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글 두 개

 

봄을 비롯한 계절의 변화를 보며 즐거워하는 일이 위험한가? 더 정확히 말해 우리 모두 자본주의 체제의 족쇄에 묶여 신음하거나, 어쨌든 신음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래하는 검은 새나 노랗게 물든 시월의 느릅나무처럼 돈 한 푼 들지 않을뿐더러 좌파 신문 편집장들이 계급 관점이라 부를 만한 게 없는 자연 현상 덕택에 삶이 종종 살 만하다고 말한다면 정치적으로 비난받을 일인가?
- <천천히, 스미는>, 97~98쪽, 조지 오웰이 쓴 ‘두꺼비에 대한 몇 가지 생각’에서.

 

 

 

처음에도 말했듯이 인간관계 속에서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해 버릇하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적이 일어난다.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그런 인간을 하느님이 창조하셨을 리가 없다.
현재의 인간관계에서뿐 아니라 지나간 날의 추억 중에서도 사랑받은 기억처럼 오래가고 우리를 살맛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건 없다.
- <노란집>, 67쪽.
 

 

 

 

 

 

 

 

 

 

 

 

 

 

 

 

 

 

 

 

 

 

 

2. 골라 읽는 재미

 

작가 25명이 쓴 산문이 실려 있는 책 <천천히, 스미는>을 하루에 한 편이나 두 편을 읽기로 했다. 소설 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산문으로 읽기 좋은 박완서 저, <노란집>도 하루에 한 편이나 두 편을 읽기로 했다. 이 두 권을 가지고 차례대로 읽지 않고 목차에서 제목을 보고 마음이 끌리는 것으로 읽으니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차례대로 읽지 않는다면, 여러 산문 중에서 내가 읽은 글인지 읽지 않은 글인지 어떻게 아느냐. 하나라도 밑줄이 그어져 있다면 그 글은 읽었다고 보는 것이다.

 

 

 

 

 

 

3. 적합한 지점을 찾기 어려운 딜레마

 

토요일 아침에 발레를 배우러 가서 집에 돌아와 샤워를 끝내고 나면 상쾌하다. 이게 바로 운동의 맛이다. 땀을 흘릴 정도로 발레를 열심히 했으니 건강에 좋겠지. 그러나 건강에 좋다고 해서 운동을 많이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살이 빠져 기운이 없게 된다. 친정어머니는 운동을 많이 해서 오히려 병을 얻은 사람의 예를 들면서 내가 살이 빠져 병을 얻을 수 있음을 걱정하신다.(실제로 나는 최근 체중 3키로가 줄었다.) 평소 ‘걷기’도 하니 그것으로 운동이 충분하다며 아예 발레 학원을 다니지 말라고 하신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하고 그러나 살이 빠지지 않게 운동을 해야 하고. 어쩌란 말인가. 적합한 지점을 찾기 어려운 딜레마.

 

 

책을 읽으면 마음이 즐겁거나 어떤 위안을 받는 경우가 많아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을 많이 읽은 날은 몸이 피로하다.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하고 몸 건강을 위해서는 책을 읽지 말아야 하고. 어쩌란 말인가. 적합한 지점을 찾기 어려운 딜레마.

 

 

알라딘에서의 블로거 활동도 그렇다. 열심히 하자니 다른 일을 못하겠고 열심히 안 하자니 사는 재미를 하나 잃는 것 같고. 어쩌란 말인가. 적합한 지점을 찾기 어려운 딜레마.

 

 

모든 게 다 그러한 것 같다. 우리가 할 일은 적합한 지점을 찾는 일인 듯. 그런데 적합한 지점을 모르겠다는 것, 이게 문제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4. 불공평한 게 아니다

 

살이 빠져 운동 시간을 줄여야겠다는 내 말에 살이 찐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세상 참 불공평하다. 누구는 살이 쪄서 고민인데 누구는 살이 빠지는 게 싫다니.” 이에 대해 내가 말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거야. 너는 쪄서 걱정이고 난 빠져서 걱정이고, 우리는 똑같은 무게로 걱정하고 있는 거야.” 덧붙이자면 자기 몸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 사람들 대부분이 살이 쪘거나 말랐다.

 

 

 

 

 

  

5.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알라딘 ‘북플’에 들어가서 알았다. 내가 예전에 쓴 ‘단상(51) 해서는 안 될 말’이란 제목의 글에 지난 4월 14일에 어떤 알라디너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을. 내가 그 글을 올린 날짜를 보니 ‘2013년 1월 17일’이다. 그렇다면 4년 전에 올린 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인데 요즘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4월 16일에도 작년에 내가 쓴 어떤 글에 비회원 님이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이다. 그분들이 어떤 경로로 내 글을 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과거에 쓴 글을 현재 유심히 읽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글을 올리는 일에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 쓴 글이라고 해서 수명이 다한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나는 또 이런 시시한 생각 쪼가리를 써서 올린다. 왜냐하면 준비된 글은 없고 오늘 무슨 글이라도 올리고 싶다는 생각의 포로가 되었으므로. 

 

 

이 자리를 빌어서
예전에 쓴 글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오늘 동네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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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2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같이 외출하기 딱 좋거나 그냥 집에만 눌러 앉고 싶은 날에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원래 오늘 오전에 교모문고 매장에 가서 한정판 ‘올재 클래식스‘ 책을 사고 오후에 TV 보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전부터 시작해서 연달아 사정이 생겨서 오후 3시 넘어서야 원하는 책을 샀어요. 다행히 재고가 남아 있었어요. 책 사러 외출한 것뿐인데 집에 돌아오니까 피곤해요. 귀중한 주말 하루 절반이 금방 지나가 버렸어요. 조금 있다가 눈 좀 붙여야겠어요. ^^;;

페크pek0501 2017-04-22 19:12   좋아요 0 | URL
아까운 게 시간이죠? 정말 그래요. 제가 그래서 사우나를 좋아하면서도
대중목욕탕을 못 가고 있답니다. 하루가 날아가 버리거든요.
그래도 외출해서 허탕을 치지 않고 재고를 샀으니 다행이에요.

몸이 피로를 느끼면 즉 쉬라는 신호를 보내오면 모든 일을 제치고 쉬어야 합니다. 건강이 최고의 재산이니까 말이죠.

반가웠습니다.

서니데이 2017-04-22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발레도 에너지 소모가 큰 운동인 모양이네요. 적당한 체중유지도 쉽진 않은 것 같아요.
봄이 많이 지나서 이제는 철쭉이 많이 피는 시기가 되나요. 빨갛고 예쁜 꽃사진도, 좋은 글도 잘 읽었습니다.
pek0501님 좋은하루되세요.^^

페크pek0501 2017-04-22 19:17   좋아요 1 | URL
예. 발레도 여러 동작을 하다 보면 어느새 땀이 난답니다. 무엇보다 재밌다는 게
발레의 장점입니다. 시간이 후딱 지나가거든요. 저처럼 디스크가 있는 사람에겐
발레가 약이랍니다.

저야말로 체중 유지를 하고 싶어요. 한번 살 빠지면 그 빠진 살을 찌기 위해선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친구들 말에 따르면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한번 빠진 살이 잘 돌아오지 않는다고 조심하라고 합니다.

꽃 사진은 운동에서 돌아오다가 동네에서 찍은 거랍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찍었어요. 예쁘죠?
님도 좋은 하루가 되시길...

2017-04-22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2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2 1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2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생각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주기성이 마음의 경험을 지배한다. 거리는 가늠되지 않고, 간격은 측량되지 않으며, 속도는 확실치 않고, 횟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주나 지난 해 마음이 겪었던 것을 지금은 겪지 않으나 다음 주나 다음 해에 다시 겪을 것이다. 행복은 사건에 달려 있지 않고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다.
- <천천히, 스미는>, 81쪽, 앨리스 메이넬이 쓴 ‘삶의 리듬’에서.
..........

 

 

 

 


‘행복은 사건에 달려 있지 않고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가 되겠다. 

 

 

친정어머니가 나를 호출할 때가 있다. 어떤 날은 ‘친정이 있어 참 좋구나. 친정이 없는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하겠지.’ 하며 밝은 마음으로 가고, 어떤 날은 ‘오늘은 쉬고 싶은데 왜 부르시는 거지. 참 고단한 삶이야.’ 하며 어두운 마음으로 간다. 그러니까 어떤 날은 행복한 마음으로 가고 어떤 날은 행복하지 않은 마음으로 간다는 말이다. 내 마음은 친정어머니가 나를 호출했다는 그 사건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그날의 내 마음에 좌우된다. 다시 말해 내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좌우된다. 그렇다면 내 마음의 밀물과 썰물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내 마음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날의 몸 컨디션에 따라 마음이 다르다는 것. 몸 컨디션이 좋은 날엔 친정에 가는 발걸음이 가벼우니 마음도 가볍고 몸 컨디션이 나쁜 날엔 친정에 가는 발걸음이 무거우니 마음도 무겁다.

 

 

이를 종합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같은 사건이라도 해석하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다르고, 마음은 몸의 상태에 따라 다르다.

 

 

이 말을 환언하면 다음과 같다.

 

 

사건은 마음의 지배를 받고 마음은 몸의 지배를 받는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이 가능하겠다.

 

 

자신의 몸 상태는 자신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일과 같다.

 

 

 

 

 

 

 

 

 

 

 

 

 

 

 

 

 

 

 


이 책 81쪽을 읽다가 생각난 것을 써 봤다.

(예외가 있겠지만) 저자가 쓴 대로

행복은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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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4-11 13: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누군가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한다는것은 좋은 일인것 같은데요
당장은 싫어도 아직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그만한 기쁨이 있는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페크pek0501 2017-04-11 22:44   좋아요 2 | URL
이렇게 사유 깊은 글을 써 주시다니... 감동적인 댓글입니다.

(누군가가 아직도 나를 필요로 한다는것은 좋은 일...
그만한 기쁨이 있는 일...)

이 구절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4-11 22:59   좋아요 1 | URL
짧은글에 담긴 생각 자주 읽었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페크pek0501 2017-04-11 23:06   좋아요 1 | URL
아, 몰라몰라몰라...요. 그런 말씀 황송합니다.

마립간 2017-04-11 1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건이 존재한다는 것에 객관성이 존재하고, 해석하는 이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에 주관성이 존재하겠네요.

제게는 사건보다 마음의 조절 가능성이 높네요.

저는 열심히 맨손운동하고 있습니다. pek0501 님도 현대무용 계속하고 계시죠.

페크pek0501 2017-04-11 23:03   좋아요 1 | URL
마립간 님도 좋은 댓글을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건보다 마음에 비중을 높게 두는 분들은 행복한 분들입니다. 자기 마음을 잘 조절하면 행복으로 가는 길을 향하게 될 테니까요.

맨손 운동을 하시는군요. 저는 현대무용을 배우다가 살이 3키로나 빠져서 발레로 장르를 바꿔 배우고 있습니다. 둘 다 매력이 있어서 어떤 게 더 좋은지 모르겠어요. 현대무용이 남성적, 직선적이라면 발레는 여성적, 곡선적이라고나 할까.(이 구분도 정확한 것은 아니에요.)
발레 역시 스트레칭이 많아 몸의 유연성이 길러지고 자세 교정에 좋고 다이어트 운동으로도 추천할 만합니다. 남자가 배운다면 좀 그렇지만... ㅋ

발레 슈즈를 신고 발레를 하면서 이런 우아한 춤이 나에게 어울리나 가끔 웃음이 나오면서... 즐겁게 배우고 있어요. 뭔가 배운다는 것은 신나는 일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실력이 발전한다고 믿기 때문이죠.

세실 2017-04-11 14: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모님이 부르실때 두 마음인데...행복으로 생각하려 노력합니다.

페크pek0501 2017-04-11 23:05   좋아요 1 | URL
그렇죠. 되도록이면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을 몰고 가야 하겠죠.

언제나 반가운 세실 님.

저, 발레 배우고 있어요. 발레 슈즈 신고 치마 두르고... 상상이 되시는지요? 킥킥...

서니데이 2017-04-20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미세먼지 많은날이래요.
날이 조금 흐리긴 해요. 저녁이 되어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4월도 그러는 사이 빨리 빨리 지나고 있어요^^
pek0501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크pek0501 2017-04-22 14:06   좋아요 2 | URL
반가운 서니데이 님.
당분간 미세먼지가 없을 거라는 어제의 일기예보가 반가웠어요.
이젠 날씨, 라는 변수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네요.

정말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놀랍고 놀라워요.
시간은 빨리 흐르는데 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에 서글퍼지기도 하네요.
날씨는 화창... 좋은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생각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주기성이
마음의 경험을 지배한다.
거리는 가늠되지 않고,
간격은 측량되지 않으며,
속도는 확실치 않고,
횟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 주나 지난 해 마음이 겪었던 것을
지금은 겪지 않으나
다음 주나 다음 해에 다시 겪을 것이다.
행복은 사건에 달려 있지 않고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다. (...)
하나의 원인에서 생긴 슬픔을
어제도 참지 못했고
내일도 참지 못하겠지만
오늘은 원인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견딜 만하다.
심지어 해결되지 않은 무거운 근심조차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허락한다.
후회도 머물지 않는다.
되돌아온다.
즐거움은 불시에 우리를 찾아온다.
즐거움의 궤도를 눈여겨봤더라면
길목에서 기다릴 수도 있었을 텐데.
갑자기 발견하지 않고 예상했을 텐데.
아무도 그 길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 <천천히, 스미는>, 81쪽, 앨리스 메이넬이 쓴 ‘삶의 리듬’에서.
..........

 

 

 


책과 다르게 줄 바꾸기를 해서 옮겼다. 이렇게 옮기니 문장이 담고 있는 뜻뿐만 아니라 문장의 리듬도 함께 맛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리듬 있는 문장은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내가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음을 감상하느라 여러 번 읽었다. 리듬이 느껴지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여러 번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아니고 눈으로 읽으면서도 리듬이 느껴지는 문장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리듬이 느껴진다면 그 문장은 좋은 문장이라고 믿는다. 

 

 

 

 

 

 

 

 

 

 

 

 

 

 

 

 

<천천히, 스미는>은 영미 작가 25명의 에세이 32편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글 잘 쓰는 작가는 어떤 내용과 어떤 구성으로 에세이 한 편을 완결했는지 궁금해서 사 보게 됐다. 좋은 글을 감상하는 재미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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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4-11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목차를 보니 아주 반가운 사람도 있군요. 그 사람의 글이 <소나무의 죽음>이라는 걸 알고 나니 더욱 반가워서, 제가 읽었던 ‘소나무의 죽음‘한 구절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 * *

한 소나무의 죽음

이제 나무가 쓰러진다.

쓰러지면서 언덕 비탈에 바람을 보내고는 계곡에 있는 자신의 잠자리,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잠자리에 눕는다. 전사처럼 자신의 녹색 망토로 몸을 감싸면서 깃털처럼 부드럽게 눕는다. 서 있는 것이 이제는 싫증이 난다는 듯 자신의 구성 분자들을 흙으로 돌려보내며 말 없는 기쁨으로 지구를 감싸안는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시민의 불복종』 中에서

페크pek0501 2017-04-11 22:41   좋아요 1 | URL
오렌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옮겨 주신 <소나무의 죽음>, 찾아 읽으니 좋네요.

그런데 번역이 좀 다르군요. <천천히, 스미는>에는 이렇게 나와 있어요.

그리고 이제 나무는 산비탈에 퍼덕 바람을 일으키며 계곡의 안식처에, 결코 일어나지 않을 그곳에, 깃털처럼 부드럽게 드러눕는다. 전사처럼 초록 망토를 두르고서 마치 서 있는 일에 지쳤다는 듯 고요한 기쁨으로 땅을 끌어안고, 자신을 이루던 원소들을 흙으로 되돌려 보낸다.(111쪽)


번역이 다른 두 글을 비교해 읽으니 재밌습니다. 뜻은 큰 차이가 없지만.

읽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했어요.

왜 마을 종은 애도의 종소리를 울리지 않는가?(112쪽)

- 이 문장이 가슴을 쾅, 하고 때리는 듯합니다.

님 덕분에 좋은 글 한 편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1. 모범을 보이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다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그 애가 참으로 복받은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쭉 본받고 싶을 정도로 좋은 선생님을 만났으니까 선생님이란 직업을 동경하게 되었을 것 같아서다.(188쪽)
- 박완서, <노란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덕담’에서.

 

 

이 글을 읽으니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큰애가 고등학생일 때 교대를 가면 어떻겠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이 물음에 큰애가 했던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요즘 애들이 선생을 얼마나 무시하는데. 난 그런 선생 되기 싫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소수의 학생들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충격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언제부터 교사의 위치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속담이 있다. ‘뒷집 며느리 시집살이 잘하는 바람에 앞집 며느리 절로 된다.’ 이 말은 주위에 모범이 되는 이가 있으면 그 본을 따서 못하는 이도 잘하게 된다는 뜻이다. 모범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속담이겠다.

 

 

 

 

 

 

 

 

 

 

 

 

 

 

 

 

 

 

 

 

 

 

2. 탄생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

 

“당신 생일에 사람들은 ‘생일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할 겁니다. 사실 당신이 태어난 날은 당신의 고통이 태어난 날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고통이 태어난 날을 축하합니다’라고 말하지 않더군요”(156쪽)
- 달라이 라마 | 하워드 커틀러,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에서.

 

 

생일이 고통이 태어난 날이라면 죽음은 고통이 끝나는 날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통이 끝나는 날을 향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늙어 가는 것에 대해 서러워할 필요가 없겠다.

 

 

 

 

 

 

 

 

 

 

 

 

 

 

 

 

 

 

 

 

 

 

3. 불가능한 목표라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다

 

실연당한 남자 L 씨. 검사 지망생이던 그는 자신이 검사가 되면 자기를 떠났던 여자가 다시 만나 주리라고 생각하고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마침내 검사가 되었다. 그는 떠나 버린 그 여자가 돌아올 리가 만무하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그 만남을 목표로 정하는 순간, 그것은 가능한 희망이 되었다. 그리하여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며 버틸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시간이 많이 흘렀기에 그 여자에 대한 열정은 이미 식어 버렸고 검사가 되자 좋은 신붓감이 줄을 섰다.

 

 

직장에 다니는 K 씨에게도 어떤 목표가 있다. 작가가 되겠다는 목표. 남들이 보면 실현하지 못할 목표라는 걸 그도 안다. 하지만 그 목표가 있는 한 5년, 아니 10년쯤은 때로는 설레며 때로는 즐거워하며 무료하지 않은 직장인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는 생각한다.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건지도 모른다. 속을지라도 어떤 목표에 희망을 걸고 그것을 향해 미소 지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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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3-26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아이도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제가 아는 선생님들은 다 좋던데^^
고통이 끝나는 날을 향해 하루하루 살아간다... 걱정이 끊임없으니 일리 있어요.

페크pek0501 2017-03-26 12:1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전엔 선생님이라고 하면 존경의 대상이었는데 말이죠.
그렇죠? 걱정이 끊임없이 이어져요. 이것 끝나면 저것이 생기고 말이죠. 혼자 사는 사람은 걱정이 덜할까요? 자기만 걱정하면 되니깐?
걱정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닌데 걱정하게 되고. 걱정을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우는 날이 죽는 날이라니... 걱정과 스트레스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되겠네요.ㅋ
 

 

 

글쓰기에 관한 책들이 많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으로 <고종석의 문장>을 꼽겠다.
이런 종류의 책은 하도 많이 봐서 ‘거기서 거기다’라고 보는데,

예문을 들어 글을 잘 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좋았다.

 

 

몇 가지만 정리해 봤다.

 

 

1) 접속사는 되도록 빼기

 

예) 나는 하늘을 공경한다. 그러나 하늘은 나를 그리 대하지 않는다.

 

이 경우에 ‘그러나’를 빼선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러나’를 빼버림으로써, 두 문장 사이의 빈 공간에 어떤 긴장감이 생깁니다.(118쪽)

 

 

 

 

2) ‘의’는 되도록 빼기

 

예) 스위스의 호수의 빛깔의 아름다움 

 

‘의’가 거듭 반복될 때는 대체로 하나나 둘을 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스위스의 호수의 빛깔의 아름다움’은 ‘스위스 호수 빛깔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해야 한국어답습니다.(123~124쪽)

 

 

 

 

3) ‘개인적으로’는 빼기

 

예) 나는 개인적으로 그 정도의 순정한 정치 혐오자나 정치 무관심층은 못 돼서 6월 13일에 투표장에 나갈 생각이다.

 

여기서 ‘개인적으로’라는 말이 과연 필요할까요? (…)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집단적으로 생각하겠어요? 이런 쓸데없는 말은 다 내쳐야 합니다. 그냥 나쁜 말버릇일 뿐입니다. 간결한 문장이 좋은 문장입니다. 필요 없는 말은 절대 쓰지 마세요.(138쪽)

 

 

 

 

4) 간결하게 쓰기

 

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주 간결한데, 저는 이 첫 문장에 반해서 <이방인>을 읽었습니다. 꼭 길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인상 깊은 글을 쓰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인상을 주고 싶다면 첫 문장이나 마지막 문장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보석 같은 문장을 중간에 넣어놓으면 별 소용이 없습니다.(61쪽)

 

 

 

 

5) 한자어를 쓸 것이냐 고유어를 쓸 것이냐

 

예) 여름옷과 하복, 겨울잠과 동면, 가을밤과 추야, 봄바람과 춘풍

 

어떤 경우엔 한자어가 더 적절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엔 고유어가 더 적합할 수 있습니다. 나라사랑이 지나쳐서 될 수 있으면 고유어만 쓰겠다, 라고 마음먹은 사람은 그래도 됩니다. 그렇지만 ‘나는 한자어는 절대 안 쓰겠다’, 그건 아주 바보 같은 짓입니다. 아니, 불가능한 일입니다.(162쪽)

 


고종석, <고종석의 문장>에서.

 

 

 

 

 

 

 

 

 

 

 

 

 

 

 

 

 

 

 

 

 

 

 

 

 

.............................
예전에 정리해 둔 것인데 이제야 올린다.(뭘 더 쓰려고 했던 것 같다. 말하자면 미완성 페이퍼인 셈이다.)
혹시 올린 적이 있나 하고 확인해 봤더니 없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재 태그에서 저자의 이름을 찾아 내가 올린 글을 살펴보면 된다.
그래서 서재 태그는 꼭 써 놓는 게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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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3-2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필요한 수식어나 조사 등이 없는 간결한 문장은 읽기 편해요. 쓰기는 힘들고요.^^;
잘 읽었습니다.^^
pek0501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7-03-25 19:58   좋아요 1 | URL
쉽게 쓰고 (무슨 말인지 몰라) 어렵게 읽히는 글 말고
(치밀하게 계산해서) 어렵게 쓰고 쉽게 읽히는 글을 써야겠어요.
서니데이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stella.K 2017-03-25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 놓고 아직도 못 읽고 있습니다.ㅠ
쓰신 내용중 한 가지만이라도 온전히 지킬 수만 있어도
광장한 진보가 이루어질 텐데 말입니다.
적어도 간결함 만이라도 말입니다.
전 이게 숙제입니다.ㅠ

페크pek0501 2017-03-25 21:18   좋아요 0 | URL
저도 숙제입니다. ㅋ 개인적으로, 라는 말을 저도 즐겨 쓴답니다. 또 ‘의‘를 넣어 쓰는 것도 좋아한답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을 읽고 안 읽고의 차이는 있을 듯하니
강추합니다.

AgalmA 2017-03-2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합하면 단문이 답이라는 소리죠^^; 전 습관 땜에 망한 걸까요ㅎㅎ 길게 쓰는 귀신이 붙었나. 넋놓고 쓰면 어떻게든 길게 쓰고 있어요ㅋ

페크pek0501 2017-03-25 21:22   좋아요 0 | URL
단문이 대체로 복문이나 중문보다 좋은 건 사실이나...
때로는 만연체도 좋습니다. 그것이 님의 특징 또는 매력일 수 있어요.

댓글, 고맙습니다.


성에 2017-03-30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해 두어야 할 아주 요긴한 사항이므로 메모해 두었습니다.

늘 신경쓰는데도 왜 그렇게 문장은 늘어지는지ㅉ ㅉ

좀더 짧고 명료한 글이 되도록 힘써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17-04-03 12:58   좋아요 0 | URL
이 요긴한 사항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시하고 글을 쓸 때가 있어요.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지킬 때가 더 많지요.
저도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하는데도 나중에 읽어 보면 군더더기가 많더라고요.
갈수록 글쓰기가 어렵습니다. 어려움이 느껴져 매력 있고요.

댓글, 고맙습니다. 좋은 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