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방문자 3만 명을 앞두고


내 서재에 들어오는 방문자가 3만 명이 되려 한다. (현재 2만9천 명이 넘었다.) 조금 있으면 3만 번째로 들어오는 방문자가 있다는 게 기쁘다. 몇 십만 명의 방문자가 있는 서재들이 많은 것을 알지만 남과 비교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의 과거와 비교해서 기쁘면 그만인 것.


몇 천 명이었던 방문자가 1만 명이 되었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때도 기분이 좋았지만 3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3만 명에서 또 한번 기쁨을 만끽하고자 한다.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이 서재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던 몇 달 동안 방문자 한 명인 적이 많았다. 그 방문자 한 명이 누구였겠는가. 나였다. 다른 방문자 없이 나만 들어왔던 그때의 서재를 생각하면 ‘아, 장족의 발전이여!’라고 외쳐도 되리라.


2. 부질없음병


한때 난 ‘부질없음병’에 걸렸다. 이 병은 내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병인데, 한마디로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지는 병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부자가 되면 뭐하나. 명품 가방 들고 고급스런 옷을 입으면 뭐하나. 그래서 행복할까. 그런 모습으로 친구들을 만난다면 가난한 친구들을 기죽이는 일이 될 텐데, 남을 기죽이는 일이 행복할까.


명성을 얻으면 뭐하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뭐하나. 그래서 행복할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명성을 얻는 것은 자신을 시샘하는 무리들이 생겨나는 일이고, 안티팬에게 시달리게 되는 일이다. 왜 그런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모든 게 부질없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알아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사실은 따로 있다는 것을. 기대했던 어떤 일에 내가 실망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포기해 버리기 위한 방법으로 ‘부질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는 것을.




인간이란 늘 남에게 속기보다 스스로 자신에게 거짓말을 시키고 싶어하는 존재지요. 그리고 물론 남의 거짓말보다는 자신의 거짓말에 더욱 잘 넘어가고요.


- 도스토예프스키 저, <악령>에서.






3. 하고말거야병



요즘 난 ‘하고말거야병’에 걸렸다. 이 병도 내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병이다. 살다보면 자신감 없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 ‘하고 말거야’하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자신 없는 글을 이 서재에 올릴 때 ‘추천 수가 0(영)이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을 고쳐먹고 ‘내 글이 추천 수가 0(영)인 것을 경험하고 말거야. 그래서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볼거야.’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 보는 것이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것은 마치 공부 못하는 학생이 시험을 칠 때 반에서 꼴등을 할 것 같아 걱정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꼴등을 경험하고 말거야. 그래서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 볼거야.’하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과 같다.


꼴등을 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야, 어떤 경험이든 그것대로 소중한 것이니까, 라고 생각하면 어떤 두려움도 없어진다.


4. 현재의 행복은 없다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행복했던 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대학 시절이 행복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시절이 행복했다. 그런데 그땐 행복한 줄 몰랐다. 대학생일 땐 리포트와 시험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직장인일 땐 업무 스트레스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물론 즐거운 시간이 있었음에도 가벼운 즐거움보다 무거운 괴로움에 마음이 쏠리곤 했다. 그만큼 삶을 즐길 줄 몰랐다. ‘한창때의 젊은이’라는 그 자체로도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땐 그 행복을 몰랐다. 왜냐하면 그땐 늘 젊었으므로. 늙어 본 적이 없었으므로.


행복이란 지나가 버린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느낌에 불과한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과거의 행복만 느낄 수 있고 현재의 행복은 느낄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과거의 행복한 시간을 돌이켜 보는 것은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만족스럽게 감상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 왜 진작 그때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까. 그래서 우리는 늘 행복과 숨바꼭질을 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자연의 여신은 눈을 뜨면 행복질 수 있는 때에 “보렴!”하고 그 가엾은 이들에게 말해 주는 법이 거의 없으며, 또한 “어디!”라는 외침에도 “여기다!”라고 대답해 주는 일이 거의 없어, 결국 숨바꼭질은 지루하고 덧없이 끝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 하디 저, <테스>에서.






5. 인생에 대한 표현


인생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다음의 글을 뽑겠다.





‘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여기에 덧붙이자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을 아주 진지하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닐까.


6. 고독은 좋은 것인가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프란츠 카프카)


-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에드워드 기번)


-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에서.





이 두 개의 글귀는 인간관계가 있는 삶이 꼭 좋은 인생을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다.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의 특성은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천재를 만드는 것이 고독이라면, 자신의 단점인 외톨이 특성도 잘 활용하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원래 위대한 인물은 고독한 법이다. 그러니 어떤 분야에서든 비범한 사람은 고독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비범하고 고독한 게 나은가, 평범하고 고독하지 않은 게 나은가.



.........................................................................................................

<두 권의 책 소개> 



흔히 사회에 잘 적응하고 인간관계가 좋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어떤 공동체에 들어가든지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그 공동체에 잘 적응하고, ‘왕따’ 당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그럼 비사교적인 예술가들이 그들이 탄생시킨 훌륭한 작품으로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성공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예술가들 중에는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에 대해 두 권의 책이 답을 줄 것 같다.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와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란 책이다. 한마디로 고독도 좋은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라는 책은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인용한다.




모든 문제는 우리가 방에 가만히 앉아 자신과 단둘이 마주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프란츠 카프카)


- 한상복 저,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에서.




우선 한상복의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의 가장 큰 특징은 소설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 역시 '멘토링 북'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전작 '배려'로 베스트셀러 필자가 된 그는 이번 책에서 내용보다는 형식적 변화를 꾀했다. 48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들의 관계가 얽히고 설키며, 기승전결을 지닌 '위로의 서사'를 완성한 것이다. 핵심 주제는 하버드대 교수인 종교철학자 폴 틸리히(Tillich)의 개념을 빌려왔다. 외로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혼자 있는 '고통'은 론리니스(loneliness)이고, 혼자 있는 '즐거움'은 솔리튜드(solitude)라는 것. "엄밀히 말해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니, 오히려 '홀로'라는 선택을 통해 더 좋은 솔리튜드 상태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결혼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민영의 장례식장에서 비롯된다. 절친한 친구라고 자임했던 설리는 망연자실하고,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답을 보내지 못했던 민영의 문자메시지가 스스로를 괴롭힌다. "잘 지내지? 보고 싶다." 이 여덟 글자가 민영이 생에 남긴 유언이 된 것. 새로운 위로와 치유는 아니지만, 다음 에피소드를 찾게 만드는 소설 형식 특유의 매력이 있다. - (조선일보, 2011. 10. 29.)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도 ‘홀로’의 장점을 부각시킨다.


이 책은 에드워드 기번의 말을 인용한다.




대화는 서로를 이해하게 하지만 천재를 만드는 것은 고독이다. 온전한 작품은 한 사람의 예술가가 혼자 하는 작업으로 탄생한다.(에드워드 기번)


- 앤터니 스토 저, <고독의 위로>에서.





'고독이 천재를 낳는다'는 해석이다. 데카르트·뉴턴·로크·파스칼·스피노자·칸트·라이프니츠·쇼펜하우어·니체 역시 '인간관계의 젬병'이었다는 것. 스토는 정신분석학의 최신 성과를 소개하며 이 주장의 입증을 시도한다. 성적(性的) 발달과정으로 모든 것을 입증하려 했던 프로이트 시대를 넘어, 친밀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대상(對象)관계 학파를 소개하고, 세 번째로 프로이트와 대상관계 학파가 놓쳤던 틈새와 여백을 이야기한다. "둘이 하는 연애보다 혼자 하는 일에서 자아존중감과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까지 사랑이나 인간관계는 정신치료에 이르는 유일한 길로 과장됐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 2011. 10. 29.)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권의 책은 지금 이 시간, 스스로 고독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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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1-13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동병상련인데요.
저도 한때 부질없음의 병에 걸렸고, 최근까지 이 병을 가지고 있었어요.
뭐 지금도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 같지는 않지만,
하고 말거야 병에 걸리니 그도 차츰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해요.ㅋ
사실 저는 이 병에 너무 오랫동안 걸려 있어서 제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잘하면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모르고 산 것 같아요.
그래서 치기라도 좋으니 뭔가 쓸데없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어져요.ㅎ~

고독은 별로 좋은 건 아닌 것 같은데, 세상이 싱글 위주로 돌아가고 있으니
싱글 이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고독은 감내해야 하는 거죠.
저 두 권의 책 기억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곧 3만 축하해요.^^

페크pek0501 2011-11-13 14:11   좋아요 0 | URL

감사함...^^ 공감하시는 분을 만나니 기분 좋네요. 뜻밖이에요. 저만 특이해서 그런 줄 알았어요. 제가 좀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제가 글을 쓰는 것,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좋아하는 일보단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성공하는 법인데, 저는 그냥 제가 책을 좋아하다 보니까 글쓰기가 좋아져서 글을 쓰고 있을 뿐이라서, 능력의 한계를 자주 느껴요.

그래서 글을 조금밖에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죠. 아휴~~ 재능이 있었다면 다작을 하는 것인데... 그래서 좀 더 잘 나가는 것인데... 그래도 방문자 3만에 만족해염.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간 추억이니까 즐겁다고 느끼는 거죠.현실은 괴로우니까요.아마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누구나 다시 현실로 오려고 할 겁니다.삐삐 시대로만 되돌아가도 휴대전화 없다고 투덜대지 않을까요?

저는 과거 별로 맘에 안 들어요.그때는 티아라도 소녀시대도 카라도 포미닛도 없으니까요.이쁜 누나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지금이 좋습니다.걸그룹 만만세!

페크pek0501 2011-11-13 14:37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그 불편했던 삐삐 시대...

이쁜 누나들...ㅋㅋ 이제야 님의 나이를 짐작할 만한데요. ㅋㅋ 저는 제 또래를 이곳에서 만나면 아주 반가워하지만, 젊은 친구도 또한 좋아합니다. 이곳에선 다양한 연령대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6:06   좋아요 0 | URL
요즘은 이쁜 여자는 나이에 상관없이 무조건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이죠.수지, 지연, 아이유, 화영 같은 여고생도 모두 내겐 누나입니다.왜? 이쁘니까요.혹시 이 분들 중 Pek0501 님이 아는 사람이 있나요?

페크pek0501 2011-11-13 20:07   좋아요 0 | URL
저를 뭘로 아시는 겁니까? 아주 노땅 취급을 하시는군요. 억울해라.

으음..., 그런데 그 중에서 솔직히 아이유만 압니다. ㅋㅋ

그렇다고 아주 노땅 취급은 마세요. 가수 이승철 세대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가 이삼십대엔 이승철을 좋아했는데, 요즘 보니까 가수 이승철은 나이 들면서 더 멋있어진 것 같아요. 여자는 안 그런데, 남자는 흰 머리가 희끗 보일 나이가 되면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여자도 그러면 좋은데...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4 16:12   좋아요 0 | URL
에그머니, 아이유만 아시다니...수지,지연,화영도 얼마나 이쁘고 귀여운데요...

이삼십대 이후로는 다른 가수를 좋아하게 되었군요...사십대 이후에 새롭게 좋아진 가수는 있나요?

페크pek0501 2011-11-14 20:11   좋아요 0 | URL
새롭게 좋아진 가수라, 지금 생각이 안 나는데요. 그냥 SG워너비의 노래는 다 좋아하고, 비욘세의 헬로우, 쥬얼리의 러브스토리, 미스에이의 베드걸 굿걸을 즐겨 들어요. 제 엠피쓰리에 저장되어 있어서 오늘도 걸으면서 들었어요.

가수는 모르겠고 탤런트는 천호진씨를 좋아합니다. 어제 무슨 드라마에서 봤는데 풍기는 분위기가 매력적...

이만하면 답변이 되었습니까?

노이에자이트 2011-11-15 17:50   좋아요 0 | URL
아웅~ 미쓰에이를 좋아하시면서 수지를 모르셨군요.화장 안 해도 이쁜 우리 수지~ 한 번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세요.

음...천호진 씨를 좋아하시는군요...

페크pek0501 2011-11-15 19:12   좋아요 0 | URL

예, 미스에이를 좋아하면서 수지를 몰랐어요. 이게 바로 제 나이가 갖는 한계라는 거지요. - 세대차이...

그래도 노래는 젊게 듣는다고 자부하며 살고 있어요. 제 정신연령이 좀 어린지라...

노이에자이트 2011-11-15 21:02   좋아요 0 | URL
잉~ 그러셨군요.

카스피 2011-11-13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3만명 방문 축하드립니다.알라딘 서재는 대형 블로그와 달리 찾는 분들이 그닥 많질 않아서 방문자가 백만을 넘으신 로쟈님 같은 분이 오히려 좀 특이한 케이스죠^^

페크pek0501 2011-11-13 20:09   좋아요 0 | URL
방문도 감사한데, 축하까지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들어가 본 적이 있는 서재의 주인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방문자 3만에도 만족할 만큼 욕심이 없는 착한 사람이랍니다. ^^

아이리시스 2011-11-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30000명 다되어갑니다. 내일이면 될 것 같아요. 축하드려요. 저는 숫자에는 관심이 없어서 돈에도 관심이 없고 그래서 이것저것 숫자에는 민감하지 못한데 그래서 간만에 제 방문자수도 한 번 더 봤어요. 오래오래 알라딘에서 저 숫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를 넘어설 때까지 친구해요.^-^

페크pek0501 2011-11-14 12:28   좋아요 0 | URL
숫자에 관심이 없다? 그것 멋지네요. 별로 따지지 않고 사는 것처럼 느껴져요.

"알라딘에서 저 숫자가 우리가 생각하는 숫자를 넘어설 때까지 친구해요.^-^" - 요렇게 선을 그어 놓으시면 섭해요. 영원히 친구해야죠, 사는 날까지. (그리고 나는 히죽 웃었다.)

아이리시스 2011-11-14 14:54   좋아요 0 | URL
영원히. (그리고 나는 기뻤다.)

제 손금이요, 생명선,재물선,배우자복 이런 거 다 짧게 나온대요, 푸하하. 너무 서글퍼서 진짜 그런지 한 번 살아보고 다시 판단하자, 이런 오기가 동하는 손금이에요ㅋㅋㅋ 여기서 돈에 관심이 없다는 건 성향상 그렇다는 거지 세속적이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안달한다고 재물이 들어오는 건 아닌 것 같고 커피 한 잔 안사면서 돈자랑질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밉더라고요.ㅋㅋㅋ

페크pek0501 2011-11-14 20:12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 손금이 짧아 오래 못 산다고 하던데요. ㅋ으음 그래도 장수시대가 되었으니 우리 백 살까지만 삽시다. 다른 사람들은 120세까지 살라고 하고요.^^

이진 2011-11-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만명 방문이라니 정말 축하드려요! 전 아직 천며...명도 돌파하지 못한 신인중의 신인이랍니다 ㅋㅋ 저도 하고말거야 병에 걸려서 포스팅을 해야겠어요. 글 하나하나 올릴때마다 걱정태산이랍니다 ㅋㅋ

페크pek0501 2011-11-14 12:32   좋아요 0 | URL
신인중의 신인이시라..., 신선함이 느껴집니다. 그 시절의 즐거움을 많이 만끽하세요. 뭐든지 초창기가 가장 즐거운 것 아닌가요. 물론 프로의 세계에 입문한다는 것이 좋긴 하지만요.

저 역시 프로는 못 되고 이 신인시절?을 즐기며 살 것입니다.

방문자 천 명이 되실 때 연락 주세요. 멋진 메시지의 댓글을 뽑아 드리겠습니다. ^^

반갑고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4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972. 오늘 밤이나 내일 아침으로 3만명 달성되겠는걸요!
축하드려요! ^^

페크pek0501 2011-11-14 20:14   좋아요 0 | URL
지금, 29977명이네요. 아무래도 오늘 3만이 되는 것 못 보고 그냥 잠자게 될지도 모른다는...

고마워요. 반가운 마녀고양이님.

아이리시스 2011-11-1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995. 아.. 조금만 더 늦게 올 걸..ㅜㅜ

페크pek0501 2011-11-15 11:43   좋아요 0 | URL

이렇게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니 제가 아이리시스님을 안 좋아할 수가 없죠.^^ 지금 30010명입니다. 3만을 무사히 넘겨서 좋은 하루입니다.ㅋ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인생이란 페르시아 융단 같은 것으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서머싯 몸 저, <인간의 굴레>에서.
여기에 덧붙이자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인생을 아주 진지하게 사는 게 인간이 아닐까. - <내가 쓴 글 중에서>

이번에 남들이 보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에 저는 아주 진지했습니다. 인간이니까요.

2011-11-1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11-15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021, 아 늦었다! 진짜 축하드려염!

페크pek0501 2011-11-15 23:45   좋아요 0 | URL
감사해염!^^ 두 번씩이나 방문하시다니... 요즘 얼마나 바쁘신지 아는데염.

2011-11-16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1-16 16:57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할 따름입니다. 또 뵙기를...


순오기 2011-11-16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인사가 한참 늦었네요. 죄송~
오늘 34, 총 30060 방문

서재생활 초창기에 방문자 1만, 3만 이벤트를 했었는데...^^

페크pek0501 2011-11-17 12:42   좋아요 0 | URL
죄송이라뇨 무슨 말쌈을...ㅋ 무조건 감사합니다. 나의 고향 친구 같은 분!(저만의 생각이겠지만요^^)

방문자 수가 저조하네요. 빨리 새 글을 올려야 방문자 수가 많아질 텐데... 그런데 현실은 나를 다른 쪽으로 자꾸 잡아끄네요. 오늘도 이따 아이 데리고 외출할 일이 있어요.

아, 복잡한 삶이여!!! 좀 단조롭게 살고 싶어요. 그날이 그날인 삶을.
 

 

60대로 보이는 여자손님이 약국에 감기약을 사러 들어왔다. 젊은 남자약사가 감기약을 주면서 식후에 하루 세 번 먹으라고 말했다. 손님은 약값을 지불하고 약국을 나오면서 약 포장지에 씌어져 있는 ‘온수복용’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곤 약사에게 되돌아가서, “꼭 따뜻한 물로 약을 먹어야 하나요?”하고 물었다. 그러자 약사는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손님은 한 가지를 더 물었다. “이 약, 날짜는 안 봐도 되지요?” 그러자 약사는 짜증스런 목소리로, “제가 날짜를 보여 드릴까요?”하면서 아까 약을 꺼냈던 큰 상자를 가지고 와서 상자 겉에 표기된 (유통기한)날짜를 보여 주었다. 손님은 됐다고 하면서 인사하고 약국을 나갔다. 약사의 불친절한 태도에 기분이 상했지만 참았다.


내가 본 것은 여기까지다. 난 두 사람을 보면서, 약사가 손님을 오해함으로써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서로 기분이 언짢아진 것이라고 느꼈다. 내가 느낀 대로 쓰면 이러하다.


첫째, 손님이 질문한 ‘온수복용’은, 꼭 온수로 먹어야 하는지가 단지 궁금해서 물었다. 그런데 약사는 그 약에 대해 식후에 하루 세 번 먹으라고 설명을 다 해 주었는데도, 손님이 온수복용에 대해 묻자 화가 났다. 자신이 온수복용에 대한 설명을 빠뜨린 실수를 손님이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둘째, 손님이 질문한 ‘날짜’는, 혹시 유통기한 날짜가 지난 약으로 사게 될까 봐 걱정이 되어 그저 확인차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약사는 자신이 유통기한 날짜가 지난 오래된 약을 주었을까 봐 손님이 의심해서 물은 것으로 생각했다. 즉 약사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은 손님의 태도가 기분 나빴던 것이다.


내가 두 사람의 생각을 잘못 추측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와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남이 의도한 것을 읽지 않음으로써 오해를 하고, 남이 의도하지 않은 것을 읽음으로써 오해를 한다. 우리는 왜 타인이 의도하지 않은 것까지 읽어서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까지 마음 상하게 할까.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듣는 사람이 오해하는 진실보다 더 해로운 거짓말은 없다.”(W. 제임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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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1-03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기에 표현할 때는 배려해서 표현하고
들을 때는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원활한 의사소통과 설득, 또는 이해, 타협... 이보다 어려운게 있을까 싶어져요.

페크pek0501 2011-11-03 14:22   좋아요 0 | URL
동감입니다. 원활한 의사소통,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 이런 류의 글을 자꾸 쓰게 되는 것 같아요.

모두들 의사소통만 잘 된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한 세상이 될 듯싶어요. 그런데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걸 느끼게 돼요. 연인 간에도 부부 간에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오해함으로써 결별하는 경우가 있지요.

아이리시스 2011-11-0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약사가 뭔가 더 옳지 못해요. 소비자 입장이 우선. 여기서 칼자루를 쥔 건 소비자 같지만 실제로는 약사니까요. 입장 바꾸면 저는 친절하게 설명했을 것 같거든요. 착한 아이리시스( '')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될까봐 점점 차라리 입을 다물고 살아요. 이게 옳은 건지는 모르지만..

페크pek0501 2011-11-04 13:14   좋아요 0 | URL
저도 제가 어떤 물건을 파는 사람이라면 손님한테 친절할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해 봐야 알 것 같아요. 직업적 권태와 피곤함이 겹치는 날이면 손님한테 짜증내게 될지도(일 년에 서너 번쯤은)... 하하하!!!

입을 다물고 사는 건 좋지 못하죠(때로는 필요하지만요). 침묵도 그 나름의 표현이니까, 다른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지 않겠어요.

어쨌든 난 쾌활하고 맑은 아이리시스님 같은 사람이 좋더라.(나의 옛시절을 보는 듯해서인가...갸우뚱...)푸하하!!! 사람은 자기와 닮은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을까요? 그래서 유류상종?

노이에자이트 2011-11-03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말투가 부드럽고 친절하답니다.엄마에게 짜증내던 아이들도 내가 안녕! 하고 손을 흔들면 헤...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고 그래요.

stella.K 2011-11-03 17:45   좋아요 0 | URL
ㅎㅎ 님은 정말 그러실 것 같아요. 한번도 뵌적은 없지만.^^

노이에자이트 2011-11-03 22:32   좋아요 0 | URL
알라딘에서도 소문 났군요.

페크pek0501 2011-11-04 13:11   좋아요 0 | URL
두 분이 제 서재에서 (주인은 없는데) 주거니 받거니 하고 계시는군요. 그래서 뭐? 하하하... 기분이 좋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종종 그래 주시면 좋죠. 썰렁한 제 서재가 덜 썰렁할 테니까요.

stella.K 2011-11-03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그 약사 성깔이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
저 같으면 그런 사람한테는 다시는 안갑니다.
소비자가 몰라서 물어보면 가르쳐줄 생각은 안하고
성질부터 내다니.
그래가지고 약사질 해 먹겠습니까? ㅉㅉ

페크pek0501 2011-11-04 13:1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친절은 필수지요.

혹시 모르죠. 그 약사가 원래는 친절한 사람이었는데, 그날만 그랬는지도요. ㅋㅋ

이따 댁의 서재에 놀러 갈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11-0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아름답고 고운 말을 써보아요! 착한 사람 사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페크pek0501 2011-11-05 12:00   좋아요 0 | URL
예, 예, 예... ㅋㅋ
 


누구나 아프거나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 그동안 지내온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고, 행복한 생활이란 대단한 게 아니라 그저 ‘별일 없음’의 상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인생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는 한 가지 사물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같은 사물일지라도 달라 보이는 경험을 하며 산다. 최근 여러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해석의 중요성이다.


여러분은 무엇에 대하여 ‘사실과 다른 해석’을 한 적이 없는가.


다음에 열거한 책들은 각각 다른 성격의 책들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실과 다른 해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았다.



1.

요즘 내 관심을 끈 책은 카스 R. 선스타인 저,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라는 책이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함께 토론하고 나서 평소에 자기들이 생각해 온 것보다 더 극단적인 생각을 갖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하는 책이다.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심각한 인종적 편견을 가진 백인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다음 편견이 더 심해졌고, 반대로 인종적 편견이 약한 백인들은 자기들끼리 의견을 교환한 다음 편견이 더 줄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빠져드는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는 책이다.
 



이 책에 의하면, 사람은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서로 생각이 같은 집단 속에 들어가면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극단화가 되는 원인 중 하나가 인터넷이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와 주장만 선택하는 자기 선택(self - selection) 과정을 거쳐 ‘집단 극단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예로 테러리스트의 극단주의 성향을 들 수 있다. “사람들이 자기 입장과 가장 잘 들어맞는 토론방을 검색하고 선택하며,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방은 떠나면서 여러 가지 음모론이 빠르게 전파되고, 분노를 부채질한다.” 그리하여 ‘집단 극단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집단 극단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사람들이 한 가지 사물에 대해 각기 다양한 해석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에는 ‘사실과 다른 해석’이 많을 것이다.


2.

한 가지 사물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한 글로 다음의 글을 뽑는다.


“강물 소리란,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나의 거처는 산중에 있었는데, 바로 문 앞에 큰 시내가 있었다. 해마다 여름철이 되어 큰 비가 한 번 지나가면, 시냇물이 갑자기 불어서 마냥 전차와 기마, 대포와 북소리를 듣게 되어, 그것이 이미 귀에 젖어 버렸다. 나는 옛날에, 문을 닫고 누운 채 그 소리를 구분해 본 적이 있었다. 깊은 소나무에서 나오는 바람 같은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청아한 까닭이며, 산이 찢어지고 언덕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흥분한 까닭이며, 뭇 개구리들이 다투어 우는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교만한 까닭이며, 수많은 축(筑)의 격한 가락인 듯한 소리, 이것은 듣는 사람이 노한 까닭이다. 그리고 우르릉 쾅쾅 하는 천둥과 벼락같은 소리는 듣는 사람이 놀란 까닭이고, 찻물이 보글보글 끓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운치 있는 성격인 까닭이고, 거문고가 궁우(宮羽)에 맞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슬픈 까닭이고, 종이창에 바람이 우는 듯한 소리는 듣는 사람이 의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소리는, 올바른 소리가 아니라 다만 자기 흉중에 품고 있는 뜻대로 귀에 들리는 소리를 받아들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박지원 저, <열하일기>에서.)


3.

에릭 번 저, <심리게임>에 ‘당신만 아니었으면’ 게임이 소개된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흔히 벌어진다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남편이 자신의 사회 활동을 심하게 구속해서 춤을 배우지 못했다는 게 화이트 부인이 늘 읊어대는 불평이었다. 그런데 부인이 심리 치료를 받으며 태도가 달라지자 남편은 예전보다 누그러져서 아내에게 한결 너그러워졌다. 화이트 부인은 자신의 활동 영역을 자유롭게 넓혀 갈 수 있었다. 내친 김에 춤 강습에도 등록했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자기가 무대를 병적으로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춤을 배우겠다는 계획을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화이트 부인은 여러 명의 청혼자 중에서 지배적인 성격의 남자를 남편으로 골랐던 것이다. 그러면서 ‘당신만 아니었으면’ 뭐든 할 수 있었다고 불평할 수 있는 통행권을 얻었다. 그러나 춤 강습에서 드러난 결과를 보니, 부인이 불평하던 것과는 반대로 남편은 아내가 굉장히 두려워하는 무엇인가를 못하게 막음으로써, 또 아내가 자신의 두려움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사실상 보호함으로써 실질적인 서비스를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화이트 부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사실과 다른 해석’을 했던 것이다.


4.

‘사실과 다른 해석’은 타인의 외모를 보는 시각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는 잘 생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중에서 누구를 더 신뢰할까.


로버트 치알디니 저, <설득의 심리학>에는 호감의 법칙이 소개된다. 이 책에 의하면,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유리하다는 점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지만 그 유리한 점의 영향력은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고 한다. 그 영향력은 이러하다.  

 




외모가 잘 생긴 사람은 긴급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더 쉽게 얻고 있으며, 청중의 의견을 변화시키는 데도 더욱 설득적이라고 한다.


구인시장에서도 비슷한 효력이 발견되었다. 모의 면접 상황을 설정하였을 때 구직자들의 깔끔한 외모가 직업적인 자질보다 더 호의적인 고용 결정을 받아냈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잘 생긴 사람은 으레 능력 있고 친절하고 정직하며 머리가 영리할 것으로 연상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그들의 신체적 매력에 의해 우리의 평가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조차도 인식하지 못한 채 그들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1974년 캐나다의 선거 결과는 신체적으로 매력적인 후보가 그렇지 못한 후보보다 무려 2.5배나 많은 유권자의 표를 받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잘 생긴 후보에 대한 이러한 편견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유권자들은 그들의 투표 행위가 후보들의 신체적 매력에 의해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신체적 매력에 끌려 투표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신체적 매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투표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이다. 전자는 타인에 대해 ‘사실과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이고, 후자는 자신에 대해 ‘사실과 다른 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5.

‘사실과 다른 해석’으로 인해 남녀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로는 어떤 게 있을까.


복도에서 여자직원과 남자직원이 마주쳤다. 남자가 먼저 인사하기에 여자가 멋쩍게 느껴져 웃으며 인사했더니 그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좋아해서 웃었다고 해석한다. 커피 자동판매기 앞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 커피를 마시려던 여자직원이 그 주위에 있는 남자직원과 눈이 마주쳐서 혼자서만 마시기가 불편해 예의상 커피를 건넸더니 그 남자는 여자가 자기를 좋아해서 커피를 주는 것으로 해석한다.



* 맺는말


“사실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해석뿐이다.”(F. W. 니체)



과연 우리는 세상일에 대해서 제대로 해석하며 살고 있을까.


무엇에 대해서든 ‘사실과 다른 해석’을 하여 그 진실을 알지 못하고 사는 게 우리의 모습이란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주 달라 보인다. 그리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중요한 건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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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10-3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각자의 주관적인 세상이 있고,
주관적인 가운데서 타인과 함께 하는 타협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타인의 주관적인 세상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꼭 나와 다르다 틀렸다가 아닌
조금은 따스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봐야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만,
실천으로 가는 것은 너무 힘들어요. ㅠㅠ

페크pek0501 2011-10-31 14:45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반갑습니다.

제 글을 잘 이해하셨네요. '각자의 주관적인 세상'이 있다는 말씀, 그게 제 글의 주제가 될 수도 있겠어요. 의사소통을 하는 관계에서도 그 주관성 때문에 서로 받아들이는 게 다른 경우가 참 많아요. 위의 글 중, 같은 강물 소리를 들으면서도 제각각 다른 소리로 듣는 것처럼 말이에요. 방문과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프롬은 그 주관성을 '공적인 의미와는 다른 의미'라고 표현한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일정한 의미를 갖고 있는 관념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공적인'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에리히 프롬 저, <자유로부터의 도피> 중에서.


아이리시스 2011-10-31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오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페크님 페이퍼는 두 번 읽고 세 번 읽다가 아......그랬구나, 이러게 되는 것 같아요. 일부러 심리학 책을 읽지 않는 제가 심리학 도서보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게 해주시는 두 분이죠. 마고님이랑.......

아, 이상형 대답할 때 저는 정말로 얼굴은 안봐요, 이러는 사람..... 그리고 투표할 때.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인상에 대한 판단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듯 해요.

페크pek0501 2011-10-31 16:02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그 무의식이 무시할 수 없는 것이죠.

정말 오랜만이죠? ㅋㅋ 지방도 다녀오고 몸이 아파 (디스크로) 병원도 다니고 그랬어요. 이제 괜찮아요. 그런데 살이 빠져 아직 기운 없어요. 앞으로 열심히 먹어야죠.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게...

앞으로 '빈둥거리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몸 챙기려 합니다. 책도 좀 적당히 보고요. 또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1-10-3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독서할 때도 자기와 비슷한 정치성향의 책만 읽으면 안 됩니다.반대진영 논객들의 책도 읽어야 하는데, 성격상 이게 안 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찾으니 늘 같은 부류의 논객이 쓴 글만 읽지요.당연히 폭이 좁아지고 맙니다.

페크pek0501 2011-10-31 16:09   좋아요 0 | URL
예썰...ㅋ 양면을 이해하기 위해 폭을 넓히는 독서가 필요하다는 것, 동의합니다.

2011-10-31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1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1-10-31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석'이 정말 중요하죠......
해석에 관한 엉뚱한 댓글 하나 남겨 봅니다. ㅎㅎ
* * *
이 한줄이 너의 해석을 천년 동안 기다려왔다,라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학문을 하지 말라.
- 막스 베버

페크pek0501 2011-11-01 12:55   좋아요 0 | URL
멋진 명언이네요.

저는 어떤 때는 정말 멋진 문장 한 줄을 찾기 위해 책 한 권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무슨 문학상을 탄 책을 읽는 경우에 그러는데, 아무리 반 권 정도 읽어도 왜 문학상을 탔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끝까지 읽어서 왜 상을 탔는지 알아내리라 하는 각오로 읽었는데, 어느 글 한 문단이 정말 좋았아요. 그래서 상을 탔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그 문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그 과정의 글도 좋았겠지요.)

제 경험이 생각나서 적어 봤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01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외모 덕을 많이 봐요.외모 때문에 열등감을 지닌 사람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페크pek0501 2011-11-02 13:00   좋아요 0 | URL
푸하하... 저 정말 이렇게 웃었어요.

오늘 노이에자이트님이 10센티 더 좋아졌어요. 아, 매력적인 유머입니다. 본인은 유머가 아니라 진실이라고 할 테지만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02 16:00   좋아요 0 | URL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왜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실감하기 어렵죠.

페크pek0501 2011-11-03 14:15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군요. 그런데 "~~ 실감하기 어렵죠."와 같은 말투가 꼭 여자처럼 느껴져요. 그래서 제가 님이 (남자인 줄 알면서도) 여자로 착각을 하고 댓글을 쓸 때가 있답니다.

여성분인지, 아니면 훌륭한 위장술인지, 모르겠다는... ^^

덕분에 즐거웠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노이에자이트 2011-11-03 16:25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제 글이 가끔 가다 좀 섬세하고 말랑말랑할 때가 있어요.음...몸은...지금은 어깨를 다쳐 꽤 오래 쉬고 있지만 한때 오랫동안 푸시업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가슴이 딱 벌어진 편이라 여성적인 체격은 아니에요.

페크pek0501 2011-11-04 13:22   좋아요 0 | URL
외모는 남성적, 내면은 여성적이라, 그거 아주 이상적인 타입이네요. 또한번, 푸하하...

노이에자이트 2011-11-04 16:11   좋아요 0 | URL
목소리는 부드러운 저음입니다! 이선균 목소리에서 콧소리를 빼고 거기에 한석규 목소리를 섞으면 제 목소리가 되죠.
 


1.

 



리처드 와이즈먼 저, <미스터리 심리학>에서는 점쟁이가 족집게인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①자기중심적 사고를 활용한 치켜세우기 : 점쟁이는 먼저 고객이 듣기 좋은 말로 귀가 솔깃하게 한다. 사람은 대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부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집안일을 하는 비율’을 서로 합산하면 대부분 100%가 넘는다. 다들 배우자보다 (자신이) 기여도가 높다고 생각한다는 말. 사람들은 ‘알고 보면 괜찮은 사람’이란 말이 다 자기 얘긴 줄 안다. ②선택적 기억을 이용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표현 : 점쟁이는 “당신 내성적이지만 외향적인 데도 있지” 같은 상충되는 말을 던진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끌리는 것에 집중하고 다른 건 흘려듣게 마련. ③애매모호하게 말하기 : 점술사의 두루뭉술한 말도 ‘족집게’가 된다. 뇌는 ‘의미 찾기’ 선수이기 때문이다. 없는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치인들 화법(에서)도 비슷하다. 어차피 유권자들은 듣고 싶은 것을 찾아 듣게 돼 있다. ④최대한 넓게 그물 던지기 : 가급적 많은 사람에게 해당될 만한 내용을 말한다. “몸에 흉터가 있지” “조용필 시디가 집에 있지” 하는 식이다. 요컨대 그의 신통력은 곧 우리 심리의 약한 고리에 기생한다. - (조선일보, A21, 2011. 9. 10.)에서.


나는 여기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특성을 발견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특성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특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위의 이야기를 나의 시각으로 해석해 보았다.


부부들이 ‘자신이 집안일을 하는 비율’에 대해 배우자보다 자신이 기여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대 배우자가 집안일을 하는 것은 제대로 보지 않고 자신이 집안일을 한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 표현에 듣는 사람이 끌리는 것에 집중하고 다른 건 흘려듣게 마련인 것도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다.애매모호한 말에도 의미를 찾거나, 없는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도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인간의 특성 때문이다. 최대한 넓게 그물 던지는 듯한 말이 우리 심리의 약한 고리에 기생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2.

실험을 통해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증명한 책이 있다.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대니얼 사이먼스 저, <보이지 않는 고릴라>이다. 
 

 



1999년의 어느 날,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실험이 있었다. 실험 참가들에게 검은 셔츠를 입은 세 명과 흰 셔츠를 입은 세 명의 학생들이 각각 팀을 이뤄 농구공을 패스하고 있는 실험 영상을 보여 주었다. 일 분이 채 되지 않는 이 영상을 보며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만 세는 것이 이 실험의 과제다.


실험 참가자들은 흰 셔츠 팀의 패스 횟수의 답을 제출했다. 그런데 진짜 과제는 따로 있었다. 이 영상에는 고릴라 옷을 입은 학생이 등장해 카메라 정면을 보고 가슴을 두드리고는 천천히 퇴장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고릴라를 보았는가 하는 게 진짜 과제였던 것.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험 참가자들의 50%는 고릴라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고릴라를 놓치고 보지 못한 것이다. 결론은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3. 
 

한 가지 사물을 보고 사람에 따라 제각기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은 서정인 저, <강>이란 소설에 잘 나타나 있다. 이씨, 김씨, 박씨, 이렇게 세 사람의 일행이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올라 타 있다. 검은 색안경을 쓴 사람이 차 안을 두리번거리다가 나간다. 그들은 검은 색안경을 쓴 사람에 대해 제각각의 시각을 갖는다. 이씨는 자신도 이천 원짜리 색안경을 사려다가 비싸서 천 원을 주고 중고품을 산 적이 있음을 떠올리며 길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색안경으로 사치를 하려 드는 그를 빈정거린다. 김씨는 색안경을 낀 사람을 보며 장님을 생각한다. 그는 자기가 검은 안경을 쓰고 장님이 되어 안마장이 노릇을 하는 상상에 사로잡힌 적이 있어서, 색안경을 낀 자신이 애인과 만나는 상상을 하며 즐긴다. 박씨는 기피자라서 색안경이라면 질색이다. 그에겐 색안경을 쓴 사람은 형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 사람은 색안경을 보면서 각자의 경험과 처지에 따라 다른 생각을 품는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4.
 



제인 오스틴 저, <오만과 편견>이란 소설은 베넷가(家)의 세 명의 딸을 시집보내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주목해 볼 것은 엘리자베스(여자)와 그녀에게 구혼하는 다르시(남자)가 결혼하게 되는 과정이다. 엘리자베스는 다르시가 오만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가, 그것이 잘못된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와 결혼하기로 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사람을 얼마나 잘못된 시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성을 가르쳐 준다.


다음은 엘리자베스와 다르시가 결혼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오고간 두 사람의 대화로, 그들의 관계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엘리자베스는 다르시를 오만한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제 마음을 움직여 보려 해도 다르시 씨의 청혼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저는 다르시 씨와 알게 된 처음 순간부터 선생님의 태도에서 선생님이 오만하고 자기 자신만이 제일 잘났다는 듯 자부심이 강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 같은 것은 묵살해 버리는 이기주의자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이 비난의 토대를 구축했고 이 토대 위에다 그 후에 연거푸 일어난 사건들이 요지부동으로 증오의 건물을 세웠습니다. 한 달이 못 가서 저는 누가 뭐라고 권하더라도 다르시 씨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죠.


(다르시) : 말씀 많이 하셨습니다. 이젠 엘리자베스 양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 지금은 제 감정을 부끄러워할 뿐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많이 빼앗아서 죄송하군요. 부디 몸조리 잘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이런 말을 남기고 다르시 씨는 급히 방을 나갔다. 잠시 후 엘리자베스는 그가 현관문을 열고 나가 버리는 소리를 들었다.


- 제인 오스틴 저, <오만과 편견>, 230쪽~231쪽.  




이 소설을 통해서도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인간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5.


친구관계에 있는 네 사람이 만나는 모임에 한 사람이 불참했다. 그 한 사람이 화제에 오르면서 여러 친구들이 그 사람에 대한 평을 한 마디씩 했다. 한 친구는 그 사람에 대해 좀 사치스럽다고 했고(아무도 동의하지 않음), 다른 친구는 그 사람에 대해 잘난 척을 한다고 했고(아무도 동의하지 않음), 또 다른 친구는 그 사람에 대해 자신의 생활을 너무 미화해서 말한다고 했다(아무도 동의하지 않음). 그런데 이상한 점은 하나씩 의견을 말한 사람 이외엔 아무도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각기 혼자만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에 대해 누군가는 사치스럽다고 보았고 다른 누군가는 사치스럽지 않다고 보았다면, 둘 중 한 사람은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맺는말 

 

 


알랭 드 보통은 사람들의 ‘오해’에 관해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어떤 직업이 주는 매력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직업에 포함된 많은 것이 편집되고 오직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만 강조되기 때문이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눈에 보이는 것이다.”(알랭 드 보통 저, <불안>, 269쪽.)


요즘 연예인이란 직업에 대해 청소년들이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도 인기가 많은 일부 연예인들만 보기 때문이며, 인기가 없는 나머지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묵과하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수입이 많은 그 결과만 보기 때문이며, 그들이 힘들게 일하는 그 과정에 대해서는 묵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슬퍼서 우는 것이라고 보고, 누군가는 기뻐서 우는 것이라고 본다. 스포츠 선수처럼 큰 상을 받으며 매우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도 있으니, 꼭 슬퍼서 우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각자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은 누군가는 잘못된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는 곧 우리들의 삶 속에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해와 그릇된 인식이 내재해 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끝>



..........................................................................................



* 후기


이 글은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주제와 일치한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나열해서 쓴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이 주제와 관련 없는 책을 넣어 오류를 범했다면, 이 역시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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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10-1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치스러운 것, 미화해서 말하는 것, 잘난척 하는 것. 어떻게보면 한 범주로 묶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호감.ㅋㅋㅋ 어떤 게 제일 나은가 생각해보니까 딱히 나은 것도 없지만, 나한테 피해안주는 걸로는 미화해서 말하는 것. 사치스러운 건 내 사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잘난척은 내 정신건강에 나쁘지만, 미화해서 말하는 건 참아줄만 할 것 같다고 쓸데없는 생각을 해봤어요.ㅋㅋㅋ

이렇게 좋은 주제에 좋은 책들인데 저는 왜 저것만 보일까요. 여자들 진짜 뒷담화의 귀재 같아요. 저도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

페크pek0501 2011-10-14 15:06   좋아요 0 | URL
아, 첫 댓글이군요... 감사 드립니다. 첫 댓글은 변변치 못한 글에 첫 지지자를 만난 느낌을 줘요. 그래서 반갑죠.

사치, 미화, 잘난 척, 이 세 가지는 한 사람에게 나타날 수도 있죠.

뒷담화, 역시 아이리시스님도 보고 싶은 것만 보신 것 같군요.ㅋㅋ
그러니깐 여자들은 모여 있을 때 절대 혼자서 화장실 가면 안 돼요. 뒷담화 시간을 주는 셈이 되니까 말이죠.ㅋ

그런데 누구나 단점은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 단점을 비난하지 않고 그냥 봐 주는 게 친구일 거라고 생각해염. ^^

oren 2011-10-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님께서 드디어 미완의 글을 마무리하셨군요. pek님의 글을 읽다 보니 '인지 부조화'라는 심리적 오류가 자꾸만 생각납니다. 저 또한 지난달에 어떤 글을 제 페이퍼에 쓰면서 pek님의 글 내용과 약간 비슷한 내용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에 그대로 옮겨봅니다.
* * *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은 마음

사람들의 '마음'이 저지르는 실수들은 그동안 수많은 '심리학적 실험'들을 통해 상당한 수준에 이를만큼 자세히 밝혀 왔다. 특히나 최근에 급속한 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진화심리학' 분야의 성과들은 그동안 우리의 마음이 '저절로' 어떤 식으로 작동하게 되는 '이해하기 힘든 문제들'에 대해서조차 많은 해답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엄청나게 다양한 시각들을 보여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각자의 '성격'이나 '경험' 등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마다 각자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나름대로 독특하게 '편향된 시각'을 보이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지 부조화'라는 심리적 오류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극단적으로 합리화하는 형태로 나아가며, 자신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스스로 차단하고 알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하 생략)

페크pek0501 2011-10-14 15:09   좋아요 0 | URL

예, 드디어 완성했어요.ㅋㅋ 인지 부조화 이론, 좋은 말씀을 해 주셨네요. 저도 알고 있는 이론인데, 이 글을 쓸 땐 생각나지 않았어요. 이 이론은 제가 예전에 신문방송학 강의를 들을 때도 많이 거론되던 것인데... - 인간의 한계죠.

누군가가 제게 어떻게 글의 주제에 맞는 책들이 다 생각나느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사실은 다 생각나지 않고, 만약 그 주제와 관련 있는 책을 제가 열 권 읽은 경우라면, 생각나는 건 서너 권뿐입니다. - 인간의 한계죠.

강준만 저, <대중매체 이론과 사상> 개정판 - 에 이 인지 부조화 이론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요(p385~p389.) 이 책, 초보자에게 참 좋은 책이에요. 이웃 효과 이론, 깨진 유리창 이론 등 흥미로운 이론이 많이 설명되어 있어요.

"강의를 듣고 공부하면 뭐하냐고요, 책을 읽으면 뭐하냐고요, 이렇게 하나도 생각나지 않으니 말이죠..."ㅋㅋㅋ

좋은 말씀, 감사 드려요. 저는 오렌님의 댓글이 너무 재밌어요. 유익해서겠죠.^^

노이에자이트 2011-10-1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릴라 실험 이야기를 해줘도 결국은 인간의 아집을 못꺾죠.잘못은 다 네게 있다, 네 말은 안 듣겠다 해버리면 그만이죠.너는 고릴라를 못본 사람들과 같단 말이다! 하면서...그러면 상대방은 "너야말로 고릴라를 못본 사람들과 같단 말이다!" 하고 댓거리 하고...인터넷에서 댓글 싸움 하는 것 봐요.그게 논쟁입니까...댓글에서 게거품과 삿대질이 튀어나올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1-10-14 22:52   좋아요 0 | URL
인터넷에서 댓글 싸움 하는 것 보셨군요. ㅋ

저는 싸움을 잘 할 줄 몰라서 그냥 피하고 마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며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데, 굳이 싫은 사람을 상대하며 시간 보낸다는 게 낭비 같아서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요. 서재의 글도 맘에 안 들면 그냥 그곳에 안 들어가면 된다, 고 생각하는 편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10-14 23:01   좋아요 0 | URL
하하하...싫은 인간을 상대해 봐야 좋은 사람의 고마움을 알 수 있다고도 하죠.

페크pek0501 2011-10-14 23:0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맘에 안 드는 사람 보면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새삼 확인하게 된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0-15 15:46   좋아요 0 | URL
음...저는 말싸움은 안 하는데 주먹은 좀 합니다.하하하...

페크pek0501 2011-10-16 18:39   좋아요 0 | URL
아,... 주먹...이군요. 저도 남자로 태어났다면 한 주먹 할까요? 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0-16 21:15   좋아요 0 | URL
주먹밥을 잘 먹는다는 뜻입니다.하하하...너무 싱거운 이야기입니까?

페크pek0501 2011-10-17 15:35   좋아요 0 | URL
ㅋㅋ, ㅎㅎ,^^

김시정 2011-10-17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ㅎㅎ 오만과편견 제가 중학교시절 첫사랑(?)이 다시였는데. .. 20대가되니 브리짓존스의 일기로 ㅡㅡ 나타났더군여 물론 엘리자베스와 브리짓은 많이 다르지만 ㅡ그치만 다시가 브리짓을 싫어한 건. 같이 춤추기엔 예쁘지않다는둥 오만하게행동해서였죠 그러다가 자신이 별로라던 엘리자베스에게 눈뜨게되는 아이러니 ㅡㅡ 사랑이란 쩝 ㅡ어쩌면 반하는것조차 때로편견일 때가 더 슬픈거같아요 ㅡ반한 오해를 푸니 ㅡ실체가 영 아니라면? ㅡ 그렇게보면 안좋게생겼다 좋게 풀려가는 편견이 차라리 아름답기에 ㅡ 소재가되는지도요 잠이안와서 맛폰으로 들어왔다가 ㅡ첫사랑 다시를 보고 글 남기네요^.^

페크pek0501 2011-10-17 15:35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 오래 전에 이 소설을 읽었는데, 참 신선했어요. 사실 우리 인간은 어느 정도 오만하고 어느 정도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걸 잘 포착해 쓴 것 같아요. 인간을 이 두 가지의 키워드로 통찰할 수 있다니... 놀랍지요. 전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의 통찰력에 감탄하곤 하는데, 아마 그 재미로 소설을 읽는 것 같아요.

반가웠어요. ^^
 


1. 슬럼프 : 글을 이 주일 만에 올린다. 나는 그 이 주일 동안 무엇을 했던가. 열흘 동안은 책을 읽으며 지냈다. 이번에 세 권의 책을 구입했기에 새 책에 빠져 지냈다. 그 다음 요즘 며칠 동안은 글을 썼다. 그런데 결론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몰라서 완성을 못했다.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라는 주제로 썼는데, 그 주제에 대한 나의 사고력을 나타낼 적합한 글이 생각나질 않아서다. 이럴 때 나는 슬럼프를 경험한다. 나의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때이다.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언젠가는 어떤 좋은 생각이 번쩍, 하고 머리를 스치길 기다릴 수밖에.

2. 마음을 안심 시키기 : 지난 8월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무명 여배우에 대한 기사가 신문에 실렸다. 이 기사(조선일보, A10, 2011. 10. 08.)에 의하면, 그 무명 여배우는 TV에 출연하면서 성공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가, 오랫동안 방송 출연 기회가 없어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자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상의 주목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목을 받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는 ‘스포트라이트 증후군’ 환자가 되는 일이 늘고 있다고 한다. 연예인, 정치인만이 아니라 고위 관료, 성공 가도를 달리던 직장인들에게도 번지는 추세라고 한다. 자신의 위치가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언젠가 내려올 때를 대비하며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엉뚱하게도 모기를 생각했다. 며칠 전, 잠을 자려는데 모기 한 마리가 앵~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기 소리를 듣자 모기에 물릴까 봐 잠이 오지 않았다. 생각한 끝에 모기가 나가기를 바라며 방문을 십 분간 열어 놓았다가 닫았다. 그랬더니 안심이 되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물론 모기가 나갔는지 안 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고,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모기가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안심 시켰기 때문이다. 이때 나의 마음이 타자처럼 느껴진다. 내 안에 또 다른 ‘나’가 있는 것만 같다.     

 

‘마음을 안심 시키기’, 이것이 무척 중요함을 느끼곤 한다. 어떤 일로부터 공포나 두려움 또는 근심을 갖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서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일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그리고 이어지는 자살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안심 시키기에 실패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해도, 사업에 실패해도,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안심 시키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모기 한 마리에 잠을 설치게 될까 봐 방문을 열어 두었던 그 노력처럼.


우리에게 좋은 취미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도 그 취미가 ‘마음을 안심 시키기’ 역할을 해 줄 것 같아서가 아닐까. 취미에 빠져 즐겁게 살다보면 스트레스와 우울이 날아가서 마음을 안심 시킬 테니까. 나의 글쓰기 취미도 그랬으면 좋겠다.


3. 글쓰기의 무게 :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네.” 이것은 카프카가 문학 친구였던 오스카 폴라크에게 보낸 편지에 있는 글이다. 그는, 독서가 우리에게 강한 충격을 가하지 않는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책은 충격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카프카의 생각이다.


나는 충격까지는 아니라도 최소한 재미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여기서 재미란 배꼽을 잡고 웃을 정도의 재미를 말하는 게 아니라 지적 즐거움과 같은 재미를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재미없는 책을 괜히 읽었어.’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은 책값도 아깝고 책 읽은 시간도 아까웠다. 내가 즐겨 읽는 책들을 살펴보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은 유익함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어쩌면 책을 통해 깨달음으로써 충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 내가 쓰고 싶은 글 역시 깨달음이 있는 글이다.


이런 생각으로 글쓰기의 무게를 느끼곤 한다. 그 무게가 무거워 내가 글을 많이 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이런 가벼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4. 깨달음 : 살면서 깨닫게 되는 일이 있다. 나에 대해서, 또는 타인에 대해서, 또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서, 또는 세상일에 대해서 어떤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몰랐던 사실을 새로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늘 놀라며 사는 게 인생이 아닐까, 할 정도다. 그 깨달음을 책을 통해서도 맛볼 수 있다는 게 즐겁다. 내가 책값을 아까워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5. 가을 : 이번 가을은 내게 조용히 왔다. 이번 가을은 요란하지 않아서 쓸쓸함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이 계절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고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을을 타는 사람이 되는 건 고독한 일이니까. 이번 가을을 타지 않은 것은 꽤 맘에 드는 책을 세 권 구입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책들을 읽으며 가을이란 계절을 잊었다. 어쩌면 이젠 내게 가을을 탈 정도의 촉촉한 감수성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이십 대에, 여름휴가를 늦게 얻어서 이미 폐장된 해수욕장에 간 적이 있다. 8월 중순쯤이면 폐장하는 것을 몰랐다. 피서객들로 붐빌 줄 알았던 바다는 텅 비어 있었고, 모래밭에는 피서객들이 남긴 소지품과 쓰레기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가을 바닷가에선 피서객들이 흘리고 간 목걸이나 반지를 많이 주울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가을 바닷가는 쓸쓸한 풍경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람들은 없고 그들이 다녀간 흔적만 있는 곳. 가을이 오는 이맘때면 그곳 가을 바닷가가 생각나곤 한다. 마치 가을의 전형적인 풍경처럼 느껴져서다.


앞으로 올 겨울도 봄도 여름도 이 가을처럼 쓸쓸함이 묻어나지 않게 조용히 왔으면 좋겠다.


6. 내 맘을 사로잡은 글귀 :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당연합니다. 자신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테니까요.”


요즘 내 맘을 사로잡은 글귀가 있다.


“사람은 우주는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은 그 어느 별보다도 먼 것이다.”(체스터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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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모기는 소리만 냈다뿐이지 기운이 없어 물어 뜯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얼마 전 모기와 동거했습니다. 이불을 덮고 자는데 물어 봤자 뭐가 대수랴 싶어.
원래 저도 모기 싫어하는데.ㅋ

페크pek0501 2011-10-09 21:34   좋아요 0 | URL
아, 반가운 스텔라님,
요즘 모기는 그렇군요.ㅋ

오늘 많이 걸으며 가을을 만나고 왔는데 스텔라님도 가을 많이 만나세요. 가을은 오래 머물지 않으니까요.^^^

김시정 2011-10-1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구가여ᆞᆞᆞ♥

페크pek0501 2011-10-11 15:38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이감님.

이 가벼운 글에 댓글을 남겨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초면에 저 사랑표를 받아도 되나요? ㅋㅋ
그 답례로 저는 미소표를 드립니다. ^^

oren 2011-10-1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저도 관심이 많은 주제인데, 그 글이 완성되지 못했다니 많이 아쉽네요. 그리고 '이번 가을'을 조용히 맞고 계시는 pek님이 은근히 부럽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가을이 유독 바쁘네요. 10월에 있는 '다섯번의 주말'을 모조리 1박2일로 지방을 다녀와야 하고, 11월의 둘째 주말까지 따지면 무려 7주 동안 (대부분) 1박2일 일정이 있답니다. 게다가 이번 주만 하더라도 평일에만 4건의 저녁 약속이...쩝

페크pek0501 2011-10-11 15:3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오렌님.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봐서 혼자 오해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서 써 봤어요.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착각과 오해와 그릇된 인식이 내재되어 있는지를 최근 경험을 통해 새삼 알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아직 미완성이에요. 그래도 10월 안으론 완성되겠지요.ㅋㅋ

페크pek0501 2011-10-11 15:42   좋아요 0 | URL
추신 : 무척 바쁘시군요. 바쁘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유능하다는 뜻도 되고요. 나중에 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멋진 추억이 되지요. 오히려 저는 부럽습니다. ^^

oren 2011-10-11 16:01   좋아요 0 | URL
바쁘다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유능하다는 뜻은 더더구나 아니구요. 아마도 pek님께서 '보고 싶은 것만 봐서' 제게 무척이나 우호적인(?) 그런 댓글을 남겨 주셨는지도 모르지요. ㅎㅎ

'7주 연속' 강행군의 속내용을 살펴 보니, 대부분 무슨 무슨 '모임'에 가는 건데, 아무튼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아 제 스스로는 불만이 많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0-1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스터턴의 말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심판관은 될 수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네요.자기자신을 객관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우치는 말이죠.

페크pek0501 2011-10-12 15:0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좋은 말씀입니다.ㅋ 우리 모두 자기를 객관화 못하죠. 그중 일부의 문제인데, 자신이 얼마나 오만하고 남에게 상처 주고 배려심 없는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대부분 남에겐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맘대로 보면서 자신에 대해서는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반가웠습니다. 호호~~.

2011-10-12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1-10-12 15:08   좋아요 0 | URL

첫 댓글, 환영합니다. 종종 놀러오세요. 고맙게 생각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