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7일 오전 9시 50분

민들레국수집이 있는 인천에는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계속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그칠 낌새가 보이질 않습니다. 손님들이 단벌 옷이 젖는데도 불구하고 배고픈 배를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해서 민들레국수집 문을 여는 시간인 열 시도 되기 전에 찾아와서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해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했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는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반바지에 얇은 티셔츠를 입고 떨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식사 후에 민들레 가게에 가서 옷을 챙겨입으시라고 했더니 살았다는 표정입니다. 연신 고맙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침 뉴스에 포항 형산강 다리 밑으로 물이 넘실대는 모습을 봤습니다. 어릴 때 였습니다. 홍수가 날 것 같아서 엄마 따라서 학교로 피난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민들레국수집, 민들레소식 9/17 산바-에서 옮겨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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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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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물을 만나며 이 소설을 읽고 북해(北海)를 떠올린다. 소설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만나는 이야기의 힘과 위안이 아닌가 하는. 인상깊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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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예쁜 것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박완서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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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의 미출간글들을 읽으며 행복했다. 인위적인 도덕심이나 미사어구 없이도 삶처럼 흐르는 글을 읽으며 다시금 큰 힘을 받는다. 시대를 살아온 어른으로서 세상에 좋은 기운을 남기신 선생님께 큰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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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은 연인의 몸에서 우주를 본다

 




시인은
연인의 몸에서 천체를 읽는다.
땅에서 하늘을 점치듯이, 그것이
우리 인간에게 부여된 유일한 감지 기능.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비로소
우주 조화의 아름다움과
따스함을 읽는다.

 




- 민용태의《시에서 연애를 꺼내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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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에 '피에타'를 보았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아멘'을 빼고 다 보았지만 이상하게 요즘은 나이를 먹어서인지 감정이 허약해졌는지 왠지 이번 영화는 선뜻 내키지 않았다. 미리 내용을 다 알고 그 어둡고 잔인하고 무거운 영화 속으로 걸어들어 갈 자신이 없어서였을까.

 그런데 친구가 예매를 해버려 결국 보았다.

 시작부터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나왔지만 이미 상상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담담하게 몰두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사람이 마땅히 지니고 있어야 할 모든 것이 결여(缺如)된 이강도라는 이름의 악마같은 사채업자 하수인이, 채무자들에게 돈을 받기 위해 상해를 폭력으로 협박하고 강요해 장애인이 되게 해 보험금을 타내거나, 궁지에 몰아 자살로 몰고 가는 끔찍하고 잔인한 이야기들로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이강도 앞에 "널 버려서 미안해. 나를 용서해 줘"하며 엄마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강도는 비웃으며 네가 내 엄마가 맞냐고 믿지도 않았지만 차츰 자꾸 자신의 뒤를 쫓아 다니는 엄마라고 믿게 되버린 여자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그리고 이 영화의 다음 과정의 스토리가 전개되고 비통한 결말을 맞는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꺼졌지만, 지금도 마음이 뻑뻑하고 얼얼하다.

 뭐라고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절대적인 가치와 그 돈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비참한 삶의 현실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작 내 마음이 어지러운 이유는 바로 그 이강도라는 남자와 그 엄마의 이야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며 결여(缺如)와 결핍(缺乏)이 떠올랐다. 특히 사람으로서의 삶에 대해.

 결여(缺如)란,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빠져서 없거나 모자람이고 결핍(缺乏)은,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지거나 모자람일 것이다.

 이 영화의 악마 이강도에게는 처음부터 사람답게 살아가야 할 모든것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사람으로 살아가는 지극히 당연한 삶을,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엄마라는 사람과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며 비로서 타인의 비통함을 자신이 당하면서 이해하게 된다.

 엄마의 복수와 자신의 상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라도 붙잡으려 비통해하며 마지막으로 타인에 대한 죄책감과 용서를 구하며 죽는 이강도의 모습에 아직도 가슴이 쓰라리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은 늘 삶의 절망을 또렷이 직시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이 영화 역시 그렇다.

 영화를 보면서 역시 예술이구나, 하는 느낌도 들고 철학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 비참한 결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구원'에 대한 영화라는 생각으로 애써  인간의 삶에 대한 '희망'을 만난다.

 함께 영화를 본 친구는, 뭔가 느낌을 말하려 하면 울컥거린다고, 엄마의 마음보다 강도때문에 자꾸 눈물이 난다고. 어디 가서 실컷 울고 싶다고 하고. 나는 이런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 감사했다.

 '크나큰 사랑으로 사랑하고, 크나큰 경멸로 사랑하라'한 니체의 말이 떠오르는 저녁이다.

 힘들고 아픈 영화이지만 김기덕 감독의 소망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다시금 삶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기를 나역시 바란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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