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건강 지식 - 죽을 때까지 평생의 무기가 되는 74가지 예방의학 지침과 습관
모리 유마 지음, 박선정 옮김 / 루미너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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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지나면서부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자주 느끼게 된다.

크게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데도 피로가 쉽게 쌓이고, 자주 체하거나 이유 없이 붓는 일도 많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걸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바빠서 병원에 갈 시간이 없고, 나이 들어서 그렇겠지하고 넘겨버린다.

모리 유마의 『마흔에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건강 지식』은 바로 그 시기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다. 몸이 보내는 아주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플 때 고치기’보다 ‘미리 막기’를 위해 알아야 할 정보들이 이 책 한 권에 정리돼 있다.

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분명한 초기 증상들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이유 없는 체중 감소다.

암세포는 숙주의 단백질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삼기 때문에, 병이 진행되면 체중이 줄고 근육량이 감소하며 전반적인 쇠약 상태가 나타난다. 이는 의학적으로 ‘커켁시아(cachexia)’라고 불리며, 특별한 변화 없이 6개월~1년 사이 체중의 5% 이상이 줄었다면 건강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하나의 경고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열이다.

3주 이상 38도 이상의 열이 오르내리며 특별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의학적으로 ‘불명열’로 분류되며 암 가능성을 고려하게 된다. 암세포가 사이토카인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하면서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발열을 유도하는데, 이를 ‘종양열’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런 경우, 열과 함께 식욕 저하나 권태감, 구역질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지속적인 출혈도 중요한 암의 징후다.

암이 진행되면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손상시키면서 다양한 방식의 출혈을 유발하는데, 암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식도암은 토혈, 폐암은 객혈이나 피 섞인 가래, 위암은 검게 변한 대변, 대장암은 붉은 혈변, 방광암과 전립선암은 혈뇨, 자궁암은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흔한 원인처럼 보이더라도, 출혈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반드시 진찰이 필요하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식사법으로는 지중해식 식단이 특히 추천된다.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에서 유래된 식습관으로, 통곡물과 신선한 채소, 과일, 생선, 견과류, 올리브유를 중심으로 하고, 붉은 육류와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며, 식사 때 적당량의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식단은 심근경색 발생 위험을 30% 낮추며, 뇌졸중, 치매, 우울증, 당뇨병의 발병률도 감소시키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다이어트 효과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되었다. DIRECT 시험에 따르면 지중해식 식단은 초반 체중 감량 속도에서는 저탄수화물 식단보다 느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감량 효과가 같거나 더 지속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권 식문화와의 차이 때문에 실천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백미에 현미를 섞고, 조리 시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씨유(카놀라유)를 사용하며, 견과류 섭취를 늘리는 방식으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일본 연구에 따르면 낫토나 된장 같은 발효 대두 식품의 섭취는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낫토는 갱년기 여성에게 유익하며, 골다공증 예방과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

현대인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혈당 스파이크도 중요한 건강 이슈다.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이 현상은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위험하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면 혈관에 손상을 입히고, 이 상태가 반복되면 혈관이 망가진다. 당뇨병의 대표 지표인 HbA1c 수치는 평균 혈당을 보여주기 때문에, 혈당 스파이크가 있어도 정상으로 나올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그래서 이를 ‘숨은 당뇨병’이라고 부른다.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지만 실천이 중요하다. 첫째,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는 것이다. 30회 이상 씹으면 식사 속도가 늦어지고 과식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는 식사 순서를 지키는 것이다. 이 식습관은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준다. 셋째, 포만감을 느끼면 음식을 남기는 것도 괜찮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끝까지 다 먹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또한, 책에서는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1950년대 런던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버스 운전사는 이층버스 차장보다 심근경색에 걸릴 확률이 더 높았다. 이후 수많은 연구에서도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사질환,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심지어 치매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사망률이 약 60% 증가한다고 한다.

이런 좌식 위주의 생활방식을 ‘세덴터리 라이프스타일(Sedentary lifestyle)’이라 부른다고 한다.

결국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작은 움직임이라도 자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흥미롭게도 여기에는 다리 떨기 같은 사소한 움직임도 포함된다.

반복적인 근육 활동이 혈류 순환을 도와 좌식 생활로 인한 부작용을 어느 정도 완화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불가피한 환경이라면 틈틈이 몸을 움직이거나, 자리를 바꾸거나, 다리나 발을 자주 움직이는 습관만으로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나는 앉아 있을 때 자주 다리를 떨곤 하는데, 주변에서 산만하다고 한소리를 듣기도 했다.

괜히 민망해서 멈추려 한 적도 있었지만 습관처럼 다시 떨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 다리를 떨었던 것이 오히려 건강엔 나쁜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물론 어디서든 마구 떨라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혼자 있을 땐 굳이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웃음이 났던 부분이었다.

이처럼 『마흔에 꼭 알아야 할 최소한의 건강 지식』은 마흔 이후 몸이 보내는 작지만 중요한 신호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한 의학 지식이 아니라, 실제 사례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건강 정보를 제공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식사법과 생활 습관 개선법을 제시한다.

마흔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건강과 삶의 방향을 재정비해야 하는 전환점이다.

이 책은 그 시기에 가장 필요한 건강 안내서이자, 예방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실천적 조언서가 되어준다.


'루미너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암세포는 숙주인 인간의 단백질이나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성장한다. 그래서 암 덩어리가 커질수록 체중이 줄어든다.
암으로 인해 근육량이 줄어들고 체중이 감소하며 쇠약해지는 상태를 의학 용어로 ‘커켁시아cachexia’라고 한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보고 어쩐지 예전보다 살이 빠지고 힘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암 투병 중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처럼 암이 발생하면 피부색이나 체중 등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난다.
특별히 전과 다를 게 없는데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체중이 5%이상 감소했다면 의학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가 일어난다면 일단 내과를 방문해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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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도서관 : 체 게바라 - 십진분류법으로 읽는 혁명가의 다층적 초상 인물 도서관 1
송영심 지음 / 구텐베르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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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보다 강한 신념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신념을 삶으로 증명한 인간, 체 게바라의 뜨거운 기록”

『인물도서관 첫 번째 서가 – 체 게바라』(송영심 지음, 구텐베르트 출판)는

한 인물이 어떻게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며 세계사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인물 교양서다.

‘혁명의 아이콘’, ‘남미의 예수’,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는 극적인 별칭을 지닌 체 게바라.

이 책은 그의 화려한 전설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고뇌와 심리, 이상과 현실 사이의 투쟁,

그리고 뜨겁게 불타오른 짧은 생애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책은 체 게바라의 프로필에서 시작한다.

아르헨티나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의사이자 혁명가, 저술가, 외교관으로 활동하며 39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게릴라전』, 『볼리비아 일기』 등의 저서를 남겼고,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넘나들며 평등한 사회를 위한 무장 투쟁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연보나 업적 나열을 넘어, 그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꿈꾸었는지를 깊이 파고든다.

저자는 특히 체 게바라의 심리적 기반과 정신 구조에 주목한다.

상류 사회의 청년이었던 그는 고질병인 천식을 앓으면서도 낡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무전여행했다. 그 과정에서 가난하고 착취당한 민중과 마주하며, 의사가 아닌 혁명가의 길을 자발적으로 선택했다. “귀를 열고 민중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책 속 표현처럼, 체 게바라는 듣는 자였고, 그 경청이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체 게바라는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스스로를 ‘돈키호테’라 부르며, 낡은 세계에 맞서 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쿠바 혁명이 성공한 이후, 그는 고위 공직과 세계적 명성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밀림 속 게릴라의 삶으로 돌아갔다. 콩고에서 실패한 뒤에도 볼리비아로 옮겨 프롤레타리아 계급 중심의 혁명을 다시 시도한다. 책은 이를 두고 실의에 빠지지 않고 활동 지역을 옮겼다고 서술한다.

그의 이상은 실패에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는 그에게 있어 새로운 전장의 문을 여는 과정이었다.

책 속 인상적인 장면은 많지만, 그의 ‘죽음 직전’은 특히 감동적이다.

볼리비아 군인이 “불멸을 생각하느냐”고 묻자, 체 게바라는 “혁명의 불멸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소”라고 답한다. 단 한 문장이지만, 체 게바라라는 인물의 전체 철학이 농축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이 책은 체 게바라의 자기희생과 열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환자촌에서 전염 위험을 무릅쓰고 헌신했던 그의 20대 시절, 쿠바 게릴라 시절 탄약 상자를 먼저 챙기며 의사로서의 역할보다 혁명가로서의 사명을 앞세운 선택, 그리고 죽음을 앞둔 날 아침에도 교사 줄리아 코르테스에게 교육의 불평등에 대해 토로한 장면은 그의 삶이 민중을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그의 모험심과 위험 감수 정신도 책 곳곳에 드러난다. 자전거에 엔진을 달아 4,500km를 여행하고, 1939년형 오토바이로 안데스산맥을 넘고, 심지어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는 그의 행적은 단순한 방랑이 아니라 “몸으로 세상을 깨닫는 철학자”의 여정이었다. 피델 카스트로조차 게바라는 지나치게 위험을 감수한다고 인정 했을 정도였다.

체 게바라는 철저한 자기 성찰자이기도 했다.

그는 매일 일기를 썼고, 일기를 통해 하루를 반추하며 혁명 활동을 계획했다.

그가 남긴 글에는 자신을 향한 반성과 주변을 향한 미안함, 그리고 이상을 향한 확고한 결의가 담겨 있다. 『볼리비아 일기』의 마지막 기록은 죽기 이틀 전인 1967년 10월 7일에 멈췄고,

이는 그가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자신을 기록하고자 했던 증거다.

이 책은 또한 체 게바라를 둘러싼 가정사와 성장 배경을 조명한다. 자유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였던 어머니 셀리아의 영향, 어린 시절부터 접한 불어 교육과 문학, 그리고 체스를 즐기고 럭비를 즐겼던 경험은 그의 예민한 감수성과 지적 취향, 강인한 리더십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대표 음식인 ‘아사도’와 스포츠 문화, 불어가 중상류층의 언어로 통용되던 사회적 분위기 등은 그가 자라난 고향의 풍경을 보여주며, 체 게바라라는 인물이 어떤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라났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를 찍은 유명한 사진. 이 책의 표지로도 쓰고 있는 사진을 ‘알베르토 코르다’가 1960년에 찍었다.

‘영웅적 게릴라’에 어울리는 그 사진은, 그것은 그의 내면에서 타오르던 분노, 결의, 그리고 민중에 대한 사랑이 응축된 표정이었다. 이 사진은 1967년 죽음 이후, 이탈리아 좌파 출판인 지안야코모 펠트리넬리에 의해 100만 장 이상 팔리며 전 세계에 혁명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 책은 그저 멋진 혁명가 체 게바라를 찬양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약점, 고뇌, 실수, 냄새나는 현실까지도 고스란히 담아낸다.

체 게바라는 혁명이 낭만이 아니라 책임임을 보여줬다.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을 향한 여정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신념을 향한 투쟁임을 증명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단순히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인물’로 그를 기억하기보다,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존재로서 체 게바라를 되새기게 된다.

그가 말한 “민중과 함께하겠다”는 다짐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물음이다.

우리는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가?

사회는 점점 더 분절되고 경쟁과 속도가 지배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

체 게바라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함께하는 삶’을 실천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눈을 맞추었고, 부와 권력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들판으로 나갔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묻는다.

“나의 안락함 너머에,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가?”

이 책은 그저 과거의 인물을 회고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체 게바라의 선택과 흔적은 우리에게 지금 이 사회의 불평등, 교육 격차, 노동 문제, 기후 위기 속에서

‘연대’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다.


<단단한맘과 하하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구텐베르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남긴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체 게바라는 어떤 어려움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신념과 강한 자아 정체성을 소유한 인물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던 그는 상류 가정에 속한 22세의 젊은 의과대학 학생으로 안락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낡은 모터사이클을 타며 라틴아메리카 곳곳을 누비는 결코 쉽지 않은 무전여행을 감행했다. 고질병인 천식이 재발하고, 오토바이에서 굴러떨어지고, 마지막에는 도보와 히치하이크, 밀항 여행을 하면서도 결코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귀를 열고 부를 소유한 자들에 의해 착취당하며 가난과 무지의 질곡에서 신음하고 있는 민중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확고하게 깨달은 그는, 의사의 길을 놓고 혁명가로서의 길을 걸어갔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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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 이곳은 도쿄의 유일한 한국어 책방
김승복 지음 / 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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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느낀 건, 이건 누군가의 열정적인 출판일기이자,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쓰인 책이라는 점이었다. 김승복 저자가 운영하는 일본 진보초의 한국어 전문 서점 ‘책거리’는 책에 대한 사랑, 한국문화에 대한 애정,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어떻게 책이라는 매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는 바로 그런 공간을 만든 사람의 기록이다.

책은 참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어떤 손님은 책 제목도 저자 이름도 말하지 않고 그냥 ‘이런 주제의 책이요’라고 이야기한다. 직원은 해당 책을 정리하고 추천하며 며칠에 걸쳐 메일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고객이 끝내 결정한 책은 500엔짜리 중고책 한 권이다. 저자는 그 순간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것만큼 효율이 좋지 않아 “시간 대비 효율이 안 좋은데…”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점장은 “이런 분이야말로 오래도록 우리 책거리를 응원해주실 분입니다”라고 답한다. 저자는 책거리를 오픈한 이유로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으로 이때를 꼽는다. 책을 판다는 건,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다시 되새기는 계기가 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장애가 있는 한국 작가 김원영의 책을 일본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 여정이다. 한 명의 작가를 세 명의 편집자와 두 명의 번역가가 나눠 맡아, 세 권의 책을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하는 프로젝트. 읽다 보면 이건 거의 ‘출판판 어벤져스’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사이보그가 되다』, 『희망 대신 욕망』—세 권을 통해 저자는 일본 독자들에게 김원영이라는 사람을 온전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의 결이 모두 달라서, 함께 읽어야 그 사람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출간을 앞두고는 미리 가제본을 보내고, 북토크를 기획하고, 독서회를 여는 등 홍보에도 공을 들였다. 심지어는 책거리를 찾기 힘든 휠체어 이용자들을 위해, 김원영 작가의 글을 읽고 난 뒤 “우리 서점도 계단 없는 곳으로 이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좋은 책을 판단하는 기준은 실행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했다. 이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야 말로 책의 힘이 아닐까.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일본에 처음 소개한 출판사 쿠온의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에게는 “무명을 유명으로 만드는 일이 내 일”이라는 생각이 있다. 이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무모하다며 말릴 때, 한국 문학을 일본에 소개하겠다고 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으로 『채식주의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실제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되었고, 쿠온은 그 시작점을 함께한 출판사가 됐다.

책 속에는 요조라는 한국의 가수이자 작가, 그리고 책방 주인에 대한 인상적인 일화도 담겨 있다. 처음에 저자는 요조를 잘 몰랐지만, 책거리에 종종 들르던 한 일본인 신사 손님이 계기가 되었다. 그 손님은 한국 여행 중 요조의 음악을 우연히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귀국 후 그녀의 책을 찾기 위해 책거리를 방문했다. 책을 구매하면서는 “한국어로 써 있어서 읽기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번역까지 부탁할 정도로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 일을 계기로 저자도 요조의 책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팬이 되었다. 『오늘도, 무사』,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무튼, 떡볶이』 등 요조의 책들을 쫓아 읽으며 그녀의 성장을 함께 지켜보게 된 것이다. 이 애정은 ‘요조 코너’를 서점에 만들고, 『아무튼, 떡볶이』를 쿠온에서 일본어로 출간하기로 결정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번역은 서울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화요일 점장 교코 씨가 맡았고, 그녀 특유의 ‘떡볶이 사랑’이 번역 속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처음엔 손님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결국 모두가 함께 좋아하게 된 작가로 이어진 이야기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겪는 일화들도 많다. 늘 와서 책만 읽고 사지 않던 손님이 사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손님에게 종이에 써서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그 뒤로 편지가 이어지는 이야기들. 그 편지는 2019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그 편지를 ‘하야미상의 러브레터’라고 부른다. 책방이 단지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게 확 느껴지는 부분이다. 분명히 짜증이 나고 화가 날법한 상황인데도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달라고 대응한 분의 센쓰가 남다르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이야기였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건, 저자가 진짜 ‘행동하는 책방지기’라는 점이다. 김원영 작가의 책을 세 출판사와 연결하고, 휠체어 이용자를 생각하며 서점의 이전을 결심하고(책방 이동이 쉬운 일이 아니라 이전은 못했지만 책방지기님이라면 여건이 되는대로 옮길 것 같다), 좋아하는 책은 곧장 편집자에게 편지를 써서 번역을 제안하고, 북토크를 열고, 책을 소개하고, 반응을 나눈다. 이렇게 바지런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바지런함이 억지로 한 게 아니라 ‘좋아서’ 한다는 점이다.

그게 이 책 제목의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다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책을 읽고 나면 문득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나도 좋아하는 걸 이렇게 열심히 해본 적 있었나?

나는 좋아하는 걸 행동으로 옮긴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출판계 종사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책방에 관심 있는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지금 무언가를 좋아하고, 그걸 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이 책이 응원을 건네는 것 같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생각만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해주는 것도 같다.

“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한번 해보세요. 결국, 좋아서 하는 거잖아요.”


달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주간심송에서 함께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언젠가 ‘금요일 점장’인 시미즈씨가 아즈마씨의 성가신 주문을 메일로 대응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저자나 책 제목 없이 주제나 소재만 주어져, 숲속에서 비스킷을 찾아가는 느낌의 메일이 며칠에 걸쳐 이어지고 있었다. 수없이 메일을 주고받아 결국 주문으로 이어진 것은 단돈 500엔짜리 중고책 한 권. 이렇게 시간과 공을 들여 발생한 매출이 고작 500엔이라니… 아즈마씨도 아즈마씨지만 대응을 맡은 시미즈씨에게 ‘이건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했다.
"시간 대비 퍼포먼스가 안 좋네요."
하지만 곧이은 시미즈씨의 대꾸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다.
"이런 분이야말로 오래도록 우리 책거리를 응원해주실 분입니다. 매출 금액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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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속물근성에 대하여 - SBS PD가 들여다본 사물 속 인문학
임찬묵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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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묘한 이끌림을 느꼈다. 찻잔, 위스키, 정장, 도자기 인형 같은 사물 이야기에 자꾸 빠져들었고, 어느새 검색창을 열고 해당 브랜드나 물건을 찾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 순간, 지금껏 외면해온 내 안의 ‘속물근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 슬쩍 당황했지만, 이내 그게 아니라면 아마도 저자의 문장에 제대로 설득당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의 속물 근성에 대하여』는 제목처럼 남성적 시선의 고백으로 시작되지만, 읽다 보면 이 이야기는 성별을 초월해 누구나 품고 있는 내밀한 욕망과 취향의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된다. 소비와 선택이 단지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은 “나는 술을 좋아한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폭탄주로 시작해 와인을 거쳐, 결국 싱글몰트 위스키에 다다르는 여정은 단순한 음주 경험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성숙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위스키의 역사와 브랜드, 문화적 배경을 공부하며 저자는 술을 단순히 마시는 행위가 아닌, 어떻게 즐기느냐에 대한 태도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 술에 얽힌 한국 사회의 풍경도 함께 그려낸다. 저자는 술을 “국가가 허용한 마약”이라 표현하며 허무함을 견디기 위해, 내일을 버텨내기 위해 술이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면죄부이자 생존 전략이 되어왔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왜 어떤 술은 그냥 마시는 것으로 끝나고, 어떤 술은 취향이나 개성처럼 여겨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칸트의 ‘취미판단’이라는 개념을 끌어온다. 칸트는 우리가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단순히 감정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는 나름의 이성과 기준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술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술을 마신다는 행위가 아니라, 어떤 술을 어떻게 즐기느냐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의 취향과 삶의 감각을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개인적인 취향에서 시작해 역사와 철학, 사회를 향해 확장된다. 홍차에 얽힌 이야기도 그러하다. 지금은 마트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홍차가 사실은 영국과 청나라를 전쟁으로 몰아간 주역이었고, 티 캐디라는 잠금장치에 보관될 만큼 귀했던 시대가 있었다. 이 한 잔의 차에 담긴 식민주의의 그림자와 제국의 탐욕을 되짚어보는 과정은 단순한 식품 소비를 넘어서는 역사적 성찰로 이어진다.

그의 시선은 도자기와 인형으로도 확장된다. 영국 도자기 브랜드의 장인정신, 얇고 단단한 본차이나 기술, 그리고 유럽 귀족들 집의 벽난로 위에 올려졌던 스태퍼드셔 도그 인형! 이 인형이 귀족들이 기르던 킹 찰스 스패니얼 외형을 본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이 중산층의 신분상승 욕망을 반영한 결과였다는 설명은 그저 귀엽기만 했던 인형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다.

인형 하나에도 시대정신과 계급의식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가 참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뿐만 아니라, 한복과 정장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전통의 품격을 해치지 않는 창조적 변형에 대해 고민하고, 폴란드 군복에서 유래한 서양 정장을 공자의 ‘회사후소’ 개념과 연결시켜 형식과 격식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 모든 이야기의 끝마다 철학자, 역사학자,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조용히 배치되어 있다.

사물의 이야기는 그렇게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고, 단순한 감상이 아닌 성찰의 형태로 다가온다.

책의 후반부에는 저자의 PD 시절 이야기가 담긴다. 레바논 공습 당시 위험지역에 직접 들어가 취재했던 경험. 피난길에 올라 목숨을 걸고 카메라를 들었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저자가 기억하는 것은 전장의 풍경뿐이고, 정작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그 순간 그는 깨닫는다. 인간보다 프로그램을 우선시했던 자신에게 부족했던 건, 바로 ‘공감’이라는 자질이었다고. 그래서 그는 묻는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시험은 수능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공감능력시험’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은 교양 프로그램처럼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는 에피소드처럼 읽히지만, 그 안에는 역사, 철학, 정치, 사회학이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영국 홍차의 역사와 아편전쟁, 청나라에 처음 들어온 수입 비누의 가격, 양반 전용 전통 소주가 희석식 소주로 마케팅되며 신분 이미지를 확장한 이야기, 그리고 소스타인 베블런의 ‘과시소비’ 이론과 베블런 효과 등등 그 모든 요소가 이 책 안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결국 이 책은 한 사람의 취향이 어떻게 세계와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이 좋아하는 물건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 속에는 그 사람의 기억과 문화, 가치관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사물은 단지 기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대의 풍경이자, 인간의 욕망이자, 공감을 위한 매개체가 된다.


🎯 이 책은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사물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적 맥락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분

- 음식, 술, 패션, 차, 도자기 등 일상 속 ‘물건’에 관심이 많은 분

- 교양 있는 에세이를 즐기고, 인문학적 시선을 품은 글을 좋아하는 분

- ‘속물’이라는 말에 거부감보다는 솔직한 호기심을 느껴본 적 있는 모든 사람


'우주서평단 @woojoos_story 모집',

'다반/디페랑스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술을 좋아한다. 사람이 먹는 것 중 술만큼 사치스러운 것이 있을까? 그냥 먹어도 될 쌀과 포도를 응축해서 청주와 와인을 만든다. 그것도 모자라 불을 지펴 수증기를 방울방울 모아 증류주를 만든다. 서양 사람들이 증류주를 spirit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재료인 곡물이나 과일의 영혼만을 모아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쌀 한 됫박으로 지은 밥을 한 번에 다 먹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걸로 만든 술은 두 병이고 세 병이고 먹어 치운다. 기근이 들었을 때 괜히 금주령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 술 한 병 만들 쌀로 죽을 끓이면 한 가족이 몇 끼니는 버텼을 테니, 이 얼마나 큰 사치인가.
이렇게 만든 술과 딱 맞는 음식을 찾아 즐기면 이런 호사가 또 없다. 술은 부족한 맛은 지워 주고 즐기고 싶은 맛은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준다. 그뿐인가. 내가 닫아 두었던 감각과 감정들을 해방시켜 평소라면 느끼지 못했을 것들을 끌어내 주기까지 한다. 술잔을 앞에 두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술술 풀리게 마련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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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리테일 미디어다 - 격변하는 광고 시장에서 휩쓸리지 않는 브랜드로 살아남는 법
김준태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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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팔던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했다.”

“유통은 이제 광고 플랫폼이다.”

‘리테일 미디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유통 채널에 광고가 붙는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표면적인 트렌드 분석서가 아니라, 유통, 기술, 플랫폼, 소비자 심리, 데이터 분석을 아우르며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의 대전환을 설계 수준에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명확한 전제를 제시한다. 브랜드는 이제 소비자의 행동을 예측하며 광고비를 집행하고, 플랫폼은 그 흐름을 알고리즘으로 조정해 수익을 창출한다. 다시 말해, 광고는 더 이상 단순히 노출의 문제가 아니라 ‘구매로 이어지는 경로 전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광고라는 기능이 하나의 고립된 영역이 아니라, 유통 구조 전반과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책은 쿠팡, 네이버, 유통 3사(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리테일 미디어 사례를 두루 다루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힌 부분은 쿠팡이었다. 쿠팡은 고객이 상품을 검색하고, 클릭하고,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하고, 배송을 받는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처리한다. 이 구조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서 광고 전략에 있어 결정적인 경쟁력을 제공한다. 검색 결과, 카테고리 상단, 상세 페이지, 메인 화면 등 광고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인벤토리 통합 설계’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환경이다. 광고가 노출되는 순간이 이미 구매 여정의 한가운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한다. 바로 ‘퍼스트파티 데이터’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는 고객이 플랫폼 내에서 생성한 모든 활동 데이터를 말한다. 예컨대 검색 키워드, 클릭한 상품, 장바구니 내역, 자주 보는 페이지, 최근 구매 이력 등이다. 쿠팡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가장 관심을 가질 시점과 위치에 광고를 자동으로 배치한다. 이 자동화된 시스템이야말로 리테일 미디어의 핵심이다. 광고는 단순히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정밀하게 설계된다.

성과를 판단하는 지표는 ROAS다. ROAS(Return On Advertising Spend)는 광고비 대비 발생한 매출을 수치화한 지표로, 광고의 효율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예를 들어 10만 원의 광고비로 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면 ROAS는 2000%가 된다. 쿠팡의 리테일 미디어는 이 ROAS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광고주에게 제공한다. 보고서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클릭 수, 전환율, 구매 단가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알고리즘에 의해 타기팅과 입찰 단가도 자동 조정된다. 광고비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이기에 광고주 입장에서는 반복적인 광고 집행도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쿠팡의 광고 전략이 단지 광고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켓배송, 와우 멤버십, 당일 배송 시스템 등은 고객의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고, 이 체류 시간은 다시 광고 노출 증가로 이어지며 궁극적으로 구매 전환율을 높인다. 광고와 유통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리테일 미디어는 단순한 ‘광고판 판매’가 아니라 플랫폼의 생태계를 다시 설계하는 전략으로 기능한다.

또한 리테일 미디어의 장점은 누구나 광고를 시작할 수 있는 ‘셀프 서브 광고 생태계’에 있다. 중소 브랜드도 직접 광고를 운영하며 실시간 데이터를 확인하고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대형 광고 대행사를 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플랫폼 자체가 광고 엔진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보이는 광고’의 바깥을 이야기한다. 광고는 구매 전 단계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고객은 광고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클릭하고, 이어서 제품을 구매한다. 그 흐름 전체를 설계하고 최적화하는 시스템이 바로 리테일 미디어다. 광고의 본질은 노출이 아니라 전환이며, 그 전환을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로 만드는 것. 이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다.

저자는 말한다. 광고는 이제 더 이상 대기업만의 도구가 아니다. 누구나 데이터 기반 설계를 통해 광고 효과를 예측할 수 있고, 광고와 유통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하며,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 미디어라는 구조적 혁신의 본질을 보여준다.

‘물건을 팔던 유통이 광고를 팔기 시작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은 유통, 광고, 데이터, 알고리즘, 소비 심리까지 모두 아우르며, 리테일 미디어라는 진화된 플랫폼 전략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처음엔 ‘쿠팡의 광고 전략이 궁금해서’ 책을 펼쳤지만, 다 읽고 나니 시선의 방향이 달라졌다. 이제는 이렇게 묻게 된다.


“이제 플랫폼은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슬로디미디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퍼스트파티 데이터란 광고주가 직접 수집한 고객 행동 정보다. 구매 이력, 검색 패턴, 장바구니 내역, 방문 로그처럼 고객이 브랜드와 실제로 상호작용한 모든 기록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데이터는 ‘부가적인 참고 자료’를 넘어서, 이제는 광고를 설계하는 핵심 자산이다. 고객의 선호도와 관심사, 구매 주기와 시점까지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퍼스트파티 데이터를 활용하면 광고는 더 이상 무작위로 노출되지 않는다. 광고는 고객의 상황에 맞춰, 가장 설득력 있는 순간에 도달하도록 설계된다. 광고의 중심이 ’노출의 양’에서 ‘노출의 질’로 옮겨 간 이유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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