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가족 - 고양이 모리, 딸 소은이와 함께 자라는 수의사의 육아육묘 일기
김동건 지음 / 야옹서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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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생인 노란 빛깔의 귀여운 고양이는 수의사와 함께 산다. 아플때마다 바로바로 진찰 받을 수 있을테니 금손아빠를 가진 고양이인가? 싶었지만 사실 수의사가 된 뒤엗 고양이는 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수의사였다. 그랬던 그가 근무 중인 병원에서 '호박이'라는 넉살 좋은 녀석을 만났고 고양이와 함께 살아보고픈 생각이 들고만 거다.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는 집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거의 대부분 시작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슬픈 사연이든, 즐거운 사연이든 간에 고양이 한마리가 사람의 생각을 바꿔 버린다. <가장 보통의 가족> 속 부부도 그랬다. 수의사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동물을 집에서 키우고 싶지 않았던 아내에게도 '호박이'의 힘은 통했다. 그리고 입양하게 된 아기 고양이 '모리'. 사진 속 녀석은 너무 귀여웠다.

 

생후 100일째 되던 날, 모리에겐 평생을 함께 한 '형아'와 '누나'가 생겼다. 책장에도 들어가고 사료도 듬뿍 먹고 발관리, 털관리를 받으면서 점점 자라나 싶더니 곰팡이성 피부염에 걸려 약을 먹을 일도 생기고, 잠복고환이라 개복수술을 받기도 했다. 고양이 인생도 일장일단인가보다. 그 무렵 부부에게 아기가 생겼는데, 수의사라는 직업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다른 곳에 보내라는 소리를 여럿 들었다니.....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에선 이 과정은 통과의례인가보다 싶어진다. 이젠. 주변에서도 정말 여러번 생겼던 일들이라.

 

수의사와 결혼해도 반려동물을 키울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아내의 변화는 놀라웠다. 모리의 얼굴로 태교를 하고, 왕관/헤어밴드/애착인형 등의 아기용품을 만들어 먼저 모리에게 착용시켜보기도 했다. 특히 친구들에게서 물려받은 바운서는 모리의 최애품이 되었다고 한다. 외동묘였지만 집 안에 아기가 태어나고 나선 고양이 모리는 정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멀찍이서 냄새를 맡고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가 사람 누나에게 "야옹야옹~"알려주기도 했다. 고양이가 아기를 대하는 법을 터득해가듯 아기 집사 '소은이'도 자라면서 고양이를 대하는 법은 부모로부터 배워나간다. 그래서 투샷은 그 어떤 고양이 사진보다 따뜻하게 찍혀 있다. 물론 모든 날이 다 핑크빛은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족으로 똘똘 뭉쳐 지내는 모습에 같은 집사로서 감사한 마음이 들고 행복한 표정의 고양이 모리를 계속 응원하고 싶어진다.

 

책장을 넘기면서 모리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소은이는 훌쩍훌쩍 자랐다. 소은이의 키자람에 따라 시간이 흘러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아기와 고양이가 함께인 사진은 여전히 사랑스럽지만. 책의 내용 중 가장 뭉클했던 대목은 "아기는 잘 키워서 독립시켜야 하는 존재인 반면, 고양이는 하늘의 별이 되는 날까지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다"(p250)라고 쓰여진 문장이었다. 아이를 내 것으로 보지 않고 독립시켜야하는 인격체로 인식한 부분도 감동이고, 평생 책임져야하는 존재로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는 점 역시 존경할만 했기 때문이다. 모든 반려가족들의 생각이 이러하다면 세상에 버려지는 동물가족들이 없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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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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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통해 본 작가는 웃음이 많고 밝아 보기 좋았고, 책을 통해 본 작가는 한껏 업된 상상력과 글밭 속 묻힌 문장들이 너무 좋아 찾아 읽게 만들만큼 마력을 뿜어냈다. 입소문이 한창일 때는 미뤄두었다가 한참 후에야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한 <보건교사 안은영>은 결국 원작소설 읽기로 이어졌고 정세랑이라는 작가가 참 궁금해지던 참에 마법처럼 tv를 통해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몸이 아팠다는 것과 책을 좋아하는 소녀였다는 점은 인터뷰로 알고 있었지만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는 것은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고, 어떻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행한 내용의 에세이를 쓸 수 있었던 것인지 또한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뉴욕-아헨-오사카-타이베이-런던' 으로 이어지는 목차 안엔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사건들도 실려 있고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도 되새김질 되어 있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아주 편하게 술술 풀어진 이야기 실타래를 따라가다보면 금방 다음 도시가 나오곤 했다.

 

놀라운 점은 단 한 번도 정세랑 작가가 결혼했을 거라 생각해 본 일이 없다는 거다. 딱히 미혼이나 비혼일 거라고 생각한 일도 없었으나 서른 한 살에 결혼했음을 고백한 대목에선 "이 작가, 결혼한 사람이었어?"하고 놀라버렸다. 그것도 여행을 함께 한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다니......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치곤 '여행'은 그녀에게 많은 선물을 가져다준 셈이 아닌가. 스쳤던 사람들도, 좋았던 여행 운에, 장소에서 쌓은 추억담 그리고 반려인까지......!

 

보통의 여행에세이나 여행책자를 보게 되면 그곳에서 꼭 보고 와야할 핫한 장소를 찜한다던지, 나도 모르게 맛집 리뷰를 읽듯 괜찮은 곳인지 가늠하곤 했는데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으면서는 장소보다는 사람이나 그녀의 생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웃으며 읽을 수 있는 포인트 페이지들이 많았고 다 읽고나선 가슴 한 켠이 참 따뜻해졌다. 내가 다녀온 여행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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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살인자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 1
스테판 안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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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그라르손','요 네스뵈'를 필두로 읽기 시작한 북유럽 추리소설.

이전에 읽었던 일본소설이나 미국소설과는 느낌이 또 달랐다. 사진을 찍을 때 푸른색감이 도는 필터를 끼운 듯한 서늘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전하는 글들이라 느낌이 참 묘했다. [파비안 리스크] 형사 시리즈로 스웨덴 최고의 범죄 소설상 및 독일 최우수 범죄 스릴러상을 수상한 작가 스테판 안헴의 소설은 처음이었으나 사전두께의 방대한 양에 비해 책장은 술술 넘겨졌다. 살인의 빈도수, 범인의 동선추적 등이 재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늘어짐이나 지루함 없이 계속 읽게 되어 가독성도 제법 좋은 편이다.

 

 

이야기는 가족과 함께 스톡홀롬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파비안으로부터 시작된다. 출근하려면 6주나 남아 있지만 9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 예르겐 폴손이 살해된 채 발견됨으로써 곧바로 수사에 투입된다. 그리고 뒤이은 살인. 시체로 발견된 둘은 학창시절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이라 자연스레 그들에게 구타당하고 괴롭힘 당했던 학생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하지만 쉽게 사건이 마무리되나 싶은 순간 용의자마저 살해된다.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가해자, 피해자 할 것 없이 닥치는대로 동창들을 죽인 것일까. 그것도 그가 고향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책을 읽기전 '반전소설'임을 살짝 귀뜸 받았지만 범인에 관한 것인지, 사건에 관한 것인지는 알지 못했는데, 준비된 반전보다 더 놀라운 건 범인의 목표였다. 한 반 사람들을 몽땅 죽이려한 것치고 그 이유는 다소 가벼웠다. 그 누구도 깨지 못할 기록, 한 반 사람들을 모두 죽인 유일한 범죄의 기록이 되어 영원히 존재하길(p617) 바라는 어긋난 욕망을 품을 정신과 실행 능력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순 없었을까.

 

 

중간중간에 삽입된 괴롭힘 당하는 소년의 일기는 마치 살인범의 학창시절 일기처럼 읽혀졌지만 사실 파비안 형사의 아들이 쓴 일기였다. 그의 아들 테오도르는 범인에게 납치되어 죽을 뻔 했다. 가족과 동창들을 지키기 위해선 범인을 빨리 검거해야만 한다. 똑딱똑딱똑딱....주인공인 파비안이 다급해질수록 책을 읽고있는 독자인 나의 머릿속에서도 시계초침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페이지 2/3를 넘어가면서부터는 함께 호흡하고 함께 긴장하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1982년 낡은 사진 속 21명 중 5명만 살아남았다. 눈 앞에서 자행된 학교 폭력 앞에, 친구를 외면했던 기억이 유쾌할 리 없다. 그 시절의 용기없음을 비단 아이들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마흔 셋의 파비안 형사는 경찰 아저씨(?)로 늙어가고 있었다. 아내와는 약간의 삐걱거림으로, 아들과는 대화에 벽을 친 상태로, 회사 일을 핑계로 가정사에는 속속들이 신경 쓰고 살지 않는 흔한 아저씨로. 그의 동창들도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보단 평범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들여다보면 한 두 가지씩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단 범인을 제외하곤. 그의 시선은 내일이 아닌 과거에 묶여 있었고 오늘이 잘 진행되지 않는 이유를 과거에서 해결하고자 했다. 자신의 변화보단 타인을 탓하는 쪽을 선택한 괴물이 연쇄살인마로 등장한 스테판 안헴의 범죄소설은 다음 시리즈를 기다릴만큼 인상적이었다.

 

p472 349번. 리나의 사물함 바로 옆에 살인마의 사물함이 있었다

p615 한 반에서 고작 여섯 명 죽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이 정도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거다...

... 사실은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p620 그리고 그는 살인범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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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트하우스 3 - 김순옥 대본집
김순옥 지음 / 넥서스BOOKS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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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단태의 악행이 펜트하우스시즌3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가 매회 끝날때마다 예측할 수 없는 결말로 깜짝 놀라는 중이다.

 

치밀하고 영악해도 줄줄이 죽어나가는 판에 순하고 설렁설렁 살았다가는 버텨내지 못할 펜트하우스 드라마 속.

 

영상처럼 대본도 순삭인지 [펜트하우스시즌2]대본을 읽어보기로 했다.

 

 

예전과 달리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드라마 대본집이 출판되는 경우도 많아 기다리지 않고 다시보기하면서 책이랑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지금처럼 시즌3가 방영되는 가운데 시즌2를 읽게 되면 지난 회를 복습하는 효과도 톡톡하다.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는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어서 자칫 놓치고 지나갔던 부분들은 대본으로 되새김할 수 있어 이제껏 대본집 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회 에피소드에만 집중하느라 회차별 제목이 붙여져 있는지도 몰랐는데,

시즌 21화 사육제부터 13화 주단태와 미스터 백까지 총 13개의 에피소드 + 기획의도/인물관계도/등장인물로 구성되어져 있고 컬러사진이 첨부된 포토갤러리도 포함되어 있어 두께가 꽤나 두껍다. 기획의도 첫 줄인 "어떤 인간의 욕망도 절대 충족되지 않는다. 인간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끝없이 오르려 하기 떄문이다" 대목에선 심수련과 주석훈을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떠올려졌고 "그들은 무엇으로 돈을 모았고, 그들의 욕망의 끝은 어디까지일까?"라는 대목에선 시즌3까지 이어진 등장인물들의 욕망의 몸짓들이 오버랩된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가질만큼 충분히 가진 사람들이 더 가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추악하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리얼리티 또한 가미된 것 같아 한숨이 저절로 내쉬어진다.

 

 

100층 펜트하우스 범접 불가 '퀸' 수련의 조용한 일상이 파토난 가운데, 이제껏 딸이라 믿었던 혜인이는 뒤바뀐 딸이고 고생고생하며 자란 친딸은 눈 앞에서 죽어버렸으며 이 모든 작당의 원인인 남편은 목하 같은 학부형과 바람난 상태라니......웬만한 멘탈로는 일상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을 수련은 잘 견뎌냈고 시즌2에서는 복수의 칼날을 날카롭게 가는가 싶었지만 첫 씬부터 예상을 빗나가고 만다.

 

 

 

2022년 3월 28일, 청아예술관 공연장에서 "제 28회 청아예술제"의 막이 오르고 대상을 수상한 배로나는 트로피를 손에 쥘 새도 없이 계단에서 처참한 몰골로 발견된다.

 

5개월 전으로 돌아가 주단태의 연인이된 전부인 서진을 뉴욕에서 만났던 윤철은 단태의 하수인들로인해 손을 다친 채 바다에 버려진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단태와 서진의 약혼식날 헬기를 타고 나타난 윤철과 윤희. 둘은 복수를 위해 부부행세를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로건 덕분에 수술로 목소리를 되찾게 된 윤희는 천서진 대신 무대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전성기적 실력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성대결절 상태인 서진의 목을 옥죄고만다. 어른들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헤라팰리스 키즈들과 돌아온 로나의 팽팽한 접전도 평행선을 달린다.

 

 

 

1화에서 시작된 청아예술제 시체는 4화에서 정체가 밝혀지고 국민배신남으로 찍혀도 할 말 없게 된 윤철에겐 망가진 딸 은별과 출생의 비밀을 드러낸 딸 로나가 남겨진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도 될 수 있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순옥월드속 이야기는 영상이 아닌 글로봐도 재미의 속도는 여전하다.

 

 

특히 펜트하우스 대본집(시즌2)은 부록으로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 박은석의 미니 포스터를 받아볼 수 있다. 큰 엽서 사이즈로 선명한 사진에 사인까지 곁들여진 스틸컷으로 기념으로 책과 함께 소장하기 딱이다. 아울러 펜트하우스4(시즌 3 대본집)도 9월에 출간될 예정이라니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다 복습하듯 읽어야겠다. 흡인력이 높아 후다닥 읽은 펜트하우스 대본집. 이제껏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 결말은 권선징악적이었기에 이번 드라마 '펜트하우스' 역시 주단태와 천서진이 큰 벌을 받고 종결될 것으로 믿고 그 날을 기다리며 대본집을 한 번 더 탐독해야겠다. 가장 마지막 순간 고구마 대신 최고조된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던져주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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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5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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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이후 줄곧 읽고 있는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작가의 출간순서가 그러한 지, 국내 번역본 순서가 그러한 지 모르겠지마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는 목차를 보고 골라 읽듯 '성인-학생-다시 성인' 으로 소설의 시간대를 오가다보니 한 권을 읽을 때마다 꼭 주인공의 나이를 확인하게 된다. [다시 한번 베토벤]의 미사키 요스케는 스물 셋. 사법 시험에 수석 합격 후 연수원에 들어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는 이야기다. 아직은 아무도 모르지만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현직 검사의 아들이고 사법 시험은 수석 합격. 게다가 외모까지 훈훈해서 연수생들의 부러움과 시기질투를 동시에 받지만 정작 본인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소설의 시작은 피아노 연주에 매진했지만 한계를 깨닫고 법조인으로 환승한 '아모'가 연수원에서 미사키와 마주치면서부터다. 미사키의 실력도 모른 채 그 앞에서 베토벤을 즐겨 듣거나 음악에 대해 읊조리지만 미사키의 연주를 듣고 살리에르처럼 겉과 속이 다른 마음을 갖게 된다. 이전까지 그에게 미사키는 그저 똑똑하지만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경쟁자였다면 피아니스트로서의 면모를 확인한 후에는 신이 한 사람에게 자신이 그토록 갖고 싶었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남자를 향한 절망감이 들고만다. 단 미사키가 콩쿠르에서 '발트슈타인'을 연주하고 동시에 사건의 범인을 지목해내는 것을 보기 전까지.

 

p86 열등감을 연료 삼아 성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등감 때문에 절망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조가 된 아모와 미사키 앞에 던져진 사건은 '부부 그림책 작가 살인사건'.

남편은 글을 쓰고 부인은 동화책의 그림을 그리며 평생 협업해 온 관계지만 아내는 현재 남편을 죽인 살인용의자가 되어버렸다. 아이 없이 단 둘만 살던 부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늘 본명으로 활동해온 아내와 달리 남편은 죽기 전 마지막을 제외하곤 모두 '목부육랑'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써 왔다. 본디 동화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학이지만 남편 로쿠로는 가볍고 읽기 쉬운 동화가 아닌 비판적인 시각을 담아내 어렵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붉은 토끼'가 주인공인 글을 탈고하면서 자신의 본명을 기재하기로 했고 이후 식칼에 찔려 사망했다. 하필 그날 아침 남편과 크게 싸우고 집을 나갔던 히미코는 유일한 살인용의자가 된다. 모두에게 살인자로 지목받을 때 단 한 사람, 미사키만이 진짜 살인범을 찾아냈다. 그리고 콩쿠르 날 그 범인을 공표한다. 이 대목에서 사실 살짝 김이 빠졌다. 놀랄만한 반전도 아니고 주목할 만한 사람도 아니었기에. 의외의 인물이긴했지만 범인으로서의 매력이 별로 없어 보였다.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미사키가 법복을 벗고 음악의 길을 택한 사실이 더 인상적어서 그랬던 것일까.

 

콩쿠르에서 연주한 미사키의 '발트슈타인'은 직접 귀로 듣고 싶을 정도로 궁금해졌다. 베토벤이라...모짜르트나 쇼팽, 리스트를 맛깔나게 연주할 법한 그의 손이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 제목부터 '베토벤'이 붙여져 있으니 당연히 연주곡은 베토벤이겠지만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미사키와 베토벤이라....안어울리는듯한 이 조합까지 작가의 노림수였던 것일까. 읽고나니 더 듣고 싶어져 '발트슈타인'을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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