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궁 맑음
권용순 지음 / 고유명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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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출 없는 자궁보존 수술 세계 최초 개발!

자욱 수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의사 권용순이 전하는 자궁 이야기


『오늘 자궁 맑음』은 한 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의사로 산다는 것’의 본질을 끊임없이 되묻고, 스스로의 진료 철학과 신념을 꿋꿋이 지켜온 기록이다. 권용순이라는 이름은 자궁을 적출하지 않고 보존하는 세계 최초의 수술법, TOUA(Transient Occlusion of Uterine arteries, 일시적 자궁동맥차단술)를 개발한 인물로 기억되지만, 이 책은 단지 의학 기술의 성취를 넘어, 사람을 돌보는 마음과 의료 윤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고 있다.

2011년, S시의 한 병원에서 시작된 TOUA 수술은 출혈을 최소화하며 자궁을 온전히 보존하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이 수술은 단순한 시술의 발전이 아니라, ‘출산이 끝난 여성의 자궁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의료계의 냉정한 통념에 맞선 저항이었다. 권용순은 자궁이 단지 생식기관이 아니라 여성의 삶과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임을 강조하며,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마음으로 이 수술법을 만들었다.


환자들이 그를 찾는 이유도 단순히 명성 때문이 아니었다. 기존 치료 방식에 동의하지 못한 이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그의 진료실 문을 두드렸고, 진료 후기를 통해 희망을 발견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그런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그는 진료와 연구에 몰두했고, 편파적인 국내 학회 대신 유럽과 선진국의 학술 무대를 택해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권용순은 명예나 커리어, 큰 병원의 권위보다 진짜 환자 곁에 있는 길을 선택했다. 학회의 위계 질서에 순응하기보다는 환자와의 관계를 우선시했고, ‘좋은 명함’을 얻기 위한 줄서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묵묵히 걸어갔고, 그렇게 진료실을 지키는 동안 수많은 환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지방 병원에서 진료와 수술에 전념할 당시, 그의 진료는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병원 외래는 환자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수술 실적은 수백 퍼센트 증가했지만, 그는 자만하지 않고 늘 하루하루를 처음처럼 성실히 채워갔다.

그는 화려한 자리를 좇지 않았다. 몸이 아파도 쉴 수 없는 의료 현실, 아픈 동료조차 챙기기 어려운 병원의 구조는 그에게 큰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결국 병원을 나왔지만, 다시 진료실로 돌아갔다. 일이 즐겁거나 편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거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국내 학회에서의 정체된 권력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국제 학회로 눈을 돌렸고, 보다 공정한 평가 환경 속에서 수술법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의사가 안정적인 직장과 복지를 좇는 시대에 그는 오히려 ‘이상적인 의료’를 향해 거꾸로 걸어갔다. 주변에서는 “너무 바르게 살아서 걱정된다”는 말도 들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 길을 후회하지 않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환자를 대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책의 후반부는 의료계의 현실과 조직의 이기심, 그리고 그 안에서 느낀 분노와 고립감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아픈 동료를 외면하는 분위기, 누군가가 일을 그만두면 ‘왜 나만 손해 보느냐’는 식의 시선들은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의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허울로만 존재하고,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은 부재한 현실 속에서도 그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진짜 의사는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는 그의 믿음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았다.

저자는 환자를 단순한 치료 대상이 아닌 하나의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그 진심은 결국 수많은 환자들을 그의 진료실로 이끌었고, 그가 말하듯 진심은 통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자신만의 진료실을 묵묵히 지켜가고 있다.


『오늘 자궁 맑음』은 의사로서의 역할을 넘어, 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어떻게 진짜 삶을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말한다. 진짜 의료란 조직의 권위나 관행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진료를 이어가는 데 있다는 것을. 이 책은 그 믿음을 증명해온 한 의사의 고단하지만 단단한 여정을 통해, 진심이 결국 가장 강한 힘이 된다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전한다.


'고유명사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대자연 속 생물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다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난다. 인간도 탄생과 사멸을 반복하면서 인간 존재 의미를 얻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 중심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중심이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통제하고 자신만을 위해 살아간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주변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강요되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때로는 주변의 거센 반박에 부딪혀 내 삶의 방식을 바꾸기도 하지만, 절대 굴복하지는 않으려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 유한한 삶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 때문에 낭비할 만큼 하찮은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덫에 걸려들지 않으려면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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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의 자세 - 완벽을 권하는 세상에 맞서는 인생의 절묘한 포지션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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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이왕 하는 거 잘해야지.”

“이렇게 대충할 거면 시작도 하지 마.”

그 말들은 자칫 의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하완은 그런 생각들이야말로 스스로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충의 자세』는 그런 완벽주의적 강박을 조금 내려놓고, 삶을 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관점과 마음가짐을 담은 책이다.

하완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꺼내놓는다. 그는 오랜 시간 ‘게으른 완벽주의자’로 살았다고 고백한다. ㅡ 여기서 말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일을 미루는 사람’을 뜻한다. ㅡ 그는 자신이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완벽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미루고 주저했던 순간들을 돌아본다.

“어떻게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시작도 못하는 사람.”

하완은 그런 자신을 자책하지 않고 이해하려 한다. 글쓰기조차 단 한 문장을 쓰는 데도 지나치게 신경 쓰며, 완벽한 표현이 떠오를 때까지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했던 과거의 자신.

그는 그런 자신을 바꾸기 위해 ‘자세’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잘하려고 하지 마. 틀려도 괜찮아. 대충 하면 되는 거야.”

그는 어느 날 그렇게 스스로에게 말했고, 그 순간부터 삶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한다. 전에는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야 했던 삶이었다면, 이제는 ‘대충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중요한 건 결과보다도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 들어서는 데 필요한 건 높은 의지가 아니라 편안한 자세였다.

책 전체를 읽다 보면, 작가의 자기 고백이자 우리 모두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글이다.

‘나는 왜 이렇게 미루는 걸까?’ ‘왜 시도조차 하지 못할까?’ ‘왜 자꾸 움츠러들까?’라는 질문을 반복하는 독자에게 말한다.

“당신의 삶에 필요한 건 더 많은 열정이나 동기부여가 아니라, 더 편안한 자세일지도 몰라요.”

이 책의 중반부에 인상 깊었던 내용은, ‘초심 잃어버리기’에 대한 고찰이었다.

그는 단호했던 과거의 자신을 돌아본다. 절대 변하지 않겠다, 지금 이 마음을 평생 유지하겠다는 다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허물어지는 경험을 하며 오히려 그것이 삶을 더 낫게 만든다는 걸 깨닫는다. 처음엔 자신이 변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나중엔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결심을 어겼지만, 삶이 크게 잘못되진 않았다. 오히려 결심을 지키지 않아 더 좋아진 부분도 많다.”

건축가 유현준의 말을 인용하며, 그는 소신이 굳은 사람보다 변화할 줄 아는 유연한 사람이 더 발전적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그게 이 시대의 진짜 지성인이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저자는 “나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절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계속 흔들리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대목은 ‘축의금’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우리가 종종 손해 보기 싫은 마음으로 삶을 계산하고 따지는 태도에 대해 지적한다.

축의금 액수 하나에도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내가 얼마를 냈는지, 상대가 얼마를 돌려주는지를 비교하는 피곤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절대 손해 보지 않으려는 자세로 살면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 말은 단순한 금전 문제를 넘어서 인간관계 전반에 적용되는 법이다. 언제나 공정하고 정확하게 맞추려는 태도보다 가끔은 손해를 감수할 줄 아는 마음이 인간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이렇듯 『대충의 자세』는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에세이다. 단순히 ‘대충 살자’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살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다.

그 말이 무책임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그것을 삶의 실패 끝에서 체득했기 때문이다.

하완의 글은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다. 담담한 어조 속에서도 깊이와 진심이 느껴진다.

완벽을 향한 강박으로 지쳐버린 사람들, 결심을 어겼다고 자책하는 사람들, 삶에서 늘 이기고자 애쓰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말해준다.

“대충이라도 좋다. 그렇게 살아도 인생은 꽤 괜찮다.”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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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자기는 심지가 굳은 사람을 싫어한다고. 심지가 굳고 소신이 강한 사람은 고집이 세고 잘 바꾸지 않으려 해서 발전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이다. 그래서 자신은 갈대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합리적인 설명을 들으면 자기 생각을 바꿀 줄 아는 사람, 자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의 지성인이라고. 아! 너무 멋진 말 아닌가.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잘 안변한다는 걸 비꼬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변한다는 건 오히려 우리 삶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유연한 것, 자연스러운 것, 갇혀 있지 않은 것이다. 나는 고쳐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은 ’절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결심 같은 걸 하는 일도 드물다. 가능하면 무언가를 정해두지 않으려고 한다. 계속 흔들리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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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레버리지 - 기록에 성공하는 8가지 전략
동감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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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다이어리를 쓰는 일을 ‘계획을 세우는 습관’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동감 작가의 『다이어리 레버리지』는 그 기록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바꾸고,

나를 성장시키며 결국 인생 자체를 설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책의 시작점에서 이렇게 묻는다.

“왜 우리는 기록을 지속하지 못할까?”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기록을 강조하고, 자기계발서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기록의 중요성.

그런데 막상 우리는 다이어리를 사놓고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그 이유가 ‘기록의 기술 부족’이 아니라, ‘기록의 목적 부재’에 있다고 단언한다.

단지 해야 하니까, 남들이 하니까, 예뻐 보이니까 시작된 기록은 결국 우리의 삶과 연결되지 못한 채 멈춰버리고 만다.

그래서 이 책은 기록을 성공으로 이끄는 8가지 전략을 통해 기록의 본질부터 다시 짚는다.

첫 번째 전략은 기록의 목적을 정하는 것이다. 기록은 무작정 쓰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내면을 변화시키고 외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왜 쓰는가’라는 질문 없이 쓰는 글은 결국 습관이 아니라 반복일 뿐이다.

두 번째 전략은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고르는 일이다. 사이즈, 레이아웃, 페이지 수까지 나의 생활 패턴과 목적에 맞춰야 기록이 일상의 리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책에서는 A5 사이즈의 적절함을 강조하며, 본인의 리듬에 맞는 다이어리 구조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 전략은 무엇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는 것, 즉 ‘기록 거리’를 설정하는 일이다. 단순히 할 일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 몰입도, 깨달음 등 삶의 중요한 관찰 지점을 담아내는 기록이 필요하다. 어떤 장면에 내가 반응했는지, 어떤 일이 반복되고 있는지 스스로 관찰할 수 있어야 기록은 ‘사유의 도구’가 된다.

네 번째는 기록 루틴 만들기다. 하루의 특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기록하는 루틴이 있어야 지속 가능성이 생긴다. 저자는 아침 10분, 하루 세 번 기록하는 습관처럼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이 기록의 힘을 배가시킨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 전략은 질문 중심의 기록을 하는 것이다. “지금 나는 어떤 기분인가?”, “오늘 집중한 일은 무엇인가?”, “놓쳐버린 순간은 없었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답을 적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더 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된다. 기록은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는 3단 기록법을 활용하는 일이다. 아침에는 오늘의 목표와 다짐을, 낮에는 중간 점검을, 밤에는 성찰과 복기를 적는다. 하루를 세 구간으로 나누어 관찰하는 습관은 우리가 쉽게 흘려보낼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을 붙잡는 데 유용하다. 이 방식은 곧 ‘하루를 세 번 사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일곱 번째 전략은 주간 및 월간 리뷰를 실시하는 것이다. 하루의 기록이 쌓이면 단순한 메모가 아닌, 삶의 데이터가 된다. 무엇을 반복했고, 어디에서 집중력이 높았고, 어떤 감정이 자주 드러났는지를 돌아보는 과정은 삶의 패턴을 알아차리게 하고, 나아갈 방향을 재설계하게 한다.

마지막 여덟 번째 전략은 기록을 사회적 자산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나만을 위한 기록에서 멈추지 않고, 콘텐츠로, 글로, 관계로, 브랜딩으로 확장해보는 것. 단순한 다이어리가 블로그 글이 되고, 책이 되고, 나를 설명하는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이 지점을 ‘성장형 기록의 더하기’라고 표현하며, 결국 기록은 나를 넘어서 세상과 연결되는 힘을 가진다고 말한다.

『다이어리 레버리지』는 하루 10분의 기록이 어떻게 방향 있는 삶을 설계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꾸미기 위주의 다이어리가 아니라, 쓰는 순간마다 나의 감정과 생각, 관점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생생한 삶의 기록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단단하다.

그동안 “다이어리만 10권이 넘는데 매번 실패한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히 예쁘게 꾸미고 남들처럼 계획을 세우는 다이어리가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나를 붙잡아주는 기록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그 결과는 단순한 하루 관리가 아닌‘내 인생을 설계하는 힘을 불어 넣어준다. 누군가는 하루 10분의 다이어리가 무슨 인생을 바꿀 수 있냐고 말할 수도 있다. 이 때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기록하는 사람이 결국 인생을 바꾼다.”라고.

'미다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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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기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꾸준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매년 10월쯤이면 내년에 쓸 다이어리를 구매하고, 연초에 열심히 기록하다가 뜸해지고를 몇 년 동안 매번 반복해 왔다. 게을러서 그러는 것이라고 나 자신을 탓하면서도 매년 새해 계획으로 다이어리를 열심히 쓸 것을 다짐하곤 했다.

매년 기록을 정착시키는 해결책을 찾아 헤매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기록이 안정적으로 루틴화되고 삶의 일부러 정착되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필자는 매번 기록에 실패하는 이유를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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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 - 경단녀에서 창업자로
김희연 지음 / 이유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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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화면에서 뛰쳐나와 컬러풀한 나의 인생을 만들기로 했다. 넘어지고 부딪힐지언정 평생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인생의 큰 번개를 맞고 널브러졌을 때, 멍청한 판단으로 늪에 빠졌을 때, 내가 주인공이었던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실은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 못했던 것이지만, 그 불안이 나를 삼켜버리지 못하게 “왜?”라고 외치며 답을 구하고 다녔다.

- 프롤로그 내용 중


김희연 대표의 에세이 『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 경단녀에서 창업자로』는 무채색 같던 삶에서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진솔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한때 사회의 한복판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그녀는, 결혼과 육아로 인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과정을 그는 그레이, 즉 회색이라는 색으로 설명한다.

그녀가 자신의 삶이 회색이라는 자각을 처음 한 건 아주 오래전,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함께 공부했던 남자 동기가 KBS에 먼저 입사하고 난 뒤 던진 말 때문이었다.

“너는 좀 그레이하잖아.”

그 말은 오랫동안 마음 한구석을 쿡쿡 찔렀다. 마치 뚜렷한 개성도, 강렬한 존재감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후 광주 MBC 아나운서로 입사하며 전문적인 방송 경력을 쌓았지만, 결혼 후 방송계를 떠나면서 경력은 단절되었고 그의 색도 점점 바래갔다.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써주지 않았다.

그저 결국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라는 타이틀로 나의 정체성은 완성된 것인가? 어리둥절 해졌다. 그녀는 그 시절의 자신을 그레이, 회색빛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회색으로만 규정짓지 않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화여대 여성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보랏빛 페미니즘을 처음 만났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결혼생활은 결국 이혼으로 끝났고, 생계를 위해 다시 사회에 나섰다. 컴퓨터 앞에 앉는 것도, 회사에서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낯설었지만, 그는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계를 느꼈다. 하지만 작은 실무를 맡으며 조금씩 감을 익혔고, 휴맥스, 웹젠, 정상JSL 등 다양한 기업에서 마케팅·PR 업무를 맡으며 커리어를 재정비해나갔다. 이후 외국계 금융사 ING, PCA, 미래에셋생명 등에서 브랜드 행사, 기업 마케팅을 총괄하게 되며 그는 비로소 ‘내 일’을 되찾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크리스탈 같은 사람이라 정의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날카롭게 찔러오는 칼이 되기보다는, 빛을 머금고 반사하는 사람. 이는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의 고유한 색을 찾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이후 그는 ‘색’에 본격적으로 빠져든다. 단순히 컬러 컨설팅을 배운 것이 아니라, 컬러가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 더 나아가 삶의 태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그렇게 2019년, 그는 퇴직금으로 퍼스널 컬러 컨설팅 회사 ‘브랜미’를 창업한다.


브랜미는 단순한 이미지 컨설팅 기업이 아니었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강연과 컬러 진단 워크숍을 진행했고, 기업 브랜드 컨설팅까지 확장해 나갔다. 창업 초기에는 카드 한도 100만 원으로 버텨야 했고, 악성 리뷰와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도 맞았지만, 그는 이를 모두 버텨냈다. 온라인 사업 실패 후에는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과의 ‘현장 접점’을 더 강화했다.

그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색이 있다. 때론 흐릿하고, 때론 선명하며, 어떤 날은 투명하거나 반짝이는 골드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그 색을 ‘다시 꺼내어 보는 용기’다.

흰색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아무 색도 입히지 않은 캔버스처럼 가능성으로 가득한 상태. 금색은 존엄성과 성취의 색이며, 회색은 의미 없던 시절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속에서도 존재했던 자신만의 ‘톤’이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말한다.

“나는 단지 무채색 같던 시절에서, 나의 색을 찾아온 사람이다. 누구든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변화의 과정을 감성적으로, 또 실용적으로 기록한 자기만의 인생 팔레트다.

『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는 단순한 에세이 이상의 책이다. 자기 색을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다시 팔레트를 손에 쥘 수 있도록 돕는 응원서다. 결국 인생은 회색으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으로 덧칠될 수 있는 무한한 여정이다.


'이유출판'을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내게 늘 불안을 주는 네 가지 문제가 있었다. 첫째,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나. 둘째, 남녀 간에 어떻게 살아야 평화스럽게 살까. 셋째, 여자의 지위는 어떠한 것인가. 마지막으로 넷째, 그림의 요점이 무엇인가. 이것은 실로 알기 어려운 문제다. …… 이태리나 불란서 그림계를 동경하고 구미(유럽과 미국) 여자의 활동이 보고 싶었고 구미인의 생활을 맛보고 싶었다. …… 내일 가족을 위하여, 내 자신을 위하여, 내 자식을 위하여 드디어 떠나기를 결정하였다.
- <삼천리> (1932년 11월, 1933년 1월)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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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과학사 -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과학 이야기 과학하는 10대
박재용 지음, 란탄 그림 / 북트리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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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떠올리면 ‘정답’이 먼저 떠오른다. 공식, 법칙, 실험 결과. 모두가 똑같은 답을 외워야 했던 그 시절의 과학 수업처럼. 하지만 박재용의 『엎치락뒤치락 과학사』를 읽고 나면 생각이 조금 바뀐다. 이 책은 정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한 세계, 실패가 곧 다음 진보의 발판이 되는 세계를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과학은 늘 틀리기 위해 애써 왔다’는 고백 같은 책이다.

책은 프롤로그부터 이렇게 말한다. “과학은 언제나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고, 현상을 완벽히 설명하지도 못하고, 오류도 자주 발견된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이론도, 과거에는 수많은 논쟁과 실패를 거쳐야만 정설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 이 책은 그 역사들을 ‘엎치락뒤치락’이라는 다섯 글자에 담아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세상의 근원을 추적하던 장면이다. 4장에서는 탈레스가 세상의 모든 것이 ‘물’에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얼핏 엉뚱해 보이지만, 물은 고체, 액체, 기체로 자유롭게 변하며 생명을 유지하게 해주는 본질적인 존재였다. 그 뒤로 불, 공기, 흙 등 다양한 근원 이론들이 등장하고, 결국 ‘모든 것은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이 나타난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이 원소들이 세상 모든 변화의 이유라고 보았던 고대인들의 상상력이다. 예컨대 엠페도클레스는 원소들이 서로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사랑’과 ‘미움’이라는 감정적 힘으로 결합하고 분리된다고 본다. 지금 보면 비과학적이지만, 그 시절에는 세계를 설명하려는 가장 창의적이고 진지한 방식이었다.

이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 더 정교해진다. 그는 각 원소에 따뜻함, 차가움, 건조함, 습함이라는 성질을 부여했고, 물질의 운동과 위치를 통해 위계를 설정했다. 흙은 가장 무겁고 아래로 떨어지며, 불은 가장 가볍고 위로 오른다는 식이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고 믿던 시대에, 이런 사고는 나름의 논리를 갖춘 물리학이었다.


하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진 이도 있었다. 바로 데모크리토스. 그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알갱이’ 원자가 모든 물질의 기본 단위라고 주장했다. 당시에는 지나치게 추상적이라 무시당했지만, 이 아이디어가 2,000년 뒤에야 현대 과학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책은 이 긴 여정을 따라, 돌턴의 원자론부터 전자 발견, 쿼크 이론, 그리고 오늘날의 표준 모형까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5장에서는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금술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알지만, 그 시절엔 4원소의 비율만 조절하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실패했지만, 제련 기술과 화학적 관찰은 이후 진짜 과학의 씨앗이 된다. 특히 라부아지에가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해 보이면서 물과 공기가 하나의 원소가 아님을 밝히는 장면은, 연금술과 화학이 교차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그려진다.


책의 미덕은, 과거 이론들을 단순히 ‘틀렸다’고 치부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그런 주장이 나왔는지를 친절하게 보여준다. 덕분에 과학자들이 그 시대의 지식과 사유 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사유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박재용은 과학을 ‘살아 있는 지식 체계’라 부른다. 진리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갱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덮고 나면, 과학이 정답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이 계속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 우리가 믿는 것 역시 다음 세대에게 ‘틀린 이론’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엎치락뒤치락 과학사』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한 번도 과학을 좋아해 본 적 없는 이들에게도 좋은 시작점이 된다. 조금씩 흔들리고, 조금씩 수정되며 쌓여온 생각들의 무게. 그 안에서 과학이 얼마나 인간적인 것인지, 그 역사를 읽으며 되새기게 된다.


'북트리거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고대 그리스에서 여러 학문이 탄생하던 무렵 철학과 과학은 하나였습니다.
자연현상의 실체와 원리를 파헤치는 것이 최초의 철학이고 과학이었지요.
그래서 이를 공부하던 이들을 가르켜 자연철학자라고 불렀어요.
자연철학자의 가장 큰 관심사는 만물을 이루는 근본과 만물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었습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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