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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스몰 브랜드
길성구 외 지음 / 비버북스 / 2025년 4월
평점 :
과거에는 거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가진 기업들만이 브랜드를 만들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지금은 한 명의 개인도, 작은 기업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스몰 브랜드'의 시대가 온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 책의 공저자들은 마케팅 전문 컨설턴트이거나 홈쇼핑 엠디 또는 국내 굴지의 패션회사 디자이너 겸 상품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총 12개 장으로 책을 구성하여 창업의 이유. 핵심 가치, 시장솨 소비자, 핵심자원의 활동, 차별화, 컨셉과 로고, 네이밍, 브랜드 스토리, 브랜드 디자인, 브랜드 전략, 바이럴, 내부 브랜딩 등을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은 단순히 브랜딩 이론을 설명하는 이론서가 아니라 실제로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남은 스몰 브랜드들의 사례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켜 왔는지를 들여다보고 나아가 브랜드를 만드는 모든 요소들을 현실적인 시각에서 분석하고 제안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실제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다
어릴 적의 추억을 소환해본다. 감기몸살로 인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끙끙거리며 이부자리에 누워 있는 아들의 식사와 원기 회복을 위해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들을 구해서 맛좋은 죽을 내놓던 어머니의 정성이 떠오른다.
그렇다. 죽은 대체로 환자들이 먹던 음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상품화되었다. 죽 전문 식당뿐만 아니라 집 또는 사무실 근처 편의점에 가면 다양한 죽들이 진열장에 대기하고 있다. 이런 시대를 이끌어 낸 장본인이 아마도 '본죽'이 아닐까 싶다. IMF 시대에 탄생한 이 상품은 "왜 죽은 아플 때만 먹어야 하나?"라는 질문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려면 자기 자신과 시장을 향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핵심가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한 전염성을 지닌다. 홍대입구역 인근의 수제 새우버거로 유명한 '제스티살룬'을 살펴보자. 단순한 새우버거 가게가 아니라, 레트로 스타일의 미국식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가게에 입장하면 마치 미국 서부의 레트로한 펍에 온 듯한 분위기에 빠진다.
전원 스위치부터 화장실까지, 매장 전체가 디테일한 컨셉과 내러티브로 일관되게 연결된다. 이 공간은 미국에 가본 사람에겐 추억을, 처음인 사람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 가게는 대학생 시절부터 창업을 경험한 대표가 처음부터 브랜드 컨셉을 정하는데 공을 들였다.

(사진, 제스티살룬)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가치였던 시절엔 무엇이든 먹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은 배고픔 이상의 다양한 욕구와 욕망을 지니고 살아간다. 우리는 제품과 서비스의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브랜딩과 가치를 더욱 깊이 들여다본다. 결국 브랜딩이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가치를 전달하는 것과 같다.
브랜드여지도 만들기
시장의 필요를 알아야 한다
브랜드의 포지션을 정해야 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컨셉을 정의해야 한다
아이템과 입지를 정하고, 제품을 생산, 가게를 오픈한다
판매와 유통을 위한 채널을 개척
팬덤을 모으고 커뮤니티를 구축
시장 반응과 피드백을 수용
양재역 맛집, '솥두껍'
햄버거 프랜차이즈 이사로 재직할 때 브랜딩 작업도 수행했던 김기엽 씨, 그는 치밀한 전략으로 '솥두껍'을 오픈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일할 때 새로운 매장 입지를 발견하는 일을 수행하면서 이또한 그의 역량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외식업은 고깃집이다. 그는 저가형 고깃집으로 포지셔닝을 잡았다. 그러나 저가에서 주지 못하는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와 풍성한 메뉴를 제공하지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추구했다. 그 결과, 대박이란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솥두껍 양재본점'은 네이버 양재역 맛집 검색시 4번 째로 뜬다.
시장을 쪼개고 최고가 되라
장인 정신만으로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현재 일본에선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한 오래된 초밥집들이 중줄이 문을 닫고 있다. 고작 6개월간 초밥 쥐기를 배운 초보가 십수 년간 도제 생활을 해온 장인과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이기는 일이 생겼다. 이제 일본 초밥집들도 최고가 아니면 초저가를 지향하는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그렇다고 '최고'라는 전략이 수명을 다한 것은 아니다.
전문화 전략의 핵심은 '쪼개기'다. 이 책을 쓴 4명의 공저자들이 추구하는 컨셉도 '스몰 브랜드'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식회사는 일본의 '곤고구미(금강조金剛組)'다. 이 건축회사는 오직 절寺을 수리하는 일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70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백제의 후손이 창업한 회사이다. 이처럼 쪼개진 시장에서 최고를 추구하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다.
스몰 브랜드가 가진 컨셉의 힘
공저자 중 한 명인 박요철 대표는 <스몰 스텝>이란 책을 펴냈다. 작고 사소한 실천으로 삶을 바꾸는 방식을 이야기한 것이다. '스몰 브랜드'는 브랜딩 영역에서 소외되었던 자영업자, 소상공인, 1인 기업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에게 브랜드가 필요함을 전파하는 것이 박 대표의 목적이다.
박 대표가 단순히 '습관'에 관한 책으로 포지셔닝했다면 지금처럼 11쇄나 찍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다움'을 실현하고 싶은 사람들의 니즈에 맞춘 퍼스널 브랜딩 솔루션으로 책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를 담는 컨셉을 '비범함'이 아닌 '평범함'으로 설정했다. 이것이 자기계발서 시장에서 <스몰 스텝>이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네이밍의 이론과 실제
네이밍이 전달하는 브랜드의 차별성
네이밍은 브랜드의 방향을 결정한다
브랜드 네이밍의 완성은 디테일에 있다
네이밍의 본질은 '이름 그 이상'이다
단순한 네이밍을 넘어선 브랜딩의 일관성(29CM)
우리는 잘되는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차이를 '스토리'에서 찾는다. 어쨌든 성공한 대부분의 브랜드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외모나 스펙보다 몇 배 더 강한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이야기다.(148쪽)
감성을 파는 곳(브랜드 디자인)
떡볶이, 김밥, 김치볶음밥, 비밤면 등 익숙한 음식과 홍콩 토스트와 돈까스 샌드 같은 색다른 메뉴가 추가된 요즈음 핫한 분식집이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다. 땅값이 비싼만큼 임대료가 만만치 않은 영업 장소임에 틀림 없다.
이 가게의 후기들을 살펴보면 맛이 특별하다는 얘기는 찾기 어렵다. 김치볶음밥이 8,800원, 마라탕 라면은 8,500원으로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이 가게를 20~30대 여성 고객들이 붐비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떡볶이를 파는 힙한 명소라니 말이다.

(사진, 도산분식 델몬트 물병)
그 비밀의 힌트 중 하나는 '응답하라'시리즈에 나오는 냉장고의 델몬트 주스병에 담긴 물병이다. 80년대 정서가 풍기는 보리차 담은 병이다. 그리고 메뉴판 하단에는 "도산분식은 단순한 밀가루 음식이 아닌, 우리의 추억을 되살린 분식의 새로운 물결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단순히 분식을 파는 게 아니라 '감성(갬성)'을 판다. 떡볶이가 아니라 추억을 판다.
이밖에도 책은 브랜드 전략, 바이럴, 내부 브랜딩 등에 관해 친절하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12단계 브랜딩 사례집'이라는 부록 속에 트레바리, 젠틀 몬스터 등 9개 브랜드의 사례들을 담았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전하고 싶은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을 때, 브랜드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라고 그것을 꾸준히 전달할 수 있을 때, 고객들은 브랜드를 사랑하고, 스스로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 -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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