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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름은 ㅣ 웅진 세계그림책 279
데보라 프리드먼 지음, 김여진 옮김, 김해동 감수 / 웅진주니어 / 2025년 6월
평점 :

『오늘 구름은』이라는 그림책이 여기 하나 있다.
궁금해서 미리 슬쩍슬쩍 넘기면서 봐도 다양한 구름의 모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양이 다른 구름들이 사람처럼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책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표지에 나오는 귀여운 토끼 두명이 구름 위에서 사는 이야기인가?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우리가 평소에 무심히 바라보는 구름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네 눈에는 저 구름이 어떻게 보여?”
토끼 두 마리가 나란히 누워서 하늘을 바라본다.
같은 하늘, 같은 구름을 보고 있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모양이 다른 것 같이 느껴진다.
사람도 같은 걸 바라보더라도 보여지는 형태와 느낌이 전혀 다르게 와닿을 수 있다.
결국 같은 풍경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지 구름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토끼들은 대화를 나누며 구름의 이름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처음엔 그냥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구름에는 이름이 있고, 성격도 있고, 심지어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건 뭉게구름, 과학적으로는 적운이라고 불리는 구름이다.
하얗고 부풀어 오른 구름을 보고 토끼는 말한다.
“우와 저 구름은 꼭 솜사탕 같잖아?” 정말 그런 모습이었다.
여름 하늘에 자주 떠 있고, 맑은 날씨를 알리는 이 구름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구름이다.
아이들도 이 구름은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층운, 일명 층구름이다.
회색빛이 감도는 넓은 담요 같은 구름인데,
토끼는 “저 구름 좀 봐! 포근한 담요 같지 않아?”라고 말한다.
차갑고 축축한 담요라면 또 모를까. 저건 층구름이라고 말해준다.
또 아주 높고 얇게 떠 있는 권운, 즉 새털구름도 나온다.
토끼는 “저 구름은 꼭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것 같아.”라고 말한다.
가볍게 흘러가는 하얀 머리카락 같은 그 구름은
어릴 적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을 소환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적란운,
천둥번개와 함께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한 먹구름도 등장한다.
마치 구름이 화가 난 것 같은 이 구름은 꼭 사람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모양이 다르고, 감정도 다를 것 같은 이 구름들은 하늘에서 다양한 감정을 터뜨리는 것 같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구름을 단순한 날씨 요소가 아니라 ‘친구’처럼 소개해준다는 점이었다.
“오늘은 어떤 친구랑 놀고 싶어?”
“그러니까, 오늘은 어떤 구름을 만나고 싶어?”
이런 문장을 읽고 있으면 구름이란 게 단순히 하늘 위에 떠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곁에서 말을 걸어오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말도 참 인상 깊었다.
“과학자와 시인, 화가들은 끝없이 샘솟는 영감을 얻고 싶을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어요.”
그 말대로 구름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상상력의 씨앗이 되는 존재다.
작가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하늘을 관찰하고, 구름을 그리고, 그걸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구름은 지구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도 했다.
낮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밤에는 따뜻한 이불처럼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그리고 물을 저장해서 다시 빗물이나 눈으로 뿌려주는, 생명을 순환시키는 고마운 존재라고 알려준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 말을 듣고 나면 하늘을 조금 더 진심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책장을 덮고 나서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의 구름은 군데군데 떠 있는 층운이었다.
『오늘 구름은』은 아이에게는 과학과 감성을 동시에 알려주는 책이고,
어른에게는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을 다시 알려주는 책이다.
구름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기게 되는 그림책.
누군가가 “요즘 기분이 어때?” 하고 묻는다면 이제 나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내 마음엔 뭉게구름이 가득해.” 혹은, “오늘은 적란운이 몰려왔어.”
구름은 그저 하늘의 장식이 아니라 마음의 풍경이기도 하다는 걸
이 책이 아주 다정하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다.
구름을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느낌의 그림책이다.
하늘과 구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본다면 정말 좋아할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구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구름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다양한 구름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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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주니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쌘구름은 ‘적운’이라고도 해요. 새하얀 솜을 쌓아 올린 듯 뭉실뭉실하게 생긴 구름이에요. 솜사탕이나 팝콘을 닮은 구름이 보인다면, 그게 바로 쌘구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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