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가 - 개정판
리 슈에청 지음, 정세경 옮김 / 라의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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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평 먼저>

고대의 영웅부터 현대의 기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리더십 사례를 풍성하게 풀어낸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 대한 살아 있는 교과서다. 역사적 인물과 기업 사례를 입체적으로 엮어내며 이야기하듯 전개되는 구성은 독서의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진정한 리더십이란 신뢰와 공감, 겸손에서 비롯된다는 핵심 메시지를 깊이 있게 설득한다.

흔한 이론적 내용만 전달하는 책이 아니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전체 리뷰>

리슈에청의 『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가』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의 조건을 역사적 인물, 실전 기업 사례, 철학과 심리학의 통찰을 아우르며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리더십의 핵심을 기술이 아닌 인격에서 찾는다.

즉, 진정한 리더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행동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시작부터 ‘지속 가능한 리더십’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진시황, 히틀러, 스탈린 같은 인물들은 강압적인 통치로 일시적인 권력을 유지했지만, 결국 역사의 비극으로 남았다. 반면 링컨, 조지 워싱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리더는 시대를 초월해 존경받는다. 저자는 리더의 힘은 총이나 칼이 아닌 ‘신뢰와 공감에서 비롯된 설득력’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 전반에 흐르는 핵심 메시지는 결국 “사람”이다. 리더는 사람을 통해 결과를 만드는 존재다. 하지만 사람은 단순히 이성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감정, 인격, 신뢰, 겸손 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사람의 행동을 결정한다. 볼테르의 말을 빌려 “리더를 만드는 것은 통찰력이 아니라 인격”이라고 강조하는 대목은 이 책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책에 소개된 조셉 모건의 사례는 인격과 신용의 중요성을 강하게 각인시킨다. 화재로 인해 보험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모건은 자신의 집을 팔아 고객의 보상금을 마련한다. 이 결정은 그의 재산을 잃게 했지만, 동시에 ‘신용’이라는 자산을 얻게 했다. 이 신용은 후대 J.P. 모건에게까지 이어져 미국 금융제국의 기초가 되었다. 돈보다 값진 ‘신용’은 조직과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가치라는 사실을 이 사례는 뚜렷하게 보여준다.

리더의 겸손함 또한 이 책의 중심축이다. 뉴턴은 자신을 ‘그저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는 아이’라고 표현했고, 아인슈타인은 자신을 단순한 탐구자라고 불렀다. 노벨 역시 자서전을 거절하며 ‘내가 무엇이라고 그리 쓸 게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위대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항상 배우고 경청하는 자세를 지녔다는 점이다. 이는 리더가 사람들에게 존경받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임을 말해준다.

또한 이 책은 ‘듣는 리더십’을 강조한다. 루소의 “사람이 실수하는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다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말은 경청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전달한다. 디즈니-픽사(Pixar)의 조정회의 시스템은 모든 직원의 의견이 경영진에게 전달되고,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갖췄다. 이는 상명하달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가능케 하며, 조직의 응집력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상사와의 관계 조율, 동료와의 갈등 해결, 위기 대응, 조직문화 형성 등 리더십 전반에 걸쳐 촘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지 워싱턴이 선거를 둘러싸고 동료 윌리엄 빈과 격렬히 대립한 끝에 공감과 설득으로 관계를 회복한 사례는 EQ(감성 지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인디라 간디의 전략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한 결정의 힘을 말해주며, 덩샤오핑의 ‘넓은 가슴’ 발언은 리더의 포용력을 상기시킨다.

책에서 언급된 수많은 사례들은 하나같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린다. 나폴레옹, 이순신, 표트르 대제, 푸틴, 크리스티 헤프너, 도고 도시오 등 각기 다른 시대와 배경을 지닌 인물들의 리더십은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지만 공통적으로 ‘사람을 존중한 태도’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반복해서 말한다. 진정한 리더는 권력을 휘두르는 존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힘은 말이 아닌 행동, 전략이 아닌 신뢰, 위엄이 아닌 겸손에서 비롯된다.

『최고의 리더는 어떻게 사람을 움직이는가』는 CEO, 팀장, 관리자뿐 아니라 조직 안에서 누구와도 협력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책이다. 리더십을 갖춘다는 것은 단순히 성과를 내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신뢰를 설계하고 감정을 어루만지는 섬세함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강렬하고 설득력 있게 전한다. 지금 당신이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하든, ‘사람을 진심으로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가장 현실적이고도 깊이 있는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라의눈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동료관계는 직접적이고 일상적이며 밀접하고 빈번하다는 특징이 있기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쉽게 분란이 발생할 수 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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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내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 내 안의 WHY를 깨워 삶의 모멘텀을 만드는 법
김호중(초롱꿈) 지음 / 사유와공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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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평>

이 책은 ‘왜 이 길을 가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하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남들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보다 성장한 나와의 비교를 통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길러준다. 특히 이키가이라는 개념을 통해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찾는 과정이 인상 깊었고, 결국 해내는 사람은 이유가 명확한 사람이라는 걸 깊이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전체 리뷰>

김호중의 『결국 해내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는 단순한 동기부여를 넘어,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그것을 꾸준히 실현해 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자주 빠지는 ‘남과의 비교’라는 함정에서 벗어나,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한 ‘나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삶을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는 스스로 수많은 실패와 도전을 거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습관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어인 ‘이키가이(いきがい)’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키가이란 말을 따로 찾아 보니 살아가는 이유, 존재의 목적을 뜻하며 ㅡ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돈이 되는 것을 교차시킬 때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이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향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이해의 시작이며 나아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열쇠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이 일이 돈이 되나?’ 혹은 ‘남들이 좋아할까?’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삶은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진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으며 의미를 느끼는 일을 찾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진짜 ‘내가 원하는 것’과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 사이의 차이를 날카롭게 짚어낸다. 워라밸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하기 싫은 일을 참아야 하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워라밸을 좇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애초에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선택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철새가 머나먼 이동을 준비하며 체내에 지방을 비축하고, 자기장을 감지해 비행 방향을 잃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생존을 넘어 목적지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가기 위해선 내 삶의 방향성과 준비가 철저히 갖춰져야 한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단지 ‘어떻게 목표를 이룰 것인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목표를 선택했는가’를 먼저 묻는 데 있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이 과목을 왜 배우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 질문에 명확히 답한 학생이 결국 높은 성과를 내더라는 실제 경험을 소개하며, 왜라는 질문이 갖는 힘을 강조한다. 이처럼 내면의 WHY 없이 시작한 일은 결국 역경 앞에서 쉽게 무너지게 되어 있다. 무엇을 하든, 진심으로 원하는 이유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실행력이 붙는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조직 사회에서의 현실을 날카롭게 짚는다. 일을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 오히려 ‘일을 잘하니까 더 많은 일이 몰린다’는 역설적인 상황, 실수를 기회로 보지 않고 처벌로 여기는 조직 문화는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되, 그 속에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자기 삶을 설계해나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실패는 도전의 증거일 뿐”이라는 말은 실패 자체보다 실패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실천력에 대해서도 저자는 매우 구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예컨대 ‘미라클 모닝’을 단순히 새벽 기상으로 오해하지 말고, 아침 5분의 시간이라도 나를 위한 루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팁이다. 하루를 허겁지겁 시작하는 사람과 자신만의 아침 루틴으로 차분히 방향을 잡고 시작하는 사람 사이에는 결국 삶의 주도권 자체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성장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과 고정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의 차이를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고정형 마인드셋은 항상 외부 요인을 탓하며 현실을 회피하지만, 성장형 마인드셋은 실패를 자신의 현재 수준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모색한다. 현실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며 성장해나가는 태도야말로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확언”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말하는 방식이 사고와 감정, 행동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나는 충분히 해낼 수 있어”라고 매일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 단순한 긍정이 아니라 실제로 삶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의식은 내가 반복해서 내뱉는 말에 의해 움직인다. 이 점에서 저자는 사고를 다루는 방식마저도 구체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우리 각자가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은 ‘모든 걸 잘하려는 태도’가 아니라 ‘나만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다 잘하려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깊이 있게 하지 못하게 되며 오히려 자신만의 독특한 무기를 갖고 그 분야에 집중할 때 진짜 경쟁력이 생긴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용기, 그 길 끝에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사람들이 따라오며 그 가치를 인정한다는 이야기는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성공’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결국 해내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는 흔들리는 삶의 갈림길 앞에서 방향을 잡고자 하는 사람,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남들의 시선이 아닌 진짜 자기 삶의 무게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당신 안의 이키가이를 찾고, 결코 포기하지 마라. 그렇다면 결국엔 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유와공감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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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이는 살아가는 가치를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각각 생각나는 대로 쭉 써보면 자기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고, 인생의 방향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업을 구할 때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그런 작업 말고 진짜 자신이 잘하면서 돈도 되는 것을 찾을 수 있지요.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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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 - 박경리 대하소설, 2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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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7권은 인물 간의 정서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 역사와 시대의 격랑 속에서 삶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간도와 평사리를 오가는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과 상처를 안고 돌아오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변화, 시대의 폭력성, 관계의 균열이 중심 주제로 부상한다.

■ 환이, 돌아온 망각의 자리에 서다

초반에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환이다. 그는 동학 당시 무명 지도자로 활동했으나, 윤도집 등과의 노선 갈등 끝에 고립되었고 이후 오랜 시간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은 그가 죽은 줄로만 알았고, 그의 이름은 이미 기억에서조차 사라진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날, 환이는 갑작스레 평사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며 당혹감과 불신을 드러낸다. “최참판댁 사돈 팔촌이라더라”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퍼지고, 환이는 마치 공동체가 억눌러온 증오의 대상을 떠안은 듯한 존재가 된다. 그 결과, 그는 폭행을 당한다. 군중의 분노는 그를 무차별하게 몰아붙인다.

이 폭력은 동학의 패망, 식민지 체제의 억압, 농민들의 고통, 삶에 대한 불만—그 모든 감정이 가장 약한 고리로 향한다. 환이는 끝까지 저항하지 않는다. 맞으면서도 묵묵히 침묵을 택하고, 공동체의 비뚤어진 정의와 죄의식, 불안의 응축을 전부 감내한다. 그의 침묵은 곧 시대가 한 개인에게 씌운 죄의식의 무게이며, 인간이 짊어진 역사의 슬픈 초상이다.

■ 서희, 외면의 단단함과 내면의 균열

간도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서희는 이제 ‘길서상회’를 운영하며 번듯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내면은 여전히 공허하다. 봉순과의 재회 장면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냉정한 태도는 감정의 단절이 아닌, 감정을 숨기고 견디는 방식이다.

“자기 감정에 가장 냉혹한 사람은 최서희였다.” 이 문장은 단지 차가운 성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 연민, 슬픔, 죄책감—그 모든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서희의 방식이다. 성공은 했지만,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현재를 뿌리처럼 잡아당긴다. 그녀의 단단함은 생존의 기술이자 고립의 징후다.

■ 귀녀와 송해, 여성 서사의 어두운 그림자

귀녀는 최치수를 죽인 뒤 사라졌다가, 이제 유중의 아들 ‘두메’를 안고 장교수와 함께 다시 등장한다. 그녀는 아이의 출생 배경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사회적 시선과 도덕의 잣대 속에서 또다시 아이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귀녀는 희생자인 동시에, 살아남기 위해 선택을 해야 했던 여성의 상징이다.

또한 공노인의 양딸 송해는 김두수에게 처녀성을 강제로 빼앗긴 후, 그의 지시를 따라 서희와 길상 등 주변 인물을 감시하고 동향을 보고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감정적으로는 공노인에 대한 배신감, 서희에 대한 거리감, 길상에 대한 애틋함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그녀의 삶은 감시자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피해자로서 이 시대의 여성들이 처한 복합적 상황을 보여준다.

■ 월선, 용이, 김훈장 — 시대의 저물어가는 빛

월선은 병에 걸려 조용히 세상을 떠나고, 용이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이들의 서사는 소리 없이 스러지는 수많은 이들의 애정을 상징한다.

김훈장의 죽음은 더욱 상징적이다. 그는 조선의 도덕과 질서를 상징하던 인물이었지만, 나이가 들어 병약해진 몸으로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그의 죽음은 곧 조선이라는 하나의 가치 체계가 저물어가는 모습을 은유한다.

■ 조준구와 공노인, 몰락한 권력의 허상

7권의 마지막은 조준구의 평사리 복귀로 긴장을 고조시킨다. 그는 과거의 악행을 무릅쓰고 다시 돌아오지만, 더 이상 그를 환영하는 이는 없다. 공노인은 예전처럼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날카로운 통찰과 냉정한 시선으로 조준구를 맞선다.

조준구는 아직도 자신이 세상의 중심인 줄 안다. 하지만 공노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그 환상을 무너뜨린다. 그들의 대화는 단순한 개인의 갈등이 아니라, 조선 말기 기득권의 몰락과 허위의식의 붕괴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노인의 담담한 말 속에는 이 모든 구조적 폭력과 가식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담겨 있다.

■ 결론

『토지』 7권의 말미는 자연스럽게 종결을 예고한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돌아오고, 또 누군가는 남아 있다.

그들의 감정은 겹치고 부서지며, 역사의 물살은 언제나 사람 위로 흐른다.

“역사의 무게는 사람의 어깨 위에 실린다.

그 무게를 견디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역사는 그 삶의 궤적 속에서 새겨진다.”

이 작품은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감정, 선택, 침묵, 분노, 사랑, 후회

—그 모든 것을 통해 우리는 역사를 ‘산다’.

『토지』는 그것을 잊지 않는다. 그 누구의 삶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어떤 장면도 쉽게 잊히지 않게 한다. 그것이 바로 『토지』라는 대하소설이 시대를 넘어 읽히는 이유다.


도서협찬 #채손독 을 통해 #다산북스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채손독 @chae_seongmo

다산북스출판사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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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애족이 뭡니까, 애국애족은 피가 통해야, 피란 말입니다.
싸늘하게 식은 피 말구요. 펄펄 끓는 피 말입니다. 그건 시초에 부모 형제 처자식에 시작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옛날에 미친 것은 헛미쳤던 것입니다. 그, 그렇습니다!
헛미쳤기 때문에 처자를 죽인 겁니다. 바로 그놈의 남아장부라는 허깨비 때문에요.
처자를 이, 잃은 후 저, 저는 참말로 미쳤습니다. 애국애족의 신념도 생기구요, 가차없이 한 점 주저 없이 왜놈과는 하늘을 같이 아니하겠다는 맹세를 해, 했습니다. 했지요?
그리구 비로소 비, 비로소 고통과 슬픔에서 일어서는 힘을 어, 얻는 것입니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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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름은 웅진 세계그림책 279
데보라 프리드먼 지음, 김여진 옮김, 김해동 감수 / 웅진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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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름은』이라는 그림책이 여기 하나 있다.

궁금해서 미리 슬쩍슬쩍 넘기면서 봐도 다양한 구름의 모양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양이 다른 구름들이 사람처럼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책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표지에 나오는 귀여운 토끼 두명이 구름 위에서 사는 이야기인가?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우리가 평소에 무심히 바라보는 구름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네 눈에는 저 구름이 어떻게 보여?”

토끼 두 마리가 나란히 누워서 하늘을 바라본다.

같은 하늘, 같은 구름을 보고 있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모양이 다른 것 같이 느껴진다.

사람도 같은 걸 바라보더라도 보여지는 형태와 느낌이 전혀 다르게 와닿을 수 있다.

결국 같은 풍경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지 구름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토끼들은 대화를 나누며 구름의 이름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처음엔 그냥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구름에는 이름이 있고, 성격도 있고, 심지어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건 뭉게구름, 과학적으로는 적운이라고 불리는 구름이다.

하얗고 부풀어 오른 구름을 보고 토끼는 말한다.

“우와 저 구름은 꼭 솜사탕 같잖아?” 정말 그런 모습이었다.

여름 하늘에 자주 떠 있고, 맑은 날씨를 알리는 이 구름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구름이다.

아이들도 이 구름은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층운, 일명 층구름이다.

회색빛이 감도는 넓은 담요 같은 구름인데,

토끼는 “저 구름 좀 봐! 포근한 담요 같지 않아?”라고 말한다.

차갑고 축축한 담요라면 또 모를까. 저건 층구름이라고 말해준다.

또 아주 높고 얇게 떠 있는 권운, 즉 새털구름도 나온다.

토끼는 “저 구름은 꼭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것 같아.”라고 말한다.

가볍게 흘러가는 하얀 머리카락 같은 그 구름은

어릴 적 풀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을 소환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적란운,

천둥번개와 함께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듯한 먹구름도 등장한다.

마치 구름이 화가 난 것 같은 이 구름은 꼭 사람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모양이 다르고, 감정도 다를 것 같은 이 구름들은 하늘에서 다양한 감정을 터뜨리는 것 같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구름을 단순한 날씨 요소가 아니라 ‘친구’처럼 소개해준다는 점이었다.

“오늘은 어떤 친구랑 놀고 싶어?”

“그러니까, 오늘은 어떤 구름을 만나고 싶어?”

이런 문장을 읽고 있으면 구름이란 게 단순히 하늘 위에 떠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곁에서 말을 걸어오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말도 참 인상 깊었다.

“과학자와 시인, 화가들은 끝없이 샘솟는 영감을 얻고 싶을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어요.”

그 말대로 구름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상상력의 씨앗이 되는 존재다.

작가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하늘을 관찰하고, 구름을 그리고, 그걸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구름은 지구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도 했다.

낮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밤에는 따뜻한 이불처럼 덮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그리고 물을 저장해서 다시 빗물이나 눈으로 뿌려주는, 생명을 순환시키는 고마운 존재라고 알려준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이 말을 듣고 나면 하늘을 조금 더 진심으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책장을 덮고 나서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늘의 구름은 군데군데 떠 있는 층운이었다.

『오늘 구름은』은 아이에게는 과학과 감성을 동시에 알려주는 책이고,

어른에게는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움을 다시 알려주는 책이다.

구름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습관이 생기게 되는 그림책.

누군가가 “요즘 기분이 어때?” 하고 묻는다면 이제 나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오늘 내 마음엔 뭉게구름이 가득해.” 혹은, “오늘은 적란운이 몰려왔어.”

구름은 그저 하늘의 장식이 아니라 마음의 풍경이기도 하다는 걸

이 책이 아주 다정하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다.

구름을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느낌의 그림책이다.

하늘과 구름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본다면 정말 좋아할만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구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구름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다양한 구름을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웅진주니어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쌘구름은 ‘적운’이라고도 해요. 새하얀 솜을 쌓아 올린 듯 뭉실뭉실하게 생긴 구름이에요.
솜사탕이나 팝콘을 닮은 구름이 보인다면, 그게 바로 쌘구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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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데이즈 제프 다이어 선집
제프 다이어 지음, 서민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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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무언가의 ‘처음’에 집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라스트 데이즈』에서 ‘끝’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이 책은 인생의 종착점, 창작의 마지막, 관계의 퇴장처럼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순간들을 조명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끝나간다는 건 끝났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마지막이야말로 가장 진한 의미를 남긴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책을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 즉 ‘로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로저가 은퇴를 앞두고 보여준 경기 장면을 통해, 몸이 더 이상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더라도 여전히 우아하고 품위 있게 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한다. 그 장면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끝나가는 시간 속에도 품위와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은 로저 페더러에 관한 전기나 스포츠 회고록이 아니다. 로저는 말년의 스타일, 예술의 마지막 태도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내는 출발점일 뿐이다.

저자는 로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자신의 중년기 변화, 육체의 쇠퇴, 창작에 대한 회의, 점점 줄어드는 가능성 속에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마음을 탐색한다. 그 흐름은 철학자 니체, 음악가 베토벤과 바그너, 시인 필립 라킨,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작가 헤르만 헤세 등의 인물들로 확장된다. 저자는 이들의 말년 작품과 삶의 마지막 태도들을 따라가며 한 가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우리는 어떻게 끝을 맞이하고, 그것을 어떻게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책의 중후반부에서 저자는 시각 예술을 통해 시간의 감각이 깨어났던 경험을 들려준다. 독서 중 문득 감정이 예민해지는 순간들, 그는 이를 “readerly spots of time”이라 부르며, 시각 예술이 그런 각성의 순간을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프리드리히의 그림은 저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니체 독본』, 『이 사람을 보라』의 표지에서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단번에 알아보았던 경험을 회상한다. 안개 낀 숲, 언덕 위의 고목, 침묵과 황혼의 폐허가 담긴 이미지들은 자신이 막연히 느끼던 감정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저자에게 시각 예술, 문학, 음악은 각기 다른 영역이 아니라, 서로 밀어주고 감각을 확장시키는 하나의 흐름이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에서 느낀 고요한 분위기,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에 대한 생각,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에서 전해지는 깊은 감정은 이 책 전체에 잔잔하게 흐르는 공통된 감성으로 이어진다.

특히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삶의 끝자락에서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태도에 주목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선언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하루, 적어도 한 사람에게 기쁨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라”고 조언한 인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말을 떠올리며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라고 감탄한다. 삶이 무겁고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작지만 따뜻한 실천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거창한 철학이나 위대한 작품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다. 저자는 이것을 ‘친절이라는 일상의 윤리’로 해석한다.

저자는 또한 음악을 통해 시간과 감정이 뒤섞이는 방식을 탐색한다. 그는 바그너와 니체의 관계를 돌아보며, 두 사람이 결국 등을 돌렸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끝까지 남아 있었다고 말한다. 니체는 바그너에서 벗어난 뒤, 음악은 “가볍고도 깊이 있어야 한다”고 했고, “독일적인 것이 아닌 남쪽의 것”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면서도 니체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사중주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저자는 니체가 외롭고 괴로웠던 토리노 시절 이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면,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 상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다.

이처럼 이 책은 철학과 예술, 문학과 음악을 넘나들며 끝과 마주한 이들의 모습을 통해 말년의 시간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삶이 가능함을 말한다. 그것은 위대한 결과나 업적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더 이상 무엇을 이루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 빛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라스트 데이즈』는 그런 책이다. 삶의 끝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그 마지막 순간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깊은 울림과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프리드리히의 고요한 풍경, 니체의 조용한 조언, 베토벤의 음악, 로저의 움직임이 이 책에서 하나로 이어지는 이유는 결국 같다.

끝나가는 모든 것 안에도 여전히 무언가가 태어나고 있다는 사실,

저자는 그것을 조용하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끝을 두려워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제는, 끝의 모양까지도 내 방식대로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이다.

'을유문화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인간과 시간을 벗어난 6000피트 저편"의 한 점 위에 서 있는 프리드리히의 방랑자가 경험하는 풍경. 영원회귀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된 순간은 그와 같은 절정의 경험으로 묘사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가치를 재평가하겠다는 시도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엄청난 미완으로 남겨질 확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니체가 그런 시도를 하는 과정 중에 제시했던 소박한 제안들을 기억하자. 신의 죽음을 선포한 것으로 유명한 자칭 안티크리스트는 아침에 기도를 드리는 종교적 예식 대신에, "깨어 눈을 뜨자마자 오늘 하루 적어도 한 사람에게라도 기쁨을 줄수 있을지 생각하라"고 권고한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이른바 "마음의 예의"를 옹호한 니체는 이후 쉽게 조롱의 대상이 된 캘리포니아 문화의 미덕인 습관적인 친절을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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