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 - 하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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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이 열 다섯이 아니었다면...
심청이 여자가 아니었다면....
심청이 효심이 지극하지 않았다면....

무엇보다 심봉사가 눈이 멀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이야기는 달라졌을까...더 행복해졌을 수도 더 불행해졌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저 이야기는 이야기임을 주지시키면서 그녀의 스토리 속에서 빠져나와야할지도...

작가 황석영의 심청은 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 시작은 같았으나 심청은 중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다가온 삶은 죽음보다 훨씬 못한 것일수도 있는 삶이었다. 한 세상 태어나 가난하다고 해서 누군가의 노리개로 전락하는 삶이 어떻게 인간다운 삶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작가는 심청에게 순간 죽지 않는 삶을 허락했다. 그리고 열 다섯이라는 어린 나이로 많은 실수들을 하면서도 심청은 꿋꿋하려 노력했다. 사실 중국이라는 큰 나라안에서도 교육받지 못한 어린 심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 시절의 여인들이 그러했듯이 심청에게도 선택하러 폭은 좁았을 것이며 그리하여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돈을 모으로 삶을 살았을 것이다. 

중국 노인으로부터 젊은 남자, 마음 주었던 정인, 돈을 위해 몸을 빌려주었던 수많은 남자들과 서양남자, 일본남자에 이르기까지 심청은 참 다양한 남자들을 품었다. 거의 대부분 타의에 의해서지만 그래도 심청은 자신을 놓지 않으려고 무단히 애쓰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았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중요했던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졌는데, 한 편 씁쓸해졌던 이유는 열 다섯, 그 순간 물에 빠져 죽는 것이 더 나은 삶이었을까, 이렇게 질기게 살아남은 삶이 더 나은 삶이었을까 선택할 수 있다면 심청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는 것이다. 

나는 심청이 아니기에 선택할 수는 없지만 [타이타닉]의 로즈처럼 살아남아도 자신의 의지대로 멋진 삶을 살 수 없다면....살아남았다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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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 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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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심청이는 환경극복, 효의 복화, 권선징악, 신분세탁의 신데렐라형 해피엔딩의 주인공이다. 언감생심 심봉사의 딸이 왕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연꽃의 신분세탁이 주는 선물이었고, 뺑덕 어미의 악행을 벗어나 좋은 미래를 맞을 수 있었던 것은 효심에서 비롯된 용기 있는 행동이었으며 운명을 버리고자 했던 일이 운명을 개척하는 힘의 원동력이 된 여인이 바로 청이다. 

그런 심청은 콩쥐 팥쥐와 더불어 어린 시절부터 가장 즐겨듣던 우리 구전 소설이기도 했는데, 사회성 짙은 작가 황석영의 필체를 통해 심청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심청이는 어디로 갔지?

평소 알던 심청이는 온데간데 없이 인당수에 빠져죽지 않고 중국의 대부호 영감의 성적 노리개가 되었다가 그 아들의 첩실이 되었다가 홍등가의 여인이 되어 늙그막에 늙어죽는 심청. 구전동화보다는 더 현실성있게 적합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알고 있던 동화가 주는 달콤함이 뒤집힌 다는 것은 사실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여자의 일생]에서처럼 [홍등]에서처럼 시대적 배경과 환경 탓으로 또한 여인이라는 이름하에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여인들...그들의 모습을 소설에서 발견하게 될때면 무한한 슬픔을 느끼게 된다. 사회가 무슨 이유로 이들을 이토록 가혹하게 살게 만드는 것인지...비단 소설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렇게 살아갔을 세상 어딘가의 여인들을 생각하며 울분짓게 되는 것이다. 

심청은 기존에 알고 있던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 무선 인당수에 빠지지 않고 중국으로 건너가는 것부터 다르며 열 다섯의 철모르는 나이에 여인의 인생이 시작되는 것부터도 다르다. 

우리는 오늘 또 다른 심청을 만나고 있다. 작가 황석영의 필체 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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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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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다름으로 어머니와 아들은 차별과 편견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양성 가운데 그 다양성의 인정보다 차별로 역사의 획을 긋기도 했던 나라다.  

그러고 보면 영화 속에서도 색의 선긋기가 존재해 왔었는데 [연인]이라는 영화는 매력적인 여러 요소 가운데 동양남자와 서양 소녀라는 색이 존재했고, [미스 사이공]에서도 백인 군인과 베트남 처녀라는 색이 존재했다. 아주 오래된 드라마인 [남과 북]에서도 색이 존재했는데, 디자인의 색들과 달리 인간의 색은 차별과 편견으로 얼룩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컬러 오브 워터]는 랍비의 딸인 백인 어머니의 강인하고 꿋꿋한 삶의 저항을 그려내고 있다. 마치 우리네 드라마 속 억척스런 어머니상과 닮아 있었다. 흑인과 두 번 결혼해 열두 명의 흑인 아이를 낳은 여인. 그 여인은 인종차별이 평범하게 자행되던 세상 속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해 무한대의 용기를 샘솟게 해야만 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우리의 시선을 끌 수 없었을 것이다. 감동을 전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낸 누군가에게 우리는 언제나 박수를 보내고 눈물을 보탠다. 

여기 루스 맥브라이드가 있다. "엄마는 왜 나랑 안닮았어요?"라는 아들의 물음에 "넌 그냥 인간이란다."라고 현명한 답을 던질 줄 아는 어머니. 하나님은 흑인도 백인도 아니라고 말하는 어머니가 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을 읽으며 참을 수 없었던 울분을 나는 이 책의 감동으로 삭힐 수 있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작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자전적 에세이며, 그의 열두 형제를 길러낸 어머니에 관한 추억이다. 그래서 감동의 빛이 짙다.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이라는 제목 탓에 나는 읽기도 전에 내용이 어두운 것일까봐 더럭 겁이 났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에서처럼 울분을 참아낼 수 없을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책은 훨씬 가벼운 터치로 내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들을 통해 보여지는 "흑인으로 세상 살아가기"는 녹록한 것은 아니었지만 유쾌한 부분마저 엿보여 읽는 내내 긴장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몇달 전 읽었던 [엄마의 은행통장]에서처럼 따뜻함이 묻어나와 책 페이지 마다 묻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되새김질 해 본다는 것은 존경과 부러움의 여정이다. 하지만 [컬러 오브 워터]의 되새김질은 감사와 용기의 달림길 이었다. 그래서 이 책은 또 다른 감동을 전하고 있었다. 읽는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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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사원 마이
사에키 베니오 지음, 한나 옮김 / 지향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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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토 마이는 평범하다.

대기업의 계약 사원이며, 까탈스러운 상사의 비서로 일한다.

조직내의 모두와 친하진 않으나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 역시 계약 사원인 메구미와 빗치라 불리는 미사오. 회사내 업무도 다르고 업무의 자세도 다르긴 하지만 그들은 파견사원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쳐져 있다.

 

그리고 또 한 명.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도도한 겉모습의 에비하라 마유. 스기하라 본부장의 비서이면서 파견 사원 중 누구보다 많은 페이를 받고 있는 사람.

 

별로 친하진 않지만 우연한 기회에 말을 나눌 기회가 되면서 마이는 마유의 겉모습 밑에 깔려 있는 친절하고 내성적이며 외로움 많이 타는 인간다움을 발견해낸다.

마유의 그런 모습이 편해질 무렵, 9.11테러가 일어나고 한 달이 지난 어느날 돌연히 손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한 마유는 마이에게 다잉 메시지를 남긴다.

 

마유가 그대로 죽어버렸다면 다잉 메시지가 되었을 열쇠 하나. 마유는 생명을 건져 회복상태에 이르르지만 마이는 자신에게 맡겨진 열쇠로 사물함을 열어 서류를 확인한 순간,, 폭로의 주인공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증거품인 숫자가 조작된 장부. 어느 선까지 연류되어 있는지 모른 채, 회사내 누가누가 적군이며 아군일지도 모른채 마이는 사건을 파헤치기로 작정하고 메구미와 미사오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수수께끼를 풀어나간다.

 

 

항상 동료와 적이 공존하는 일터에서 힘없는 파견사원의 입장으로 대기업에 맞서는 마이의 모습은 흡사 에린브로코 비치 같다. 하지만 에린에 비해 마이는 좀 더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지만 맡은바 일들을 잘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우리와 참 닮은 점이 많아보이는 마이에게 이상한 모습들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회사 동료외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과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남자 레이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녀는 뭔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곧 그녀의 비밀은 "키다리 아저씨"라는 키워드로 발견되며, 현재의 그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과거의 비밀을 알려줄 또 다른 열쇠이기도 했다.

 

 

[파견사원 마이]는 본격 기업애정소설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지만 애정소설이라는 표현은 어딘지 아귀가 맞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마이는 평범해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와 닮아 애정이 가는 캐릭터로 비록 언제 해고될지 모를 파견사원의 입장에서도 용기를 낼 줄 아는 여성이기에 박수를 받을 만한 캐릭터다. 그런 그녀에게 애정소설이라는 한 면만을 강조해 꼬리표가 붙는다는 것은 협소해 보인다.

 

영영사전만큼 두꺼운 내용의 소설이지만 단 한번의 스피드로 읽어버리게 되는 까닭은 그 재미에 있다. "어머 나 같아"라고 외치며 보게 되는 마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어쩌면 우리의 동료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비리발견자라는 소재. 언제나 직장내에서 동료와 적의 구분이 필요한 우리의 일터. 이 모든 삼박자가 고루 잘 맞추어 맞돌아가는 가운데 이야기의 재미는 흐름속에서 늦춰지지 않는다.

 

[파견사원 마이]는 딱딱한 제목 아래 숨겨진 보물찾기 쪽지 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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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전쟁 이타카 新괴담문학 시리즈 1
진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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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밤늦게 새 책을 꺼내든 것이 잘못이었다. 재미로 인해 숨쉬는 것조차 잊어버릴만큼 숨막힐 내용이기도 했지만 읽는 중간 접고 머리맡에 둔 채 잠들어 버리면 한밤중에 깰 것만 같았다. 그리고 머리맡엔 그것이(?)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등 뒤로 식은 땀이 한 줄기 흘러 내린다. 

[바리전쟁]은 제목만으로는 50%의 재미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필체에 빠져들며 속도감이 붙기 시작했고 진영의 공포에 나의 공포가 얹어져 두 배의 공포의 무게를 담아내 버렸다. 

이 세상에 귀신은 없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남자 스컬리로 통하던 진영은 고향집에 가는 것이 두려워 10여년이 넘게 외면하고 살았으나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아버지가 아무 이유없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계속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기면증. 아버지가 앓고 있는 병명이라고 했다. 그리고 민속학자였던 아버지가 어느날 데리고 들어왔던 섬뜩했던 그것은 서늘한 모습으로 자라있었다. 

동생이라 차마 부르지 못하고 살아온 수영의 존재. 이제 진영의 곁에서 수영은 100년에 한번 오는 기회인 발찌를 준비하고 잠든 아버지와 후배인 문희를 깨우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장신선이 되어야 하는 진영과 칼과 부채 외의 방울을 훔쳐간 친구 석호와의 대결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재미 있다는 말의 뜻은 멈출 수 없다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는데 재미있는 책은 중간에 도저히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바리전쟁]이 그랬다. 숨막히는 재미로 인해 속도감까지 붙어버려 밤새 읽는 내내 나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강신무,세습무,학습무 등등 무속에 대해 잘알지 못해도, 판타지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이 소설은 충분히 재미있게 읽힐 요소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물한방울 생각나지 않게 만드는 재미. 소설의 작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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