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빈센트 (하드커버 에디션)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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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시작하는 서시는 교과서에도 실리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은 알고 있다. 윤동주의 시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문장이 주는 힘이 있다. 하드커버 에디션으로 만나는 '열두 개의 달 시회집 스페셜'에서 <동주와 빈센트>는 124편의 시와 129점의 그림을 수록하였다. 기획부터 의도했는지 윤동주의 시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시화집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시와 작품을 함께 감상한다는 건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좋다. 그림을 보면 시가 떠오를 것 같고 시를 읊조리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보일 것 같으니 말이다.


누군가 내게 시집 추천을 요청받으면 '열두 개의 달 시회집 스페셜'을 권하고 싶다. 윤동주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그의 다른 작품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때는 문학열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기가 있었는데 윤동주의 시구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시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았고 표현력을 늘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던 적이 생각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과 함께 읊조리니 시가 그림인 것 같고 그림이 시처럼 느껴진다. 아둔한 세상을 살아가며 온 마음과 정신이 휩쓸려 갈 때마다 그의 시에서 많은 위안을 받는다. 비록 29살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다간 문인이지만 그가 남긴 작품은 우리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37살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온갖 어려움과 가난을 견뎌야 했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하드커버라서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고 한 손에 쥐고 읽을 수 있는 판형으로 제작되어 어디서든 펼쳐서 시를 읊을 수 있다. 아무리 동영상의 시대라고 하지만 아직은 종이를 통해 시를 읊는 낭만을 갖고 싶다. 목숨과 신념을 바쳐 혼신의 힘을 다해 시를 지었을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이 여러 가능성 속에서 살고 있는 세대가 아닌가. 어쩌면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는 비슷비슷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불행하고 암울했지만 짧은 생애 동안 불멸의 작품을 남겼다. 밤하늘을 사랑했던 두 거장처럼 이 시대의 낭만을 읊조려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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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논리학 강의
무천강 지음, 이지은 옮김 / 북아지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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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논리적인 근거로 들어 상대방에게 반박한다. 여기서 논리는 사람들이 사물을 인식하는 중요한 사상적 도구이자 표현과 논증을 구현하는 사유의 도구로 정의 내린다. 의미를 명확하게 표현하여 논리적인 규칙에 따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논증 과정에서 참으로 입증된 명제가 존재한다면 충족 이유율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충족 이유율이 개인의 의지로 변할 수 없는 필연성을 지니고 있기에 우리는 이를 논증을 위한 필수 규칙이라고 말한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가르치는 논리학 강의처럼 레슨 6에 걸쳐 '논리학'의 개념적인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다. 논리학을 배우려는 입장에서 읽다 보면 개념이 잘 잡히지 않는 것 않아 어렵게 느껴졌다. 복잡하고 방대한 개념을 설명하고 있지만 전공자가 읽어야 할 수준이라 초보자가 이해하기엔 버겁게 읽혔다. 우리가 쓰고 말하는 모든 행위에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논리가 빠지면 아무도 신뢰하긴 힘들 것이다. A라고 말하는 이유를 B에서 논거를 들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논리학을 배우는 이유는 말을 조리 있게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논증은 논제, 논거 그리고 논증 방식이라는 3대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형식에 따라 추론하고 진위 여부의 진실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맞는다는 걸 알리려면 왜 맞는지에 대한 근거를 들어 설득력을 갖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논제, 논거, 논증 방식으로 참과 거짓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또한 어떤 사람의 주장을 참과 거짓에 따라 판단하고자 한다면 논증을 거쳐 검증하면 된다. 그래서 우리가 논리학을 배우는 것이다. 온갖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우리를 현혹시키는 일들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논리적 사고를 갖춰야 한다.


이 책에는 생생한 사례와 이야기들로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올바른 논리란 무엇이고 왜 논리적 사고를 갖춰야 하는지 가르치고 있는 책이다. 논리학 기초 개념 때문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동물과 구분 짓는 논리적 사고력에 대한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논리학을 평소 배우고 싶거나 논리의 형식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미 하버드대학교에서 검증된 내용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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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단어 품격있는 말 - 말맛은 살리고 표현은 섬세해지는 우리말 수업
박영수 지음 / 유노책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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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한 번 내뱉고 나면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글은 수정이나 정정할 수 있지만 한 번 나간 말은 그럴 수가 없다. 우린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선입견을 갖는다. 계속 반복해서 틀린 단어를 쓰거나 욕을 섞어서 말하면 못 배웠거나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틀리게 쓰듯 경우에 맞지 않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는 말과 글은 문해력과 어휘력이 결정짓는다. 교양 있고 지적인 사람들은 말과 글에서 그대로 묻어 나온다. 한국어를 깊이 있게 공부하다 보면 그 갈래와 용법에 따라 형용사, 동사, 부사로 표현하는 말이 얼마나 다양한지 감탄하게 된다.


모호한 말이 많아서 뜻을 제대로 알고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때가 종종 생긴다. 가령 '틀리다'와 '다르다'를 말에 맞지 않게 쓴다거나 '너무'라는 부사를 긍정과 부정에 상관없이 남용하는 사례처럼 말이다. 한때는 책을 읽다가 우리말을 발견하거나 좋은 표현을 따로 기억해뒀다가 글을 쓸 때 써먹고는 했는데 일상에서 자주 쓰지 않다 보니 잊히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도 우리가 비슷하게 여기는 말을 서로 비교해가며 설명해 줘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역시 뜻을 알고 써야 한다는 걸 느꼈고 문해력을 높이려면 독서는 물론 한자를 많이 할 필요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여전히 한자어가 우리말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공부하듯이 읽어야 한다. 헷갈리거나 평소 애매모호했던 말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순서와 상관없이 어느 상황에서 쓰이는지 그 쓰임새를 알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 비교해가며 뜻을 배우고 나면 참 어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우리말의 재발견, 지식을 채우는 말, 관계를 넓히는 단어, 성숙함을 더하는 단어, 아는 만큼 성장하는 말로 나눴지만 미묘한 차이를 알려면 어느 쪽을 펼쳐봐도 무관하다. 우리말은 같은 말이라도 어느 문장과 함께 쓰는 냐에 따라 뜻이 다르고 표현하기 위해 쓰이는 말도 폭넓다. 지적인 표현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되려면 그만큼 말의 뜻을 적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말을 품위 있게 쓰고 싶거나 미묘한 차이점을 알고 싶다면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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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 간 해부학자 - 그들의 뼈는 어떻게 금메달이 되었나
이재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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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유익하게 읽은 책이었다. 해부학자의 관점에서 올림픽 종목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신체 구조를 설명하는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재 올림픽 종목은 2024 하계 올림픽 32개와 2026 동계 올림픽 8개를 합쳐 총 40개라고 한다. 그중 28개 종목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우리가 열광하는 스포츠를 관람하며 즐거움을 만끽하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게임에 임하다 언제 부상을 당할지 모를 위험을 가지고 뛴다. 부상 정도에 따라 재활치료를 마치는데 수개월에서 수 년이 걸릴 수도 있고 부상 부위가 심하면 은퇴를 하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정 종목을 뛰는 선수들의 부상 집중 부위를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영광의 상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사자에겐 그 부상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거나 몸을 부대끼며 경기를 치러야 하는 복싱, 레슬링, 유도와 구기종목인 축구, 럭비, 농구, 배구를 보면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부위를 지속적으로 가격을 당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를 지속적으로 쓰다 보면 그만큼 부상을 당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해부학으로 신체 부위를 자세하게 설명하니 우리의 몸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고 부르는 명칭이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 올 컬러라 책에 대한 몰입도도 뛰어났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 있게 읽어볼 만한 부분도 많았다.


이제 곧 올해 파리올림픽이 여름에 개최된다. 지구촌은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개최되는 올림픽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이 책에서 해부학으로 본 스포츠를 이해하고 시청한다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일 것이다. 각 종목별 스포츠 규칙은 물론 어떤 신체 부위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세하게 설명해 줘서 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글 자체도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고 어디를 펼쳐서 읽든 유익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스포츠와 해부학을 결합하여 교양도 쌓고 인체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선수들의 피 땀 어린 눈물과 노력의 결실이 맺어 보답받게 되었으면 하고 무엇보다 부상당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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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키 호택 - 한국판 돈키호테 임택, 당나귀하고 산티아고
임택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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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기까지 영혼의 동반자인 당나귀 '동키 호택'과 함께 걸으며 겪은 모든 일들은 마치 동화 같았다. 동키 호택 덕분에 가는 곳마다 스페인 현지 주민들에게 환대를 받고 지역 신문과 TV에 나가 인터뷰까지 하게 된다. 원래 당나귀는 마을을 오가던 택배 같은 역할인데 낯선 동양인이 당나귀를 데리고 순례길을 걷고 있으니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호택이는 마을 사이를 걷는 동안 저자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만 하루 15㎞ 이상 걷거나 배불리 먹지 않으면 특유의 신경질을 부린다고 한다. 위험한 길은 잘도 알아채고 똥고집을 부릴 때도 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호택이를 알아가게 되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저절로 터득할 수 있었다. 당나귀와의 동행을 유쾌하게 그려낸 이 책은 여행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순례길 중 마을에서 만난 브라질 청년 페드로는 한 달 여행 예산이 60유로로 하루에 겨우 2유로를 쓰는 셈이다. 그런데도 곧잘 여행을 다닌다. 그의 끼니는 매우 간단하다. 파스타 면, 작은 꽁치 통조림, 닭고기 스톡이 전부다. 6끼를 먹을 수 있는 파스타 면 한 봉지가 70센트, 1유로짜리 닭고기 스톡으로 20끼 해결, 작은 캔 6개 묶은 통조림이 1.43유로이니 한 끼에 60센트를 넘지 않는다. 매일 걸을 때는 단백질보다 탄수화물 중심으로 먹어야 한다고 한다. 보통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는 4~50일 정도 예상하고 예산을 잡는데 욕심을 버리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걸 알게 된 에피소드였다.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룬 다른 여행기와 다르게 당나귀와 함께하는 특별한 경험을 현장에 있는 것처럼 재미있게 그려냈다.


동키 호택과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예기치 않은 호의를 받았고 어쩌면 고된 순례길이지만 한순간도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매 순간 에피소드가 벌어진다. 아리츠의 레이차 농장을 떠난 지 69일째가 되던 날 아르수아라는 곳에서 호택이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을 때 울어대기 시작한 호택이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시렸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방향으로 걷던 호택이와 저자가 얼마나 많은 정이 붙었을지 생각하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맺어 준 인연은 특별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호택이와 함께 입성하는 순간은 감동적이었다. 아리츠와 엘레나 부부에게 도로 건네고 작별할 때는 71일간 길고 긴 여행을 함께 했던 호택이와 헤어진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60살이 넘은 저자는 당나귀와 825㎞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여 <유 퀴즈 온 더 블록>과 <세바시>에 출연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처럼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81일간 여행을 하며 경험한 일들을 생생하고 군더더기 없이 재미있게 썼다. 동키 호택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행은 혼자 걷는 것 같지만 순례자를 응원하고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무사히 호택이와 함께 완주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들면 도전 앞에 머뭇거리고 주춤하게 되는데 내게도 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에 대한 여운은 오래 머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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