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 사랑의 여러 빛깔, 개정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바실리 악쇼노프 외 지음, 이문열 엮음, 장경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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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바실리 악쇼노프는 러시아 카잔에서 태어난 현대 작가로 우리에게는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1930년대에 태어났고, 의사이며 ‘작가는 도덕과 교훈 따위의 전염병을 피해야 한다‘라는 그의 좌우명 정도가 그와 관련해 내가 기억하는 전부다. - P77

"내가 여러분에게 하는 말을 명심하세요. 각자 아침식사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빵 두 개씩을 받게 됩니다. 버터는 집에 두고 왔으니 잼이 될 만한 것을 스스로 찾아야 해요. 숲속에는 산딸기가 지천이에요. 물론 그것을 찾을 수 있는 사람 것이겠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맨 빵을 먹어야 할 겁니다. 인생이 다 그런 거예요. 모두들 내 말을 이해했나요?"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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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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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연은 다른 건 몰라도 지금의 자신의 행동이 주정이 되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뭔가 얘기할 거라면 아주 말짱해야 한다고. 그래서 아까부터 술을 더 입에 대고 싶은 욕구를 거의 초인적인 힘으로 꾹 참고 있었다. 살면서 어떤 긴장은 이겨내야만 하고, 어떤 연기는 꼭 끝까지 무사히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걸, 그건 세상의 인정이나 사랑과 상관없는, 가식이나 예의와도 무관한, 말 그대로 실존의 영역임을 알았다. - P40

자기 방의 벽지를 바꿀 수 없을 땐 남의 집 현관이 더럽다고 생각하면 많은 위안이 되니까.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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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1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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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가씨가 왜 그럴까요?"
"그녀는 몇 년간이나 공장에서 장시간 일해 왔어요. 어릴 때는 몸이 유연해서, 고된 일을 하다 보면 반죽 덩어리가 틀에 넣어지듯 그 일에 맞게 몸이 굳어져 버리죠. 나는 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노동자들의 직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요. 날 봐요. 내가 왜 어디 가나 건들대며 걷겠어요? 바다에서 보낸 세월 때문이죠. 그 세월 동안 어리고 유연한 몸으로 카우보이를 했으면, 지금처럼 건들대진 않겠지만 안짱다리가 됐겠죠. 그녀도 마찬가지에요. 그녀의 눈이, 내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자면, 냉혹해 보인다는 걸 당신도 알아챘나요? 그녀는 보호받은 적이 없어요. 자신을 스스로 돌봐야만 했는데, 젊은 여자가 자기를 보호하면서 온순한 눈을...예를 들자면 당신의 눈과 같은 눈을 가질 수는 없어요."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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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2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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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얼마나 많이 자고 또 자고 싶어 하는지 그는 깨달았다. 예전에는 잠자기를 싫어하지 않았나. 그때는 잠이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훔쳐갔다. 4시간의 잠은 4시간의 삶을 도둑맞는다는 뜻이었다. 잠을 얼마나 꺼려 했던가! 그런데 이제 그가 꺼려 하는 것은 삶이었다. 삶이 즐겁지 않았다. 그에게 느껴지는 삶의 맛은 톡 쏘지 않고 쓰기만 했다. 그것이 그가 처한 위험이었다. 삶을 갈망하지 않으면서 산다는 것은 막다른 길을 가는 것이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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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3
장애령 지음, 문현선 옮김 / 민음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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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자도 외국인한테는 괜찮게 보이나? 물론 리처드슨이 훨씬 더 부적합하니 두 사람이 서로 맞춰 온 거겠지. 뤄전은 순간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서머싯 몸의 글에서 이민족 간의 결혼은 기꺼이 금기를 어겨 고통에 빠지는 행위였으며 최소한 한쪽이 광적으로 사랑에 빠져 있었다. - P79

배를 타고 바다를 마주하자 공간도 시간처럼 기억을 흐릿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외국 소설에서 의사들이 툭하면 ‘여행‘이라는 처방을 내리더라니, 바닷길은 외국인에게 인삼 같은 값비싼 만병통치약 같은 모양이었다. - P88

전바오의 삶에는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는 두 여자를 흰 장미와 붉은 장미라고 불렀다. 한 명은 순결한 아내이고 다른 한 명은 열정적인 정부였다. 사람들은 보통 그런 식으로 순결과 열정을 구분해 이야기했다.

어쩌면 남자에게는 전부 그런 두 여자, 최소 두 여자가 있는지도 몰랐다. 붉은 장미와 결혼하면 시간이 흘러가면서 붉은 색은 벽에 묻은 모기 피처럼 변하는데 하얀색은 여전히 ‘침대 앞의 밝은 달빛‘처럼 유지되었다. 반면 흰 장미와 결혼하면 하얀색은 갈수록 옷에 붙은 밥풀처럼 변하고 붉은색은 가슴의 붉은 반점으로 남았다. - P95

보통 사람의 일생은 아무리 좋아도 ‘도화선‘, 그러니까 머리를 부딪쳐 피가 튀면서 복사꽃 같은 무늬가 만들어지는 부채가 되기 일쑤였다. 그런데 전바오의 부채는 아직 비어 있는 데다 붓과 먹, 환한 창문과 깨끗한 책상이 그가 붓을 놀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 P97

로즈는 도시에서 꽤 떨어진 곳에 살았다. 한밤주으이 도로 위에서 미풍과 안개가 분첩을 바르듯 가볍게 얼굴을 때렸다.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는 한없이 가벼웠고 전형적인 영국식으로 두서없이 이어졌다 끊어지기를 반복했다. - P102

자오루이는 바닥까지 끌리는 긴 옷을 입었는데 초록색이 얼마나 선명하고 촉촉한지 무엇이든 닿기만 하면 초록색으로 물들일 듯했다. 한 걸음 살짝 움직이자 조금 전까지 그녀가 점유했던 공기에 초록색 자국이 남는 것만 같았다. - P114

"남자가 잘생기면 안 좋아요. 그러면 여자보다 더 멋대로 굴거든요." - P118

남자는 여자의 몸을 동경할 때 영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신이 그녀의 영혼을 사랑한다고 믿는 법이었다. 여자의 몸을 점령하고 나서야 영혼을 잊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게 유일한 탈출법일지도 몰랐다. - P121

나는 통속 소설에 관해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애정을 품고 있다. 더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인물들이나 그들의 슬픔과 기쁨, 이별과 만남 때문이다. 충분히 깊이 들어가지 않고 피상적이라고 말한다면 돋을새김 역시 예술이 아니냐고 묻고 싶다. 그런데 쓰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지, 이 소설은 내가 쓸 수 있는 수준에서 가장 통속 소설에 가깝게 쓴 작품이다. -증오의 굴레에 대해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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