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걸 틀렸을까? - 오답의 심리
싸이링크 지음 / 일센치페이퍼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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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나는 왜 그걸 틀렸을까?-오답정리를 제대로 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일타강사가 말한다. 이론을 공부하고 문제를 풀고, 채점하고 틀린 문제는 오답정리를 하라고. 문제집을 풀다가 모르는 문제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게 된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오답정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오답정리를 하고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오답정리가 아니다. 특히 수학, 과학의 경우 어떻게든 해설지를 보고 오답정리를 하긴 하지만 국어의 경우 어떻게 오답정리를 해야할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부는 틀리는 것을 줄여가는 과정, 오답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 실력을 올릴 수는 없다.

 

 

그래서 고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이자 산업 및 조직 심리학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인 저자가 심리학을 이용한 '오답정리 전문 책'을 냈다. 바로 <나는 왜 그걸 틀렸을까?>라는 책이다. 나는 왜 그걸 틀렸을까 하고 고민하고, 옳은 답을 고를 수 있도록(또는 선택할 수 있도록) 생각의 구조를 바꿔가는 과정이 바로 올바른 오답정리이다.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온 결과 나도 나름대로 학생들에게 올바른 오답정리를 하는 단계를 만들었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1. 해답을 보지 않고 옳은 답 고르기

2. 해답을 보고 틀린 부분, 옳은 답 확인

3. 내가 왜 그걸 틀렸는지 이유 찾기

4. 옳은 답을 고르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해결책 모색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2번은 보통 쉽게 한다.) 바로 3번과 4번 과정이다. 특히 3번 과정을 겪지 않고서 내 생각의 오류를 수정하여 옳은 답을 고를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갈 수는 없다. 또한 옳은 답을 고르는 알고리즘 구조로 생각의 경로를 바꾸지 못한다면 과거에 틀렸던 문제와 비슷한 문제를, 또다시 비슷한 방식으로 틀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 내가 왜 그걸 틀렸는지 그 이유를 쉽게 찾지 못한다. <나는 왜 그걸 틀렸을까?>의 훌륭한 점은 바로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어 심리적으로 분석하고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놓은 것이다.

 


예를 들면 불확실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성을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확한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겪는다. 하지만 공부를 할 때에는 이 점이 매우 중요해진다. 우리가 풀지 못하는 많은 문제들이 이런 불확실한 상태의 단서를 주고 학습자가 끼워맞추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걸 틀렸을까?>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 수준이 진로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에 대해 적어 놓았다. 이 설문조사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 우유부단함, 역기능적 신념, 정보 부족, 정보 불일치 등에 대한 항목을 측정했는데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력이 강한 사람은 진로 결정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회피하지 않는 특성을 보였다고 한다.

 

<나는 왜 그걸 틀렸을까?>는 불확실성과 같은 문제상황에 대해서만 서술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지 문제를 직접 예시로 들고 해결 방법에 대해 꼼꼼히 적어 놓았다. 이 책에 나온 것들 대부분이 교수학습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었고, 학습자들이 이 책을 보면서 적용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론과 예제를 제대로 익힌 다음 다양한 유형을 풀 때, 내가 알고 있는 문제와 비슷한 유형을 분류하고 비교, 대조하면서 문제를 푸는 것이 중요한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서술했다.



 <나는 왜 그걸 틀렸을까?>의 장점은 교수자들만 알고 있는 교육학 이론들을 학습자들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시를 들어주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만약 틀린 문제를 매번 틀리고 있는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면 이 책을 정독하고 공부 방법을 정교하게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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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비트코인 - 블록체인 3.0 시대와 디지털화폐의 미래
나카지마 마사시 지음, 이용택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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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애프터 비트코인-과연 비트코인은 끝까지 살아남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던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몇 십배, 몇 백배로 오르면서 이제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없을 정도이다. 특히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가 돌자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과 가상화폐가 실현화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주목하여 투자했던 사람들 외에, 단순히 일확천금을 얻기 위한 묻지마 투기가 이뤄지는 바람에 한국 코인시장은 한국 프리미엄이 붙기까지 했다. 덕분에 늦게 가상화폐에 투자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먼저 투자를 하여 큰 돈을 딴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느끼는가 하면 거래소 해킹, 은행에서 가상계좌제한 등 가상화폐에 대한 악재가 돌 때마다 코인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비트코인, 알트코인 등 많은 현재 시중에 나온 많은 가상화폐들이 과연 미래에도 화폐로서의 가치가 충분할까?



 

경제학 박사이자 일본은행 출신의 결제 시스템 1인자 나카지마 마사미는 이에 대하여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첫 번째로 화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자. 비트 코인 등 현재 시중에 나온 가상화폐는 소수가 많은 양을 독점하고 있고 안정성이 떨어지며 상품으로 교환하기 힘든 시스템 등 화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결국 투자열기가 시들해지게 되면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가은행(특히 미국,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우선적으로 시행할 것이라 본다. 특히 미국같은 경우 현재 달러의 힘을 이용하여 상당한 경제적이득을 보고 있으므로 화폐가 가진 힘을 간과할 리가 없다.)들이 가상화폐 기술을 도입하여 국가에서 가상화폐를 발행할 경우 개인이 발행한 현재의 가상화폐들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어떤이가 국가가 발행한 신뢰도 높은 가상화폐를 두고 누가 개발한지도 모르고 누가 얼마나 점유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가상화폐에 높은 가치를 매기겠는가. 국가은행이 가상화폐를 발행할 시기는 모르겠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미 미국, 싱가폴, 중국, 스위스 등 많은 국가들이 가상화폐 기술과 그 도입시기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존하는 가상화폐의 가치는, 국가은행이 손대면 영원히 지류로 남을 시한부 유행에 그치는 것일까? 저자는 비트코인 그 자체가 아니라 비트코인을 발행하기 위해 필요했던 기술 '블록체인'의 가치를 매우 높게 산다. 전세계에 존재하는 여러 컴퓨터에 동시에 기록되면서 위조할 수 없게 하는 기술, 현재 드는 금융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는 기술  '블록체인'이 화폐 외에 금융, 비즈니스 등 전반적인 부분에 활용될 것이라 예상한다.


이 책은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 등 현존하는 가상화폐의 화폐로써의 가치를 평가하고 국가은행들이 시도하고 있는 '블록체인'기술의 활용 방법과 '가상화폐발행'의 청사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가은행이 가상화폐를 발행했을 시 어떤 식으로 활용이 되며, 이 가상화폐를 이용한 정책 방향 등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에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가치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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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텝스 관리위원회 텝스 최신기출 1200제 문제집 3 - MP3 CD 포함, 독점 최신 기출 문제 서울대 텝스 관리위원회 텝스 최신기출 1200제 시리즈
서울대학교 TEPS 관리위원회 지음 / 넥서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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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울대텝스 최신기출1200제-텝스는 서울대 최신기출1200제 시리즈로 대비하자!


텝스를 준비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느 정도 텝스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고 나면 실전 모의고사를 많이 푸는 연습을 하게 된다. 텝스 모의고사로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가 넥서스 1200제 1,2,3권 시리즈이다. 난이도도 있고 현재 나온 문제집 중 텝스 대비에 가장 괜찮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책 시리즈를 사서 파듯이 공부를 한다.



<서울대 텝스 최신기출 1200제>3권은 2017년 1월 5일 초판이 발행된 것으로, 상대적으로 최신 문제를 실어 놓은 기출문제집에 해당된다. 4월을 마지막으로 5월부터 새 옷으로 갈아입은 뉴텝스 시험으로 바뀌지만(뉴텝스에 관련된 사항은 이전 블로그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구 버전 텝스 기출문제집을 버릴 수는 없다. 모든 유형이 새롭게 바뀐 것은 아닐 뿐더러 여전히 텝스에서 선호하는 지문과 요구하는 어휘, 문법 수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은 최근 기출문제를 담은 것이라 상대적으로 더 가치있는 책이라 하겠다. (서울대 텝스 최신기출 1200제 3권은 구텝스 기준으로 편성되어 있다.)


<서울대 텝스 최신기출 1200제>는 맨 앞에 파트 별로 문제 풀이 노하우와 고득점 핵심 비법, 문제 유형 등이 나와 있고 총 1200문제, 즉 6개의 모의고사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기출문제를 탑재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가장 큰 장점이다. (구텝스는 한 회에 200문제, 990점 만점이다) 해설집은 따로 팔고 있으며 간단한 답과 듣기 스크립트는 문제편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자세한 해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해설집도 함께 구매하는 것이 좋다.(영어 실력이 아주 뛰어난 분이 아니시라면, 일일이 오답정리를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본인이 만든 해설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해설집을 함께 사는 편을 추천합니다.)


현재 서울대학교출판부에서 뉴텝스 관련 문제집을 출판하긴 했지만 문제의 양이 적고, 그 외의 사설업체의 뉴텝스 문제집은 여전히 구텝스를 활용한 것이 많다. 그래서 충분한 기출문제가 쌓이기 전까지는 구텝스 기출문제집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문제집을 많이 살 수 없다면, 최근의 기출문제가 많이 수록된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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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신화여행 - 신화, 아주 오래된 이야기
김헌선 외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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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중동신화여행-낯선 중동의 신화 속으로 빠져보자


어릴 때 내가 알던 신화는 단군신화와 한국의 옛이야기들,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가 전부였다. 단군신화를 읽고 나서는 굉장히 아리송한 기분이었고(왜 꼭 곰과 호랑이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가, 동물에게 그런 욕구가 있을까, 만약 그렇다 해도 그 당시엔 곰이나 호랑이같은 맹수가 인간보다 강했을텐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고서는 인간보다 강한 불사의 몸으로, 인간보다 더 격정적으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질투하고 싸우는 신들의 모습에 재미와 충격을 동시에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 후, <람세스>를 통해 이집트 신화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엔 그리스로마신화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북유럽 신화를 읽고 나서는 더욱 더 신화에 빠져들었다. 이후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의 원작을 쓴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시리즈 소설을 모두 읽은 후에는 뱀파이어의 원류를 이집트 신화에서 찾았다는 것을 보고 신화를 이렇게 차용할 수 있다는 것에 전율을 느꼈다.



나는 신화가 많은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갖는 측면은, 신화가 갖는 이야기의 힘이다. 인간의 뇌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항상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퍼뜨린다. 신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원조이자 그 땅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발판이다. 그래서 현대 작가가 쓴 이야기들 중 많은 것들은, 특히 구조가 매우 탄탄한 것들은 신화를 밑바탕에 두고 있는 것들이 많다. 사람들은 신화를 배경으로 하거나 신화를 차용하고 있는 작품을 읽을 때 쉽게 수긍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신화와 옛이야기가 침략의 역사를 겪으며 사라진 것이 매우 아쉽다.

 


<중동 신화 여행>은 상대적으로 우리가 낯설게 느끼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현재 중동은 상처가 끊이지 않는 땅이지만 인류최조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신화를 탄생시킨 곳이며 한때 가장 강성한 문화의 꽃을 피운 곳이다. 그래서 저자는 <중동 신화 여행>이 인류 최초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이라 하였다.


사막은 아무리 뜨거운 화공 속에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별밤을 선사하고, 티그리스 강은 아무리 많은 시체를 흘려보내고도 여전히 살아남은 연인들에게 다시 또 사랑의 산책로를 선사한다.


-본문 중에서-


 


<중동 신화 여행>은 7명의 신화 전문가가 신화에 대해서 강의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신화와 서사시를 보는 시각부터 시작하여 이집트 오시리스 신화, 수메르 엔키신화, 여신 이난나, 길가메시 이야기, 바빌로니아의 창세신화 에누마 엘리쉬 등으로 이어진다. 강의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장점과 단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장점은 강의자의 특성이 진하게 드러나는 글을, 신화의 주제에 맞춰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전문용어가 많이 쓰였으며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 대한 전반적인 신화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본다면 정신이 분산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전체적 틀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낯선 나라의 신화에 대한(교양강의를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느꼈다.) 내용을 주제에 따라 이것저것 보게 되므로 혼란스러울 수 있다.



<중동 신화 여행>에서 흥미로웠던 점들은 몇몇 저자들이 중동신화를 우리나라의 신화와 비교하면서 주제에 따라 제시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제주도의 사례를 기준으로 삼아 한국과 어마어마하게 떨어진 중동의 신화를 분석했다는 점이 낯설었다. 이집트 오시리스 신화는 워낙 다양한 이집트 배경 소설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친숙한 친구를 보는 느낌이었으며, 저승여행을 다녀온 여신 이난나에 대한 이야기는 여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전세계적으로 삭제되고 축소된 상태에서 수메르신화의 '이난나'는 강인하고 현명하며 욕망이 강한 여신으로 살아남았다는 점(물론 이난나 여신도 많은 시련을 겪었다)에서 인상 깊었다. 원래 많은 신화들이 초기에는 여성신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나 고대 도시 사회로 이전되면서 남성신으로 권력이 이양되었고 오랜 세월동안 남성지배적인 세상이 지속되면서 여성신들의 흔적은 점점 옅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난나 신화를 보면, 과거 여성신들이 어떤 면모로 그려졌는지 그 위상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쭈욱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로서의 신화보다는, 중동신화를 주제에 따라 분석하는 관점에서 다루었으므로 중동신화를 전반적으로 가볍게 살펴본 뒤 읽을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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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외계인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7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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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울 사는 외계인들-나와 고양이와 찔레꽃, 그리고 무화과나무

 

 

바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대량으로 쏟아지는 인터넷 정보들, 남들에게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 내가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많은 물질적인 것들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도시에 살면서 하루종일 이런 것들에 둘러싸여 생활하다 보면 내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아닌가, 오히려 이런 세상에서 자기 중심을 지키고 사는 것이 신기한 일일까?


여기 서울 하늘 아래 무화과나무 한 그루가 집 마당을 한가득 덮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사는 외계인들>에서 주인공 '내'가 앞으로 살아야 하는 곳. '나'는 이 무화과나무를 보자 순간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진다. 고모가 '나'를 데리고 살다가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새로 마련해준 '나'의 살 곳. 하지만 정남향의 눈부신 햇살에 커튼을 해 달라는 요구마저 묵살당한다. 고모는 여기서 살 사람이 커튼을 치길 원하는데 그것마저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몇 장을 읽자마자 이 소년이 퍽이나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의 재혼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고 하면서 고모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소년, 그러나 조카가 '남들처럼'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고모에게 영원한 민폐가 될수밖에 없는 소년 시우. 마치 인간 속에 섞인 외계인처럼 홀로 이질적으로 떠돈다. 소년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넌 진짜 어느 별에서 왔냐?"


새로 세를 들어 이사온 이 곳은 정말 이상한 곳이다. 앞에는 거대하고 뾰쪽뾰쪽하게 솟구친 교회가 있고, 집 안으로 들어오면 엄마 품과 같은 아늑한 무화과나무가 집을 보듬어주고 있다. (이 무화과나무 집을 낮의 풍경으로, 밤의 풍경으로 묘사를 하는데 매일 딱딱하거나 단순한 글만 보다 보니 무화과나무의 묘사 문구를 보면서 알 수 없는 감동까지 느꼈다. 간만에 감성이 가득 찬 느낌!)


옥상 난간에 앞쪽으로 펼쳐진 무화과나무 이파리가 물처럼 흔들렸다. 낮에 보았을 때보다 더 바다처럼 보였고, 그 출렁거림도 더 장엄했다. 검은빛과 푸른빛이 이파리라는 경계에서 만나 서로 섞이고 섞여 토해 내는 그 미묘한 빛을 나는 얼른 표현할 수 없었다.


소년은 친절한 주인집에서 팥 칼국수를 주었으나 질색하고 만다. 하지만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그릇, 누가 먹었나 했더니 말하는 고양이가 아주 맛있게 먹었단다. 황색 점이 네 개나 박혀 있는 꼬리를 가진 녀석은 앞머리를 치렁치렁 내리고, 밝은 햇살이 싫어 창문에 덕지덕지 책장을 붙여놓은 소년이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주인 집의 구성원은 젊어보이기도 늙어보이기도 하는 아주머니, 술만 마시면 "이 하와이 새끼들"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저씨, 그리고 까칠한 딸 미미로 되어 있다. 주인 아저씨가 "하와이 새끼들"이라고 욕하는 것을 듣고 소년은 지식인에 이 욕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는데 어찌나 답변이 현실적인지 ㅎㅎ 나도 모르게 답변들을 읽으면서 킥킥거리고 말았다.


이 책은 <서울 사는 외계인들> 이라는 제목처럼 퍽퍽한 서울살이에 어울리지 않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가지를 길게 쭉쭉 뻗은 무화과나무처럼 서로 보듬어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앞머리를 모두 가린 시우는 남과 눈을 마주치지 못할 남모를 사연을 품고 있고, 포근한 아주머니도 이 집을 지키기 위해 겪어야 했던 억울한 사연이 있다. 이들이 서로 캐묻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의 상처를 저도 모르게 치유해주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포근한 분홍빛으로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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