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 - 눈빛만 보고도 네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어 Pet's Better Life 시리즈
아덴 무어 지음, 조윤경 옮김 / 보누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건강묘라면 모세혈관 복구 테스트를 했을 때 2초 안에 다시 분홍색으로 잇몸색이 돌아온다고 한다. 실제로 책을 보고 난 후 여섯 마리 집냥이 모두 테스트를 해 보았다. 일단 안심! 육묘 모두 금새 핑크색으로 돌아왔다. 혈액순환은 잘 되고 있지만 한 녀석에게서 약간 입냄새가 나서 바로 치카치카 양치를 시켜본다. 이 녀석,  길냥이 생활을 하다가 집냥이로 들어온지 채 몇 달이 되지 않아 체내 독소빠지는데도 시간이 좀 걸리더니 입냄새 없애는데도 좀 시간이 소요될 듯 하다.

 

우리집 냥이들은 감사하게도 지난 7년간 특별히 아픈 적이 없었다. 요근래 첫번째 냥이가 응급으로 입원한 적을 빼곤 건강검진이나 중성화, 접종 등의 이유로 병원을 방문한 이외 아파서 간 적은 없으니 집사로서는 축복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작은 조짐(?)에도 허둥대던 초보집사 시절, 아무리 많은 고양이 서적을 구매해서 읽어보아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알지 못해서...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했기에... 지금은 몇몇 수의사와 1:1 문의를 열어두고 그때그때 문의를 드려 놀란 심장을 쓸어내리곤 한다. 그리고 다묘 가정 혹은 오랫동안 고양이를 반려한 이웃들의 도움도 종종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서적이 필요한 까닭은 '사랑' 때문이다. 좀 더 알고 싶은 마음, 알아두어야 할 책임, 몰랐던 새로운 정보 등등이 있어 고양이 관련 서적이 새로 나오면 빠짐없이 구해 보는 편이다. 나란 집사는-.

 

수의사가 쓴 책, 집사가 쓴 책, 외국 번역 서적, 고양이 마사지, 초보집사를 위한 서적, 늙은 반려동물을 위한 내용 등등...세상에는 수많은 관점에서 쓰여진 반려동물 서적들이 있다. 그래서 일부 내용들은 겹치기도 하고, 이제는 초보 집사의 딱지는 그나마 뗀 나 같은 독자에겐 필요없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단 한 장이라도 새로운 내용이 있거나 몰랐던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면 그 책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 한 줄이 큰 도움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사 7년차.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일까? <고양이가 좋아하는 모든 것>으로 체크해 보기로 했다.

 

 

사람 의사와 달리 수의사는 환자인 동물 뿐만 아니라 그 보호자인 견주나 집사에게서도 병력에 대한 정보를 들어야 한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어떤 음식이나 약들을 복용하고 있는지 그들 앞의 환자와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의사에게 적극 협력하기 위해 집사는 병원에 가기 전 몇몇가지들을 준비해야만 한다. 묻고 싶은 내용, 배변 습관, 먹는 사료나 간식 등의 기본 정보는 평소 메모해두는 것이 좋다. 응급이 아니라면 진료도 미리 예약을 해 두면 편하고 이동 시간을 고려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 또한 집사의 할 일이다.......> 자주 내원 할 일은 없었지만 대체로 잘 지켜졌다고 본다.

 

고양이의 감정을 읽으려면 몸짓, 자세, 행동, 소리를 이해해야 한다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을 함께 해 온 고양이들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 성격이나 특징은 가족으로 함께 살아온 집사가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아직 깨물깨물 습관을 버리지 못한 나랑이가 물려고 하면 재빠르게 뒤로 빠지거나 아예 손을 쑤욱 밀어준다. 그러면 녀석은 눈치를 보면서 살짝만 이를 가져다 댄다. 녀석도 이제는 안다. 물면 아파한다는 것을. 호기심 많은 고양이인 호랑이는 뭐든 새로운 것이 생기면 먼저 내어주고 관찰하게 한 뒤 흥미가 떨어지면 포장을 풀거나 가져와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치 상어가 먹이를 가운데 두고 빙빙 돌듯이 내내 그 물건 주위를 맴돌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질 못한다. 이렇듯 내 고양이의 습성이나 성격을 알게 되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게 되어 편하다. p37에서 보여주듯 꼬리언어를 익히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될 때가 있는 것이다.......> 내식대로 판단할 때도 있겠지만 '야옹~냥~ 하악~ 어우~아르르~ 에에'등의 소리만으로도 녀석들의 기분이 파악이 된다.

 

수분 섭취량을 늘리기 위해 했던 두 가지 일은 집안 곳곳에 물그릇을 두어 항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했고 물을 부어 캔을 급여한 일이었다. 턱드름 방지를 위해 플라스틱 그릇을 스테인리스 스틸로 바꾸었다가 몇 년전부터 도자기 그릇으로 다 교체했다. 사료 그릇이 살모넬라균으로 덮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세척도 꼼꼼히 더 신경쓸 작정이다. 몰랐던 건 집안에서 콤콤한 소변 냄새가 날 때는 자외선 전구를 이용하여 그 장소를 찾아낼 수 있다는 거다. 동물의 배설물 때문에 얼룩진 부분은 초록색 형광으로 표시된다고 하니 고양이는 진정 집사를 csi로도 변신 시킬 수 있는 영리한 동물임에 틀림이 없는듯 했다..>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단계를 거쳐 합사를 시도하다가 최근 완전 합사를 하고 있는데, 하악질도 하고 싸움이 격해(?)질 때도 있지만 한 공간에서 잘 적응들을 해 주고 있어 흐뭇했다. 다만 어미묘가 왜 가까이 있는 다른 냥이에게 대신 화풀이를 하나? 했더니 이 역시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어찌 할 수 없을 때 곁에 있는 고양이에게 화풀이를 한다거나 빗자루 등이 쓰러져 큰 소리가 나는 이유가 다른 고양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니....고양이나 사람이나 오해하는데는 장사가 없다 싶어져 웃음이 났다....>알고 나면 큰 일이 아닌 일들이다.

 

책은 초보 집사부터 오래된 집사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팁을 건져갈 수 있도록(?) 목차별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내게 가장 유용했던 정보는 제일 마지막 파트인 <나이든 고양이와 생활하기> 편이었다. 큰 고양이가 올해로 7살. 출산을 거쳤고 그 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녀석은 참 동안이지만 그래도 이젠 점점 나이든 고양이가 되어갈 녀석이기에 집사는 미리 마음과 환경의 준비를 해 두어야만 한다. 당뇨, 심장질환, 신부전 등에 대한 공부도 좀 더 디테일하게 해 두어야만 하겠고...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변해가는 것들이 있다. 원래부터 심플한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고양이들이 다칠만한 가구나 물건들을 없애거나 치우면서 집안은 정말 심플해졌다. 꼭 필요한 것만 두면서 고양이들에게 안락한 방석이나 스크래쳐 같은 것들은 최대한 군데군데 두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두고 있다. 물과 사료는 총 4군데, 5개의 화장실은 1층과 2층에 나누어 배치해두었고 뜯거나 삼킬만한 것들은 아예 치워 버렸으며 방묘창을 설치하고 쓰레기통이나 봉지는 중문 밖이나 화장실 안에 두고 철저하게 문을 닫으며 살고 있다. 환기를 위한 창에는 방묘창을 꼼꼼히 해 두는 것으로도 모자라 오픈 할 때는 가급적 그 근처에서 머물렀다가 창을 닫는다. 걱정도 팔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자칫 작은 방심이 가족을 잃어버리는 일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신경쓰며 사는 편이다.

 

부지런을 떠는 집사는 아니지만 쓰다듬어준다거나 대화하는 일에는 인색하지 않으려 애쓴다. 고양이라고 다 같지는 않았다. 6마리 모두 성격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달랐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다. 집사로 사는 일은.

 

책의 마지막에 그런 물음이 적혀 있다.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니?"라고. 늘 궁금한 질문인데, 언제나 내 고양이들은 답을 해주는 것 같은데 우린 서로 언어가 달라 정확하게 들리진 않는 듯 하다. 다만 그 느낌!! 내가 너를 소중히 여기고 네가 나를 믿고 사랑한다는 그 느낌만큼은 충분히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책을 통해 체크하면서 참 행복했다. 적어도 이 정도는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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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긋는 소녀 - 샤프 오브젝트
길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푸른숲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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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언 플린의 소설 중에서 가장 밋밋하게 읽은 작품이 무엇인지 꼽으라면 <몸을 긋는 소녀>를 선택하겠다. 물론 이 이야기 역시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2006년 데뷔작으로 CWA 스틸 대거상과 뉴 블러드 대거상을 동시에 수상한 책이면서 영리하게 쓰여졌다. 하지만 이후 더 노련한 솜씨로 집필한 <나를 찾아줘>와 짧은 길이에도 불구하고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나는 언제나 옳다>를 먼저 읽어버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작인 <몸을 긋는 소녀>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다.

 

완벽한 이야기꾼,,,

 

10년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평론가로 활동해 왔던 그녀가 무섭게 써 내는 소설들은 허를 찌르면서 궁금증을 폭발 시킨다. 여자작가 특유의 섬세함이나 달달함은 머릿 속에 자리잡을 틈도 없다. 그녀의 소설에 몰두하는 동안 작가가 여자인지, 커리어가 어떻게 되었는지, 전작이 무엇인지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린 채 이야기의 길로 무섭게 내달리기 바쁘다. 독자를 LTE급 가속력으로 밀어붙이는 이야기는 때로는 잔인하게, 때로는 흥미롭게 또 때로는 처참하게 풀어지다가도 어느 순간이 오면 방향을 체인지 시키거나 결말만을 위한 화해로 인도하지 않아 좋았다.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를 등에 지고 나타난 노련한 이야기꾼처럼 그녀는 완벽했다.

 

 

 

나도 그 애들처럼 살해됐으면 좋겠어 그럼 완벽하게 사랑받을 수 있잖아....

 

라니. 어떻게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지? 길리언 플린의 이야기 속 등장 인물들은 어딘지 모르게 일반적이지 않았다. <나를 찾아줘>에서도 바람핀 남편에 대한 복수로 그를 자신의 살해범으로 만들 생각을 했던 마누라가 등장하더니 <몸을 긋는 소녀>에서도 특이한 정신상태의 인물들이 등장했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 여자는 엄마, 언니 그리고 여동생이다. 그녀 스스로도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했음을 군데군데에서 시사했던 엄마(아도라)는 모정이 깊지도 않으면서 일부러 아이를 아프게 만들어 보살피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의도대로 행동한 딸(메리언)은 죽었고 제맘같지 않던 딸(카밀)은 멀리 떠났다.

 

 남보다 못한 가족관계로 이어져왔던 카밀 역시 엄마로부터 벗어났지만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진 못했다. 남모르게 자신의 몸에 단어를 새기는 자해를 하면서 살아왔던 그녀에게 고통은 살아가기 위한 도구였을까. 아니면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까.

 

 

P13  나는 가고 싶지 않았다

 

 

시카고에서 네번째 가는 신문인 <데일리 포스트>에 글을 기고하며 밥벌이를 하고 있던 카밀에게 편집장은 두 건의 소녀 살해사건을 디밀면서 고향에 다녀오라고 일감을 던져준다. 가고 싶지 않은 곳, 보고싶지 않은 가족이 머무는 땅. 12년 만에 취재를 위해 다시 방문한 고향은 불편한 시선 투성이였다. 얼마나 후회하고 또 후회했을까. 하지만 와버렸고, 취재가 끝나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도 없다.

 

불편한 사람을 만나는 일과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일.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힘든 일일까.

 

그 옛날 여동생을 살해하고 윈드 갭 마을의 소녀들을 살해한 살해범으로 엄마 아도라가 지목되었으나 다시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카밀은 엠마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침대, 의자, 책상 그리고 인형의 집까지...결국 56개의 표백된 치아를 발견했을 때, 그녀의 머릿속으론 어떤 생각들이 지나쳐 갔을까. 정말 독 맛을  본 아이는 남을 해치는 일이 위안이라고 여기는 것일까.

 

 

정말 끝내주게 지독한 모녀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 모녀관계는.

하지만 마지막에는 작가가 언급한 것처럼 사실만 남았다. 그래서 슬프게 느껴지거나 잔혹한 잔재가 남지는 않았다. 마음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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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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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신의 경계가 무색하다 느낄만큼 '그리스 로마 신화'는 인간의 삶과 판박이다. 질투와 욕망, 배신이 섞여 있는 인간적인 신화이지만 우리 집 밥수저 갯수 헤아려 보듯 너무나 빤하고 익숙하여 성인이 된 이후에는 오히려 흥미를 잃어버린 신화가 그들이라면 오히려 뒤늦은 10대의 사춘기 때부터 접했지만 여전히그 흥미로움에 손을 놓치 못하고 있는 신화는 북유럽 신화 쪽이다.

 

바이킹의 역사와 함께 해 온 그들의 신화는 역동적이면서도 거칠다. 여성적인 섬세함 보다는 힘이 세고 강한 한 방이 있는 그런 느낌을 전달한다. '뱃사람/전사/식민자'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바이킹'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인을 지칭한다고 하는데 780년부터 1070년 사이를 '바이킹 시대'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최고의 배와 뛰어난 항해술을 보유하고 있던 그들은 남쪽으로는 잉글랜드를 비롯한 여러 국자들을, 동쪽으로는 콘스탄티노플까지 나아가며 그 위상을 떨쳤다고 전한다. 재미난 것은 스웨덴 바이킹이라고도 불렸던 루스(Rus)인들에서 러시아라는 국명이 유래되었다니...국명만으로도 그 핏줄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또한 바이킹의 여인들이 가슴에 붙이고 다녔다는 쇠/은/동 따위로 만들어진 그릇은 남편의 재산에 따라 재료와 크기가 달라졌다고 하는데 왜 그 무거운 것을 하필이면 가슴에 붙이고 다녔는지...상상하면 할수록 웃음이 터져 나와 그 부분에서는 잠시 책읽기를 멈추기도 했다.

 

사실 북유럽 신화 속 주인공들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이었는데, 마법 탐정 로키 라그나로크/오!나의 여신님(일본 애니메이션)과 토르 (헐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그들의 이름이 꽤 친숙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제우스급인 그들의 최고 신인 '오딘'에서부터 천둥망치를 휘두르는 금발의 '토르', 애니메이션에서 귀엽게 그려졌던 '헤임달과','프레이야', 비디오 테이프 늘어질때까지 남동생이랑 되돌려보기했던 오 나의 여신님에 등장하는 세 여신의 이름인 '울드/스쿨드/베르단디'(북유럽 신화 속 운명의 세 여신) 외에도 유명한 게임인 '아스가르드'에 이르기까지 알지 못하는 사이 이미 북유럽 신화는 밀접하게 우리 곁에 와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조금씩.

 

헐리우드 영화 속에서 멋진 금발 청년으로 등장했던 '토르'에 비해 시커멓고 노안처럼 보이던 '로키'는 매력적으로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속 '로키'는 고동색 머리의 귀여운 주인공으로 셜록처럼 시크한 탐정으로 등장했는데, 케빈 크로슬리-홀런드의 <북유럽 신화> 속 로키는 좀 더 다각적인면이 부각되어 있었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면서 적의를 드러내고 독설을 뱉어내면서 배신까지 일삼는다. 중상모략과 험담을 일삼고 토르의 아내와 동침을 하고....이정도 캐릭터면 나쁜 놈 중의 나쁜 놈이지만 로키라는 캐릭터는 어딘지 모르게 그를 미워하게 가만 두지 않는다. 곧 익살스럽게 영리하게 그러면서도 매력적으로 치고 빠지는 모습에 작은 통쾌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신들의 제왕 오딘 앞에 서서도 당당하게 맞서는 배포. 로키만이 가능한 일이 나리까. 그래서 설레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32편의 북유럽 신화를 차례차례 순서대로 읽었지만 아직 목마르다. 다 이해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궁금하고 조금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을 보면 우리네 선조들과는 참 이질적인 성향을 지닌 바이킹들 신화의 매력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심연에 묻혀 있나보다 싶다.

 

 

p6  현재의 우리에게 다른 어떤 신화보다도 스칸디나비아의 신화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된다     (토머스 칼라일)

 

 

토머스 칼라일의 표현이 정답. 다만 '신이란 존재는 정말 신이 아니라 고대의 약삭빠른 인간에 불과했다'는 투르빌 페트르의 말처럼 그 캐릭터의 재미는 얻어가되 그 내용들이 주는 교훈은 잊지 말아야겠다. 인간으로 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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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 쉽고도 알차게 인도하는 예비부모와 왕초보 부모의 길잡이
김영희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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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장을 열 즈음 하여 흉흉한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

 

부천 여중생 시신 유기 사건.

부모가 유학파 성직자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 더욱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그 사건은 같은 지역에서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4년간이나 냉동 보관해 왔던 또 다른 가정의 아동살해 사건과 더불어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혀졌다. 뿐만 아니라 작년엔 법정구형이 겨우 10년 형이 언도되는 바람에 대한민국 부모들의 가슴에 찬바람을 일게 했던 칠곡 계모 아동 학대 사건도 있었다. 아, 정말 대한민국에 부모 자격 시험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싶어진다.!!!!

 

 

부모 되기는 쉬워도 좋은 부모 되기는 어렵다
페이지 : 42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어색해질만큼 결혼 시기도 많이 늦추어졌고 아예 비혼을 선언하다 못해 최근엔 나홀로 웨딩을 치르는 사람들까지 있단다. 확연히 예전에 비해 부모가 되는 삶을 택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긴 하다.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한다고 해도 한 명 정도 낳아 기르는 가정이 많다.  많은 형제 자매 속에서 자라며 가정 내에서부터 인간관계와 사회화 과정을 겪고 크지 못하기 때문에 정말 더 잘 길러내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소수의 아이들조차 폭력에 희생되거나 오냐오냐 키워져 공공장소에서 민폐형 어린이로 자라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면 울분이 살짝 끓어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가 더 확 와 닿았다. 가슴에-.

 

 

p106  아이를 달랜답시고 비위를 맞추거나 어르지 말라

        어떻게 해야 자신을 달래주는지를 아이가 알게 되면

        그 아이는 이제 당신의 주인이 된다. 그러면 끝이다  (루소)

 

 

조기 교육보다는 아이의 발달 단계에 따라 스킨십, 공감, 칭찬, 놀이(영유아기) 과정을 거치게 하는 적기교육이 필요하지만 나조차도 조기교육에 비해 적기 교육이라는 단어가 낯설다. 엄마에게 거의 맡겨지다시피한 가정교육이지만 이 시대 엄마들이 얼마나 바쁜지.....! 맞벌이를 하는 집이 허다하고 믿고 맡길 사교육도 찾기 힘들며, 양질의 공교육도 불안불안하게 보여질 때가 있어 걱정스럽긴 매한가지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위험해요, 애도 엄마도> 카테고리에서 요즘 소아정신과를 방문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통탄하고 있었다. 조금쯤 느려도 좋고, 가르치지 않는 용기를 발휘하여도 좋으련만.....막상 부모가 되어보면 조바심이 일게 마련인 모양이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동일할텐데......

 

 

p76  문제 있는 아이는 없다. 단지 문제 있는 부모만 이 있을 분이다 (에리히 프롬)

 

 

이 책, 낯선 표현들이 참 많다. 그만큼 알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내용이 가득하다는건데, 그 중 엄마의 출산 기간은 총 4년이라는 표현 또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었다. 임신 기간과 생후 만 3년을 포함한 그 기간 동안 엄마와 아이는 떨어져서는 안되는 유착관계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낳는 것으로 부모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님을 .... 이어지는 양육과 교육 그리고 성장과 성숙이라는 단계를 통해 그 거리감이 달라질 뿐 자녀를 출산한 이상 부모의 역할에는 마침표가 없었다.

 

책 중간중간에 노란 띠지처럼 둘러진 "끝내는 엄마 vs 끝내주는 엄마" 페이지를 특히 주의깊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이미 부모이거나 예비부모인 사람 모두. 단순히 해야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옳은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로 나뉜 페이지가 아니므로. '승우'라는 아들을 키우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저자는 틈틈이 이를 예시로 들면서 더 좋았을 선택에 대한 팁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통해서.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과 종종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가 있는데, 어떤 아이는 소리지르고 떼를 쓰고 하면서 바닥에 눕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지금은 안돼"라는 말에 장난감을 제자리에 얌전히 가져다 두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여 놀라웠던 적이 있다. 3~5살 사이의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그 엄마들은 커리어적으로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전자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다가 그냥 가 버렸고, 후자는 아이와 약속을 했다. 휴대폰 속 달력을 열어 구매가 가능한 날짜를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그 앞에서 "엄마가 00에게 00사주는 날"이라고 약속을 입력하며 아이를 설득했다. 어린 아이였지만 이 과정이 익숙했는지 아이는 더 조르지 않았다. 이런 엄마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끝내는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다. 읽어 본 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지막으로 "부모가 고수가 되는 길은 단순함에 있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그 수많은 육아서를 따르기 보다는 내 아이를 좀 더 관찰하고 아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방향으로 함께 뛰어주는 것. 인생이라는 긴 시간동안 "스파링 파트너"가 아닌 "페이스 메이커"로 자녀 곁을 지키는 부모이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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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10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포석 (시즌 2) 미생 10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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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열렬히 공감했다. 특히 사원과 관리자 둘 다 경험해 본 사람들에게 <미생>은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저자 윤태호는 직장생활을 해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상상만으로 이토록 절절한 리얼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는 진정 이야기꾼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는데, 이를 두고도 또 말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서두 '작가의 말' 페이지에서 그는 그동안 들어왔던 '워커홀릭의 미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작가에게도 이는 신경쓰이는 말들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미생에 등장했던 캐릭터 하나하나는 정말 사회 생활을 거치며 만나왔던 인물들이어서 내겐 그다지 허상의 인물들 같지 않아 좋았건만..... 워커홀릭 상사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나 역시 못말리는 워커홀릭으로 버텨보았기에 그 누구보다 오차장의 심정으로 볼 때가 많았다. 물론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무게에 짓눌리며 살진 않았어도.

 

내가 본 <<미생>>은 애써 아름답게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둑에 대해 몰라도 재미있었다. 그 수가 바둑이건 손자병법이건 상관이 없긴 했다. 다 알아야만 재미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알아가는 재미, 몰라도 그저 그 길을 따라가면 남는 감동.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가 <미생>이니까. 1~9권까지 '원인터네셔널'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장그래는 이제 시즌 2(10권)에서부터는 온길 인터내셔널에서 사원으로 일하며 또 다른 사회 생활에 돌입하게 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 대기업의 인프라 속에서 일할 때와 신생 무역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발버둥 쳐야만 하는 현재 속에서 사람들은 변모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주목할 이가 의리와 진리의 상징 오상식 캐릭터였는데 그는 실익을 중시해야만 하는 신생회사에서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일까. 그렇다면 그는 정말 믿고 함께 갈 가장 이상적인 상사(워커홀릭부분을 제외하고)일 것이다. 하지만 영리한 저자는 분명 변수를 두고 반전을 꾀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한껏 높여져 있었다.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10>은.

 

P 33  초라해...못 견디겠다....

 

기분파라서 실익이 적은 스타일인 김동수 전무와 '문턱주의자'라 불리던 츤데레적 성향이 강한 김부련 사장, 워커홀릭 오상식 부장이 이끌어가는 신생 회사는 2년 짜리였다. 61페이지까지는 드라마의 끝부분이라 익숙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바로 연봉 협상, 인센티브 협상을 하는 모습은 사회생활을 꽤 해 왔던 내게도 낯선 모습이었다. 사실 연봉 협상보다는 매년 회사에서 제시한 금액에 싸인 하는 것으로 종결지어지던 모습이 팔할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해 가지만 소신껏 발언한 김대리의 모습이 참 멋지게 여겨졌다.

 

 

P86  월급날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건 회사의 엄청나고 엄청난 성과야

 

바둑의 바자도 잘 모르지만 고정관념은 바둑의 적 이라는 그 문장이 참 좋았다. 수만 가지 정석을 배우고 그 다음 다 잊는 이유는 한 수 마다 상황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바둑과 사회생활은 참 많이 닮아 있다. 2년 동안 원 인터내셔널에서 일을 배워온 장그래는 온길 인터내셔널에서 다시 첫 스타트에 섰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그에게 김과장은 먼저 장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더 열악한 정글에 던져졌지만 그래도 장그래는 행복한 신입이라는 생각이 든다. 든든하면서 가르침에 있어 애살있는 사회 선배들과 함께 하고 있으니까.

 

사실 <미생>은 글로 보는 것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편이 훨씬 쉬웠다. 하지만 중간중간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문장들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책이 전하는 축복일 것이다. 시즌 2도 드라마로 만들어질까? 어서 이야기가 쑥쑥 뽑아져서 시즌 2 드라마로 이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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