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9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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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현상길 글, 박빛나 그림)은 제목 그대로 “바로 알기”와 “바로 쓰기”라는 두 가지 목표를 품고 기획된 어린이용 전설책이다. 아이들이 전설을 단순히 옛날이야기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상상력과 교훈, 때로는 불편한 진실까지도 바르게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오래도록 들어온 전설들을 새롭게 비틀어보고 지금 시대에 맞춰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책에는 금강의 곰나루터, 남해 금산의 상사바위, 땀 흘리는 비석, 왜적을 물리친 용감한 두꺼비들, 버선꽃으로 피어난 여인, 바위가 되어 버린 오백 형제, 바보의 아내가 된 공주, 학이 맺어 준 외딴섬의 사랑 등 우리가 잘 몰랐던 새로운 전설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내려오는 전설을 이야기로 접하면서 글을 이해하는 능력과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력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책의 서두에서는 ‘설화’란 무엇인지를 먼저 짚어준다. 설화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로, 글로 된 소설과는 달리 말로 전달되며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이야기다. 문학에서는 이러한 설화를 ‘구비문학’이라고 부른다. 이야기 전체를 정확히 기억해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핵심 줄거리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기 때문에, 믿음·무가·판소리 등과도 구분되며, 후에는 문서로 기록되기도 했다.


설화는 크게 신화, 전설, 민담의 세 종류로 나뉜다.

신화 : 신성한 존재와 세계의 시작을 다룬 이야기로, 단군신화나 주몽 신화처럼 신 또는 초월적 존재가 주인공이다.

전설 : 특정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실제 있었던 일처럼 믿어진 이야기로, 실제 지형지물이나 인물과 관련된다.

민담 :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상상력과 교훈을 중심으로 꾸며진 이야기로, ‘방귀쟁이 며느리’, ‘자린고비’처럼 익숙하고 익살스러운 이야기들이 많다.

이러한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책 속 전설들을 보면, 이야기 하나하나가 단순히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신화인지, 전설인지, 민담인지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는 교육적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전설 중 하나는 바로 ‘금강의 곰나루터’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곰이 등장하는 설화라고 하면 단군신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이야기는 전혀 다른 전개로 독자의 예상을 뒤엔다. 깊은 굴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암곰이 잘생긴 나무꾼을 보며 반하게 되고, 그를 하늘이 점지해준 짝이라 여겨 굴로 납치해 신랑으로 삼는다. 나무꾼은 본래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지만 도망치지 못한 채 암곰과 함께 지내며 아이 셋을 낳는다. 그러던 중 나무꾼은 굴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얻고, 집으로 도망친다. 남편을 찾아 따라나선 암곰과 아이들은 그를 쫓다 금강에 빠져 죽고 만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마음이 복잡해졌다. 암곰과 아이들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나무꾼의 인생 또한 너무나 비극적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음에도 강제로 납치당해 살아야 했던 그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처럼 이야기 속 인물이 단순히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과 입장을 품고 있다는 점이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또 하나 깊은 인상을 남긴 전설은 ‘남해 금산의 상사바위’ 이야기다. 한 섬마을 부잣집 외동딸을 짝사랑한 하인 돌쇠는 그녀에게 고백하지만 거절당하고, 상사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끝내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돌쇠의 죽음 이후, 아가씨의 방에 거대한 뱀 한 마리가 나타나 그녀를 감싸며 아내로 삼으려 한다. 이 모습을 본 어머니는 그 뱀이 돌쇠의 혼령일 것이라 생각하고, 산신령의 꿈을 계기로 딸을 데리고 남해 금산의 큰 바위 앞에서 기도한다. 기도의 힘으로 뱀이 떨어져 나가고, 그 바위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상징하는 상사바위가 되어 오늘날까지도 전해진다. 지금도 이 바위는 짝사랑이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간직한 이들이 기도하러 오는 장소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 또한 단순한 비극이 아닌, 사랑의 간절함과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감정의 무게를 보여준다. 감정이 지나치게 집착으로 변해버릴 수 있음을 알려주며,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억지로 돌릴 수 없다는 교훈도 담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각 이야기를 읽은 뒤 아이들이 그저 웃고 넘기거나 무섭다고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이 드는지?”, “각 인물의 행동이 옳았는지?”,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 책은 설화의 개념부터 종류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아이들이 각 이야기의 유형(신화, 전설, 민담)을 구분하는 훈련도 가능하다. 단지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구조와 문화적 의미까지 학습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점은 교육적 가치가 매우 크다.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의 재미를 알려주는 책인 동시에,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교훈을 스스로 찾아내며, 감정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이 책은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읽고 토론하며 활용하면 더욱 좋다. 재미와 교육을 동시에 잡은 이 책은, 그야말로 이름처럼 ‘빵빵한’ 전설책이라 할 수 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유앤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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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공주시 ‘곰나루(고마나루)’
충청남도 공주시의 옛 이름은 ‘웅진‘인데, 우리말로는 ’곰나루(고마나루)’라 부르지.
지금도 금강에는 고마나루터가 남아 있어.
넘 슬픈 이야기예요. 암곰과 아이들이 불쌍해…
곰이 먼저 사람을 납치한 거잖아!
옛날 사람들은 동물도 사람처럼 생각과 감정이 있다고 믿기도 했어.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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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세계일주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4
박빛나 지음 / 유앤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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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지구 반대편 나라들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세계일주』(박빛나 글)는 여행을 떠나듯 즐겁게 세계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세계 120개국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는 어린이 세계 교양서이다.

각 국가는 만화 형식의 대화로 시작되어 아이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수도, 사용 언어, 화폐 단위, 인구 수 등의 기본 정보는 깔끔한 표로 정리되어 있어 정보 전달력도 뛰어나다.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아시아의 네팔(Nepal)이 등장한다.

히말라야의 나라답게 산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네팔엔 히말라야산맥이 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산이 여기 있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10개 중 8개가 네팔에 있대!”

“그래서 이 지역은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지.”

“정말 지붕같이 생기긴 했네요!”

이렇게 흥미로운 말풍선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정보를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서 ‘대화로 배우는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게다가 네팔의 종교적 배경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네팔에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가 있대.”

“그런데 사람들은 불교보다 힌두교를 더 많이 믿잖아!”

“맞아, 인구의 80%가 힌두교를 믿는대!”

“석가모니가 서운하겠어.”

“석가모니가 쪼잔한 줄 알아?”

이처럼 문화적 차이와 종교의 다양성도 웃음과 함께 전달된다.

무겁지 않게 하지만 깊이 있게 다가온다.


각 나라에 대한 페이지는 단순히 만화와 설명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

본문 하단에는 해당 국가의 핵심 정보들이 표로 정리되어 있다.

수도: 카트만두

언어: 네팔어

화폐: 네팔 루피(NPR)

인구: 약 3천만 명


이런 구조 덕분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국가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계 각국의 수도와 통화, 언어 체계에 대한 이해도 함께 쌓인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에는 ‘국기를 색칠해요’ 코너가 등장한다.

국기의 모양과 색상을 직접 보고 따라 그려보며 단순한 독서를 넘어 체험형 학습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초성 퀴즈까지 더해지면, 아이들은 마치 게임하듯 나라 정보를 복습하게 된다. 예를 들어 “ㅇㅂㄹㅅㅌㅅ”이라는 초성을 보고 “에베레스트산!”을 맞히는 순간, 아이는 해당 국가에 대해 자연스럽게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의 진짜 힘은, 단순히 “많은 나라를 알게 해주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인 박빛나는 서문에서 이 책의 핵심 목표를 명확히 말한다.

“어린이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지리, 문화, 역사, 경제, 기후 등을 통해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세계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조금 더 흥미롭게 읽는 방법으로, 관심 있는 나라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여러 나라의 인구 수를 비교해 보거나, 경제 규모 순위를 확인하면서 나라별 특징을 분석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비교하며 읽다 보면 단순히 정보를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오래 기억에도 남을 것이다. 책을 읽는 재미도 훨씬 커질 것 같다.


『빵빵한 어린이 세계일주』는 아이가 혼자 읽기에도 좋지만, 가족이나 교실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도 좋은 책이다. “이 나라 가보고 싶어?”, “이 나라 음식 먹어봤어?”, “이 나라 국기는 어떻게 생겼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오가게 된다. 아이의 호기심은 넓어지고 세계는 더 가까워진다.

게다가 이 책은 지리책도, 역사책도, 그림책도 아니다. 하지만 그 모든 성격을 절묘하게 버무린 교양책이다. 무엇보다 그 모든 걸 쉽고 재밌게 전달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아이들은 그냥 재밌어서 읽었을 뿐인데, 어느새 세계의 수도를 말하고, 국기를 색칠하고,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란다.


세계는 넓고, 아이들의 눈은 그보다 더 넓다.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세계일주』는 그 호기심의 눈을 열어주는 첫 번째 여행 티켓이다.

공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많은 내용을 빠른 시일내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유앤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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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리스의 수도는?
ㅇㅌㄴ
Q. 유네스코에 가장 먼저 등재된 문화재는?
ㅍㄹㅌㄴ ㅅㅈ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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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경제퀴즈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3
박빛나 지음 / 유앤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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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경제퀴즈』는 아이들에게 경제를 알려주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미’와 ‘이해’를 모두 잡은 책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아버지가 두 형제에게 경제를 가르쳐주는 전통적인 방식의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곧 그 예상을 뒤엎는, 발랄하고 기발한 전개가 펼쳐진다. 경제 선생님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바로 딸이 들고 있던 ‘돼지 저금통’이다. 이름은 ‘대식이’. 말도 하고, 생각도 하며, 경제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아이들과 나누는 ‘돼지 저금통 나라’의 안내자다.


이야기는 경제 개념이 없는 형제에게 대식이가 경제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주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대식이는 단호하게 말한다. “경제는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해서 알고 싶지 않을 경우엔 손해를 본다.” 이 말에 남자 아이는 궁금해한다. “왜 우리가 손해인지?” 이 질문에 대식이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을 시작한다. “네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마리가 좋아하는 예쁜 학용품들, 그리고 학교 갈 때 타는 버스까지도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이런 걸 모두 경제라고 하는 건데 이걸 몰라도 되는 거야?”


경제를 알려주는 방식도 참신하다. 대식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경제 개념이 살아 있는 공간, ‘돼지 저금통 나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마리와 그리라는 친구들도 함께 모여 경제 수업을 받는다. 문제를 맞히면 포인트를 주는데, 그 포인트의 이름은 ‘꿀꿀 포인트’다.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오는 이 포인트는 실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 포인트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필요한 물건도 살 수 있다. 경제라는 개념을 체험형 게임처럼 배우게 되는 구조다.


책의 큰 장점은 아이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제 개념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픈 아이들이 밥을 먹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근데, 나 배고파.”

“대식아, 우리 밥 안 줘?”

“너희가 음식을 먹기 위해선 뭐가 필요할까?”

“제일 먼저 돈이 있어야지!”

“아니지, 먼저는 음식이 있어야 하지!”

“맛있는 음식점에 가기 위한 자동차도 필요해!”

“차 타고 뭐하러 가! 배달 앱으로 시키면 되지. 앱을 실행할 휴대폰이 필요하네.”


이 짧은 대화 속에 이미 여러 가지 경제 요소가 숨어 있다. 음식, 자동차, 휴대폰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은 ‘재화’, 그리고 배달 기사나 요리사의 일 같은 보이지 않는 일은 ‘용역(서비스)’로 구분된다. 대식이는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만들고, 나누고, 사고 팔고, 사용하는 모든 것을 경제라고 해.”


경제라는 단어는 어른들에게도 종종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이 평소에 겪는 생활 속에서 경제 개념을 끄집어내, 마치 숨은그림찾기처럼 재미있게 찾아내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경제는 시험 공부가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도구’라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꿀꿀 포인트’를 통해 아이들은 경제 활동의 흐름을 직접 경험해 본다. 문제를 풀고 보상을 받고, 그 포인트를 활용해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 세계와 똑같은 경제 메커니즘을 반영하고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서 이처럼 실감 나게 경제를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


무엇보다 ‘대식이’라는 캐릭터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유쾌한 경제 선생님이다. 잔소리 없이, 권위적이지 않게, 오히려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어렵고 낯선 단어도 대화 속에서 반복하고 예시를 들며 설명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재화’나 ‘용역’ 같은 개념도 마치 친구들과 놀듯이 익힐 수 있다.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경제퀴즈』는 어린이뿐 아니라 함께 읽는 부모나 선생님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아이에게 경제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고민했던 어른이라면 이 책을 통해 훌륭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요즘 시대에 꼭 필요한 경제 교육의 입문서로 추천할 만하다.


경제는 어느 날 갑자기 필요한 지식이 아니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함께하는 기본이자 감각이다. 이 책은 그 감각을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익히게 해준다. 경제가 낯선 어린이에게 ‘꿀꿀 포인트’처럼 달콤하고 유쾌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제 더 이상 경제는 지루한 공부가 아니다. 대식이와 함께라면, 경제는 재미있는 모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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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들 - 이제야 산문집
이제야 지음 / 샘터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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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들’ 이 책은 첫 장을 읽을 때부터 저릿한 감이 왔다.

이건 나의 평생 소장용 시집이 될 것 같다란 감이 들었다.

지난 1년 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익숙한 분야는 물론, 그동안 멀리했던 장르들까지 일부러 손을 뻗었다. 그중에서도 시집은 나에게 유독 어려운 분야였다. 시를 읽는 일이 종종 추상적인 언어를 헤매는 일이었고, 때로는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질문만 남긴 채 덮어야 했다. 그 난해함이 나와 시집 사이의 거리감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정보가 넘쳐나고 AI가 문장을 대신 쓰는 시대에, 오히려 시집이야말로 인간만의 느림과 사유를 회복할 수 있는 통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속도에 끌려 다니고 있는 듯한 내 모습에 지쳐 있을 때쯤, 이 책 『시가 되는 순간들』을 만났다.

첫 장을 시작하자마자 나의 눈길을 끄는 문장을 만났다.

“사랑을 알아버리기 전에 사랑을 외우기도 한다…‘라고 시작하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무심히 넘겼다면 몰랐겠지만, 가만히 곱씹다 보니 어느새 잊고 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어린 날의 감정, 누군가를 무작정 좋아했던 기억, 그 시절의 나를 마주보는 듯한 경험을 느꼈다. 짧은 문장 속에서 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펼쳐진 ‘언어가 되기 전의 사랑’이라는 글은 앞선 문장의 파동을 구체화하는 글이었다. 글 속에는 엄마와 두 아이가 함께한 브런치 카페의 장면이 담겨 있었는데 그 풍경 속에서 시인은 언어 이전의 사랑, 본능처럼 흘러나오는 감정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사랑이란 감정은 때로 설명보다 앞서 오고, 말보다 몸짓에 먼저 스민다. 그러한 사랑을 시인은 ‘언어가 되기 전의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 문장이 공감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랑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던 감각일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사랑을 흉내 내는 모습에서 시인은 본질을 길어 올린다. 사랑을 알기도 전에 아이는 이미 사랑하고 있었다.

시인은 “시는 사랑을 몰랐던 때로 돌아가 모든 사랑을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를 쓰는 순간 기존의 믿음은 완전히 깨집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어온 사랑, 익숙하다고 여겼던 감정들이 실은 얼마나 낯선 것인지 깨닫게 된다. 시를 읽는다는 건 그런 낯설음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단단한 믿음을 흔드는 것에서부터 시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잊고 있었던 말들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시를 쓰는 일은 우리가 알고 있던 단어를 지워가며 사랑의 애초를 소중히 하는 것. 사랑을 하며 잊어갔던, 어쩌면 영영 기억하지 못했을 단어들을 모으는 일인지도요.” 이 문장은 이 시집이 품고 있는 감정의 핵심이다.

『시가 되는 순간들』은 시를 말하는 책이지만 동시에 기억의 복원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시인은 ‘시는 기억하고 싶은 것보다 기억되는 것을 쓰는 일. 기억되는 것들은 꽤 자주 살아나서 묵은 미안함이 용서되기도, 반복되는 슬픔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이 구절에서 나는 시의 쓸모를 다시 생각했다. 시는 치유이고 회복이며,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조심스레 다듬는 작업이다. 시를 읽는다는 건 꼭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기 위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아름답지 않았던 것들이 아름다워질 수 있는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다.

이 책은 시를 어려워했던 나에게 시를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를 느끼는 방식을 알려주었다. 무언가를 온전히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냥 마음에 닿는 문장을 따라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래서 이 시집은 나에게 단순한 시집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내 감정과 마주하고, 묻어두었던 마음을 끄집어내게 해준 책이다. 삶이 너무 빠르고 복잡해서 나를 놓치며 살고 있던 때에 이 책은 조용히 손을 잡아준다. 더딘 이해가 오히려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걸 알려준다.

『시가 되는 순간들』은 시와 거리 두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첫마디 같은 책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시가 왜 필요한지를 질문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따뜻한 대답이 된다.

읽는 내내 많은 부분에서 마음이 움직였다.

이제는 나도 시를, 그 조용한 언어를 다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나는 이 시집을 평생 곁에 둘 책이라 부르기로 한다.


'까치글방 서포터즈 3기' 활동을 통해 '까치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사랑을 알아버리기 전에 사랑을 외우기도 한다. 마치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사랑의 시절을 기억하라는 듯이. 시를 쓰는 일은 우리가 알고 있던 단어를 지워가며 단어의 애초를 아끼는 것. 어쩌면 영영 모를 수 있었던 단어들을.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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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 존재의 연결을 묻는 카를로 로벨리의 질문들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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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고립된 실체가 아니라, 끝없이 연결된 관계 속에 존재한다.”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이 오래된 물음에 대해 카를로 로벨리는 놀랍도록 유연하고 섬세한 대답을 내놓는다.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우리 존재의 방식, 인식의 구조, 세계와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며 과학자의 눈으로 철학과 예술, 인간 사회를 해석해낸 깊이 있는 에세이 모음이다.


이 책은 로벨리가 지난 몇 년간 유럽의 여러 신문에 기고한 글들을 엮은 것이다.

그 주제는 물리학의 경계를 넘어 철학, 윤리, 예술, 역사 등 인문학 전반을 아우른다. 

그는 끊임없이 묻는다.

“우리가 믿는 것은 진실인가?”

“진리를 알 수 있는가?”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단정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확신을 유보한 채 대화와 사유의 장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로벨리는 이 책의 원제를 중국 고대 철학서인 『장자』의 유명한 일화에서 따왔다. 두 철학자가 강물 위를 지나다가 물고기의 기쁨에 대해 논쟁하는 장면이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도 진리를 논할 수 있는 유쾌한 소통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이 책 전체에 흐르는 중심 사상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속한 세계는 단절된 개별이 아니라 상호 연관된 존재들의 집합이라는 인식이다.


로벨리의 사상은 ‘관계적 존재론(relational ontology)’이라는 개념으로 압축할 수 있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이며, ‘루프 양자 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을 연구한 과학자이지만, 이 책에서는 존재를 물리적 단위로 보지 않는다. 존재란 상호작용 속에서만 의미를 가지며, ‘관계’야말로 실체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입장은 고대 그리스의 데모크리토스나 중국의 장자, 현대의 화이트헤드 등의 철학자들과도 함께한다.


그는 우리가 하나의 보편적 세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세계가 근본적으로 ‘연결’을 통해 존재한다는 인식을 통해 공감과 책임감을 끌어낸다. 이 책은 일상의 단면을 새롭게 조명하고, 사물 너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고정된 자아’조차도 타인과의 관계, 사회,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재형성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통찰은 단지 추상적 철학이 아니다. 그는 과학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했지만, 이제는 확신보다는 질문을 던진다. 과학은 진리를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로벨리의 과학은 매우 인간적이다.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쓴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이 말은 이 책 전체의 주제를 잘 요약한다. 로벨리는 과학을 넘어, 우리 모두가 공동 세계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공감과 연대의 감각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편을 가르고, 단절하고, 경쟁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런 시대에 로벨리는 말한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작은 호기심 하나가 세계를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과학자가 철학자의 말투로, 예술가의 감성으로,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은 ‘관계성’이며, 이는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본인의 양자 중력 이론을 넘어 철학적 신념과 맞닿아 있다. 그는 “사물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고 강조하며, 물리학의 언어를 통해 인류 전체의 윤리적·사회적 책임까지 논의하는 드문 지성이다.



'쌤앤파커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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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자가 되려는 꿈을 실현할 수 없게 된 카불의 자산가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대신, 9.11테러 이후 우리 통치자들이 맹목적 복수를 위해 일으킨 무의미한 전쟁으로 학살당하고 비참한 처지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사람 수백만 명에 대해 안타까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탈레반, 다에시, 서방의 폭탄으로 자녀, 형제 자매, 부모가 죽거나 불구가 된 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워해야 합니다. 폭탄은 누가 터뜨리든 모두에게 똑같이 피해를 입힙니다. 우리는 잔인함과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폐허가 된 나라에 대해 안타까워해야 합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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