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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평점 :

김미리 작가의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를 읽으면서 고즈넉한 주택 생활을 꿈꿔본 적이 있다.
물론 김미리 작가의 5도 2촌의 삶이 항상 핑크빛인 것은 아니었지만 턱시도 고양이 소망이와 도시-시골을 오가며 사는 모습이 고양이 집사의 관점에서 보면 참 부러워할만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는 그 김미리 작가와 <<귀찮지만 매일 씁니다>>를 쓴 김윤수 작가가 서로 주고 받은 편지 내용을 엮은 에세이다. 책을 쓴 작가라는 공통점 외에도 고양이와 강아지를 반려중이라는 점, 시골에 살며 먹거리를 농사짓고 있다는 것 등의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김미리 작가는 충남 금산 '수풀집'에서
김윤수 작가는 경북 문경 '집업실'에서
생활하며 서로 안부를 전하고 일상을 나누고 궁금한 점들을 주고 받는다. 손편지에서 메일로, 메일에서 다시 카톡으로 빠르게 변화된 소식 전하기 수단. 두 사람을 편지를 등뒤에서 몰래 넘겨보는 기분으로 읽고 있지만 사실 비밀내용은 하나도 없어서 '훔쳐보는 맛'은 없다. 대신 여름에서 시작되어 다시 여름으로 끝맺음되기까지 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서 다르게 진행되는 시골의 삶이 다정스레 전해져 따뜻한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끝까지 말을 놓지 않고 존대하는 두 작가가 처음의 어색함을 벗고 계절친구로 거듭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같은 장소도 여행자의 눈으로 볼 때와 현지 생활하는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다르다고 했던가.
자연과 가까운 시골의 삶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었다.
고동노항생제와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임신과 출산을 거쳐 얻은 새끼를
생후 4~5개월 만에 빼앗겨야만 하는 어미소의 운명,
그것도 열 번 정도 '새끼 빼는 과정'을 당하고 나면
더 이상 임신할 수 없어 버려진다는 암소의 삶도 슬프고
조심스레 "고양이들 밥은 주지 말라" 당부하는 이웃과의 관계,
심은 식물이 이웃에게 민폐가 된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의 죄송함,
눈이 오고 비가 내리고 정전이 되고 단수가 되는 상황을 겪는 당황스러움,
빠른 배송이나 24시 편의점이 없는 불편함 등등
늘 편안한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골에서의 삶을 살아갈 정도의 매력 또한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잡초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취득하게 된 자격증인 '식물보호산업기사',
동네 할머니들을 '1인 1고양이화' 시킨 슈퍼 할머니와 나비의 묘연,
욕쟁이 할머니와의 추억을 소환 시킨 오일장 풍경,
단수와 변기막힘 고민 때문에 부서진 에어비앤비의 꿈
상상해보면 시트콤처럼 웃기고 재미난 장면들이 있어 혼자 깔깔대기도 했다.
풀을 뽑고 낙엽을 쓸고 화단을 정리하고 마당을 치우는 고된 일상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표현되나보다.
하고 싶은 것에 더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 쓰면서 살고 싶다 며 도시를 벗어난 선택을 한 두 창작자의 삶은 오늘이 힘든 우리에게 답을 주진 못해도 살짝 불어오는 바람처럼 잠깐의 휴식을 허락하는 소중한 여유를 남겨준다. 이제, 꿈꾸던 전원생활이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 삶이 아님도 알게 되었고 이웃의 터치없는 개인으로 살 수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만 계절을 변화를 체감할 수 있고 하늘을 보며 살 여유가 주어진다는 점만으로도 계속 시골의 삶을 꿈꾸게 만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