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시대 - 미래 화폐의 승자가 만들어낼 거대한 부의 물결
김창익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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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트코인이 몰고 올 화폐 시스템과 그로 인한 거시경제의 변화에 관한 전망도 담겼다. 전망은 미래의 현상이다. 결국 이 책은 현재와 미래의 현상을 설명하는 책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본적인 경제 이론들이 다수 동원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창익은 스토리텔러이자 비트코인 투자자 겸 사업가로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25년간 <서울경제신문>을 비롯한 경제 전문지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실물경제와 화폐 시스템을 연구해 왔다. 그 결과로 거대한 부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얻었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비트코인, 투기가 아닌 투자가 되다', '비트코인은 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왜 비트코인 대통령이 되었나', '비트코인은 세계 경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비트코인의 시대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비트코인에 돈이 몰리는 이유

비트코인 가격은 2024년 12월 5일 사상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피자데이라고 불리는 2010년 5월 22일 대비 개당 가격 약 2440만 배 증가했다. 비트코인 피자데이는 미국 플로리다의 라슬로 하니에츠가 1만 BTC로 피자 두 판을 구매한 비트코인 첫 거래를 기념하는 날이다. 당시 피자 두 판의 기격은 41달러였다.

비트코인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첫째로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보편적 이유이며, 둘째로 비트코인이 다른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상승한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폐량의 증가 때문이다. 자산의 재고량에 변화가 없음에도 화폐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면 시장가격은 즉각 반응한다. 소위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그렇다면 100억 자산가는 어디에 투자를 할까?

첫째, 현금을 금고에 둘 경우 물가상승률(3% 가정)을 감안하면 23년 뒤 구매력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같은 구매력을 유지하려면 복리이자율 3% 예금에 가입했어야 할 것이다.

둘째, 미국 국채(금리 4%)에 투자할 경우 구매력은 매년 1%씩 증가할 것이다. 셋째, 지난 10년 간 S&P500지수에 투자했다면 물가상승률을 공제하더라도 연평균 12%씩 구매력이 증가할 것이다. 넷째, 2010년에 압구정 현대아파트 44평을 샀다면 2024년 254억 원이 됐을 것이다. 다섯째, 15년 전 피자데이에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약 2500만 배 상승했으니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무려 250경이나 될 것이다.

현명한 자산가라면 당연히 비트코인에 투자할 것이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 자산가는 바보이거나 욕심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2024년 조 바이든이 트럼프에 대패한 가장 큰 이유 또한 높은 인플레이션로 인한 연평균 5%에 달하는 소비자물가지수 때문이었다. 이는 달러를 매년 5% 더 풀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 비트코인 대통령)      

채굴 원가가 지지선이 될 것

비트코인은 생산 원가가 높다는 점에서도 금과 유사하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사업자는 채굴장을 건설하고 채굴기를 사야 한다. 토지, 자본, 노동 등의 생산요소가 투입되는 것이다. 채굴기는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 이 전기료에 따라 채굴 비용은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경우 1 BTC를 채굴하는 데 5만 달러 이상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원가 개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5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생산 원가는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받쳐주는 지지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과 수요는 가격을 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2024년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허용한 후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가 ETF 상품을 운용하기 위해 사들인 비트코인만 100만 BTC를 웃돈다. 반감기를 감안하면 이 기간에 신규 채굴된 비트코인은 약 15만 BTC에 불과하다. 수급 요인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안 오르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유

글로벌 전력 패권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도전에 암호화폐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일론 머스크도 이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일론 머스크가 구상하는 테슬라 에너지 그리드는 쉽게 말해 ‘친환경(태양광) 발전 + 배터리 + AI 거래 시스템’을 결합해 각 가정이나 공장이 남는 전기를 서로 거래하는 탈중앙화된 전력망이다.

솔라루프(발전)나 파워월(배터리) 생산 단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거래 시스템으로 결제 비용을 낮추는 것도 관건이다. 일론 머스크가 달러와 암호화폐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뻔하다. 월터 아이작이 쓴 전기傳記 <일론 머스크>에 의하면 '일론 머스크는 화폐를 데이터의 일종으로 간주하며 암호화폐가 화폐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사진, VPP 프로젝트 조감도)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현 엑스)를 인수한 이유도 이것과 연결되어 있다. 그는 “소셜 네트워크에 결제 플랫폼을 결합하면 내가 엑스닷컴(X.com)으로 이루려고 했던 것을 성취할 수 있다”라고 했다. 엑스닷컴은 1999년 창립한 인터넷 결제 서비스 업체다. 2000년 피터 틸과 맥스 레브친이 설립한 콘피니티와 합병하면서 페이팔이 됐다. 

일론 머스크는 엑스닷컴을 ‘모든 금융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한마디로 기존 은행과 증권사를 없애겠다는 도발적인 꿈을 꾼 것이다.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이름을 ‘엑스(X)’로 바꾼 건 엑스닷컴으로 이루려 했던 꿈을 다시 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배경

스티브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2024년 11월 발간한 '국제무역체제 재구조화를 위한 가이드' 중에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이후 행보를 보면 이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환율조정을 위한 협상용 포석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에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협상을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중국과 EU 등을 대상으로 제2의 플라자 합의인 일명 ‘마러라고 협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보고서에서는 국채 수요를 늘리는 방법으로 미국의 경제와 안보 패키지 혜택을 원하는 국가에게 100년 만기 장기 국채를 강매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마치 핵우산처럼 '안보 우산'을 국채 판매에 이용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달러 약세(미국채 신뢰도 하락)로 인한 미국채 이자율 상승을 장기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판이 바뀌고 있다

비트코인은 수많은 자산 중 하나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충돌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물이다. 자유무역주의가 보호무역주의로, 법정화폐 제도가 상품화폐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게 될 역사적 산물이다. 그러니 비트코인의 미래를 들여다보려면 과거 화폐 역사를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 이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기술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것은 비트코인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성공 포인트는 '보유'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란 브랜드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유는 달러의 붕괴 때문이다. 즉 달러의 가치가 하락할수록 비트코인의 가격은 상승한다. 비트코인 투자에서 성공의 관건은 '선점先占'한 후, 달러가 사망할 직전까지 '보유保有'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비트코인을 언급하면서 '보유'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경제경영 #비트코인의시대 #김창익 #다산북스 #투자 #비트코인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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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X수학 - 야구로 배우는 재미있는 수학 공부
류선규.홍석만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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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열정의 그라운드에서 매 경기 쏟아지는 수많은 숫자는 각자가 자신만의 의미를 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야구의 기록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는 숫자 속에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스윙 한 번이 쌓이고 쌓여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곧 수학과 연결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공저자 류선규는 전 SSG 랜더스 단장으로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SSG 랜더스 등까지 26년간 프로야구 프런트로 활동하면서 야구단의 거의 모든 부서를 거쳤다. 홍석만은 수학교사로 야구를 통해 학생들로 하여금 수핫적인 사고를 키우고, 학업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야구수학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 개발, 운영하고 있다. 


흔히 야구를 일컬어 '기록의 스포츠'라고 한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무수한 기록을 기반으로 한 숫자를 매 경기마다 만날 것이다. 경기가 진행되면 수많은 데이터가 누적된다. 이 누적된 데이터를 가공하면 미래를 위한 유용한 정보가 된다. 이것을 야구 기록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는 축구가 아니라 단연 프로야구다. 프로야구는 3월 하순부터 정규시즌이 진행되며, 1년 365일 중 144일 동안 경기를 치른다. 3월 초중순엔 시범경기가 있고, 10월엔 한 달 내내 포스트시즌 경기가 열린다. 따라서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동안 프로야구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난 동네에서 야구 게임을 즐기다가 체육 교사의 눈에 띄어 국민학교 때 야구선수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운동선수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아버님의 확고한 가치관 때문에 선수 생활로 나서는데 쉽진 않았다. 주전이 아니면 중도에 언제라도 그만둔다는 조건이 달렸다. 잘먹고 자란 덕분에 덩치와 힘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데, 늘 뜀박질이 걸림돌이었다. 아무리 훈련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더구나 4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한 선수생활이었으니 남보다 월등하지 않으면 주전선수로 게임에 나서는게 쉽지 않았다. 승리만이 최상의 룰인 스포츠 세계에서 취미생활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 셈이다. 돋보인 타격에도 불구하고 수비와 주력에서 약점을 노출하면서 주전보다는 후보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진 1년 간의 선수생활은 결국 강제 마감을 당했다. 당시 회사를 경영하던 아버지는 매사 늘 효율성을 따졌기에 차라리 공부에 올인하는 게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프로야구라는 스포츠에 통계의 중요성을 알린 책과 영화가 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영화 <머니볼>(2011년)은 만년 최약체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구단주인 빌리 빈이 선수들의 통계 지표를 활용해 '저비용 고효율'로 승수를 쌓으며 강팀으로 변모하는 스토리를 다룬다. 이 영화의 원작은 마이클 루이스의 논픽션 <머니볼>이다.


현재의 야구 기록을 만든 이는 '야구 기록의 아버지'라 불리는 헨리 채드윅이다. 그는 영국 출신으로 14살 때 미국으로 이민한 영국계 미국인이다. 1847년 신혼여행 도중에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고 전한다. 31년 동안 <뉴욕타임스> 등에서 야구 기자로 활동하며, 지금의 '박스스코어 기록법'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타율, 평균자책점, 더블플레이, 패스트볼 등 많은 야구용어를 고안해냈다.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란 야구를 통계학 또는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을 말한다. 야구에서 사회과학의 게임이론과 통계학적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기존 야구 기록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선수의 가치를 비롯한 ‘야구의 본질’에 대해 좀 더 학문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한다.(33쪽)


세이버는 미국야구연구협회의 약어인 SABR을 발음한 표현이며, 여기에 매트릭스를 합성한 용어인 셈이다. 매트릭스는 업무 수행 결과를 보여주는 계량적計量的 분석을 의미한다. 이를 활용해 여러 가지 수리적 방법론을 동원해 야구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세이버매트리션이라고 한다. 앞서 말한 빌리 빈 구단주도 이런 유형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세이버매트릭스라고 하면 '빌 제임스'를 떠올린다. 그는 과거 한국에서 2년간 주한미군으로 복무하기도 했는데 야구와 야구 기록을 좋아했던 터라 야구 기록에 몰두한 매니아였다. 놀랍게도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통계학과는 거리가 먼 식품회사 야간 경비원 출신이다. 피타고리안 기대승률, 득점 생산, 레인지 팩터, 수비 효율 등 많은 세이버매트릭스 지표를 개발햇다. 재야에서 활동하다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의 경영자문으로 영입된 후, '밤비노의 저주'를 깨뜨리고 84년 만인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그래서 그를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라고 부른다.

야구 경기는 24개의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3개의 아웃카운트와 8개의 주자 상황(주자 0명, 1루, 1·2루, 1·3루, 2루, 2·3루, 3루, 만루)이 연결된다. 기대득점은 특정 아웃카운트·주자 상황에서 평균적으로 몇 점이 기대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당 상황에서 이닝 종료까지 발생한 총 득점을 그 상황이 발생한 총 횟수로 나눈 값이다. 예를 들어 1사 1·2루 상황이 100번 발생했고, 그 100번의 사례에서 총 120점이 들어왔다면 기대득점은 1.2다.

KBO는 2023년부터 샐러리캡을 도입했다. 이미 국내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 시행하고 있었다. 샐러리캡은 선수단 연봉 총액 상한제를 뜻한다. KBO리그 전체 구단을 대상으로 2021~2022년 2년간 신인 및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 연봉 상위 40인의 연봉 평균액의 120%로 설정되었고, 그 결과 114억 2,638만 원이 상한액으로 확정되었다. 


야구 경기의 매력 중 하나는 '도루'에 있다. 주력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어진 혜택인 셈인데,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도루를 시도한다면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빌 제임스는 “도루 성공률이 70% 이하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야구 기록을 분석한 <더 북(The Book)>에서는 성공률 72.7%를 도루의 손익분기점으로 분석했다. 이 책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메이저리그 기록을 토대로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도루를 성공하면 평균 0.175점을 더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0.467점이 깎인다고 봤다. 따라서 도루 성공률에 따른 손익분기점은 72.7%라고 설명했다.

앞서 야구와 관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잠시 소개했었다. 월등한 타격력을 가졌음에도 주전 명단에서 자주 제외되는 이유가 바로 타격만으로 팀의 성적을 올릴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이것이 초등학교 야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문답을 살펴보자.  

2015년 4월 18일,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한 팀의 야수진을 구성할 때 ‘이대호 9명 vs. 이대형 9명’ 중 어떤 팀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망설임 없이 ‘이대형 9명’을 택했다. 


이대호 9명은 타격만큼은 최고지만 작전 수행에 어려움을, 이에 반해 이대형 9명은 엄청난 스피드로 작전 수행에 크게 도움될지라도 타격은 크게 떨어진다. 타격 유형이 정반대인지라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논쟁 거리였다. 참고로 이대호는 골든글러브 7회, 통산 홈런 5위(374개), 도루 11개, 도루 실패 11개로 주력이 부족한 전형적인 홈런 타자이며 이대형은 통산 도루 3위(505개), 홈런 9개로 장타는 기대할 수 없지만 주자로 나가면 도루를 감행하는 타자임을 알 수 있다. 승부를 진두지휘하는 감독의 취향에 달린 일이 아닐까.


#청소년수학 #야구X수학 #류선규 #홍석만 #페이스메이커 #원앤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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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실력, 장자 - 내면의 두께를 갖춘 자유로운 생산자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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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주인은 대답하는 자가 아니라 질문하는 자고, 세상의 주도권은 멈춰서는 사람이 아니라 건너가는 사람이 갖는다. 실력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이 질문하는 자고 건너가는 자라면, 삶의 실력은 바로 ‘덕’의 발휘일 뿐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최진석은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 석사를 거처 베이징대학교로 유학해 장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모교에서 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5년에 건명원建明苑을 설립해 초대원장을 맡았다. 현재 고향 함평에서 청년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총 13장으로 구성된 책은 '장자 사상의 배경'을 시작으로, 장자 사상의 철학사적 의미, 인간 장자의 내면, <장자>의 서술 방식, <우언>편, <추수>1~3편, <소요유>편, 장자 사상의 먹, <제물론>1~2편, 장자의 특별한 경지 등을 다룬다. 

맨 먼저 장자 사상의 배경을 살펴보자. 책의 저자는 "장자 철학은 입체적인 철학입니다. 입체적이라는 말은 시간 관념이 다뤄진다는 뜻입니다. 입체성을 지탱하는 관념이 바로 시간을 타고 작용하는 운동이고 변화인데, 운동과 변화를 해명해주는 것이 바로 ‘기氣’라는 범주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노자와 공자에는 기氣 범주가 없다. 공자와 노자 사상에서 '기氣'자를 다 빼버려도 사상적인 구조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이와 달리 장자 사상은 기를 빼버리면 무너진다.

관념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장자는 자신의 부인이 죽었을 때 질그릇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던 이유를 따지려고 한다. 진짜 따져야 할 것은 노래를 하게 된 배후에 장자가 수준 높은 관찰 능력, 그 인문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인문적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태도가 바로 '찰기시察其始'인 것이다. 

장자 같은 수준의 사람이 되고 싶으면, 장자의 행위를 그대로 따라 해보는 것이 아니라, 장자가 가졌던 자세와 시선의 높이를 보는 것이 더 좋다. 그것이 근원이나 근본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더 줄여서 말하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세히 살피고, 깊이 생각해보는 태도를 배양하는 것이다. 

도가道家 철학을 잘못 배우면,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고 근면 성실하지 않아도 되는 줄 오해한다. 규칙도 잘 안 지키고, 계획도 세우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해야 도가인 줄 안다. 이같은 거짓말에 속지 말자. 장자는 '무소불규無所不窺', 즉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자신을 단련했다. 이랗게 자세히 들여다보는 훈련을 한 것이다. 그래서 아내가 죽었을 때 자신도 슬픔을 느꼈지만, 자세히 생각한 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

장자는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철학을 설파한다. 이야기가 바로 그의 표현법인 셈이다. <추수秋水>편을 보자. 추수란 가을에 장마가 들어서 물이 불어난 상황을 뜻한다. 물이 불어나면 강이 넓어져서 건너편 저쪽에 있는 것이 소牛인지 말馬인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하백河伯은 황하에 살고잇는 신神이다. 가을에 물이 불어났으니 가진 게 너무 많아 신이 날 지경이다. 그래서 둥실둥실 동쪽으로 흘러가 보니 거기에도 끝이 안 보이는 듯했다. 그렇다. 바다이다. 하백은 한숨이 나왔다. 하백이 본 바다는 북해北海였다. 북해엔 '약若'이라는 신이 살고 있었다. 

북해약을 보고 깜작 놀란 강의 하백 사이에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백)"지금 나는 당신의 끝이 안 보이는 크기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문전에 이르지 않았다면 큰일 날뻔했습니다. 나는 도道를 터득해서 아주 뛰어나게 된 사람들한테 오랫동안 비웃음거리가 될 뻔했습니다."  

(북해약)“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말해줄 수 없소. 공간의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오. 여름 한철 사는 벌레에게는 얼음을 말해줄 수 없소. 시간의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오. 자잘한 선비에게는 도를 말해줄 수 없소. 교육받은 내용의 한계에 갇혀 있기 때문이오. 그런데 하백 당신은 양쪽 강변을 벗어나 큰 바다를 보고,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는 지경에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소. 이제 비로소 당신과 더불어 대도大道의 이치를 말할 수 있게 되었소.”

그렇다. 장자는 북해약의 입을 빌어, 사람들이 대개 어디서 사는지, 어떤 시대를 사는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에 따라 기준과 관점과 한계를 갖게 되고, 그것들에 갇힌다고 말한다. '양쪽 강변'은 하백을 가두던 한계다. 하백은 자신의 한계를 비로소 벗어남으로써 한계 너머의 큰 이치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함량含量을 키우는 법

북해약과 하백의 이야기에 연관시켜 저자는 함량을 키우는 법 세 가지를 언급한다. 첫째는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간으로 완성되기를 꿈꿔야 하기에 포부를 크게 가져야 한다. 둘째는 좋은 습관을 갖지 않고선 인간으로 완성되지 않으므로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며 이를 수양의 규율로 삼아 평생 지켜야 한다. 셋째는 엄청나게 강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도가道家 철학을 즐기는 사람 중에 지식을 소홀히 대하는 것이 멋진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 지식이 많아야 한다. 지식 없이는 성숙할 수 없다. 성숙한 척 할 뿐이다. 노자는 '주나라 왕립 도서관 관장'이었으며, 지식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었다. 장자 또한 여러 왕들이 재상으로 모셔 가려 할 정도로 지식이 많은 사람이었다. 

함량이 커지면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관찰할 수 있다. 반면 함량이 작으면 그 한계를 볼 수가 없다. 함량이 커서 자기를 제삼자처럼 놓고 볼 수 있는 사람만 자기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벗어나서 더 큰 세계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결론은 함량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를 바라보는 능력

이 책이 거의 끝나는 무렵, 저자는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제기한다. 장자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자기가 마치 할 줄 아는 사람이 된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같은 착각은 그만큼 자신의 영혼이 게을러지고 망가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기 각성이 없는 일은 어떤 것도 자기한테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사회에도 의미가 없고, 나라에도 의미가 없고, 이 우주에도 의미가 없다. 여기서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일은 언제나 탁월함에 대해 논論하고 자신과 이웃을 성찰省察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어서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한 소크라테스가 생각난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강조한다.

"숙고하지 않으면서 탁월해질 수 없습니다. 숙고함에서는 자신에 대해 묻는 일이 가장 근본적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위대함의 출발점은 항상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습니다."(306쪽)

나를 바라보는 능력 

총 13장으로 이어진 장자를 공부하면서 확인해 볼 일이 하나 있다. 책을 덮고 나 자신을 바라보는 능력이 향상되었는지를. 만약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공부는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장자>의 '인간세'편엔 제자 안희가 위나라 군주의 난폭함을 바로잡고자 위나라로 가겠다고 하자 먼저 깆춰야 할 것도 아직 갖추지 못했으면서 주제 넘은 간섭이라고 질책한다. 이어서 우선 "심재心齋하라!"고 가르친다. 실력을 더 키우려고 애쓰는 모든 이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하면서 서평을 줄인다.

#인문 #동양철학 #삶의실력장자 #최진석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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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 인간의 본능을 사로잡는 세계관―캐릭터―플롯의 원칙
전혜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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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야기란 무엇인가?’, ‘왜 인간은 이야기를 만들어왔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이르렀습니다. 이 책은 ‘인간이 이야기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인간에게는 당위성과 개연성이 필요한가?’,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결핍을 극복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을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따라간 결과물입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https://blog.naver.com/wj_booking

책의 저자 전혜정은 스토리 작가이자 연구자이며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 창작전공 교수이다. 만화를 좋아해서 대학에서 시각디자인 및 영상디자인을 전공,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나 공부를 마친 후 막상 할 일이 없었다. 이에 스토리 창작을 시작, 단편 소설 작가로 데뷔했으며 콘텐츠 기획 PD를 거쳐, 스토리텔링 회사 미디어피쉬를 설립했다. 

저자의 '스토리텔링 작법 강의'는 청강대 학생들의 인기 강의 중 하나인데, 이를 책으로 출간했다. 즉 인간은 왜 그런 이야기를 쓰는가, 모든 이야기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본능을 자극하는 플롯 설계의 원칙 등 3부로 구성된 책은 총 21강講을 담고 있다. 책을 통해 저자의 명강의를 만날 수 있는데, 인상적인 내용을 요약해 본다. 

왜 그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

특정한 장르나 소재를 ‘다룰’ 수는 있지만, ‘왜’ 그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대답할 수 있나? ‘그냥 미스터리가 재밌어서요.’ ‘피폐물이 제 취향이에요.’ 이렇게밖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이야기를 쓸 때 장르와 소재만 맴돌다가 끝나게 된다. 내가, 그리고 인류가 ‘왜’ 그 장르를 선택해 왔는지를 모르면 여전히 미궁 속에 갇혀있는 처지나 다름없다.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지만 실은 그 어떤 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개인 취향’이라는 미궁 말이다. 

그 이야기를 왜 쓰고 싶은지 대답할 수 없다면 그건 여전히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듯이, 인간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받는 이야기를 쓰거나 제대로 감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이것저것 복잡한 논의는 제쳐놓고 일단은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인과법칙 없이 인간은 생각할 수 없다

허구의 인과관계가 그럴싸하다고 느끼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이 ‘개연성’을 감각하는 방식이다. 증명도 어려운 이 ‘허구의 인과’를 인간은 진심으로 믿어왔다. 그냥 들어가기도 힘든 동굴 안에 값비싼 기회비용을 들여 웅장한 그림을 그릴 만큼.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싶었던 인류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화와 종교, 민담과 전설 같은 이야기가 발명된다.

부조리를 견디며 살아가는 법

멀티버스 세계관을 다룬 다니엘 콴 감독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년)를 살펴보자. 조이는 멀티버스를 전부 경험한 뒤 우주에 존재하는 그 어던 것도 당연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찰나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의미한 메시지나 질서 따위는 없었다. 오로지 허무만이 진실이었다. 압도적인 부조리 앞에서 조이는 세계를 파괴하고 자신도 사라지려 한다.

이 영화는 허무에 사로잡힌 딸 조이를 구하기 위해 온갖 유니버스를 넘나드는 엄마 에블린의 이야기이다. 에블린은 모든 것이 찰나일지라도, 그 짧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려고 한다. 소중한 가치들이 잿빛으로 변할지언정 찰나에도 함게 잇고 싶은 마음에 충실한다. 우주의 부조리를 어쩔 수 없지만 인간이 이를 버티고 살아가는 법은 그저 매 순간 옆 사람에게 다정해지는 것이라는 아포리즘으로 이 영화의 세계관은 완성된다. 즉 '세계에는 메시지가 없다'라는 사실이다.

전쟁과 질병, 차별과 혐오, 불공평, 재난,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 등 부조리가 만연한 세계에 던져져 불안한 우리는 모두 ‘에블린’의 딸이다. 조이처럼 감정과 인성이 모조리 마모된 채 자포자기하여 블랙홀로 걸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삶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삶이라는 부조리를 극복할 수 있다. 


(사진, 당위의 삼각형)


장르문학의 세계관에서 사건은 도미노처럼 연결된다

인류가 좋아해 온 이야기들은 당위적 세계관과 그에 따른 사건의 개연성을 갖추고 있다. 작가가 신화적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세계의 규칙을 만들고 무대를 창조한 이야기들이다. 한마디로 ‘허구’란 소리다. 

설령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일지라도 창작자가 원하는 당위적 세계관에 그 실화가 기가 막힌 우연으로 들어맞을 때는 모티브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정윤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말아톤>(2005년)은 자폐가 있는 마라토너 배형진 씨의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로, 주인공이 온갖 어려움 끝에 마라톤을 완주하는 이야기이다.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2021년)는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 대사관 직원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탈출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년)은 천재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이 FBI 수사관의 끈질긴 추적 끝에 붙잡혀, 나중에 FBI 자문으로 일하기도 했다는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실화들은 해피엔딩이거나 적어도 정의, 우정, 희망, 화개의 메시지가 배치된 세계관에 부합한다. 

장르문학엔 대체로 이런 방향성이 있다. 당위적 세계관과 그에 따른 질서가 있다. 이는 작품 속 세계에 작가가 만든 허구의 구조가 있다는 뜻이다. 신화는 이 구조를 아포리즘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심청전>은 당대 사람들이 '효孝'라는 신화를 따르며 대리만족하도록 만들면서 장르문학의 역할을 했다.  

서사문학이라면 사건의 흐름과 개연성을 고려하기 마련이지만, 그중에서도 장르문학은 이를 더더욱 기술적으로 철저히 따른다. 사건의 흐름과 개연성은 장르문학에서 ‘플롯’이 된다. 마지막 도미노 패가 쓰러진 이유는 첫 번째 도미노 패가 쓰러졌기 때문이다. 극의 1막에 권총이 등장하면 최소한 3막에는 발사된다. 작가는 도미노 패들이 독자의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고 화려하게 넘어지도록 설계하고, 그 결과 독자는 마지막 도미노 패가 넘어질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결핍, 삼각구조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본질

이야기의 구조를 세계관, 인물, 플롯으로 딱 잘라서 구분하기는 어렵다. 보물찾기 게임은 보물이 '결핍'된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인물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이 세계관이고, 행동으로 확장한 것이 플롯이다.’라고 앞에서 설명했다. 여기서 바로 인물의 ‘결핍’이 열쇠이다. 인물은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찾기 위해 더 넓은 시공간을 누비고 더 많은 행동을 하려고 한다. 결핍된 것은 인물의 바깥에 있으므로 움직여서 경험의 세계를 넓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무대의 범위가 세계관이고, 게임의 규칙에 따라 배치된 사건들이 플롯이다. 최종적으로 결핍을 채워주고 인물이 성장하면, 그 성장의 크기만큼이 세계관의 범위와 플롯의 궤적이 된다. 결과적으로 인물에게 결핍된 것은 세계관의 질서였고,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일으키는 사건은 정답에 다가가는 풀이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게 마땅히 주어져야 했지만 부조리한 현실 때문에 박탈당했던 무언가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인간은 사랑해왔다. 인물의 결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결핍된 것이 바로 작가의 메시지이다. 강의는 '인간의 결핍'으로 이어져간다.

인물에 대한 호기심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년)의 주인공 멜빈은 '사람은 서로 사랑해야 한다'라는 세계관의 신화적 질서가 결핍된 이물이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 핵심 메시지를 결핍한 인물은 열등감을 느낀다. 멜빈은 자신이 사랑받기 어려운 외모와 나이, 그리고 강박적이고 까칠한 성격을 가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사랑이 전혀 필요 없는 척을 한다. 

더 강박적으로, 더 까칠하게 군다. 카페에서 늘 앉는 자리에만 앉으려고 괴팍스럽게 고집을 부리며, 같은 색의 보도블록만 밟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무시한다. 치료로 강박을 극복할 수 있지만 일부러 내버려 둔다. 자신이 외로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까 봐 누가 개 한 마리만 맡겨도 극심하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려운 거다.

하지만 멜빈이 개에게 정을 붙이고 주인에게 돌려보낼 때 남몰래 훌적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 사람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그는 이렇게 슬퍼지는 것이, 누군가를 잃고 괴로워지는 것이 무서웠던 것이다. 사람을 싫어하며 타인에게 못되게 구는 모습은 사랑받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심리적 방어기제이다. 이후 그는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 개롤이라는 여성을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가 주인공에 몰입하게 되는 점도 마찬가지로 우리들 또한 관계에 대한 결핍이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야기 속 인물에게 대리만족하고 싶으므로 그의 행동과 선택에 최소한의 당위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 왜 인물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알고자 한다.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커질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때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처음에 이해가 어렵거나 심지어 반감까지 들었던 인물일수록 오히려 더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결과적으로 그 인물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토록 어렵게 공감한 인물에게는 더 큰 애정을 느낀다. 이것이 바로 독자의 기본적인 심리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공감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잘못 이해하면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어떤 결핍을 가졌는지 짐작되지 않는 주인공이 누구나 할 법한 선택만 하는 거다. 주인공에게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뿐더러 그가 어려움을 겪어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낄 수가 없다.

플롯의 6가지 원형

결핍을 향한 여정
도플 갱어와의 대결
극적인 성장
사랑의 덫
운명적 선택
질서의 회복(혹은 파괴)

이밖에도 저자의 강의는 '캐릭터:결핍 버튼을 누르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메시지: 작가는 세계관의 질서로 말한다', '세계관: 첫 화에서 약속하고 끝가지 지켜라', 본능을 자극하는 플롯 설계의 원칙까지 이어진다. 책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을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현재 창작 활동 중이거나 창작지망생이라면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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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 마키아벨리에서 조조까지, 이천년의 지혜 한 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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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 전부터 흘러온 철학의 역사는 오로지 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런 고뇌와 사색의 시간 없이 단순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태현은 인문학자이자 지식큐레이터로 세상에 존재하는 현명한 지식과 그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사유하고 탐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동안 수만 권 이상의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키워왔고, 여러 분야의 지식 관련 빅데이터를 모으고 큐레이션하고 있다. 이러한 지식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삶의 지식과 지혜를 추려내어 사람들의 삶에 통찰력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삶과 처세에 대한 통찰, 사유하는 인간에 대하여, 대문호들이 던지는 철학적 교훈, 생각의 폭발을 이끈 동양의 철학자들 순으로 사상가들이 남긴 보석과 같은 명언들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갈수록 빨라지는 변화 속에서 잃어버린 생각을 다시 일깨워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통찰력을 배울 수 있다.


책이 담고 있는 명언 500가지를 모두 소개할 수는 없으므로 나에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철학자의 명언을 엄선해서 소개하는 것으로 서평에 갈음하고자 한다.


삶과 처세에 대한 통찰


삶이란 인간관계라는 틀 속에서 엮어가는 이야기이다. 인생이란 한 편의 이야기는 혼자 써내려 갈 수 없다. 등장인물들과 함께 가야 가치있는 이야기가 탄생한다. 어떻게 해야 지혜롭게 인간관계를 꾸릴 수 있는지 철학자들의 명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군주론>의 저자 마키아벨리(1469~1527년)는 정치적 집단을 이끄는 '군주'에 대해 말한다. 그는 특유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인간을 관찰하고 탐구했다. 이를 통해 실패하지 않는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은 변덕스럽고, 위선적이며, 탐욕스러운 동물이다.


정치는 도덕과 그 어떤 관계가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은 그 동기가 아니라 결과로 판정되어야 한다.


사유하는 인간에 대하여


우리들은 모두 0에 수렴하는 확률 속에서 세상에 캐스팅된 기적의 배우들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인간은 자신의 배역을 충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 그 배역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유한 사상가들이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현실의 참혹함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기 남긴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은 삶의 문제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명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는 언제나 찬양 받기만 원하는 신을 믿을 수 없다.


인간은 신이 저지른 실수에 불과한가? 아니면 신이야말로 인간이 저지른 실수에 불과한가?


초인超人이란 필요한 일을 견디어 나아갈 뿐만 아니라 그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대문호들이 던지는 철학적 교훈


문학 작품으로 세계에서 인정받은 대문호야말로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자유를 찾은 사람들이다. 언어 예술을 생업生業으로 삼았던 그들이 남긴 수많은 명언은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1828~1910년)는 소설가를 넘어 사상가로 추앙받는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으로 현재까지 회자되는 그는 종교와 인생관, 육체와 정신, 죽음의 문제 등에 관한 자신만의 해답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깊은 강물은 돌을 집어던져도 흐려지지 않는다. 모욕을 받고 이내 발칵 하는 인간은 작은 웅덩이에 불과하다.


나 자신의 삶은 물론 다른 사람의 삶을 삶답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정성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혼자 생활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생활을 하거나 단 한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인생을 가치 있게 살고자 원한다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 누구는 마음이 착하고, 누구는 멍청하며, 누구는 사악하고, 누구는 총명하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이다. 사람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흐르는 강물 같아 하루하루가 다르고 새롭다. 어리석었던 사람이 현명해지기도 하고, 악했던 사람이 진실로 선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동양의 철학자들


서양 철학은 이성理性을 중시하고 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뿌리 깊게 박힌 반면, 도道의 체득과 실천을 중시하는 동양 철학은 자연과 인간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경향이 있다. 도덕, 처세, 인생에 대해 이들은 깊은 가르침을 준다.


동양의 마키아벨리로 평가받는 한비자(기원전 280~233년)는 인간 본질이 가진 약점과 욕망을 냉혹하게 지적한 차가운 지성의 소유자였다. 그는 통치에서 법法과 술術이 갖는 중요성은 "군주에게 술이 없으면 바보처럼 멍청하게 윗자리를 차지하는 꼴이 되고, 신하에게 법이 없으면 밑에서 난리를 피우게 된다."고 했다.


눈에 비치는 것은 적다. 눈에 비치지 않는 것까지도 꿰뚫어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라란 늘 강할 수도 없고 늘 약하란 법도 없다. 법을 받드는 이들이 강하면 나라도 강해지고, 법을 받드는 이들이 약해지면 나라도 약해진다.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은 없다. 넘어지게 하는 것은 작은 흙무더기이다.



모든 것은 생각의 산물이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깊은 통찰력을 지닌 사람과 가까워지려면 본인부터 먼저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결국은 우리 모두가 철학자이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인문 #철학 #세상의통찰철학자들의명언500 #김태현 #리텍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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