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1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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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밝히는 것은 감히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닌,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p28

 

 

 

번역이 잘 된 소설은 가독성이 좋아 술술 읽힌다. 낯선 이름, 낯선 지명, 낯선 역사를 배경으로 해도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순풍에 돛단듯 빠르게 읽힐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야기 속엔 재미의 요소들이 가득 버무려져 있다. 살인사건, 음모, 배신, 남장여자, 중국왕부, 과거의 인연, 츤데레 남주와 똑똑한 여주, 시체 옆에서 닭다리를 뜯을 수 있는 독특한 서브 캐릭터까지....게다가 아귀가 딱딱 맞는 추리까지....새로운 명탐정 캐릭터인 '황재하'는 현재 신분을 숨기고 기왕 이서백의 왕부에서 환관노릇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소녀가 미색이 출중한 환관이 되어 동분서주 사건 해결에 매진하고 있을 때 이서백은 좀 더 높은 곳에서 장기판에 말을 바라보듯 재하를 바라보고 있다.

 

 

이 또한 매력적이어서 두 캐릭터를 맡게 될 중국배우가 궁금해진다. 최근 '중국 드라마 보보경심'을 다시보기로 돌려봤는데, 그래서일까. 배경이 중국인 <<잠중록>>의 장면장면이 바로바로 머릿 속으로 그려졌다. 총 4권의 시리즈 중에서 겨우 한 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양은 꽤 방대해서 다 읽기까지 시간은 꽤 소요되었지만 재미의 맥은 끊기질 않았다. 잠시 덮어두었다가도 곧 그 다음이 궁금해서 다시 펼쳐봐야했으며 사건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와중에 앞쪽 연결씬을 찾아 다시 되돌려 읽기도 했다. 분명 글로 써진 소설인데 왜 드라마나 영화처럼 장면이 펼쳐졌는지는 읽어봐야 알 수 있다. 너무 재미있어서 친구에게 카톡으로 추천했는데 딱 3줄만 듣고서도 "이야, 너무 재미있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인 소설.<<잠중록>>

 

 

읽기가 끝나기 무섭게 2권을 주문해놓아 저녁부터는 2권에 몰입할 예정인데, 좀 슬픈 마음이 드는 건 아직 3권과 4권이 출간 예정이라는 사실. 연달아 읽지 못함에 슬퍼 2권은 1권보다 더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을까 생각중이다.

 

 

족을 독살한 천재소녀 황재하 & 당나라 황제의 넷째 동생 기왕 이서백

 

촉 지방 형부 시랑의 딸 재하는 어릴때부터 영특하고 시체보기도 겁내지 않아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많은 사건을 해결했는데 마치 명탐정 코난의 중국 역사 버전처럼 똘망똘망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천재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할머니부터 아버지, 어머니, 오빠까지....가족 모두를 독살했다는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이며 곳곳에 수배전단이 붙여진 상태. 자신의 누명을 벗고자 기왕 이서백의 환관 '양숭고'가 되었으나 자신의 사건에 앞서 '사방안'이라 불리는 사건을 맡아 해결해내야만 하는 시험에 들고 말았다.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기왕의 신임을 얻어야했기에......

 

 

전혀 연결점이 없던 야경꾼 노인 - 중년의 대장장이 - 선당의 고아에 이어 다음 타깃이 보녕방의 임산부임을 직감한 재하는 이 모든 단서가 인생의 네가지 고통인 생로병사에서 기인한 것임을 눈치챘고 곧 범인을 잡아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해결은 소설의 초반부로, 앞으로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신호탄이 된다. 곧바로 기왕과 혼례를 올릴 예정이던 왕약을 둘러싼 비밀과 실종된 사람들을 조사해나가면서 스케일은 점차 확대되어 황후의 과거까지 까발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두 사람. 숨겨진 재하의 신분을 아는 사람은 그녀를 환관으로 둔갑시킨 기왕과 목숨을 담보로 직접 자신이 누구인지 고백했던 황후다. 각자의 쓸모를 계산하고 그녀를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재하를 어떻게 다룰지는 2권에서 엿볼 수 있기에 궁금하기 짝이 없는 상태에서 이야기를 잠시 놓았다.

또 다른 사건이 맡겨지겠지만 정작 궁금한 건 이토록 빨리 사건의 진의를 파악해내는 재하를 살인범으로 만든 치밀한 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다른 사건들보다 그녀의 사연이 가장 궁금하다. 아마 마지막 4권에서 다루어질테지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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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처럼 -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 A to Z
나카무라 구니오 지음, 이해란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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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일 A to z'라고 표지에 쓰여진 책은 고양이의 뒤통수 때문에 구매한 책. 내 고양이의 뒤통수와 너무 닮아서 차마 지나치지 못한 책은 고양이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고양이에게 배우는 인생살이법이 담겨 있다고나 할까.

 

 

Age 나이 무엇을 하든 나이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Group 무리 무리를 지어 외로움을 눈가림하지 않는다

Keep 계속하다 납득이 갈 때까지 그만두지 않는다

Zero 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도쿄 출생의 영상 디렉터이자 북카페 <로쿠지겐>의 주인인 나카무라 구니오가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많은 시간 고양이를 관찰해 온 것만은 틀림이 없다. 자유로우면서도 규칙이 있고, 친근하게 굴면서도 경계하는 고양이의 마음을 이토록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고양이는 "냥바냥"이라고 표현될만큼 제각각이지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몇몇 가지는 내 고양이들에게도 있는 습성이라 웃으면서 그 때를 떠올려 보기도 했고, 때론 바뀌고 싶은 내 삶의 방식이기도 해서 메모해야 할 페이지엔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읽고 또 읽었다.

간결하고 짧은 문장들이 쉽게 눈을 파고들고 헤드라인 문구가 알파벳순서대로 컬러별 적혀 있어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분명하게 드러나있다. 쉬운 문제를 풀듯 술술 넘어가는 덕분에 금방 읽힌다. 책의 두께도 얇다. 하지만 메모하지 않으면 금새 잊어버려 반복적으로 읽기에도 적합하다. 그래서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4월 내내 읽고 또 읽었다.

일본사람들은 이런 류의 처세서를 참 잘 만든다. 일목요연하게 목차를 붙여서 정리하는 일을 참 잘한다. 부러운 부분이다. 다만 깊이의 문제는 개인차가 있어 일부는 목차가 제일 좋은 내용으로 남기도 한다. 가볍게 읽기 좋지만 묵직한 화두를 던져주진 못해서 필요할 때 쏙쏙 꺼내 읽게 되는 책들이다. <고양이처럼>도 그랬다. 군데군데 예쁜 고양이 사진들이 있어 보는 재미가 있고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두면 마인드가 뚝 떨어지는 날, 당 충전하듯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키워드로 활용하기 좋다. 딱 그만큼이지만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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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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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제 31회 동경 국제 영화제 특별 초대작의 원작소설인 <<인어가 잠든 집>>은 핑크빛 표지의 예쁜 책으로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찾아왔다. 워낙 전방위적으로 잘 쓰는 작가라 제목만으로는 그 내용이나 장르까지 미루어짐작할 수 없었기에 더 궁금했다. 이번에 그가 들려줄 이야기들이......부와 명예를 둘 다 거머쥔 가장의 불륜, 그리고 시한을 둔 합의이혼. IT회사 대표인 가즈마사는 그렇게 가족과 거리를 둔 채 회사일에 몰두하고 있는 남자다.

 

하지만 장모님과 함께 외출했다가 뇌사상태에 빠진 딸을 두고 부부는 차마 이혼을 감행할 수 없었고 장기 기증 권유도 뿌리친 채 막대한 돈을 들여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다. 회사의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의식 없는 딸의 신체를 건강하게 돌보기 시작한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장모님까지....눈만 뜨지 않을 뿐 모두 미즈호를 살아있는 아이로 대하며 살았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눈을 뜨지 않으면 죽은 거래 - 이쿠토

미즈호 누나는 살아 있어. 잠자고 있지만 먹기도 하고 변도 보고 키도 자라잖아 - 가오루코

프랑켄슈타인조차 못 되는 거지. 의식이 없는 사람의 몸을 이용해서 자기만족을 얻으려는 것뿐이야 - 호시노의 선배

 

 

뇌의 활동이 정지했고 눈을 뜰 수 없는 상태. 혼자 배변처리가 안되지만 키도 크고 약간의 움찔거림이 있는 상태를 두고 '살아있다','죽었다'를 논하게 된다면 대체 어떤 쪽 의견을 따라야할까. 치밀한 반전이 있는 범죄소설을 기대했다가 작가가 던져준 화두에 머릿 속에 복잡해진다. 꽤나 무거운 소재이고 어느 한 가정에 닥친 불행으로만 치부하기엔 사회적인 확장력도 포함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해외 원정 이식 규제가 강화된 이유와 2009년 장기 이식법 개정에 이르기까지 깊이 생각해봐야할 문제들이 드러나 있는 소설이다.

 

특히 신고 후 출동한 경찰들 앞에서 "이미 죽은 사람의 가슴을 칼로 찔러도"(P436) 살인죄가 성립되는지 묻는 엄마_가오루코의 물음은 우리 모두에게 묻고자 한 작가의 목소리가 아닐까. 결국 시간이 흘렀을 뿐 미즈호의 장기는 이식된다. 자신을 '인어'로 착각했던 한 소년에게 건강한 심장을 건네 준 미즈호가 잉여받은 3년이라는 세월은 가족들에게 '버틴 시간'이 아니라 '함께 한 시간'이었기에 추억의 한 순간으로 남았을 것이다.

 

일반적이진 않지만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은 <<인어가 잠든 집>>은 꽤나 두툼한 양이라 단박에 읽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 여운은 꽤나 오랫동안 남았다. 꽤 오래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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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론도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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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캐릭터 '마르틴 S. 슈나이더'가 등장하는 범죄소설 시리즈를 재미나게 읽고 있다.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지옥이 새겨진 소녀>,<죽음을 사랑한 소년>에 이어 <죽음의 론도>까지. 아쉽게도 이번 소설에서 그는 참 짧게 등장한다. 하지만 사건을 풀어가는데 그만한 실타래는 없다. 시원하게 풀리고, 깔끔하게 끝맺는다. 물론 거의 선택이 매번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애초에 마리화나를 피우는 범죄수사국 수사관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일지도 모른다.

모든 게 당신 생각이랑 완전히 달라요

P435

천재 프로파일러이면서 범죄 수사 심리학자인 마르틴은 현재 정직 처분을 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다. 때문에 자비네는 마르틴 없이 '카타리나 사건'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수면 위로 떠오른 건 과거 '6그룹'이라 불리던 마약 전담 비밀 수사팀. 20년 전 그들이 체포한 토마스 하디라는 범죄인이 출소 후 그들을 찾아왔던 것. 동료였던 하디가 퇴사 후 마약상이 되었고 그의 약이 불티나게 팔리던 중 아내와 두 아이가 불타 죽은 사건으로 불행은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20년 후, 하디는 6그룹 주위를 맴돌며 가족을 죽인 진짜 범인을 찾고 있다. 누가? 왜? 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일까. 그리고 6그룹 멤버들과 지인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사람은 정말 하디일까?


인간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돈을 탐하고 먹고 살기에 충분한 돈이 있지만 더 많은 부유함을 원한다. '나'만 아니라면 친구가 죽든, 아내가 죽든, 자식이 죽든 상관없는 것일까. 욕심이 과했던 사람들 속에 괴물이 있다. 악마처럼 속삭이면서 모두를 파멸로 이끌고 혼자 살아남고자 했던 감정이 거세된 괴물. 그리고 그 괴물을 보호하는 그의 아비까지......! 이번에도 마르틴과 자비네는 범인을 검거했다. 그 와중에 자비네가 죽을 뻔 했고 마르틴에게 우호적이던 디아나가 살해되었다. 그리고 그 남편 헤스도 죽었다. 다음편에서 범죄수사국의 개편은 예정된 수순이다. 천재 마르틴은 돌아오는 조건으로 자신의 팀을 요구했다. 팀원 구성이 살짝 엿보인 이번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다음 권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독불장군같던 그가 팀을 요구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설레는 기다림이 아닐 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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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인형 살인사건 봉제인형 살인사건
다니엘 콜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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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작가의 추리소설인데도 주인공 이름하며 흐름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원작도 탄탄했지만 번역까지 매끄러워 가독성이 높은 소설이다. 그래서 붙잡자마자 단숨에 빠져들어 끝까지 읽고 말았다. 고백하자면 그만큼 흡인력이 높아 절대 도중에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없었다. 그간 신체를 절단하거나 서로 짜맞추어 프랑켄슈타인처럼 던져놓는 스릴러들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같은 소재를 전혀 가볍지 않게 빠른 속도감으로 독자를 휘몰아감아 정신차릴 수 없게 만든다.

여섯 명의 사람의 신체를 절단해 하나의 시신으로 이어놓은 범인이 지목한 형사는 울프. 과거 한 사건을 다룬 재판장에서 소란을 일으켜서 왠만한 사람은 그의 얼굴을 아는 유명한 형사이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언론인 아내의 전남편인 그를 왜 범인이 지목한 것일까. 도발? 범죄를 사이에 둔 라이벌? 천적? 알 수 없는 미스터리는 희생자 여섯이 누구인가? 라는 궁금증만큼이나 몹시 흥미로운 대목인 셈이다. 게다가 범인이 보낸 예고 살인 명수도 여섯, 시장으로 시작해 울프로 끝나는 살생부의 의미는 어떤 것일지....범인이 누구인가? 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 버렸다. 궁금증 투성이지만 늘어지는 부분 하나 없이 박차에 박차를 가하며 이야기는 빠른 물살을 타고 흐른다.

'방화 살인범'의 머리와 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의 몸통, 보호관찰관의 오른팔, 정보를 유출했던 배심원의 왼다리, 수사관의 오른다리, 거짓진술을 알아챈 로펌임원의 왼팔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울프와 연관된 과거 사건 하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칼리드의 무죄 석방이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자신도 잊고 있던 '악마소환'을 기억해낸 남자의 선택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한다. 또한 볼거리로 전락해버린 '정치','뉴스'에 대한 한숨도 자아내게 만들고.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과거 사건와의 교차점을 발견하는 대목에서 카타르시스격인 시원함을 느낄 수도 없었지만 인상깊은 추리 스릴러다. 사회소설을 읽은 듯 생각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킬링타임격으로 가볍게 읽히지 않아 좋았다. 다만 처음과 중간의 임팩트보다 결말의 임팩트가 약했다는 점은 아쉽다. 뭔가 통쾌하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찝찝함이 남은 결말이랄까. 다 밝혀졌는데도 의문투성이라서 드는 느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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