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어머니의 날 1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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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작가들이 몇몇 있다. 그들의 작품은 대부분 시리즈로 진행되기때문에 다음편을 기다리는 재미또한 쏠쏠하다.

 

독일 작가인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역시 그 중 한 작품인데 최근 신작 번역본이 나왔다. 2권으로 나뉘어진 <<잔혹한 어머니의 날>>이라는 소설이다.

 

 

80대 노인은 정말 연쇄살인범이었을까?

좀 괴팍하게 살았던 80대 노인이 시체로 발견된다. 생전에 베이비쇼핑이라 생각될 정도로 과하게 아이들을 입양했던 테오 라이펜라트지만 정작 임종을 지킨 자식은 한 명도 없었다. 고독사. 죽은 지 10일이 지나서야 구더기와 함께 발견된 그를 경찰이 주목한 까닭은 반려견이 갇혀 있던 견사에서 사람뼈가 다량 출토되었기 때문. 평생 어머니-아내-형수가 될 뻔했던 여자 셋에게 치여 살았던 그는 '자살'로 종결된 아내의 실종 이후에도 계속 살던 집에서 기거했는데 아내의 백골도 발견된다. 바로 그 곳에서.

 

그는 정말 연쇄살인범이었을까?

 

 

하지만 고독사로 보였던 테오의 죽음에서 타살의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견사 아래 묻혀 있던 뼈와 시신에 대한 죽음 역시 파헤쳐지기 시작한다. 익사, 냉동, 랩핑... 일정한 패턴 속 살인은 왜 일어나게 된 것이며 그 대상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단독범인가 혹은 협력자가 있었을까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가깝든 멀든 현재의 사건이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소녀를 익사시키면서 살인본능 일깨운 범인을 보덴스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 콤비는 차근차근 수사해가며 찾아낸다. 용의자는 노인이 데려다 키운 아이들 모두. 겉으로 보인 것과 달리 아동학대를 일삼았던 노인부부로 인해 아이들은 저마다 상처를 안고 자라났다. 아이들이 당해왔던 방법 그대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의 심리가 수사와 교차되면서 그가 누군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더 증폭된다.

 

 

나르시시스트들은 말도 참 잘합니다

하지만 남의 얘기를 들을 줄 모릅니다.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능력이 결여되어 있거든요

p343

 

범인은 이들 중에 있다?

유일하게 노인의 진짜 핏줄인 프리트요프는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사람이 되었지만친 할아버지의 죽음에도 슬퍼하기보다 자신의 상황만을 즉시했고 함께 자란 사샤와 결혼한 라모나는 거칠기 짝이 없는 여자다. 협조적이지만 용의자 선상에서 배제되지 않은 요하임과 전처를 스토킹 중인 전과자 레커. 어머니의 날마다 억지로 모여 과거의 상처를 대면해야했던 이들 중 연쇄살인범으로 자라는 아이는 누구일까?

 

범인의 심리, 드러나는 사건의 면모,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어 친모를 찾아나선 20대 초반 여인의 사연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면서 이야기의 탄력은 뒷 페이지로 갈수록 통통통 튀어 오른다. 다행스럽게 2권까지 동시 구매한 상태라 1권을 얼른 읽고 2권을 펼쳐들었다.

 

 

어머니의 날에 한 사람씩 죽여온 범인의 심리. 궁금해진다. 정체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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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권법 - 길고양이들의 숨막히는 격투와 수련의 명장면들!
악센트 지음, 홍미화 옮김 / 윌스타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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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귀여움이......>

글자가 부담스러운 날, 마음이 꿀꿀한 날,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책 <<길고양이 권법>>.

처음 발견하곤 "꺄~ 이렇게 귀여운 책이 또 있을까?" 감탄했는데, 표지부터 노랑둥이가 날고 있는 모습이라 홀딱 반하는데 3초도 안 걸렸다.

 

 

순간 포착된 포즈들이 정말 무술연마라도 한 소림 고양이들 같아서 홀린듯 훌럭훌럭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금새 마지막장이다.

 

그리고 또 첫 장을 펼쳐 놓는다. 고양이에게 홀리면 이렇게 무섭다.

 

 

고양이들이 정말 다투는 모습을 찍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거다. 다만 큰 고양이, 아기 고양이들이 서로 토닥토닥 대는 모습을 오랜 시간 공들여 찍다보면 이렇 컷들이 찍히지 않을까. 대한민국의 길고양이들은 낯선 이를 보면 도망가기 바쁜데,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한 것일까. 아마 꽤 오랜시간 공들여 찍은 것이리라.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또 하나의 가족>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이웃'이라고 생각했던 길고양이들. 10년 차 집사로 살고 있는 요즘, 고양이들은 '이웃'이 아니라 이젠 '가족'이지만 반려동물 용품 시장이 급 성장한 것에 비해 그 인식의 변화는 참 더디다. 유기나 학대 시, 무거운 형벌이 내려지고 책임있게 키울 수 있는 사람만 반려할 수 있는 법적 제도는 물론 사망이나 사고 등 키울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면 재입양을 위한 관계 기관도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도 고양이들의 자연스럽고 멋진 모습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니까.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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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 작은 성취감으로 자존감을 높여주는 짬짬이 영어 공부법
이정민.이윤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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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사는데도 개인 시간을 내기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달랐다. 미국에서 컴퓨터과학, 금융, 법을 공부했고 현재 작은 로펌을 친구들과 함께 뉴욕에서 운영 중이라는 그녀. 사회생활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도 모자라 영어원서 읽기에 도전했다. 미국에서 18년이나 살았고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다니....처음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

 

영어를 사용하면서 살아도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문화'라는 장벽에 종종 부딪히게 되나보다. 아이가 데이케어에 다니면서 잘 따르는 선생과의 대화 속에서 단어 하나 오해했을 뿐인데, 조바심이 일었다고 했다. 이 일이 도화선이 되어 원서 리딩을 시작한 그녀는 어려운 책이 아닌 짧은 분량의 책을 선택했고 여동생을 리딩메이트로 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재미를 붙여 나갔다. 아이를 키우고 있고 재택근무지만 일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만약 혼자 시작했다면 도중에 그만두기 쉽지 않았을까. 하지만 리딩 메이트는 좋은 한 수였다. 게다가 정해진 대목만 읽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부분만 열심히 읽는 게으름을 초장에 차단해버렸다.

 

그녀들의 원서리딩은 그래서 귀찮고 짐이 되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에 활력소와 적당한 텐션을 불어넣으면서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갔다.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을 학창시절에 참 많이 들었는데, 성인들의 공부 또한 그러했다. 누군가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선택한 나를 위한 공부'였기 때문에 더 즐기며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영어는 다른 나라 언어다. 열심히 공부해도 계속 쓰지 않으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잊혀진다. 그런 의미에서 자매의 영어 공부법은 유용한 팁을 많이 알려준다. 리딩메이트는 여럿이기 보단 2~3명일 때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부분보다는 전체를 읽고 토론 형식으로 의견을 나누는 편이 좋다는 점, 원서를 고르는 기준은 페이지를 펼쳤을 때 모르는 단어가 2~3개 정도 되는 쉬운 원서를 선택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등등 읽을수록 내가 그동안 왜 실패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육아 스트레스를 겪고 있던 그녀는 책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복습을 겸하는 방법을 진작에 터득했다면 더 좋은 엄마가 되었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이미 좋은 엄마였다. 나부터 행복해야 가족의 행복을 가꾸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을 되찾는 방법을 찾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시도는 이제 가정을 너머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씨를 던져주고 있다. 비단 영어공부에 국한 된 것만이 아니라 슬럼프에 빠져 있거나 좌절감에 무너진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너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읽어야 들을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다 또한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P13

영어뿐 아니라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자신감과 호기심은 필수다

두렵다고 밀어내고 울렁거린다고 포기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잠재력은 향상이나 발전 없이 그 상태에 머물게 된다

P39

 

 

 

언니의 제안으로 시작된 영어 공부지만 동생의 인생도 한층 밝아졌다. 방송작가인 동생은 몸이 아파 요양하면서 일을 놓은 상태. 육아까지 겹치면서 힘들어하던 즈음, 한 달에 한 권 원서 리딩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면서 삶에 활력을 되찾아갔다. '리딩으로 익히는 배움영어'라는 코너로 블로그에 공부기록들을 연재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 되길 바란다는 자매의 바램처럼 꼭 영어 공부가 아니더라도 그 어떤 계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희망의 불씨가 되어 주지 않을까. 이 책.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자매처럼.

 

자극 받은 김에 책의 후미에 실린 <이솝우화> 읽기에 도전해볼까. 유쾌하지만은 못했던 영어와 화해하고 다시 만나볼까 싶어지는 가을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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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개정판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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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두 번 읽었다. 말을 잘 하는 기술은 20대에나 유용하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더이상 '처세술'에 대해 쓴 뻔한 책은 읽지 않게 되었지만 샘혼의 책은 익혀질 때까지 반복해서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이 처세술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건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마음 습관을 들이기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2008년도에 출간되어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뒤라도 이 책의 충고는 여전히 유용하다.

 

1부 우아하게 이기는 법 Ⅰ 2부 하지 말아야 할 말, 해야 할 말

Ⅰ3부 원하는 것을 더 많이 얻는 대화의 기술 Ⅰ 4부 사람을 얻는 대화법

 

 

감정이 바닥곡선을 탈 땐 누구의 충고도 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기분이 업 된 상태에선 실수하기 쉽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훈련이 잘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는 학교에서도 익힐 수 없고 사회생활을 많이 했다고 제대로 익혀지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는 역사나 수학, 과학을 가르칠 뿐 갈등 해결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p10

 

 

 

작가의 아버지가 한 말처럼 "제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쓰레기에 불과하다".그래서 자연스럽게 익혀질 때까지 이 책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을 작정이다. 물론 늘 정답일 수는 없다. "적을 없애는 방법은 친구로 만드는 것"(p32)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탐탁지 않아 적으로 남겨둔 채 링에서 내려온 적도 있고, 안 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돌아선 적도 있다. 그 놈의 성질, 그 놈의 마음 때문에 세련되게 대처할 기회를 놓쳤지만 앞으로의 인생은 좀 더 다르게 걸어볼 요량이므로 인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 중이다.

책의 충고는 자칫 쉬워 보인다. 아는 말들이고 어렵게 쓰여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간략하면서도 왜 그래야하는지, 이후 결과가 어떨지 정도로만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화가 난 상태, 당황해서 머릿 속이 하얘진 후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이 좋은 충고들을 하나도 써먹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을 익히기 보단 이런 좋은 방법들이 있다는 사실을 어떤 마음 상태에서건 잊지 않고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익히고 또 익히는 중이다.

 

시간만 허비한 '어른'들을 많이 봐 왔다.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혀를 끌끌 거리지만 누군가에게 나 역시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나이만 먹는 '어른'이 아닌 정말 어른스러운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 책의 조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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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의 반려동물
구혜선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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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구혜선이 반려동물들에게 방 하나씩 배정했다는 말에 엄청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한 열마리쯤 함께 산다고 기사에서 본 듯 한데, 결혼 후엔 그보다 적은 수이긴해도 여전히 반려동물과 어울려 살고 있었다. 이혼을 앞 둔 시점에 <나는 너의 반려동물>이 출간된 사실은 안타깝지만 이 책을 썼을 당시의 마음만 살짝 엿보기로 했다.

 

 

'신혼일기' 속 고양이들과 강아지들이 이 책 속에 함께 하고 있어 페이지마다 사진이 걸려 있지 않아도 쉽게 상상이 되곤 했다. 테이블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누운 녀석도 상자를 득템하고 기분 좋아진 고양이들의 표정도, 구혜선에게 안겨 웃고 있는 강아지 감자의 표정까지....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반려동물을 살피면서 살면 24시간이 모자랄 것만 같은데, 그 안에서도 그리움, 괴로움, 외로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어쩌면 그 감정들이 글을 쓰게 만들고 그림을 그리게 하고 반려동물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겠지만.

 

 

아무것도 없어도 좋았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좋았다

나와 너라서 좋았다

p60

 

 

유머 컨셉의 책이 아닌데도 읽다가 종종 웃게 된 까닭은 나 역시 집사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 색은 안 돼요. 니트는 안 돼요. ..'라고 쓰여진 옷을 고르는 기준은 언젠가 친구에게 내가 했던 말이랑 같아 웃음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검은 고양이가 있어 흰 옷도 안되고 회색털의 고양이가 있어 검은 옷도 안된다. 겨우 찾아낸 색은 그래서 그레이. 예전엔 흰 옷과 검은 옷을 메인으로 해서 여러 컬러의 옷들이 옷장을 채우고 있었다면 이젠 색상부터 소재까지 죄다 고양이 위주로 고르고 있다. 그 맘을 알기 때문에 짧은 이 글 속에서도 나는 웃음이 났다. 집사공감.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사진 한 장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표정 없이 무심한 듯 찍힌 컷에서도 녀석들이 그리 편해 보일 수가 없다. 엄마가 있고 집이 있다는 건 이렇듯 든든한 것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 녀석들 중 별이 되어 돌아간 녀석이 있다고 했다. 사진 속에서는 이렇게 예쁜데, 무엇이 급해서 이리 일찍 가버렸을까. '알고 보면 단순한 일인데,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감정'이라지만 이 순간 만큼은 그저 단순할 수 없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슬픔이 차 오르고 만 건 아마도 이 작은 생명들이 주는 따뜻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엉덩이를 붙이고 있던 온기만 기억에 남는 건 아니다. 매 순간이 눈에 담겨 기록처럼 남겨진다.

 

'사랑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고 그것을 믿지 않는다'(p5)라고 책의 앞머리에서 선언한 그녀가 '이 사랑 영원할 것이라 약속한다'고 말한 건 그들 사이의 신뢰와 믿음이 변치 않을 것을 믿고 있기에 가능한 마음일 것이다. 사람이 배신했다는 말은 들려와도 반려동물이 배신했다는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 어느 시골길에서 함께 찍힌 사진처럼 오래오래 행복했으면....하지만 아이들이 하나 둘씩 떠나도 '네가 흙으로 돌아갔을 때 너를 내 두 발로 매일매일 보듬어주리라 약속한다'는 굳건한 마음을 지켜낼 수 있기를.

 

사실 구혜선을 팬심으로 좋아해 본 적은 없다. 그저 좋아하는 드라마에 그녀가 등장하면 재미나게 보고, 전시회 소식이 뜨면 클릭해서 실린 기사나 그림을 본 정도였을 뿐.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은 응원하고 있다. 멋진 그림들도 계속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좀 더 단단해져서 따뜻한 일상을 계속 또 이어나가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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