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 - 세상의 모든 딸, 엄마, 여자를 위한 자기 회복 심리학
박우란 지음 / 향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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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만난 문장은 “감정적 밀착이 꼭 좋은 소통은 아니다”였다.

그 문장 앞에서 잠깐 멈췄다. 엄마와 딸이 정서적으로 밀착된 관계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모녀 관계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프롤로그는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감정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딸은 엄마의 감정을 자기 감정처럼 떠안게 되고, 결국 자신을 잃은 채 살아가게 된다.


책의 1장을 펼치자마자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 문장이 있다.

“사랑은 아들에게, 요구는 딸에게.”

이 짧은 소제목을 보는 순간, 마음속 깊은 데서 묘하게 화가 치밀었다. 왜였을까. 생각해보면 늘 사랑은 남동생의 몫이었다. 자식들을 먹여 살린다고 부모님은 늘 바빴고, 온 가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도 사랑은 언제나 아들에게 먼저 향했다. 나는 늘 양보하며 조용히 살아야 했다. 딸인 나보다 아들이 먼저였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이 문장을 보자 그동안 외면했던 감정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나도, 사랑받고 싶었던 거 아닐까?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는 딸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감정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저자 박우란은 정신분석과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와 딸이 어떻게 서로의 감정을 뒤섞고, 때로는 얽히며 상처받는지를 진단한다. 특히 엄마가 딸을 ‘자신의 연장선’처럼 느끼게 되는 심리를 파고들며, 왜 딸만 유독 더 많은 요구를 받고 더 쉽게 감정의 수용자가 되는지를 이야기한다.


딸은 엄마가 울면 함께 울고, 엄마가 지치면 본능적으로 위로하려 든다. 아이의 감정이 형성되기도 전에, 엄마의 감정을 먼저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나는 왜 그렇게 엄마 눈치를 많이 봤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집은 딸 셋, 막내 아들이 있는 집이라 항상 분주했고, 엄마는 늘 바빴다. 아빠는 매일 술에 취해 가족들에게 함부로 대했고, 그런 상황을 참고 견뎌낸 엄마가 언제나 안쓰러웠다. 어린 나도 엄마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었다. 내가 먼저 참는 것이 엄마를 도와주는 길이라 믿었고,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책은 이러한 ‘무의식의 전이’가 어떻게 반복되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딸이 엄마의 감정 상태에 맞춰 자기 감정을 억누르며 자라면, 결국 자아가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구별하지 못한 채, 늘 타인의 감정에 반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기 감정에는 둔감하면서도 남의 감정에는 과하게 민감한 사람이 되기 쉽다.


더 깊은 통찰은 몸과 감정의 연결에서 드러난다. 억눌린 감정은 결국 몸으로 드러난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말처럼, 말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몸을 공격한다. 책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감정의 ‘언어’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이유 없이 지치고 아팠던 날들이 떠올랐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으며 “괜찮아”를 반복했던 시절, 그 무언의 짐이 결국 내 몸 어딘가에 스며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는 엄마가 자식을 자신에게 묶어두려는 무의식적인 욕망도 다뤄진다. 딸에게 “너 말고 누가 있니?”, “너 하나 있어서 산다”는 말을 하며 감정의 줄을 조여오는 엄마들. 겉으로 보기엔 사랑처럼 들리지만, 실은 딸을 정서적으로 붙잡아두는 말이다. 우리 집은 자녀가 셋이고 난 셋째였기 때문이었을까. 엄마에게 그런 말을 자주 듣진 않았지만, 언젠가 한번 엄마는 “너희들 때문에 산다”는 말을 하셨다. 그럴 때마다 나는 괜히 책임감을 느꼈다. 특히 폭력적인 상황이 생기면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독립해야 할 시기에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쉽게 집을 떠나지 못했다. 엄마를 두고 가면 안 된다고, 내가 엄마 곁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나뿐만 아니라 언니들도 마찬가지로.


책을 읽다 마주한 “엄마를 잃어야 내가 산다”는 문장은 처음엔 조금 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이건 단절이 아니라 ‘감정의 분리’라는 걸 알게 됐다. 더 이상 엄마의 감정에 갇히지 않고, 내 감정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 어릴 적 엄마의 슬픔을 내가 대신 감당해야 한다고 믿었던 나에게, 이 문장은 해방처럼 다가왔다.


이 책은 엄마가 된 사람에게도, 아직 딸로만 살아본 사람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누구의 감정을 살고 있는가?”

육아와 관계, 결혼과 역할에 지쳐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손을 내민다.

누가 더 많이 희생했느냐보다, 서로가 얼마나 무력감과 외로움을 이해하려 했는가.

이 책은 그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자고 말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아닐까.

엄마가, 딸이, 아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안간힘 쓴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은 따뜻하게 말해준다. 이제는 너 자신으로 살아도 괜찮다고. 정말,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유노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노북스출판사 인스타 @uknowbooks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엄마 자신도 모르는 욕망을 딸 아이가 쫓으려 하니 그야말로 답답하고 숨이 막힐 수밖에 없지요. 혼돈 그 자체입니다. 무언가 좇는데 뭘 좇고 있는지를 모른 채, 계속 쫓아서 잘 되어야 한다고 요구만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지요.
엄마가 자신의 욕망과 기준을 뚜렷이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엄마 본인도 스스로가 무엇을 좇고 있는지도 모를 그것을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미지요. 엄마가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가 좇아야 하는데, 본인도 정확히 무엇을 욕망하는지도 모른 채 그것을 아이가 성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아이를 심리적으로 위험하게 할 수 있습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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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한다는 것은
김보미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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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이라는 낯선 악기로 삶을 연주하다.”

“예술은 특별한 이들의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두의 것이다.”

 

김보미의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해금을 들고 세상 한복판을 걸어온 한 예술가의 고백이다. 이 책은 음악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매뉴얼도 아니고, 화려한 성공담을 늘어놓는 자서전도 아니다. 오히려 서툰 손끝으로 하나의 악기를 붙잡고 버티며 흘려온 시간들을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음악은 늘 무대 위에서 반짝이지 않는다. 김보미가 들려주는 음악의 진짜 얼굴은, 연습실 구석에서 울고, 실수로 자책하며 버텨온 그 지난한 순간들 안에 있다.


어린 시절, 영화 『서편제』를 본 어느 날의 기억은 그녀의 삶 전체를 바꿔 놓는다. 이상하게도 아름다웠던 그 소리. 구불구불 질척거리는 음색 속에서 이상하게도 눈물이 났다. 음악을 들으며 처음으로 울었던 그날, 그녀는 이미 해금이라는 세계의 문을 조용히 열고 있었다. “왜 이상하게 소리를 내는데 시끄럽지 않은 걸까?”, “왜 그 소리를 듣고 울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들은 어느덧 진로가 되었고, 예술이 되었다. 그날, 고사리 손으로 골라든 김소희 명창의 음반은 우연이 아니었다. 맑았다 흐렸다 하며 꽃비처럼 내리는 목소리에, 그녀는 그날 이후 판소리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 선택이 평탄할 리 없었다. 국악을 한다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그 중에서도 해금을 한다는 건 더 큰 외로움을 마주하는 일이었다. 매일같이 연습실에 틀어박혀 소리를 다듬고, 무대에서는 실수로 상처받으며 홀로 자신을 다잡아야 했다. “왜 하필 해금이냐”는 질문은 수도 없이 들었지만, 그 말 앞에서 그녀는 더 단단해졌다. 해금 안에 잠들어 있는 소리들을 깨우고 싶었고, 언젠가 자신만의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 믿음이 닿은 곳이 바로 ‘잠비나이’였다. 록과 국악, 낯설고도 강렬한 조합 속에서 해금은 다시 태어났다. 2013년 핀란드 ‘월드 빌리지 페스티벌’ 무대에서 그들의 가능성은 처음 세계에 각인되었고, 이후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넘나들며 수많은 무대를 누비게 되었다. 프랑스 헬페스트, 스페인 프리마베라, 미국 코첼라, 영국 글래스톤베리…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에 해금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요하고도 격렬한 음색으로 해금은 낯선 청중의 심장을 흔들었다.


그중에서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무대는, 멤버들에게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한다. 인내와 고통의 시간에 비해 찰나처럼 스쳐 지나가는 무대의 환희는 너무 짧지만, 그 순간 이전과 이후의 삶은 분명 달라져 있다. 그 농도 짙은 무대 경험은 그녀에게 ‘뮤지션의 삶’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했다.


그녀는 “예술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길가의 돌 틈에서도 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해금을 들고 자연 속에서, 삶의 틈에서 마주한 예술은 대단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은 것들을 더 깊이 바라보는 시선이고, 살아가는 태도였다. 그러니 음악을 한다는 것은, 곧 삶을 산다는 일과 다르지 않다. 결국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닮아 있고, 사랑과 감정은 소리로 이어지는 법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그녀가 참여한 잠비나이의 곡 ‘온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대가 지내온 아픔들이 빛나는 축복의 별이 되어 온다.” 이 가사는 투어 밴 안에서 지쳐 잠든 멤버들을 보며 만든 곡이라 한다. 그 노래는 단지 밴드의 경험담을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꿈을 향해 달리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응원가가 된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그래서, 음악가를 꿈꾸는 사람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살아가는 것에 지친 모든 사람을 위한 이야기다. 해금이라는 낯선 악기가 들려주는 이 조용한 고백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건넨다.


“음악을 한다는 건, 살아가는 일과 다르지 않아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북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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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인스타 @hagonolza

익숙한 세계가 깨지면 보통은 두 가지 결론이 난다. 찬란히 아름답거나 대단히 위험하거나, <서편제>에서 만난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소리의 세계는 압도적으로 전자였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그 세계가 궁금해졌다. 왜 소리를 저렇게 내는 걸까? 왜 이상하게 소리를 내는데도 시끄럽지 않은 걸까? 소리가 구불구불 질척거리는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나는 울고 있었다.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오로지 혼자 부르는 그 노래가 자꾸 가슴을 할퀴고 갔다.초등학생의 인생이랄 것에 무슨 설움이 그리 많겠냐마는, 겪지도 않은 인생의 굴곡을 소리 안에서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의 아픔이 얹힌 소리에서는 때때로 통곡이 섞여 나왔다. 내가 생각하던 아름다운 소리의 기준, 그 정반대의 길로 소리꾼은 내 멱살을 잡고 거침없이 달렸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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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20 세트 - 전20권 (반 고흐 에디션) - 박경리 대하소설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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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필사단 #다산북스출판사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제5권은 ‘북국의 풍우’라는 부제처럼, 시대의 격랑 속에서 인간들이 흔들리고 고뇌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권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게 다가온 장면은 길상과 상현이 술집에서 나눈 대화였다. 그들의 말 속에는 단순한 옛 친구 간의 회포를 넘어선 시대의 긴장과 인간 내면의 갈등이 겹겹이 쌓여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가 그 대화 안에 압축되어 있었고, 길상의 독백은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또렷하게 비춰 주었다.

길상은 서희와 함께 용정촌을 떠나 서울로 올라온다. 그곳에서 상현과 다시 마주한다. 둘은 과거 최참판댁과 함께한 인연 속에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도 다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상현은 이제 세상과 타협해 현실적 입지를 다진 지식인이고, 길상은 여전히 ‘사람’에 대한 믿음과 ‘주인에 대한 도리’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 이들의 대화는 겉보기엔 평온해 보이지만, 말끝마다 부딪히는 가치관의 충돌이 뼈마디처럼 느껴진다.

길상은 술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빈터가 즐비하니 생겨날 건데, 거간이라고 공치라는 법이 있겠소? 망하는 사람이 있어야 흥하는 사람이 있고, 세상이란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니겠소?” 이 말에는 시대의 냉혹함에 대한 체념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체념은 그가 현실을 냉철히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길상은 단순히 ‘충직한 머슴’이 아니라, 변해가는 세상 안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이다. 그는 권력과 출세라는 껍데기보다,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상현은 그런 길상을 불편해한다. 그에게 길상은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고, 시대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 고지식한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는 이 두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되묻는다. 과연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더 깊은 삶인가.

길상의 독백은 이 모든 질문을 껴안는다. 그는 상현과 헤어진 뒤 홀로 술잔을 마시며 이렇게 읊조린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게, 단지 먹고 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오이다. 그렇다고 무슨 뜻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아니라면, 우린 왜 이렇게 괴롭고, 왜 이렇게 붙들고 사는 것일까…” 이 말은 단순한 회한이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삶을 바라보고 있고, 그 안에서 진정한 ‘존재의 이유’를 탐색하고 있다. 흔히 대하소설에서 조연으로 치부될 법한 길상이지만, 이 장면에서 그는 누구보다 강한 주체로 부상한다.

『토지』는 단순히 땅의 소유를 다투는 이야기나, 봉건사회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배경 서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뿌리’를 말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을 붙들고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것이 땅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혹은 내면의 어떤 신념일 수도 있다. 길상은 그것을 잃지 않으려 했고, 상현은 그것을 효율적 삶과 바꿨다. 그 누구도 완전히 옳거나 그르지 않지만, 독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은 어디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시대는 바뀌고 권력은 오르내리지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만이 끝까지 버틸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토지』 제5권은 그 거대한 서사의 중간에서, 인간 존재의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길상이라는 인물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말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다산북스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채손독 @chae_seongmo
#다산북스 @dasa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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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놀 인스타 @hagonol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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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은 처음이라 - 한번 깨달으면 평생 써먹는 글쓰기 수업
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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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자기 자신을 시장에 파는 것이다.(팔리는 글쓰기)”

“팔리는 글을 쓰기 위해선 시장 우선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글쓰기의 전부는 아니지만, 모든 글쓰기의 시작이 되는 책!”


 제갈현열의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글 좀 써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진 사람부터 글을 써서 생존해야 하는 누군가까지, 결국은 살아가기 위해 글을 써야 하는 사람 모두에게 전하는 매뉴얼이다. 그 안에는 흔한 글쓰기 이론이나 감성적인 동기부여 대신 단 하나의 기준을 이야기 한다. 팔리는 글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시장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담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저자는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자신을 시장에 판매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글쓰기는 그저 표현 수단이 아니라 생존의 도구이며 모든 생산수단의 뿌리라고 말한다. 우리는 제품을 팔기 전에 글을 써야 하고, 관계를 맺기 위해서도 말 대신 글을 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글쓰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기본기에 가깝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단번에 깨뜨리는 문장을 만났다. 바로 ‘532 과정’이다. 글쓰기 능력은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다. 저자는 팔리는 글이란 50%의 ‘원리’, 30%의 ‘구조’, 20%의 ‘표현’으로 이루어진 칵테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즉,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구조에 익숙해지며 표현을 반복해 연습하는 과정이다. 이는 하버드대학이 모든 신입생에게 글쓰기 수업을 필수로 이수하게 하는 이유와도 닿아 있다. 결국 글쓰기는 사고력, 설득력,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자 본질인 셈이다.


 책의 전반에서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글을 쓰기 전, 시장을 먼저 보라”는 것이다. ‘내가 글을 시장에 판다’는 생각보다 시장이 내 글을 산다는 사고 전환이야말로 팔리는 글쓰기의 본질이다. 이 문장 하나가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주어가 내 글이 아닌 시장이 되는 순간, 글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독자의 욕구로 옮겨간다. 글쓰기의 주도권이 독자에게 넘어가는 것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팔리는 글의 본질을 설명한다. 예컨대 향초를 홍보할 때 향초의 특징을 설명하기보다, 향초를 사용하는 사람이 왜 그것을 사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제를 파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 제품은 천연입니다”라는 말보다, “여러분은 매년 소주잔 세 컵 분량의 세제를 먹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시장을 움직인다고 한다. ‘누가’, ‘왜’,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광고계의 전설 데이비드 오길비와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 버지니아 울프 등, ‘시장 우선주의자’들의 사례가 이어진다. 그들의 공통점은 ‘독자’를 향한 집요한 질문과 관찰이었다. 한 사람의 소비자가 기대하는 것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과정이야말로 시장을 움직이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사례는 단지 참고용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지닌 기준의 근거로 작동한다. 그 역시 ‘시장 우선주의자’로서 글을 쓰며, 그 기준을 유지하는 것을 철저히 지켜왔다고 말한다.


 이 책은 구조적 글쓰기 모델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AIDA, BAB, FAB, PAS 같은 마케팅 글쓰기의 대표 모델을 통해 각 구조가 어떻게 팔리는 글을 도와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중요한 건 구조가 글을 완성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는 도구일 뿐, 글의 본질은 항상 ‘시장에 어떤 이야기를 전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단지 잘 팔리는 글을 쓰는 방법을 넘어서, 생각을 전환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시장 우선주의자가 된다는 건, 곧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작가는 글의 콘셉트를 잡기 위한 과정에서 시장을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본인의 책 집필 시간보다 시장 분석에 네 배 이상을 투자했다는 고백은 이 책이 단순한 글쓰기 비법서가 아니라는 증거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글쓰기라는 기술이 단지 손끝의 능숙함에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건 결국 질문을 잘 던지고, 독자의 입장에서 답을 찾아가는 능력이다. 그래서 저자는 글쓰기를 위한 첫 질문으로 ‘당신이 속한 시장은 어디인가?’를 말한다. 이어서 ‘그 시장에서 내가 팔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시장에 어떤 말을 건넬 것인가?’라는 흐름으로 이어지며 자신만의 콘셉트를 세우는 길을 안내한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위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글을 쓰지 않으면 죽는다”는 나탈리 골드버그의 말을 인용하며 ‘매일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를 지켜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원리와 구조, 표현을 알고 있어도 결국 손이 멈추면 아무것도 완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에도 글쓰기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일, 그것이 결국 가장 강한 작가로 만들어주는 습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팔리는 글은 처음이라』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누구에게 말할 것인지, 왜 말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말이 닿으려면 무엇을 먼저 들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결국 이 책이 안내하는 글쓰기란, 세상을 향해 나를 소개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읽는 사람, 말하는 내가 아니라 듣는 시장이 주인공이 되는 글. 바로 그것이 팔리는 글이며 그 시작은 언제나 묻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내가 팔고 싶은 것을 고집하기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먼저 헤아리는 일. 그 질문이 깊을수록 글은 시장의 마음에 더 가까워진다. 진짜로 팔리는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제대로 묻는 법부터 배워야 하지 않을까? 기본을 잊은 글은 본질에서 벗어나길 마련이다. 그 기본과 본질을 명확하게 알려주려는 작가의 배려가 묻어나는 책이었다.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고 다음 단계를 밟아보면 좋을 것 같다.


'다산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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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는 글을 위한 3가지(532과정)
1. 팔리는 글의 원리를 깨닫는 것 (50%)
2. 팔리는 글의 구조에 익숙해지는 것 (30%)
3. 팔리는 글의 표현을 배우는 것 (20%)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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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압축 교양수업 - 6000년 인류사를 단숨에 꿰뚫는 60가지 필수 교양
임성훈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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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지식은 왜 늘 그렇게 빨리 증발하는 걸까. 문학을 읽을 때도, 역사를 마주할 때도, 철학자들의 문장을 곱씹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흥미로웠고, 감탄했고, 내 삶에 중요한 통찰이라고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희미해졌다. 수십 번, 내 머리의 한계를 탓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다. 『초압축 교양수업』을~!!!

프롤로그 글에 있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번만큼은 기억하려 애쓰기보다, 흐름에 몸을 맡겨 보기로 한다. 굳이 머리에 저장하려는 부담을 내려놓고, 고대 4대 문명부터 인류사의 흐름을 재미있는 소설처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철학자들의 사유를 곁에서 엿보고, 오래 사랑받는 문학작품 속 인물들을 만나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교양이란 기억하려는 욕심 없이 즐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초압축 교양수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류가 지나온 중요한 길목들을 정리한다. 선사 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철학, 문학을 유기적으로 엮었다. 각각의 주제는 짧은 단편처럼 구성되어 있고, 명확한 설명이 있어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다. 생각할 거리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저자는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대로 꺼내 쓸 수 있어야 진짜 교양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순서대로 읽어나가는 방식도 좋지만, 독자의 관심에 따라 어느 페이지든 펼쳐 읽어도 무방한 구조다. 하지만 교양의 흐름과 전체 서사를 함께 느끼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차례차례 따라가는 것이 확실히 더 흥미롭다.

책을 읽다 보니 특히 강하게 남는 대목이 있었는데, ‘20 역사 – 양귀비라 불린 여인: 당나라 붕괴’라는 파트였다. 당 현종과 양귀비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안녹산은 그들을 배반했다. 자신보다 16살이나 어렸던 양귀비의 양아들 행세를 하며 황제의 신임을 얻었던 그였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보고에 현종이 한동안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현종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놀라움과 배신감이 교차 했을심정이 느껴지니 마음이 아팠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을 당하니 얼마나 비통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후 벌어진 ‘안사의 난’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신뢰와 권력, 가족과 피의 관계가 뒤엉킨 처절한 전쟁이었다. 안녹산은 결국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던 존재, 아들 안경서에게 암살 당했다. 서자에게 권력을 빼앗길까 두려워한 안경서는 아버지를 죽였고,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곧 안녹산의 충신이었던 사사명에게 제거됐고, 사사명 역시 자신의 아들 사조의에게 살해당했다. 아비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며 권력을 이어간 참혹한 사건이다. 그리고 763년, 사조의의 자살로 안사의 난은 비극의 끝을 맺었다. 이 대목은 단순히 한 시대의 역사로 끝나지 않는다. 믿음의 상실이 한 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 권력이란 것이 어떻게 인간의 관계를 파괴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읽는 듯한 장면이었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한 가지 주제마다 생각할 거리를 하나씩 남겨준다. 글은 짧지만, 읽고 나면 생각이 저 멀리까지 뻗어나간다. 문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이야기가 빠르게 지나가지만, 내용은 깊고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교양이란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해서 생각할 줄 아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된다.

『초압축 교양수업』은 외우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지식이 잊힐까 봐 조급해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 자체로 아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내용을 자주 잊어 버려도, 그때 생긴 생각은 마음속에 오래 남는 법이다. 이 책을 몸으로 감각으로 받아들이면서 재미있는 독서를 해보길 권한다.


'이키다 @ekida_library'님을 통해 '다산책방(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문명(文明, civilization)’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기술적,사회 구조적인 발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이다. 이러한 문명을 이루려면 짐승처럼 먹고 사는 수준을 벗어난 삶의 양태를 만들 만한 지적인 인간이 필요하다. 그것도 한두 명, 수십 명의 인간이 아니라 국가를 이룰 만한 다수의 인간이 모여서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속에서 인간들이 제멋대로 다투지 않고 살게끔 해줄 권위와 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명의 핵심 요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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