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성당 1
일데폰소 팔꼬네스 지음, 정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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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의 일생이 있다면 남자의 일생도 있다. 남자의 일생이라고해서 부귀영화나 누리는 그런 영웅전이 아니라 전제군주의 말발굽 아래 짓밟히고 치욕당하는 능욕의 역사를 살아가는 남자의 일생도 있다. 아르나우의 일생이 그러했다. 

아르나우는 출생부터 남달랐다. 그 당시로보면 정상적일지도 모르지만 현재의 삶과 대조해보면 그는 불운을 타고났다. 스페인 까딸루냐의 농도 베르나뜨와 프란세스까의 결혼은 신성한 것이었으나 그의 영주가 초야권을 실행하면서 가족의 불운은 시작되었다. 영주의 야만성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프란세스까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일까봐 불안해하면서 죽이려고 했고, 베르나뜨의 아이임이 밝혀졌는데도 프란세스까를 성으로 데려와 능욕의 삶을 살게 만들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신들이나 하인들까지 프란세스까를 성의 노예로 일삼았다. 영주는 그것을 묵인하였다. 

결국 베르나뜨는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고 도망자의 삶을 택하게 되었다.  갓난 아들을 데리고 도망나와서 정착한 곳은 여동생이 풍요롭게 살고 있는 바로셀로나였다.  처남의 비겁한 성격탓으로 베르나뜨는 일꾼으로 살아야했지만 아들과 함께 시민권을 얻을 그날만을 기다리며 참고 살게 되었다. 그러나 여동생이 죽고,  악녀 마르가리다의 음모로 또다시 위험에 처하게 된 부자는 결국 아버지 베르나뜨의 죽음으로 전멸을 비켜가야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르나우가 성인이 되었다. 그는 이제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멋진 청년이 되었고 그의 삶을 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 다시 과거의 그림자가 비추기 시작했다. 

바다의 성당은 민중의 핏빛역사를 비춘다는 거대한 부제와는 다르게 아르나우와 그 집안의 삶에 더 집중하게 만들고 있다. 여자의 삶만큼이나 불행하고 비굴해야했던 남자의 삶. 중세의 로맨틱을 벗게 만드는 현실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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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 -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
미야기타니 마사미쓰 지음, 양억관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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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를 낳아준 분은 부모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이다."

관포지교. 이 유명한 이야기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관중"이라는 이름 한 자에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어렸을때엔 친구의 소중함을 모르나 삶을 살면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저자 미야기타니 마사미쓰는 잘 모르는 작가다. 중국 역사에 심취한 역사소설가라는 약력을 읽어보아도 도무지 아는 작가라고 여겨지진 않는다. 그러다가 저서 중에서 [하희]를 발견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읽었던 [하희]가 이 작가의 작품이었구나. 라면서.

중국은 그 드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동시대의 역사라 하더라도 워낙 많은 나라들이 세우고 사라지고 했던지라 그들간의 우호관계, 적대관계,회맹관계를 표기하며 읽어나가는 일은 참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책의 도입부에 제후국관계도를 그려놓은 것은 참 잘 한일인 듯 싶다. 독자의 이해를 돕는 가장 빠른 길이기에.


사실 소설의 시작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제나라 대부 포경숙의 셋째 아들 "아"가 유학을 떠나오는 것이었다. 그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포숙"이다. 포숙은 패일이라는 아버지의 가신과 함께 왔고 결국 관중의 도움으로 좋은 집에서 서식하며 글을 배울 수 있었다. 스승의 수제자에게 배우게 된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관중"이었다. 관중과 포숙의 인연은 이렇듯 사제지간으로 시작된다.  그의 천재성을 믿어주는 아버지의 유복한 아들로 자라난 포숙과 달리 관중은 영웅의 일대기를 거쳐야 했다. 

"원수가 죽고 없다는 게 원통하다"라고 울부짖지만 사실 관중의 가장 큰 적은 죽어버린 형이 아니라 살아있는 어머니였는지도 모른다. 영상호족의 차남으로 태어난 관중의 이름은 "이오"였다. 그는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공부했고 예비된 아름다운 정혼녀까지 있었지만 아버지의 죽음이후, 질투에 먼 형의 방탕한 생활로 재물도 정혼녀도 다 잃어버리게 된다. 게다가 형에게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던 어머니는 그에게 현실의 짐이 되어 그를 끝까지 괴롭힌다. 친어머니가 어떻게 아들을 이렇게까지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관중. 그는 직감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직감은 때때로 이성이나 지식을 넘나들며 인생의 지표를 세워 준다. 미실에게 통찰력이 무기가 되었다면 관중의 직감은 그가 인맥을 이루는데 가장 큰 재산이 된다. 

사람을 너무 좋게 본다. 그것을 뒤집으면 거기에 관중이 있다.  직관도 있고, 능력도 있고, 인품도 훌륭하였지만 관중의 운명은 바람앞의 등불 같은 것이었다.  반면에 포숙은 행운이 함께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포숙이 관중을 믿어주었다. 그것이 관중의 모든 불운을 덮고도 남을 행운이었다.  나를 알아주는 이와의 인연. 하늘이 이어준 가장 멋진 인연이 바로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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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여왕 - 레이디 제인 그레이 클럽 오딧세이 (Club Odyssey) 2
앨리슨 위어 지음, 권영주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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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제인 그레이는 불운한 여성이었다. 
그녀의 영광은 단 9일 뿐이었으며, 그나마 그것 또한 그녀가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가계도에는 불운의 그림자가 가득했는데, 유일하게 그녀만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된 순간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 사촌들과는 다르게...

1553년 11월 14일 . 런던탑. 
많은 이들이 억울하게 혹은 당연한 결과로 갇혔다가 이슬로 사라졌던 곳.  이 곳은 하데스의 또 다른 방처럼 사람들이 머물다가 불러가곤 했던 음습한 곳이었다. 역사상 가장 많은 배경이 된 곳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 탑에서 방금 재판이 끝나고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여인의 독백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특이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시점에서 "1인칭"화법으로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레이디 제인 그레이의 독백이 가장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그녀가 주인공이므로.

이제 고작 열 여섯인 그녀의 죄는 탐욕이 아니었다. 그저 왕가의 여인으로 태어난 죄. 욕심 가득했던 부모의 딸로 태어난 죄. 그것이 그녀의 진정한 죄몫이었다.  삶을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지만 그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했다. 원하든 원치 않든.

레이디 제인 그레이. 헨리7세의 후손으로 프랜시스 브랜든과 서퍽공작인 헨리 그레이의 장녀로 태어났으며 "피의 메리"로 불리는 메리1세, 엘리자베스1세, 에드워드 6세가 그녀의 사촌이었다. 또한 그녀는 평생 에드워드 6세의 왕비로 거론되었다가 더들리가로 시집가게 된다. 어느것조차 그녀의 마음대로 펼쳐진 것은 없었다. 그녀 자신의 인생인데도 불구하고. 

실화가 바탕이었기에 더 사실감 있게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일의 앤이나 드라마 튜더스를 통해 알고 있던 그 시대적 배경이 이 소설을 읽는내내 탄탄한 배경지식이 되어 주었다. 열 여섯의 이 비극적인 여성은 인생에 있어서의 타협을 배우기도 전에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인생을 살다가 끝나버렸다. 그것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단 한번밖에 살 수 없는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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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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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유형이라면 다음엔 무형의 아름다움을 찾아떠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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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사소한 아이의 소소한 행복
최강희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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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친구처럼 되어버린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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