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스토리콜렉터 37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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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여자와 금발의 꽃미남 연쇄살인범, 거기에 까칠한 아웃사이더형의 천재 프로파일러, 마지막으로 잔혹한 동화 한 권.

 


2013년 독일 최고의 범죄 소설로 꼽힌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 은 국정농단의 충격도 잠시 잊게 만들만큼 치명적인 소설이다. 매끄럽게 번역된 문장, 각각의 캐릭터가 보유한 차별성, "내가 왜 그녀를 납치했을까? ...48시간 만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이라고 던진 납치범의 수수께끼. 하지만 그 촉박한 시간 속에 갇히지 않도록 작가는 꼼꼼하고 영리하게 인물들을 잘 움직여대고 있었다. 그가 짜놓은 판 위에서-.

 

 

 어린 시절 엄마 아빠의 이혼을 겪었고 최근에는 친언니와 형부가 이혼하는 과정을 지켜봐야했던 말단 경찰 '자비네' 앞에 나타난 괴짜 프로파일러 마르틴 슈나이더. 영드 <홈즈>에서 열현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바로 떠올려질만큼 바짝 마르고 큰 키에 시큰둥한 말투. 자기 중심적이지만 날카로운 직관. <슈나이더 시리즈>가 나올만하다 싶어지는 대목이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이런 사람은 튀기 마련이니. 100%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이런 유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작품 속에선.

 

 

▷ 자비네 : 퇴직한 전직 학교장이었던 엄마가 '더벅머리 페터'(살인범의 별칭)에게 살해당했다. 잉크를 목구멍에 들이부어 질식사 시킨 뒤 바흐를 연주한 미친놈을 잡기 위해 자비네는 마르틴 슈나이더에게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그와 함께 사건 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살인범으로 몰리기 전에 그를 잡기 위해서. 조카가 셋인 덕분에 살인범이 동화 <더벅머리 페터>의 순서대로 살인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 헬렌 : 그리스키르헨에서 상담치료실을 운영하며 보내던 평화로운 일상은 '더벅머리 페터'의 선물이 도착한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그가 보낸 반지낀 손가락은 위장을 하고 찾아왔던 남편의 내연녀의 것이었고 살인범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내연녀는 열 손가락이 다 잘린 채 살해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의 부정을 알게 된 날, 그녀는 최선을 다해 그 여자를 구해야하는 운명에 처해졌다. 하지만 고약하게도 답을 맞히면 다음 희생자는 바로 그녀 자신이 된다. (이 대목이 가장 화나는 부분이었다. 부정을 저지른 프랑크는 끝까지 멀쩡했다. 그의 손가락이 잘리든 그를 다음 타깃으로 삼든 했어야 했다. 더벅머리 페터는)

▷로제 : 바흐가에 사는 신경 정신과 닥터. 마흔의 나이에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 중이며 정기적으로 그 아내의 상담실로 변장한 채 찾아가 거짓 상담을 듣고 있는 중. 위험한 내담자인 금발 머리와 상담을 진행하는 도중 무리수를 두어 거짓말을 했고, 결국 납치되어 손가락이 잘리며 구조를 기다리게 된다. 동화 속 '손가락을 심하게 빠는 콘라드'.


세 여자의 이야기가 적당한 순서로 등장해 속도를 맞춰 나가는 <새카만 머리의 금발소년>은 1844년 독일의 정신과 의사 하인리히 호프만이 쓴 동화책대로 살인이 진행되는 잔혹한 범죄소설이다. 놀라운 건 3세~6세 아동을 위한 동화책의 내용이 너무나 잔인하다는 거다. 10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도 꿈자리가 뒤숭숭해질 정도인데 대체 하인리히 호프만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동화를 세상에 내어놓은 것일까. 세 살짜리 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적합한 그림책을 찾지 못해 직접 그리게 되었다는 그의 정신상태를 도리어 감정해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25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고전 동화인 <더벅머리 페터>는 공포심을 교육에 이용한만큼 그 역기능도 충분히 고려되어졌어야 했다. 원서 삽화보다 글로 읽는 편이 훨씬 더 상상력을 자극해서 무섭게 느껴졌다.

 

작가에게 경제적인 부와 성공을 함께 가져다준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은 안드레아스 그루버가 시간제로 근무하고 있는 제약회사 사장이 낸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하기 시작한 소설이라고 한다. 직원의 글에 열렬한 지지자인 사장님의 회사에서 일했고 고양이 네마리와 가족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행복한 남자인 그가 범죄소설을 쓰게 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제목은 또 왜 이토록 반어적으로 뒤틀어놓은 것일까. 내용은 재미있게 읽었으나 궁금증을 다 풀진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나이더 시리즈 다음 권인 <지옥이 새겨진 소녀>에서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이 등장한다고 해서 주문한 책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다. 2권에서 슈나이더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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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의 연가 2 열두 달의 연가 2
김이령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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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운으로 인해 가족이 죽었다는 오명을 쓰고 살아온 열 아홉의 처녀 '혜완'과 어린 시절 그녀에게 악귀를 물리치는 주문을 읊어주었던 선비 '시율'의 러브스토리가 중심 스토리라면 너무 착해빠져서 남편에게 소박맞고 정보까지 털리는 이혼녀 '귀영'과 귀하게 자라 다소 철없는 도령으로 보이는 '재경'의 러브스토리와 의뭉스러운 '지량'과 꾀많은 여우같은 기녀 '영롱'의 러브스토리는 서브 스토리다. 주인공의 사랑이야 로맨스 소설에서 해피엔딩의 결말을 맞는 것이 당연지사겠지만 나머지 두쌍의 연인에게 신분은 고난의 상징이 아닐까 싶어져 이 점에 주목하며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작가가 사극이라고해서 꼬맹이 시절 스친 여인을 앞에 두고 '저 여인이구나!!'라며 심봉사같은 멘트를 내뱉지 않아서 리얼감을 더했고, 이야기의 달달함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의 그 느낌과 맞닿아 있어 즐겁게 읽었다. 다만 우여곡절의 갈등폭이 다소 얕아 '어쩌지?'라며 감정이입되는 부분들이 없어 그냥 평탄하게 읽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실 사랑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관심을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한 소재다. 그 갈등 폭이 크면 클수록 가슴 졸이며 보게 되고 해피엔딩을 바라며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바로 로맨스 장르라는 거다. <열두 달의 연가>는 사극의 겉옷을 입고 있지만 현대극으로 각색해서 가져와도 그 재미는 전혀 반감되지 않을 이야기라서 <보보경심>처럼 1,2 시즌으로 만들어 보아도 재미있겠다 싶어지기도 했다. 만약 드라마화 된다면.

 

성인이 되어 흐르는 7년과 10대와 20대를 걸치는 7년의 차이는 크다. 한참 성장하는 그 얼굴에서도 그러하거니와 사회와 가정 속에서 인격이 형성되어지는 중요한 과정이라 이 시기에 어떤 사람, 어떤 일을 겪느냐에 따라 결국 그 사람이 앞으로 어떤 인물로 살아가게 될지 성격을 정하는 중요한 시점인 거다. 다행스럽게도 주인공 "혜완"은 참 바르게 성장했다. 열두 살때 본 꼬맹이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건 당연하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은 '트와일라잇'의 댄스씬처럼 달콤해지는 것. 배경음악만 깔아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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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있어 더 멋진 집 -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인테리어는 끝?
신혜원 지음 / 로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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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멋진 엄마들이 왜 이렇게 많지?' '어디서 계속 나오는 거야?' 엄마들의 감각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가 있어 더 멋진 집>만 펼쳐봐도 알 수 있는데, 아이가 있는 이웃들도 모두 솜씨들이 좋아 부러운 차에 이 책은 정점을 찍고야 말았다. 이래서야 손재주 부족한 나는 엄마가 될 수나 있을까?

 

 

 

17년 경력의 베테랑 인테리어 에디터가 콕!! 집어낸 열 다섯 가정과 일곱살 아들 준우와 함께 살고 있는 자신의 집 인테리어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 <아이가 있어 더 멋진 집>이다. 감각이라는 건 배워서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인데, 이렇게 가정내에서 어릴때부터 보고 자란다면 감각이 남달라 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가정내에서 엄마의 역할은 참 중요하다.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 예전과 달리 다양한 유형의 가정 형태로 살아가고 있어 제일 중요하다 말할 순 없어도 엄마가 어떤 성향을 지닌 사람인지에 따라 아이들의 인성은 다르게 자라는 것을 주위에서 지켜봐 왔다. 아주 중요한 존재다. 엄마는.

 

 

'예쁜 것과 좋은 것을 보면 혼자 알고 있지 못하고 여기저기 알려줘야 하는 성격'이라는 저자가 1년 동안 취재했던 열 다섯 곳을 담은 이 책은 수납은 수납대로, 공간미는 그 아름다움대로, 생동감과 미적 감각 충만한 집이 어떤 집인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 때문에'가 아닌 '아이 덕분에' 더 아름다워진 집들은 함께 보여사는 식구 수도, 위치도, 규모와 색감, 스타일...모두 달랐다. 똑같은 집은 한 집도 없었다. 물론 열다섯 집 모두가 개인의 취향과 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집이나 포근하게 느껴질만큼 잘 꾸며져 있었다. 어떤 집은 아이가 있는 집인가? 싶을 정도로 심플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고 또 어떤 집은 아이가 있는 집이구나! 알 수 있을 만큼 아이용품들이 여기저기 많이 널려 있었다.

 

 

아이가 생겼다고 포기해야 하는 건 없었으면 좋겠다. 인테리어도, 반려동물도, 자신의 삶도. 물론 예전보다는 시간을 쪼개고 정성을 더 들이고 관리를 쫀쫀(?)하게 해야 하겠지만 한 번 뿐인 삶. 포기하는 것들은 훗날 언젠가...불만으로 폭발할 수 있으니 지금, 주어진 상황에서 죄대한 즐겁고 만족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책을 보며 이 깨달음이 가슴에 새겨졌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내용 중 <시호와 러스티>로 이미 서평을 올린 적 있는 시호네 집이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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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에 새긴 약속 - 평화의 소녀상 작가 노트
김서경.김운성 지음 / 도서출판 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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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관련 서적을 읽는 것만큼이나 심적으로 읽기 힘든 책이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적이다. 과거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으며 눈물이 앞을 가려 한 페이지 읽는데 몇날며칠이 걸렸는데, 읽은 뒤에도 가슴이 먹먹하고 심장이 뻥 뚫린 것 같아 한 달을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빈 의자에 새긴 약속>을 읽고도 울분으로 잠들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커서 읽기를 미루다 미루다 이제사 완독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 늦게 읽은 것마저 죄스럽게 느껴지는데, 전범국에서는 이 소녀 상 하나 어쩌지 못해서 안달복달하는 모양새를 보니 분노가 하늘을 뚫고 올라갈 것만 같다.

 

 

시대를 잘못 태어났을 뿐. 힘 없는 나라의 소녀였을 뿐. 그분들에게는 죄가 없다. 올바른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이건 아니건 간에 객관적으로 인정할 부분이다. 꽃다운 나이게 끌려가 고문보다 더 모진 현실을 겪고 살아돌아온 사람 중 일부인 그들의 인생을 보상해줄 ...복구해줄....세상은 어디에도 없었다. 더구나 그들을 끌고갔던 손은 걸레문 것 같은 발언들을 일삼고 있다. 죄받아 마땅하지만 뻔뻔하게 구는 그들 앞에 작은 소녀상 하나를 세웠을 뿐인데,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전후 모든 죄를 오픈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다시는 같은 일을 범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는 '독일'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일본'.

그들의 국민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과연 우리처럼 '소녀상'에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세울 수 있을 것인가. 김구 선생님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도시락 폭탄을 제조해서 들고갈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소녀상의 설치를 두고 일본이 하고 있는 폭언과 행동들은.

 

 

설치된 작은 소녀상은 수난을 당했다. 봉투가 씌워지기도 했고, 망치로 머리를 가격 당하기도 했으며 한 일본인 디자이너는 '매춘부'로 매도하기도 했다. 게다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양국의 외교부는 위안부 문제를 합의했다고 발표하여 국민의 멍울에 생채기를 보탰다.
(작년 이맘때즈음 일이라 혹시 이 일에도 최씨여인이 관여되어 있다면 이는 국민의 철퇴를 맞아도 싼 일이 될 것이다)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훨씬 더 무섭다는 것을 대한민국에서 짧은 기간 국민으로 살아오며 두루두루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해지고 만다.

 

아픈 역사를 담고 있지만 평화적 메시지로 풀어낸 '소녀상'은 부부 조각가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딸이 '할머니 그림자' 아이디어를 보태고 작품의 모델이 되었기에 온 가족이 공들여 참여했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이 될 듯 싶다.

평화의 소녀상이 품은 열두 가지 상징이 무엇인지, 머리카락이 왜 잘려진 것인지, 두 주먹을 왜 꼬옥 쥐고 있는 것인지...책을 통해 꼭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과서 외 필독서로 선정해 읽히면서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 소녀상을 세계 곳곳에 세울 수 없는 현실을 자라는 청소년들도 알고 자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목소리가 마음 속에 메이리친다. "일본을 다 준대도 용서할 수 있을까? 내 인생 돌려도!" 일본을 몽땅 내놓아도 끌려간 소녀들의 인생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런데 그들은 뻔뻔하게 합의금을 줄테니 입 다물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의 국격을 위해 소녀상 설치를 방해하고 폄하하고 있다.

 

연말, 남은 세금으로 보도블럭을 파헤치는 것보단 소녀상을 세우는 것이 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닐까. 세계적으로도 '철거'가 아니라 '더 많이' 세워져야 하며 국가가 앞장서서 핏대를 울려야 할 판에 대한민국 정부는 무능하고 비겁했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26일 광화문 집회에 소녀상이 등장했다. 반성은 일본만의 몫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때는 소녀였던 그들은 인생을 짓밟히고 삶을 유린당했다. 사지에서 함께 동지처럼 의지했던 또래 친구들이 죽음을 지켜봐야 했고 지옥에서 살아돌아왔지만 대한민국은 천국의 둥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소녀상은 '평화의 메시지'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고 '얼마면 돼!!!얼마면 .."이라고 핏대 높인 일본은 저급했다. 일본이 지도 상에서 사라져도 복구할 수 울분이라고 하면 그들은 납득할 것인가.

미루어 읽은 것이 죄스러울 정도로 책은 담담하게 여러 이야기들을 내뱉고 있었다. 소녀상 제작과 설치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생각보다는 심적으로 읽기 힘든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먼저 읽은 사람으로서 이 책 필독서처럼 읽혀지도록 계속 입소문 내야겠다. 꼭 읽어야만 한다!


알아야 한다!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보며 절실히 깨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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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
안성진 지음 / 가나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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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고, 글을 쓰고, 말로 표현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쓰고/듣고/말하고/읽기'가 어릴적부터 일상화 되어 와서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그저 자연스러운 일 중 하나였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시간을 쪼개어서 공부할 꺼리등을 찾아 배움을 이어나갔고 일기를 쓰거나 서평 혹은 새로운 장르의 글쓰기를 배울 기회가 생기면 얼른 찾아나섰다. 그래서 꽤 많은 영역의 글쓰기를 축적해나갈 수 있었는데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는 책 출판을 맘 속으로 원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비슷한 소재의 책들을  몇 권 읽기는 했다. 작법서가 아니라 작가가 되는 길에 관해 적힌 그 책들을 읽고 몇 명이나 작가의 길로 들어섰을까.



항상 궁금했는데 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책을 읽은 독자 중 한 분이라도 글을 쓰게 되거나 책을 쓰게 된다면....'이라고. 소박한 소망같지만 따뜻하게 느껴지는 한 줄이었다. 실제로 서평을 올리다보면 저자들에게서 종종 연락을 받곤 하는데, 일년에 500~1000권 정도 읽고 그 중 절반 가량을 서평으로 남기다보면 10명 남짓의 저자들이 쪽지나 댓글로 글을 남기곤 했다. 저 멀리 바다 건너 한 일본의 저자는 한국인이 쓴 내 서평을 읽기 위해 회사내 한국인 직원을 찾아 번역을 의뢰해서 읽고 댓글을 남긴다며 연락해 온 적도 있었다. 그저 읽기를 좋아했을 뿐이고 그 감상을 기록으로 남겨놓았을 뿐인데 자신의 책에 대한 서평드을 꼼꼼히 찾아보는 작가들의 정성에 탄복하면서 이름을 꼭 기억해 둔다.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서평을 아낄 줄 아는 작가라면 책을 얼마나 정성들여 썼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기 때문에 다음 권이 출간되면 반드시 읽어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는 것이다. 작가 싸인회를 한다거나 sns로 실시간 소통을 하는 작가들 보다 이들 작가의 이름을 더 귀히 여기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꼭 소설이나 희곡의 이야기 형태가 아니더라도 세상 모든 이야기는글로 남겨질 수 있고 특히 전문 영역의 이야기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얼마전 '말하는대로'라는 버스킹 프로그램을 본 적 있는데, 꼭 한 명씩 분야별 전문가가 나와서 강의하는 것을 듣고 그들의 이야기야 말로 경험이 묻어난 우리네 삶의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더 진솔한 감동을 전했다. 책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  책 속 저자의 한 마디를 전하고 싶다.  '작가라서 전문가라서 재능이 있어서 책을 쓰는 게 아니다. 책을 쓰기 때문에 작가가 된다.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만 하면 된다.'(p51)라고.


실제로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쓰기 전까진 그 누구도 그녀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신작 <신비한 동물사전>까지 영화화 시킴으로써 콘텐츠의 대중성을 입증해 냈고, <트와일라잇>의 저자는 꿈 속 내용을 단 3개월만에 스토리화 시킴으로써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둬냈다. 책을 쓴다고해서 반드시 부와 명성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꿈만 꾸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재미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챕터는 총 6개, 변화를 꿈꾼다면 글을 써라/ 당신만의 책을 써라/ 본격적인 책 쓰기/ 책쓰기 코칭 받기/ 글을 쓸 때 필요한 좋은 습관들/ 첫 책을 쓴 작가의 책 쓰는 이야기 로 구성되어져 있지만 챕터 3. 본격적인 책 쓰기 전까지는 일종의 동기부여 페이지이며 그 중 특히 88페이지까지는 독자에서 작가로 거듭나라고 용기를 불어넣는 조언이다. 89페이지부터 구체적으로 한 권의 책이 최서한 A4지 100정도의 분량이라는 것, 집중력을 위해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을 잡는 것이 좋다는 것,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쓰되 완벽하려고 애써서는 안된다는 등의 실질적인 조언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책쓰기 방법은 챕터 3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3장부터 읽고 다시 되돌아가 남은 앞페이지를 읽어도 읽기 흐름에는 방해받지 않을 듯 하다.

 

 

이 책은 작법서가 아니다. 작법을 원한다면 첫 장부터 작법요령이 가득한 동서양 작가들의 작법서들이 서점가에 널려 있다. 그렇다면 쓸까? 말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동기부여서적인가? 그것 또한 아니었다. 이 책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은 쓰고 싶지만 용기가 부족하다거나 몇 페이지 쓰려고 끄적끄적..대다가 포기한 사람들을 위한 목표지향서적이었다. '언젠가 작가가 되어 보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지!'라는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챕터 6에서 소개하고 있는 8명의 작가 중에 반가운 이름이 보인다.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를 집필한 김영희 작가는 앞서 언급한 '애살있는(경상도 사투리. 근성있고 끈질기게 노력하는이라는 의미)' 작가 중 한 명이다. 서평을 올린 후 댓글로 소통의 창구를 연 작가인 동시에 가끔씩 블로그를 둘러보고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책쓰고 강의하기도 시간이 빠듯할텐데 짬짬이 들러주는 고마운 작가들이 그녀 외에도 여럿 있어 나는 참 행복한 독자라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쓰기가 먼저다(P116)

 

작법은 책을 통해 익혀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을 써야할지, 어떤 관점에서, 어떤 시선으로 마무리 지어야할지는 오롯이 작가인 자신의 몫으로 남겨진다. 그래서 <내 안에 잠든 작가의 재능을 깨워라>는 그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가까운 곳에 두고 결심이 흐트러질때마다 펼쳐보기를 권하게 되는 책이다. 예비작가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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