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억한다는 착각 - 나는 왜 어떤 것은 기억하고 어떤 것은 잊어버릴까
차란 란가나스 지음, 김승욱 옮김 / 김영사 / 2025년 3월
평점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발행일 : 2025년
3월 19일
* 페이지 수 : 420쪽
* 분야 : 뇌과학 / 심리학
* 체감 난이도 : 보통
* 특징
1. 기억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아 줌
2. 기억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소개
3. 약간의 유머가 버무려진 글
* 추천대상
1. 최근 기억력이 떨어져 걱정되는 사람
2.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있는 사람
3. 기억에 관한 궁금증이 많은 사람
4.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




귀가 후 무심결에 놓아둔 차 키가 어디에 있는지 떠올리는 것이 왜
그리 어려웠는지, 대화 도중 하려던 말을 갑자기 잊어버렸다가 왜 한참 뒤에 불현듯 떠올랐는지 이 책을
통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되곤 했는데, 알고 보니 이것은 모두 우리 뇌의 기능 때문이었다.
이 책은 기억에 관한 뇌과학적 지식을 나와 가까운 일상 속 예시에
녹여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게 되고 내용에 집중도 더 잘 된다.
또한 저자가 약간의 유머를 버무려 이야기하다 보니 피식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들도 상당히 흥미로운 덕분에, 이 책은 뇌과학과 친하지 않더라도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다.
남편과 나는 누구의 기억이 옳은지에 대해 여러 번 다툰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논쟁이 무의미했다고 느껴졌다. 인간의
기억은 애초에 정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팩트 그 자체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다 현재의 생각과 동기를 덧붙여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의 기억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었던 그 순간에도, 완전한
사실만을 기억하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상상과 기억에 관한 부분을 읽으면서 생생하게 원하는 미래를 그려보라고
주장하던 시크릿식 사고가 정말 가능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우리 뇌는 상상이 진짜 사건에 대한 기억에
비해 생각과 감정에 치우쳐 있으면서도 덜 자세하고 덜 생생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뇌가 착각할 만큼 현실적인 상상을 해낸다면(오감을 활용하거나, 매우
디테일하게 상상하는 식의 방법) 그것을 진짜로 믿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사건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감각적인
세부사항이 많을수록 그 사건이 현실’(p. 132)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감, 창의력과 기억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놀라웠다. 우리는 기억에만 상상력을 버무리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할 때도 기억의 조각들을 활용한다. 연구에 따르면, 기억상실증인 사람은 생생하게 무언가를 상상해 내기 어렵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이런저런 경험들을 찾아 헤매는 것도 뇌과학적으로 설명이 되는 이야기였구나 싶었다.
<기억한다는 착각> 속에는 앞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다. 기억에
관해 궁금증이 많은 사람들, 뇌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읽어 보길 추천하고 싶다.
【 망각은 기억의 실패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헤쳐나가며 이해할 수 있게 뇌가
정보를 중요도에 따라 정리하는 과정이 낳는 결과다. 】 (p. 52)
【 우리가 매일 수많은 망각을 경험하는 것은 기억이 사라지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기억으로 이어진 길을 우리가 다시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맥락이 맞아떨아지면, 오래전에 사라진 줄 알았던 기억이 갑자기 전면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 】 (p. 55)
【 기억은 거짓도 아니고 진실도 아니다. 과거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의 조각들과 현재
우리 주위에 있는 편견, 자극, 신호를 반영해서 그 순간에
재구축되는 것이다. 】 (p. 126)
【 과거를 돌아볼 때 우리는 특정한 시기, 즉 열 살부터 서른 살 사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 시기의 기억이 이렇게 우세한 것을 ‘회고
절정reminiscence bump’이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사람들에게 살면서 겪은 일을 회상해보라고 요구할 때 분명히 드러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책, 음악에 대해 줄줄 이야기할 때에도 간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이
하나의 인간으로 형성되는 그 시절에 들은 노래 그때 본 영화에는 그 사람이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과 그 사람 자신을 연결시켜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가
있다. 】 (p. 82)
【 사람들은 왜 가짜 뉴스에 취약한가? 인간의 뇌가 사회적 전염에 취약한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믿음과 부합하는 정보를 믿고 받아들여 기억하는 편향성에서 나온다. 우리의 취향에 맞는
가짜 뉴스는 더 쉽게 소화된다. 감정을 흥분시키는 정보가 담겨 있을 때, 문자뿐만 아니라 사진도 있을 때, 우리가 잘 알고 신뢰하는 상대에게서
나온 것일 때 가짜 뉴스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지는 것도 사회적 전염에 관한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 (p.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