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별의 금화 마탈러 형사 시리즈
얀 제거스 지음, 송경은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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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그루버'와 '넬레 노이하우스'의 시리즈를 신작출간때마다 기다렸다가 읽고 있어서 독일소설이 낯설지 않았다. 북유럽 소설, 일본소설, 인도소설, 미국소설, 유럽소설, 중국소설....물론 장르별/ 작가별로 그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소설의 배경이 되는 국가가 동일할 경우 같은 향을 내뿜기도 하는데, 독일 소설가의 작품 속에서도 비슷한 향기가 묻어났다.

 

 

작가 '얀 제거스'의 작품은 처음 읽게 되었지만 '별의 금화'는 <너무 예쁜 소녀> 와 <한여른 밤의 비밀>까지 3권으로 구성된 독일 스릴러 시리즈라는 소개글을 읽고 나머지 권들도 궁금해진다. 다만 3권 다 읽지 않았다고 해도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하등의 문제가 없는 독립적인 한 편 구성이기에 시간이 될때마다 한 권, 한 권 찾아 읽으면 될 듯 싶다.

 

 

 

keyword / 시골마을. 사고. 권력자의 은밀한 비밀. 독일 최고의 기자.

 

 

 

'마탈러 형사 시리즈'는 슈바르첸펠스라는 마을에서 일어난 사고로부터 시작된다. 오토바이 사고를 목격한 쥘레만은 신고 대신 현장에서 사진봉투를 챙겨갔다.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남자의 비밀이 담긴 봉투를......그리고 그는 곧 킬러에게 쫓기기 시작했다. 한편 강력계 팀장인 마탈러는 반갑지 않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되는데, 친분이 있는 기자 안나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헤를린데 쉐러라는 유명 저널리스트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안나와 함께 초블릭 호텔로 향한 마탈러 앞에 던져진 저널리스트의 시체와 수상해보이는 정황들이 그를 사건 속으로 밀어넣었다. 단서를 찾아나가는 그의 앞을 자꾸만 가로막는 라이벌 형사의 의도와 그들이 숨기고자한 비밀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해지는 가운데 생각보다 약했던 장소 '클럽 별의 금화'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혼다 데쓰야의 <<스트로베리나이트>>를 읽었을때만큼 강한 충격을 기대했건만 '아동학대 포르노사진'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곡을 찔러내거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가 남겨진 것 같지도 않아 '좀 약한데' 라는 느낌이 남아버렸다.

 

 

유명기자가 살해된 현장. 보지 말아야할 것을 본 것을 단죄하기 위해 눈에 총을 쏘았을텐데.....CSI급 디테일한 수사나 대담하면서도 긴박하게 몰아가는 스피드함이 더해졌다면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마지막 장을 덮고 잠시 상황을 머릿 속에 영상으로 그려본다. 장면장면을 빠르게 편집하면서 쫓기는 쪽과 쫓아가는 쪽을 상상하면서....역시 영화로 옮겨지면 훨씬 더 매력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 같아서 슬쩍 미소 지어보면서......

 

 

자신의 추악함을 덮기 위해, 가진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타인의 목숨을 쉽게 앗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철퇴가 내려지길 바랬다. 정의로운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소설이나 영화에서만큼은 고구마가 아닌 사이다형 결말을 꿈꾸기 때문이다.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얀 제거스의 <<클럽 별의 금화>>에서도 비밀의 보따리는 풀렸다. 단죄 받을 사람은 단죄받고 실타래처럼 엉커있던 사건도 마지막 엮임까지 풀어냈다. 마침 독일엥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다고 하니 형사 마탈러역의 배우가 상상속 마탈러와 싱크로율이 얼마나 일치할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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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귀환 스토리콜렉터 7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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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50음도 살인이 이어지다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에서 대상 받은 작품인 <<안녕, 드뷔시>>도 좋았지만 최종 심사에 함께 오른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더 충격적이어서 그의 소설은 죄다 찾아 읽게 만든 '나카야마 시치리'. 재미의 당도는 유지되면서 빠른 속도로 다음 소설들을 집필하고 있는 작가의 소설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반갑게도 시리즈화 되어 있어서 더욱 대단하게 느껴지지만 역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가 던져준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히포크라테스 시리즈'의 케미를 제일 좋아하고 '미코 시바레이 시리즈'도 재미나게 읽고 있지만 '개구리 남자'가 다시 돌아올거라고 예상해 본 적이 없어서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작가로부터.

반갑지 않은 연쇄 살인마의 귀환. 모방범 같아 보이지만 작가의 필력을 봤을 때 분명 반전이 있을 게 뻔했고, 불필요한 장면은 단 한 장면도 없을 거라 기대했기에 명절 동안 이 한 권에 푹 빠져 지냈다.

 

작년 말, 한노시에서 발생한 50음순 연쇄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고테가와'와 ''와타세'는 다른 관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발이 묶인다. 딸과 손녀를 잃은 마에자키 교수가 살해되면서 개구리남자 사건에 다시 얽혀 버린 것이다. 교수의 죽음 뒤로, 토-호미-에마쓰로 불리던 사람들이 살해되면서 50음순 사건이 재현되는듯 하며 용의자 '도마 가쓰오'의 행방을 찾아보지만 신출귀몰한 그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의료시설에 감금되어 있던 사유리마저 탈출하면서 위험은 두 배가 되었고 사람들의 공포수위는 높아져갔다.

 

형법 39조는 누구를 위한 법인가

한국의 법이나 일본의 법이나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법의 사각지대라는 표현보다 법이 과연 다수의 국민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형법 39조에 의하면 '심실 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오마에자키 교수의 딸과 손녀가 당시 17세였던 후루사와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었지만 그는 심실상실을 연기해서 법망을 피해갔다. 이는 악랄한 변호사 에토 가즈요시가 쓴 시나리오였고 법정은 형법 39조에 따라 형을 너무나 가볍게 구형했다. 그리고 그는 모녀를 살해했지만 5년 만에 출소했다. 다시 세상으로 복귀한 것이다.

 

살인이라는 것은...

살해당한 본인과 가족에게 대체로 불합리한 것입니다. 뭐랄까,

의미 있는 죽음은 그리 흔치가 않아요

P162

 

법이 답답하다고해서 모든 개인이 사사로이 복수를 단행할 수는 없다. 질서가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므로...

 

 

전편에서도 이번 편에서도 개구리 남자가 남긴 메모는 섬뜩했다. 사람을 실험실 개구리에 비교해가며 죽이는 방식은 정상적인 사람의 뇌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잔인하면서도 미친 행위를 하는 사람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시킬 수 없다는 점 또한 소름돋는 일이고......

 

결국 '개구리 남자'의 살인은 멈추어졌지만 또 다른 살인마 사유리는 환속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소설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과 법, 둘 다 못믿는 마음을 들켜버렸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가 아니다. 때로는 점점 강도가 쎈 사건들이 보도되는 까닭에 공포와 외부자극에 점점 무뎌지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흉한 사건사고 보도를 보고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법의 잣대'가 이중적이다 싶은 판결을 보곤 '둘 다 못믿겠다'는 마음이 되어 버린다.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 순 없더라도 ... 적어도 야만의 세상 속에서 버티고 있다는 느낌은 없어야할텐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을 채 쫄깃한 심장이 되어 읽은 소설이지만 재미는 재미고, 한숨은 한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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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꼭 감고 그냥 시작
최수정 지음 / 원더박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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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 you?

 

 

 

'후회만 하는 삶보다는 실패하더라도 일단 한번 도전해 보는 삶이 더 낫겠다'고 생각한 사회 초년생의 미래는 어떻게 변했을까.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놀면서 중간 가는 스펙으로 졸업했다는 저자는 지금 해외 취업 온라인 매거진 '원더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부터 당차게 해외취업을 지망한 것도 아니었다. 간절히 바랬던 항공사 승무원 시험에서 계속 탈락하면서 자신감도 하락했고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다르지 않았다. 일단 취업하고 싶었고 '직장인'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별 볼일 없는 구직자인데 해외에서 필요로 할까?' 걱정했던 그녀를 "일단 지원하고 보자" 맘 먹게 만든 계기는 먼저 해외 취업에 성공한 친구의 전화 한통이었다. 상하이에서 근무 중인 친구의 전화 한통이 그녀의 인생을 다른 지점으로 연결한 것이다. 20대에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지....만약 그때 내게도 같은 문이 열렸다면 좀 다른 삶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을 <<눈 꼭 감고 그냥 시작>>을 통해 잠시 해 본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지나가버린 다른 선택의 길'을....

 

 

첫 걸음을 떼야 길이 열린다

 

다른 사람들의 충고는 감사히 듣기만 하자 /그래서...행복하니? 등의 목차는 좋은 문장처럼 메모하게 된다. 생각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을 때 꺼내서 펼쳐보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2년에 한 권 정도씩 빼곡히 메모한 후, 책장에 꽂아두고 수시로 꺼내본다. 여러번 이사하면서 몇 권 잃어버리긴 했지만 이사할때마다 책 + 다이어리 상자가 제일 골칫거리가 되는 까닭도 이 습관 때문이지만.

 

 

<<눈 꼭 감고 그냥 시작>>을 읽으면서도 한 페이지를 채웠다. 특히 "좋아하는 것을 쫓다 보면 기회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p157)의 문장이 제일 좋았다. 특별히 명언스러운 구석이 있어서가 아니라 말 자체가 희망이 되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잘하는 일','해야하는 일'에 치중하다가 이제서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모든 시간을 멈추고 사는 내게 저 한 문장은 내일을 기분좋게 여는 희망의 열쇠같은 말이므로.

 

 

대학때 친구와 함께 중국어를 배우면서 중국에 대한 꿈은 키웠겠지만 정말 중국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을까. 글로벌한 사람들과 직장동료로 매일매일을 부딪히면서 문화적인 차이와 그 속에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리라고 기대했을까.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과의 즐거움을 맛보았고 '한국 비즈니스 매니저'로 상하이에서 두 번째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게 될 것을 예상했을까. 책 제목 그대로 눈 감고 그냥 시작하지 않았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이야기다.

 

 

첫째,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에 일단 해 보자

 

둘째, 현재 하는 일을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

훗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일이 훨씬 즐거워진다

 

셋째,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인생은 다양한 기회를 나에게 준다

 

p175

 

 

 

해외에서 7년 차...

 

영문 이력서 작성을 위해 기억해야할 10가지 팁, 나라별 업무 스타일(독일/일본/중국/프랑스/인도/영국), 해외 취업 면접 성공을 위한 5가지 비법, 중국 직장인들의 8가지 특징, 해외 취업 사이트, 영어 이메일 쓰는 법, 상하이에서 집 구하는 법, 상하이 생활 물가, 중국 생활에 유용한 웹사이트와 앱 등등 중국 특히 상하이에서 체류할 때 도움되는 정보를 이 책만큼 자세히 알려주는 서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알찬 내용이었다.

 

 

유럽, 특정 직업군, 미국, 프랑스 정도로 국한된 취업성공기만을 읽어본 내게 중국에서 글로벌하게 일하면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간 여성의 성공기는 색다를 수 밖에 없었다. 해외 취업을 상상해보고, 준비해보기도 했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솔직히 관심밖이었다. 당시에는 중국으로 유학갔던 친구들도 돌아오던 시기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탄력적인 사고와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중국은 참 매력적인 터가 될 수도 있었을텐데....읽으면서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었던 지난 날이 살짝 후회 되기도 했지만 책은 있는 그대로 참 재미나게 읽혔다. 어렵게 쓰여지지 않아서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해외생활 7년 차 가 되어 그간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 속엔 즐거움이 가득했다. 모든 날들이 좋았을 리는 없다. 하지만 힘든 일은 겪으면서 성장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넓은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살고 있는 그녀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남편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에 치우쳐 사랑을 등한시 한 것도 아니었다. 현명하게,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걸어가고 있는 그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책의 제목은 <<눈 꼭 감고 그냥 시작>>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책 제목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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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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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등장하는 책이나 드라마 중에서 가장 재미나게 본 이야기는 이사카 코타로의 <<사신 치바>>와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다. 치바와 저승이는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진해서 잘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인데, 이번에 읽게 된 소설 속 사신은 미성년자였다. 영화 <<신과 함께>>에 등장하는 차사들처럼 과거에 죽은 이가 아닌 아직 살아있는 소년에게 내밀어진 '사신 아르바이트'. 별다른 혜택도 없이 시급이 달랑 300엔인 이 아르바이트는 최악의 알바로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왜 그는 잊지 못한 것일까.

 

 

행복이란 잃고 나서야 깨닫는 법임을...

P23

 

 

당시 소년이 처한 상황은 알바와 다르지 않았다. 부모님의 이혼, 막대한 빚을 진 아버지, 아들을 두고 친정으로 돌아가버린 엄마, 중3 이후로 달릴 수 없게 되어 버린 다리, 지독한 가난......바로 그때 같은 반이지만 친하지 않은 여학생의 아르바이트 제안은 솔깃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겠지만 사정은 달랐다. 시간 외 수당도 없고 시급도 쥐꼬리만하지만 일 자체가 너무 황당해서 믿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근무 기간을 다 채우면 소원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말만 믿고 덜컥 수락해도 좋을까, 이 아르바이트....

 

 

환경적으로 너무 막다른 골목에 서 있어서 앞만 보고 가기에도 벅찬 소년에게 주위를 둘러볼 계기를 만들어준 아르바이트는 최악이지만 특별했다. 죽은 후에도 미련이 남아 추가 시간을 얻게된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가난 밖의 인생에 한 발 발디딤을 하게 된 것이다. 타인의 죽음을 통해 인생 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소년에게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난 특별했다

특별하게, 변변치 못한 인생을 살고 있다

P25

 

 

동생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던 아사쓰키,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편지 아저씨 구로사키, 생명이 위태로워져도 아이만 낳으라는 시부모님과 관심조차 없는 남편에게 남겨놓은 아이 소식이 궁금했던 히로오카, 엄마의 학대를 견뎌내야했던 초등학생 유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하나모리 유키의 고백.

 

 

들어줘, 사쿠라. 내가 태어나고 죽은 이야기를...

P285

 

 

추가시간은 죽은 자를 위한 시간인 셈이다. 추가시간이 끝나고 망자가 저 세상으로 떠나고나면 그간의 일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진다. 죽음 이후에 일어난 일은 산 자에겐 남겨지지 않는다. 약간은 허무하게 느껴질 법도 한 규칙을 알면서도 망자의 미련을 덜어주기 위해 열심히 사신 알바를 하게 된 소년 사쿠라가 마지막에 원한 '희망'은 무엇일지 궁금해서 끝까지 열심히 탐독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갈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던 소년은 그 돈으로 아버지의 손목시계를 구매했다. 3년이 흘렀고, 여자친구도 있고 알바제안도 받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시감'을 느끼고만 그에게 기억은 돌도 돌아 먼 여행을 떠난 편지처럼 돌아왔다. 곧 지워져버릴 기억 따위, 그 누구의 기억속에도 남겨지지 않을 기억 따위라고 쉽게 말할지도 모르지만 의미없는 일이 아니었다. 결코. 삶이 계속 되는 사람들에겐 가치가 미미할지언정 삶의 시간이 끝나 다시는 돌아갈수도, 나아갈수도 없는 이들에겐 마지막에 주어진 기회이기 때문에. '희망'은 이처럼 판도라의 상자 안에 갇힌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추가시간을 받고 사신을 만난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라서 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듯 싶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죽음'. 태어난 순서와 달리 죽음의 순서는 길이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순간순간을 더 소중하게 살아내야한다는 것을 소설은 '사신 아르바이트'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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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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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을 예감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리뷰가 너무 좋아서, 책 표지가 너무 을씨년스러워서 바람이 심하게 부는 겨울의 어느날 읽기 시작한 토머스 쿡의 소설 한 권. 스토리는 심플해보였다.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소녀가 실종되고 그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은 간헐적으로 베이비시터를 맡아온 키이스였다. 그날도 최후 목격자였던 키이스의 그날 행적은 여러모로 수상했고 급기야 가족인 아버지까지 자신을 의심한다고 여긴 소년은 절망하고 만다. 작은 마을 안에서 죄인으로 낙인 찍혀버린 소년이 겪었을 고통은 대도시에서 지목된 용의자의 그 마음과는 확연히 다른 무게감이지 않을까. 어제까지는 살갑게 인사하던 이웃 주민들이 자신을 피하고 쑥덕거리는 것은 물론 대놓고 범인취급한다면.....수줍음 많은 십대 소년에겐 이미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으리라....짐작된다.

 

키이스의 아버지인 에릭은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가족과 단란하게 살고 있었으나 과거 고통받았던 상처가 내재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파산했고 여동생은 죽었으며 별볼일 없이 혼자 살고 있는 형 또한 그에게는 트라우마의 연장선이었다. 결혼 전 가정이 무참히 박살났기에 에릭에게 새로 꾸려진 가정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지만 결국 그는 지켜내지 못했다.

 

끝까지 믿어주고 싶은 마음과 어쩌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사이에서 첨예한 갈등을 겪다가 결국 아들에게 그 마음을 들켜버린 아버지. 그때 그의 표정은 어땠을까. 어떤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영상이 아니라 글로 쓰여진 소설이라 꽤나 디테일하게 상상하게 되는 <<붉은 낙엽>>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 폭탄을 투하해 버린다. 에릭이 아들의 말을 흘려 듣지 않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면 키이스에게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가장 지키고 싶은 존재를 자신의 과오로 지켜내지 못한 아비의 생이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은 그 순간에 멈춰져 있을것이다. 가장 후회되는 바로 그 순간. 자신의 누명의 벗기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한 소녀를 위해 용기를 낸 소년의 생이 멈춘 바로 그 순간에.

 

아버지의 마음이 매 순간 고스란히 전달되는 소설 <<붉은 낙엽>>은 잔잔한 파도를 타다가 큰 파도에 휩쓸리고 만 어부의 심정으로 읽은 이야기다. 다 읽고난 뒤 너무나 먹먹해져서 눈물을 흘릴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작가의 섬세한 필력에 감탄하면서, 바르트 무이아프트의 '1월 0일'을 읽었을때만큼이나 충격적이어서 책 속에서 빠져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상이 아닌 글로 읽어서 더 잔상이 오래 남은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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