고 가서 직접 맛을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니 직접 가서 경험해보라는 저자의 생각을 담은 게 아닌가 싶다.

노포 식당이기에 요즘 트렌드와는 다른 분위기, 다른 맛일지도 모르지만 분명 각 식당에는 세월이 흐른만큼 음식과 식당에 스며든 깊은 풍취가 있다. 우리 동네에 있는 몇몇 맛집들은 갈 때마다 그런 풍취에 취해 점점 더 깊이 빠져든다.

물론 저자가 선정한 식당들 중에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도 있다. 특히 어릴 때부터 수십 년 동안 지켜본 식당들도 있었는데 그 중의 한 곳은 개인적으로 더 이상 가지도 않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지도 않는다. 예전과 다른 맛으로 이미 노포 식당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서이다.

이 책에 실린 곳이 대한민국의 모든 음식들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숨어있는 맛집도 많다. 그래도 이 책에 실린 식당들만 다녀보아도 우리나라 음식을 대표하는 음식들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살면서 꼭 해야 할 버킷 리스트가 또 하나 늘어 살며시 가슴 한견이 설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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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공 2022-05-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포는 첨 들어봤네요~
와. 직접 가보신 맛집이 절반이나 되시다니요!
사진상으로 보면 오래도록 음식을 만들어온 식당들의 역사가 보이는 듯해요^^

potato4 2022-05-26 08:27   좋아요 1 | URL
요즘 많은 분들이 노포에 관심을 가지시더라고요.
저같은 경우는 예전에 맛집 동아리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서 가본 곳이 꽤 되더라고요.
책에 실린 식당들 한 번 찾아다니시는 것도 나름 재미 있을 거예요.
 
15분마다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권도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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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변호사로 20여 편 이상의 작품들을 발표한 리사 스코토라인의 <15분마다>는 소담출판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여성 작가 스릴러 소설 시리즈 중 두 번째 소설이다이전에 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어서 어떤 스타일의 작품을 그려낼지 알 수 없었지만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도드라지는 작품이 아닐까 추측하며 첫 장을 넘겼다.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소설이지만 스릴러 소설답게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대단하다처음에는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밋밋한 느낌이 들어 조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스토리 전개가 급물살을 타고 흘러가면 독자를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에릭과 그를 파멸시키려고 하는 소시오패스 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에릭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한 번씩 툭툭 던지는 듯한 나의 이야기는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두려움공포감을 느끼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정신과 의사인 에릭은 폐암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티그너 부인의 부탁으로 강박장애를 앓는 맥스를 상담한다상담 과정에서 맥스에게 15분마다 꼭 해야 하는 행동이 있다는 것과 그가 좋아하는 르네라는 소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아내와의 이혼 소송으로 하나뿐인 딸 해나와 함께 할 수 없는 현실 때문일까에릭은 맥스의 삶 속으로 한 걸음씩 계속 해서 들어가게 되고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에릭에게 전화를 건 맥스는 어딘가로 사라지는데...

굉장히 섬세하게 에릭의 생각과 마음을 묘사하기에 그 속으로 푹 빠져들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그러면서 도대체 소시오패스인 나는 누구인지가 무척 궁금했다나름 트릭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두 명으로 압축했는데 나름 작가의 마음을 읽었던 것 같다.

에릭처럼 딸이 있는 아빠로서 그의 마음에 너무 많이 공감했던 반면 맥스의 삶에 그렇게 깊이 빠져드는 에릭의 모습은 좀처럼 공감하기 힘들었다는 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물론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이혼 후 양육 문제로 고민하는 상황도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너무나 짧은 기간에 너무나 깊이 빠져드는 모습은 전문의로서 오랜 기간 살아온 에릭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든 그렇지만 이 소설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마지막 반전이 기다린다마지막 반전을 보면 어쩌면 작가가 소설 속 소시오패스인 나처럼 우리를 조정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이런 의심이 든 이유가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마라결코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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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20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구에도 소설에도 ^^
반전이...!
궁금합니다~^^

zazaie96 2022-05-20 1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은 잘 몰입되지 않는데... 집중해서 읽는 방법이 없을까요(웃음,)?
˝결코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그 말씀 참 가슴을 울리네요. ^^
 
침묵을 보다 - 불안을 다스리고 진정한 나를 만나는 침묵의 순간들
마크 C. 테일러 지음, 임상훈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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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말로 먹고 사는 일을 한 적이 있다한시도 쉬지 않고 말하는 일이다보니 퇴근하고 나면 말하는 게 그 어떤 일보다 힘들었다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말이 점점 들었다내가 하는 말이 줄어들자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그때 처음으로 침묵이 주는 의미를 생각했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했다의도하지 않게 다시 침묵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처음 침묵의 의미를 생각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 경험한 침묵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침묵이라 그때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침묵이 이어졌다침묵의 시간이 쌓이면서 침묵에도 여러 의미가 담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종교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마크 C. 테일러는 그의 저서 <침묵을 보다>에서 침묵에 다양한 종류가 있음을 설명한다저자가 말하는 침묵의 다양성이 내가 경험한 다양한 침묵의 의미와 똑같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침묵에는 서로 다른 의미를 쏟아내는 다양한 침묵이 있다.

침묵의 의미를 설명한 이 책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책 첫머리에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보게 된 옛 사진들에서 침묵의 의미를 이끌어내는 장면까지만 해도 가볍게 읽겠구나 생각했지만 그 이후 하이데거를 필두로 다양한 철학자들의 침묵에 대한 정의를 끌어오면서 점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더뎌졌다.

저자는 침묵의 의미를 없이(without), 전에(before), 함께(with), 안에(in) 등 전치사를 이용해 14개의 파트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내가 경험한 침묵과 유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발적인 의지력을 동원해 억제하고 있는 말하지 않는 것과 절대로 표현될 수 없는 말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구별이다(p.40)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침묵의 의미가 내가 경험한 침묵과 100프로 일치하지는 않지만 저자가 어떤 의미로 이 문장을 썼는지는 어렴풋이나마 공감하게 된다.

오늘도 수많은 소리들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내게 저자가 설명한 침묵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나의 삶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침묵이 주는 고요함의 한없이 깊은 맛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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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마지막 서점
매들린 마틴 지음, 김미선 옮김 / 문학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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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전쟁의 참혹함을 알지만 그저 머릿속에서 그려낸 이미지이기에 현실적으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분명하게 인지하기는 쉽지 않다하지만 요즘 뉴스에서 전하는 우크라이나의 모습을 보면 전쟁의 참담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전쟁의 아픔이 모두의 마음을 깊이 후벼 판다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도 그렇지만 전쟁에 지친 사람들의 모습에서 비참함과 끔찍함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분명 전쟁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상황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다룬 이야기들이 많지만 최근에 나온 매들린 마틴의 <런던의 마지막 서점>은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전쟁에 담긴 아픔과 고통뿐 아니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가진 희망과 치유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작가는 전쟁과 서점이라는 서로 연결하기 쉽지 않은 두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독자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도시에서의 삶을 기대하던 그레이스는 엄마의 절친인 웨더포드 부인의 하숙집에서 지내기 위해 친구인 비브와 함께 런던으로 떠난다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시기이기에 런던에서의 삶은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지만 웨더포드 부인이 소개한 프림로즈 힐 서점에서 6개월간의 근무를 시작했다.

책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그레이스가 단골인 조지의 도움으로 조금씩 책에 흥미를 가지고 읽기 시작할 무렵 전쟁의 여파가 그레이스 주변에까지 도달한다콜린비브조지가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남은 이들은 등화관제와 공습의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이어나간다.

모두가 지쳐가던 그 순간전쟁의 공포를 이겨낼 희망이 그들에게 다가온다바로 책이었다책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과 경험들이 그들의 아픔을 다독여주고그들의 빈 마음에 따뜻함을 채워주면서 절망이 아닌 희망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른다.

전쟁의 아픔은 쉽게 치유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절대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은 아니다누군가와 함께 마음을 채울 무언가가 있다면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도 모두가 뛰어넘을 수 있는 그저 하나의 장벽에 불과할 뿐이다지금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그 밖의 모든 이들에게 그런 희망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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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5-11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게도 책은 치유, 희망, 숨입니다^^

mini74 2022-05-11 2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인공 이름이 그레이스군요.~~ 저도 책이 희망이라 생각합니다.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사라지길 ㅠㅠ

서니데이 2022-06-10 2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이하라 2022-06-10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포테이토님^^
즐겁고 행복한 주말되세요~~

thkang1001 2022-06-11 0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otato4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오십에 읽는 장자 -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시간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범준 지음 / 유노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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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이라는 말이 그저 농담처럼 들렸는데 어느새 많은 세월이 흘러 가벼운 농담으로 듣기에는 살짝 거북스러운 나이가 되었다결코 오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현실이라기보다는 그저 꿈같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여전히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말이다.

오십이라는 나이는 모든 게 참 버거워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아닌가 싶다일터에서도가정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나이그래서 모든 게 조금씩 무거워진다는 생각이 점점 커지는 나이이 시기를 보내야 할까김범준의 <오십에 읽는 장자>에서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자의 책을 처음 읽지만 평소 관심이 많았던 장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눈길이 갔고 책 표지의 복잡한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시간이라는 표현에 호기심이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다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오십이라는 나이는 심적으로 참 복잡해지고 무거워지는 시기이기에 정말 살짝이라도 마음 한견이 홀가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저자의 경험처럼 예전에 장자를 읽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정말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필요한 말들을 골라 전해주는 듯한 느낌에 오랜만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

28개의 장자의 말을 원문과 해석저자의 설명을 곁들여놓아 각각이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그 말이 현재 살아가는 삶에서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할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물론 모든 답을 찾은 건 아니다그 찾은 답이 확실한 정답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하지만 삶의 또 다른 한 굴곡을 넘어가기에는 충분한 디딤돌을 찾은 것만은 분명하다그것만으로도 한껏 가벼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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