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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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이 서로 아끼면서도 가난 때문에 이별하게 되는 이야기다. 한 순간의 판단 착오로 인해 상대편 여성이 부자인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돕고 나서 후회하는 중년 남자의 슬픈 사연. 그들은 지독하게도 가난했다. 서간체로 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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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8 17: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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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8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5-03-01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절절하게 <가난한 사람들>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안타깝고, 애틋하고, 슬프기도 하고요.
그들의 남은 생도 행복하지 못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ㅠㅠ

페크pek0501 2025-03-03 12:51   좋아요 1 | URL
슬프고 안타까워서 제가 부자라면 돈을 주고 싶더라고요. 옷과 신발이라도 살 수 있게 말이죠. 이것이 도선생의 처녀작이라고 하니 천재 작가가 맞네요.^^
 

*












장강명, 「미세 좌절의 시대」


아내와 나는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배달이라는 서비스에 값을 치렀고 그 가격에 배달 기사가 합의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걸까? 비가 오건 그렇지 않건, 배달 기사의 안전 운행은 오로지 그 자신이 신경써야 할 몫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러니까 배달 기사가 빗길을 달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 음식을 주문했다면, 그의 안전에 대해 우리도 약간은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30~31쪽)


만약 후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같은 맥락에서 대만 폭스콘 공장의 비인간적인 노동 실태가 폭로됐을 때 우리는 애플 제품도 거부해야 하는 걸까? 내가 잠시라도 어떤 사회 시스템에 간여한다면, 그 시스템 전반이 공정하고 정의로운지, 누군가를 착취하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야 할 의무가 내게 있는 걸까?(31쪽)


누군가는 그런 문제를 조사하고 있을 테고, 그 결과를 통해 법이나 협약이 개정되겠지, 나는 그 법이나 충실히 따르면 되지, 하다가 혹시 그게 바로 아돌프 아이히만의 논리 아니었나 싶어 불안해진다. 전체 시스템이 사악할 때 “나는 정해진 법대로 따랐을 뿐”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평범한 악’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리가 속한 시스템을 의심의 눈초리로 봐야 한다.(31~32쪽)





**













이성복, 「래여애반다라」


시에 대한 각서

                                            이성복


고독은 명절 다음 날의 적요한 햇빛, 부서진 연탄재와 삭은 탱자나무 가시, 고독은 녹슬어 헛도는 나사못, 거미줄에 남은 나방의 날개, 아파트 담장 아래 천천히 바람 빠지는 테니스 공, 고독은 깊이와 넓이, 크기와 무게가 없지만 크기와 무게, 깊이와 넓이 지닌 것들 바로 곁에 있다 종이 위에 한 손을 올려놓고 연필로 그리면 남는 공간, 손은 팔과 이어져 있기에, 그림은 닫히지 않는다 고독이 흘러드는 것도 그런 곳이다(31쪽)






고독은 당신이 남긴 빈 잔

  고독은 낮잠 자는 고양이

    고독은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터진 풍선

      고독은 햇볕이 쬐는 마당의 침묵

         도시인은 곳곳에서 고독을 느낀다

         - 위의 시를 흉내 내어 페크가 지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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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2-17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페크님의 시가 이성복 시인의 시보다 훨씬 더 좋아요!
저라면 첫 행을 이렇게 쓸 것 같아요.

고독은 당신이 마시다 남기고 간 잔에 아주 조금 남은 술

장강명 책의 저 인용문들은 정말 생각할 꺼리가 많은 문제죠.
사회의 시스템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고, 그 안에서 최대한 부조리를 제거하고
정의를 향해 가야할텐데,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부조리인가를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죠.
언제나 어디서나 겉으로 보이는 이면에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고,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만으로도 우리 사회는 이미 혼돈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페크pek0501 2025-02-18 08:52   좋아요 0 | URL
제가 쓴 시가 좋다니 과찬의 말씀이십니다.ㅋㅋ
감은빛 님의 시 구절이 멋지군요.
사회는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사회를 만들죠. 인간 개개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면서 하나의 사회를 형성해 가죠. 우리 모두 사회 시스템에 관여하는 셈. 나라마다 사회의 양상이 다른 것은 그때문이겠죠. 요즘처럼 국민들의 생각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흔치 않지요.
언제나 양면성을 봐야 하는 게 어려운 문제예요. 이쪽에서 보거나 저쪽에서 보거나 뒤집어 볼 때 달라지는 것들이 있어요. 보이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기면 그 이면을 볼 수 없겠죠.^^

잉크냄새 2025-02-17 2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마침 <동물해방>을 읽고 있는데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하더군요. 어려운 문제지만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고독은 눈꺼풀에 어른거리는 햇살의 춤사위.....라고 하나 덧붙여봅니다.

페크pek0501 2025-02-18 08:56   좋아요 0 | URL
저도 배달시키려 할 때 비가 오는 날은 머뭇거리게 되어요.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 때문이죠. 동물해방, 책이 궁금하군요. 저도 동물에 관한 책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 워낙 두꺼워서 언제 완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 걸음씩 나가는 게 목표일 뿐. 고독의 멋진 시 구절 한 줄에 감사드립니다.^^

희선 2025-02-18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음식 배달은 시켜 먹지 않지만(거의 안 사 먹어요), 택배는 받는군요 뭔가 살 때 별 생각 없을 때도 있는데, 아주 더울 때는 안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기도 하네요 어제 알았는데 제가 물건 산 곳에서 쉬는 날에도 물건이 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바뀌다니, 그런 거 몰랐습니다 보이지 않는 데서 일하는 사람도 많이 힘들지 않아야 할 텐데...


희선

페크pek0501 2025-02-18 09:00   좋아요 1 | URL
음식 배달은 주로 애들이 시키죠. 택배를 배달하는 분들이 무척 힘들게 일한다고 해요.
저는 그래서 요즘 1층 현관문 앞에 두고 가시고 문자 남겨 달라고 메시지를 쓰고, 제가 1층으로 내려가서 갖고 옵니다. 알라딘 택배도 그런 식으로 책을 받아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2025-02-19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2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2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7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5-02-24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거의 배달의 시대여서요. 택배 기사분들 자주 보게 됩니다.
가끔 열려있는 택배차에 꽉 차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저 안이 텅 비어야
퇴근하시겠구나 합니다. 우리의 편안한 삶에는 다른 분의 수고가 따르게 되는군요.

저도 예전에 시를 끄적여 본 적이 있어요. 이게 시가 맞나 하면서도요.
가끔 시를 읽고 흉내내어 써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페크님의 자작시도 좋은데요.^^

페크pek0501 2025-02-27 11:36   좋아요 1 | URL
우리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가 없지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아무도 없고 자기 혼자 세상에 남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자체가 공포지요.
저는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은 없고 좋은 시를 감상하고 싶어 시집을 뒤적입니다. 좋은 구절을 발견하면 적어 둡니다. 혹시 제가 앞으로 쓸 칼럼에 인용할 수도 있겠지요.
저도 저 위의 시를 쓰면서 이것도 시가 맞나? 했네요. 시에는 제가 모르는 법칙이 있겠지요. 흉내 내어 쓰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흉내는 앞으로도 시도해 보겠습니다.
모나리자 님, 좋은하루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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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폭력이 폭력인지 모르고 행사할 때가 있다.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인간은 고기도, 생선도 죽여서 먹는데 식물은 어떤 것도 해치지 않고 그저 ‘햇빛과 물’만으로도 살 수 있으니 영혜가 식물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영혜를 돌보는 언니의 모습에서 바람직한 인간상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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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이 인간의 목표라고 한다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순간은 이미 행복이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잘살아야 하는데, 잘사는 것은 특수한 기술이나 기능의 점진적 향상이 아니다. 잘산다는 말은 인간성이 원활히 발휘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인간성이야말로 인간 행복의 시작과 끝인 셈이다. 그렇다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80쪽)


인간성이란 인간다운 기능이다. 인간의 기능은 생식, 감각, 사유로 나뉜다. 생식은 식물도 하는 일이며, 감각은 동물에게도 있다. 하지만 사유는 오직 인간에게만 내재된 기능이다. 사유를 통해 인간은 인간다워지고, 사유를 인생의 본질로 삼았을 때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진다. 따라서 행복은 사유다. 생각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선한 삶이고, 삶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80~81쪽) 


쇼펜하우어(1788년생)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에 있는 글이다.















쇼펜하우어,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진정한 행복은 사유하며 ‘선한 삶’을 사는 데에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사유하지 않고는 행복할 수 없겠네. 선한 삶을 살지 않고는 행복할 수 없겠네. 여기서 경제적 요건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

모든 사람의 진정한 행복 및 축복은 전적으로 선의 향수에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혼자만 그 선을 향수하고 있다고 자만하는 것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 복지를 홀로 향수하기 때문에, 또는 자신이 남들보다 더 혜택 받고 운이 좋기 때문에 자신을 더 축복 받은 존재로 간주하는 사람은 진정한 행복 및 축복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며....(61쪽)


예를 들면, 인간의 진정한 행복 및 축복은 전적으로 지혜와 참된 인식에 있을 뿐,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현명하다는 것 또는 다른 사람들이 참된 인식을 갖고 잊지 않다는 것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의 지혜, 즉 그의 진정한 행복에 아무것도 보태는 것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이유로 기뻐하는 사람은 타인의 불행을 염두에 두고 기뻐하며, 그러므로 앙심이 깊고 악의가 있는 동시에, 진정한 지혜를 모르고 충실한 생활의 평안도 알지 못한다.(61쪽)


스피노자(1632년생)의 「신학정치론」에 있는 글이다. 















스피노자, 「신학정치론」


스피노자에 따르면 진정한 행복은 지혜와 참된 인식에 있을 뿐이다. 그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해서 행복이 있는 게 아니고, 자기만 참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행복이 있는 게 아니다. 또한 자신이 남들에 비해 더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해서 행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타인의 불행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쇼펜하우어와 스피노자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진정한 행복이란 지혜와 ‘선한 삶’이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겠다.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은 내용이 쉽지 않은 책이라서 술술 읽히지 않는다. 그래도 스피노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읽고 있다. 다행히 유튜브를 통해 스피노자 관련 강좌를 많이 접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

내 생각 : 

쇼펜하우어나 스피노자 같은 위대한 철학자가 아닌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인생에는 행복한 날과 불행한 날이 교차하기 마련 아닌가. 맑은 날도 있고 비바람 치는 날도 있는 것처럼.


누구나 다 알 듯이 부자라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부자가 아니라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다. 부자인가 빈자인가 하는 것보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때 그 속에 행복은 이미 깃들어 있다. 아무리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감사할 줄 모른다면 행복은 멀어진다. 두 철학자가 말한 지혜와 ‘선한 삶’을 추구할 때 감사하는 마음도 갖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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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2-12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이가 들면 좀 더 마음도 넓어지고 관대해지고 그럴줄 알았거든요. 근데 갈수록 더 쫌생이가 되는 느낌. 싫은건 왜 더 많이 싫어지고, 보기 싫은 사람은 왜 더 보기 싫어지는지.... 지혜와 선한 삶은 거저 주어지는게 아니네요.

페크pek0501 2025-02-13 10:59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 님이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을 그대로 써 주신 듯합니다. 저도 나이가 들면 저절로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속 좁은 선배뻘보다 후배뻘 사람을 만날 때가 더 즐거워요. 조심할 게 없어서요. 저도 만나기 편한 선배가 되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아요. 너그러움, 어디 파는 데 없나요? 하하~~

stella.K 2025-02-13 11:41   좋아요 1 | URL
고독이란 약국에 가서 알아보시면 약을 줄지도...ㅋㅋ 쇼펜하우어 책 읽어보고 싶네요.^^

페크pek0501 2025-02-13 11:57   좋아요 1 | URL
갑자기 나타나신 스텔라 님! 고독이란 약국이 어디 있나요?ㅋㅋ
쇼펜하우어의 글을 읽다 보면 진지한 글도 있지만 코믹한 글도 만날 수 있습니다.

파란놀 2025-02-12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고스란히 즐거이 부르는 노래로 흐른다면, 주머니에 돈이 있든 없든 그저 즐겁습니다. 마음에는 아무 노래가 안 흐르는데, 주머니에 돈이 없든 있든 그저 안 즐겁겠지요. 돈살림이 어느 만큼인지 쳐다볼 노릇이 아니라, 마음살림을 얼마나 즐겁게 노래로 일구는가 하고 바라볼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하루에 열끼나 스무끼를 먹어치워야 배부른 삶일 수 없듯, 얼마나 벌어들이느냐에 치우치다가는 으레 마음을 잊고 잃을 테니까요.

페크pek0501 2025-02-13 10:55   좋아요 0 | URL
오! 숲노래 님,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잘 지내시죠?
아이들 사진 올린 것을 보곤 했는데 그 귀엽던 아이들이 많이 컸겠습니다.
돈살림만큼이나 마음살림도 중요하겠죠. 자기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행복에 가까운 길로 가는 지름길인 듯합니다. 좋은하루보내십시오. 댓글, 고맙습니다.^^

희선 2025-02-14 0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통 행복이라고 하면 넉넉하게 사는 걸 생각할 때가 많은 듯합니다 그게 아닐 텐데... 돈이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닐 것 같아요 돈이 많은 사람도 나름대로 걱정거리가 있겠습니다 고마워하는 마음, 평소에는 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네요 세상에는 고마워할 게 아주 많은데, 그런 걸 자주 생각하는 게 좋겠습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5-02-14 11:24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되는 일이 없네, 이러면서 불평을 갖다가 그래도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살 돈이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하고 생각하면 기분이 풀어집니다. 오만하지 않고 겸손할 수 있다면 행복에 좀 더 가까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하루보내세요.^^

그레이스 2025-02-14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두 공감하는 내용! 이네요~♡
알면서 그렇게 살지 못하는게 항상 문제죠.ㅠㅠ

페크pek0501 2025-02-14 11:25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알면서도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아요. 사실 감사할 게 얼마나 많은가요? 전쟁을 치르는 나라를 생각만 해도요. 좀 겸손해지고 싶어요. 좋은하루보내세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거리에서 거지에게 돈을 주어본 일이 거의 없다. 한겨울에 벌거벗고 울부짖는다거나 끔찍한 불구라든가 너무 어리거나 너무 늙었거나 해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가엾은 거지를 보고 주머니를 뒤적이다가도 문득 마음을 모질게 먹고 그냥 지나친다. 이렇게 마음을 모질게 먹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30쪽)


그날도 나는 빗속의 거지 앞에서 핸드백을 열려다 말고 이 거지 뒤에 숨어 있을 번들번들 기름진 왕초 거지를 생각했고, 앉은뱅이도 트릭이란 생각을 했고, 빗물이 콸콸 흐르는 보도 위에 저렇게 질펀히 앉았는 것도 일종의 쇼란 생각을 했고, 그까짓 몇 푼 보태주는 것으로 자기 위안을 삼는 것 외에도, 대체 무엇을 해결할 수 있나를 생각했다.(31쪽)


요컨대 나는 내 눈앞의 앉은뱅이 거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고 있지를 못하면서 거지라는 것에 대한 일반적이고 피상적인 예비지식을 갖출 만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예비지식 때문에 나는 거지조차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내 눈으로 확인한 그의 비참조차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치 속아만 산 사람처럼, 정치가의 말을 믿지 않던 버릇으로, 세무쟁이를 믿지 않던 버릇으로, 외판원을 믿지 않던 버릇으로, 장사꾼을 믿지 않던 버릇으로, 거지조차 못 믿었던 것이다.(31쪽)


그날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통증과 함께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누를 수 없다. 믿지 못하는 게 무식보다도 더 큰 죄악이 아닌가도 싶다.(31쪽)


작가가 가엾은 거지를 보고 그냥 지나친 것에 대해 부끄럽다고 고백하며 자기반성의 소회를 담고 있는 에세이다. 거지 동냥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으로 나뉠 듯하다. 


앉은뱅이의 배후에 왕초 거지가 있다는 것은 나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어도 동냥을 외면하기보다 천 원짜리 한 장이라도 주는 게 낫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오죽하면 동냥까지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고, 둘째는 앉은뱅이라도 돈벌이를 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걸인에게 적선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걸인들이 있는 것이라며 적선을 반대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걸인들에게 적선하지 말고 생계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생계 기반을 마련해 주려면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한데, 그들은 당장 매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게 시급한 형편이라면 어쩔 것인가.












박완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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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2-12 0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보면서 박완서 작가 글이 아닐까 했는데, 맞았네요 예전에 한번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박완서 작가 글은 많이 보면 알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작가 글도 비슷하겠습니다

지금은 글에 나온 것 같은 사람이 거의 안 보이는 것 같네요 사는 걸 아주 다르게 바꿔주는 건 무척 힘들 듯합니다 오래 그렇게 살면 다르게 사는 건 힘들겠지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5-02-12 16:06   좋아요 1 | URL
박완서 작가 님의 글은 개성과 맛깔스러움을 느낄 수 있죠. 소설도 잘 쓰시지만 에세이도 수작이 많아요. 이 책은 작가가 생전에 남긴 660편의 에세이 중에서 따님이 가려 뽑아 엮은 것이라, 아마도 작가 님이 남긴 가장 나은 에세이집이 될 것 같아요. 소설도 많이 쓰셨는데 에세이만 660편을 쓰셨다니 위대한 분이 틀림없습니다.

저는 재래식 시장에 가끔 갈 때가 있는데 거기서 앉은뱅이를 보곤 합니다. 사실 적선하는 게 왕초 거지만 배부르게 하는 거라고 해서 뭐가 정답인지 단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고양이라디오 2025-02-12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읽어보고 싶네요.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도 한 때 박완서 작가와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요, 지금은 ‘속는셈치고 라도‘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페크pek0501 2025-02-12 16:08   좋아요 1 | URL
아마 이 책을 읽으시면 좋다, 할 것입니다. 돌직구를 던지는 글이 있거든요.
예. 속는셈치고~~~ 좀 속으면서 살자고요.^^

잉크냄새 2025-02-12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지하철을 타던 시절에는 주머니에 잔돈을 넣고 다녔어요. 음악을 틀고 지하철 바닥을 기며 구걸하는 분들을 보면 그 분별심이 들기 전에 그냥 잔돈을 바구니에 넣었어요. 몇 푼의 적선이 고민과 갈등과 의심보다는 맘을 편안하게 하더군요.

페크pek0501 2025-02-13 11:06   좋아요 0 | URL
아, 일부러 동전을 준비하시는 잉크냄새 님, 본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갈수록 세상은 각박해지는 듯합니다. 얼마라도 적선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 그래도 이 세상이 훈훈한 세상을 향해 가는 걸 증명하는 듯 여겨집니다. 저도 모른 척하지 않고 적선에 동참하겠습니다. 좋은하루보내십시오,^^

바람돌이 2025-02-12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 동냥하는 분들 보이면 주머니에 있는 돈을 넣곤했는데 요즘은 주머니에 돈이 없어요. 동냥하는 분들이 안 생기려면 국가에서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야 하고, 또 동냥이 밥벌이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걸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항상 그런 이성과 잠시의 내 마음의 편안함이 갈등을 일으키게 하더라구요.

페크pek0501 2025-02-13 11:15   좋아요 0 | URL
댓글 중 ‘주머니에 돈이 없어요‘하는 부분은 반전입니다.ㅋ 혹시 카드만 갖고 다니시는 건 아닌지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책을 마련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언제나 없어지려나요. 오늘 부산 세모녀의 극단적 선택, 의 신문기사를 보고 놀랐고 가슴 아팠네요.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헤아리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