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스페셜 에디션 2
김진 지음 / 이코믹스미디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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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파 그레고리의 [여왕의 연인]을 읽으면서 나라간 혼사란 국익을 위한 일이지 사랑이나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 쓸쓸함이 느껴졌었다. 소설 [바람의 나라]를 읽으면서도 그렇다. 연이 고구려로 시집온 까닭은 반 볼모 잡이였다는 부분에서 무한한 슬픔이 밀려들어왔다. 겨우 10살 남짓한 연약한 아이가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보내지다니. 그녀는 트집의 빌미가 되기 위해 뽑혀 온 아이였다. 부실한 아이를 골라 겉으론 화친하고 시집가서 죽으면 트집잡아버리겠다는 어른들의 얄팍한 계산. 게다가 무사히 살아서 왕자라도 생산하면 또 든든한 후방이 생기는 것이니 일석이조인 셈이고 어느모로 보나 손해날 일은 없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있는 혼사였다. 

이렇듯 어린 태자부부의 혼사에도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암투가 치열한 궁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숨조리며 눈치보며 살았을까. 이 시대의 왕족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말처럼 궁은 넓은데, 아무데도 갈 데는 없으니.

소설[ 바람의 나라]는 원하는 만큼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었다. 그 결말이 좀 더 길게 늘어지기를 바랬고, 좀 더 치열하기를 바랬으며 연을 잃고 나라를 얻은 무휼이 또다시 호동을 잃으면서 유리처럼 변해가는 모습까지 바라보기를 바랬다. 하지만 소설은 참 짧았다. 겨울 낮의 햇살처럼. 그래도 이 이야기를 소설로 봐두고 싶었던 것은 아마 욕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옛날 만화로 보던 그 재미나던 이야기에 대한 욕심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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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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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망설였다. 아름다운 흉기를 읽게 되기까지.
히가시노 게이고는 좋아하는 작가이고, 출판된 책들마다 한결같이 재미있어서 꼭 챙겨보았는데, 이 책은 이상하게도 읽기가 망설여졌다. 아름다운 흉기. 어떻게해서 아름다움이 흉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리고 겉표지만 보면 여자가 범인이거나 팜프파탈이거나 한 것 같은데, 왜 아름다운 여자가 흉기가 되는 것인지...책을 읽기도 전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갔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망설여지기는 마찬가지였다.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서야 이 책을 읽을 결심이 섰다. 누군가가 본다면 무슨 책 한권에 그런 고민들을 하냐고 말할 수도 있겠고 보기 싫은 책이라면 안보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책이란 그리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살면서 밥을 먹은 그릇수 보다 어쩌면 책을 읽은 권 수가 더 많을지도 모르는 삶을 살면서 한 권의 책이라도 즐겁게 읽었던 나인데, 어째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앞에두고 망설일 수가 있었을까. 

그래서였는지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읽기가 멈추어졌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 무언가가 자꾸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읽기를 마치고 나서는 깨닫는다.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 소재였다.  센도에 의해 인간병기로 만들어진 타란툴라. 그녀는 남편이자 스승인 센도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했다. 그리고 그 범인들을 찾아 응징을 시작했는데, 범인들은 올림픽 스타 네명이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팽팽하게 수평으로 당겨진 연결선 가운데서 우리는 그 누구도 선한 쪽이라고 섣불리 선택할 수 없다. 미야베미유키라면 어느 한 쪽을 향한 결말을 정해놓고 몰아가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작가의 판단이 아닌 독자에게 판단권을 넘기는 듯 했다. 

인기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결국 그의 작품을 다 읽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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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라마 - 여자가 꿈꾸는 사랑의 모든 것
가쿠타 미쓰요 지음, 안윤선 옮김 / 예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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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스물이라는 나이는 자유와 희망의 상징이다. 10대때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서 꿈꿔보는 나이가 바로 스무살이다. 스무살만 되면 어른이 되어 멋진 연애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무에게나 터치 받지 않고 자유스럽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을 가지게 하는 나이이다. 20대가 넘어서면 스물이라는 나이는 아주 어리면서도 풋풋한 추억을 가진 핑크빛 나이로 기억되어 있다. 스물이라는 나이는 이래저래 우리에게 좋은 기억을 주는 나이이다. 

그렇다면 서른은 어떨까.

서른.
서른은 무언가 완성된 나이이며 늙어가는 길목에 있는 이정표 같아 쓸쓸함을 안겨준다. 많은 책들이 그래서 서른이라는 나이를 언급하며 책 제목으로 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이 서른. 무엇을 할 수 있는 나이일까. 나이 서른. 무엇을 해야 적당한 나이일까. 

나이 마흔. 
누군가는 죽었고, 누군가는 무료하고 누군가는 새로 시작해야하는데 너무 늦은 것 같고 누군가는 더이상 꿈꾸기 어려운 나이라고 하고. 불혹이라는 어두운 이름처럼 마흔은 블랙빛 나이처럼 느껴진다. 아직 가보지도 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마흔은 참 싫을 것만 같은 나이다. 

다행스럽게 오늘은 마흔이 아닌 서른에 관한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서른에 관한 소설들. 누군가의 아내들에 관한 이야기나 골드미스들만 모아놓은 소설이 아닌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꿔도 좋을지 살짝 걱정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소설.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 가쿠다 미쓰요는 서른을 그렇게 정의내리고 있다. 

그녀는 툴툴대는 서른을 이야기하고 있다. 애인없이 지낸 14년 하고 3개월이라는 시간. 긴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이 이룬 것들과 비교하면서 "너무해"라고 투덜거릴 수 있는 나이. 서른.

그런 드라마틱한 사랑을 꿈꾸고 싶어하는 서른이 모인 소설. 하지만 생각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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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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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방해드립니다. 라는 책은 기억속에 이상한 책으로 남아있다. 
이상한 나라에서 출판한 것만 같던 그 이상한 소설. 
그 소설에도 도둑이 나온다. 도둑질 하러 들어갔다가 이상한 아이에게 사로잡혀 버려 꼼짝없이 아빠 행세를 해야만 했던 사나이에 관한 진실. 그 진실의 끝이 서프라이즈 같아서 좀 어이없긴 했지만 보는 내내 흥미로웠던 소설이긴 했다. 

좋아하는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스텝파더 스텝]은 그 소설과 일맥상통한다. 
이 곳에도 도둑이 나온다. 이 도둑은 은퇴한 변호사인 아버지가 물어다주는 부정적인 일들만 골라서 하는데, 훔쳐도 될만한 집을 골라 터는 일명 "의적놀이"를 하는 도둑이다. 하지만 남을 돕기 위해서라거나 부정적으로 부를 축적한 부자들을 골리기 위한 의적들이 아니라 그들은 자신을 위해 재물을 훔친다. 그래서 그들은 바르게 말하자면 의적은 아니다. 

그런 도둑이 아버지가 찍어준 홀로사는 여자의 집을 털기 위해 그 윗집에서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방범 시절이 뛰어나 그 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해 윗집에서 시도하는 순간, 하늘은 어이없게도 번개를 내려 그를 기절시킨다. 번개가 그의 머리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깨어나보니 그는 윗집 쌍둥이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대로 아빠행세를 한다. 여기까지 줄거리만 보면 책을 처방해드립니다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책을 처방해드립니다.가 하드고어적인 스릴러로 줄거리를 유통시키는 동안 [스텝파더 스텝]은 사회적인 문제로 줄거리를 몰고간다. 쌍둥이만 살고 있는 집엔 어른이 없다. 부모는 각자의 파트너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버렸고, 쌍둥이는 어른 없이도 살림을 잘 꾸려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쌍둥이와 가짜 아빠인 도둑은 여섯 가지 에피소드들을 거치면서 더욱더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쌍둥이의 부모 중 누군가가 돌아오겠지만 도둑은 생각한다. "내일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자"라고. 이 얼마나 긍정적인 생각인지. 무모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의 동거생활은 그간 미미여사가 보여주었던 치밀성을 약간 벗어나 보인다. 한결 밝은 작품이라고나 할까. 저자의 이름을 보지 않았다면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이질적인 작품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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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케인
로버트 E. 하워드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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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토리보다는 시각적 효과의 즐거움을 눈으로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었기에 개봉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원작을 먼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연출로 정리된 영화를 보고 나면 집중력 떨어지는 독서가 될 것이 뻔해보였기 때문이다. 

캐릭터나 사건이 훌륭하거나 원작과 다르게 연출되었거나 혹은 심리물인 경우엔 영화를 보고나서 책을 보는 것은 그리 독서를 방해받지 않게 되지만 시각적 효과가 뛰어난 영상물은 될수있으면 원작을 보고 영상을 보는 편이다. 그래야지만 원작에서 상상이 되지 않던 부분들도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하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솔로몬 케인은 이런 판단이 딱 알맞은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상상이 뚝뚝 끊기는 부분들이 있었다. 마치 집에서 비디오를 보다가 잠깐씩 버튼을 눌러 멈추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책도 그런 구간들이 있었다. 잘 상상이 되지 않는 악당들의 모습이나 그들과 마주치는 순간 케인의 마음의 경로를 따라잡는 일들이 힘들었다. 마음이 자꾸만 산만해지고 있었다. 

케인은 좀 독특한 캐릭터이긴 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몸의 변화를 겪는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재력과 무기를 보유한 배트맨도 아니었다. 케인이라는 캐릭터를 발견한 순간 함께 떠올려지던 히어로들은 반헬싱, 고스트라이더,신암행어사 였다. 왜 이 세 캐릭터가 동시에 떠올려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이들 모두는 밝은 이미지보다는 어둠과 가까이 있는 캐릭터들이었다. 아마 그래서 제일 먼저 동위선상에 떠올려졌나보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솔로몬 케인은 본디 선한 양심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영혼을 저주받았다고 말하는 그가 세상을 구하기 위한 전사로 되돌아왔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생각해보았다. 읽기를 마친 후 그는 과연 내게 어떤 영웅으로 남을 것인가 하고. 겨과적으로 가장 검은색에 가까우면서도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과묵한 영웅으로 남아버렸다. 나의 그에 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할 따름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이 책을 다시 한번 더 펼쳐들까 싶다.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던 만큼 다른 사람의 해석을 보고나면 또 다른 시각이 열릴지도 모르겠다. 

다만 서른 살에 스스로의 삶을 마감해버렸다는 작가 로버트 하워드에 대해 아쉬움과 조의를 표하면서 그의 작품을 책장에 잠시 맡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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