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BRIS - 나를 찾아 주세요
박성용 지음 / 좋은땅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살면서 '아프다'라는 말 만큼은 들을 수 있기를 바랬다.

즐거운 일, 반가운 표정, 위로 받는 순간 등등은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잘 전해지지만 아픔을 잘 숨기는 반려동물의 특성상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빨리 치료받게 했을텐데......!라는 후회를 지난 겨울 절실히 체감했는데, 박성용 작가의 미스테리 소설 <휴브리스>는 동물과 인간의 소통을 실현했을 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솔깃해졌다.



휴브리스(Hubis):

인간의 오만, 지나친 교만, 자기과신, 오류를 뜻하는 단어로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 방법을 우상화함으로써 스스로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을 빗대는 말.

인간이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과도한 오만함을 가리키는 말


로 책 후면에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 읽기 전, 그 분위를 대강짐작케 한다.


'인간으로 인한' 일들이 벌어질 거라는 예상과 '나를 찾아주세요'라는 소제목이 책 겉면에 작게 적혀 있어 안쓰러움을 뒤로 하고 책의 첫 장을 넘겨 보면 생각보다 술술 읽혀 놀라게 된다. 또 책의 두께가 두껍지 않음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사태를 점점 심각하게 몰아가 과학의 발전이 꼭 인간의 평온 & 동물과의 공존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피력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도달하게 된다.

책 표지에서처럼 고양이와 강아지의 저 눈망울을 보고 반려인들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언행들을 내뱉을 수 있는지!!!





www!사의 ceo헌터스는 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 장치인 MLF를 시판하면서 자신의 반려견 후크의 사연을 곁들인다.


하지만 쌍방 소통보다는 인간이 동물에게 지시전달하는 기능을 우선으로 출시한 결과 타인을 해치는 도구로 전락하는 예들이 발생한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여자의 개를 물어 죽이라는 명령을 하는 견주, 파양하면서 새로운 식구의 말을 듣지 말라 개를 세뇌시킨 전 주인, 개에게 동반자살하자 강요하는 사람, 고양이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쥐약을 타 죽이는 집사까지......

반려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악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들을 끔찍한 행동들을 소설을 통해 보면서 든 생각은 '반대였으면 어땠을까' 였다. 쌍방 소통 전 출시된 기계가 인간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인간은 듣는 쪽이 되었다면 이야기의 결말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의 생각을 알게 되면 유기되는 개체수가 더 증가되고 말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장의 "나를 찾아 주세요..."는 그 울림이 크다.

인간의 이기심과 잔혹성이 과학의 발전으로 드러나게 된 것 같아 그 양면의 칼날에 대한 무게감도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하게 된 소설, <휴브리스>.

책은 얇았지만 그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he ORANGE 머묾 여행 - 무조건 지금 떠나는 개인 취향 여행 Rainbow Series
박상준.송윤경.조정희 지음 / 여가로운삶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말들이 있다.

고요하든, 파란만장하든 인생이라는 여행은 시작과 끝이 있어 닮긴 했지만, 되돌아 갈 곳이 있는 '여행'과 달리 '인생'은 한 번 떠나오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점들 뿐이라 그 비유가 적절한 지는 미지수다. 비슷하든 다르든 꽤 굴곡지다 싶은 인생을 살면서도 인간은 별도의 '여행'을 필요로 한다. 왜일까?

 

도착해서 보고 사진 찍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여행이 아닌 고요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여행 속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3명의 여행작가가 소개하는 <the ORANGE 머묾 여행>속엔 33곳 머물기 좋은 여행지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색인 오렌지색으로 표지 디자인되어 겉면부터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 책은 장소마다 QR코드까지 삽입되어 정보 접근성마저 높다.

 






책을 읽기 전, 가장 궁금했던 곳은 대구 사유원이었다. 대구에 오래 머물러도 가는 곳만 가다보니 사유원이라는 장소가 있는 줄도 몰랐다. 건축가 알바로 시자, 승효상, 최욱, 조경가 정영선 등이 지은 공간이니만큼 멋진 곳임에는 틀림없다 싶지만 입장료가 5만원이다. 주말이나 공휴일엔 69천원이고. 높다 싶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서면 반가사유상 사진을 만나볼 수 있고 소요헌을 걸으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원 출발이 모과나무 4 그루였다는데 총 108그루인 모과나무에서 바람불때마다 품어내는 달콤한 향내가 좋아서 재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명상이 필요한 사람들, 고요 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입장료는 인생 수업비처럼 가볍겨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숲보다 탁 트인 바다로 나가고 싶을 땐 여수 장도도 괜찮겠다. '목적 없이 돌아다녀도 길을 잃지 않을 만한 섬'이라는 소개 글이 안전하게 느껴져 길치지만 혼자라도 둘러보고 싶은 장소로 꼽아본다. 그런가 하면 생전 길고양이들을 챙겼다는 박경리 작가의 원주문학공원도 궁금해진다. 작가가 섰던 손때묻은 국어사전은 디지털 검색에 익숙해진 세대에게도 인상 깊은 관람거리가 아닐까. 대하소설 <토지>를 읽지 못한 학생들에게 박경리 뮤지엄은 남다른 울림의 장소가 되어 줄 듯 하다.

 

그런가하면 '영도다리'에서 '영도대교'로 이름이 바뀐 부산 영도대교가 기억하고 있는 역사, 부천아트벙커B39로 업사이클링이 된 쓰레기 소각장, 숲공기를 만끽할 수 있는 영덕 벌영리 메타쉐쿼이아숲, 포탄이 쏟아졌던 매향리 평화마을이 드러낸 목소리, '시집'을 테마로 한 학산숲속시집도서관 등 일반적인 여행지로 고를 수 없던 장소들을 안내 중이다.

 

대부분 국내외 여행 가이드북을 통해 빈번하게 알려진 여행지가 아니어서 좋았고, 관람 포인트가 다 달라서 기대되는 곳들이다. 웅장한 건축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가 하면 고즈넉하게 장소가 주는 분위기에 취해 산책할 수 있는 여행지도 있었으며 먼 거리의 역사가 아닌 근거리 역사&인물을 사유할 수 있는 공간들도 있어 다채롭다. 숲을 좋아하는 사람, 바다가 취향인 사람, 책과 함께하는 도서관이 방앗간인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책이어서 만족스럽기도 했고.

 

3명의 여행작가가 각자 소개한 장소들을 목차화해서 보면 그들의 취향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이 고른 장소에서 어떤 영감들을 떠올렸는지 궁금하다면 책의 끝쪽, '작가들의 이야기'페이지부터 읽고 책을 시작해도 괜찮다. 빽빽하게 다닥다닥 좁게 편집된 여행서적이 아니라 목차와 헤드가 시원하게 뽑혀 있고 태그로 포인트를 짚어가며 읽을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의 책이므로 눈의 피로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사진이 듬뿍 첨가된 에세이를 읽듯 살펴볼 수 있는 감각적인 여행서적 <the ORANGE 머묾 여행>. 목차만 눈으로 훑어도 어떤 책일지 그 개성이 뚜렷히 보인다.





*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정한 정치를 꿈꿉니다 - 초보 보좌진의 국회 일기
한주원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보 보좌진의 국회 일기

약진하는 20~30대 국회의원들도 보이지만 그래도 국.회.의.원하면 나이 지긋한 사람들 얼굴이 여럿 떠오른다. TV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 대부분 좋은 대학 나와서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왜 국회로 가면 초등학생들처럼 싸움박질만 하는 걸까? 국회의원들은 정말 일을 안하는 걸까?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받고 연금 받는데 왜 국민을 위한 일엔 관심이 없어 보이지? .... 그렇다면 그들에게 보좌관은 왜 필요한 걸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많은 의문이 드는 집단 중 하나가 바로 그들, 정치인들이다.

평범한 직장에서도 부장님과 신입사원은 세대차이를 겪기 마련인데, 노회한 국회의원과 MZ세대 보좌진 사이에는 세대차이가 나지 않을까. 업무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하더라도 보좌진들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일터. 국회가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그들의 눈에 비춰진 국회의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정말 제대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일까. 궁금했던 점을 초보 보좌진의 에세이를 통해 살펴본다.


우리에겐 '보좌관'이라는 표현이 귀에 익지만 좀 더 정확한 표현은 '보좌진'이다. 이 보좌진을 급수별로 '보좌관/선임비서관/비서관/인턴'으로 나누고 통상 9명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일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멀티가 되어야 한다고 고백하고 있는 저자는 국회에서 삼 년을 보낸 초보 보좌진이다.

'의원실의 주기자'로 불린 적도 있고 상사를 찾아온 다른 국회의원을 몰라보고 약속 잡았냐고 물었다가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내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인복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일터에서 사랑받는 막내였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보좌진의 삶은 언제나 불안하다지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즐기는 사람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현재 그녀는 원외인으로 살고 있지만 열정 가득했던 시절의 기억들을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살얼음판 걷듯 조심해야하는 글표현과 말표현, 선거법, 재원 마련이 뒷받침된 정책 만들기의 중요성, 혐오의 정치에서 벗어난 시선을 갖는 방법 등등 젊은 보좌진이 고심했던 부분들에 대한 공감과 '밀어주는 정체 말고 믿어주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 하게 된다. 삭막하기만 할 것 같던 그곳의 공기에서도 따뜻한 온도를 기대하게 된 것처럼.


국회의 내부자로 살았던 기록은 만만하지 않았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아주 드물게 '정치를 가까이 하고 살겠다'라는 포부를 펼치며 입성했지만 그녀 또한 여느 신입사원과 다르지 않았던 것. 일터가 국회였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정치인,보좌진들이었다는 차이가 있었을 뿐.

"여자는 빠지고 남자로 바꿔 달라','내가 해도 너희 보다는 잘하겠다"는 폭언은 사실 어느 위치에서 듣건 속상한 말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일하며 들었다고해서 안 아플리가 없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말할 때마다 'yes'와 'no'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는 그 기분도 알 것 같고. 수명이 짧은 '보좌진'을 거치면 많이들 옮겨 간다는 민간 협력관이 되지 않고 책을 쓰는 선택을 한 그녀가 마지막에 덧붙인 말은 출사표처럼 와닿았다.

가장 '나'다운 민주주의자가 되겠다 p252

철학, 정도, 사람이 빠져 있다는 요즘 정치판에 진저리치며 정치의 '정'자도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오히려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불타오르고 있는지 가까운 곁에서 지켜보는 경험을 한 젊은이가 내뱉은 말이기에 그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눈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며 가장 나답게~라고 외치고 있는 그 안에 건강한 정치심이 버티고 있기를. 그래서 다음 세대의 정치는 기성세대의 그것보다 훨씬 나은 것들이기를.




국회에서의 삼 년을 꿈같이 보냈다

국회는 생각보다는

역동적이었고, 정체되었으며, 복잡했고

좋은 일이 많았다

P20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며든다는 것 - 작은 경험이 나를 만든다
최현준 지음 / 자화상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에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 세상은 넓고 정말 멋진 사람은 많구나

저 중에서 눈에 띄어야 톱 모델이 되는 것이구나

참 내가 과한 자신감을 가지고 이 업계에 뛰어 들었구나

앞으로는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 것인가

무수히 많은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p212

1999년생 모델 최현준을 처음 본 건 한 TV 프로그램이었다. 예능에 출연하는 모델들 외 해당 직업군에 대해 잘 몰랐던 내게도 그는 어딘가 좀 특별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단순히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것 외에도 뭔가 기존에 남자 모델 출신이라던 드라마/영화 배우들과는 좀 다른 비주얼이었달까. 요즘 남자 모델들은 저런 모습인가보다.... 싶었던 것도 잠시, 인터뷰를 시청하며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하다'싶은 대목들이 귀에 걸렸다.

그리고 다시 만난 모습은 책을 통해서다. <스며든다는 것>. 에세이 제목이 참 곱다.





부모님의 유학으로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냈던 경험. 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른 태도를 보여주는 부모님의 모습. 하나에 몰두하면 미친듯이 빠져드는 성격.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감에 비례되는 걱정 많은 성격. 성취욕, 추진력. 요즘 10대, 20대를 두고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누가 말했던 걸까. 20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보낸 청년도 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너무 작은 고민거리인데 그때는 엄청난 시련처럼 끙끙 앓았다(p57) 라며 피가 나올 때까지 손톱을 물어 뜯은 적이 있다고 불안했던 시기를 고백하던 정작 고민거리가 무엇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 완벽주의적 성격조차 오늘의 그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니, 그는 대충 마무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애매한 행동 애매한 결과 라는 제목의 글 아래 '하루는 생각보다 길다. 24시간 중 세 시간을 함께 놀았다고 해서 공부할 시간을 전부 뺏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1시간이 남아 있고, 그 시간을 어떻게 쏟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p119)는 대목이 나온다. 20대 중반을 지났을 뿐인데, 나이만 쌓은 50대, 60대 보다 생각이 깊다. 그래서 패션 모델이 되는 방법 or 공부를 잘하는 방법 등을 기대했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다. 모델 최현준의 에세이 <스며든다는 것>은 선택 앞에 충분히 고민하고 행동 뒤엔 책임질 줄 아는 20대의 어제들이 담긴 내용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카이스트에 입학해 주어진 길만 걸었다면 몰랐을 세계가 펼쳐진 것은 시도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해외에서 컨택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었고 파리 스트리트 디자이너 브랜드 쇼를 즐기고, 한국 남자 모델 최초로 생 로랑 런웨이 데뷔 커리어를 더하게 되는 등의 과정은 짧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 열정을 엿보기 충분했다.





물음표보다는 느낌표를 던지게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는 20대를 지나온 사람들에게 반성과 동시에 신선한 자극이 되겠지만 같은 나이를 살아가는 친구들에게도 다른 느낌의 자극점이 될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잘 풀리지 않는 수학 증명 문제 때문에 노교수를 찾아간 페이지의 마지막 글이 가슴에 남았는데,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을 하며

지금껏 살아왔을 뿐이다

인생을 바칠 무언가를 발견한 자를

마주한 감동이었는지도 모른다

p145

라고 적혀 있다. 좀처럼 좋은 어른을 발견하지 못했던 지난 몇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주변에 이런 멋진 어른이 함께하고 있다는 건 이미 좋은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리고 윗세대를 단순히 '꼰대'로만 보는 것이 아닌 잘 살아낸 선배로 볼 수 있는 시각 역시 멋지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에세이를 즐겨 읽다가 뚝 끊었던 이유를 생각해본다. 에세이스트의 일상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에세이가 출판되어 읽는 즐거움이 색달라진 것도 잠시 커리어만 늘어놓다시피한 글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눈의 피로감이 더해져 끊고 말았다. 하지만 심플하게 쓰여 읽기 편한 글길이와 한 줄 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교차시키는 문장이 담긴 에세이는 평범한 일상의 자극점이 되어 좋다.





*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편은 어딘지 아쉽다. 재미에 탄력이 붙을만하면 끝나고 다른 이야기, 다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건 김새는 일이다. 이 아쉬움을 말끔히 해소해준 정보라 작가의 연작소설 <한밤의 시간표>는 7개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배경과 인물들이 이어져 재미의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섬찟함을 되새김질하게 만들었던 <저주토끼>의 신선함이 가시질 않은 상태에서 읽게 된 다음 작품이라 더 흥미롭기도 했고.


표지 그림으로 등장하는 고양이, 양, 새 모두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며 욕심 많은 사람, 호기심이 지나친 사람, 부도덕한 사람들의 끝이 권선징악격이라 시원함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잔인하거나 깜짝 놀라는 장치가 없이 스며들듯 여운이 남는 이야기라 그녀의 소설 장르를 공포가 아닌 환상문학 내지는 판타지로 분류하고 있는 쪽에 공감을 찍고 싶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가 전진배치된 건 작가의 영리한 전술이라 생각된다. 죽은 이들의 물건이 보관된 연구소의 특징이 잘 표현되면서도 무서움의 매운맛은 덜한 상태로 독자를 스며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계속 궁금하게 만들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하는 것. 정보라 작가의 소설은 그러했다. 인간의 탐욕, 물건에 깃든 저주, 구전으로 전해지는 기묘함, 세상 어딘가에서 정말 일어난 이야기라고 해도 믿길만한 에피소드들이 살짝씩 다른 이야기에 묻어나면서 재미의 양념을 더한다. 저주 양 양의 침묵, 햇볕 쬐는 날 고양이는 왜, 손수건푸른 새처럼 서로의 사연이 교차되기도 하고 인과관계처럼 엮여서 더 잘 이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제법 귀여운 표지와 한밤의 시간표라는 멋진 제목만 보자면 얼핏 동화같기도해서 이번 소설은 기묘함이 가득 담겨 있는데도 불구하고 덜 무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 심야버스 매표소에 적힌 "MIDNIGHT TIMETABLE" 이 책 제목이 되었다고 밝히고 있는 정보라 작가의 소설 <한밤의 시간표>는 전설의 고향 느낌보다는 환상특급이나 기묘한 이야기의 느낌으로 다가와 신비스러운 여운을 남겼다.

* 사진출처 : <한밤의 시간표> 중 / 구매서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