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 광狂, 폭暴 - 제국을 몰락으로 이끈 황제들의 기행
천란 엮음, 정영선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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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스무 명의 황제는 하나같이 어리석은 군주나 폭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의 어리석고 황당무계한 행동은 매우 독창적이었다. 그들의 그러한 행동이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했다고 말할 수는 없더라도, 나라를 거의 그 지경까지 몰고 간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20명의 어리석은 황제들 이야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데 실패하여 거의 미치광이와 같은 기이한 행동을 일삼다가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나라의 운명까지도 패망으로 이끈 어리석은 황제들이다. 이 책을 엮은 천란은 북경대 중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고대 문학 석사. 고대 문학, 고대 역사 방면에 깊은 조예가 있으며, 관련 분야의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황궁의 비밀>, <청소년을 격려하는 365가지 역사 이야기> 등이 있다.

 

비록 오래 된 중국사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군주의 행동일지라도 현재의 시각으로 봐도 기이함의 극치를 보인다. 즉 주색에 빠져 끝내 복상사한 황제, 유모와 놀아난 황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고모를 후궁으로 삼은 황제, 신선이 되려고 한 황제, 전쟁을 군사놀이로 알고 궁을 빠져나가 몰래 전쟁터로 달려간 황제, 사랑하는 여인에게 재미난 전쟁 장면을 구경시켜 주려다가 적에게 포로로 잡힌 황제 등이 바로 그들이다.

 

너무나도 황당해서 독창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목공이나 기예에 뛰어난 재주를 보인 황제가 그러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었다. 나라의 경영을 내팽개치고 다른 일에 탐닉했던 것은 어쩌면 살벌하게 죽고 죽이는 냉혹한 정치의 소용돌이에서 도피하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살아남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하늘은 너를 멸망시키기 전에 먼저 너를 미치게 한다'

 

 

진나라 2대 황제 영호해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 진나라의 시황제 뒤를 이은 2대 황제는 본디 황제가 될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환관이자 스승인 조고의 간계로 인해 유서가 조작되면서 형인 부소를 제치고 황제의 위에 올랐다. 이때 진시황에게 중용되었던 이사도 조고의 유혹에 빠져 조작에 동참하고 만다. 그런데, 이게 2대 황제의 치명적인 약점이었기에 이름만 황제인 호해는 나라를 주무르는 실력자 조고의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호해와 관련된 유명한 고사성어가 바로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이 고사를 좀 더 살펴보자. 조고는 함께 유언 조작에 나섰던 승상 이사를 제거하고 자신이 승상 자리를 꿰차면서 대권을 손에 쥐었지만 늘 불안한 것은 과연 환관 출신인 자신을 대신들이 따라줄지의 여부였다. 이때 그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다. 그게 바로 이 고사의 탄생이다. 즉 아침 조회 모임에서 그는 호해 황제에게 말 한 필을 선물한다면서 사슴 한 마리를 데려왔던 것이다. 이에 황제는 사슴이 맞다고 말하고, 조고는 계속 말이라고 우겼다. 할 수 없이 황제는 대신들에게 말인가, 사슴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신변의 두려움을 느낀 대부분의 대신은 말이라고 답했다. 이때 사슴이라고 답한 신하는 조고가 나중에 구실을 만들어 죽이고 말았다고 한다.    

 

20살에 황제가 된 그는 욕심 많고 무지몽매한 탓에 자신의 안위와 향락을 위해 20여 명의 형제자매와 나라의 대신들을 미친 듯이 살해했다. 이런 과정에 조고는 어린 황제에게 충성하는지를 판가름하는 수단으로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노루를 말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불충한 인물, 즉 역심을 품은 인물로 간주해 처벌하도록 만든 간신이다. 이처럼 나라가 위기의 끝을 향할 때는 어리석은 군주와 간신이 반드시 만나는 법이다. 호해 황제는 나라가 망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미치고 만 것이다. 

 

 

첩들과의 육욕에 빠져 아들까지 죽이다

 

고대 중국의 어리석은 군주를 나열해 보면 한나라 성제 유오가 단연 으뜸이다. 그는 19세에 황위에 올랐지만, 주색에 빠져서 늘 방탕한 생활을 즐겼다. 그의 할아버지가 그에게 '오'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은 '천리마'와 같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천리마에는 한참 못 미치는 개나 돼지보다도 못한 인물이었다.

 

이미 주색에 빠져 지내던 그는 황제가 된 후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개버릇 남주나'라는 말처럼, 그는 한눈에 반해서 자신의 고모뻘인 황후 허씨와 부부의 연을 맺고, 이도 양에 차지 않아서 하급 궁인의 미모에 반해 이를 취하고 신분까지 상승시켜 반 첩여(비빈들의 서열상 '소의' 바로 아래 서열임)를 곁에 두고 육욕을 즐겼다.

 

반 첩여는 미모뿐만 아니라 재능과 학식까지 골고루 갖춘 여인이었기에 성제의 지나친 방탕을 제지했다. 하지만, 성제는 여인의 재능보다는 오직 미색만을 탐했다. 마침 그의 눈에 조비연이라는 춤 솜씨가 빼어난 무희가 눈에 쏘옥 들어왔던 것이다. 이 여인은 쌍둥이(의주, 합덕 자매)로, 둘 중 언니의 춤은 워낙 출중해서 마치 제비가 나는 듯한 자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에게 붙여진 이름이 '조비연'이다. 그날로 바로 그녀는 '첩여'의 지위를 얻었다.

 

성제가 조씨 자매를 총애했지만, 자식을 낳지 못한 이 자매들은 나중에 내팽개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후궁들이 성제의 아이를 출산할 경우, 모두 죽이는 잔인함을 보였다. 그런데, 조씨 자매가 임신을 하지 못한 것은 성제를 유혹하려고 항상 사향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본디 사향은 피임이나 유산에 사용했을 정도로 임신과는 상극이었다. 이러는 사이에 나라는 외척 왕씨의 수중에 놀아나고 있었다. 결국 성제는 조합덕의 품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북제의 마지막 군주 고위

 

북제의 군주 고위(재위 556~577년)는 무능하고 호색을 즐긴 왕이었다. 예부터 북제의 황실은 음란하고 난폭하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것도 전통이라고 고위는 북제의 명맥을 마감시킬 정도로 매일 주색에 빠져 지내며 국정은 나몰라라 했다. 그는 풍소련을 알게 된 후 항상 그녀의 곁을 떠나질 못했다. 또한 요란스로울 정도로 궁을 짓고 극도의 사치를 즐겼다. 얼마나 웃기냐 하면 그가 기르는 닭, 말, 개 등 가축에도 관직과 녹봉을 주었으며, 이를 만류하면 대신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북주의 무제가 북제를 공격해올 때 그는 풍소련과 함께 사냥을 즐기고 있었다. 사실 이른 새벽부터 병사들이 북주의 침략을 세 번이나 보고했지만, 그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심지어 아첨을 일삼는 신하는 황제 옆에서 보고하는 병사를 오히려 나무랐다. "황제께서 지금 사냥 중이신 것이 보이지 않느냐! 변경 지역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이거늘 왜 이리 보채는 것이냐!"라고 말이다.

 

북주의 군대가 평양성(현재의 산시 린펀)을 함락시키자, 결국 대군을 이끌고 직접 출정하여 평양을 향해 곧장 진격했다. 이때도 그는 풍소련을 두고 가기가 아쉬워 동행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사는 북주의 군대를 어떻게 격퇴해서 잃은 땅을 되찾느냐가 아니라 내친 김에 풍소련에게 주변의 명승고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결국 북제는 전쟁에서 패했다. 패잔병의 시체가 산처럼 쌓였고 무기도 지천으로 널렸다. 정신없이 도망가던 고위는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사람을 진양으로 보내 황후의 조복과 인수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바로 풍소련을 황후로 봉하기 위한 것이었다. 황후의 예복을 입은 풍소련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그는 흐뭇해했다. 정말 한심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전쟁 중에 몇 차례 전세를 뒤집을 기회가 있었지만 매번 풍소련이 말도 안 되는 간섭을 한 탓에 그는 승산이 있던 전쟁에서 끝내 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에게 패배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풍소련에게 아무 탈이 없으면 됐지, 전쟁에서 진 게 무슨 대수인가?" 마침내 도망치던 그는 아들과 함께 북주의 무제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이는 그에게 그다지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풍소련까지 포로로 잡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그래서 무제를 보자마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풍소련을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역사는 이 인물을 '걱정 없는 천자'로 기록하고 있다.

 

 

환관들에 추대되어 황제가 되다

 

중국 역사는 당나라 목종, 문종, 무종, 선종, 의종, 희종, 소종 등 일곱 명의 황제들은 환관들에 의해 황제 자리에 오른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희종은 12살에 황제가 되었지만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고작 닭싸움, 활쏘기, 검술, 음악, 장기, 도박 등이 전부였다. 그는 나라의 모든 정치 권한을 자신이 '아버지'라고 부르는 환관 전령자에게 모두 일임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령자는 권력을 손에 쥐고 마음대로 주물렀다. 이에 마침내 '황소의 반란'이 발생했다.

 

황제를 쉽게 다루려면 어렸을 적에 길을 잘 들여야 한다. 당나라 의종은 아들이 일곱 명이었는데, 환관들은 궁리 끝에 황제가 위독한 틈을 타서 큰 아들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겨우 열두 살밖에 안 된 희종을 즉위시켜 '문생천자門生天子'(환관에 의해 판정된 천자)로 삼았다. 희종은 자신을 황제로 추대한 환관 유행심과 한문약을 공작에 봉했다. 가장 큰 총애를 받은 환관은 전령자였다.

 

당나라 때의 대환관 구사량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문생천자 길들이는 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황제를 한가로이 내버랴두지 말고 수시로 미인들과 음주가무에 빠지도록 유혹하라. 게다가 수법을 자주 바꾸어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마라. 그와 동시에 가능하면 책을 멀리 하도록 하고, 특히 학자들과 가까이 할 기회를 절대로 주지 마라'라고 말이다. 지난 왕조들의 멸망 사례를 보기라도 하면 자신들을 멀리하고 배척할 게 뻔하니까. 

 

 

제국을 몰락으로 이끌다

 

이밖에도 책은 황후와 함께 미친듯이 재물을 긁어 모았던 당나라 장종, 자신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려고 신선이 되려 했던 명나라의 세종,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똑똑한 동생을 제치고 바보임에도 황제가 된 진나라 혜제 사마충, 친누이와 고모를 후궁으로 들인 송나라의 전폐제 유자업, 황궁에 시장을 차려놓고 상인 역할에만 몰두한 동한의 영제 등의 이야기가 제국의 멸망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무릇 리더하면 이런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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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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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서든 수도원에서든 혹은 전쟁터에서든 세계사를 움직인 인물들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이들의 만남은 열정으로 가득 찼고 좌절과 희망이 교차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많은 의미와 도덕적 질문을 던진다. 이 모든 만남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조명되며 긴장감 넘치는 사유의 길로 독자를 이끌 것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역사는 만남의 연속이다

 

이 책의 저자 헬게 헤세는 독일의 기획자이자 작가이며 대학에서 철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단편영화 감독으로도 활동하면서 유럽 여러 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주요 언론에 문화, 역사, 경제에 관한 칼럼과 시리즈 기사를 다수 연재했으며, 다양한 학술 참고문헌을 편집했고, 저서로는 독일의 역사잡지 <다말스DAMALS>'올해의 역사책'으로 선정한 <천마디를 이긴 한마디>를 비롯해 <단 한줄의 역사>, <처칠 스타일로 승부하라> 등이 있다.

 

 

책은 철학, 과학, 정치, 예술, 대중문화 등의 분야에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역사적인 인물의 만남을 추적한다. 즉 불세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같은 경쟁 혹은 대립 관계뿐 아니라,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같은 사랑까지 말이다. 이를 토대로 저자는 역사의 경계에 섰던 두 사람의 만남과 그 시대에 질문을 던지고 나아가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삶의 다양한 문제와 의미를 되새긴다.

 

 

저자가 던진 수수께끼 같은 질문은 던졌다기보다 역사가 묻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종교에 대한 믿음이 과학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 시대를 살았던 요하네스 케플러와 알브레히트 폰 발렌슈타인의 만남에 부쳐 "신앙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또 어디에서 끝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과 그의 일본인 아내 오노 요코의 삶 가운데 "내가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를 묻는 식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약 2400년 전 고대 그리스 아테네 교외, 올리브 나무 언덕에서 한 노인과 청년이 나란히 길을 걸어가며 열띤 대화를 주고받는다. 노인은 플라톤, 청년은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들 앞에서 갑자기 올리브 열매 하나가 땅에 떨어진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올리브 열매를 찾으려고 두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숙인 채 열심히 바닥을 살폈다. 이리저리 몇 걸음오가다 결국 플라톤이 올리브 열매를 발견해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올리브 열매를 집어 올린다.

 

이 올리브 열매를 놓고 두 사람이 다른 시각으로 인식한다. 플라톤은 모든 존재 뒤에 숨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는 올리브 열매의 이데아와 실제 오리브 열매가 어떤 관계인지를 탐구한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가 궁금해 하는 것은 올리브 열매의 본질과 자연에서의 위상이다. 즉 플라톤은 모든 사물의 배후를 탐색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 경험한 개별자의 본질에 주목한다.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1118년 어느 이른 아침, 사람들이 파리 골목길을 향하고 있었다. 간밤에 비명이 울려 퍼진 집에는 아벨라르가 거세된 채 방에 누워 있었다. 아벨라르는 당대의 유명인사들로부터 논리학과 변증법을 배운 탓에 이후 공개적 논쟁에서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으며 승리했다.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그의 강의에 놀려들어 명성과 함께 부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그는 스승을 노골적으로 비판함으로써 결국 대학에서 추방당해 파리로 돌아갔던 것이다.

 

1114년, 아벨라르가 도착한 파리는 인구가 3~4천 명 정도로 센 강의 중앙에 잇는 시테섬의 좁은 골목길에 밀집해서 살고 있었다. 당시 성당에는 학교가 없어서 학생들은 아벨라르의 논리학 강의를 수강해야 했다. 1116년 어느 날, 아벨라르는 성당 주변에서 꽃다운 나이의 엘로이즈를 보게 되었는데, 단번에 반하고 말았다. 이후 그는 즉각 신상을 수소문해서 그녀의 후견인인 삼촌 퓔베르의 집에 숙식을 요청했다. 그러자 퓔베르는 엘로이즈의 가정교사 노릇을 해달라며 쾌히 승락했다.

 

아벨라르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사냥감을 위협하거나 강요할 필요가 없었다. 수학을 공부하거나 교회 성인들과 그리스, 로마 사상가들의 저서를 공부할 때 그는 이 젊은 여인을 맘대로 유혹했다. 그들은 책을 보는 대신 서로의 눈을 보았다. 곧 그들은 말을 주고받기보다는 키스를 더 많이 했다. 아벨라르의 손은 책장보다는 엘로이즈의 가슴에 더 자주 머물렀다. 그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잠자리를 함께했다.

 

어느 날 두 사람의 애정 행각 장면을 목격한 퓔베르는 극도의 분노를 폭발하면서 아벨라르를 집에서 내쫓았다. 이때 엘로이즈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었다. 1118년,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의 고향집에서 아들을 낳고 아벨라르의 여동생에게 양육을 맡겼다. 이후 아벨라르는 퓔베르를 설득해 비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와의 결혼을 원치 않았다. 결혼과 가족이 그의 학문에 방해될 수 있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그녀는 작은 예배당에서의 결혼식을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비밀 유지를 어기고 풸베르가 결혼 사실을 퍼트리고 다녔다. 아벨라르는 퓔베르의 복수를 두려워했다. 결국 퓔베르는 친척들과 함께 잔인한 복수극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범죄에 동원된 하수인들은 시골에서 동물들을 상대로 거세를 연습까지 했다. 거사 당일 밤에 매수된 아벨라르의 하인이 하수인들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아벨라르는 이들에게 거세당하고 만다.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폴 고갱은 1882년 증시 붕괴 후 직장을 잃었다. 이때 그는 그림에 전념하는 기회로 잡았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넷, 나머지 인생을 온전히 예술에 바치기로 결심했다. 유부남이었던 그는 그림을 팔아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림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일감을 얻어 겨우 생계를 유지했다. 고집불통의 성격에 싸움이 잦아 일감을 구히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는 결코 괴로워하지도, 스스로를 괴롭히지도 않았다.

 

고갱은 파리 미술계에서 테오를 알게 되어 그로부터 후원을 받았지만 1888년, 고갱은 빚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테오는 고갱에게 매월 한 점의 그림을 넘기고 아를에 살고 있는 자신의 형과 함께 산다면 메월 150프랑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사실상 이 제안은 테오의 형 고흐의 아이디어였다. 어쩔 수 없이 고갱은 이를 수용했다.   


"이런 제기랄, 온통 노랑이야"

 

고갱이 고함을 쳤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보고 나서다. 고흐는 태양의 강렬한 색과 하늘의 푸른색 등 자연의 색감을 좋아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노랑을 사용했다. 태양이 작렬하듯 노랗게 이글거리는 해바라기 그림은 그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고갱은 화폭 여기저기에 노란색을 칠하는 고흐가 못마땅했다. 고흐가 좋아하는 화가나 그림은 고갱에게 경멸의 대상이었다.

 

둘은 늘 일상의 모든 것을 두고 다투었다. 싸우지 않으면 침묵하거나 각자의 작업으로 도피했다. 함께 동거한지 약 두 달이 경과한 12월 23일, 고흐는 미술상이었던 동생 테오에게 편지를 쓴다. '내 생각에 고갱은 이 좋은 도시 아를도, 우리가 작업하는 노란 집도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도 싫증이 난 것 같아' 라고. 결국 두 사람은 갈라섰다. 말년을 타히티에서 보낸 고갱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흐를 어떻게 추억했을까? 자신의 오두막 앞에 노란색 해바라기를 심었다.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아서 밀러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영역에서 완벽을 추구했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대표되는 아서 밀러는 미국 극작가이다.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 배우 이브 몽땅, 존 F 케네디 등 유명인들과과 염문설을 뿌렸던 마릴린 먼로는 세계적인 섹시 심볼로 대변된다. 그런데, 이 둘이 5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했다. 책은 '완벽'이라는 키워드로 두 사람의 만남을 조명했다. 먼로가 주연을 맡았던 위대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마지막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15쌍의 역사적 만남

 

그 시대의 라이벌이자 친구, 연인, 혹은 소울 메이트로 연결되는 인물들은 앞서 소개한 빈세트 반 고흐와 폴 고갱 말고도 여럿 있다. 책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앨버트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 아서 밀러와 매릴린 먼로,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 등 그 이름도 쟁쟁한 총 15쌍의 역사적인 만남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들의 인물사를 통해 우리들은 무엇을 깨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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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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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의 운명과 투쟁하고, 다른 사람들과 투쟁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을 강화시키고 고양시킬 수 있습니다. 인생은 우리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운명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이러한 운명과의 싸움입니다. 이러한 싸움에서 우리는 좌절하면서 자신이 부딪힌 운명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어진 운명에 비해 너무나 가혹했고 인생은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고 한탄할 수도 있습니다. 니체는 사람들에게 '그대의 운명이 평탄하기를 바라지 말고 가혹할 것을 바라라'라고 외치며, 그런 운명과 투쟁하면서 장렬하게 죽을지언정 패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삶에 대하여 니체에게 묻는다 

 

이 책의 저자 박찬국은 서울대학교과 동 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학, 석사학위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니체와 하이데거의 철학을 비롯한 실존철학이 주요 연구 분야다. 2011년 <원효와 하이데거의 비교 연구>로 제5회 '청송학술상', 2014년 <니체와 불교>로 제5회 '원효학술상', 2015년 <내재적 목적론>으로 제6회 '운제철학상', 2016년 논문 <유식불교의 삼성설과 하이데거의 실존방식 분석의 비교>로 제6회 '반야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이 책의 초판본인 <초인수업>은 중국어로 번역되어 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출간되었다. 주요 저서로는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그대 자신이 되어라-해체와 창조의 철학자 니체>, <들길의 사상가, 하이데거>, <하이데거는 나치였는가>, <현대철학의 거장들>,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읽기>,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읽기>,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강독>, <니체와 하이데거> 등이 있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작고한 장영희 작가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에 담긴 소설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감상한 글을 인용하면서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는 귀절이 바로 니체 철학의 정수精髓를 담고 있다면서 니체가 생각하는 운명과 우리 자신 간의 바람직한 관계는 '사랑의 투쟁'이라는 말로 묘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랑의 투쟁이란 사람들이 서로 투쟁함으로써 서로를 고양시키고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품게 되는 관계를 말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들은 가혹한 운명을 오히려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사랑할 수도 있게 된다. 이때 비로소 우리들은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이 자신의 운명에게 한 것처럼 이렇게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아, 나의 형제여, 나는 이제껏 너보다 아름답고, 강인하고, 고귀한 상대를 본 적이 없다. 자, 나를 죽여도 좋다. 누가 누구를 죽이든 이제 나는 상관없다"

 

 

 

 

니체에게 묻고 싶은 10가지 질문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내 맘대로 되는 일은 왜 하나도 없을까?'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신을 믿지 않으면 불행해지는 걸까?"

"신념은 꼭 필요한 걸까?"

"왜 인생이 자꾸만 허무하게 느껴질까?"

"죽는다는 것은 두렵기만 한 일일까?'

"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니체가 주창하는 정신은 고통과 험난한 운명을 자신의 고양과 강화를 위해 오히려 요청하는 패기에 찬 정신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바로 니체가 말한 '초인초인의 정신'이다. 니체는 "초인이란 고난을 견디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난을 사랑하는 사람이며 고나에게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것을 촉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사람 간의 관계가 점점 각박해지는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관해 니체를 통해 해답을 찾는 여정을 떠나보자.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안락한 삶이 아니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안락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생존을 추구함과 동시에 가능한 한 많은 감각적 쾌락을 좇는 존재라고 보았다. 반면에, 니체는 인간은 짧게 그리고 험난하게 살더라도 자신의 힘, 다시 말해 자신의 생명력이 고양되었음을 느끼고 싶어 하는 존재라고 본다. 단적으로 말해서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장수와 안락한 삶이 아니라 힘의 고양과 증대라는 것이다. 니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 힘이 증가되고 있다는 느낌, 저항을 초극했다는 느낌을 말한다"

 

이는 플라톤의 행복 5가지 조건과 닮아 있다. 첫째,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이들이 칭찬하기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의 생각보다 절반 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겨루엇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고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연설할 때 청중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그렇다. 이 조건들의 공통점은 바로 '부족함'이다. 행복은 부족함에서 오듯이,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것 또한 안락한 삶이 아니다.

 

 

놀이에 빠진 아이처럼

 

삶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니체는 '인간의 정신은 낙타의 정신에서 사자의 정신으로, 그리고 사자의 정신에서 아이의 정신으로 발전해가는 것'으로 보았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죽을 때가지 낙타나 사자의 정신 단계에 머무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니체가 말한 인간 정신 발달의 3단계는 이상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낙타는 황량한 사막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아무런 불만도 없이 뚜벅뚜벅 나아가는 동물로,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인 셈이다. 그래서 니체가 말하는 낙타의 정신은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절대 진리로 수용하고, 무조건 복종하는 정신을 뜻한다. 어릴 적의 우리들은 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이런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주입받는 교육을 받는다. 군말 없이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에 순종했다.

 

성장하면서 어느날 갑자기 삶의 허무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우리들은 낙타에서 사자로 돌변한다. 지금까지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 한 번도 않다가 갑자기 삶이 허망하다고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런 허망함이 확대되면 '살아서 뭐 하나, 어차피 죽으면 끝나는 인생인데'라는 생각이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게 된다. 마침내 회색빛 인생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래서 무의미한 공부를 강요하는 학교와 사회에 분노를 쏟아낸다.

 

니체는 '사자의 정신은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한다'라고 얘기한다. 기존의 가치와 의미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없는 상태인 것이다. 니체를 이를 '허무주의(니힐리즘)'라고 명명했다. 인간이라면 견딜 수 없는 가장 큰 고통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니체는 니힐리즘에 빠지는 게 우라의 정신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이다.

 

니힐리즘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회복한 정신의 단계를 '아이의 정신'이라고 니체는 말한다. 아이처럼 산다는 것은 인생을 유희처럼 사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들이 재미있는 놀이에 빠지면 '왜 이 놀이를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냥 이 놀이가 재미있어서 놀 뿐이다. 놀이의 재미가 사라질 때 비로소 '왜 이 놀이를 해야 하지?'라고 계속 놀이를 할지의 여부를 고민한다.

 

우리들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인생이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로 여겨지는 사람은 '이 놀이를 계속해야 하는지'를 묻지 않는다. 그저 삶이라는 놀이에 빠져서 그것을 즐길 뿐이다. 우리가 삶의 의미를 묻게 되는 것은 삶이 더 이상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때이다. 그때 우리는 삶을 무거운 짐으로 느끼면서 '왜 이 짐을 짊어져야 하지?'라고 묻게 되는 것이다.

 

 

부족함이라는 가혹한 시련은 자신을 단련시킨다

 

니체는 책이 거의 팔리지 않을 정도로 전혀 유명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인생에 만족했고 그것을 긍정했다. 그는 설령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않고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신이 처한 운명적 상황을 자기발전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니체는 심지어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야말로 자신의 발전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일본에서 경여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바로 니체의 운명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한 인물이다. 그는 아버지의 파산으로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다. 그는 직원 누군가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나는 하늘의 세 가지 은혜를 입고 태어난 덕분'이라고 대답했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 부지런히 일하는 습관을 익혔다

허약하게 태어난 것~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부지런히 몸을 단련했다

못 배운 것~ 배우려고 한 덕분에 많은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었다

 

 

왜 경쟁을 부정적으로 보는가?

 

호메로스<일리아드>에서는 아킬레스가 자신의 동료를 죽였던 헥토르를 전차에 매달고 질주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슬인들은 이렇게 잔인하고 무자비하며 승부욕에 불타는 사람들이었다. 니체에 따르면 그리스인들은 원래 야만적인 힘에 넘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승부욕을 건설적인 경쟁심으로 승화시켜 고대 올림픽을 창시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협동과 협조는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경쟁은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니체는 경쟁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다. 경쟁을 통해서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고 자신을 뛰어난 인물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스포츠에서 동일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무한 경쟁을 도입하고 있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니체는 왜 신을 죽였나?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 있다! 그리고 신을 죽인 자는 바로 우리다! 살하재들 중의 살해자인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위로할 것인가?"

 

'신은 죽었다'라는 말이야말로 니체가 남긴 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니체의 이 말은 매우 역설적이다. 신이 인간과 달리 신일 수 있는 이유는 죽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이 죽었다'라는 니체의 말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상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것은 근대에 들어와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서양의 중세인들은 자신들에게 부딪힌 모든 문제들을 신에 의지하고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근대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힘으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 인간들이 겪는 고통은 보통 자연 또는 사회로부터 오는 것이다. 즉 폭우나 가뭄처럼 자연으로부터 오는 재해, 전쟁이나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비롯되는 고통처럼 말이다.

 

근대인들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써 자연에서 비롯되는 재해를, 사회구조의 개혁으로써 잘못된 사회구조에서 비롯되는 고통을 극복하려 했다. 이렇게 자신들에게 부딪힌 문제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 했던 인간들의 노력은 많은 부분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이에 따라 인간들은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 신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힘을 더욱 믿게 되었다.

 

 

연민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

 

이젠 너무 들어서 듣는 것조차 짜증스러운 얘기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지금 현재에도 누군가에 의해 자살이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들의 주위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자살은 패배의 형태를 보인다. 인생의 고달픔에 좌절해서 '이렇게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에 현실에서 죽음으로 도피하는 행동이다.

 

이런 자살은 용기가 아니라 나약함과 비겁함의 표현 아닐까? 삶의 고단함에 지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연민이다. 하지만 니체는 연민을 비판했다. 니체가 연민을 비판한 것은 그가 몰인정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연민은 인간을 성장시키기보다는 연약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낸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을 불쌍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고, 불쌍한 사람으로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을 약하고 무력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것은 연민을 받는 사람이 느끼고 있는 무력감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연민을 아무런 거부감없이 수용하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은 당연히 누구나 좌절할 수밖에 없고 그래도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수용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에 노예가 되지 말라

 

이는 주체성에 관한 얘기다. 한국 사회는 특히 젊은 세대들을 특정한 방향으로 길들이려고 한다. 즉 유치원 때부터 선행학습이나 영어 조기교육을 강요한다. 아이 때부터 공부하는 기계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공부라는 게 선한 효과도 분명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길들이는 과정에서 왜곡 내지는 병적인 현상이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수많은 청소년들이 삶에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염증을 느끼거나,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나 긍지를 갖지 못하면서, 자신에게 무한한 지원과 응원을 보내는 부모님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심지어 자기 자신을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니체는 '그대 자신이 되어라'라고 강조한다. 우리들은 자신의 성격과 적성 그리고 환경 들을 고려해 이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에 합당한 시선에 맞추려는 노예가 되어선 안 된다. 즉 타인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주체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항상 남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쓰고 남이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니체는 이렇게 남의 평가에 민감한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노예근성 때문이라고 본다. 고대 노예제 사회를 생각해보라. 노예는 결코 자신을 평가할 수 없다. 오직 주인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노예의 지위로 하락시키고 있는 셈이다.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라

 

니체의 시각에 따르면, 오늘날의 사회는 거대화되고 있는 반면, 이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 개개인들은 갈수록 점점 더 왜소화되고 있다. 말하자면 현대인들은 사회가 굴러가는 데 필요한 부품이 되는 대가로 안락한 삶과 향락을 즐길 수 있는 물자를 제공받는 셈이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소심한 사람이 되어 간다. 온갖 질병에 계속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사랑했던 니체, 그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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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것들의 비밀 - 팔리는 상품, 서비스, 공간에 숨은 8가지 법칙
윤정원 지음 / 라곰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자동차를 생산하는 대기업이건, 사탕을 생산하는 소기업이건 끌리는 것들의 비밀을 알면 소비자의 관심도 더 쉽게 끌 수 있고, 소비자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며, 더 특별해질 수 있다. 세상ㄹ은 빠르게 변하고 소비자의 요구는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 더불어 특별햇던 내 제품이 식상해지는 속도도 빨라진다. 내 제품의 매력도를 계속해서 높이려면 끌림의 여러 요소를 함께 적용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끌림이 사라진 곳엔 재고만 넘실댄다

 

이 책의 저자 윤정원CEO들의 비즈니스 코치이자 기업 교육을 설계하는 혁신 전문가로, '한국 CEO들의 고민을 가장 많이 들은 사람'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지난 10여 년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영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기업 인재교육을 기획, 운영해왔다. 또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교육 전략 컨설턴트, 인티저그룹 경영 컨설턴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육 사업 본부장을 거치며 경영 교육 컨설팅을 수행해왔다.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교육원 센터장으로 GS칼텍스, 현대엔지니어링, 하나금융그룹, NH 농협금융지주, 서울교통공사 등 기업맞춤형 교육을 설계하고 있다. 경영교육원은 기업별 맞춤 교육을 통해 실제 현업에 적용할 수 있게 해 실질적인 결과가 있는 교육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앞에서 갈길을 잃어버린 기업인들에게 미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어떻게 가능한지 생생한 사례와 구체적인 방법을 교육함으로써 경영인들의 높은 만족도를 끌어내고 있다. 이 책이 바로 기업인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내용들에 대한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사람이 어디에 끌리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의 마음이 도대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덟 가지 키워드를 뽑아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즉 취향, 가격, 감정, 편리, 건강, 재미, 연결, 공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알고 있는가 

10원이라도 '가격'이 저렴한가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해주는가 
내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가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게 도와주는가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을주는가 
누군가와 '연결'되는가 
'공유'의 만족을 가져다주는가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8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지난 10여 년간 비즈니스 현장에서 경영인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기업 인재교육을 기획해왔던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앞서가는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제시한다.

 

취향~ 특별 대우를 해 주는 곳에 끌린다

 

대한민국 증권 1번가 여의도, 점심 때가 되면 식당마다 붐빈다. 그런데, 단골 식당이 있는 나는 전화 예약만으로 즐겨 먹는 메뉴와 함께 계란 후라이를 서비스로 제공받는다. 이렇게 내 취향을 기억하고 있다보니 왠지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서 다른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단골을 이용한다. 아마도 사람들이 단골을 정해 놓고 찾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개인 취향을 저격하는 영업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1억 1700만 명이 시청하는 넷플릭스는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추천한다. 넷플릭스는 '무엇을' 이라고 묻지 않는다. 대신에 '이 영화 중에서 골라봐'라는 선택안을 제시한다. 언제 어디서나 바로 TV 와 영화를 시철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인 바로 '스트리밍 서비스' 때문이다. 넷플릭스에 로그인하면 사용자의 과거 시청 기록을 바탕으로 취향에 맞는 영화를 골라 첫 화면에 보여준다.

 

 

가격~ 가성비가 좋은 곳에 끌린다

 

탁월한 성능에다 깔끔한 디자인의 진공청소기는 가정주부들의 워너비 제품이다. 그렇다. '다이슨' 청소기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주부들이 이를 선호한다. 그런데, 성능과 디자인이 이와 유사하면서도 가격이 10분의 1이라면 어떨까? 전세계가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자 지갑이 얇아진 주부들이 당연히 이런 제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중국 기업 디베아가 만든 무선청소기f6가 바로 그런 제품이다. 그래서 이 제품은 '차이슨'이라 불린다.

 

 

감정~ 행복도를 높이는 곳에 끌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 그래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 라이프 스타일이 최근의 트렌드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일산 웨스트돔 인근에 위치한 작은 가게 앞엔 저녁 정해진 시각이 되면 길게 줄이 늘어선다. 수제 마카롱 전문점이다. 알록달록 고운 빛깔에 앙증맞은 모양의 프랜치 스타일 마카롱이 바록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한정 판매 상품을 사려고 순번을 기다린다. 기다림조차도 그들에겐 행복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행복하기보다는 외롭다. 그래서 혼자 있는 기분이 싫어서 홀로 있을 때에 TV를 늘 켜두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혼자임에도 외롭지 않을 방법을 연구해서 로봇을 만든 사례가 있다. 연세대학교와 카이스트 연구진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음향 인식 기반의 소셜 네트워킹 로봇인 '프리보'를 제작했다.

 

"오호, 친구가 현관문을 열었어. 지금 퇴근한 걸까?"

 

프리보엔 마이크, 사운드 센서, 조도 센서, 온습도 센서 등이 탑재되어 있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는 소리, 조명의 변화, 진공청소기 소리, TV 소리 등을 인식해서 사용자의 현재 활동에 적절한 문장으로 대화를 건넨다. 프리보엔 여러 명의 '친구'들이 살고있는 셈이다. 소리를 내는 모든 것은 '친구'로 인식한다.

 

 

 

편리~ 귀찮은 일을 줄여주는 것에 끌린다

 

가가호호마다 세탁기와 청소기를 갖추는 이유는 귀찮음을 줄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세탁기를 사용하면 손빨래보다 엄청 빨리 그리고 쉽게 빨래를 마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귀찮은 일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주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에 따라 점점 더 기술은 사람들이 불편하고 힘들다고 느끼는 일에 편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이는 가정뿐만 아니라 공장에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공장을 가장 잘 정착시킨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의 지멘스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완성햇다.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생각하는 공장'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공장의 생산 장비에 센서가 부착되어 센서에서 생성되는 5천만 개 이상의 빅데이터가 리얼타임으로 분석된다. 이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장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불량률을 낮춘다. 나아가 생산주기는 점점 단축된다. 이 공장의 불량률은 0.0012퍼센트로 떨어졌다. 제품 100만 개당 불과 12개의 불량품만 나온다니 거의 없는 것과 같다.

 

 

건강~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끌린다

 

새해를 맞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짐하는 게 금연과 다이어트라고 한다. 건강한 다이어트의 추구를 위해선 헬스장을 찾아야 한다. 신년맞이 할인상품을 쏟아내는 헬스장은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본능을 자극하는 영업전략을 사용한다. 또 맛은 별로지만 가격은 비싼 편인 유기농 식품을 찾는 것도 바로 건강 때문이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 도움을 주는 화장품이 시판되기 전까지 무수한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므로 여러 실험 참가자의 피부에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장품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해선 대체 피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그런데, 수제작으로 살아 있는 피부를 만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고 보존 기간이 짧다. 이에 로레알3D프린팅 기술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오가노보는 로레일과 독점 계약을 맺고 화장품 테스트용 3D프린팅 피부를 개발했다.

 

 

 

재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재미에 끌린다

 

영화, 소설, TV, 게임, 공연, 테마파크 등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재미를 판다. 사람들은 이런 재미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이와같은 시간을 보냄으로써 일에 지친 마음이 힐링되면서 내일을 위한 재충전이 되는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는 케이팝의 선두 주자는 7인조 보이 그룹인 방탄소년단BTS이다.

 

이들은 미국의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면서 여세를 몰라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지로 월드 투어 콘서트에 나섰다. 전 세계 10~20대가 이들에게 빠진 비결은 바로 '재미''공감'이다. 이들 특유의 멋진 칼군무에다가 젊은이들이 성장기에 겪는 혼란과 사회적 불만 등을 노랫말에 담았기 때문에 'BTS 월드'가 탄생한 셈이다.

 

 

연결~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에 끌린다

 

튼튼한 인맥의 연결 고리가 많을수록 성공의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말한다. 연결의 대상은 지역과 국내에 머물지 않고 이젠 전 세계로 넓어진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SNS의 등장이다. 세계 최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업체인 페이스북은 2018년 현재 전 세계 22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세계 1위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14억 명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에 모여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서로 연결되면 더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공유~ 밀레니얼 세대는 소유보다 공유에 끌린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는 많은 돈을 주고 새 제품을 사는 것보다는 좋은 물건을 싸게 공유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이들은 지구촌의 환경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서 지원의 낭비를 지양하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눠 쓰려고 노력한다.

 

잘나가는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한다. 뿔 하나가 달린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점점 많이 등장하자 그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이젠 기업가티가 100억 달러가 넘는 '데카콘'(뿔이 10개 달린 상상 속의 동물)이 등장했다. 세계 10대 데카콘 중 4개가 바로 공유 기업이다.

 

에어비앤비(미국) - 숙박 공유

우버(미국) - 차량 공유

위워크(미국) - 사무 공간 공유

디디추싱(중국) - 차량 공유

 

공유 경제의 급성장은 스마트폰과 밀레니얼 세대가 뒷받침한 덕분이다. 위워크는 2008년에 시작, 2010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섰는데 공실률이 높아 걱정하는 건물주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심 사무실을 사용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성장했다. 이 시스템은 한국 서울에도 종로, 여의도, 을지로, 청담동, 논현동 등지에 이미 진출해 성업중이다.

 

 

 

끌림을 플러스하면 특별해진다

 

서울 지하철 삼성역의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은 그 규모가 웅장하다. 이곳은 공간의 경험을 통해 방문객을 증대시키고 도서 매출을 덩달아 높였다. 이 책은 사람들이 끌리는 여덟 가지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런 끌림을 비즈니스에 가미함으로써 성공 스토리를 만든 사례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젠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다. 평범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특별함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통해 '끌림'이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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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줄다리기 -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신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라기 경기를 잘 들여야보면 우리 사회가 보인다. 언어의 줄다라기 경기를 관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 경기를 통해 우리는 현재 우리 사회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우리도 모르게 빠져 있는 함정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언어 감수성은 높아질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언어 감수성을 높여라

 

언어 감수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언어 표현에 대한 우리의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뜻이다. 언어 감수성이 높아지면 그 이전까지는 거슬리지 않던 많은 표현들이 자꾸 거슬리게 되면서 마음이 쓰이게 된다. 마음에 걸리는 표현들이 많아지고 말을 하면서 자신의 말에 주목하며 자기 말에 담긴 표현을 점검하려는 태도가 우리들에게 생긴다.

 

책의 저자 신지영은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며 발견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언어 탐험가다. 그녀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에게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즐거움을 가르치고 있다. 언어의 탐험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 하는 인문학자로,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꾸 키워 물려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저서로는 <말소리의 이해>, <한국어의 말소리>, <THE SOUNDS OF KOREAN>, <쉽게 읽는 한국어학의 이해>, <(조카 현진이와 떠나는 신지영 교수의) 한국어 문법 여행>, <열려라, 말>, <한국어 발음 교육의 이론과 실제>, <말소리 장애> 등이 있다.

 

저자가 만든 10개의 경기장은 팽팽한 '언어의 줄다리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봉건적이고 반민주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각하라는 단어가 민주화운동의 파고에 밀려 사라졌듯이 언어는 언어사용자들 간의 치열한 격돌을 통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들이 사용하는 언어들 속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 작동원리의 설명과 함께 다양한  줄다리기 경쟁은 이어진다.

 

 

 

 

각하라는 호칭은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

 

1948년 7월 17일에 공포된 대한민국 제헌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규정함으로써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는 임금과 신하가 있고, 주인과 노비가 있고,양반과 상민을 구분하는 신분제도에 기반한 나라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인인 평등한 나라임을 만천하에 알려주는 셈이다.

 

선거를 통해 나라의 대표자인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통령은 정해진 임기 동안 국민들이 자신에게 위탁한 권한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나라를 운영한다. 임기가 끝나면 대표자의 자격이 없어지고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각하가 가진 이데올로기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각하가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사람의 신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신분제를 전제하는 이 표현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부인하는, 반민주공화국적 표현이 되는 것이다. 각하라는 말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전제한다.

 

1. 이 말이 사용되는 공간은 신분제에 기반한 사회다

2. 이 말을 하는 사람은 이 말을 듣는 사람보다 신분이 낮다

3. 이 말을 듣는 사람의 지위는 고위 관료다

4. 이 말을 듣는 고위 관료는 누군가에 의해 임명되었다

5. 신분이 더 높은 사람에게 합하, 저하, 전하, 폐하라는 경칭을 사용해야 한다

6. 각하로 불릴 수 있도록 이 사람을 임명한 왕이나 황제가 존재한다

 

 

대통령이란 이름은 민주주의 정신에 배치된다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호칭하다 보니 대통령을 손윗사람으로 생각하게 되어, 스스로 그 아래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국민들이 대통령의 관리와 통제를 받는 일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기여한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이란 단어에 담긴 이데올로기는 민주주의적인 이데올로기와는 거리가 멀다.    

 

봉건군주제에서의 왕은 통치자였고, 백성은 통치의 대상이었다. 왕은 백성을 거느리고 다스리는 대상으로 여기는 게 자연스러웠고, 백성은 왕의 다스림과 거느림을 당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의 국민은  더 이상 통치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즉 대통령이란 임기 동안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하는 국민의 대표자일 뿐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자를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장애는 정상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정상인을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정의를 기반으로 장애인을 정의하면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있는,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이 된다. 물론 장애인을 의도적으로 이렇게 정의하려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무튼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바라보는 관점은 장애를 갖지 않은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장애인의 상대적인 표현을 정상인이라고 함으로써 '장애는 정상이 아니다'라는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것이다. 나아가 자신은 정상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게 된다. 즉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칭하는 것은, 장애를 가진 것은 정상이 아닌데 자신은 장애를 갖지 않아서 정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 된다. 만약에 화자話者가 장애인이라면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칭해야 할까? 이는 더욱 문제가 된다.

 

 

미혼과 기혼에 담긴 두 가지 이데올로기

 

기혼과 미혼이 담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살펴보자. 이는 세상 사람들을 두 가지 범주로 나누는 것이다. 즉 결혼을 이미 한 사람과 아직 하지 않은 사람으로 말이다. 이는 결혼 경험 여부에 따라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분류법에 따르면 기혼도 미혼도 아닌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되고 만다.

 

첫째, 결혼을 한 사람은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즉 이혼은 없다.

둘째, 미혼자는 언젠가는 꼭 결혼을 해야 한다.

 

따라서, 두 범주만을 설정함으로써 결혼을 이미 한 사람은 기혼으로 불리며 반드시 그 결혼을 유지해야 한다는 무언의 강력한 메세지를 받게 된다. 또 미혼의 상태에 있는 사람은 기혼의 상태로 곡 변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받는 셈이다. 이렇게 기혼과 미혼의 표현 뒤에는 결혼에 대한 관습적인 세계관이 담겨 있고, 결혼에 대한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우리에게 제공하게 된다.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어야 하나?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아내를 '미망인未亡人'이라고 부른다. 이를 해석하면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 된다. 이는 백년해로하려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 외롭고 슬픈 처지에 놓인 여인에게 '왜 아직 죽지 못해 살고 있느냐?'고 염장질을 하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과부'나 '홀어미'보다 고급스러운 단어라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단어의 유래는 <춘추좌씨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편을 잃은 아내가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다. 이 표현은 다분히 중국의 순장 제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편이 죽으면 당연히 따라 죽었어야 하는데, 아직 따라 죽지 못하고 살아남은 죄인이라는 뜻에서 남편을 잃은 사람이 자신을 낮추어 미망인이라고 표현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미망인이라는 표현은, '남편이 죽으면 아내는 응당 따라 죽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어른은 은어, 신어, 유행어에 불편하다

 

우리들은 욕설이나 비속어에 대해 불편함을 느낀다. 이는 듣기 삻은 말을 듣는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반면에 은어, 신어, 유행어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자기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들은 데서 오는 불편함이다. 그리고 은어, 신어, 유행어에서 느끼는 요즘 어른들의 불편함은 사실 언어 권력을 침해당한 데서 오는 언짢음이 도사리고 있다.

 

어떤 언어의 사용자가 되려면 누구나 그 언어를 배워야만 한다. 말하자면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태어난 후 아이들은 어른들로부터 언어를 배운다. 즉 언어란 어른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다. 언어의 권력자는 가르치는 사람인 어른인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젊은 계층에서 사용하는 신종어, 은어, 유행어는 이를 새롭게 배워야만 하는 어른들에겐 언짢은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소통을 위해 기꺼이 스마트폰에서 생소한 이 말의 뜻을 찾아보고 익힌다.  

 

 

관 주도 언어 정책에 반기를 들다


언어의 주인은 당연히 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언어 규범이란 게 있다. 이는 언어 사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규범은 사용하는 '민民'이 만들고 '관官'은 정리하는 것이다. 즉 민이 사용하는 언어를 제대로 관찰하여 규범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즐겨먹는 짜장면을 모두 그렇게 부름에도 불구하고 관이 주도한 규범에는 '자장면'으로 되어 있다.

 

짜장면의 등장은 임오군란 때 들어왔던 청나라 군인들이 인천 쪽에 화교 공동체를 이루며 살게 되면서 이들이 먹던 '작장면'이 한국화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널리 퍼져 1960년대부터 인기 메뉴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외래어표기법에 의하면 기본적으로 된소리를 쓰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에 맞추어 표기한 것이 바로 '자장면'이다.  


2009년 5월, SBS는 <짜장면의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짜장면의 이름을 돌려받고자 했다. 이후 한 네티즌은 "정부는 지금 당장 짜장면을 돌려달라!"라는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결국 2011년 8월 31일에 복수표준어로 인정되었다. 짜장면을 통한 저항은 언어의 주인은 언어 사용자라는 점과, 언어 규범을 만드는 주인공 또한 언어 사용자라는 사실을 망각한 언어 정책에 대한 항거였다. 또한 관 주도적인 언어 정책에서 민 주도적인 언어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외침이었다.

 

 

언어 감수성을 가져라

 

언어 감수성을 통해 '성찰적 말하기'와 '배려의 듣기'가 가능해지므로 화자와 청자 간의 거리를 좁히게 된다. 성찰적 말하기란 말을 할 때 듣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배려의 듣기란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의 감수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 표현을 비판적으로 성찰하지 않으면 원하지 않는 이데올로기를 동의하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저자는 성숙한 소통을 위해서 언어 감수성을 가질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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