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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에 읽는 명상록 -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조언 48
장대은 지음 / 문예춘추사 / 2025년 8월
평점 :

아직 오십은 오지 않았다.
제목에는 분명 ‘오십에 읽는 명상록’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왠지 지금 이 시기에 미리 읽어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이 되려면 긴 몇 년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요즘은 1년이란 시간도 순삭으로 지나가는 느낌이라… 언젠가 도달하게 될 그때를 미리 상상하며 이 내용을 미리 엿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지만 문득문득, 나에게 남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나는 잘 살아오고 있었던 걸까?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은 과연 맞는 걸까?
그런 의심과 불안이 들 때마다 마음이 어수선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사실 그런 마음으로 『오십에 읽는 명상록』을 펼치게 되었다.
이 책은 고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그의 일기 속에 담긴 메시지를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해, 불안한 일상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찾도록 돕는다.
총 48개의 이야기와 실천 제안으로 구성된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철학을 인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가 겪는 감정과 고민에 깊이 스며든다. 그래서 철학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무엇보다 다정하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각 장마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며 자주 겪는 장면들이 그대로 그려진다.
이름이 설정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대화와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
누군가의 이야기인 듯하지만 곧 나의 이야기 같고, 내 주변 누군가의 하루 같아 쉽게 몰입하게 된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다 만난 인물 ‘형동’. 그는 회사의 중간관리자로 승진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도 갖췄다. 하지만 출근길 지하철 창밖을 바라보던 순간, 그는 문득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뭘 위해 이렇게 살아왔지?”
이때 아우렐리우스의 말이 스쳐간다.
“너는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고, 남의 영혼에 네 행복을 의탁하고 있다.”(2장 6절)
남들의 기준에 맞추느라 정작 내가 정말 원하던 것을 잊고 살아온 건 아닐까?라는 질문은
곧 나의 질문이 되고, 문득 지금의 내 모습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재성’의 이야기도 인상 깊다.
중견기업의 부장으로 일하던 그는 하루 종일 밀려드는 업무에 쫓기며 살고 있었다.
아침에는 이메일과 회의로 정신없고, 퇴근 후에는 녹초가 되어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가정에서는 아이들과 마주할 여유도 없었고, 주말조차 밀린 업무에 내줘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성은 과로로 쓰러진다. 몸이 먼저 경고를 보내온 것이다.
그 사건은 오히려 그에게 진짜 중요한 것을 돌아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더 이상 일에 끌려다니지 않겠어. 일의 주인이 되어야겠어.” 그는 마음을 다잡는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우주라는 거대한 직조물 속에서 너만의 실을 찾아라.
오로지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만 전념하라.”
- 명상록 3장
그의 말처럼, 재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히 ‘해야 할 일’을 넘어,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만들고 싶은지’를 묻기 시작했다. 업무 리스트를 정리하고, 중요한 일을 오전에 배치하고, 소모적인 회의는 과감히 줄였다.
그 작은 변화들이 결국 삶의 균형을 되찾게 했고, 팀 전체의 분위기까지도 바꾸어놓았다.
또 다른 인물 윤희는 실수로 큰 손해를 입힌 팀원을 다그치기보다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수를 공유하고 함께 배우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간다.
누군가의 실패 앞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이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아우렐리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이의 잘못을 볼 때마다, 나 자신은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는지 돌아보라.”
- 명상록 8장 59절
나는 누군가의 실수에 너무 빠르게 다그치거나 반응하진 않았는지,
상대방보다 내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가졌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은결이라는 창업자의 이야기도 마음에 남는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모든 걸 잃었다는 생각으로 한강변을 걷던 그는 선배의 말을 떠올린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장통이야.”
그리고 아우렐리우스는 덧붙인다. “장애물이 곧 길이 된다.” - 명상록 5장 20절
실패는 쓰라리지만, 그 안에 남는 것이 있다면 다음 걸음을 내딛을 힘이 생긴다.
책에서 제안하는 ‘실패 일지’를 써보는 실천은,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배움을 건져 올리는 훈련이 된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철학을 일상의 언어로 끌어낸다는 점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 대신, “당신도 이런 순간 겪어보셨죠?”라며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그 옆에 놓인 아우렐리우스의 문장들은 강요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또 하루 실천법이나 체크리스트 같은 제안은,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이끌어준다.
이를테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남들이 기대하는 것’을 나눠 적어보는 단순한 연습만으로도,
내가 지금 어디쯤 서 있는지 중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책의 후반부에는 능동적인 변화와 도전을 마주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인물은 ‘봉열’이다.
50대에 접어든 그는 낯선 기술을 배우고, 회사의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에 자원한다.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에 뛰어드는 용기는 단지 나이와 상관없는 용기였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변화가 두려운가? 그러나 변화 없이는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
- 명상록 7장 18절
그의 말처럼, 변화는 두려움이 아니라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배움을 원한다면 더 늦기 전에 시작해볼 수 있는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
『오십에 읽는 명상록』은 그저 중년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삶의 반환점 근처를 지나고 있는 사람, 혹은 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속도를 줄이고 이 책과 함께 걸어보면 좋겠다.
철학자의 말은 낯설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상할 만큼 친숙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옆에서 등을 두드려주듯 조심히 전할 뿐이다.
이 책은 지금 이 순간의 작은 태도 하나가 삶 전체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해주고 있다.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생각, 오늘 내가 하는 선택, 그것들이 결국 내 삶을 결정짓는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말처럼, “인생은 우리가 선택한 태도의 결과다.”
아직 오십은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 그 시점에 닿았을 때 오늘의 내가 후회되지 않도록
지금 이 하루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나를 위한 방향으로 살아내고 싶다.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고, 역시나 방황하고 있는 중이라면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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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춘추사 출판사'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하놀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하놀 인스타 @hagonolza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기 힘들 때면 이렇게 생각하라. ’나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러 가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목적이 바로 이것이 아니던가? 아니면 이불 속에서 따뜻하게 지내라고 나를 만든 것인가?" - 명상록 5장 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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