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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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이후 줄곧 읽고 있는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작가의 출간순서가 그러한 지, 국내 번역본 순서가 그러한 지 모르겠지마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목차를 보고 골라 읽듯 '성인-학생-다시 성인' 으로 소설의 시간대를 오가다보니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꼭 주인공의 나이를 확인하게 된다. [다시 한번 베토벤]의 미사키 요스케는 스물 셋. 사법 시험에 수석 합격 후 연수원에 들어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아직은 아무도 모르지만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직 검사의 아들이고 사법 시험은 수석 합격. 게다가 외모까지 훈훈해서 연수생들의 부러움과 시기질투를 동시에 받지만 정작 본인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설의 시작은 피아노 연주에 매진했지만 한계를 깨닫고 법조인으로 환승한 '아모'가 연수원에서 미사키와 마주치면서부터다. 미사키의 실력도 모른 채 그 앞에서 베토벤을 즐겨 듣거나 음악에 대해 읊조리지만 미사키의 연주를 듣고 살리에르처럼 겉과 속이 다른 마음을 갖게 된다. 이전까지 그에게 미사키는 그저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경쟁자였다면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를 확인한 후에는 신이 한 사람에게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남자를 향한 절망감이 들고만다. 단 미사키가 콩쿠르에서 '발트슈타인'을 연주하고 동시에 사건의 범인을 지목해내는 것을 보기 전까지.

 

p86 열등감을 연료 삼아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등감 때문에 절망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조가 된 아모와 미사키 앞에 던져진 사건은 '부부 그림책 작가 살인사건'.

남편은 글을 쓰고 부인은 동화책의 그림을 그리며 평생 협업해 온 관계지만 아내는 현재 남편을 죽인 살인용의자가 되어버렸다. 아이 없이 단 둘만 살던 부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늘 본명으로 활동해온 아내와 달리 남편은 죽기 전 마지막을 제외하곤 모두 '목부육랑'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써 왔다. 본디 동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학이지만 남편 로쿠로는 가볍고 읽기 쉬운 동화가 아닌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내 어렵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붉은 토끼'가 주인공인 글을 탈고하면서 자신의 본명을 기재하기로 했고 이후 식칼에 찔려 사망했다. 하필 그날 아침 남편과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갔던 히미코는 유일한 살인용의자가 된다. 모두에게 살인자로 지목받을 때 단 한 사람, 미사키만이 진짜 살인범을 찾아냈다. 그리고 콩쿠르 날 그 범인을 공표한다. 이 대목에서 사실 살짝 김이 빠졌다. 놀랄만한 반전도 아니고 주목할 만한 사람도 아니었기에. 의외의 인물이긴했지만 범인으로서의 매력이 별로 없어 보였다.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미사키가 법복을 벗고 음악의 길을 택한 사실이 더 인상적어서 그랬던 것일까.

 

콩쿠르에서 연주한 미사키의 '발트슈타인'은 직접 귀로 듣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졌다. 베토벤이라...모짜르트나 쇼팽, 리스트를 맛깔나게 연주할 법한 그의 손이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제목부터 '베토벤'이 붙여져 있으니 당연히 연주곡은 베토벤이겠지만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미사키와 베토벤이라....안어울리는듯한 이 조합까지 작가의 노림수였던 것일까. 읽고나니 더 듣고 싶어져 '발트슈타인'을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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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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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고만 책 한 권이 있다.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너무나 따뜻한 이야기로 첫 장을 읽는 순간 소설 속으로 쑥~ 빨려들어가버렸다.

시간을 잊고, 날씨를 잊고,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읽은 한국소설 한 권은 많은 에피소드에도 불구하고 후다닥 끝나버렸고 마음 한 켠에 묘한 여운을 남겼다.

 

 

배경은 편의점. 점주인 염여사가 기차 안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린 것을 깨닫고 자신의 파우치를 주웠다는 노숙자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파우치를 지키기 위해 다른 노숙자 셋에게 맞고 있던 그를 자신의 편의점으로 데려와 도시락 한 끼 대접하며 "배고플 때 언제든지 오라"고 말해 두었건만 그는 꼭 도시락을 폐기하는 시간인 저녁 여덟 시에 나타나 새 도시락이 아닌 폐기 도시락만 먹고 돌아갔다. 전달하는 알바도, 전해 듣는 염여사에게도 그는 이상한 사내였다. 하지만 도시락을 먹은 후 주변 청소까지 깨끗하게 해 놓고 간다는 그를 눈여겨 본 염여사는 알바 중 한 명이 갑자기 그만두는 일이 발생하자 그를 고용해버린다. 이제 염여사 외 알바는 셋. 공무원 공부 중인 '시현'과 불만많은 '오여사' 그리고 전직 노숙자인 '독고씨'가 골목 안 편의점에서 시간을 나누어 일하게 된다.

 

 

 

알바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도로변도 아니고 역세권도 아닌 편의점에 단골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덩치 큰 중년 아재에 말투도 어눌한 곰같은 남자는 편의점보다 슈퍼가 편할 할머니들에게 1+1 상품의 가격적 잇점을 어필하면서 노인들을 위해 배달 서비스까지 자처했으며 삼각김밥을 훔치던 소년을 '짜몽'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친절하게 대했다. 도둑질 대신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회복탄력성이 떨어져 술로 위로받던 중년의 남자에겐 술 대신 옥수수 수염차를 권했고 작가로서 더이상 희망이 보이질 않아 절망한 인경에겐 쓸거리와 함께 다시 꿈꿀 힘을 제공했다.

 

 

그의 영향력은 비단 손님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었다. 편의점 알바 일을 가르쳐 준 '시현'에게 무심하게 던진 한 마디가 공무원 공부에만 매달려 있던 시현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었던 것. 편의점 알바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방송을 시작한 시현은 얼마 후 다른 편의점 점장으로 스카우트 되어 나갔고, 독고의 도움으로 오여사는 아들과 대화의 물꼬를 텃다. 그뿐 아니라 사장님의 골치 아픈(?) 아들은 독고랑 말싸움하면서 종국엔 부끄러움을 느꼈다. 게다가 염여사의 아들에게 고용된 '곽'씨는 독고의 정체를 캐기 위해 미행하다 독고 대신 편의점 알바로 취직했고.

 

 

이야기의 흐름이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엉뚱하기 짝이 없지만 낯선 사람은 물론이고 익숙한 사람조차 조심하며 살아야할 것 같은 뉴스가 터져나오는 요즘, [불편한편의점]은 반대로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할수록 혼자서 끙끙대던 문제들이 풀려나갔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가져왔다.

 

 

 

 

예전에 재미나게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속 정신과 의사는 사람들을 특이한 방법으로 치료하며 독자를 웃게 만들었다면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에선 소통하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동시에 독고 자신의 상처도 서서히 아물어 갔다. 감동의 온도가 높아지는 포인트는 여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고통'도 있지만 '소통'도 있다는 걸 작은 편의점 안에서 발견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밀리의 서재 종합 베스트 1위에 빛나는 베스트셀러인 [불편한 편의점]은 오랜만에 읽는 소설이다. 웃음과 감동 그리고 다 읽은 뒤 남겨진 많은 생각들까지....오랜만에 참 알차게 읽은 이야기다. 누군가 책추천, 소설추천을 원한다면 주저 없이 [불편한 편의점]을 알려줘야지!!!

 

 

독서하기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읽는 동안 잠시 무더위를 잊었다. 그만큼 이야기는 매력적이고 등장인물들의 고민거리 역시 우리의 발목을 매일 붙잡는 그것들과 닮아 있어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망원동 브라더스]의 '동네 이야기' 시즌 2라고 하니, 다음엔 거꾸로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어봐야겠다.

 

 

 

 

*레뷰 도서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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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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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일을 하며 사는데 '노력'이 필요하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덴 '용기'가 필요하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을 용기, 초라한 느낌이 들 때도 스스로를 다독일 용기... 안과 밖으로 나를 바로 세우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의지와 기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꾼대로의 인생을 살기로 맘 먹었다면 "전진" 그리고 "전진"해야한다. 주변의 만류와 우려에도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을 여럿 봐 왔다. 실제로 본 사람들도 멋있었지만 오늘 책을 통해 본 저자 이정은씨도 멋지게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보통은 기간을 채우고 돌아온다는 '워홀'. 스물여섯에 일본으로 떠난 그녀는 "1년만 다녀올게요"라는 말을 남겼다. 한국을 떠나 11년째 타국에서 살고 있다니 처음 떠나올 때 남긴 말은 지키지 않은 약속이 되어버린 셈이다. 무엇이 그녀를 일본을 거쳐 프랑스까지 건너가게 만들었는지는 책 제목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매력은 내용을 읽어봐야 알 수 있다. 우연이지만 저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회사 동료가 "꽃을 배우러 간다"며 퇴사후 영국으로 떠난 일이 있다. 이름도 같고 목적도 같아 혹시 그 애가 아닐까? 싶었지만 책 속 사진을 보며 "동명이인이구나~" 했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꽃에 잘 매료되는 것일까?

 

 

알바를 두 개씩 하고, 2011년 3월엔 동일본 대지진까지 겪으면서도 일본을 떠나지 않고 버텨냈다. 그러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고 병가를 내고 스물 아홉에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파리에 매료되고 말았다. 이미 도쿄에서 주말동안 꽃을 배우고 있었지만 그녀는 파리에서 그 이상을 경험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파리로 향했고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모든 일이 순풍에 돛단듯 흘러가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겪는 일들은 좌절 이상의 성취를 가져다주었고 그녀는 그 속에서 행복해하고 있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한국으로 돌아오기보단 머물기로 한 그녀의 결정이 그 증거가 아닐까.

 

 

스물 여섯의 도쿄도 서른의 파리도 그녀에겐 기회였고 터닝포인트였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 싶지만 용기가 1% 부족한 사람이 있다면 결정을 잠시 미루고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10년 후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결정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나 스스로 져야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후회가 적을 지는 살아봐야 알 수 있다. 그 용기를 이 책 속에서 발견하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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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타고 고양이는 여행 중 - 길 위의 라이프 205일
이재경 지음 / 좋은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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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노랑한 고양이 토마스의 집사는 한국에서 36년, 미국에서 17년을 산 35년 경력의 성우이자 방송인으로 그 외 미국 배우조합 멤버이자 로스앤젤레스 법무사, 기독교 방송 전속 성우를 역임한 어마어마한 커리어의 소유자다. 그런 그녀가 커리어에 관한 책이 아닌 고양이와 함께 캠핑카 여행을 다닌 경험을 책으로 엮어냈다. 엉뚱하게도.

 

 

여행은 인생과 다르지 않아서 늘 핑크빛 기류만 흘렀던 건 아니었다. 토마스를 두고도 '외출을 시켜야한다'와 '절대금지'로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고 길을 잘못 들었을 땐 서로 큰소리를 내며 다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계속 이어졌다. 중간에 남친이 손가락을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붕대를 하고 디즈니 월드 매직 킹덤을 다녀왔고 발가락 6개 가진 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헤밍웨이 박물관도 빠짐없이 관람했다. 제목에 '고양이'가 언급되어 있지만 고양이 위주의 여행이 아닌 사람의 여행에 동행한 고양이의 일상이 곁들여져 있다. 살짝 예상에서 벗어난 여행기였지만 장장 205일간 미 대륙을 여행한 경험을 들어 본 일이 없어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또 컬러풀한 사진이 풍성하게 실려 눈의 즐거움도 더해졌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곳들 증 절반 이상은 이미 다른 책이나 매체를 통해 본 적 있는 지역일 뿐 실제로 가 본 적은 없는 곳들이어서 사진이 등장할 때마다 유심히 들여다 보곤 했다. 그 와중에 고양이를 발견하면 만세를 불렀고.

 

 

보통의 여행책들은 삶을 잠시 멈추고 낯선 곳에 다녀오는 내용이 담긴다. 휴식겸 혹은 새도운 도전을 위해 여행을 꾸리는 반면 책의 저자에게 캠핑카를 타고 떠난 여행은 삶의 연장이었다. 남친은 여행 중에도 일을 했고, 저자는 아들의 결혼식에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여행의 끝은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또 RV 여행을 할 거냐고 물어본다면 고양이와 함께 하겠다고 대답할 거라는 걸로 봐선 아주 즐거운 경험으로 남은 듯 하다.

 

여행을 좋아했지만 고양이를 반려하면서 멈춰버린 나와 달리 고양이와 함께 여행하는 길을 찾아낸 그녀는 아주 용감한 사람 같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토마스와 함께 할 다음 여행도 분명 신나는 일들로 채워지겠지. 아리조나도, 텍사스도, 쓰고 있는 고양이모래의 원산지라 익숙한 와이오밍도 색다르게 구경할 수 있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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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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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시리즈 중 '검사 시리즈'는 미안하게도 제일 좋아하는 시리즈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리즈'나 '변호사 시리즈'의 다음 권들이 변역되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두 시리즈에 비해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지 재미가 떨어지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인만큼 정신없이 탐독하게 되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오사카 지검 1급 검사인 '후와 슌타로'는 검찰 조직 내에서도 독불장군 같은 인물이다. 법과 권력에 굽실대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기소하는 검사기에 일반 시민들은 환호할만한 검사지만 조직 내에서는 불편해하는 인물이고 사실 현실감은 떨어진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뉴스에 오르내리는 검사들의 비리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몇몇 사건들의 기소사안을 보자면 이런 검사는 좀처럼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다.

 

 

신입 검찰 사무관 '소료 미하루'의 눈에도 그는 검찰 조직 내에서 기름처럼 동동 떠 있는 요상한(?) 인물이다. 채용 시험에 합격하고 검찰 사무관으로 막 재직한 미하루에게 1급 검사는 "자네 같은 사무관은 필요 없어, 나가 주게(p9)"라고 말한다. 한참 정의감에 불타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병아리 사무관에게 차갑고 냉정한 상관은 염라대왕 같은 존재가 아닐까. 얼굴에 고스란히 감정을 드러내는 풋내기에게 검사가 제시한 기간은 석 달. 그 안에 포커 페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다이쇼 공원 소녀 살해 사건 속 피의자는 동일 전과가 있어 유죄처럼 보였지만 슌타로는 진짜 범인을 찾아낸다. 어린 아이가 생각없이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도화선이 된 우발적인 범죄였던 것. 4월 15일 주택가 살인사건 에서도 용의자는 35세 남자로 특정되었지만 검사는 그가 주장하는 알리바이가 실제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중 증거물 유실을 확인하고 오사카 지방 경찰청 65개의 관할 경찰서를 다 돌며 자료실을 확인할 계획까지 세우면서. 수사 자료 대량 분실 사건의 파장은 컸다. 수많은 사건들이 기소 불가능 될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고 범인을 풀어주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피해자들을 향한 2차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 여파를 생각하면 덮어야했을지도 모르지만 후와 검사는 총대를 메고 세상에 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검찰에 이어 경찰쪽에서도 눈엣가시로 급부상했다. 이쯤 되면 세상 혼자 사는 캐릭터인데, 그에게도 이렇게 살아가게 된 계기가 있고 후회스런 과거가 존재한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증인 한 명이 죽게된 사건을 겪은 후 후와검사는 '표정 없는 검사'로 거듭났다. 그리고 어느새 콤비가 된 미하루가 그의 올곧은 신념을 이해하는 과정은 독자가 주인공을 알아가는 속도와 일치한다.

 

 

물론 고비를 맞기도 한다. 총알을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되면서 과다 출혈로 일시적인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와 검사는 범인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찾아낸 범인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었다. 반전카드도 놀랍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고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검사를 응원하게 되는 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큰 복수,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순 없어도 이 사람 하나로 세상의 어느 한 면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을 소설 속에서나마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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