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61가지 성공 비밀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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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팀 페리스는 18세 이후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왔다. 누군가는 일개 편집광의 쓸모없는 짓으로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게 이 노트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평생 동안 깨달은 인생의 비결을 한데 모은 황금 같은 해결서이기 때문이다. 팀 페리스의 목표는 한 번 배워 익힌 지식과 경험을 두고두고 꺼내 쓰는 데 있다고 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엄청난 돈을 줄 테니 그 노트를 팔라고 한다면, 과연 저자가 바꿀 수 있을까? 난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살아가는 동안 모든 경험에 대한 기록과 해결서가 담긴 인생 참고서를 쉬이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책 『타이탄의 도구들』은 저자가 기록하고 모은 노트들 가운데 단연 빛나는 보물 중 하나다. 이 노트를 삶에 남기기 위해 몇 년간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가장 부유하고, 가장 건강한 사람이라 평가받는 인물들을 직접 만났다. CEO, 창업가, 슈퍼 리치, 석학, 협상가, 전략가, 장군, 언론인, 군인, 스포츠 스타, 투자 전문가, 전문직 종사자 등, 분야를 막론한 200명이 넘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과 벌였던 열띤 토론, 더 큰 결과를 얻기 위해 매일 실천하고 있는 루틴들, 그들의 아이디어와 전략, 창의적인 습관,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 창출법 등을 저자는 이 한 권에 담아냈다. 저자는 이들을 ‘거인’이라는 뜻의 ‘타이탄(Titan)’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책의 이름이 바로 『타이탄의 도구들』이다.


특히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성공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모음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신문이나 잡지의 커버스토리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그들의 실체를 보고 기록해왔다. 그는 말한다.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의 인생이 실제로 그랬던 것처럼, 독자에게도 그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느껴진다.


책은 총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첫째는 ‘건강’, 둘째는 ‘부’, 그리고 셋째는 ‘지혜’다. 단순히 운동법이나 재테크 수단, 좋은 말 모음이 아니다. 진정으로 강인한 몸과 균형 있는 정신, 장기적인 안목과 결단력을 갖춘 삶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수면과 명상, 고강도 운동 루틴, 간헐적 단식, 아침 루틴, 투자 전략, 생산성 극대화 도구, 집중력 유지 습관 등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운다.


저자는 단언한다. 이 책은 분명히 당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인생이 힘들고 고단할 때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줄 사람도, 정신이 번쩍 나도록 세차게 뺨을 때려줄 사람도,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여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할 때도, 삶을 빠르게 바꿔 놓을 계기가 필요할 때도, 오랜 시간에 걸친 결과 없던 노력과 좌절을 겪을 때에도 이 책을 통해 모두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당신 삶의 모든 것을 변화시켜줄 지혜로운 도구들을 갖춘 거대한 창고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까만 양을 찾아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명상’이었다. 나는 명상이란 언제나 긍정적인 마음이나 마인드를 떠올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명상의 핵심은 그것이 아니었다. “명상의 핵심은 정신을 집중하는 데 있지 않다. ‘정신이 방황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데 있다. 정신이 흩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챈 후 단 1초만이라도 다시 만트라(혹은 뭐가 됐든)에 주의를 집중하면, 그건 ‘성공적인’ 명상이라고 할 수 있다.”는 문장은 내게 큰 위로를 주었다. 잡생각이 떠오르면 이번 명상은 실패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내게, 방황조차도 명상의 일부임을 알려준 이 말은 그 자체로 새로운 시작이었다. 앞으로는 명상하는 시간에 나를 다그치지 않고,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한 문장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참 큰 선물이 되었다.


삶의 어떤 시기에 이 책을 펼쳐도 반드시 얻어갈 것이 있을 것이다. 다시 읽을수록 새롭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고, 한 줄의 문장이 긴 시간 동안 깊이 스며든다. 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지 읽는 내내 알 수 있었다. 이제 이 책은 나의 노트 옆에 꼭 끼워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게 될 인생의 참고서가 될 것이다.


'토네이도 출판사 북클럽 <소용도리> 2기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타이탄들은 하루의 첫 60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목소리 높여 강조한다. 이 시간이 그후의 12시간 이상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5가지 모두가 사소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디테일이 우리의 삶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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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이 이해하는 지진의 과학
홍태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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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지진의 활동이 비교적 적은 안정 지대에 속한다고 알려져 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지진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 지진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지진은 일본 이야기”로 치부해왔던 안일한 태도가 무너지던 순간이었다.


 2016년 9월 12일 경상북도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관측 이래 최대 규모였으며, 수도권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만큼 넓은 지역에 영향을 주었다. 전통 가옥과 유적이 많은 도시답게 손상된 문화재가 속출했고, 시민들은 갑작스런 자연 재해에 극도의 불안감을 겪었다. 그 불안이 채 가시기도 전에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는 경주보다 작았지만 피해는 훨씬 컸다. 도심 한복판의 균열, 무너진 벽체, 그리고 수능 연기라는 전례 없는 사태까지.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 지진이 지열발전소와 관련된 ‘인공지진’일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었다. 자연이 일으킨 일만이 아니라, 인간이 촉발한 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큰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그 이후, 지진은 단지 ‘지질학적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우리는 왜 그토록 무방비였을까? 왜 지진이라는 자연의 흔들림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을까?

이런 질문들에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는 책이 바로 홍태경 교수의 『지진의 과학』이다.


 이 책은 지진의 원리뿐만 아니라 지진이라는 거대한 자연 현상을, 우리의 현실 속에 구체적으로 끌어와 풀어낸다. 지구 내부의 움직임, 단층의 에너지 축적, 지진 발생 메커니즘 등은 ‘스프링이 눌렸다가 튕겨 나오는 원리’처럼 쉽고도 직관적인 예시로 설명된다. 복잡한 용어나 공식이 아니라 상식 속 언어로 쓰인 과학 책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은 더이상 지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수많은 지진 사례부터 최근의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반도 역시 위험 지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특히 경주와 포항 지역은 다시 주목받아야 할 지역으로 잠재적 단층 구조와 지질 특성상 또 다른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지진은 단 한 번의 흔들림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진이 뒤따르고, 건물은 시간이 지나며 무너지고, 공동체는 위기 속에서 붕괴되거나 회복을 선택해야 한다. 『지진의 과학』은 이러한 지진 이후의 세계까지 꼼꼼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책의 후반부에서는 구체적인 대비책이 제시된다. 대피 요령, 내진 설계의 필요성, 지진 알림 시스템 등,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단순한 공포를 경고로 끝내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실용서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낸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나면, 지진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주와 포항의 지진은 어쩌면 앞으로 더 자주 마주하게 될 현실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진을 정확히 알고 차분히 대비하는 것이 아닐까?!


 『지진의 과학』은 그 첫걸음을 도와주는 책이다. 과학적 감각과 사회적 책임감을 동시에 일깨우는 드문 책이다. 단단한 집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단단한 인식이다. 그리고 책은 그 인식의 기초를 다져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증명해준다.


'김영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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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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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광란의 20년대’라 불리던 재즈 시대. 그 격동의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 아이콘이 있었다. 바로 미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가이자 단편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다. 그는 『위대한 개츠비』(1925)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같은 시대를 살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자주 비교되기도 하는 인물이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그가 44세의 짧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남긴 글쓰기의 통찰과 삶의 단상들을 모은 책이다. 앞서 출간된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과도 짝을 이루는 책으로, 단순한 작법서가 아니라 창작을 둘러싼 고뇌, 실질적인 기술, 그리고 고독과 좌절을 넘나드는 피츠제럴드의 내면이 오롯이 담겨 있다.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는 종종 나란히 언급되지만, 두 사람의 철학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공통점이라면 타인에게 아낌없이 조언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기꺼이 나누고자 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삶을 대하는 태도나 글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은 매우 다르다. 이를테면, 헤밍웨이가 ‘오늘은 남은 내 인생의 첫날’이라고 여겼다면, 피츠제럴드는 ‘오늘은 연속된 지난날을 끊어내는 전환점’이라 생각했다. 그의 철학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깊이 연결돼 있었고, 시인이자 평론가인 말콤 코울리는 그를 두고 “마치 시계와 달력으로 가득 찬 방에 사는 사람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문학이란 결국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일이라고 믿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조차 정제하여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시키는 것, 그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여겼다. 피츠제럴드는 스스로를 ‘문학적 도둑’이라 불렀다. 그는 엉망으로 쓰인 책에서도 용기를 얻었고, 위대한 작가들의 문장을 곱씹으며 그 위대함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 다른 작가들을 경쟁자가 아닌, 같은 소명을 짊어진 동료로 바라보며 기꺼이 조언을 주고받았다. 배움에는 위아래가 없다고 여긴 그의 태도는 많은 후배 작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남겼다.


책 초반, 번역가 차영지의 말 중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있다.

“글을 쓰며 산다는 건, ‘혼자라고 느끼던 감정이 사실은 모두의 보편적 감정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다.”

피츠제럴드는 문학의 아름다움을 통해 이 사실을 독자에게 증명해 보인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가 느끼는 고독과 좌절, 희망과 열정이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를 고립시키던 감정이 공감의 울타리로 바뀌는 경험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게 된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지 작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겨야 할 이유가 있다. 만약 외롭게 홀로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뜻밖의 위로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 글에 공감하는 누군가가 등장하고,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사람이 생기며, 그렇게 고독은 점차 관계로 전환된다. 혼자만 꺼내보는 일기도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지만, 타인과 나누는 글은 그 여정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자신과 타인을 동시에 구하는 길, 그것이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부와 행복’, 그리고 ‘허망함’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놀랍게도 그가 다뤘던 이 문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사회적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단지 글쓰기 조언집에 그치지 않는다. 살아 있는 동안 주고받은 다양한 편지,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고민과 조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분명한 울림을 준다.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이 책은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본문에서 특히 깊이 공감한 구절이 있다.

“과도한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스스로에게, 내면을 보호할 쇠사슬로 엮은 갑옷 한 벌 정도는 허락하도록 하자. 자존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을 오전 중에 이미 열두 명의 자존심을 조롱하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약속하는 꼴이다. 단순한 전문가라면 애초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 p77

— 『In His Own Time』,  / p.155~156


글을 쓰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타인의 비난이나 날카로운 평가에 직면하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자존감은 깎이고, 결국 자신이 해야 할 일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내면의 갑옷’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만의 중심이 없다면 세상에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걷든,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 위해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단순히 글쓰기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태도와, 자신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타인과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피츠제럴드의 깊은 사유와 솔직한 조언이 당신에게 작지만 단단한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우주북스타그램 @woojoos_story' 모집,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사 @smartbusiness_book'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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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지 스스로에게, 내면을 보호할 쇠사슬로 엮은 갑옷 한 벌 정도는 허락하도록 하자.
자존심은 중요한 자산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을 오전 중에 이미 열두 명의 자존심을 조롱하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면, 스스로에게 실망을 약속하는 꼴이다. 단순한 전문가라면 애초에 그렇게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다.
- <인 히스 온 타임In His Own Time> p.155-156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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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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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눈으로만 감상해야 할까?


우리는 보통 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감상할 때 조용히 거리를 두고 서서, 시선을 머문 채 천천히 바라보곤 한다. 그것이 예의를 지키는 방법이고, 미술에 대한 경외를 표현하는 방식이라 믿는다. 그러나 마이클 페피엇의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을 읽고 나면, 예술에 대한 그런 관념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 작품을 해설하거나 예술가를 찬양하는 비평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림 뒤편, 프레임 밖에서 흘러나오는 숨소리와 헛기침, 때로는 술에 취한 농담과 날카로운 침묵까지 기록해낸, 지극히 인간적인 예술가들에 대한 기억의 궤적이다.


이 책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상화인 동시에, 저자 마이클 페피엇 자신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는 루치안 프로이트, 프랜시스 베이컨, 장 미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수많은 거장들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함께 술을 마시며 예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그 만남의 기록은 단순한 인터뷰나 해설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 고백처럼 읽힌다. 예술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곧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쌓인 시간의 층위들은 이 책을 하나의 자전적 미술 에세이로 변모시킨다.


예술가들의 존재는 책 속에서 신전처럼 등장한다. 저자는 그들을 경외하고, 그들의 작업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그 신전은 영구불변의 공간이 아니다. 어떤 예술가는 시간이 흐르며 기억에서 멀어지고, 또 어떤 이는 과거의 편견을 뒤엎고 다시금 감동을 선사한다. 감상은 언제나 유동적이며, 평가의 균형은 늘 흔들린다. 이 책은 바로 그 불확실성과 감상의 다층성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드문 비평서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점은,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이 모두 ‘살아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페피엇이 만난 이들은 미술관 벽에 걸린 완성된 이름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고 방황하며, 때로는 무너지는 사람들이다. 작품이라는 껍질 속에 갇힌 신화적 인물이 아니라, 술에 취해 뒷담화를 늘어놓고, 사랑 앞에서 무너지고, 작업의 실패 앞에서 괴로워하는 예술가로서, 즉 한 인간으로서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저자가 베이컨과의 만남을 통해 받았던 충격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섰다. 그는 베이컨이라는 인간이 지닌 극단적인 감정의 진폭, 예술과 고통, 사랑과 죽음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깊이 감화되었고, 그 이후로 예술가의 작품뿐 아니라 삶까지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베이컨은 이 책에서 모순된 존재로 그려진다. 유머러스하고 냉소적인 동시에, 상처 입고 고통스러워하며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 사랑하는 이를 잃고 절망했으며,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삶의 허무를 노래했던 베이컨은, ‘위대한 화가’이기 이전에 ‘강렬하게 살아낸 사람’이었다. 저자는 베이컨의 삶이 그의 예술을 만들어냈다고 믿으며, 그의 작품 너머에 숨어 있는 삶의 진실을 더듬는다.


이처럼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일종의 회고록적 미술 비평서다. 마이클 페피엇은 예술의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는 완성된 그림보다 작업실에서 흘린 땀과 담배 연기를, 그리고 작업 앞에서 주저하는 예술가의 망설임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예술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삶의 정수이자 고통의 기록, 때로는 생존의 흔적으로 다가온다.


결국 이 책은 지식으로 배우는 예술사가 아니라, 감정으로 읽히는 공감의 기록이다. 작품의 해설보다 삶의 이야기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말없이 말한다. “예술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감지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은 해설보다 기억이고, 비평보다 고백이며, 감상보다 체험에 가까운 책이다.


페피엇은 예술가들의 삶을 사랑했고, 그 사랑은 그들의 작업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시대의 예술을 관통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자신을 비추어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예술 감상의 가장 솔직한 시작점이 아닐까.



'디자인하우스 북'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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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처럼 그림을 그리는 데는 4년이 걸렸지만 아이처럼 그림을 그리기까지는 평생이 걸렸다.
- 파블로 피카소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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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해변에서 -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
캐럴라인 도즈 페넉 지음, 김희순 옮김 / 까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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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즈텍 연구를 이끄는 권위 있는 역사학자인 ‘캐럴라인 도즈 페넉’은 이 책 ’야만의 해변에서’를 통해 인디저너스의 문화, 공동체, 부족민, 개인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그들 각각은 자신들이 어떻게 불려야 할지에 대해 꽤 구체적이고도 정당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용어들 중 무엇도 보편적이지 않다. 멕시코와 남아메리카에서 인디저너스들은 스스로를 ‘푸에블로스 인디헤나스’(Pueblos Indígenas), 즉 ‘토착민들’이라 칭하며, ‘인디오’라는 말은 누군가를 ‘무식쟁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모욕적인 표현으로 간주한다. 브라질에서는 아직도 ‘인디오’가 흔히 쓰이지만, 국제기구와 학계에서는 ‘인디저너스’라는 표현이 가장 중립적인 용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용어 선택의 문제는 단순한 언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누가 이야기를 쓸 권리를 갖는지, 누가 주체이고 누구의 역사가 서술되었는지를 드러내는 정치적 문제다. 『야만의 해변에서』는 그 질문에 대답하려 한다. 이 책은 전통적인 식민주의적 역사 서술에서 지워졌던 인디저너스들의 시선을 중심으로 다시 역사를 구성한다. 그들은 유럽으로 간 ‘야만인’이 아니었고, 말 그대로 세계를 ‘발견한’ 이들이었으며, 오히려 유럽 문명의 이면을 가장 먼저 목격한 선구자들이었다.


이 책은 유럽 궁정에 불려간 토토낙족, 아즈텍, 잉카 출신 인디저너스들의 사례를 따라간다. 어떤 이들은 ‘선물’이 되어 보내졌고, 어떤 이들은 통역사나 공연자로 활용되었으며, 때로는 제국의 전리품처럼 전시되었다. 스페인 왕실에 선물로 바쳐졌던 보물에는 금과 보석뿐 아니라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존재는 역사의 주변부에 밀려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

 또한, 1520년대 브뤼셀 궁전에서 전시된 인디저너스의 무기, 옷, 일상용품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다. 유럽인들은 이들을 통해 자신의 문명 우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아메리카 대륙의 자연물과 인간을 하나의 전시물로 통합시켜버렸다. 예술품으로 거래된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오점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문화적 약탈과 시선의 폭력에 대한 반성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인디저너스는 단지 유럽 제국의 정복과 확산에 희생당한 존재가 아니다.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세계사의 동력이 되었는지를 과학, 정치, 예술, 무역의 영역에서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유럽에서 벌어진 무역과 외교, 예술 교류의 시작점에 인디저너스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껏 우리에게 거의 들려지지 않은 진실이다. 특히 초기 유럽 탐험가들과 함께 유럽을 방문했던 이들의 여정은 단지 ‘전시’의 대상이 아니라, 문화적 교류의 기점이었다.


그들의 발자취는 남아메리카 대륙 곳곳의 교회 벽화, 유럽 궁정의 예술품, 종교적 의식, 의복, 심지어 농작물 교역과 미각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흔적이 ‘유럽 문명의 영향력’이라는 이름 아래 통합되며,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이 지워졌다는 데 있다.


 『야만의 해변에서』는 잊혀졌던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는 책이다. 단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지금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짚게 만든다. 이 책은 그저 또 하나의 식민지 역사 연구가 아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하나하나 되살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누구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의 인디저너스 공동체들은 생존과 존엄을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는 그 투쟁의 역사를 오늘의 독자에게 연결해 보여준다. 『야만의 해변에서』는 단순히 과거를 읽는 책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세계를 믿고, 어떤 목소리를 듣고, 어떤 이름을 기억할 것인지를 되묻는 역사의 귀환이다.


'까치글방 서포터즈 3기' 활동을 통해 '까치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놀 인스타 @hagonolza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포카혼타스"라고 잘못 알려진 여성의 이름은 마토아카다. 그녀는 22세가 되기도 전에 영국에서 사망 했는데, 그녀의 정체성은 400년 동안 이용당하고, 허구화되었으며, 착취되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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