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리 문학대상 수상작품집 : 2001~2007 - 제1회~제7회 토지문학제 나남신서 741
엄현주 외 지음 / 나남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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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토지를 읽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치열함을 배우는 것입니다....

라고 전 21권의 양장본에 대한 소개는 시작되고 있었다. 
토지. 어린시절 드라마로 봤던 기억이 얼금얼금...책으로 봤던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봤던 [미망] 이나  [장길산]보다 더 기억에 각인되어 있는 소설이 바로 토지다. 토지는 근현대사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한국 문학과 삶의 뿌리라고 말하고 싶은 작품이기도 했다. 

그런 작가 박경리를 기리기 위한 응모전이 있었는데 바로 [평사리 문학대상]이다. 토지문학제로 불리기도 하는 그 글축제 7년간의 수상작 모음집이 있다는 말에 두 말없이 달려가 책을 안아들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소설/수필/시의 수상작들과 그 당선소감은 투고작가의 마음으로, 심사평은 심사위원의 마음이 되어 읽어나갔다. 어느 해의 작품은 지루함에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고, 또 어느 해의 작품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궁지에 몰린 닭처럼 머리를 콕 쳐박고 읽어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한 권을 완전정복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03년 작 소설인 [끝섬]이었다. 

첫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아라...는 작법서의 외침이 틀리지 않았던 것을 이 작품을 통해 경험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 문제의 첫문장 때문이었다.

"죽은 그림이군요. 남자를 옭아맨 말이다"라는 시작은 궁금증과 함께 가슴 밑바닥에 저며 있는 그 무엇을 올라오게 만드는 힘을 가진 문장이었다. 여자의 말이 지워지지 않았다는 남자의 고백처럼 읽는 내내 내게도 그 첫문장은 지워지지 않았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장면들 속에서 착붙어 읽게 만드는 속도감은 작가의 문장감에 있었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쓴다 를 구경하고 싶어 읽기 시작했으나 어떻게 쓴다 의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책을 덮게 되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던 까닭은 몇몇 작품이 보여준 재미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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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 - 박완서 외 9인 소설집
박완서 외 지음 / 예감출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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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그 여자네 집 ] 은 슬픈 운명이 담긴 소설이다. 어쩌지 못하는 사회적인 상황이 인간의 운명을 얼만큼 비틀어 놓을 수 있는지 통감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 여자의 집이라는 시 한 편이 떠오르게 만든 누군가의 운명은 세월이 지나까지 그 소식이 이어져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를 선물받으면서 가장 먼저 찾아본 소설이 바로 [ 그 여자네 집 ]이었다. 그동안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읽지 못했던 소설이었기에 무척이나 반가웠고, 작가의 포근한 문체에 묻혀 슬픔이 줄어들기를 바라면서 읽어내려가는 시간 또한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겨졌다. 

[미망]의 박완서 작가외에도 9인의 작가가 담아낸 진솔한 사랑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정혜]의 경우는 영화의 원작이라 보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만든다. 

여성 작가들이 들려주는 그녀들의 이야기 속엔 여러 소재 속에서도 아련한 봄 아지랭이 같은 그리움이 녹아나 있는데, 그 대상은 때론 사람이 때론 시간이 때론 또다른 그 무언가로 남아 감동에 여운을 보탠다. 

동성의 사랑이든 불륜의 사랑이든 중년의 사랑이든 풋사랑이든 사랑이라는 이름은 그리움과 안타까움 외에 각자의 양념을 더하면서 항상 우리에게 무언가를 남기는 종류의 병인가보다. 그 상처가 딱지가 되어 떨어져 나가버려도 그 자리에는 그 크기만큼의 멍이 남아 오늘날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구석이 있다. 

소설은 꾸며진 이야기지만 소설을 통해 우리는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된다. 같은 상황 같은 느낌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언제나 그 속의 누군가가 되어 함께 공감하는 마음을 울려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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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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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사각]을 읽으면서 오리하라 이치라는 작가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 편의 소설을 묶어 "도착"시리즈를 펴냈다는데, 그 이음성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언젠가는 꼭 도착 시리즈를 다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더랬다. 그리고 그 두번째 이야기 [도착의 론도]의 읽기를 끝냈다.

 

도착의 사각과 도착의 론도는 얼핏봐서는 번역이 달라 제목이 약간 빗겨간 소설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연결되는 바가 없는 전혀 다른 소설이다. 도착의 사각이 진실이 망상이 되는 순간 반전이 찾아온다면 도착의 론도는 끝까지 읽어야 반전의 내용이 무엇인지 진위를 살필 수 있다.현실과 허구가 뒤섞여 그 어느쪽이 진실인지 모호해져버린다.

 

추리소설 신인상 응모를 위해 최고의 집중력으로 작품을 완성해 냈던 야마모토 야스오. 그는 어느 순간 원고도 잃고 친구도 잃은 불행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작품을 위해 조금만 참자!조금만 참자!를 다짐하며 살아온 날들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자신을 위해 워드프로세서화 해주겠다면서 원고를 가져갔다가 잃어버려 미움을 산 친구는 살해당했고 자신은 한동안 그 살해범으로 오인받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정신이 혼미해질만 한데....

 

반면 백수 나가시마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주운 원고를 읽다가 자신의 작품인양 신인상에 덜컥 응모해 버렸다. 시라토리 쇼라는 가명으로... 그 원고 [환상의 여인]이 수상작으로 뽑히고 베스트셀러화가 되면서 진실을 되찾으려는 야마모토와 거짓을 이어가려는 나가시마의 반목이 시작된다. 사실 나가시마는 [환상의 여인]의 진가를 알아보고 자신의 작품화 하려는 욕심에 야마모토를 살해할 계획까지 세웠다. 약간의 오해가 보태져 야마모토인줄 알고 친구를 살해해버렸지만 말이다.

 

도착의 론도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며 읽을 수 없는 까닭은 엎치락뒤치락하며 결말을 알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끝까지 읽어야 이 두 사람 외에 또 다른 반전의 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환상의 여인]은 야마모토의 것도 시라토리의 것도 아니었다. 또한 결미부분에 원고를 가지러 온 손에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한 어떤 트릭이 존재할까봐 계속 앞뒤 페이지를 연결해가며 되읽어야 할만큼 [도착의 론도]는 헷갈리게 하고 있었다.

 

결말에 와서도 결코 그 속도감은 느슨해지지 않는다. 결말은 더 스피드 있게 밀어붙여져 사건을 재미속에 던져넣어버린다.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에 주목하고 있는 까닭은 바로 이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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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 -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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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워요, 엄마

라니. 작가 사노 요코는 자신과 엄마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털어놓으면서 말하고 있다. 세상의 어느 딸이 치매에 걸린 엄마의 모습에 기뻐한다는 말인지....

엄마를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가의 어린시절을 살펴보며 평생을 학대하고 괴롭혀 왔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해방감이 치매라는 병을 통해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계모냐"라고 말할만큼 딸에 대한 미움을 감추지 않았던 엄마. 그런 엄마가 실은 스물 둘에 오빠를 낳으면서 2년터울로 마치 기계처럼 7명의 아이를 순서대로 낳아왔고 그 중 세명을 잃어야 했던 사연이 털어놓아진다. 서른 넷에 자식 셋을 앞세운 여인의 한. 그리고 그 한을 내리받아야 했던 그 딸.

엄마와의 화해는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엄마. 
모든 자식을 감싸고 바르게 양육해야 할 엄마가 어딘지 모르게 삐뚤어져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유년시절 추억 속에서 삐죽삐죽 솟아 나오고 있다.  

나는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 

고 고백하는 딸의 고백은 용감했다. 신 고려장의 느낌이 든다는 어머니의 위탁.  선진국형 시스템이라며 병든 어머니를 시설에 맡기는 일들은 드물게 보게 되는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이 부모를 사랑하지 않아 돈을 지불하고 부모를 버렸다라는 관점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머니를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싫어했다는 그녀. 정신이 멀쩡한 어머니를 한번도 좋아하지 않았다는 고백은 너무나 정직해서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뒤이은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는 그녀의 죄책감은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는 표현으로 마무리 된다. 사실 어머니라는 대상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연인을, 자식을, 친구에 대한 사랑을 돈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나름의 자기 합리화를 갖고 있지만 요코는 달랐다. 

그 정직함으로 인해 고백의 충격여파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진다. 강한 부정은 긍정인 것처럼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외침은 도리어 미워하는 만큼 사랑했다는 식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버리고 싶은 딸의 고백은 그래서 하얀 백지처럼 시리고 또 아프다. 

소설은 그렇게 서로 부정하는 삶을 살아왔던 엄마와 딸의 애증어린 관계를 또 다시 세상에 펼쳐 놓는다. 모녀관계를 그리는 또 다른 소설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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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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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토록 이상한 날들이 찾아오는 날도 있지 않을까.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는 작가 김영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그 긴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주인공 "나"의 머피의 법칙 속 하루는 면도기가 부러지면서부터 시작된다. 
출근 준비 중 면도기가 부러져 한쪽만 면도가 된 상태에서 집을 나서는 "나".
엘리베이터 오층 쯤에 낀 남자를 발견하지만 휴대폰이 없어 바로 신고를 할 수 없다. 버스를 탔더니 버스카드와 지갑을 집에 두고 와서 버스 기사와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게 되고 급기야 버스는 트럭과 충돌하면서 교통사고 차량이 된다. 그 와중에 달려온 119에게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신고하지만 묵살당하며...가까스로 도착한 회사에서는 또 엘리베이터에 갇혀 결국 지각을 하고 만다.  만신창이가 되어 출근했더니 잡상인 취급을 당하질 않나 늦었지만 마음이 찜찜하여 119에 다시 전화해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구해달라고 구조요청을 했지만 또 다시 무시 당하고 .....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면서 보니 엘리베이터는 정상작동되고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남자 정말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증이 남는 가운데 "나"의 이상하고 불행했던 하루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짧은 비판이 담겨 있는 소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역시 작가 김영하만의 독특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결국 그 남자가 궁금해진 것이 아니라 그 남자를 구하려고 애썼지만 불발로 끝난 "나"의 이상한 하루를 구경하고 만 단편소설은 또 한편의 김영하 식 소설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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