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력을 높인다는 주장에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도로만 읽는다는 목적감각이 부족하다. 읽는 순서를 바꿔서 효율을 높인다는 순서감각도 부족하다. 오직 능동감각만을 강조한다. 이러한 극단성은 경계해야 한다. 모든 공부에선 목적/순서/ 능동감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 공부의 다른 중요한 측면을 놓치게 된다. 읽는 순서를 바꾼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이런 생각은 오히려 공부의 효율을 낮추고, 저자를 힘들게 했다. 노력에 비해 남는 게 없어서 힘들었다. 이 모든 것은 알고 보니 순서 감각의 문제였다.
저자는 이 느낌을 깨달은 뒤에 글을 읽는 방식을 바꿨다. 모두 순서대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버렸다. 이해할 수 있는 곳부터 읽거나 필요한 내용부터 읽었다. 읽는 순서를 적극적으로 바꿨다. 그러자 남부럽지 않은 독해 속도를 갖게 되었다. 읽는 순서만 바꿔도 독해력이 높아진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독해는 ‘책에 적힌 지식’을 ‘내 머릿속 지식‘과 연결하는 작업이다. 두 가지가 쉽게 연결되는 책은 쉽게 읽힌다.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이 연결이 힘들 때도 있다.
그래서 책에 적힌 순서가 모두에게 효율적인 순서는 아니다.
또한 책은 지식을 일렬로 펼쳐놓는다. 순간적이고 방향성이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을 기록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지식은 입체적이다. 특정한 방향성이 없고, 순차적이지도 않다.
독해를 저자에게 맡기면 안 된다. 책을 좀 더 치밀하고 쉽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책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종이에 불과하고, 필요한 걸 얻었다면 버려도 된다. 수험생의 목적은 지문을 이해하는 게 아니다. 지문에 딸린 문제를 푸는 것이 목적이다.
지문을 열심히 읽어도 문제를 풀 수 없다면 잘못 읽는 것이다. 반면 지문의 일부를 읽지 않아도 문제의 답만 정확히 고를 수 있다면 잘 읽은 것이다. 지문 독해의 방향성을 정하려면 문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봐야한다. 글을 독해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독해는 단어 하나하나를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머릿속에서 조합하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그보다 이런 내용이 아닐까라고 먼저 예측하고, 그 예측이 맞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읽기는 언어심리학적인 추론 게임이다.
읽기는 글자, 단어 문장의 정확하고, 디테일하고, 순차적인 인지와 이해가 아니다. 읽기는 선택적인 과정이다. 인지적 인풋 중에서 최소한 언어적 힌트를 사용해서 추론하는 것이다. 저자는 글의 결론부터 찾아 읽는 독해법을 배웠다. 그중에 요약된 부분을 먼저 읽는 방법이 있었다. 수험 교재를 읽을 때도 결론부터 읽을 수 있다. 바로 ‘문제’를 보는 것이다. 우리가 읽는 목적은 어차피 문제를 풀기 위함이다. 즉 문제가 공부의 결론이다. 문제는 푸는 데 필요한 중요한 문장이다.
대부분은 이론을 이해하고 문제를 확인하려 한다. 우리는 문제만 풀 수 있으면 된다. 그게 수험에서의 목적감각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수동적 공부가 지속되면서 공부가 늘어질 수 있다. 공부의 목적은 모든 개념을 이해하는 게 아니다. 스스로 해설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강의를 들으면 된다. 짧게 압축된 강의를 듣거나 발췌해서 들으면 효과적이다. 그런데 문제 풀이 위주의 공부를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다. 이런 공부법은 생각의 범위를 문제 풀이로 좁힌다는 것이다. 이 말은 반만 맞는 이야기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시험공부를 좋아해서도 아니고, 문제를 잘 풀고 싶어서도 아니다. 시험 문제를 보는 게 빠르게 기초를 쌓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공부에서 보는 게 얼마나 효과적인 도구인지 직접 느껴봐야 한다. 계속 공부해도 지식이 내 손에 들어온 순간부터 어디에 정리할지 생각해야 한다. 지식은 어디에 끼워 넣어야 필요할 때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이 과정이 단권화다.
단권화는 단순히 뿌듯해하거나 보기에 깔끔하라고 하는 게 아니다. 흩어진 지식을 하나의 체계로 모아 놓고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함이다. 단권화의 구체적인 방법은 기존 교재를 사용하는 방법과 직접 만드는 방법이 있다. 교재를 사용하는 방법은 기본서를 사용하는 방법과 요약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두 교재는 성격이 다르다.
요약서는 결론만 요약해서 적혀 있고, 교과서나 기본서는 그 도출 과정까지도 적혀 있다. 기본서에는 거의 모든 내용이 적혀 있다. 그래서 기본서를 공부할 때는 내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앞서 말했듯 단권화하는 이유는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시험 전에 다시 봐야 하는 부분은 표시해둬야 한다. 시험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지식에 표시해야 한다. 이해를 하면 억지로 외울 필요가 없고 독해는 요리처럼 직접 읽고 자신이 적용을 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