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간이 다하더라도 - 같은 시간 속 다른 속도로 살아온 우리의 이별 준비
김유민 지음, 김소라 그림 / 쌤앤파커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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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늘 슬프다. 어떤 이별이든, 누구와의 이별이든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눈물짓게 만들기 충분하다. 연둣빛 표지의 예쁜 그림이 그려진 책이지만 <너의 시간이 다하더라도>는 그래서 제목만으로도 뭉클해지는 책이다. '같은 시간 속 다른 속도로 살아온 우리의 이별 준비'라니......!여러 웹툰과 반려동물 서적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들을 접해왔지만 이 책은 특별했다. 초등학생 때 만나 열일곱 해를 함께 했다는 복실이와 복실이 누나. <서울신문>에 '김유민의 노견일기'로 연재되고 있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펼쳐보게 되었는데 그림도 글도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내게도 매년 나이를 더해가는 고양이 가족이 있어 그런가보다.

모든 것이
그래로인데,
너만 없다

 

 

공허한 문장이 가슴을 파고든다. 아픈 아이에 대한 추억도 아니고, 이별한 후 쓴 이야기도 아닌데 '이별'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철렁해버리다니......! 아무리 준비한들 이별 앞에 담담할 수 있을까. 푸들 복실이는 저자의 아버지가 지인의 집에서 데려온 가정분양견이었다. 낳은 아이 중 가장 튼튼하고 잘 먹어서 보내왔다는 복실이는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고 열일곱 해를 살았다. 강아지는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던 아버지의 품에 안겨 온 날부터......

 

 

 

 

'친구들의 편지' 페이지에서도 많은 추억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14년을 함께하는 동안 먼저 늙어버린 킨키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긴 어제도,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되어 버린 초롱이를 처음 만난 날도, 이제는 휠체어를 탄 채 똥오줌을 짜내줘야하는 복길이와 함께하는 오늘도, 각각의 가족들에게 다시오지 않을 '지금'인 것이다. 노견과 함께하는 삶이 슬픔으로만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불안과 걱정의 요인도 존재하지만 그보다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알 수 없었을 행복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함'이 가득차 있어 그 마음에 100% 공감을 표하고 싶어졌다. 나도 그래요~ 라고 한 줄 보태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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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이서현 지음 / J.M미디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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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를 닮은 녀석을 책 속에서 발견하는 날이면 심장이 두근두근.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꼬마 뱅갈 고양이 '퓨'의 이야기를 읽은 날에도 그랬다. 나랑곰과 닮은 얼굴의 퓨는 친정집에 두고 온 강아지를 그리워하던 아내에게 남편이 권해서 데리고 오게된 고야이였다. "고양이 보고 배우라고"라는 남편의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리틀퓨마'를 줄여 '퓨'라고 부르기 시작한 반려묘는 귀가 쫑긋, 발은 오동통한 녀석으로 서랍 속에서도 툭 튀어나왔고 창문 틀 너머에서도 까꽁하며 나타났다. 큼직큼직한 사진들 속 퓨의 일상은 깨발랄 자체였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꺄르르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귀염둥이 외동묘 퓨.

지금은 다묘가정이지만 처음 꽁꽁이 한 마리를 반려했을 때의 시간을 살짝 떠올려보기도 했고 외동묘로 자랐던 내 고양이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보며 초보집사였던 시간을 되새겨보기도 했다. <묘하게>를 보면서.

 

 

두 눈이 땡그란 퓨는 화장실 갈때마다 집사 엄마를 데려가기도 했고 메롱하는 사진이 찍혀도 즐겁게 혀를 내밀곤 했으며 좋은 것, 싫은 것에 대한 감정 표현이 분명해서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고양이로 태어날 걸 그랬어'라는 부러움은 비단 저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집사로 살아보니 고양이가 부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세상 모든 집사가 반려묘와 닮아가듯 퓨와 퓨의 집사는 조금씩 닮아갔다. 눈이 오는 날, 병원 가는 날, 맥주를 마시던 날...추억이 방울방울 쌓여가면서 '더 오래오래' 함께 하길 꿈꾸고 있다.

퓨와 함께한 5년이 고스란히 담긴 <묘하게>를 보면서 문득 내 고양이들의 오늘도 예쁘게 담아 놓아야겠다 싶어진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담아두고 싶다. 소장가치가 충분한 날들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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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 - 소설은 어떻게 쓰여지는가
정유정.지승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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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의 첫 장을 넘겼을 때가 떠오른다. 첫문장부터 독자를 사로잡아라! 는 작법서의 충고가 바로 떠올려질 문장.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첫 문장을 발견한 정유정 작가의 책은 어떻게 쓰여진 것일까. 이후 작가의 다음 작품들을 꾸준히 찾아 읽고 있지만 <7년의 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첫인상은 보통 3초 만에 결정된다는데 <7년의 잠>의 경우엔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것.



그 멋진 제목도 작가가 정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읽으면서 확인했다. 작가가 정한 애초의 제목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이 붙여진 이야기를 쓰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개요를 쓴 후, 머리에 김이 날 정도로 자료를 수집했다는 작가는 인터넷 지식보다는 발로 뛰는 성실하고 믿음직한 방법을 선택했으며 해당 분야의 책을 쌓아가며 탐독했다고 한다.



아주 공들여 쓴 그 소설을 나는 너무나 편하게 읽었으니 작가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문득 읽다보면 작가가 어디서 영감을 받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야기를 완성해냈을까? 궁금해지는 책들이 있다. 너무나 전문적인 영역이라 그 취재력이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상상력과 영감의 원천이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은 각각 어떻게 쓰여졌는지 그 과정을 이처럼 속시원히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소설이 완성되어가는 과정부터 작가의 생각을 가감없이 확인할 수 있었던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는 바람이 선선한 가을, 커피 한 잔을 곁에 두고 찬찬히 읽기 참 좋다. 관심을 둔 분야여서 더 꼼꼼히 읽기도 했지만 읽다가 잠시 접어 두어도 다시 펼쳐서 읽었을 때 무리 없이 이어 읽기 좋은 책. 인문학 서적처럼 즐겁게 읽은 책 한 권이 전하는 여운의 꼬리가 참 길다.

 

 '작가의 영업 기밀'을 솔직하게 알려준 정유정 작가의 다음 소설의 소재는 또 무엇일까. 첫문장이 충격적이지 않더라도 끝까지 읽은 후 진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싶다. 인터뷰를 통해 본 작가의 진심이 모든 독자에게 전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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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고양이의 계절 - 꿈꾸듯 감사하고 소중한 하루하루
강시안.강인규 지음 / 북스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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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신전>의 저자가 아들과 함께 출간한 책 <우리가 사랑하는 고양이의 계절>. 사랑스러운 반려묘들의 일상 사진이 가득하고 생후 6개월부터 고양이밥을 주기 시작했다는 모태 집사의 그림일기와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따뜻한 내용의 책. '랑이','치비','마레','이비','비숍','다니엘' 등등... 먼저 그림을 통해 만난 고양이들은 그 특징이 너무나 잘 나타나 있어서 사진을 보고서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고, 우리집이 고양이 박물관이어서 좋다는 고백에 웃음이 터져 버렸다. 태어날 때부터 고양이들이 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 되는 환경이라니....대한민국 모든 가정이 이럴 수 있다면 생명과의 공존은 따로 교육할 필요조차 없겠구나! 싶어져서 부러움이 물씬 들기도 했다.



"고양이들이 너무 만아서 다음에 또 소개해 줄게요"라는 페이지에서는 "우리집에 고양이가 많아요~"라고 쌤에게 자랑했다는 이웃의 아이가 떠올려지기도 했고 나비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가 내 고양이와 닮아서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봄부터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봄'이 올때까지 모든 계절에 고양이가 속해 있는 가족.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이기에 더 다정할 수 밖에 없는 페이지들 속 이야기는 집사라면 흐뭇하게 읽게 될만큼 근접스토리들이여서 지인집사들에게 이 책을 조용히 추천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 그 이전과 이후의 행복감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알게 된 지금. 책으로라도 먼저 접하고 그 행복을 경험으로 모두 함께 할 수 있기를........!!!

 

 

꼭 고양이가 아니어도 돼요!! 라는 고백. 아기 고양이가 집사를 구하는 그 페이지는 그 어떤 입양글보다 마음을 흔들어놓는 표현이라 조용히 눈에 담게 되었다. 입양글 쓰기가 힘들다는 이웃에게 슬쩍 드밀어봐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쓰면 좋지 않을까요? 하고. 마음이 뭉클해진다면 좋은 글이 써지지 않을까. 아주 쉽게. 스륵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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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 어딘가로 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나영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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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일곱에 스타 피디가 된 그의 꿈은 피디가 아니었다. 적성도 피디와 가깝지 않았다. 만화책과 비디오를 좋아했고 '농업'이 학창시절 적성검사의 결과였다는 나영석 pd는 공무원이 장땡이라는 아버지의 의견에 따라 행정학과에 입학했지만 연극에 입문했고 코미디 작가가 되기를 열망했다. 하지만 삶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다. 승승가도를 달려왔을 것만 같았던 그의 젊은 지난 날 속엔 의외로 좌절의 세월도 있었고 방황의 시간도 엿보였다.



그래서 더 인간미가 느껴진 그의 이야기는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라고 이름붙여진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영석 키즈로 자라진 않았지만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알게 모르게 꽤 많이 보면서 생활해온듯 하다. <출발드림팀>,<1박2일>,<윤식당>,<꽃보다 할배>,<삼시세끼>,<알쓸신잡>....요즘도 새 프로그램에 나영석이라는 이름이 슬그머니 붙여져 있으면 일단 관심있게 보게 된다. 예전엔 강호동과의 케미가 좋았다면 최근까진 이서진과의 케미가 좋게 느껴졌다는 것만 달라졌을 뿐.

우리가 언제부터 성공, 실패 따져가며 일했어. 재미있을 거 같고 꽂히면 하는 거지 p339

 

 

 

김태호 pd가 남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면 나영석 pd의 재산은 끈끈하게 이어진 인맥과 즐기는 그 마음이 아닐까. 이우정 작가와의 대화 속에서 아차 싶었다는 나pd가 한템포 쉬면서 아이슬란드로 떠난 이야기 그리고 지난날에 대한 반추가 고스란히 담긴 책 한 권은 많은 일들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쉼표 같은 한줌 여유를 줄 법한 책이다. 함께 쉬어가자며 손내미는듯한 위로가 담긴 책을 읽으면서 한참 지쳐 있을 때 읽었더라면 더 도움이 되었겠다 싶어진다. 그의 말처럼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그것이 인생이건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이건 간에. 조급함을 버리고 즐기는 마음을 갖는다면 충분히 의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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