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폭탄이다
박웅현.TBWA 주니어보드와 망치.TBWA 0팀 지음 / 열린책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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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학생들의 젊은 엔진이 가동되었다. TBWA 주니어보드라고 불리는 사회 공헌 프로그램에서 멘토링을 받아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400명의 청중 앞에 선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단 7분. 차례차례 올라 그동안 준비해온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들은 그 후 강연을 하거나 스카우트 되기도 했고, 광고제 수상은 물론 유학을 떠나는 등 신나게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끝낼까?>,<썅년기를 지나는 우리들에게>,<이상한 영화관>,<조교 정복>,<몬스터 빙의하기> 등등 읽고 싶은 책은 제목으로부터, 눈에 띄이는 뉴스는 헤드라인에서부터 돋보이듯 이들의 발표내용 또한 듣기도 전에 그 제목에서부터 확확 끌리기 시작해 읽는 동안 마음을 차곡차곡 감동으로 채워나갔다.

 

P54  같은 말도 다르게, 그것이 창의력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 창의적인 인력들이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을 세상 앞에 던지면서 멋지게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스피치 프로젝트 '망치'로. 주입식 교육 탓에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일에 서툰 대학생들을 대중 강연장으로 이끈 것이다. 그것으로 모자라 그들을 강사로 세웠다. 이 대학생들은 'TBWA 주니어보드' 멤버들로 광고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현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크리에이티브한 가능성을 제시하도록 광고회사인 TBWA가 만든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6개월 마다 15명 단위로 업데이트 되고 있다. 이자가 붙듯 세상에 인재를 내어놓는 광고 회사라니.......! 최고의 발빠른 이익집단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들은 전문적인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더 멋진 일은 '가르치다'가 아닌 '귀 기울이다'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스피치는 재미난 콘텐츠'가 된다.

 

P67  무언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살면서 힘이 된다

 

사소함을 사소하지 않게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버리고 버리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아 다듬고 다듬는 망치 스피치 멤버들.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서 나는 큰 웃음을 터뜨렸던 <쌍년기를 지나는 우리들에게>를 잊을 수가 없다. 웃자고 한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해서 '캐주얼 러버'나 '쌍년 이야기'가 주가 되어 정해진 주제. 사춘기와 갱년기 사이에 썅년기를 지난다는 여자의 일생. 재미를 창의력과 접목해 폭발시킨 그녀의 그7분강의....아, 직접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큐알코드까지 삽입되어 있긴 하지만.

 

6개월의 과정 속에서 멘토/멘티가 정해지고 1~3차까지의 발표 후 사내 리허설까지 거치고 나서야 현장 리허설을 통화 후 망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다. 매년 새해다짐을 할 때보면 1년, 2년의 시간은 참 짧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를 두고 달려가는 6개월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토록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낸 이들에게 6개월이라는 경험은 앞으로의 6년 그리고 60년을 달려간 힘이 된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이 점점 더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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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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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회파 작가 미야베 미유키. <화차>로부터 시작되어 팬이 된 나는 <모방범>,<이유>,<이름 없는 독>,<스나크 사냥> 등에 매료되며 그녀의 소설을 닥치며 읽었는데 슬로우틱한 역사소설 시리즈보다는 구멍파듯 파보는 재미가 있는 묵직한 사회 소설 쪽이 훨씬 더 구미가 맞았다. <형사의 아이>가 최신 번역작인 줄 알았더니 1990년 <도쿄 살인 만경>이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가 1994년엔 <도쿄 시타마치 살인만경>으로 그 이름을 개작하여 재출판되었고 최근에는 그 제목만 또 바뀌어 <형사의 아이>로 출판된 것이었다. 결국 이 세 권의 스토리는 동일하다는 이야기인데, 세월에 따라 그 시점에 맞는 세련된 제목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일도 작가에겐 재미난 일이었을까. 반대로 세번이나 제목만 바꾸어 출판할 정도로 그 재미가 보장된 스토리는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증을 한 껏 달아오르게 만든다. 바로 지금-.

 

열세 살의 야기사와 준이 경시청 수사 1과에 근무하는 아버지인 미치오와  둘이 살게 된 도쿄 23구 내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토막난 머리와 손목이 둥둥 물에 떠내려 왔기 때문이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떠내려온 머리는 세상을 발칵 뒤집고 그 사건에 아버지가 투입되면서 준 역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마을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72세의 늙은 할아버지가 살인자라는 익명의 고발장이 준의 집으로 전달되면서 그의 과거와 살인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시노다 시로. 도고라 불리는 그는 미장장이의 4째 아들로 태어나 가업을 잇다가 그림 한 점을 그리게 되었는데 그 작품의 명이 <화염>이었다. 강렬하고 대단한 작품이지만 제대로 미술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술계의 질타를 받아 신분을 감춘 채 살다 악의적인 소문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그를 범인처럼 몰고가려는 진짜 범인은 누구이며 과연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p321 도대체가 법률이 어떻게 됐어요.

       흉학한 짓을 저지르는 놈들도 미성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도 하지 않고 이름도 공표하지 않고 또 사회 속으로 되돌려 보내

 

 

법이 아무리 세세한 부분까지 그 영향력을 미쳐도 완벽할 수는 없다. 사회 속에서 범죄를 솎아내기 힘들며 사람의 죽 끓듯 변덕스런 마음을 다잡아둘 주도 없는 일. 그렇다면 이런 사회 소설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누군가의 범죄를 보고 흠칫하는 것으로 멈추는 것 뿐만 아니라 마음 속에서 도사리고 있는 화까지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경각심까지 불러 일으켜 준다면 그 소임을 다하는 건 아닐까. 나는 미야베 미유키의 사회 소설을 읽을때마다 세상을 달리 보게 된다. 만화경의 그 속이 확확 모양을 변형시키는 것처럼.

 

읽고나면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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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다, 술집 - 결심한 사람들을 위한 술집 창업 교과서
우동성 지음 / 조선앤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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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많이 변했다지만 여전히 '술집한다'라고 하면 편견의 시선이 먼저 던져지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 역시 그렇게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지시 그에게 술집 창업에 대한 기술을 물어오는 사람들은 관심있거나 절박한 쪽이리라. 골목골목 들어선 그 수많은 간판들. 도심을 불야성처럼 번쩍이게 만드는 네온사인들의 네이밍들. 그 많은 술집들 중에는 대박이 나는 곳들도 있고 쪽박을 차게 되는 곳들이 있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이자카야의 신'이 말한 것처럼 즐기면 만사오케이가 되는 것일까. 좀 더 현실적이면서 한국정서에 맞는 조언을 우동성 대표를 통해 들어보았다.

 

그는 참 남달랐다. 남들은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서 여행을 다니거나 스펙을 위해 영어 단어와 씨름할 때 친구들과 소자본으로 대학교 앞에서 작은 주점을 시작했고 18년간 강남과 홍대 일대에서 술집을 운영했다. 망하기도 했고 흥하기도 했다. 전부 갖추고 시작하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요리 솜씨가 부족해도 손님을 끌 수 있는 클럽 형태의 라운지 바, 안주 메뉴를 강화한 족발집,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몰 비어 프랜차이즈, 여러 개의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확장한 맥주 전문점 등. '우리 가게에서 술마시고 파티도 하자'고 시작한 일이 평생의 업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역시 중고 물품들로 인테리어 한 지하 술집이 그 시작점이 되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p15 누구든 취객들 치다꺼리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그 때문에 술집보다는 카페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두번째로 남달랐던 점은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남들이 꺼려하는 직종을 타깃으로 삼은 것도 물론이거니와 경쟁상대로 바라본 것이 기존의 잘나가는 술집들이 아니라 카페로 방향전환을 했던 것이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시대가 지나갔음을 읽고 내린 판단이었다. 그리고 자본금이 얼마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리는 것에 목적을 두지 말고 돈을 벌어야 하는 것에 목적을 두라고 충고한다. 술집 하나 차리는데 알아야 할 것이 참 많다. 그 목적부터 시작하여 부동산 계약, 권리금과 중개업자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계약해도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상권도 분석하고 인테리어도 신경써서 하고 메뉴도 술집 컨셉에 맞추는 동시에 고객 관리에 이르기까지 막힘없이 흘러야 비로소 성공을 위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잘 되는 술집에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 잘 돌아가는 가게는 없다는 사실을 오너가 알고 있는 경우다. 그의 노하우를 듣다보면 꼭 규모가 대박 술집의 성공을 판가름내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아도 성공하는 술집이 있고 커도 망하는 술집이 있다. 결심이 섰다면 우동성 대표의 술집 창업 교과서인 [하고 싶다, 술집]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장사는 책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라지만 그의 노하우야 말로 현장에서 집약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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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 : 이미테이션 게임
앤드루 호지스 지음, 박정일 옮김 / 해나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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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영화를 보러 가면서 그다지 기대감이 없었었기에 더 감동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남자의 인생.

세계의 역사를 완전히 뒤바꾼 두 개의 사과 중 하나는 아이작 뉴턴의 사과이고 하나는 앨런 튜링의 사과라지만 전자는 초등학생도 알만큼 잘 알려진 반면 후자는 꽤나 책을 읽고 산다는 나 조차도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대체 앨런 튜링이 누구란 말인가.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서프라이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영화화 되었고 그 원작가인 앤두루 호지스가 썼다길래 당연히 원작 소설이겠거니 했으나 이 얇은 책은 또 한번 나의 생각을 뒤집어 버렸다. <이미테이션 게임 튜링>은 최조로 인공지능 개념을 제시한 수학자이자, 컴퓨터 과학자인 앨런 튜링의 삶을 모아둔 사실적 근거들이었다. 그 어떤 위인전기보다 심플하며 집약적이었다. 특히 24시간 마다 바뀌는 완벽한 암호였던 독일군의 '에니그마'를 해독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기도 했다. 영화에도 등장하는 '튜링 테스트'가 바로 '이미테이션 게임'이라고 불리는데 그 이름 그대로를 붙여 영화의 제목이 되었다.

 

흔히 천재적이면 삶이 더 우수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숫자에 강해야 부유하게 살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과 달리 둘 다 우수했던 튜링의 삶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고 뛰어난 업적에도 국가는 그를 범죄자로 취급했다. 외로움과 괴로움. 이 둘 중 무엇이 그를 더 힘들게 했을까. 당시에는 이해받지 못했을 '동성애자'였기에 화학적 거세까지 당해야했던 그는 1954년 그만 자살하고 만다.

 

그는 오만했다. 때때로-. 남들의 기분을 살피며 살지도 않았다. 어쩌면 외로움을 자처하며 살았던 것인지도 하지만 그의 무시가 수학적 파벌주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논리를 학문화 시키고 다양한 수학적 해석들을 정리하여 논리적으로 실용화한 점은 높이 살만하다. 결국 그는 현대사회의 컴퓨터를 가능하게 한 장본인인 동시에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수학적 문제들을 풀어낸 천재였다. 미해결 문제로 남아있던 힐베르트의 알고리듬을 1년만에 혼자 해결해 버릴 정도로.

 

모두가 튜링처럼 살 수는 없다. 천재란 타고난 것이므로. 하지만 그가 만들어준 토대를 바탕으로 우리는 훨씬 더 행복하게 살아가야만 한다. 그것만이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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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8 - 제5부 도남의 날개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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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국 중에서 '염','경','안'의 이야기를 읽어왔다. 이번에는 '공국'이다.

 

공국의 수도 연장에서 부유한 상인의 딸로 태어난 슈쇼우는 열 두살의 당찬 소녀다. 임업으로 돈을 불려 연장의 거상이 된 아비와 현모양처로 이름이 높은 어미 그리고 장사에 재능이 뛰어난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을 듬뿍 받으면서 자라났지만 '바보같아'라는 말을 입으로 내뱉을만큼 그녀는 자신들만의 안녕에 불만을 잔뜩 품게 되었다.

 

 출입문마다 철격자를 끼우고 벽에 옻칠을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부유한 자신들과 달리 주변 사람들은 왕이 없는 어수선한 지금, 요마에 의해 마구마구 잡아먹혀가고 있었다. 어리디 어린 열 두살 소녀의 눈에 이웃의 슬픔과 공포가 눈에 어렸다. 철이 없을만큼 어린 나이이건만. 소녀는 아버지에게 승산을 권유했으나 아비는 가족의 안녕만을 위해 승산의 욕심을 버렸고 막내 딸은 그것이 불만이 되어 거금 65량을 들고 집을 나왔다. 승산하기 위해서.

 

기린이 왕을 정하는 곳. 그 왕이 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승산을 하지만 그 길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먼저 황해를 건너야 하는데 요마들이 득실거리는 이 곳에서 살아남아 승산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요마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사람. 사기 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 소녀는 단단해져갔다. 현명하게도 리코우와 간큐의 호위를 받아가며 황해를 무사히 건넜다. 물론 어려움은 많았다. 그들과 떨어져 고난을 겪기도 했고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느 순간에도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았다. 혼자만 살기 위해 비겁한 선택을 하지도 않았고 얄미운 사람일지라도 그의 옆에 붙어 현명한 조언을 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이가 어려서 왕이 될 수 없는 곳이 아니었다. 이곳 십이국이라는 곳은. 보백 38년 봄, 공왕이 드디어 즉위했다. 무엇보다 백성의 소중함을 아는 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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