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50만 부 기념 전면 개정판)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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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마음들이 모여, 결국 서로의 위로가 된다.”


 버티고 있다고 믿었던 마음이 한순간 위태로워지는 날이 있다. 정영욱 작가는 그런 날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가도 뜬금없이 위태로워지는 날이 있다. 잘 붙잡고 있는 것 같다가도 마음이 벼랑 끝으로 추락할 것 같은 날이.”


관계 속에서도 우리는 애써 견디다가 문득 예기치 않은 불안과 공허함에 휩싸이곤 한다. 작가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그런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리고는 조용히, 다정하게 말해준다.

“잘 안 되고 있더라도,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정영욱의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는 반복되는 문장을 통해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내며, 서툰 마음들이 서로를 어떻게 감싸 안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의 글에는 과장 없는 진심이 담겨 있고, 그 진심은 지친 마음에 잔잔히 다가온다.


 책 내용 중 ‘미련한 마음과 미련한 마음이 만나는 것’을 보면, 서투르고 상처 입은 두 마음이 서로를 알아보고 보듬는 장면이 떠오른다. 책 속에는 자신의 아픔을 알아주는 이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받게 되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또한,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에서는

“내가 필요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나를 애정하기에 내가 필요한 사람.

함께 있을 때, 가면에 숨겨진 자신이 아닌 진짜 서로의 모습이 나오는 사람.

그만큼 서로에게 편하고 허물없는 관계.

그 편안함이 소홀함과 익숙함이 아닌, 소중함으로 기억되는 그런 관계.

이러한 상대의 긍정이 나에게도 영향을 끼쳐 자꾸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

이라는 표현처럼, 좋은 사람과의 관계는 결국 나 자신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느낀다.

그 다정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희망을 소리 높여 외치기보다는, 마음의 굴곡을 조용히 인정해주며 곁에 나란히 앉아 함께 안아주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관계에 지쳐 마음 한켠에 미련이 남은 이들에게는 그 미련마저도 품어낼 수 있게 해주고, 소중한 사람과의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다시 조심스럽게 다가설 용기를 건넨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피워낸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는 특히 이런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한다.

매일을 조용히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

관계 안에서 지치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

그리고 누군가에게 조용히 다가가 손을 내밀고 싶은 사람.


 이 책은 그런 이들에게 다정한 숨결처럼 스며들어, 오늘도 괜찮을 거라고, 결국 잘될 거라고 조용히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나에게 “정말 잘했어”라고 말해주며 꼭 안아주는 책이다. 그 한마디에 마음 한구석이 덜 외로워지고, 나 자신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흔한 표현들로 채워진 에세이가 아니다. 저자만의 언어가 분명히 살아 있고, 가슴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 있던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금 마음이 힘들고, 삶이 유독 고단하게 느껴지는 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부크럼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부크럼출판사 인스타 @bookrum.official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증거
사소한 관심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나의 배려를 당연시하지 않는 사람.
기다림은 짧고, 그 여운은 정말 길게 남는 사람.
진심 어린 말의 위로도 좋지만, 진심 어린 경청의 위로를 건넬 줄 아는 넓은 사람.
지금 당장의 행복에 집중하되, 과거에 나와 함께 고생했던 것을 잊지 않는 사람.
가끔은 멀어졌다고 생각되더라도, 나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용기 있게 먼저 다가와 주는 사람.
내가 필요해서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나를 애정하기에 내가 필요한 사람.
함께 있을 때, 가면에 숨겨진 자신이 아닌 진짜 서로의 모습이 나오는 사람.
그만큼 서로에게 편하고 허물없는 관계.
그 편안함이 소홀함과 익숙함이 아닌, 소중함으로 기억되는 그런 관계.
이러한 상대의 긍정이 나에게도 영향을 끼쳐 자꾸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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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
이광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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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고 무기력한 나, 그래도 다시 살아보고 싶은 당신에게”

이광민 작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오랜 시간 진료 현장에서 무기력에 빠진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해왔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는 그런 사람들의 패턴을 관찰하면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고자 했다. 그러한 관찰을 통해 깨닫게 된 내용을 집필한 것으로, 게으르고 무기력하지만 그래도 다시 열심히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 책 초반에는 ‘무기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무기력을 의지력 부족이나 게으름이 아니라 ‘고갈‘에서 온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무기력을 마음이 보내는 하나의 신호로 해석한다. 노력해도 결과가 없을까 두려운 마음, 과거의 실패 경험에서 비롯된 트라우마, 반복된 비난, 사회·경제적 불안정성 등 외부 환경과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특히 열심히 해봤자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식의 비관주의는 사람을 쉽게 포기하게 만든다.

무기력은 우리의 인식 구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책에서 언급되는 ‘앵커링 포인트’는 판단의 기준이 되는 출발점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기준이 될 경우, 어떤 일도 실패할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간극, 즉 ‘인식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고, 그 거리감은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완벽하게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오히려 부담이 되어 시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한다. 높은 목표와 큰 성취를 원하는 마음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것이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일단 해보자.”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살아보는 것’, 이것이 무기력에서 빠져나오는 첫걸음임을 이야기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 바로 ‘작은 루틴’이다.

이 책은 루틴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짚는다. 생활 패턴이 무너지면 마음도 무너진다. 실제로 수면, 식사, 운동 등 일상의 리듬이 흐트러질 때 우울이나 번아웃이 쉽게 찾아온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규칙적인 생활 리듬과 에너지 관리다. 루틴은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기둥이다.

또한 저자는 무기력의 배경으로 ‘가스라이팅’과 ‘반복 강박’도 언급한다. 타인의 평가와 기대 속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면 자존감은 무너지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된다. 과거의 부정적 경험이 반복되어 무의식적으로 재현되는 ‘반복 강박’은 변화보다 정체를 택하게 만들고, 이는 삶 전체를 피로하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명상과 마음챙김은 유용한 도구가 된다. 명상은 생각과 감정을 거리 두게 하고, ‘해야 할 일’과 ‘지금의 나’를 분리시켜 자책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연습이며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동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예를 들어 방 청소가 막막하다면, ‘책상 위 종이 한 장만 치우기’부터 시작해보는 식이다.

『할 일은 많지만 아직도 누워 있는 당신에게』는 우리 삶에서 무기력이란 감정이 비정상이 아니며, 도리어 마음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임을 알려준다. 그 신호를 무시하기보다 해석하고 돌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 책은 자기 삶을 다시 돌보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하고도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추천 해주고 싶다.

-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

-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자책하며 무기력에 빠져 있는 사람

-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며 자존감을 잃어버린 사람

- 무기력한 가족이나 친구를 이해하고 돕고 싶은 사람

'위즈덤하우스 @wisdomhouse_official'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무기력은 ‘고갈‘에서 옵니다. 어떻게 보면 ‘번아웃burnout’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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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김순희.안민희 옮김 / 북플랫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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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따뜻한 노란색 속지.

해 질 무렵의 노을 같이 부드럽고 따뜻한 색이다. 


 와카마쓰 에이스케의 『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는 겉모습부터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이 책은 시집도 아니고, 전통적인 에세이도 아니다. 하지만 시처럼 절제된 언어, 에세이처럼 깊은 통찰이 공존한다. 그래서일까? 책의 크기도 시집과 에세이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총 26편의 짧은 글이 담긴 이 책은, 삶과 죽음, 상실과 회복의 경계에서 건져 올린 단상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일본 문단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평론가이자 에세이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종교, 문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글쓰기로 잘 알려져 있고, 특유의 조용하고 깊이 있는 문체로 많은 독자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1968년 도쿄 출생으로, 일본의 저명한 평론가이자 작가, 그리고 영성(靈性)을 탐구하는 사상가이다.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종교학 및 문학을 전공했고, 가톨릭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내면과 고통, 구원,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지속적으로 글로 써왔다. 또한, 그는 여러 문예지에서 정기적으로 비평을 연재하며, 현대 일본 문단에서 ‘조용한 영혼의 글을 쓰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수년간 ‘애도’와 ‘상실’이라는 주제를 글로 다루며 수많은 장례식, 이별, 죽음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왔다. 직접 호스피스 병동을 찾기도 하고, 가족과의 이별을 겪은 사람들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말과 침묵을 글로 옮겨왔다. 특히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다.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 고통, 형언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그는 위로를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슬픔의 자리를 견디는 말의 온도를 찾아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제 장례식에서 낭독한 메시지, 그가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건넸던 말들,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백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철저히 경청의 자세로 쓰인 글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슬픔은 그 자체로 완성된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사랑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이러한 생각은 그의 전작들과도 일관되며, 와카마쓰가 단순히 ‘애도’를 감정의 문제로 보지 않고, 인간의 존재론적 깊이로 이해하고자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조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슬픔을 극복해야 할 감정으로 여기며, 빠르게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슬픔은 억지로 이겨내야 할 것이 아니라, 머물러야 할 감정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를 잃은 고통 앞에서 너무 빨리 괜찮아지기를 요구하지 말고, 충분히 아파하고 울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감상에만 머무르는 건 아니다. 저자는 슬픔의 자리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 감정이 결국 우리 안의 ‘문’을 하나씩 열어간다고 말한다. 사랑했던 이와의 추억,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말, 함께했던 시간의 소중함이 그 슬픔의 여백 속에서 다시 떠오른다. 슬픔은 무너짐의 과정인 동시에, 되돌아보게 하고, 살아가는 방식까지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전환점인 것이다.


 26편의 글들은 각각 독립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실 이후의 삶’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떤 글에서는 슬픔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랑이라 부르고, 또 다른 글에서는 아픔 속에서도 끝끝내 피어나는 희망을 말한다. 특히 마음에 남는 대목은, 슬픔이 있는 자리에도 햇빛은 스며든다는 문장이다.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견디고,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믿음이 이 책에 깔려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슬픔을 겪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 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아픔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때로 말이 아니라 곁에 머무는 일이다.

 저자는 “슬픔에 말을 얹으려 하지 말고, 그냥 있어 주어라.” 그 한 문장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위로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 아닐까.


 종교적 색채가 없진 않지만, 이 책은 특정 신앙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본연의 감정에 더 집중하며,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픔의 보편성을 말한다. 문장은 차분하고 간결하며 자극 없이 독자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든다. 과장도, 과속도 없는 글이랄까.


 『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는 인생의 어느 골목에서 갑작스레 맞닥뜨린 상실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바라보라고 권한다. 그 안에 숨겨진 빛의 조각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임을 조용히 일러준다. 슬픔은 끝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열어야 할 또 다른 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문은, 반드시 누군가의 따뜻한 동행 속에서 열릴 수 있다.


[책에 없는 내용]

호스피스 사역자

주로 임종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을 정서적, 영적, 신체적으로 돕는 사람을 말한다.

특히 종교적인 배경을 가진 경우, 신앙적인 위로나 기도로 마지막 시간을 함께하는 역할도 하기도 한다.


‘호스피스(hospice)’는 원래 말기 환자들이 고통 없이 평안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돌봄 서비스를 뜻하는데, 여기에서 ‘사역자’란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하거나 섬기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호스피스 사역자는 단순한 간병인이 아니라 삶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 걸으며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이 역할을 목회자이자 상담자, 친구 같은 존재로 수행하며 수많은 죽음과 슬픔의 자리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죽음을 막연한 공포가 아니라, 한 인간의 이야기가 끝나는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따뜻한 시선이 깃들어 있다.




'북클립1 @bookclip1'님을 통해 '북플랫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북클립1 #도서제공 @bookclip1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여기에 있고 저기에도 있다
눈앞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어야말로
알려지지 않은
용자(勇者)임을
나는 살아 있기에 깨달았습니다.
— 이와사키 와타루, 《용기》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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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4 - 5호16국과 남북조시대 미술 중원과 변방의 충돌, 새로운 중국이 태동하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시리즈 4
강희정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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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감상평 먼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중국 미술 작품들은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훼손되거나 마모되어, 세부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그림의 원형을 일러스트로 재구성하여 함께 제시하고, 설명과 나란히 배치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덕분에 복잡하거나 낯선 장면도 보다 명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고, 작품에 대한 몰입도 또한 높아졌다.

 또한, 본문의 곳곳에는 저자의 짧은 코멘트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문득 떠오를 법한 의문들을 저자가 먼저 짚어주며, 전문가로서의 통찰과 개인적인 사유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는 독자와 저자 사이에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주며,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처럼 단단한 학문적 내용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고전 미술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생생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렵고 멀게 느껴졌던 동양 미술이 한층 가까워졌고, 그 과정을 통해 얻는 지적 즐거움 또한 크고 깊었다.


***


경주의 박물관에서 마주했던 옛 벽화와 유물들 앞에서 나는 늘 무덤덤한 관람객이었다. 사람들은 감탄하며 사진을 찍고 설명문을 읽었지만, 나는 그저 대충 훑고 지나치는 일이 많았다. 찬란한 문화재도 내 눈에는 낡고 먼지 쌓인 물건처럼만 보였고, 고분 벽화나 불상조차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참 아쉬운 일이다.


그러던 내게, 우연히 펼쳐든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동양미술 이야기 4』는 뜻밖의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엔 고대 미술 이야기가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책의 두께도 만만치 않아 겁부터 났다. 그런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이야기는 의외로 술술 풀렸다. 딱딱하고 학문적인 느낌은 없었고, 마치 박물관 해설사가 곁에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친근함이 있었다. 글 곳곳에 저자의 질문과 코멘트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부분을 미리 짚어주고 답해주는 점도 매우 인상 깊었다.


이 책은 3세기부터 6세기까지의 중국 미술, 특히 북방과 남방에서 펼쳐진 미술의 흐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시기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사이에 교역이 활발하던 시기로, 페르시아와 로마에서 온 외래 문물이 중국에 밀려들어오던 때였다. 북방의 유목민들과 소그드인 같은 이민족들이 남하하며 중원에 정착했고, 이 과정에서 한족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존재가 바로 ‘5호(五胡)’로 불리는 북방의 다섯 이민족이다. 그들은 마치 굳은 땅을 갈아엎는 쟁기처럼 중국 문화를 뒤흔들었고, 미술 또한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했다.


특히 이들이 받아들인 불교는 미술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인도와 서역의 고승들을 초빙해 불교 경전을 번역하고, 석굴사원과 불상, 벽화 등을 조성하면서 한나라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종교 미술이 형성되었다. 이민족의 개방성과 문화적 다양성은 불교 미술을 더욱 풍부하고 역동적으로 만들었다.


한편, 북쪽에서 밀려난 한족은 남쪽에서 절망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들은 새로운 자연관을 바탕으로 산수화를 개척했고, ‘그림은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는 화론(畫論)을 발전시켰다. 또 남방의 풍요로운 자원을 활용해 도자기 기술에서도 눈에 띄는 성취를 이뤘다. 북방과 남방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예술을 개척하며 자신만의 미술 세계를 형성해 갔다.


이처럼 이 시기는 ‘한족과 이민족의 충돌과 융합’, 혹은 ‘남과 북의 개척 시대’라 불릴 만큼 역동적인 변화를 품고 있다. 삼국 시대에서 5호 16국, 남북조 시대로 이어지는 이 격동의 시기에,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예술 속에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담아냈다. 책은 그런 시대의 미술을 통해 우리가 단순히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람의 생각, 그리고 변화의 힘을 함께 읽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처음 접한 ‘계세적 내세관’이라는 개념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는 죽은 뒤에도 생전의 지위와 삶이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사유로, 한족의 무덤 미술 전통에 깊이 스며 있다. 그래서 무덤 안에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내세에서의 풍요로운 삶을 상상한 ‘생활풍속도’가 그려졌다. 밭을 갈고 가축을 기르며 잔치를 벌이는 장면, 음악과 춤, 사냥과 기마 행렬까지—이 모든 장면은 저세상에서 다시 이어질 삶을 예비하는 시각적 장치였던 것이다.


정가갑 5호분 벽화에서도 그러한 장면들이 뚜렷이 나타난다. 저자는 그림 속 인물들의 배열과 구도를 통해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당시 사람들의 권력 구조와 세계관이 어떻게 시각화되었는지를 세심하게 짚어낸다. 그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 한 장이 하나의 완성된 세계처럼 느껴진다.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훼손된 고대 그림들을 일러스트로 복원해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다. 덕분에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저자의 생각과 의문을 녹여낸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읽게 만든다. 동양 고대 미술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다니, 놀라웠고 반가웠다.


그동안 나는 미술을 눈으로만 봐왔다. 감상이라는 이름 아래 단지 겉모습을 훑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림은 읽는 것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몸소 느낀다. 그림은 이야기이고, 기록이며,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이다.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4』는 단지 동양 미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그 그림을 통해 내 삶과 시선을 조금씩 바꾸어준 책이다.


앞으로 다시 박물관에 가게 된다면, 나는 아마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고분 벽화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벽화 속에서 사람을 찾고, 삶을 읽고, 사유를 떠올리며 조금 더 천천히, 더 오래 머무를 것이다. 동양 미술이 이렇게까지 흥미롭고 따뜻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이 책이 내게도 참 다행스러운 만남이었다.



'사회평론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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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신라 천마도는 그림 속 천마의 정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유물입니다. 199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실시한 적외선 촬영 결과, 천마 정소리에 뿔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은 더 가중됐죠.
아래는 당시 적외선 촬영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한 천마도예요. 천마 정수리에 커다란 뿔이 보이나요? 이를 두고 일부 학자들은 신라 천마도가 중국의 기린을 그린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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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력 수업 - 『넛지』 캐스 선스타인의
캐스 선스타인 지음, 신솔잎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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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택을 바꾸고 싶다면, 감정보다 환경을 먼저 설계하라!”

“취하라!Get Drunk!”

『넛지』로 유명한 행동경제학자 캐스 선스타인은 『결정력 수업』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결정들이 논리와 이성만이 아니라 감정·기억·환경·사회적 맥락에 의해 만들어지는 복합적 과정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결정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유도할 수 있을지 탐색한다.

책의 서두에는 철학자 프랭크 렘지와 비트겐슈타인의 대화가 등장한다. 렘지는 우울함보다는 ‘짜릿함’을 느끼는 삶을 강조했고, 감정이 객관적 사실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더라도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대화를 빌려 결정은 논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감정과 경험이 깊이 개입된 실천적 행위임을 설명한다. 특히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단지 효율성이나 경제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이 우리의 심리적 안녕감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결정은 감정과 가치의 조합이다

저자는 인간이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님을 강조하며, 감정이 결정에 깊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1장에서 “이차적 결정” 즉, 결정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다양한 전략들을 제시한다. 예컨대, 결정 상황마다 적절한 전략을 설계함으로써 우리는 선택의 부담을 줄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2장에서는 인생을 좌우할 만큼 중대한 결정, 즉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바꾸는 선택들을 다룬다. 선스타인은 이처럼 중대한 결정이야말로 우리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보고, 효율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무엇을 아는가, 무엇을 믿는가

결정에는 정보가 필요하지만, 3장에서는 정보 그 자체보다 우리가 어떤 감정적 반응을 예측하는지가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즉, 정보를 통해 행복해질 것인지, 혹은 불행해질 것인지를 고려하여 ‘알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정보 소비가 단지 지식 습득의 문제를 넘어, 정서적 선택임을 드러낸다.

이어서 4장과 5장에서는 우리가 어떤 정보를 믿고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다룬다. 특히 기후변화처럼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통해 사람들은 종종 근거보다도 ‘믿고 싶은 것’을 선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신념 또한 일종의 선택 대상이며, “이 믿음이 내 삶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실용적 기준이 작동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순적인 존재다

6장에서는 선택의 모순과 인지 편향을 다룬다. 우리는 A보다 B를, 동시에 B보다 A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선택의 역설은 ‘분리 평가’와 ‘공동 평가’의 차이, 즉 비교 맥락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이 장은 우리가 흔히 겪는 ‘마음 바뀜’이나 ‘선택 후 후회’의 이면을 설득력 있게 설명해준다.

소비, 알고리즘, 그리고 자율성의 문제

7장과 8장에서는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서 어떻게 소비 결정을 내리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소비는 연대성과 독점성이라는 개념으로 나뉘며, 우리는 때로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플랫폼을 사용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는 다시 3장에서 말한 감정 예측의 문제로 이어지며, 인간이 단순한 ‘쾌/불쾌의 기계’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9장은 알고리즘이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성찰이다. 알고리즘은 잡음과 편향을 줄이는 유용한 도구이지만, 사람들은 때로 그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싶어 한다. 이는 ‘결정의 자율성’과 연결되며, 우리가 기계적 정확성보다도 스스로 선택한다는 감각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보여준다.

결정의 주체가 된다는 것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 중 하나는 10장에서 강조된다. 바로 ‘조종당하지 않을 권리’이다. 타인의 넛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위한 넛지를 설계하는 것이 진정한 자율성이다. 자기 자신이 선택의 주체가 되는 일, 그것이 진짜 결정력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스타인은 결정력이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반복적 실천을 통해 기를 수 있는 생활의 기술임을 강조한다.

맺음말의 제목은 “취하라! Get Drunk!”다. 우리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어떤 것이든 흠뻑 빠질 자유가 있다. 결정이란, 그 자유를 스스로 인정하고 즐기는 일일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결정력 수업』은 인간의 결정이 감정과 가치, 환경, 정보, 신념 등 다양한 요소와 얽혀 있다는 점을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설계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은 거대한 결심보다도 사소한 행동의 반복 속에서 바뀌며 이 책은 그 출발점이 되어준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 앞에 서 있고, 그 선택이 내일의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지만 더 의식적이고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변화다.


'윌북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안녕감을 연구한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극대화하려는 대상으로 오래전부터 두 가지를 강조해왔다. 첫째는 행복, 둘째는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다. 행복은 ‘기쁨’이라고도 하고, 에우다이모니아는 ‘번영‘이라고도 하며 그 안에 ‘의미’를 포함한다. 어떤 경험은 즐거움이나 기쁨, 편안함을 안기는데 모두 행복과 관련이 있다. 어떤 경험은 목적의식을 일깨우며 개인이 의미 있는 삶을 산다는 믿음과 관련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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