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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 시즈코상 -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했던 이름
사노 요코 지음, 윤성원 옮김 / 이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치매에 걸려줘서 고마워요, 엄마
라니. 작가 사노 요코는 자신과 엄마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털어놓으면서 말하고 있다. 세상의 어느 딸이 치매에 걸린 엄마의 모습에 기뻐한다는 말인지....
엄마를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작가의 어린시절을 살펴보며 평생을 학대하고 괴롭혀 왔던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해방감이 치매라는 병을 통해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계모냐"라고 말할만큼 딸에 대한 미움을 감추지 않았던 엄마. 그런 엄마가 실은 스물 둘에 오빠를 낳으면서 2년터울로 마치 기계처럼 7명의 아이를 순서대로 낳아왔고 그 중 세명을 잃어야 했던 사연이 털어놓아진다. 서른 넷에 자식 셋을 앞세운 여인의 한. 그리고 그 한을 내리받아야 했던 그 딸.
엄마와의 화해는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엄마.
모든 자식을 감싸고 바르게 양육해야 할 엄마가 어딘지 모르게 삐뚤어져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유년시절 추억 속에서 삐죽삐죽 솟아 나오고 있다.
나는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
고 고백하는 딸의 고백은 용감했다. 신 고려장의 느낌이 든다는 어머니의 위탁. 선진국형 시스템이라며 병든 어머니를 시설에 맡기는 일들은 드물게 보게 되는 광경은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이 부모를 사랑하지 않아 돈을 지불하고 부모를 버렸다라는 관점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머니를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 싫어했다는 그녀. 정신이 멀쩡한 어머니를 한번도 좋아하지 않았다는 고백은 너무나 정직해서 우리를 놀라게 만든다. 그리고 뒤이은 어머니를 돈으로 버렸다는 그녀의 죄책감은 사랑 대신 돈을 지불했다는 표현으로 마무리 된다. 사실 어머니라는 대상뿐만 아니라 세상에는 연인을, 자식을, 친구에 대한 사랑을 돈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나름의 자기 합리화를 갖고 있지만 요코는 달랐다.
그 정직함으로 인해 고백의 충격여파는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 진다. 강한 부정은 긍정인 것처럼 엄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외침은 도리어 미워하는 만큼 사랑했다는 식으로 부메랑처럼 되돌아온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버리고 싶은 딸의 고백은 그래서 하얀 백지처럼 시리고 또 아프다.
소설은 그렇게 서로 부정하는 삶을 살아왔던 엄마와 딸의 애증어린 관계를 또 다시 세상에 펼쳐 놓는다. 모녀관계를 그리는 또 다른 소설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