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후기입니다.
27명의 예술가 면면을 보면 빈센트 반 고흐,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브랜시스 베이컨, 레이먼드 메이슨 등 화가부터 시인, 소설가까지 우리들이 사랑한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세계적인 미술사가이자 전기 작가이며 큐레이터로 현대 미술 분야 최고의 권위자로 평가받는 저자가 쓴 책이라서 예술가들마다 얼마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썼는지 읽는 내내 전해온다. "예술은 길고, 시간은 덧없이 빠르다"라는 19세기 시인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가 <인생 찬가>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들의 삶은 억겁의 시간 속에서 빠르게 덧없이 흘러가지만 예술가들이 남긴 작품은 길고 긴 생명력을 갖고 있어 후대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을 전시 중인데 여전히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작가의 삶을 반추해 보게 한다.
품격 있는 교양서라는 것이 각 예술가의 작품과 생애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조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남긴 작품은 삶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으며,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알면 알수록 열렬히 사랑하고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비록 불행한 삶을 살다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이토록 사랑받고 있는 건 고스란히 작품 속에 감정과 절박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격정적인 붓 터치에서 고스란히 그때 겪었던 사건이 느껴져 관객들은 고스란히 작가의 마음이 전달된다. 예술의 원천은 불행이라는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술가들이 어디서 영감을 받아 작품 활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예술 작품에 열광하지 않더라도 한 인간이 걸어온 삶과 작품을 함께 미술사가의 시각에서 볼 수 있어서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대체 어떤 확신을 가졌기에 병마, 홀대, 절망을 다 견뎌 내고 거의 매일같이 놀라운 걸작을 그려 내 수많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까?"
예술 활동을 하는 이유가 불안하고 외로운 삶, 고단하고 피폐한 삶에 도피처이자 나를 숨겨주는 유일한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시를 습작할 때도 현실을 벗어나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을 시구 하나하나에 승화시키고자 했던 적이 있었다. 굴곡진 삶이 없었다면 창의적인 작품을 지속적으로 남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창구가 작품이기 때문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비록 삶은 불행했지만 위대한 걸작을 남길 수 있었던 건 그림을 그릴 때만은 현실을 잊고 무언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문학적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었고 창작의 고통은 작가를 갉아먹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에서 다루는 27인의 예술가를 사랑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