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 - 본격! 운전툰 스노우캣 시리즈 (미메시스)
스노우캣(권윤주) 글.그림 / 미메시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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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하다보면 "저런 사람에게도 면허가 발급되었구나" 한숨 쉬게 만드는 사람들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다. 짧은 거리를 달리는동안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이 넘어가면 덩달아 내 혈압도 상승하고 만다. "초보운전"이라고 붙여놓고 천천히 가는 사람보다는 미친듯이 곡예 플레이를 하거나 사람이 건너가야할 10차선을 가로지르는 횡단보도를 황당하게 차가 건너간다거나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하는 차와 마주칠 때는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도심 한 복판에서 과속 후진을 그것도 거리 하나를 통째로 후진운전을 하는 사람을 건너 차선에서 보면서는 신고하고 싶었을 정도다. (운전 중이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내게 이런 일들을 들으면서 "야, 너한테만 그런 일들이 자주 발견되냐?"며 웃었던 친구가 어느 날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차량을 보고 "정말 있는 일이었구나"라며 믿어준 일은 사실 기쁜 일이 아니었다. 이후 친구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라도 다 믿어주게 되었지만.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를 펼치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들이 떠올려졌다. "본격! 운전툰"이라는 부제 아래 장롱 면허를 꺼낸 스노우 캣의 초보운전기가 펼쳐지는 내용과는 상관없는 추억들이었는데도 '운전'이라는 단어 때문에 운전하면서 겪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나보다.

관심이 없고 필요치 않아 남들보다 면허를 늦게 땄던 내겐 '스노우캣'과 같은 에피소드들은 없었다. 오히려 요즘 더 조심해서 운전하고 있다. "방어운전"이 최선이라고 믿고 살면서. 아무리 내가 신호를 지키고 속도를 지키면서 가도 음주운전, 무대포 운전, 과속운전자를 만나 들이 받히면 사고가 되는 거니까. 모르고 와이퍼를 켜고 초보운전 스티커 하나를 골라도 마음에 드는 글자체를 찾는 스노우캣은 조심스러움이 많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약간 소심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스노우캣 시리즈를 봐 왔는데도 이번 편을 읽으면서는 이전의 스노우캣은 싹 다 잊혀진 채 오롯이 이 책 속의 스노우 캣에게만 집중하게 된다.

 주차 걱정에 운전 동선도 미리짰던 스노우 캣이 주차달인이 되어가고 질주본능을 민끽하며 자유로를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어땠을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며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줄 아는 여유, 교훈을 그는 애마 '귀염둥이'를 몰고나오며 입으로 외치는 모습이 바람직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반성. 나는 어제의 운전을 되짚어본 적이 있던가. 단 한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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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 거예요
강한나 지음 / 니들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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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다녀온 사람들의 책은 많다. 그곳에서 생활하다 온 사람의 이야기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NHK의 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며 카도카와 단카상을 연속 수상한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일본 생활 7년 차의 강한나처럼 특별하진 않았다. 한국인이면서 일본으로 스카우트 되어 방송에서 활동 중인 일본 연예인이 경험한 일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과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책의 첫장을 펼치면 제목 아래 '글, 사진 그리고 시'를 모두 저자가 찍고 쓴 것으로 되어 있다. 보통 글이나 그림 혹은 글과 사진 모두를 쓰는 사람은 있어도 '시'? 생소했다. 하지만 우리와는 다른 일본 사회의 시스템을 생활자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점은 색달랐다.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고 교육받은 그들이 침략의 역사 안에서 저질렀던 만행들을 부인한다는 건 다소 아이러니하게 다가오지만. 친절하고 질서를 잘 지키는 그들이 한국땅 독도를 욕심내는 것부터 그만두어 주었으면 좋겠다 싶지만.

<<내일 도쿄에는 좋은 바람이 불거에요>>는 정치색을 띤 책이 아니므로 가볍게 읽기로 했다. 머릿 속 복잡했던 상념들은 싹 다 밀어버린 채. 언어나 문화가 다른 생활권에서 전문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혼자 감내해야하는 고통의 시간이 긴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비록 새 친구들이 생기고 고정 직업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의 화려함보다는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일상이 담겨 있었다. 매우 담담하게 쓰여진 내용들은 잘난척이나 젠척 하는 부분이 없어서 좋았고 서점나들이를 즐기면서 마라톤에도 참가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건강한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단카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체감할 수 없는 한국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그 대목은 선뜻 다가오질 않았다. 하지만 도전과 노력 그리고 그 결실만큼은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수고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응원을 보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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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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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으로 '주역'에 통달하고자 한 것도 아니고 거창하게 '세상의 변화를 움직이는 법칙'을 알고자 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앞서 읽은 <돈보다 운을 벌어라> 를 의미있게 읽었기에 한국 최고의 주역학자인 초운 김승호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을 따름이다. '주역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강의하고 있는 그가 말하는 '이치'란 어떤 것일까. 아울러 '주역'을 알고 나면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화하게 될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첫장을 펼쳤다.

 

원리란 단순해야만 그 구실을 제대로 한다
복잡한 것은 원리가 없거나 그 원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항상 원리가 있다
그것을 찾는 것이 바로 학문이다
p18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차를 두고 동양은 '개념중심',서양은 '물질중심'이라고 언급하고 있는 저자는 "주역"을 '철학'이 아닌 '과학'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이 관점부터 새로웠는데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목표라는 말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과연 그런 이론이 존재할까.

5000년도 더 된 '주역'이라는 학문에 심취한 '닐스 보어','아인슈타인','라이프니츠','칼 융' 등은 과학자 혹은 정신분석학자였다. 컴퓨터를 탄생시킨 2진법 역시 주역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라니.....결코 만만하게 볼 학문이 아닌 것이다.

중국문화권과 역사적으로 가까웠던 우리에게나 익숙한 '주역'인 줄 알았는데 동서를 막론하고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아주 오랫동안 심취하고도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니...이 무슨 미스테리한 일인가 싶다. 너무 어려워서일까. 너무나 심오해서일까.

복희씨가 하늘에서 가져왔다는 '팔괘'는 선 혹은 줄로 나열되어 있다. 무슨 암호처럼 삼선이었다가 여섯 개로 나뉘어지기도 하고 가운데만 나뉘어진 선과 위 아래가 다 뚫린 선의 의미가 각각 달라 팔괘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매직아이인가?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암호처럼 보이기만 했던 팔괘의 층마다 담긴 의미를 살펴보면서 속속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어렵다 싶은 부분은 살짝 건너뛰기도 했고 재미있는 대목은 집중하면서 읽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통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흥미를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한 번 읽고 다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었으므로 주역이 세상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점만 알게 된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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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운을 벌어라 - 주역의 원리로 운을 경영하는 법 좋은 운을 부르는 천지인 天地人 시리즈
김승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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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철학과 가깝다고 생각했지 과학과 가깝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돈보다 운을 벌어라>를 읽으면서 왜 과학과 가깝다고 말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간은 죽음이 무서워 종교를 만들었고, 삶이 무서워 사회를 만들었다(P211)는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처럼 인생은 온통 정해지지 않은 것 투성이다. 그 속에서 스믈스믈 뻗어나오는 불안의 기운을 잠재울 한 방이 '실력'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운이 끊어진 벼랑끝에선 그 역시 위안이 되지 못했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 언제부터 멈추어 버렸는지. 그 답을 책 속에서 찾아내면서 앞으로 무엇을 시도해야하고 무엇을 멈추어야할지 계획이 생겼다.

'운을 아는 사람만이 흐름을 바꾸고 판을 뒤집는다'는 글귀가 눈에 박혀서 읽게 된 책은 '일확천금'이나 '한 방'이 아닌 논리로 무장한 책이었고 꼭 주역 64괘를 다 이해하지 못해도 그 속뜻을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쓰여졌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운의 원리'나 지금의 내게 필요한 대목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쉽게 쓰여졌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메모할 부분들이 참 많은 책이었다.

가령 뭔가 뜻을 세우고 계획을 실현하기에 앞서 꼭 하루 이틀 전엔 몸살을 앓거나 크게 아프곤 했는데,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가보다 내지는 '왜 꼭 큰 일을 앞두고 자기관리에 소홀해진 것일까?' 스스로를 탓하곤 했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를 '3효 자리'라고 명명하고 있다. 이유를 알았으니 앞으로는 '원래 그런거야'라며 가볍게 툭 털고 말 수 있을 듯 하다.

가장 좋았던 대목은 "강함은 불운을 물리치는 면역력"이라는 표현이었다. 불운을 물리치려면 강한 면력력이 있어야 한다(p103)는 말은 바로 포스트 잇에 써서 책상 앞에 붙여놓았을 만큼 의지가 되는 문장이었다. 건강 뿐만 아니라 운의 자리에서도 면역력은 필요한 거였는데, 그 면역력이 약해서 그간 마음이 나약해져 있었나보다.....

다시금 생각을 다잡으면서 앞으로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이 문장을 그 날의 출사표로 삼아야겠다 마음먹었다.

좋은 글은 건강한 식재료처럼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그래서 숨쉬듯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과 만나려고 노력중이다. 줄줄이 이어지던 좋은 인연들이 잠시 그 맥을 멈추었다면 책 속에서 바른 길을 찾아 걸음을 옮기면서 한 템포 쉬어가는 것 또한 약이되리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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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장의 재판 -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케이스릴러
박은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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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의 청계산장에서 마약과 섹스파티가 열린 10월.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벤츠....주차된 차만 봐도 어떤 사람들이 초대받았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파티에서 총성이 울린다. 애초에 누가누구인지 알 수 없는 가면파티에서 과연 경찰은 무사히 인질들을 구출해낼 수 있을까. 범인들이 인질들 속으로 숨어들어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인데........!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인 [청계산장의 재판]은 케이블 tv속 범죄드라마들처럼 장면장면이 머릿 속에 잘 그려진 소설이다. 범죄는 복수를 목적으로 철저하게 계획된 만큼 수면 위로 떠오른 과거의 사건이 산장의 인질극과 함께 경찰 앞에 던져졌다.

여고 2학년을 납치해서 집단 강간하고 살해한 5명은 아무런 형벌을 받지 않았다. 법망을 피해간 것이 아니라 권력층이었던 그들의 부모는 가짜 범인들을 돈으로 매수해서 자식들의 죄를 덮었다. 뿐만 아니라 딸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던 가장과 그 가족까지 몰살된 사건은 억울하게도 파묻혀 버렸다. 드라마 [리턴]의 악벤져스들이 떠올려졌고 복수를 위해 신분을 숨긴 채 자신의 삶을 포기한 가족들의 희생이 겹쳐졌다.

복수의 끝은 달콤하지 않았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 역시 철저하게 망가져 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영화화 된다면 숨막히게 빠른 속도로 몰아가는 한 편, 그 끝이 허망함이 아니라 애잔함이 남겨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최근에 읽은 오타 아이의 [범죄자]의 결말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지옥을 가지고 있다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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