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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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필요 없고. 이날을 위해 살아왔으니까
p362

 

 

 

<궁극의 아이>,<불로의 인형>을 쓴 작용민 작가의 다음책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의 작품은 매번 놀라웠고 단 한번도 실망시킨적이 없으며 재미가 떨어진 순간이 한순간도 없었다. 마치 필요한 장면만을 모아 만든 군더더기없는 대본처럼 완벽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은 전작들을 잊게 만들만큼 놀라웠다. 무엇보다 '히틀러'에 집중되어 있으면서 마지막까지 잘 맞추어진 조각으로 반전의 묘미를 던져주는 방식이 짜릿했다.



친구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고 나오면서 "잡히지 않은 저 살인범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멀쩡한 겉모습으로 누군가의 이웃이 되어 살아가고 있겠지? 혹시 우리 주변의 누군가는 아닐까?"라는 무서운 상상을 하며. 연쇄살인마들도 그러하지만 만약 이토히로부미나 히틀러가 죽지않고 불로의 생을 살고 있고 그 사실을 혼자 알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범 경찰인 바우만은 부유한 집안의 소년을 총으로 쏴 죽였다. 열 일곱살 밖에 안된 애덤 스펜서를. 그리고 사형이 언도되기 삼일 전, 퓰리처상을 수상한 적 있는 유명한 언론인 크리스틴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무언가를 털어놓기 위해서. 애덤을 죽여야만했던 바우만은 스무살이 되던 해인 1947년, 운명처럼 커티스 소령을 만났고 아디헌터(Ady Hunter)로 뽑혔다. 모든 것이 일급 비밀에 부쳐진 그들이 쫓는 대상은 '아돌프 히틀러'였다. 부모님과 여동생을 가스실에서 잃은 바우만에게 히틀러를 제거하는 일은 인류를 위한 일인 동시에 가족의 복수를 완성할 수 있는 임무였기에 그는 매순간 진실하게 임했고 사형을 언도받은 마지막순간까지도 후회하지 않았다. 아디헌터가 된 그날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음의 천사' 요제프 멩겔레가 한 일은 유대인 학살만이 아니었다. 그는 연합군을 피해 도망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뇌수술을 실시했으며 결국 성공했다. 그리고 그에 의해 히틀러는 살아남았다. 육신을 버리고 뇌를 타인에게 이식한 채 완벽한 타인으로 신분세탁하는데 성공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 더 많이 가지고 싶고, 더 오래 살고자하는 욕구. 모두의 욕망이 하나로 얽혀 기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잠시 머물다가는 간이역이 아니다. 그렇게 사용되어져서도 안된다. 그래서 히틀러의 영생은 멈추어져야만 했다. 그의 사상과 계획도 몽땅 죽음으로 묻혀야만 했다. 하지만 히틀러는 멋지게 탈출에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영리했던 히틀러의 동선. <귀신나방>은 어쩌면 히틀러가 살아 있을지도 몰라. 라는 '서프라이즈'에 나올법한 이야기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음모'까지 더해져 흥미롭게 읽혔다. 한국 작가가 아니라 외국작가의 번역본이라도해도 믿을 만큼 세련됨을 뿜어내면서. 바우만의 희생은 무엇을 남겼나. 너무 허무해지는 결말이었다. <살인의 추억>에서처럼 누가 꼭 그를 잡아주었으면.....하는 간절한 바램을 뒤로하고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이 책을 몇 년 뒤 다시 꼭 펼쳐보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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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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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게 진실이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p57

 

 

 

 

코마상태지만 엠버의 의식은 멀쩡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모를 뿐. 청취율 1위 프로그램인 <커피 모닝>의 까다로운 메인진행자 매들린 프로스트의 비위를 맞춰가며 보조진행자로 잘 자리잡았다고 생각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pd를 통해 하차소식을 전해들었다. 사고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또 한가지, 베스트셀러 작가인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발각.  책을 시작하며, "내 이름은 앰버 레이놀즈이며 나에 대해 알아야 할 세가지가 있다"는 전제를 둔 소설은 코마상태에서 과거를 되짚어가는 엠버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어린 소녀의 일기는 불행한 가정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고, 열살 소녀는 또래 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내면을 숨긴 채 성장하고 있었다. 부부싸움이 그칠 날 없는 자신의 집보다 비록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지만 따뜻한 가정에서 지내고 있는 짝꿍 테일러의 집이 더 좋다는 소녀의 고백. 그리고 동생을 임신한 엄마를 계단에서 밀어서 유산시킨 일. 테일러의 팔찌를 훔친 일. 아빠의 새직장으로 인해 멀리 이사가야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점....등등 그 누구에게도 솔직하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을 일기장은 시시콜콜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다.



클레어는 엄마가 낳은 여동생이 아니었다. 부모를 잃은 그 애를 부모님이 데려왔고 함께 자라며 앰버는 클레어로 인해 부모님과 멀어졌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실 때까지 인연을 끊고 살았고 그 재산도 모두 클레어가 물려받았다. 그리고 대학시절,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던 남학생을 정리한 것도 클레어지만 그 모든 행동을 앰버의 이름으로 진행했기에 코마상태에서 남자의 복수대상이 되고 말았다.겉으론 평범해보였지만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놓여 있었던 앰버. 그토록 원했던 아이를 임신했지만 사고로 잃어야했다.회복된 기억 속에서 운전대를 붙잡고 있던 건 클레어였다. 홀로 안전벨트를 맨 채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은 클레어. 진실이 어떤 것이든 차 밖으로 튀어나간 앰버는 유산을 했고 코마 상태가 되어 과거의 스토커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병실에 누워 있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되돌아온 팔찌보다 더 경악스러웠던 반전은 "테일러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는 대목이 아니었을까.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보다 앨리스 피니의 <<원래 내 것이었던>>을 먼저 읽었다면 어땠을까. 두 소설다 반전이 대단한 소설이며, 거짓과 진실을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면서 독자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소설들이었기에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다시 첫 장을 펼쳐 들고 말았다. 다시 찬찬히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들 것만 같아서. 무엇이 진실인지, 배신한 사람이 누구인지, 복수는 정당한 것이었는지....다 읽고나서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이고 누가 거짓말쟁이였던 것일까. 탁월한 이야기속 반전이 거짓말의 수위를 높여놓았다. 그래서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소설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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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리트리버 코난, 미국에 다녀왔어요 - 미국의 개 친구들을 찾아 떠난 모험 이야기
김새별 지음 / 이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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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충분히 훌륭해
p103

 

 

 

코난까지 포함해서 총 5섯 식구는 보스턴에서 1년 동안 생활하게 되었다. 코난과 가족이 된 지 1년 반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큰 개와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기로 결정한 것도 큰 일인데 코난네 가족은 열한 달 동안 동부지역을 여행했고 귀국 3주전엔 중서부 지역을 여행했다고 한다. 코난까지 포함해서. 이정도면 이 가족의 강아지 사랑은 안봐도 비디오고, 그 스케일도 미루어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상상만으로는 만리도, 이만리도 갔다왔겠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안다. 머릿 속 생각을 계획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절차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미국 17개 주를 여행하며 트래블 도그가 된 코난이 만난 개 그리고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방송국 PD인 엄마와 의사 아빠 그리고 코난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형이랑 누나의 막내인 코난의 외국 생활은 시작부터 난조였다. 당시 이동장 무게까지 합쳐서 35킬로그램까지만 위탁수하물로 항공사에서 접수할 수 있었고 37킬로그램인 코난은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지만 결국 화물 운송대행업체를 통해야만 했다. 화물칸인데도 무려 편도 155만원.



하지만 고맙게도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코난과 같은 비행기를 예약할 수 없어서 대신 뉴욕까지 같은 비행기를 타고가서 렌트카로 보스턴까지 이동하는 길을 택했다. 순전히 코난 때문에. 또 다른 선택은 '도그 프렌들리 아파트'. 세상 모든 개들이 코난처럼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싶어진 순간이었다. 눈만 뜨면 올려져 있는 유기견 소식, 학대뉴스는 사라지고 이름 그대로 반려가족으로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개들이 점점 많아지면 좋겠는데.....


대형견을 키우기에 미국은 너무 좋은 나라였다. 도그 비치가 있고 친절한 데이케어 서비스가 존재하고,'목줄을 풀 것'이라는 규칙만 있는 도그 마운틴....부러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은 미국이었다. 동물병원의 진료비가 만만치 않았던 것. 하지만 그 또한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약값만 받는 공짜 동물 병원이 있었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예약을 받지 않는 머윈 메모리얼 애니멀 클리닉은 선착순이라고 한다. 우리는 언제 이런 동물복지혜택을 받아볼 수 있을까. 97마리 골든 리트리버 정모 사진은 너무 멋있었고, 세상 떠난 개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붙여 놓을 수 있는 개들을 위한 교회는 상상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개와 함께 한 미국의 삶은 부러운 점이 많았지만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코난네가 만난 개들이었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체스터,할머니를 구한 릴리, SNS 스타 골드리버 제시와 버즈, 함께 바다에서 파도타기를 했던 애플/토르/조이...포함 15마리 개들....물론 고난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거짓 리뷰에 속아 곰팡이 가득한 모텔을 호텔보다 비싼 값에 묵어야했고 바다소금물로 인해 폭풍설사를 겪기도 했다. 개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미국 생활은 한 결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편한 것이 곧 행복함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코난네 가족을 통해 다시금 살펴볼 수 있었다. 거창한 행복보다는 소소한 행복에 가치를 두고 인정받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고 했다. 개와 함께 한 여행이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다녀온 여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생 자체가 여행이라는 대전제하에 그들은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을 지금도 여전히 즐기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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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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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잊지 못할 추억은 없다고,
사람이 이기지 못할 슬픔은 없다고,
아물지 않을 상처 따위는 없다고
p202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에는 애절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너무 빨리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종이에 쏟아부어 작성된 편지글에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 잘 몰랐을 일본의 병사로 하여금 뭉치째 가져가게 만들었으며 왕조가 망하고 대통령제가 세워진지 한참지난 현대의 어느날, 일본과 한국 양국을 오가며 그 사연을 펼치게 만들기도 했다. 전쟁전후,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다. 남편을 잃은 부인이 어디 원이엄마 뿐이었을까. 그 중 분명 그녀처럼 망중의 한을 글로 기록해둔 여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소화>>의 애절함은 안타까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스토리였다.


 

1998년 4월 택지개발 현장인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비석 없는 무덤 하나. 그 안에서 4백여 년 전 조선시대에 죽은 사람의 미라와 가족들이 써 넣은 편지가 발견되었다. 조선 명종 때 사람인 이응태의 무덤으로 밝혀졌는데, 형이 쓴 글과 아내가 쓴 편지들이 발굴되었으나 아내의 글만 상태가 양호했다. "원이 아버지께"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아내의 편지의 판독을 맡았다는 '나'는 너무 쉽게 그 내용을 현대어로 옮겨냈고 이후 잊어버렸다. 하지만 기타노 교수를 통해 일본에도 동일한 편지가 있다는 말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거속으로.....

 


고성 만석꾼 이요신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이응태는 검술도 뛰어났고 글재주도 남달랐다. 성품까지 착해 부모의 자랑일법 했지만 그의 아비는 착찹한 마음이 들고 말았다. 딱히 종교가 없던 그에게 그저 친한 벗이기만 했던 하운 스님은 둘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 사주를 보하는 이름이 필요하다며 '응태'라고 지어주었다. 그리고 "장차 소화꽃을 들고 집으로 오면 내쳐야한다"고 일러준다. 기품이 넘치는 아름다운 꽃이라 양반가 담벼락엔 응당 피어 있는 꽃을 두고 아들의 요절을 입에 담다니.....사람들의 칭찬이 멀리퍼져갈수록 이요신의 고뇌도 깊어졌다. 세월이 흘러 하운스님은 입적을 했고 응태는 혼인을 할 나이가 되었다. 생전에 스님이 이른대로 박복한 여인을 수소문해서 연을 이었으나 운명을 비켜설 수 없었는지 소화꽃을 찾아 하늘에서 내려온 팔목수라에게 생명을 잃게 된다. 시아버지의 말을 듣고 소화꽃을 다 뽑아버렸더라면 그 운명에서 비켜설 수 있었을 것을.....남편 그리고 자식의 목숨과 바꿀만큼 매력적인 꽃이었을까. 능소화가. 물론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달콤했던 순간은 짧았고 긴긴 그리움이 그녀로 하여금 마음을 적게 만들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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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시크릿 파일 - 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들의 인성과 사생활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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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 역사적 인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영화나 드라마 혹은 책들은 언제나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 그 대상이 왕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역대의 성군이라 알고 자란 '세종대왕'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욕잘하고 감정적인 인물로 그려졌고 영화속 '영조'는 늦둥이 아들에 대한 애정을 맘 속에만 품은 채 결국 정치적으로 아들을 희생시켰다. 광군이 아닌 매력적인 왕 연산군과 폭주한 왕이 아닌 외교천재 광해군을 만나보는 일도 흥미롭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왕시크릿파일>>은 인물을 다각화해서 바라보기 위한 또 하나의 시선을 던져준다.

 

1대 태조부터 22대 정조까지 총 16명의 왕을 주인공으로 잡은 <<조선왕시크릿파일>>은 조선사를 통틀어 이미 알고 있던 일화와 '쬐끔 대인배","밤에는 호색한','두 얼굴의 통치자' 등등의 직언타를 함께 싣고 있어 사이다 같은 면모가 더해졌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누구에게나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p11). 그들이 숨기고 싶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인지는 모르지만 교과서에서 달달 외웠던 일차적인 인물상에 비해 훨씬 입체적으로 인물을 이해할 수 있기에 이해도면에서는 이런 책들이 훨씬 재미나게 읽힌다.



16명의 왕 중 갑자기 현대 사회로 뚝 떨어져도 잘 살 것만 같은 1위 왕은 '태종'이다. 정몽주를 숙청했고 형제들의 난에서 기세를 잡았으며, 함흥차사라는 표현의 유래에도 등장하는 태종은 정치적인 동시에 과감했고 행동력도 전혀 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손해 하나 보지 않고 제 이익만 챙기면서 부자로 거듭날 수 있는 인물. 물론 눈치 빠른 선조나 깐깐한 세종도 전문직으로 거듭났을테고 연산군은 연쇄살인마의 피를 누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왕들의 이야기는 현대에 가져와 재해석해도 그 어떤 막장드라마보다 쎄다. 갈등도 첨예하고 음해, 협잡, 질투는 기본이요, 팜므파탈부터 마마보이까지 캐릭터들도 풍부하다. 기록된 업적만 두고 위대한 왕으로 치부했던 왕들의 민낯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지금까지 알던 조선왕은 싹 잊고 새로 탑재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재미난 상상력을 뻗쳐보아도 하루 해가 짧다. 하지만 매우 인간적이었다. 감정적 파고도 높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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