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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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말이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언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 '서문' 중에서

 

 

말이 쌓이면 품격이 된다

 

이 책의 저자 이기주는 작가 겸 출판인.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살아간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주로 쓴다.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기 좋아한다. 퇴근길에 종종 꽃을 사서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올려놓는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등이 있다.

 

그는 경청, 공감, 반응, 뒷말, 인향, 소음 등 24개의 키워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낸다. 고전과 현대를 오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작가 특유의 감성이 더해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동시에 전한다. 말을 소재로 삼은 까닭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읽을 수 있는 교양서이자 필독서이기도 하다. 

 

 

 

 

잘 듣는 것이 먼저다

 

옛말에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 했다. 즉 귀을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또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래야만 마음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 담긴 말이다. 

 

우리들은 '경청'의 중요성에 관해 자주 얘기 듣는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이자 존중을 표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만 한다. 상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이는 의사소통 과정뿐만 아니라 인생이라는 광활한 무대에서도 적잖이 도움이 되는 자세이기도 하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말 많은 자, 이로 인해 화禍를 당한다

 

'말로써 興흥한 자, 말로써 亡망한다'는 말을 우린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세 치 혀를 앞세워 말로써 상대를 기만하고 욕 보이며, 심지어 이로 인해 상대가 자살을 하게 되는 살인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침묵의 가치를 높이 칭송해왔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에게도 침묵은 비밀의 병기였다. 그는 병사들 앞에서 연설하기 위해 연단에 오를 때마다 뜸을 들이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말이 많으면 화禍를 면치 못한다. 그 말 때문에 근심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언무환寡言無患이라는 말처럼,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줄이면 근심도 줄어든다. 서양 경구 중에도 '웅변은 은銀, 침묵은 금金'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선인들의 생각은 동서양이 그리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자나깨나 말조심을 하자. 

 

숙성되지 못한 말은, 오히려 침묵만 못하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말이 아닌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말도 귀소본능을 갖고 있다

 

직장인들은 대개 술자리나 비공식적인 사석에서 특정 인물을 비난하고 헐뜯는 말을 하면서 자신들의 억압된 심리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카타르시스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우리들은 '뒷담화'라고 말하는데, 이또한 인터넷 상에 떠돌아다니는 '악플'과 비슷한 성격을 지녔다. 사실상 직장 생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대목이 바로 이것이다.

 

"웬만하면 내가 이런 얘기 안 하는데"

 

그런데, 내가 입으로 내뱉은 말은 다시 내개로 돌아온다. 그렇다. 말에는 귀소 본능이라는 게 있다. 연어가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서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알을 산란하려는 본능을 지닌 것처럼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뱉어 낸 말이 독을 바른 화살이었다면 나중에 나는 이 독화살로 인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되돌아온다.

 

 

함부로 타인을 지적하지 말라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뜻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 한마디 말의 무게는 천금과 같으며 한마디 말이 사람을 다치게 하면 그 아픔은 칼로 베이는 것과 같다" - <명심보감>, '언어편' 중에서

 

저자는 현재의 우리 사회를 '지적 과잉의 시대'라고 말한다. 하루 종일 불평과 지적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모습이기에 말이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순간 상대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검지뿐이다.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세 손가락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검지를 들어야 한다. 타인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내가 떳떳한지 족히 세 번은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늘 타인을 지적하며 살아가지만, 진짜 지적은

함부로 지적하지 않는 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내 말에서 향기를 풍겨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나의 말에서 향기가 난다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몰염치한 망발을 내뱉는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특히, 구설수에 휩싸여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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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긴다 - 디지털 G1를 향한 중국의 전략
정유신 지음 / 지식노마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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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필자는 그 동안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지식 격차를 조금이나마 메워보고 싶었다. 특히 직접 목격한 중국 경제의 최근 변화와 도전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 4차 산업혁명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 국력을 집중하는 중국의 전략과 태도를 잘 이해하는 것은 미래의 중국을 읽는 핵심이면서 동시에 조선, 반도체 등을 이을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고자 하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세계경제 패권 전쟁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양국 정상간의 회담으로 일시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모습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무역전쟁의 본질은 미양국 간에 진행되는 경제 패권 전쟁이고 그 배후에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주도권 다툼이 놓여 있다. 세계의 공장, 짝퉁의 대명사였던 중국이 어떻게 미국이 경계할 정도로 급속한 기술 발전을 이루었을까?

 

이 책의 저자 정유신은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기술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다. 그 전 28년 동안 금융시장, 특히 자본시장 및 벤처캐피털시장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즉 대우경제연구소에서 금융경력을 시작해 대우증권 IB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SC은행 부행장, SC증권 대표이사, 한국벤처투자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장,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을 겸하고 있다. 2013년 중국인민대학교 재정금융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그는 중국 발전의 핵심 키워드로 디지털화를 꼽는다. 산업화와 정보화에 뒤쳐진 중국이 발견한 성장의 모멘텀이 바로 모바일을 통한 디지털화다. 모바일은 31개의 성으로 분절되어 있는 중국을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바꾸었다. 거대한 시장이 만들어지자 기술과 자본, 인재들이 모여 들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에는 포춘 500대 기업 중 98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하드웨어 창업의 메카가 된 선전에는 세계 각지에서 기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몰려든다. 성장과 고용에 미치는 스타트업의 잠재력에 주목한 중국 정부는 1억 명의 창업자를 키운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매년 1만 5,000개의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2017년에는 22개의 기업(미국 28개)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이 되었다.

 

이처럼 디지털로 시작된 변화에 4차 산업혁명이 결합되면서 중국 전체가 혁신 체제로 접어들었다. 유통, 금융, 제조 등 경제의 핵심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추진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결합이 가속화되었다. 정부가 로드맵을 만들면 기업이 그 목표를 실현시키는 사회주의 특유의 톱다운 방식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은 미국을 뛰어넘고 세계 1위의 패권 국가를 달성할 수 있을까? 총 8장으로 구성된 책 속에서 그 답을 찾아 보자.

 

 

 

 

모바일이 디지털 시장을 만들다

 

과거 중국 기업이 1-2개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확장해 나갔다면, 모바일 쇼핑이 일상화된 지금은 런칭과 동시에 중국 전역에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한다. 모바일 디지털 시장의 확대로 중국 기업이 내수로 얻을 수 있는 시장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모바일 업체를 지속적으로 키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기업 입장에서도 과거 중국에 진출하려면 지역별로 유통망을 뚫고 오프라인 판매를 해야 했기 때문에 성장이 더디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술 창업의 러시 

산업은 기술과 시장이 만날 때 성장한다. 시장이 충분히 크고,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있을 때 산업이 융성한다.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디지털 단일 시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거대 시장이 있으니 똑똑한 사업가가 연이어 출연하고 기술자들이 밤을 지새우며 개발에 매진한다. 성공 확률이 높아지자 기업가가 뛰어들고, 새로운 기술에 자금을 대려는 투자가가 줄을 잇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승부를 걸다

중국은 이제 막 개막한 4차 산업혁명 전쟁에 승부를 건다. 중국은 4차 산업의 시장 크기, 투자액, 변화 속도가 압도적이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을지에 대한 논쟁이 격렬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국은 실현 가능한 모멘텀을 맞았다. 중국은 디지털 G1 달성을 통해 글로벌 G1이 된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4차 산업에서 헤게모니를 잡은 뒤 글로벌 1등 국가로 나아가는 전략을 펼치려 한다.

 

 

중국 정부의 선 허용 후 보완 정책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1당 독재 체제인 중국은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반응한다. 핀테크라는 새로운 금융 기술이 쏟아질 때 우리나라는 사업 승인을 미루고 소비자 제도를 먼저 만들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산업 성장에 포커스를 맞춰 사업을 전면 허용하고, 신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관용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다가 개선이 꼭 필요한 문제들을 하나씩 보완했다. 한국이 규제에 막혀 있는 사이 중국 핀테크는 한국을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이 경쟁력을 만든다

중국 인터넷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미국은 P2P대출(개인 간 대출) 업체가 100곳을 넘긴 적이 없지만, 중국은 2,000-3,000개 P2P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장에서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2016년에 중국에서 이뤄진 벤처 투자는 402억 달러로 한국보다 22배 더 많지만, 투자를 받기 위한 경쟁률은 1,501대 1로 한국의 278대 1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 시장은 크지만 그만큼 경쟁이 극심하고 생존율이 낮아, 그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업체는 세계 시장을 이끌 만큼 강력하다. 경재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해 더이를 더욱 키운다.

 

아마존은 14년만에 시장 침투율 50%에 도달

알리바바 타오바오왕은 9년만에 도달

 

 

인터넷 플러스 정책

디지털 시장을 키우기 위한 중국의 전략은 '인터넷 플러스' 정책이다. 산업의 중심에 인터넷을 두고 이종 산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골자다. 특히 신성장동력인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유통, 물류, 인프라 구조를 혁신하고 있다. 도시 중심의 전자상거래를 발전시켜 중소 도시, 농촌, 국제 간 거래에 적용시켰다.

 

인터넷 플러스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인터넷 기업 중심으로 민간에서 이루어지다가 2015년 3월에 정부에서 주도로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햇다. 리커창 총리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통해 신기술과 산업의 융합, 전자상거래 촉진, 인터넷 금융 발전, 인터넷 기업 해외 진출 등을 이루겠다는 행동 전략을 2015년 7월에 발표했다.

 

 

인터넷 기업의 금융 진출

금융(Finance)에 기술(Technology)을 융합한 '핀테크(Fintech)' 기업이 쏟아질 때, 중국 정부는 국유 은행의 볼멘소리를 무시하고 인터넷 기업의 금융 진출을 허용했다. 디지털 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신종 금융 상품이 출현할 때 중국 정부는 선 허용 후 보완의 포용적 정책을 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서둘러 규제를 도입해 위축시키기보다 포용력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중국의 낙후된 금융 시스템은 오히려 중국이 핀테크 영역에서 앞서가는 계기가 됐다. 한국 정부도 보다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제조 2025'

2015년 5월 중국은 제조업을 노동 자원 집약의 전통 산업에서 기술 집약의 스마트 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중장기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전략인 '제조 2025'를 선언했다. 30년간 10년 단위로 3단계에 걸쳐 산업 고도화를 추진하는 전략으로 9대 전략 과제, 10대 핵심 산업 분야, 5대 중점 프로젝트 계획을 제시했다. 제조업에 인터넷을 융합해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업그레이드를 이루는 '인터넷 + 인더스트리'에 중점을 두었다.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미래 제조업의 중요한 뼈대가 됐다.

 

 

 

팍스 차이나 드림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으려면 단순히 경제력이 큰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이 가진 언어(영어), 통화(달러), 문화(미국 대중문화) 등의 패권 요소를 중국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전 세계인과 이해관계를 함께한다는 인식 기반도 중요하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은 DNA에 포용력과 유연성을 담고 있다. 종교, 인종, 피부색을 뛰어넘어 인재를 유입하고, 유연한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연 차이나 드림은 아메리카 드림을 대체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매우 힘들어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통제가 지나치게 많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다고 본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래 성장동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한국은 중국의 미래 전략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까? 중국에 대한 이해와 대응에 따라 중국의 디지털 G1 전략은 우리에게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미래에 대한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의 모든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도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노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풍족하게 살아야 평화와 통일도 함께 뒤따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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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인사이트 2030 - 60개의 키워드로 미래를 읽다
로렌스 새뮤얼 지음, 서유라 옮김 / 미래의창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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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년 독일의 수학자 겸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는 미래가 있을 때 비로소 위대해진다" 그의 명언은 현재를 살아가는, 특히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이들이 그토록 미래에 큰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확실히 설명해준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을 의미하는 미래는 언제나 높은 가치와 중요성을 동시에 지닌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 '들어가며' 중에서

 

 

"미래는 인간의 놀라움을 자극하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며

나태한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미국의주요 주간지 <뉴요크>의 편집장 데이비드 렘닉의 발언(1997년)에는 미래 지향적인 생각이 현재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신념이 담겨 있다. 그는 "미래란 언제나 현재와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를 혼란과 욕망과 두려움에 빠뜨리는 것들을 물리친다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인다. 비슷한 관점에서 데이비드 윌슨은 <미래의 역사>에서 "예언과 예측이 실제로 벌어질 일을 그대로 맞추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자신의 미래를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현재에 닥친 공포와 희망, 욕망에 대한 해답을 상당 부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책<트렌드 인사이트 2030>의 저자 로렌스 새뮤얼은 문화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문화 역사학자다. 마이애미와 뉴욕 소재의 컨설팅 회사 아메리컬쳐 창립자로서 떠오르는 문화 트렌드를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문화인류학의 대모'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 그는 1990년 이래 포천 500대 기업과 다수의 대형 광고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해왔다.

 

미국 최고의 컨설턴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는 제이피 모건의 의뢰로 미국의 부유층 문화를 파헤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문화인류학에 기반한 독특한 방법론을 활용하여 미국의 백만장자들을 5개 유형으로 분류한 것으로, 문화 컨설턴트로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고 평가받았으며 다수의 미디어에 조명되기도 했다. 더불어 미국의 대중심리학 매거진 <사이콜로지 투데이>의 블로거로, 게시한 글은 수십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저서로 <미래가 변하고 있다>, <미래의 역사>, <미국의 부유층 문화> 등이 있다.

 

 

 

 60개의 세계적인 트렌드

 

 

비즈니스와 정치는 더욱 더 공생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비즈니스와 정치는 더 이상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욱 공생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개중에는 아예 '폴리-비즈니스Poli-business'라는 합성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미래의 기업인들은 정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하며, 정치인들은 비즈니스 언어에 보다 친숙해져야 한다.

 

조직 관리자들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사업 환경에서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해야 한다는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했다. 우리가 긴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사회 변화의 속도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남은 21세기에도 의심할 여지 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역설과 모순은 문화인류학의 발전 과정에 필히 뒤따른다

 

사방에서 발견되는 역설모순은 어떻게 보면 문화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가령 다양성과 보편성의 대두는 세계가 얼핏 보기에 정반대되는 두 방향으로 동시에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다. 기술적 진보와 인도주의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세계화와 현지화의 기이한 역학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를 괴롭히는 또 다른 이분법이다.

 

신흥국 국민들이 물질적 가치에 강하게 끌리는 반면,

선진국 시민들이 물질주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현상

또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우리는 범문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일반적 시장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인종과 민족이 사회적 트렌드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전제로 운영 및 성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사회의 '새로운 주류'다"

 

이제는 낡아빠진 '주류-비주류' 기반의 문화적 잣대를 버리고 인류의 대부분이(어쩌면 전부가) 범문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 할 때다. 그래서 리서치, 마케팅 전문회사 에스니팩츠는 위와 같이 말했다. 마케터들은 세계시장의 개별 소비자를의 인종 혹은 민족 기준으로 깔끔하게 나누려는 태도를 버리고, 우리가 범문화주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미래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리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저자는 이 새로운 접근법이 소비자를 자로 잰 듯 구분하는 기존 모델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확신한다. 인간은 다른 어떤 요소보다도 문화적 경험에 좌우되는 사회적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21세기 최대의 문제

 

"세계적인 고령화 현상은 모든 정치, 경제적 이슈를 초월하는 21세기의 최대 문제가 될 것이다"

- 피터 피터슨의 <잿빛 새벽>(1999년) 중에서

 

피터 피터슨억만 장자 비즈니스맨이다. 이미 그는 오래 전에 인구통계학을 근거로 우리들에게 위험성을 예고했다. 즉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들어서면 수많은 노인들을 감당하지 못하는 미국 경제와 헬스케어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의 의견에 동조한다. 심지어 주요 납세자인 밀레니얼 세대와 수혜자인 베이비붐 세대 간에 전쟁 수준의 갈등이 발생한다고 전망하는 이들까지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향후 20~30년 동안 자선 활동 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인구는 바로 베이비붐 세대다. 그들은 가장 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대로서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의무감을 지니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마음속에는 세상에 족적을 남기고 싶다는 본능적인 욕구가 존재한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을까?"

 

베이비붐 세대는 불멸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후대에 이름을 남기고자 한다. 그들의 연령을 고려하면 이러한 욕구가 얼마나 진지한 것일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매우 가치 있는 사고방식이며, 덧없는 '안티 에이징'에 매달리는 것보다 생명을 연장하거나 영생을 누릴 수 있는 훨씬 건설적인 방법이다. 현재 베이비붐 세대의 약65%는 어떤 식으로든 자선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그들의 엄청난 수를 감안하면 각종 자선 단체들이 기쁨에 들떠 있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유대감

 

비인간성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디지털 세상의 확장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가 생각한 해답은 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연결성Connectivity에 대항하는 개념인 유대감connectedness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대감을 통해 인간이 관계 속에서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은 가족과 친구,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관계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핵심 열쇠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모바일 서비스를 하고 있는 파티위드어로컬닷컴의 창립자  페네시의 설득력 있는 결론이다. 제대로만 활용한다면 인터넷은 현실의 시간과 공간에서 사람들을 모아주며 연결성만큼이나 유대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과학

 

과거의 과학순수한 연구 목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오늘날의 과학계에서는 기술 연구와 상품화 전략이 2인조 스포츠팀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과학의 앞날에 무시무시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시나리오도 존재하지만, 과학계가 생명과 인간성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는 한 상황이 현재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사회적 변화를 눈여겨 봐야 한다

 

타 영역의 모든 흐름은 사회적 변화를 바탕에 두고 있다. 세계가 점차 인종, 민족 등에 대한 차별 없는 '범문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고령화'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심화될 것이고,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이 이미 큰 폭으로 증가한 지금,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사람이 '도시'로 대규모 이주해갈 것을 암시한다. 가족 규모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줄어 '마이크로패밀리'화 되면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현상과 동시에 1인 가구들이 '공유 주택'에 모여 사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위해 특히 사회적 트렌드를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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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이랑 오늘도 걱정말개 - 노잼 일상을 부수러 온 크고 소중한 파괴왕
오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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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이는 내가 소망했던 천사견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개 무식자’ 시절 생각했던 것처럼 악마견도 아니었다.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성격과 신체가 다르듯, 밀란이도 아주아주 발랄한 성격과 튼튼한 몸을 타고난 개성적인 개일 뿐이었다. 밀란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뒤로는,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전처럼 화가 나거나 괴롭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실을 웃음으로 받아들이게 됐고, 사고를 치는 모습도 귀엽게 느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고뭉치 개 밀란이와 살아가는 이야기

 

책의 저자 오혜진은 4년 전 '래브라도 리트리버=천사견'이라는 착각으로 밀란이를 덜컥 입양한 뒤 지금까지도 파괴왕 밀란이에게 잡혀살고 있다. 강아지는커녕 어릴 때 키워본 동물이라고는 소라게가 다인 개 무식자라, 처음에는 틈만 나면 밀란이와 싸우는 게 일상이었다. 잠시만 눈을 떼도 온 사방을 헤집어놓는 밀란이를 미워하는 마음이 든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밀란이를 파양하거나 체벌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성격과 신체가 다르듯, 밀란이도 아주아주 발랄한 성격과 튼튼한 몸을 타고난 개성적인 개일 뿐' 라는 생각으로 이제는 꽤 쓸 만한 매니저가 되어, 하루하루 밀란이와 전쟁 같지만 사랑스러운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사고뭉치 강아지 밀란이와 가족들이 싸우고 사랑하고, 화내고 화해하고, 울고 웃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이라고는 어렸을 때 소라게를 키워본 게 전부였던 '개 무식자'인 그녀와 뼛속까지 '파괴왕' DNA로 가득찬 2개월짜리 강아지와의 동거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막연하게 맹인 안내견이자 인명 구조견으로 알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였기에 당연히 '천사견'일 거라는 환상을 갖고 입양했지만, 현실은 '악마견'을 데리고 온 것이 아닐까 후회될 정도로 사고뭉치에 말썽꾸러기였다.

 

문짝이며 가구며 세간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물어뜯고 찢어발기는 것이 일상이었고,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온 사방을 헤집어 놓아 손해배상에 적지 않은 돈을 쓰기도 했다. 밀란이를 미워하는 마음이 든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사람의 아기가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지는 않은 것처럼 밀란이도 어떤 성격을 가졌든 내가 책임져야 할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만은 변함이 없었다.

 

 

 

 

밀란이의 탄생

 

이름 이밀란, 여자, 2014년 4월 2일 출생. 이게 애완견 밀란이의 견犬적사항이다. 사실 견주인 엄마는 지금 속이 타들어가고 썩어문드러지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다. 인간이야 책에서 가르쳐주는 것으로 세상을 살아가겠지만, 나같은 견공들은 '똥인지 된장인지' 입에 넣어봐야 알고,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아야 뭐가 뭔지를 안다. 그러다보니 뭐든 입으로 물어뜯고, 씹고 하면서 조금씩 알아간다.   

 

 

정말 서러워서

 

밀란이도 여자니까 화장품에 관심이 좀 많다. 그래서 화장품을 뜯어 발라보다가 냄새가 하도 좋기에 맛이 궁금해 몇 통 좀 먹었다. 근데 엄만 그거 갖고 왜 남의 화장품에 손대냐며 화를 냈다. 아니 우리가 남이가? 식구라며! 또 한 번은, 엄마가 "아무것도 안하고 소파에 누워 책만 읽고 싶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걸 기억해뒀다 방안의 물건을 다 끄집어내서 거실에 갖다놨다. 손만 뻗으면 엄마에게 필요한 물건이 다 닿으니 안 움직여도 되고 얼마나 편하겠는가? 중간에 힘 조절을 쪼까 못해서 망가진 물건이 몇 개 있긴 했지만, 아예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보곤 내 마음도 모르고 화를 냈다.

 

 

 

엄마가 날 포옹해줬다

 

엄마를 처음 만난 날, 밀란이는 형제들과 케이지 안에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밀린이를 귀엽다고 데려가면서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었다. 그래서 밀란이는 엄마를 즐겁게 해주려고 온갖 재롱을 부렸지만, 엄마는 오히려 피하면서 장난 치지 말라며 화를 내고 심지어 울기까지 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런 엄마가 오늘 사과한다면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듣고 보니 엄마는 밀란이를 싫어하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밀란아, 사실은 말이야…. 처음엔 네가 참 귀여웠는데, 어느 순간 덩치도 커지고 힘도 세져서 점점 감당이 안 되더라. 물건도 다 박살내고 집안을 난리 쳐놓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다른 집에 보내도 예쁨받지 못할 것 같고, 버린다는 건 생각도 못 하겠고. 그러면서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아빠한테만 모두 맡기고, 널 외면했어…. 아까 네가 수술 끝나고 눈도 팅팅 부었는데, 이런 나도 엄마라고 반갑다며 꼬리를 흔들더라. 마음이 너무 아팠어. 너 기운 없는 걸 보느니, 사고 치는 게 더 낫겠어"

 

개새, 이는 나한테 욕 아닌가?

 

이젠 내 체력의 비밀도 알게 됐겠다, 나도 더 이상 꺼릴 게 없어 엄마와 공놀이를 하면 성이 찰 때까지 놀아달라고 조른다. 아무리 던져줘도 내가 지치지 않고 날듯이 빠르게 뛰어오자, 엄마가 "우리 밀란이, 개 같지 않고 새 같네?" 하고 씨근덕거리며 말했다. 그러고는 공을 던질 때 악쓰듯 기합을 외치기 시작했다.

 

"공 갖고 날아와라, 이 개새야!!”

 

여기서 '새' 할 때 시옷 발음이 조금 세게 나온 것 같고… 평소 내가 물건 망가뜨릴 때 하던 욕 발음과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분명 날아다니는 새와 비교를 하긴 한 것 같으니 뭐라 따질 수 없었다. 그 이후로 엄마가 공을 던져줄 때마다 "개새!", "이 개새야!"라고 외친다. 던져주니까 입에 물고 재빨리 가져오긴 하는데, 기분이 영 찝집하다. 칭찬 같은면서도 욕을 하는 것만 같다. 

 

 

 

네가 저지른 인테리어를 강추위는 알고 있다

 

밀란이가 저지른 인테리어 작업(?) 중에서 유일하게 후회하는 게 하나 있는데, 개춘기 시절 베란다 중문 실리콘을 뜯어버린 일이다. 속이 하도 답답해서 바람이나 솔솔 통하게 하려고 한 짓인데 요즘 들어 후회하고 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요즘은 바람 들어오는 게 '솔솔' 수준이 아니라 얼마나 추운지, 식구들은 집 안에서도 패딩을 입고 지낸다. 소파에도 작은 전기장판을 깔아놨는데, 하도 추워서 염치없게 밀란이가 독차지하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미안하긴 하지만, 견공도 살아야 한다.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아, 그러고 보니 하나뿐인 미니 난로도 밀란이의 전용 물품이다.

 

 

개도 감정이 있다는 걸, 너희 인간들은 알까?

 

어릴 적엔 세상 무서운 게 없었다. 그런데, 밀란이도 나이들면서 무서운 게 생겼고,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눈치가 9단이다. 무서운 건 아빠의 불호령이다. 평소에는 밀란이와 잘 놀다가도 혹 밀란이가 실수하거나 잘못 행동을 하면 가치없이 혼을 내기 때문이다. 몰라서 저지른 잘못도 있고, 열받으라고 친 사고도 있었다. 

 

개도 이렇게 상호모순되는 양가兩價감정을 느낀다는 걸, 인간들은 알까? 입으로는 하고 싶은 대로 다 뜯으면서,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느낀다. 식구들이 집에 들어와 난리 난 집을 본 순간, 조금이라도 덜 혼나려고 귀를 뒤로 접고 항복의 배 까기를 하는 비굴한 모습. 아무것도 몰랐던 어렸을 때는 아무 눈치 안 보고 떳떳했는데. 왜 "안 돼!"라는 말을 알아듣게 된 걸까? 정말 아무것도 모를 때가 가장 행복했다.

 

 

우리 함께, 영원히

 

자서전을 쓰면서 식구들을 많이 한심하게 표현하고 별로 안 좋아하는 척했지만. 사실 밀란이에게 가장 특별한 건 바로 우리 식구다. 그리고 밀란이도 이들에게 가장 특별한 존재라는 걸 알고 있다.

 

서로 오해도 하고 미워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우린 평생 함께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이다. 그리고 밀란이가 아니면 누가 이 모자란 오합지졸을 거둬주겠나. 기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끌어안고 살아야지. 인간에 비하면 그리 길지 않은 개의 수명이지만, 죽는 날까지 이렇게 함께 웃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면서 보낼 거다.

 

내가 태어나자마자 알아보고 데려와줘서 많이 고마워.

 

 

 

끝까지 함께 살아야 행복이다

 

우리집 애완견 보리는 큰딸의 과외교사가 갓 출생한 새끼 마르티즈를 딸에게 준 선물이었다. 엄마젓을 빨던 녀석이 차를 타고 멀리 이사온 탓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지금도 보리는 승용차를 타고 함께 이동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너무 불안해하고 안절부절하기 때문이다. 이제 노견에 접어들어 병치레도 자주 하고 관절이 시원찮아서 수의사가 조심하라고 한다. 그래서 아침에 우리 부부가 산책 준비한다고 부시럭거리면 금방 따라 나선다. 애완견이 말썽을 부린다고, 사료값이 많이 든다고 하면서 키우던 애완견을 버리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고 한다. 책임감을 갖고 끝까지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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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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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들은 뜨겁고 찬란하였으나 일상이 무너진 시간이었다. 영문을 모른 채 오래도록 절룩거린 뒤 겨우 잡은 안온함은 말 그대로 별것이 아니었다. 봄이 오면 꽃을 구경하고 수업에 들어가고, 기숙사에 돌아가 잠을 자고 아르바이트 비를 받는 날이면 술을 마시고, 그렇게 일학년이 이학년이 되고 삼학년이 되는 일. 흔해빠진 대학생의 일상, 나에게는 몹시 간절했던 풍경들. - '프롤로그' 중에서

 

 

살아있는 이 일상에 행복감을 느낀다

 

책의 저자 문지안은 스물두 살에 다니던 대학에서 퇴학당하고 삶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두해 후 서울대에 입학해 새로운 걸음을 떼려는 순간 암에 걸렸음을 알게 되었다. 큰 수술 후 불필요한 세포들과의 이별을 기다리는 동안 갈 곳 없는 토끼와 함께 지내며 안온한 일상의 의미를 알아갔다. 전공 수업에서 마주한 실험동물들이 자신의 토끼와 같은 모습임을 보아버린 뒤, 사는 일이 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들로 여러 차례 멈춰 선 후, 말하지 않는 존재들과 함께하는 안온한 일상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는 가구 공방 애프터문을 운영하며, 여섯 마리의 개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암에 걸린 환부를 도려내는 절제술을 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암치료에 돌입하지만, 그녀는 항암 치료를 거절하고 학교로 복귀했다. 잘 걷지 못해서 강의실을 이동할 때마다 걷다 쉬다를 반복할 정도였다. 이 때 새삼 깨달은 사실이 몸 아픈 이들의 불편이었던 것이다. 암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 5년 동안 동원의 암세포가 자라나지 않으면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므로 그녀는 몇 개월마다 검사를 받는데, 다행스럽게도 재발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술전공자이면서 한 때 로커였고 오랫동안 디자이너였던 남자와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데, 이 남자는 가구 공방의 경영에는 관심이 1도 없이 그저 단순한 작업자로 남기를 바란다. 그런데, 따뜻한 마음씨를 소유한 탓에 집 없이 불쌍하게 길거리를 방황하는 개나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거나 집을 지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보살펴 주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개와 고양이들이 이들의 공방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인연이 있고

모든 인연의 끝에는 헤어짐이 있다.

끝이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사는 동안 더 만많은 존재와

좋게 닿았다가 헤어질 수 있겠지.

 

닿아있는 시간이 따사롭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아침에 인사하고 저녁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세상에는 왜 키우는 사람, 버리는 사람, 거두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일까.

털이 빠져서, 늙어서, 품종이 안 좋아서, 짖어서, 말을 안들어서 등등의 이유가

어떤 이들에게는 함께 살던 존재를 내칠 이유가 되는 것일까.

 

아름답지 않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존재를 버리는 일이 당연하다면

늙은 날의 우리들은 어떠할까, 오늘의 우리들은 어떠할까.

 

 

 

"행복이라는 가치는 찰나의 반짝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비어져 나오는 감정을

홀로 안고 잠드는 밤,

떠나간 존재의 빈자리를

손으로 쓸어보는 새벽,

존재를 보내었으나

보내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겨울,

삶이 몇 도쯤 서늘해졌음을 깨닫는 봄,

긴 시간을 관통하는

개인의 통증들.

 

괜찮지 않다거나

괜찮아진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저

서늘함을 내포한 평정 상태에

천천히, 아프게 적응해 갈 뿐이다.

 

 

절박한 순간에 필요한 것은

가능성 있는 수많은 이들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떠오르는 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흔쾌하면

세상이 나에게 흔쾌한 것 같은 마음이 된다.

거절당하지 않은 절실함은

내리막으로 치닫는 기울기를 변화시키는

변곡점이 되어 준다.

 

 

 

내 손으로 옷을 입고 벗고

타인의 도움 없이 용변을 해결하고

생각하는 바를 목소리로 전달할 수 있으며

고양이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개의 등을 쓰다듬는 촉감을 느낄 수 있고

봄 하늘의 푸르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오늘.

 

건강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무탈한 오늘,

당연한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어떤 이에게는 처음부터 당연하지 않았으며

결국 모두에게 당연하지 않아질 지점.

훗날 돌아보면

전성기였다고 기억할지도 모를

 

무탈한 오늘.

 

 

"일상이 곧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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