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에 대한 거의 모든 것 - 음식, 운동, 습관, 약물, 치료로 통증 극복하기
해더 틱 지음, 이현숙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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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의 병원 시스템은 서양에서 왔다. 서양의학이라고 부른다. 체질에 따라 한약을 먹고, 침을 맞는 동양의학과 달리 서양의학은 양약을 먹고 수술로 병을 다스린다. 그런 현대 의학을 전공한 의사가 어깨 통증으로 인해 침술을 접하고 통증에 대해 몰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해더 틱은 기존 의학과 통합의학이라는 두 의학적 가지의 전문가가 되어 고통받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척추 통증으로 한 동안 누워 지내야 했던 내게 통증의학은 상당히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학문이었는데, 환자로 지내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통증을 멈추어주는 것! 바로 그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아프지 않아야 의사에게 이것저것 건강을 위한 다른 요구를 할 수가 있다. 어마무시한 고통 앞에서 환자는 갓 태어난 아이의 울음, 그 이상의 울부짖음 밖에 내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험으로 그 고통을 받아왔던 나는 그래서 [통증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꼼꼼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알칼리 상태에서 몸은 더 활발히 움직이지만 과유불급. 과한 알칼리성은 체내에서 부식과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는 식습관탓이기 보단 질병으로 인해 생성된다고 한다. 반대로 과다 산성은 식습관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래서 건강을 지켜나가기 위해선 식습관도 중요하고 운동을 생활화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사는 동안 건강하기 위해서.

 

틱의 치료는 서양에서는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틱의 아버지가 처음에는 침의 효능을 믿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그로인해 고통에서 해방된 경험을 해 본 이들은 통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환자들이 그런 것처럼.

 

한 광고에서 "예스러운 것이 때로운 새로운 것이 된다"고 했는데 어제오늘 안에 생긴 것이 아닌 의학이라는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치유학문이 늘 새롭게 느껴지는 까닭은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지금 이 시간에도 지구의 어딘가에선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병은 늘 새롭게 생겨난다. 치료법도 마찬가지다. 병 하나에 하나의 치료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의 치료법이 있기 때문에 통증을 참는 일은 정말이지 바보처럼 느껴진다. 어떻게든 아프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닐까.

 

행복을 멀리서 찾고자하면 마음이란 참으로 가난하게 느껴진다.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하지만 하루하루가 고통스럽지 않고 아프지 않으면서 하루하루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웃으며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다.

 

해더 틱의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 참 많이 아팠던 그 때가 떠올려졌다. 고통에 비명을 지르면서 세상이 곧 끝날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이젠 이렇게 건강하게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참 많이 건강해졌다. 그래서 더 그때의 고통을 잊지 않으려 한다. 다시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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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 - 악동뮤지션처럼 긍정적이고 기본이 강한 아이로 키우기
이성근 & 주세희 지음 / 마리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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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2>를 보며 단연 눈에 띄였던 팀은 악동 뮤지션이었다. 어디서 저런 애들이 나왔지? 몽골?

우리나라 애들이 아니야? 왠지....뭔가 에코휴먼 같은 애들이 브라운관에 나와 흥얼거리기 좋은 노랫말로 눈과 귀를 사로 잡았다.

신선했고 놀라웠다. 분명 가요가 맞는데, 동요같은 해맑음이 있었고. 작사작곡편곡까지 다 도맡아 한다는 남매는 아직 앳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악동뮤지션의 부모는 2008년 몽골로 이주한 선교사 부부인데 이들은 각각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지 못했던 터라 그 누구보다 자녀들이 행복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자라길 바랬노라고 고백했다. 물론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뜻이 있어 펼친 홈스쿨링이라기 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선택하게 된 홈스쿨링이라 준비된 것이 없어 입시교육의 연장선이 되기도 했고 하루종일 식구들이 붙어 있다보니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특히 찬혁이의 경우는 사춘기였다.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아버지와의 사이가 폭풍전야처럼 위험하기도 했고 '소통'을 거부해 큰 소리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지나갔고 또한 배움이었노라고 가족들은 회고하고 있다.

 

p11 사람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사는 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도 달라진다.

 

아이들을 통해 감동받고 힐링되었다며 부모로서의 성장을 당당히 밝힌 이성근, 주세희 부부는 오늘을 살고 싶어하는 아이들과 내일을 준비하라고 다그치는 부모 모두를 위해 이 책 한 권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좋은 추억'이 삶의 훌륭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듯 '좋은 가치'를 길러주는 일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마음씨 따뜻한 부부. 아이들에게 좋은 가치와 좋은 추억을 함께 심어준 이들 부부는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학교에 보내기 어려울만큼 가정형편이 좋지 못했지만 아이들 스스로 기부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고 우리 쓸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는 남을 위해 선뜻 내어놓는 마음도 길러주었다. 그래서인지 상금 3억 원을 받았을 때도 저축을 하거나 넉넉하게 쓸 쇼핑리스트를 작성하기 보다 '이렇게 많은 돈을 가져본 적도 써 본 적도 없어서'라고 말하며 몽땅 기부해 버렸다고 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의 입에서 먼저 나온 소리였다는 거다.

 

돈 쓰는 데 서투르다는 가족. 이들 가족은 어딘지 모르게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무공해 가족같다. 영화관에 가기 보다는 영화를 보다 서로의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잠들 수 있도록 가족극장을 여는가 하면 자신의 외모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사람들 속에 섞이도록 키워냈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자라주었고 각자 몫의 짐을 기꺼이 나눠 질만큼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했다. 갑자기 유명해졌지만 그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쟁보다 자신의 가치를 발견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가족이 살아나가는 방법은 신기한 나라의 이야기처럼 읽혀졌다.

 

예전에 독일에서 사는 '고등어가족'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 들었던 느낌이 '유쾌함'이라면 오늘 스쳐가는 느낌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어떻게 이 가족의 행복을 좀 나눠 가질 수 있을까?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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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투혼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양준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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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고노스케(파나소닉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혼다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KDDI 창업자) 는 일본 3대 기업가로 꼽히면서 동시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기업인으로 소개되어져 있다. 책의 앞머리를 보며 혼다 소이치로는 익숙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던 내게 [불타는 투혼]은 가장 유명하면서도 나는 전혀 몰랐던 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책이 되었다. 특히 2010년 일본 항공이 위기에 처했을 때 취임해 정상화 시켰다는 점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의지가 강한 인물이며 위기에서 스스로뿐만 아니라 함께 한 회사 식구들까지 구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인지 깨닫게 만들었다. 강한 의지와 용기. 그 힘을 두고 '투혼'이라는 표현보다 더 알맞은 말은 없어 보였다.

 

'아메바 경영'. 이나모리 가즈오가 창안한 독립채산형 회계관리 방식이라는데 붙여진 이름이 독특하면서도 참 재미있다. 40년 마다 커다란 고비를 맞아왔던 일본의 근대사를 속에서 위기 극복의 열쇠를 이웃나라 한국에서 배워야 한다고 지적해 놓은 부분도 눈에 띄이는 부분이었다. IMF가 터지자 국민들이 나서서 국가를 위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을 두고 그는 많이 부러워하고 있었다. 일본인의 본성이 순종적이라고 꼬집어내며 힘 앞에서는 굴복하고 마는 성향이 위험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피하고마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 때문에 일본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이 바로 투쟁심! 불타는 투혼이라고 밝힌 그는 이 책이 일본인에게 읽히며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지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 했다.

 

원래 일본인이 화목을 귀중하게 여기는 민족이라는 부분에서는 약간 고개가 갸웃거려졌지만 일본을 미화한 부분을 살짝 눈감아주고 읽다보면 좀 더 큰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대목들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적에게서도 배우고 선진경영 속에서 벤치마킹해 실리를 취하는 똑똑한 마인드를 독서 속에서도 습관화할 필요가 있겠구나 하고 처음으로 깨닫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과거 편식없이 책을 읽는 듯 해도 코드가 안 맞거나 약간이라도 불편한 부분이 있는 책은 읽기를 건너 뛰곤 했는데 세월이 흘러 갈수록 결국 그 속에서 얻어내지 못하면 나 자신이 손해를 보는 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렇듯 편식없는 독서를 몇년전부터 꾸준히 습관화 해 오고 있었다.

 

목적과 의의를 명확히 하라.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라. 가슴에 열망을 품으라. 누구에게도 지지 않게 노력하라. 매출은 최대화 비용은 최소화, 가격 결정이 곧 경영, 경영은 강한 의지로 결정되는 것, 불타는 투혼과 용기를 가질 것, 항상 창의적으로 일하되, 상대를 배려하며 성실히 임할 것, 밝고 적극적인 자세로 꿈과 희망을 품으며 늘 정직하라는 12가지 경영 원칙 속에서 내게 적합한 몇가지 들을 골라 낼 수 있었다. 만약 도중에 읽기를 그만 두었다면 이 소중한 깨달음들을 체득해내지 못할 뻔 했다.

 

기업의 이익이란 모든 사원의 협력과 헌신적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영진들은 인정하려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반대로 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며 대체할 수 있는 인력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대하는 곳들이 많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이미 사회 에 나와 경험으로 알고 있는 가슴 아픈 진실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이 대목은 정말 감동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겉치레 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경영인이라면 참체 경영 속에서도 발전 경영을 이룩해 낼 수 있겠다 싶어졌다. 강한 마음만으로 세상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력으로 무장되어져 있다면 질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는 힘이 발휘되지 않을까.

 

'이까짓 것에 질 수 없다'는 이 표현이 참 맘에 든다.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이 마음 하나라면 적어도 인생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으로 살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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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그건!
이시하라 아키라 지음, 황세정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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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생각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저자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했다. 당연하다고 믿는 것에 함정이 있었노라고. 경영 컨설턴트인 이시하라 아키라는 일본 내 영업 1위를 달성한 후 세계 약 6만명의 영업 사원들 중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학교 내에서 전교 1등을 해도 뿌듯한데, 하물며 전세계적인 1등이라니....그 남다른 경영마케팅을 바탕으로 그는 '고수익 상위 3% 클럽'이라는 노하우를 전수하기에 이르렀고 그 클럽에는 3500개사 이상의 기업 경영자들이 노하우를 배우러 찾아왔다고 한다. 돈 버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면서 대가인 이시하라 아키라. 그의 머릿 속이 궁금하다면 당장 이 얇은 책을 펴 보라고 권하고 싶어졌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수긍형인간을 찬성하는 쪽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상이나 현상을 스스로 깊이 생각하기가 어려운 유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먼저 스스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일하는 방식이나 삶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는다고도 충고했다. 국가는 교육을 통해 수긍형 인간을 배출하는데 반해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교육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가 운영하는 팟캐스트는 연간 약 700만 건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는 것이 아닐까.

 

그가 전하는 노하우는

인간관계 때문에 피곤할 때/변화를 따라잡지 못할 때/ 팔리지 않아서 걱정이라면/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산다는 게 힘들고 지칠 때

 

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각각의 카테고리별로 문장형 고민에 대한 그만의 해답이 적혀 있다. 물론 그가 다 옳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답변들은 코드가 맞지 않은 것도 있었고 수긍할 수 없는 생각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생각들은 '그렇게 생각해도 좋겠다'는 답변들이 대다수였다. 몇몇 맞지 않는 답변들은 그가 말하는 방향이 너무 비즈니스적이며 개인의 삶보다는 사원으로서의 삶으로 답해져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간혹 '일과 사생활을 확실하게 나누고 있어요'라는 말을 그는 '숨막힐 것 같다'로 대답하고 있었다. 일과 사생활을 따로 구분 짓지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대형 생명보험 회사의 영업사원인 친구를 예로 들고 있었다. 물론 업무적인 측면에서의 만족도는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사생활과 구분 짓지 않고 일해봤던 경험이 있던 나는 빠른 승진보다는 그 바쁜 시간 동안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후회 역시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 내용만큼은 개인적으로 적극 찬성할 수 없었다. 이렇듯 충고는 받아들이는 개인에 따라 영양가의 양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권하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하는 방식이나 삶의 방향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인정을 이 책 한 권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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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족, 뒷담화의 탄생 - 살아있는 고소설, 2014 세종도서 선정 도서
이민희 지음 / 푸른지식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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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  불온한 욕망을 허하라!

 

상업 경제 사회가 소설의 하드웨어 였다면, 휴머니즘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발전해 온 것이 바로 고소설이라면 고소설은 대체 어떻게 시대를 담고 사람을 담고 역사를 담아냈는지 [쾌족, 뒷담화의 발견]을 읽으면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사실 책을 접하기 전에는 고전소설을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와는 좀 다른 분위기로 읽혀졌다.

 

 [운영전],[이생규장전]을 통해 본 사랑과 욕망 그리고 성 풍속도는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것이었다. 규율과 타인의 시선 앞에 자유롭지 못했고 사랑 앞에서도 용감한 선택을 할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그랬다. [운영전]에서 운영이 자신의 사랑이 탄로나자 비단끈으로 목을 매어 자결했고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에서 호동왕자도 아버지의 질타와 의심으로 인해 자살을 선택했다. [이생규장전]에서 이생은 죽은 아내와 살다가 헤어져야했고 [만복사저포기]의 양생은 혼령을 그리워하다 지리산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심생전]의 심생 역시 연인을 잃고 앓다 죽었으며 [주생전]에서는 그마저도 찝찝하게 끝나버린다. 16세기 후반의 한문소설인 주생은 기생이 된 배도와 사랑에 빠졌으나 권력가의 딸인 선화와도 사랑에 빠져 배도를 버렸지만 중국에서 조선으로 건너오면서 그녀와의 사랑도 흐지부지 된다. 원전을 읽진 못했지만 이 정도의 줄거리가 현대 소설에 있다면 매우 짜증스럽게 읽힐 것만 같다.

 

고소설에 대한 이야기보다 앵혈에 대한 페이지가 훨씬 흥미롭게 읽혔는데 얼핏 어느 사극에서도 본 듯 한 장면이 머릿속으로 그려졌지만 사실 이에 대해 평소 사전지식이 없었지라 언급된 부분들이 모두 재미났다. 앵혈 모티프는 꾀꼬리의 피를 처녀성을 확인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수궁사에서는 처녀 감별도구로 꾀꼬리가 아니라 도마뱀에게 붉은 모래를 먹여 기른 다음 그 이를 빻아서 여자의 몸에 바르면 죽을 때까지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단 성교를 할 때만 없어진다는 기록으로 인해 도마뱀을 사용한다고 했다. 정말일까?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는 아니지만 옛 사람들은 맹신했으리라. 그 사실을 상상해보니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가 낮았던 것만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라 양반들에게 성적 유희 대상이었던 여종에 대한 생각을 10개의 사자성어로 표시해놓은 84페이지의 글을 보는 순간!! 사실 페이지를 잠시 멈추고 꼼꼼히 읽으며 한숨을 늘려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여자이기 때문에 더 화나고 슬퍼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 지위를 얻은 방한림전의 관주(비록 남장여인이었지만)나 당시 미덕이었던 내조의 여왕 이씨부인 같은 이도 있었고 실리주의를 택한 약은 춘향이나 의붓딸들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계모의 입장도 헤아리게 만든 장화홍련전 같은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다. 더 읽을 거리가 없을가? 하던 시점에서 손에 잡힌 책이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읽긴 했는데, 다 읽고나니 오히려 약간의 아쉬움이 남고 말았다. 저자의 안내처럼 책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욕망을 지녔다. 그러나 갈등과 상관없이 그들 모두의 삶이 지금 여성들의 선택과 많이 달라 이해를 받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의 마음 속 욕망을 들여다보며 지금보다 훨씬 답답하게 살았을 그녀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싶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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