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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심리학 - 부자가 되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돈의 속성
김경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부의 심리학』은 단순히 돈에 관한 심리를 다루는 책이 아니다.
불안, 분노, 스트레스, 비교심리, 자율성과 통제감 같은 감정들을 ‘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마치 내 삶의 패턴을 조심스럽게 펼쳐보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엔 ‘돈’이라는 주제를 꺼내는 것조차 피하고 싶었다.
많으면 걱정, 없으면 문제, 쓰면 죄책감, 안 쓰면 답답한 애매한 존재.
돈에 얽힌 감정 소모가 너무 커서 그 이유를 조금이라도 알고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게 됐다.
피하고만 싶었던 ‘불편한 진실’들과 조용히 마주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돈 자체였을까, 아니면 그걸 통해 얻고 싶은 안정감이었을까?”
“나는 돈을 잘 모른 채, 그냥 열심히만 살면 괜찮을 거라고 믿고 있었던 건 아닐까?”
프롤로그에서 김경일 교수는 돈을 ‘소시오패스’에 비유한다.
조금은 과격한 표현이라 생각했지만 곧 이해가 됐다.
돈이란 존재는 다정한 척 다가와 어느 순간 삶을 조종하고, 마음을 지치게 만든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수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저자 마사 스타우트의 말을 인용해, 이런 존재를 대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웃스마트’—즉, 그보다 똑똑해지는 것이라 말한다. 결국 돈을 잘 알아야 비로소 덜 휘둘릴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은 돈뿐 아니라, 우리가 흔히 겪는 심리적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준다.
가장 먼저 와닿았던 건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였다.
작심삼일로 끝나는 다짐들. 왜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우고도 실패할까?
김 교수는 그 원인을 ‘목표를 계획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늘 중에 끝내야지” 같은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인 시간과 단계로 나눠 ‘언패킹’하는 게 핵심이다. 일을 작게 쪼개고 명확한 데드라인을 설정할수록 성취감은 커지고 실패 가능성은 줄어든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불안은 사실을, 분노는 진실을 원한다”는 문장이었다.
불안한 사람에게는 위로나 격려보다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분노한 사람에겐 감추지 않은 진심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일상에서 감정적으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 이 문장이 생각날 것 같다.
코로나 이후 변화된 업무 환경과 관련해 언급된 ‘인지적 유연성’이라는 개념도 흥미로웠다.
재택근무로 물리적 거리가 생기자 오히려 위계에서 벗어나 타 부서와 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사고의 전환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같은 일도 다르게 해보려는 유연성이 결국 조직의 힘이라는 설명이 지금의 일하는 방식에도 큰 힌트를 준다.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성실하고 에너지 넘치던 사람이 오히려 비윤리적인 행동에 빠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였다.
테스토스테론(에너지 호르몬)과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이 동시에 높을 때, 사람이 가장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환경이 사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과 여유 사이의 균형이 왜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든 대목이었다.
‘부러움’과 ‘열등감’을 구분한 장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부러움은 누군가처럼 되고 싶은 바람이고, 열등감은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감정이다.
두 감정 모두 비교에서 출발하지만, 방향이 다르다.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부러움은 쉽게 열등감으로 바뀌기 때문에, 부러움을 인정하되 비교는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 진심으로 와닿았다.
책 1부 말미에 등장한 ‘고립 불안’도 인상 깊었다.
타인을 따돌리고 편을 가르는 행동은 단순히 성격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소외될까 봐 먼저 배제하려는 불안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불안을 줄이기 위해선 관계에서의 일정한 소속감, 적절한 통제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율이 과할 때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말이 역설적으로 다가왔다.
『부의 심리학』은 단순한 돈의 심리를 넘어,
돈이라는 렌즈를 통해 나의 감정과 삶의 방식, 인간관계, 사회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니, 나는 돈에 휘둘리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정작 돈을 제대로 마주해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돈을 아는 것은 곧 나를 아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당장 돈이 없어도, 아니 오히려 그럴수록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돈보다 중요한 건 돈을 대하는 ‘나의 태도’니까.
삶이 자꾸 흔들릴 때, 이 책이 좋은 기준점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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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중국 송나라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기르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숭이가 많아지면서 먹이가 부족해지자 저공은 원숭이들에게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주겠다고 말했죠. 그러나 원숭이들이 먹이가 너무 적다고 화를 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침에 네 개, 저녁에 3개씩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좋아하며 모두 엎드려 절하고 기뻐했죠. 이 이야기는 근시안적 태도다 그 근시안을 이용해 잔꾀로 남을 속이는 것을 비유하는 조삼모사의 유래입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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