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ㆍ영서 그림/ 토닥스토리/ 창비





다 버리고 훌쩍 떠나버리고픈 이들의 손에 들려주고픈, 잔잔하지만 단단한 이야기를 만났다. 토닥스토리에서 출간 예정인 박해수 작가의 [나의 완벽한 무인도]는 작가가 바닷가 마을에서 생활하며 품었던 상상을 글로 풀어낸 작품이다. 주인공 차지안도, 작가 박해수도 결과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풍조에 지친 현대인을 대변하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살 듯 어느 날 문득 떠나고 싶은 그 마음을 깊이 공감하며 책을 한 장 한 장 넘겼다. 지안의 회복이 나의 일인 양.

영화 <리틀 포레스트>처럼 치열한 사회에 지쳐버린 청춘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강원도 바닷가로 향한다. 발길 닿는 대로 도착한 그곳에서 항구의 거친 파도 덕분에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건네준 따뜻한 국 한 그릇 덕분에 이곳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차지안의 홀로서기, 차지안의 자신 찾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박해수 작가는 삶의 큰 변화는 예기치 않게 불현듯 찾아오는 거라는 걸 담담하게 그려낸다. 지안은 갑자기 찾은 바닷가 마을에 정착하게 되고, 뱃일을 배우고, 무인도에서 혼자 살아가게 되었다. 상세한 계획과 의도가 아닌 불쑥 한번 살아봐야겠다는 의지가 샘솟은 것이다.




"저, 섬에서 혼자 살아볼래요."




도문항에서 연을 맺은 영일호 선장 오현주의 도움으로 무인도인 송도에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지안이 왜 그토록 절박하게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고자 했는지, 집을 떠나올 수밖에 없었는지는 이야기 중간중간 꿈과 회상으로 그려진다. 단어 하나로 자신을 표현할 수는 없다고 당당히 외치던 지안이 어느새 몹시도 작고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엄마의 편지 중, 232쪽)








지안은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가면서 차츰 자신을 찾아간다. 느릿느릿. 사회, 타인의 속도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속도와 마음을 따라 하루를 채워나간다. 도시에서의 생활과는 판이하게 다른 무인도의 일상은 지안을 움직이게 하고 살아가게 하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수고가 들어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무인도. 물도, 음식도, 길도 모두 직접 해결해야 했다. 자연은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다. 바다에서 먹거리를, 숲에서 장작을 구하고, 빗물을 받아 물을 모으고, 텃밭을 경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지안을 조용히 응원하는 듯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초겨울,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며 섬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지안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평온해졌다. 새벽 일찍부터 시작되는 그의 하루를 따라 걷다 보면 지안의 집이, 텃밭이, 바닷속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지안이 느끼는 바닷물의 온도차, 처음 본 여름밤 바닷속의 흥성거림, 그 여유를 감각하게 된다. 마치 내가 경험한 것처럼 저릿하다. 상처 입고 움츠려든 자아를 감싸주는 따스한 온기를 스스로 채워나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일보다 사람을 어려워한 지안이 무인도에서 자신을 찾아가려 마음먹은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교감, 교류가 아닌 고독을 택한 지안은 섬 생활에서 하나하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자신을 알아가고 채워나간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에서는 그 속도에 맞춰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인도에서는 조절할 수 있다. 선택할 수 있다. 꼭 해야 할 일도 자신의 계획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나간다. 그 여유는 주변을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게 하고, 느낄 수 있게 한다. 지안이 소나무 숲을 걸으며 맡은 수많은 내음과 향처럼.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각자의 내음, 향을 갖고 있구나.

그렇다면 내가 풍기는 냄새는 어떨까.

나는 앞으로 어떤 향을 만들며 살아갈까. "




지안이 갯바위를 걷다 주욱 미끄러져 다리를 다친 것처럼 상처를 입는 일은 쉽다. 몸도, 마음도 쉽게 생채기가 생길 수 있다. 남들이 내는 상처뿐 아니라 내가 스스로에게 가진 적의는 더 깊고 큰 상처를 남기는 법이다. 지안은 곪은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스스로를 상처 내지 않도록 단단히 여물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자긍심을 쌓아가고 있었다.





지안이 섬 생활을 해나가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힘들었지만 조명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태양광 패널과 발전기로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고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주말농장에 다녔던 경험으로 텃밭에서 채소들을 잘 키워냈다. 수영을 배워서 더 쉽게 물질을 익힐 수 있었다. 요리 실력이 있어야 세상살이를 할 수 있다는 엄마의 지혜 덕분에 즐기며 요리를 해 자신에게, 현주 언니에게 대접할 수 있다.








삶은 단편적으로 보면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힘겨울 때도 외로울 때도 있겠지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매 순간이 자신이 걸어온 길이며 흔적이 되어 자신에게 쌓여가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응원이 될지, 고통이 될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다 처음이라 좌충우돌, 허둥지둥하기도 했지만 섬 생활을 나름 잘 헤쳐나가는 지안이었다. 하지만 심하게 아파 하룻밤을 꼬박 앓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중 '자유'에 관한 대목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모든 일을 결국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아무도 나를 도와줄 수 없는 지금의 이 현실이 어쩌면 자유의 한 장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자유에는 이렇게나 많은 뜻이 있구나. 오롯이 나 홀로 호젓이 걷는 것도, 고독하게 아프고 쓸쓸히 견디는 것도, 이렇게 하룻밤을 꼬박 앓고 난 뒤 일어서는 일까지도 모두 자유로구나 생각한다.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고 기꺼이 자신을 감싸안아주는, 그 감동스러운 치유의 시간을 지안의 무인도 생활로 마주할 수 있었다. 글과 그림으로 다정한 위로를, 격려를 건네는 [나의 완벽한 무인도]였다.



잘 가, 잘 살아. 안녕!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지음 / 한끼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붕어빵이 되고 싶어/ 리러하 장편소설/ 한끼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제목인 리러하 작가의 작품 [붕어빵이 되고 싶어]를 읽었다. 붕어빵, 붕어빵 소, 붕어빵 틀, 창조주, 용광로 …… 신이 '나'를 만들다 빠뜨린 재료가 나를 찾아온다면? 기발한 발상을 '붕어빵' 굽는 것으로 풀어낸다. 참으로 독창적이다.







10대 고등학생, 20대 소녀 가장, 60대 시니어, 30대 청년. 서로 접점이 없어 보이는 네 명에게 갑자기 누군가가 찾아왔다. 자신과 합체해야 완전해진다는 둥, 어떻게 사는지 구경 좀 하다가 가겠다는 둥, 완전한 붕어빵을 만들어 주겠다는 둥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여놓는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천금2동에서 벌어지는 이 황당하고 기괴한 소동을 찾아다니며 분석하는 인물, 바로 40대 이혼녀 연주연이다. 붕어빵을 찾아다니는 붕어빵 소의 정체를 알고부터는 동네에서 일어난 비슷한 일을 파헤치고 다닌다, 마치 탐정처럼.









신이 인간을 만들다 빠뜨린 재료가 있다? 기상천외한 발상을 다양한 연령대의 공감 가는 서사로 엮어나가는 작가의 역량이 감탄스럽다. 붕어빵 소가 주장하는 결여된 부분(생각, 결단력, 용기, 배려심~)이 현재를 만들어내는 듯싶어 흔들리는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청소년부터 시니어까지 그들이 처한 오늘은 현실의 우리를 투영하듯 날카롭다. 친구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성인이 된 동생을 부양해야 한다는 부담감, 홀로 늙어가는 외로움, 좋고 싫은 기호가 없는 삶, 딸의 꿈을 제대로 서포트해 주지 못한 미안함 등등 살아가는 궤적 안에서 일어날법한 일과 감정이 인물들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제각각 선택을 한다.





난 선택을 못 하는 게 아니라,

동생을 '기다린다'는 선택을 한 거야.

- 하시나





무엇이 옳고 그른가. 이를 떠나 부족한 면면들을 채우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이나, 과연 완전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느냐, 결여된 부분을 채워야지만 더 나은 존재냐, 채운 이후 '나'가 이전의 '나'와 같은 존재이냐 등등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작가의 생각도 나의 생각과 비슷한지 대부분의 인물이 비슷한 선택을 했다. '나'라는 존재는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그냥 '나'다. 완전해져야지만 '나'가 아니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바라보고 소중히 여겨주는 나, 가족, 친구가 있으면 된 거다. 삶의 단순하고도 소중한 진실이 따스하게 녹아들어 가 있는 책 [붕어빵이 되고 싶어]다.








달콤한 팥앙금이 가득 찬 붕어빵이 계속 생각나는 [붕어빵이 되고 싶어]는 갑자기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나타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한 개개인의 선택과 의문을 파헤쳐 가는 주연의 분투가 짜임새 있게 그려져 흡입력 강한 작품이다. 글이 영상으로 표현되면 어떨까 한껏 궁금해지는 [붕어빵이 되고 싶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원의 책 - 괴테에서 톨킨까지,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들
황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정원의 책/ 황주영 지음/ 한겨레출판




[정원의 책]을 읽고 있는 데 비가 쏟아졌다. 무더위를 뚫고 쏟아붓는 단비였다. 그저 야외에서 활동하기가 불편하고 꺼려졌던 나에게도 고마운 비였다. 땅 위로 스며들기 시작하는 물, 그 자그마했던 흔적이 어느새 사라지고 짙은 흙 내음이 올라온다. 그 안에는 땅속 생명들이 내뱉는, 얕은 안도의 한숨이 섞여있다. 기후 위기의 오늘날, 정원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할 수 있었다. 문학 작품 속 정원을 걸어 다니며 황주영 작가의 다정한 설명을 들으니 여운이 짙게 남는다.


황주영 작가는 26편의 문학이 그린 세상의 정원을 4가지 주제로 엮어냈다. 치유, 사랑, 욕망, 생태. 문학 속 인물들이 정원에서 찾고자 했고, 표현하고자 했던 무언가를 좇아가는 여정이 펼쳐졌다. 섬세한 안내로 여러 시대 여러 나라 정원을 거닐었다. 다채로운 정원의 모습과 의미에 새삼 놀랐다.








정원은 인간의 돌봄이 전제되는 공간이다. 자연 그대로가 아닌 의도하는 바가 있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치유의, 사랑의, 욕망의, 생태의 정원이 될 수 있었다. 정원은 단순히 문학 작품의 배경에 그치지 않고 주제를 뚜렷하게 해주었다. 정원으로 문학을, 이야기를, 사람을 읽어나가는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정원에 관한 문학작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비밀의 정원>이다. 반갑게도 '치유의 정원'에 있었다. "사랑을 모르는 소녀와 자기가 곧 죽을 거라고 믿는 아픈 소년", 메리와 콜린이 비밀의 정원을 통해 각자의 문제를 극복하고, 성장한다. 작가는 서로를 치유하며 살리는 희망의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학작품 소개 사이사이에 멋진 그림이 있다. 작품을 고려해 선정된 그림이라 오래 시선이 머문다.


유명한 센트럴파크를 설계하고 조성한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의 영국 여행기 <미국 농부의 영국 도보여행과 이야기>,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도 '치유의 정원'을 그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시민들의 힘을 모아 조성한 공원인 센트럴파크 이야기는 가슴을 울린다. '우리의 공원'이라 당당히 소개하는 시민의 으쓱하는 자부심도 백분 이해가 된다.








'사랑의 정원'에서는 프란체스코 콜론나의 <힙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폴리필로는 꿈에서 폴리아와 진정한 사랑을 이룬다. 하지만 입맞춤 순간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아름다운 정원도, 폴리아도 없는 현실로 돌아온 폴리필로, 혼자다.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꿈처럼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꿈을 좇으니까.



'욕망의 정원' 중 도미니크 비방 드농의 <내일은 없다>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보통의 리베르탱 문학과는 다르게 리베르틴이 공간을, 상황을 주도한다. T부인이 즐기는 유희의 무대는 욕망의 정원이었다.


'생태의 정원'에서는 테오도어 슈토름의 <레겐트루데>가 인상적이었다. 농촌 처녀 마렌은 자신이 원하는 결혼을 하기 위해 힘겨운 여행을 떠나 기어이 잠든 비 공주, 레겐트루데를 깨운다. 영웅적인 서사지만, 황주영 작가는 마렌의 캐릭터에 더 주목한다. 순결할지언정 순종적이지는 않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이를 성취해나가는 진취적인 모습에 감복한다. 이야기의 흐름을 이끄는 이가 모두 여성인 이 작품이 19세기 독일의 남성 작가 작품이라니 놀랍기 그지없다.


문학 속 정원을 읽어내는 작업으로 우리 인간을 면밀히 살펴볼 수 있어 흥미진진했다. 아름다운 정원의 묘사를 읽고 치유, 행복, 위안, 그리움, 사랑, 욕망 등 우리의 마음이 투영된 정원을 상상해 본다. [정원의 책]이 우리에게 보여준 정원이 지금 우리 곁 곳곳에 존재할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팥빙수 눈사람 펑펑 3 팥빙수 눈사람 펑펑 3
나은 지음, 보람 그림 / 창비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단 #협찬

팥빙수 눈사람 펑펑 3/ 나은 동화·보람 그림/ 창비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즐거운 표지로 돌아온 펑펑 세 번째 이야기 [팥빙수 눈사람 펑펑 3]이네요. 마음이 쿵작 잘 맞는 단짝이 된 펑펑과 스피노. 그들이 돌아왔어요.


이번에는 어떤 친구들이 무슨 고민과 걱정으로 안경점을 찾을지 궁금합니다. 또 귀여운 북극곰 스피노도 고민이 있는지 자꾸 한숨을 쉬어 펑펑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마법 안경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이번에도 멋지게 문제를 해결하고 맛있고 시원한 빙수를 먹을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에는 펑펑이 무슨 빙수를 만들지 궁금하네요. 친구들이 가져온 재료로 매번 맛있는 빙수를 뚝딱~ 만들어내는 펑펑이라 더더욱 기대됩니다.



펑펑, 속마음을 보여줘.



이번에는 실수를 한 친구들의 고민, 선생님의 정체가 알고 싶은 친구, 일하는 엄마가 궁금한 친구의 사연과 함께 스피노의 비밀, 펑펑의 비밀도 등장합니다. 흥미진진한 구성이죠.







펑펑은 찾아온 친구들에게 직접적으로 조언하지 않고 보고 싶은 걸 보여주는 마법 안경을 만들어줍니다. 비밀을 감추고 싶은 친구에게도 비밀을 알고 싶은 친구에게도 똑같이 말이죠. 안경의 판단을 믿는 펑펑. 그 마음이 안경점에 계속 친구들이 찾아오게 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누구나 실수를 해. 솔직하게 말한다고 없던 일이 되진 않겠지만, 책임을 지는 게 더 중요한 일이야."



두 번째 찾아온 손님은 선생님의 말과 행동이 알쏭달쏭해 헷갈리는 혜진이네요. 혜진이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선생님의 다정한 말과 행동은 참 따스했어요. 그리고 혼자 있을 때 선생님의 모습은 훗~ 유쾌했어요. 혜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선생님의 행동은 무엇일까요?







택시 기사로 일하는 엄마가 궁금한 해솔이가 찾아왔어요. 일하는 게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라는 엄마. 학교에 있을 때 종종 엄마를 떠올리는 해솔이는 엄마는 어떨까? 궁금한가 봐요. 해솔이는 펑펑과 스피노가 만들어준 운전대 모양 안경으로 엄마가 운전하는 택시를 보게 됩니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노는 해솔이처럼 엄마도 손님의 사정을 살피며 택시를 몰고, 경치를 즐기네요. 멋진 엄마 모습에 한껏 들뜬 해솔이가 건네준 것은 주말농장에서 직접 키운 방울토마토네요. 가족간의 정이 퐁퐁 솟아나는 이야기였어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해솔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자꾸 눈길이 갑니다.






모든 일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거야.


서로를 아끼고 안경점을 찾아온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는 펑펑과 스피노가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갑니다. 이게 펑펑의 비밀과 관련이 있어요. 끝끝내 말해주지 않았지만 스피노도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요?





펑펑과 스피노가 즐겁게 눈꽃 축제와 트리 빙수를 즐기는 모습을 떠올리며 책을 덮는데 아쉽네요. 언제 만나도 즐겁고 시원한 펑펑과 스피노. 일도 열심히, 축제 즐기기도 열심히 하는 펑펑과 스피노처럼 책도 재밌게 읽고, 비밀 활동도 재밌게 하는 친구가 되어보아요. [팥빙수 눈사람 펑펑 3]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한겨레 하니포터10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한겨레출판




글쓰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작가가 세상에 내놓은 흔적 [아뇨, 아무것도]를 읽었다. 15편의 이야기로 덩어리지어 다듬은 작가의 실체는 아직은 흐릿하다. 아리송한 그, 15편의 이야기로는 최제훈 작가에게 다가서기 부족하다. 그래서 갈증이 깊어진다. 그를, 그가 그려내는 기묘한 작품 세계를 좀 더 자주 보고 싶어진다.


<작가의 말>이 작품집 중간에 있다. 작품들을 가나다순으로 배치했다고 한다. 작가의 자유분방한 기질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아마추어'의 어원인 라틴어 아마토렘의 뜻은 lover,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면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그런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작가가 좋아서 그냥 쓴 이야기들은 그 마음이 묻어있었나 좋았다. 그냥 읽었는데 그냥 좋았다.








작품의 길이가 제각각이다. 짧은 건 1장, 4장, 긴 건 12,3장이다. 분명 이야기의 호흡이 길지 않은데 여운은 길다. 신기하다. 작가가 쓴 마지막 문장이 진짜 끝처럼 다가오지 않아 다음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기웃거리게 된다. 상식을 뒤집는, 신통한 색깔을 품은 이야기들이 위트와 통찰과 사유를 발산한다. 예리하게 꿰뚫는 그의 시선에 헉, 짧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빠져든다. 그래서? 집중하게 만드는 핍진성이 탁월한 소설집이다.








박수 쳐주고 싶은 이야기들 중 특히 널리 소개하고픈 이야기 몇 편이 있다. 제약 없이 간섭 없이 그냥 쓴 이야기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물과 숨', '아뇨, 아무것도', '테니스를 쳐야 하는 이유', '하이델베르크의 동물원', '후미등'이다. 평범한 일상 속 변주를 특별하게 그려낸 이야기들이다. 의도가 아니라 우연히 한 선택이 이끌어내는 결말이 색다르다. 말하고자 하는 바에 다다르도록 유도하는 이야기 구성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면밀하다. 허를 찌르는 서사에 속수무책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순간 감정 펀치를 정통으로 맞는다. 현실과 이야기의 경계에서 무엇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글의 결말에 온 힘을 쏟아붓는듯한 최제훈 작가. 마지막에 붙들려 계속 상상하게 된다.






이런 거구나, 물과 하나가 되는 게 ……

생각은 허밍이 되어 사라지고 그 잔잔한 허밍마저 사라진 고요 속에서

재희는 자유를 만끽한다. 물속에서 숨 쉬지 않을 자유를.

물과 숨 中



내 사소한 미래로 어떤 콩트를 썼을까?

보고 싶다, 어떻게든 여기 무사히 빠져나가 기필코 읽어 보고 싶다.

이런 건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아뇨, 아무것도."

아뇨, 아무것도 中



생짜 우연이건 더 높은 차원에서 진행되는 계획의 일부이건 그저 함께 미소 짓는 수밖에.

테니스를 쳐야 하는 이유 中



명치께 실지렁이 한 뭉치가 꿈틀거리는 듯한 이물감.

고개를 돌리다 마주친 그녀의 눈동자가 밀림 깊숙이 숨겨진

고대 유물처럼 불가사의해 보였기 때문일까?

내 입에서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하이델베르크의 동물원 中



'안돼! 돌아와!'

내 침묵에 절교는 타이어 마찰음에 묻혔다.

붉은 후미등이 빠르게 멀어져 갔다.

나를 인정 없는 시골길에 남겨 놓은 채.

후미등 中



마지막이 마지막처럼 느껴지지 않는, 활자 너머 이야기가 숨쉬는 세계를 상상하게 만드는 작가 최제훈. 그와의 첫만남 [아뇨, 아무것도]이 강렬한 인상을 새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