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랜프 3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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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홀랜프 3.신성한 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샘터



홀랜프 시리즈 3권이 출간되었다. <1. 거룩한 땅의 수호자>, <2. 메시아의 수호자>에 이어 <3. 신성한 종의 수호자>다. 1,2권이 나온 지 6개월 만에 더 복잡하고 다중적인 세계관으로 확장된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를 찾아왔다. 


이번 <신성한 종의 수호자>를 읽으면서 1,2권 내용으로 파악하고 체계화된 홀랜프 세계관이 무너져 내렸다. 외계 생명체 '홀랜프'에 대항하여 지구를 지키는 '최 박사가 키운 벙커의 아이들'의 분투기와 성장기가 이 시리즈의 줄기라고 생각했다. 하늘의 도시와 82본부 또한 최 박사의 문서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판단하여 인류를 위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보았다. 벙커의 아이들은 홀랜프에 대항하여 맹렬히 싸웠고, 리브와 선우필의 아들인 '선우희'가 메시아가 되어 끝끝내 홀랜프 여왕과  그 종을 무력화시켰다. 그리하여 민간인들 사이에 '벙커의 아이들'을 신격화하여 숭배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이번 이야기는 '벙커의 아이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그들을 지켜주는 마일스 전사들은 탐탁지 않게 바라본다. 이런 시선의 변화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페카터모리와 홀랜프를 향한 마일스 전사의 증오와 분노가 초반부터 강하게 그려져서 '하늘의 도시'와의 갈등과 분열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홀랜프 세 번째 이야기 <신성한 종의 수호자>였다. 








사이먼 케이 작가는 '본질의 인간성'을 작품 속에서 계속 탐구한다. 인류가 전쟁에서 이긴 후 더 이상 홀랜프는 공격하지 않았다. 그래서 페카터모리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와중에 변화가 생긴다. 페카터모리는 

변형을 하고, 홀랜프의 어빌리스가 약해져 그 존재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늘의 도시에서 만들고자 하는 '완전한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지난 이야기에서는 구원자였던 선우희가 최 박사의 외경에 적힌 것처럼 육체·정신·영혼, 세 존재로 분리된 채 꼬마 홀랜프로 벙커의 아이들 앞에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대단원의 서막을 연다. 








'완벽'이 아닌 '완전'을 유난히 강조하는 이야기는 모든 비밀을 풀어놓지 않은 채 어느 정도 밝혀진 비밀과 예측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의해 내린 결정을 새로운 인물들과 기존 인물들과의 대립, 갈등, 공조 속에서 독자들이 유추해나가도록 이끌고 있다. SF물 틀안에서 인간의 본성과 가치, 종교와 사회의 역할과 의미 등을 고찰하고 있다. 민간인, 전사, 알파 부대, 벙커의 아이들, 페카터모리 등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목소리를 빌어 인간의 존엄성, 인권에 대한 고민을 잘 녹여내고 있다. 가상의 이야기 속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이 이야기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나도 지금 많이 헷갈려서 그래.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가 안 돼. 

왜 다 끝난 전쟁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여기서는 이게 옳다 그러고

저기서는 저게 옳다 그러고…….

이제 새로운 해답이 제시되는 것 같고…….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다만 지금 이렇게 하는 행동이 맞는 건지."

- 박 사령관







반전에 반전으로 다다른 결말은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지게 한다. '벙커의 아이들'이 보여주는 성장의 끝이 어디일지 무척 기대된다. 매 이야기마다 평면적이고 수동적인 영웅이 아닌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수호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 넘치는 그들을 아직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홀랜프 시리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언지,  '완전한 세상'은 어떤 곳인지 열심히 지켜볼 것이다. 




"우리는 다시 인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 

너희가 뭔데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거야?

우리에게는 판단해 주는 홀랜프가 있었어!

잘 살도록 필요한 건 무엇이든 다 제공하고

해결해 주었다고! 

…… 

그런데 너희 인간들이 뭐라고

그런 완전한 사회를 막는 거야?

인간을 통치하는 건 홀랜프여야 해!

오직 홀랜프가 지배해야

세상은 평화로워지는 거야!"

- 페카터모리





홀랜프 시리즈의 영상화를 강력 추천한다. 흥미로운 소재와 볼거리 가득한 외형적 요소와 철학적 메시지까지 복합예술로 우리를 놀라게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완전한 세상 좋아하네. 

완전한 사람이 존재할 수가 없는데

뭘 근거로 완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건지……."

- 김 중령






"만일 최 박사의 최종 계획이

홀랜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면?"

- 아라



끝까지 긴장감이 가득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들을 품은 채 독자를 사로잡는 홀랜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신성한 종의 수호자>로 인류의 미래를 점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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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게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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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별에게/ 안녕달 글ㆍ그림/ 창비



안녕달 작가가 그림책을 선보인 지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맛난 상상력이 한껏 담긴 [수박 수영장]을 시작으로, 우리를 웃고 울고 행복하게 해주었던 안녕달 작가였죠. [눈아이]는 제 머릿속 한자리에 세 들어 살고 있답니다. 


창작 10주년을 맞이하여 그림책 [별에게]가 출간되었어요. 안녕달 작가 특유의 다정한 감성과 촉촉한 위로를 실은 또 하나의 선물이 도착했네요. 







[별에게]는 아이가 학교 앞에서 사 온 '별'을 가족과 돌보며 같이 성장하는 시간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병아리'를 샀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 병아리에게 쌀을 먹이면서 키웠던 것처럼 아이도 별을 키웁니다. 달빛 좋은 날에 산책을 하면 그 달빛을 자양분 삼아 자라는 별의 모습, 곁에서 크고 또 나이 들어가는 아이 가족의 모습이 조각 이불처럼 마음을 데워줍니다. 








아이 손바닥에 쏙 들어오던 별이 점점 자라서 아이보다 엄마보다 더 커지는 시간 속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추억들을 잔잔하게 그려낸 안녕달 작가의 글과 그림이 참 따뜻합니다. 색연필로 쓰윽 쓱 색칠한 질감의 그림들은 제주의 소박하고 정감 어린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주요한 부분 외에는 생략한 그림은 곧장 주제로, 중심으로 독자를 인도합니다. 별과 아이와 엄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별이 달처럼 마치 보름달처럼 커졌네요. 어느 날 찾아와 어느 날 떠나간 별은 하늘 높은 곳에서 반짝이며 말을 겁니다. 









곁에 있을 때도 누구보다 환하고, 높이 떠 있을 때도 누구보다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누나와 엄마처럼 [별에게]는 읽는 이 모두에게 충만한 기쁨과 아련한 그리움을 선사합니다. 내 곁을 환히 밝혀준 '별'에게 고마움 듬뿍 담은 인사를 전하게 해주는, 안녕달 작가의 [별에게]를 추천합니다.









우리 모두 환하게 빛나는 별을 품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 별이 하늘 높이 떠오르는 그날,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고 함께 해야겠어요.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한테 와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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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 메릴랜드 숲에서 만난 열두 달 식물 이야기
신혜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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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숲속 일기/ 신혜우 지음/ 한겨레출판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는 신혜우 학자가 다른 나라 낯선 자연의 품 안에서 만난 식물들로 한가득 채워진 1년 12달의 시간이 담긴 에세이다. 새로운 공간, 사람, 자연과 익숙해져가는 시간 속에 그가 관찰한 식물뿐 아니라 삶을 통찰하는 사유가 담겨 있다. 식물을 긴 시간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학자적 자세에서 다른 나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으로서 느끼는 고독과 설렘, 기쁨과 슬픔을 마주하고 들여다보는 인간적 고뇌까지 진솔하고 담백하게 기록하고 있다. 잔잔한 사색의 자취를 따라가니 어느새 삶의 소중한 가치를 마주하게 된다.




자연의 모든 건 조화롭게 연결되어 순환한다.




식물들이 열매 맺고 번식하는 일련의 과정을 관찰하면 미생물, 곰팡이, 작은 곤충들 등 눈에 보이지 않거나 중요해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실제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연이 좋다 나쁘다, 대단하다 하찮다 하는 판단과 구분은 인간 본위의 얕은 결론일 뿐이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 해를 끼치기도 하면서 조화롭게 연결되어 순환하고 있다. 저자 신혜우 학자는 12달 자연에서 만난 경이로운 순간들을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다.







자기반성과 깨달음, 온갖 감정이 기록된 다정한 숲속 일기는 좁은 시야로 입맛대로 선택하여 바라봤던 한정된 세상을 넓혀주었다. 피지 않는 꽃도 자신의 역할을 잊지 않고 열매를 맺는다니 놀라운 일이지 않은가. 눈으로 뒤덮인 대지 아래에서 벌어지는 일도 대단하다. 내려오는 동안 질소를 부착하고 토양을 덮어 질소와 수분을 보호하고, 봄에 완전히 녹아내릴 땐 한꺼번에 풍부한 물과 질소로 변해 씨앗이 새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돕는다. 신혜우 학자 말처럼 갈수록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 많아지는 듯하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들은 결국 시간이 흘러야 해결된다. 조급하면 할수록 더 꼬일 수 있다. 눈 내린 풍경이 전하는 위로를 읽은 저자가 우리에게 다시 그 위로를 전한다.


"그냥 계속해.

그러다 보면 막막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해."




실험실 안에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이야기를 상상했던 나에게 신혜우 작가는 놀라운 시야를 선사해 주었다. 실험실에서 벗어나 숲속을 거닐거나 옥수수밭에서 푸른빛을 발견하여 도깨비 불인가 싶었는데 반딧불이였다거나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식물들과 뜨거운 사랑에 빠지거나 농장에서 다양한 작물들을 농사지어 기부하는 등 다채로운 식물연구원의 삶을 들려주었다.







전공 식물분류학이 아닌 식물생태학으로 논문을 쓸 상황이 아니었을 때 메릴랜드의 자생 난초 그리는 것을 계획했다고 한다.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다운 행보가 아닌가. 1년 동안 생애 주기를 관찰하고 그리는데도 1달여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하니, 새삼 책 속 삽화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얼마나 지극한 마음과 지난한 시간이 담긴 그림인지 알고 보니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물맛 나는 과육을 씹으면 창밖으로 쏟아지는

장맛비를 먹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

햇빛이 부족하면 식물이 충분한 당분을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그로 인한 물맛은 나와 계절이 하나 되는

묘한 충만감을 준다. (p.106)




하나의 시선으로 찾은 답이 세상 모든 일에 '정답'이 될 수 없다. 수많은 시간을 식물 연구로 보낸 저자조차 낯선 식물들이 많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싶지만, 신혜우 학자는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문제를 바라본다.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동료들과 교류하면서 답을 찾아간다. 숲속을 거닐며 마음의 평온을 찾는 식물학자 신혜우가 들려주는 낯설지만 친근한 식물 이야기이자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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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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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장편소설/ 위즈덤하우스




대만 작가 '우샤오러'의 신작 [죽음의 로그인]을 읽었다. 읽는 내내 불편하고 가슴이 얹힌 듯 답답했다. 이야기 마지막 장에 가서야 '그래도 다행이다'라고 다독일 수 있었다. 이어진 <작가의 말> 또한 작품이 몰고 온 감정의 진폭을 서서히 가라앉혀 주었다.


우샤오러 작가는 이 작품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고, 발표 이후 밝혀진 대만 사회의 사건과 그 이후 정세를 통해 인간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토로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성토한다.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모두 가지고 있는 인간의 모순을 뛰어넘는, 선한 본성과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지닌 그는 창작 활동을 통해 그 믿음을 강화시키고 있다. 그 힘이 전해지는 작품이 바로 [죽음의 로그인]이다.







이야기는 자기방 안에 틀어박혀 세상과 단절된 채 인터넷 게임만 몰두하던 '천신한'이 삶을 정리하려다 우연히 노숙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상승기류를 타고 날아오르던 천신한은 교통사고를 겪은 후, 이상한 능력이 생기게 되어 자기 안으로 침잠하고 있었다. 유일한 낙인 온라인 게임 '위그드라실' 길드원 '시리'의 간절한 부탁으로 만나면서 기이한 사건에 엮이게 된다.



검은 안개에 휩싸인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둥촨 천신한과 유일한 친구 허칭옌, 시리 루이안과 유일한 친구 양양, 양양의 외삼촌 왕전샹, 기자 우수옌, 궈리눙, 다아시 등 등장인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궤적은 진한 고통과 상처로 얼룩져있다. 가혹한 이 이야기 속에서 안전한 이는 누구도 없었다.






평범한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 속에서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의도했든, 안 했든 우리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세상은, 현실은 그렇게 단편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말과 행동이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때서야 깨닫는다. 얼마나 이기적이었는지 말이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돌아보는 자세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또 사랑하는 이들이, 주위의 어른들이 더 쉽게, 강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절절히 느꼈다. 그래서 루이안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아이들이 그토록 쉽게 악인의 먹잇감이 되었으리라.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타인의 사랑도 받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외로움을 악랄하게 이용하는 '악'을 우샤오러 작가는 날카롭게 그려냈다.




어떻게 하면

타인을 괴롭히고 고통을 줄 수 있느냐.

인간이 타인을 괴롭히려는 의지는

얼마나 심오한가?




'폭력' 아래 꿈틀거리는 욕망은 '권력'이었다. 타인을 인형처럼 조정하며 자신의 일그러진 욕구를 충족시키는 악인들의 행태는 우수옌의 말처럼 이해불가다. 아니, 이해할 필요조차 없다. 오로지 이런 악을 이기기 위해, 그들의 민낯을 속속들이 파헤쳐 나가는 이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금방 들끓고 금세 사그라드는 세상의 관심과 의지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만하다. 이런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연대하여, 결국에는 세상이 바뀌고 더 좋아질 것이다. 고통스럽고 고독하더라도 자신의 능력 아니 저주 같은 힘을 이용해서라도 주변을 돕고자 나서는 우수옌과 천신한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자기를 용서하는 일이 제일 힘들어요.

당신도 알잖아요. 정상인이 제일 행복하다는 거."




[죽음의 로그인]은 단편적이고 단면적인 접근이 아니라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인간 군상을 내세워 인간의 심오한 내면과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는 문제작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진심으로 관계 맺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하지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천신한과 허칭옌, 루이안과 양양, 이 친구들의 이야기로 증명하고 있다. 나를 이해해 주는 한 사람을 찾으려는 아이들이 피리 부는 사나이의 상냥하고 위험한 멜로디에 취해 스스로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지 않게 지켜내야 한다. 그들이 보내는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이고 놓치지 않는 우리를 비추는 [죽음의 로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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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날다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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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치 치키의 그림은 마음을 요동치게 합니다. 거친 그림체는 심장을 움직여 온몸에 따스한 기운을 돌게 하네요. 어느새 손끝, 발끝까지 전해진 온기가 입가에 머무릅니다, 오랫동안.








기쿠치 치키 작가의 [산을 날다]는 한 아이의 하루를 담고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시작한 이야기는 해 질 녘 노을로 끝을 맺어요. 오롯이 아이와 함께 하루를 보내며 덩달아 인사하고 바람처럼 달리고 산에 사는 많은 생명들을 만나 어울리는 사이 그 넘치는 생명력에 짜릿해진답니다.







오늘날 우리 아이들의 생활 반경을 떠올려보면, 가슴이 저릿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변 모든 곳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놀고 참견하며, 친구들과 자연을 흠뻑 취하던 우리 시절과는 너무나 달라졌어요. 시대가 달라졌다는 건 아이뿐 아니라 어른을 보고도 쉽게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연 속에서 사람과 다양한 생명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고 그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동화되는 아이의 모습은 먹먹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물 친구들을 걱정하는 귀하디귀한 마음은 순수한 동심을 상기시키네요.



"다 함께 배부르게 먹고

뒹굴뒹굴하면 좋겠어."






흑백과 컬러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시각적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감각이 놀랍습니다. 선과 색의 강약 조절과 빨려 들어갈 듯한 구도가 이야기의 맛과 결을 한껏 돋우네요. 내가 바람이었다가, 비둘기였다가, 솔개이었다가, 까망이었기도 한 기분입니다. 너와 나, 우리. 별개가 아닌 하나의 존재처럼 어우러진 모습을 정성껏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다 함께 행복하길 바라는 그 마음의 빛이 온세상에 닿길 바랍니다.





"우리 집 주위에는 여러 생명이 살고 있어.

산은 커다랗고 하늘은 넓어."







넘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손과 어깨가 들썩이는,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그림책 [산을 날다]입니다. 겨우내 웅크렸던 생명들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꽃이 주변을 밝히는 이맘때, 아이 손, 어른 손, 사랑하는 이 모두 모두의 손을 잡고 바깥으로 어여 나가자고 서두르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 읽고 외출하기, 외출해서 책 읽기, 다 어울리는 그림책 [산을 날다], 우리 함께 읽어요. 아이의 빛나는 까만 눈동자와 함박웃음 띤 입이 계속 아른거리게 될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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