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 ㅣ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9
현상길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2년 10월
평점 :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현상길 글, 박빛나 그림)은 제목 그대로 “바로 알기”와 “바로 쓰기”라는 두 가지 목표를 품고 기획된 어린이용 전설책이다. 아이들이 전설을 단순히 옛날이야기로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상상력과 교훈, 때로는 불편한 진실까지도 바르게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가 오래도록 들어온 전설들을 새롭게 비틀어보고 지금 시대에 맞춰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흥미로운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책에는 금강의 곰나루터, 남해 금산의 상사바위, 땀 흘리는 비석, 왜적을 물리친 용감한 두꺼비들, 버선꽃으로 피어난 여인, 바위가 되어 버린 오백 형제, 바보의 아내가 된 공주, 학이 맺어 준 외딴섬의 사랑 등 우리가 잘 몰랐던 새로운 전설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내려오는 전설을 이야기로 접하면서 글을 이해하는 능력과 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력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책의 서두에서는 ‘설화’란 무엇인지를 먼저 짚어준다. 설화는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로, 글로 된 소설과는 달리 말로 전달되며 시대에 따라 변화해 온 이야기다. 문학에서는 이러한 설화를 ‘구비문학’이라고 부른다. 이야기 전체를 정확히 기억해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핵심 줄거리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기 때문에, 믿음·무가·판소리 등과도 구분되며, 후에는 문서로 기록되기도 했다.
설화는 크게 신화, 전설, 민담의 세 종류로 나뉜다.
신화 : 신성한 존재와 세계의 시작을 다룬 이야기로, 단군신화나 주몽 신화처럼 신 또는 초월적 존재가 주인공이다.
전설 : 특정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실제 있었던 일처럼 믿어진 이야기로, 실제 지형지물이나 인물과 관련된다.
민담 :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상상력과 교훈을 중심으로 꾸며진 이야기로, ‘방귀쟁이 며느리’, ‘자린고비’처럼 익숙하고 익살스러운 이야기들이 많다.
이러한 분류 기준을 바탕으로 책 속 전설들을 보면, 이야기 하나하나가 단순히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신화인지, 전설인지, 민담인지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는 교육적 흐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전설 중 하나는 바로 ‘금강의 곰나루터’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곰이 등장하는 설화라고 하면 단군신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이야기는 전혀 다른 전개로 독자의 예상을 뒤엔다. 깊은 굴속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암곰이 잘생긴 나무꾼을 보며 반하게 되고, 그를 하늘이 점지해준 짝이라 여겨 굴로 납치해 신랑으로 삼는다. 나무꾼은 본래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지만 도망치지 못한 채 암곰과 함께 지내며 아이 셋을 낳는다. 그러던 중 나무꾼은 굴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얻고, 집으로 도망친다. 남편을 찾아 따라나선 암곰과 아이들은 그를 쫓다 금강에 빠져 죽고 만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난 뒤 마음이 복잡해졌다. 암곰과 아이들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나무꾼의 인생 또한 너무나 비극적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음에도 강제로 납치당해 살아야 했던 그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이처럼 이야기 속 인물이 단순히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과 입장을 품고 있다는 점이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중요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또 하나 깊은 인상을 남긴 전설은 ‘남해 금산의 상사바위’ 이야기다. 한 섬마을 부잣집 외동딸을 짝사랑한 하인 돌쇠는 그녀에게 고백하지만 거절당하고, 상사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끝내 세상을 떠난다. 그런데 돌쇠의 죽음 이후, 아가씨의 방에 거대한 뱀 한 마리가 나타나 그녀를 감싸며 아내로 삼으려 한다. 이 모습을 본 어머니는 그 뱀이 돌쇠의 혼령일 것이라 생각하고, 산신령의 꿈을 계기로 딸을 데리고 남해 금산의 큰 바위 앞에서 기도한다. 기도의 힘으로 뱀이 떨어져 나가고, 그 바위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상징하는 상사바위가 되어 오늘날까지도 전해진다. 지금도 이 바위는 짝사랑이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간직한 이들이 기도하러 오는 장소로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 또한 단순한 비극이 아닌, 사랑의 간절함과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감정의 무게를 보여준다. 감정이 지나치게 집착으로 변해버릴 수 있음을 알려주며, 동시에 타인의 마음을 억지로 돌릴 수 없다는 교훈도 담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각 이야기를 읽은 뒤 아이들이 그저 웃고 넘기거나 무섭다고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이 드는지?”, “각 인물의 행동이 옳았는지?”, “이 이야기를 통해 내가 얻은 교훈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된다는 점이다. 더불어, 이 책은 설화의 개념부터 종류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아이들이 각 이야기의 유형(신화, 전설, 민담)을 구분하는 훈련도 가능하다. 단지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의 구조와 문화적 의미까지 학습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점은 교육적 가치가 매우 크다.
『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전설』은 아이들에게 옛이야기의 재미를 알려주는 책인 동시에,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이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판단하고, 교훈을 스스로 찾아내며, 감정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이 책은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읽고 토론하며 활용하면 더욱 좋다. 재미와 교육을 동시에 잡은 이 책은, 그야말로 이름처럼 ‘빵빵한’ 전설책이라 할 수 있다.
ㅡ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유앤북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충청남도 공주시 ‘곰나루(고마나루)’ 충청남도 공주시의 옛 이름은 ‘웅진‘인데, 우리말로는 ’곰나루(고마나루)’라 부르지. 지금도 금강에는 고마나루터가 남아 있어. 넘 슬픈 이야기예요. 암곰과 아이들이 불쌍해… 곰이 먼저 사람을 납치한 거잖아! 옛날 사람들은 동물도 사람처럼 생각과 감정이 있다고 믿기도 했어. - P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