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 청소는 내 별난 습관이다.
다른 부분에서는 특별히 결벽증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지만,
화장실이 더러운 것만큼은 도저히 참지 못해서 우리 집이든 남의 가게든 청소를 해버린다.
이 역시 어머니의 교육 탓이다.
“지저분한 곳은 언제나 깨끗해야 한다. 부정不淨한 것을 제일 신경 써야 하는 법이지. 깨끗한 것은 조금 더럽혀져도 괜찮다. 하지만 더러운 것은 더 더럽혀서는 안 된다.”
입이 아프도록 말씀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눌어붙었다.
그 말씀은 내 일과도 연결되어서, 권위를 끌어내리는 일은 있어도 불쌍한 사람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135~136쪽)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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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통의 항변
“제발 음식물 쓰레기는 국물 같은 액체를 짜서 없애고 나서 저에게 버려 주세요. 왜 저한테 흘리는 겁니까? 제 몸이 더러워지잖아요. 제 몸속은 더럽지만 외모는 깨끗하고 싶어요. 인간들도 그렇잖아요. 그 몸속은 똥도 있고 세균도 있지만 외모를 가꾸는 일엔 무척이나 신경을 쓰잖아요. 저도 똑같다고 생각해 주시면 안 되나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서 더럽혀져 있는 쓰레기통을 보면 그의 항변이 들리는 듯하다. 
다른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쓰레기통의 청결에 신경을 쓰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이런 작은 일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 <페크의 생각노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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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 2017-08-03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 뵙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의 항변 기억해 두겠습니다.
한국에 와서 느낀게 화장실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했다는 겁니다. 그 청결함에
감동했어요.
저의 책이 출간되었어요.
제목은 <무엇이 되어 만나리> 조순자 단편소설집입니다.
아마 다음 주 부터 인터넷 검색에도 뜨리라 셍각됩니다.

첫 번 째 댓글을 달게 되어 영광입니다.^^

페크pek0501 2017-08-04 11:44   좋아요 1 | URL
하하~~ 안녕하셨어요?
무플로 끝날 줄 알았는데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출간되셨다고요?
놀라워라...ㅋ 언제 한 권의 책을 쓰셨습니까?
이곳 알라딘은 책 낼 사람들만 모여 드는 곳인가 봐요. 책 낸 사람들이 어찌 그리 많은지... 어쨌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그 노고에 대해 생각합니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해서요.

책 검색되면 살펴보겠습니다.

...................
화장실 문화... 작년에 가족이 여름에 피서를 갔는데 숙박비가 무척 비쌌어요. 펜션이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제가 이런 데에 예약했다고 투덜댔는데... 화장실에 반해 버려서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더군요. 가족이 함께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시설이었어요.
요즘은 숙박을 고를 때 화장실이 중요한 변수 중 하나예요. 아무리 저렴한 숙박도 화장실이 더러우면 인기가 없을 듯해요.

좋은 여름이 되시기를...
소식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성에 2017-08-0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하신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여름, 기가 막히도록 덥습니다. 담에 올 기회가 생기면 다른 계절에 오리라고
맘 먹었어요. 8월 7 일에는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조그만?꿈을 이루고 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팩님의 글이 내게 많은 시사성을 줍니다. 자주 못 뵈어도 님의 글은 빠짐없이 읽겠습니다.
좋은 친구! 건강하고 건필하십시요.

페크pek0501 2017-08-05 15:35   좋아요 0 | URL
제 글을 빠짐없이 읽겠다는 님의 말씀에 감사를 표합니다.
가을에 오신다면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1. 나는 알고 있지. 내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냥 어른인 척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어른답게 산다는 것의 고단함을 나는 알지. 나는 또 알지. 죽는 날까지 나는 어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어른 흉내만 내며 살 뿐이라는 것을.

 

 

 


2. 여름은 다른 계절에 비해 피곤한 이유가 있다. 더워서 창문을 열어 놓고 사니 먼지가 많아 실내 바닥을 자주 닦아야 하고, 땀을 흘리니 샤워를 매일 한 번 또는 두 번 해야 한다. 이렇게 체력 소모가 많다 보니 여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하지만 걷고 있는 여름밤에 한 줄기의 바람이 목덜미를 시원하게 스칠 때면, 잠을 청하는 여름밤에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을 때면 내 마음이 두둥실 허공을 떠다니는 것만 같다. 오직 여름에만 가질 수 있는 이 느낌을 사랑한다. 

 

 

 


3. 나는 완독을 지향한다. 여러 책을 병행하여 읽어서 완독하지 못한 책이 많지만 언젠가는 꼭 완독하리라 마음먹는다. 그 이유는 보석 같은 문장은 어디엔가 숨어 있어서 그걸 놓치는 게 손해로 여겨져서다. 가령 책의 뒷부분을 읽지 않았다면 거기에 내가 놓친 좋은 문장이 있다면 어쩔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샅샅이 뒤지듯 읽는 것. 이게 나의 독서하는 태도다. 지루하게 읽히는 페이지를 읽다가 좋은 문장을 발견할 때면 쾌감을 느끼며 밑줄을 긋는다. 나는 책 전체의 흐름보다 문장 낱개를 중시하는 모양이다.  

 

 

 

 

4.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로서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자라게 하는 게 좋은 육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한다. 상처를 받고 그것을 극복하는 가운데 ‘성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모로서 할 일은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을 아이와 함께 연구하는 일이다. 과거에 어떤 일로 상처를 받은 기억이 나면 그게 재산 같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그런 상처를 견디는 시간이 없었다면 내가 아주 나약한 사람으로 살 뻔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 일도 겪었는데 뭐 이 정도 가지고 그래.’ 이렇게 마음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상처받은 경험이 필요한 것 같다.

 

 

 

 

5. 여름이 되면서부터 친정어머니가 아프셔서 병원에 자주 모시고 다녔다. 무슨 검사를 할 때마다 혹시 돌아가시려고 큰 병이 있는 건 아닌지를 걱정하며 긴장하여 입 안이 쓰고 목이 말랐다. 어머니는 80세이시다. 우리나라 여자 평균수명이 85세라니까 적어도 5년은 더 사셔야 하는 것 아닌가. 난 어머니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데 큰일이다 싶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4년이 되었다. 어머니마저 돌아가신다면... 나는 내게 친정이 없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여러 병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 때문에 여행 계획을 취소하고 우리 식구 모두 어머니가 무탈하시길 바라며 이 여름을 지내고 있다. 아무래도 가을이나 되어야 여행을 꿈꿀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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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7-22 2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pek님, 무엇보다도 어머니께서 건강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80세 즈음 아프시다가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장수하신다고들 그러더라고요. pek님께서도 이 더위 잘 넘기시고요. 저도 어제부터는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는데, 그래봤자 가을은 올꺼니까요.

페크pek0501 2017-07-25 18:38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봤자 가을은 오고 여름은 갈 것이니까요. ㅋ
고맙습니다.

북깨비 2017-07-22 2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친정엄마가 요즘 들어 이곳저곳 아프셔서 걱정이 많아요. 어머님께서 아무쪼록 몸 건강하게 pek님 곁에 함께 하시길 바래요. 어른 흉내만 내면서 살고 있는 일인 여기 또 하나 있습니다. 오늘도 열심히 어른역 발연기 중입니다. ㅋㅋ

페크pek0501 2017-07-25 18:39   좋아요 1 | URL
예. 엄마가 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형제도 없어 외로운데 부모님까지 없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좀 그렇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17-07-23 0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건강 좋아지시기를 바래요. 위의 hnine님의 말씀처럼, 고비 넘기시고 더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pek0501님도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주말에 비가 온다는데, 참 덥습니다. 좋은 밤되세요.^^

페크pek0501 2017-07-25 18:4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도 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머지않아 입추가 올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stella.K 2017-07-23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유, 오랜만이십니다.
더위에 어찌지내시나 궁금했습니다.
어머니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옛날엔 우리 부모님이 우리 걱정 많이 하셨는데
나이드시니 우리가 부모님 걱정을 하게됩니다.
인생은 돌고 돈다더니 그게 맞는가 봅니다.
어머니 건강하셔야 할 텐데...
저의 엄니도 나이드시니 이런 더운 여름 날 어디 큰 시장 나가신다고 하면
은근 걱정되더라구요.
물가에 내놓은 사람 걱정하는 건 어린 아이뿐이 아니어요.
노인도 걱정되더라구요.ㅋㅠ

올여름은 덥긴더워도 작년 같지는 않을 거라고 하던데
그거 실감 못하겠어요.
그동안은 그래도 잠은 잘만하다 했는데 전 엊그제부터 잠을 설치고
있는 중입니다. 빨리 더위가 한풀 꺾여야 할텐데
앞으로 남은 여름을 어찌 보내야할지 모르겠어요.
장마도 이제 거의 다 끝나가는 모양인데...ㅠ

페크pek0501 2017-07-25 18:42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는 여름을 극기의 계절이라 생각되어요. 인간의 참을성을 시험하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여름은 또 여름대로의 매력이 전혀 없는 것 아니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 : 시원한 물로 샤워한 뒤에 침대에 뻗는 것. ㅋ
고맙습니다.

cyrus 2017-07-23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른 흉내내면서 살면 ‘꼰대‘ 소리 듣게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결 같이 어린이로 살고 싶어요.. 개념있고 철이 든 어린이로.. ㅎㅎㅎ

독서에도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운명이 있는가 봅니다. 완독하지 못한 책을 다시 읽어서 완독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페크pek0501 2017-07-25 18:45   좋아요 0 | URL
저는 철없는 어른이올시다. ㅋㅋ

사람과 책의 운명적인 만남 같은 것,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책은 어떤 이유로 몇 번을 들춰보게 만들거든요. 그리고 애착을 갖게 되거든요.
특히 팟캐스트에서 읽어 주는 글은 왜 그렇게 멋진 글로 들리는지, 책을 다시 찾아보게 만들어요. 음미하며 읽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사람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누구나 최소한 어느 한쪽으론 나사가 풀려 있다. 최소한 어느 한쪽으론 평균 이하라는 뜻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다. 예를 들면 탁월함을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작가가 표절을 하고서도 완강히 부인하기도 하고, 성공한 기업인이 여직원을 성추행하기도 하고, 유명한 목사가 신도들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큰돈을 가로채기도 한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훌륭하다고 해서 그 사람 전체가 훌륭하다는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어느 한 면에서 훌륭하거나 여러 면에서 훌륭할 순 있어도 모든 면에서 훌륭할 수는 없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완벽할 수가 없다. 완벽할 수 없다고 해서 완벽함을 포기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 그나마 완벽함을 지향하며 살아야 평균 이하인 경우가 덜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반대로 평판이 좋지 못한 사람이 사귀고 나면 좋은 면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가령 남들에게 없는 의리가 그에게는 있어 훈훈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든지 어떤 면에서는 꽤 관대함을 느끼게 한다든지 말이다.
 


완전한 선인도 없듯이 완전한 악인도 없다는 건 진리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쉽게 느낄 수 있는 것만 보지 말고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그 사람의 이면을 볼 줄 아는 것. 이게 중요하다. 그 사람의 이면이 그 사람의 알맹이일 수 있으니까. 첫인상이 좋은 사람에게 속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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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1211 2017-06-18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 ˝악˝이란 부분... 본 후 소심하게 당황했습니다만 좋은 내용이 많네요.

페크pek0501 2017-06-19 22:0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 같아 사진을 넣었습니다. 사진 보는 재미라도 있기를 바라면서...ㅋ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2017-06-18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9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18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 만난 분들을 제대로 알려면 1년 정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1년 동안 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상대방이 갑자기 서재활동을 멈출 수 있고, 사소한 오해로 갈라서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페크pek0501 2017-06-19 22:10   좋아요 0 | URL
님과 제가 안 지도 1년이 넘지 않았나요? 그런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안전선에 든 건가요?ㅋ
몇 년 동안 꾸준히 댓글을 주고받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서재 문을 닫으시고 아예 연락이 없는 분도 계셔서 그분들의 근황이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사소한 오해... 아무래도 직접 만나 말하는 게 아니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요...ㅋ
고맙습니다.

cyrus 2017-06-20 08:18   좋아요 1 | URL
페크님을 알게 된 지 2년 지났을거예요. 생각해보니까 2, 3년 이상 저와 친하게 지낸 분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오래전에 만난 분들 대부분 서재 활동이 뜸해요. 그래도 그분들이 오랜만에 글을 남기면 반가운 마음이 들어요. ^^

페크pek0501 2017-06-21 13:01   좋아요 0 | URL
아, 벌써 2년이 지났나요? 그럼 어느새 우리가 오래된 사이가 된 거네요.
시간 참 빠르죠? 저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서재 활동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달리 할 게 없어서...ㅋ
시간에 따라 과학의 발전도 얼마나 놀라운지...
지금 폰으로 댓글 쓰고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죠.

좋은 하루 보내세요...

AgalmA 2017-06-19 0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다양한 인간관계를 가지게 되죠. 많은 인맥을 가진 경우 모두와 다 친할 수도 없죠. 친밀감이나 애정을 더 느끼는 관계로 집중할 수도 있고 상황적으로 누군가와 더 친해질 수도 있고 변수는 참 다양한 듯. 중요한 건 상대가 내 맘 같지 않다고 소홀하거나 내치게 되면 그 관계는 그렇게 떨어져 나가는 듯. 관계란 쌍방의 노력이 필요한 일인 거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7-06-19 22:1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쌍방의 노력이 있어야 좋은 관계가 유지되지요. 한결 같은 관계라는 게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죠.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요. 객관적이기 쉽지 않아요. 나와 친한 사람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선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너그러움?을 발휘하게 되거든요.
하하~~

고맙습니다.

dys1211 2017-06-19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사진, 멋진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마무리 하세요.^*

페크pek0501 2017-06-19 22:28   좋아요 1 | URL
텔레파시인 것 같군요. 님의 서재를 방문하고 왔답니다.

dys1211 2017-06-1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좋은 글, 좋은 이미지, 좋은 이야기 잘 부탁 드립니다.^*

페크pek0501 2017-06-19 22:49   좋아요 1 | URL
옙...
부족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난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삶을 좀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어제 어떤 주말 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한 것을 끼적거려 본다.

 

 

결혼을 앞둔 자식의 부모로서 고급 식당에서 만나는 상견례 자리는 사돈끼리 예의를 갖추어 대면해야 하니까 편한 자리는 아닐 터. 나갈 땐 옷을 잘 골라 입고 나가야 하며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옷을 초라하게 입고 나가서도 안 되지만 너무 고급스런 옷을 입고 나가서 상대에게 위화감을 주어서도 안 된다. 교양 있게 음식을 먹어야 하고 그 자리에 딱 알맞은 말만 해야 한다. 유머 있게 말을 한답시고 정도를 지나쳐서 결례를 범하면 안 된다.

 

 

아! 부모 역할, 어려워라. 훗날의 일이지만 수준을 따지는 집안과는 사돈을 맺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우리 집과 비슷하다고 할 만한 집과 사돈을 맺고 싶네. 조심스러움, 체면, 교양, 품위. 이런 것들이 부담스럽다. 그 이유는 그것들이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삶을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상견례 자리? 그게 뭐 별건가! 까짓것 나가지 뭐.’ 이런 자세를 내가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삶을 가벼이 여기며 살 수 있지 않을까?

 

 

..........
쓸데없는 말이지만,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애인을 한 명만 만드니까 삼각관계가 되어 모가 난다. 둘이라면 사각 관계, 셋이라면 오각 관계······,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에 가까워져서 모가 없어진다. 그러면 풍파도 일지 않게 될 거라고 했더니 나더러 역시 미친놈이라고 화를 냈다.

그 무렵의 이야기인데, 어떤 여자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왜 만나자는 얘길 안 해요? 다른 애인이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네가 그 다른 애인이잖아. 그러니까 넌 그런 말은 하면 안 되지."
그렇게 말했다가 또 된통 욕먹고 말았다.(113~114쪽)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서.
..........

 

 

유머는 확실히 삶을 가벼이 만들어 주는 마력이 있어 좋다. 삶을 가벼이 여긴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산다는 뜻은 아니다. 사각 관계, 오각 관계를 언급한 저자라고 해서 저자가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걸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음의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
돈을 갖고 싶다느니 하는 당연한 말은, 똥 싸는 걸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 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125쪽)
- <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에서.
..........

 

 

삶을 무겁지 않게 느끼며 살되, 한 꺼풀의 자존심은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기를...

 

 

나는 이렇게 해서 삶의 균형을 잡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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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06-05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솔깃한 글인 듯합니다^^ 감히

페크pek0501 2017-06-05 22:47   좋아요 0 | URL
감히, 라니요.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첫 댓글을 써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굿밤 되세요...

마립간 2017-06-05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이들어 좋아진 점의 하나가 삶의 무게를 덜었다는 것입니다.

자녀의 배우자는 모르겠고, 나의 배우자는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맞이하길 바랐습니다. 그 바람을 이뤘습니다.^^

페크pek0501 2017-06-05 22:50   좋아요 1 | URL
저는 나이가 들어도 삶의 무게를 덜었다는 느낌이 안듭니다.
친정어머니께 자식 노릇하는 것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고
자식에게 부모 노릇하는 것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솜털처럼 가볍게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배우자는 다행히도 저와 아주 비슷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친구들이 남편을 인사시키는 자리에서 그랬답니다.
너와 똑같은 사람을 만났구나, 라고.ㅋ

stella.K 2017-06-05 14: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저의 싸부가 어떤 책에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애인은 가급적 많이 만들라고.
그렇게 삼각관계면 질투하지만 많으면 자기네들끼리
동류의식이 생겨서 자기네들끼리 적당히 견제하면서
잘 지낸다니 뭐라나.
일리가 있는 말 같더군요.ㅎㅎ


페크pek0501 2017-06-05 22:53   좋아요 1 | URL
예. 일리 있어요. 저는 딸들에게 이왕이면 남자친구 한 명에게 올인하지 말고
여럿을 사귀어서 장단점을 비교하고 누가 자신과 잘 맞는지 생각하라고 해요.
싱글들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이 사람이다, 할 때가 오겠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 사람과 연애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처음 만나자마자 운명이니, 뭐니 해 가면서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는 건 경솔한 것 같거든요. ㅋ

stella.K 2017-06-06 15:26   좋아요 1 | URL
ㅎㅎ 맞아요.
우리 땐 안 그럴 것 같은데도 꼭 그런 사람 있어요.
뭐 사랑이 얼마나 좋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도 없으란 법은 없겠죠.

말씀하신 드라마 저도 지난 주말 잠깐 봤는데
김밥집 딸 보통 여물지가 않더군요.
맞아. 모름지기 여자는 저래야 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7-06-08 12:23   좋아요 1 | URL
예. 우리 딸이 저렇게 똑똑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저도 했어요.
제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아무 생각 없이 산 듯해요. 똑똑하질 못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똑똑하질 못해서 뭔가 판단할 일이 생기면 여기저기 물어보고
인터넷 검색하고 헤맨답니다. ㅋㅋ



신지 2017-06-09 0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인용문이 참 좋네요.
왠지 나이 들어갈수록 자연스러운 모습에 점점 더 마음이 가는 것이 사실인데
˝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문화‘˝ 라는 것에 끄덕끄덕

오랜만이죠, 페크님^^ (발레도 사진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이제 자주 놀러 올께요~ ^^

페크pek0501 2017-06-08 12:2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제가 독서하는 목적 중의 하나가 좋은 문장을 발견하는 재미입니다. 그래서 완독을 지향하죠. 혹시 놓치는 문장이 있을까 봐 샅샅이 뒤지듯 책 읽어요. 다독보단 정독에 더 가치를 두어요. 좋은 문장을 보면 이렇게 제 글에 인용할 수도 있고 공부도 되고 좋아요.ㅋ 신지 님처럼 인용문이 좋다는 말을 해 주시는 분을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타인의 욕망 말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라, 아무리 그래도 결국 타자로부터 인정받는 행복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터, 라고 봅니다.
그래도 요즘 자기계발서 덕분인지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이 많아진 듯합니다.

앞으로 님의 서재 활동을 기대해도 되나요?
 

 


정희진 작가가 책을 낼 때마다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살펴보게 된다.
<낯선 시선>이란 책을 검색해 보자마자 이건 무조건 사야 돼, 하면서
장바구니에 담아 놨다가 구입하게 됐다.
그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2009년이었다.
그때 읽은 것은 <페미니즘의 도전>이었다.
이 책을 사고의 뒤집힘을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책으로 읽었다.
<낯선 시선>, 이 책 또한 그런 기대로 읽고 있다.
머릿속에서 잊고 있던 것들을 상기시키고, 고정되어 버린 것들을 깨고 싶은

나에게

이런 책은 언제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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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적 관계는 언어에서 시작한다. 다음 사례를 보자. 맘대로 해고를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고 한다. 제주는 육지의 시각에서 보면 ‘변방’이지만, 태평양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해남 주민들은 해남을 ‘땅끝 마을’이 아니라 땅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말한다. 장보기 같은 가사 노동은 노동인가, 소비인가? 서구인이 말하는 지리상의 발견은 발견‘당한’ 현지인에겐 대량 학살이었다. 강자의 언설은 보편성으로 인식되지만 약자의 주장은 ‘불평불만’으로 간주된다. 언어의 세계에 중립은 없다.(106~107쪽)

 

 

내가 생각하는 평화로운 사회는 ‘만주어’가 소멸되지 않는, 다양한 시각의 언어가 검열 없이 들리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의 언어는 드러나기가 쉽지 않아 생소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폭력으로 가정이 깨져서 문제가 아니라 웬만한 폭력으로도 가정이 안 깨지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요?” 이렇게 반문하면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기존의 사고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어렵게 들리는 것이다.(107쪽)

 

 

쉬운 글을 선호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쉬운 글은 내용이 쉬워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여서 쉬운 것이다. 쉬운 글은 지구를 망가뜨리고(종이 낭비), 약자의 목소리를 억압하며, 새로운 사유의 등장을 가로막아 사이비 지식을 양산한다. 쉬운 글이 두려운 이유다.(108쪽)

 


- 정희진 저, <낯선 시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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